〈 16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2)
“그래서요?”
와작와작 감자튀김을 먹으며 얼굴을바짝 들이대는 여자.
기대감 어린 눈빛을 보내며 나를 바라보는 눈앞의 여성.
그녀는 바로 최다슬이었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꽤 시간이 남게 된 나는 이전에 그녀와 술 한 잔 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고 있었다.
“당연히 할 거라고 대답했죠? 그죠?”
처음 가지는 술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친화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불편할 법한 주제는 전혀 꺼내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파악해가며 적절히 던지는 그녀의 대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었다.
근본적으로는 아싸찐따인 나조차도 마음을 놓을 정도로.
‘이게 도내 최상위 인싸력인가.’
문득 머릿속으로 한때 유행했던 드립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뭐, 인싸력만으로 따지면 진짜 그 정도는 될지도 모르지.
심지어 방금 전에 술집에서 아는 얼굴 봤다고 잠깐 인사를 할 정도인 걸 보아하니, 진짜 도내급 인싸력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떨 거 같은데?”
한시도 쉬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려는 다슬을 향해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 별 볼일 없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에도 불구하고 뭐가 재밌는지 다슬의 입가에는 내내 미소가 가득했다.
아니면 그냥 미남이랑 술을 마신다는 자체가 좋은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어떻게 얘기를 나누다보니 며칠 전 내가 시작한 피팅 모델 알바로 화제가 넘어갔고, 현재 다슬은 그 부분에 대해 추궁하고 있었다.
“솔직히 안 하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봐요. 나라면 무조건 했을 듯.”
“기대를깨뜨려서 미안한데.”
꿀꺽.
그 순간 숨을 삼키며 나를 바라보는 다슬.
순식간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다슬의 얼굴에 나도 무심코 침을 삼킬 뻔했다.
이거 사실대로 말하면 한 소리 제대로 듣겠는데……?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고.
묘한 부담감을 느끼는 분위기 속.
“그냥 안 한다고 그랬어.”
결국 나는사실대로 말하는 쪽을 택했다.
“왜애애애?!”
내 말에 최다슬이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마치 나라라도 잃은 듯한 모습이다.
그런 다슬의 모습을 나는 기가 막혀 바라보았다.
“왜는 반말이고 임마.”
“아아, 진짜아! 왜 그랬냐고요오오오!”
얘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고 지랄이야.
다행히 술집 내부가 왁자지껄한 분위기였던지라 빽 소리를 질러대는최다슬의 목소리는 금세 묻혀 사라졌다.
어이없이 바라보는 내 시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감자튀김을 홱 집어든 그녀가 거칠게씹어삼키는 게 보였다.
“내가 안 한다고 했는데 왜 네가 실망하냐?”
“아, 진짜아아아아! 왜 안 한다고 그랬는데요! 왜!”
“내가 무슨 연예인이야.”
내 말이 이어질수록 다슬의 표정이 한층 더 실망감에 물들어 갔다.
‘말라보이면서 먹기는 엄청 잘 먹네.’
그러는 와중에도 나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니, 그도 그럴 게 표정은 완전 실망한 거 같은데 그 와중에 먹을 건 손에서 절대 안놓고 있으니까.
심지어 저것도벌써 세 번째 튀김안주인데.
“그래서 왜 안 한다고 그랬는데요?”
해명을 요구하듯 재차 재촉하는 다슬.
그런 다슬을 보며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도대체 내가 왜 지금 얘한테 이런 걸 해명해야 하는 건지.
“살면서 연예인 할 거라곤 생각해본 적도 없거든. 별로 하고 싶지도 않고.”
“와…….”
내 말에 최다슬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입을 헤 벌렸다.
물론 그 와중에 감자튀김을 먹는 손은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보고 있자니 무슨 꽁트라도 찍는 거 같군.
“연예인을 하고 싶지 않다고요? 그 얼굴을 가지고? 진심?”
“연예인이면 사생활은 없는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건 싫거든.”
“대신 부와 명예가 따라오잖아요! 거기다가 요즘 뉴스 보면 탑급 스타는 권력도 쟁취하더만!”
“미쳤냐……?”
설마 그 B로 시작하는 사건을 말하는 건가.
간도 크네 진짜.
“야, 그건 범죄잖아…….”
“아무튼 간에요! 아, 진짜 아까워 죽겠네!”
자리에 앉은 뒤로도 다슬이 발을 동동 굴렀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발을 굴렸다는 거다.
쿵쿵.
뭐가 그리 분한지 바닥을 발로 치는 게 나한테까지 들릴 정도다.
한동안 분한 표정으로 그러고 있던 것도 잠시.
곧이어 다슬이 다시 나를 홱 째려보았다.
“아직 안 늦었을 거예요! 빨리 다시 전화해서 연예인 한다고 해요!”
“안 할 거라니까 그러네.”
“아니지……. 어차피 피팅 모델 알바 계속 할 거라고 했죠?”
이게 이젠 아예 내 의견도 씹네.
내가 꾸준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슬은 오로지 어떻게든 날 그쪽과 연관시키고 싶은 모양이다.
맹렬하게 바라보는 다슬의 눈빛에 나는 못 이기는 척 고개를 까덕였다.
“뭐……. 그거야 뭐 그렇긴 한데.”
“그러면 아직 기회 남은 거 아니에요? 그래도 계속 마주치는 사이일 텐데.”
“뭐 생각 있으면 언제든 얘기하라고 하긴 하더라.”
그리 대답하면서나는 그날 최수민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것을 떠올렸다.
내가 연예인 할 생각이 없다고 했을 때 수민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그 무표정했던 여자가 내 말에 실망 가득한 표정을 지었던 게 꽤나 인상적이었지.
뭐, 그렇다고 해도 지금 눈앞에 있는 얘보다는 덜했지만.
“크, 됐다.”
내 말에 알아서 결론을 짓는 다슬.
이제 머릿속으로 무슨 결론을 내렸는지 짐작도 안 간다.
“됐네, 됐어.”
어이없어 하는 내 모습이 보이지도 않는지 다슬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팔짱까지 낀 채로.
“그 정도면 끝났다.더 볼 것도 없네요.”
“그래. 더 볼 게 없긴 하지. 안 할 거니까.”
아무리 다슬이라도 결국 내 의견을 끝까지 무시할 수는 없었던 걸까.
여전히 확고한 내 모습에 다슬이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진짜 생각 없어요? 요만큼도?”
“그래.”
나는 그런 다슬을 향해 확언했다.
“개미 발톱 때만큼도 할 생각 없어.”
연예인이라.
솔직히 그런 가능성에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적어도 외모만 따지면 현재 나는충분히 그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었으니까.
아기피부 부럽지 않은 탱글탱글한 피부와 다시 태어난 듯한 이목구비.
180에 달하는 키와 8등신이 된 신체비율.
거기다 운동을 하지 않아도 유지되는 탄탄한 근육까지.
거리만 걸어도 내게 시선이 집중된다.
이런 상황에서 연예인 한 번 상상하지 않았다는 건 거짓말이겠지.
“남들 눈치 보면서 살긴 싫다고.”
하지만 나는 이미 결심했다.
이 세계는 기본적으로 남녀와의 정조가 역전된세계.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그것 하나만을 중점적으로 이 세계를 살아가기로 결심한 상황이었다.
그것도 적지 않은 여자들과 이런 저런 일들을 하기 위해서.
그런 마인드를 가진 내가 대중의 시선을 집중적으로 받는 연예인을 한다?
매장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않을까 싶은데.
성적 관념이 역전됐을 뿐이지, 뿌리 깊게 박힌 한국인의 유교적 관념까지 어떻게 변한 건 아니니까.
아니 뭐, 유교를 떠나서 애초에 몸 막 굴린다는 걸 좋게 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
그런고로 연예인은 절대, 죽어도 안 할 거다.
나는 섹스하는 게 더 좋단 말이야.
“하아…….”
재차 거부감을 드러내는 내 말에 드디어 포기한 것일까.
다슬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
“아까워……. 오빠 연예인 데뷔하면 웬만한 듣보 아이돌도 씹어 먹을 비주얼인데.”
“내가?”
“당연하죠! 심지어 오빠는 화장도 안 하고 그 미모잖아요!”
“외모 칭찬은 고맙긴 한데 글쎄다. 솔직히 아이돌이면 내 외모 정도는 널리지 않았을까?”
“외모만 보면 그렇죠. 대신 오빠는 강점 하나가 더 있잖아요.”
“그게 뭔데?”
“음…….”
방금 전까지 신나게 얘기를 하던 다슬이 내 물음에 잠시 망설이기 시작했다.
이 시끄러운 여자가 또 뭔 소릴 하려고.
잠시 나를 힐끗 바라본 다슬이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얘기하기 전에 말씀드리는데……. 이거 성희롱 아닙니다. 아셨죠?”
“뭔 얘길 하려고 그런 밑밥까지 깔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예요. 오빠라면 안 그러겠지만.”
의아해하는 내 시선에도 다슬은 한참 동안 지긋이 나를바라볼 뿐이었다.
도대체 무슨 얘길 하려고 이런담.
“오빠는 몸이 좋잖아요.”
허나 이어지는 다슬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몸 좋은 게 왜?
연예인이면 보통 그렇지 않나?
“몸이야 아이돌이면 다 관리 하니까 좋을 텐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몸매 말이에요, 몸매.”
“몸매?”
“그러니까 여자들이 깜빡 죽을 정도로 좋다고요.”
“그야 아이돌이면 다 그렇…….”
아, 잠깐.
혹시 어렵사리 말을 꺼낸 게 그런 이유였나.
나는 그제서야 다슬이 망설인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긴 정조역전세계니까.’
원래 세계의 기준을 생각하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다.
여자 입장에서는 남자의 몸매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러울 터.
여차하면 지금 다슬의 발언은 성희롱이라 오해받을 수도 있었던 것이다.
가볍게 입을 놀리는 다슬이라 해도 그 정도의 선은 지키는 걸까.
뭐, 정작 나는 별 신경도 안 쓰는 게 코미디지만.
“…….”
갑작스레 말을 끊은 내 기색이 염려스러웠던걸까.
재잘거리던 것도 멈춘 채 다슬이 조심스레 내 눈치를 살폈다.
그 떠들썩하던 애가 갑자기 이러니까 어째 묘하네.
여기서는 남자인 내가 안심시키는 수밖에.
“괜찮아.”
그런 얘기는 전혀 신경 안쓴다는 것이 내포된 말.
그런 내 대답에 다슬이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세계 여자들도 참 피곤하겠어.
“하아, 뭐……. 아무튼 그런 거예요. 거기다 오빠는 심지어 관리도 안 하잖아요.”
“나 관리 안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
“뻔하죠 뭐. 딱 봐도운동 극혐할 성격이구만.”
그거야 팩트이긴 한데…….
막상 면전에서 들으니까 좀 킹받네.
괜히 발끈한 내가 말했다.
“야, 나야 그렇다 쳐도! 아이돌 할 거면 어차피 몸은 만드는 게 필수 아니냐? 단순히 나만 몸이 좋을 리가 없잖아.”
“물론 몸도 몸이지만 기럭지가 좋잖아요, 오빠는.”
“……그런가?”
“그쵸. 그건 타고나는 거라고요.”
“하긴 내가 다리가 좀 길긴 하지.”
얘는 사람 기분 가지고 롤러코스터를 태우네.
“뭐, 그렇다고 칩시다.”
실실 웃고 있는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인 걸까.
그런 날 보며 다슬이 피식피식 웃었다.
“좋아하는 거 보니까 괜히 말한 거 같네.”
“무르기 없는 거 알지?”
“아, 예.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단순히 몸 좋은 건 노력해서 만들 수 있지만 기럭지는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아이돌이면 대게 기럭지는 좋지 않나? 비율이 생명일 텐데.”
“그 비율 좋은 애들 중에서 몸 좋은 애들은 손에 꼽을 정도에요. 거기다 오빠처럼 두 개 다 확실하게 챙긴 애들은 손에 꼽아도 없어요. 외모 좀 괜찮다 싶으면 몸은비리비리하고. 몸 좀 좋다 싶으면 얼굴이 영 아니고.”
거기까지 말한 다슬이 고래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치 지금의 아이돌 세태에 대해 한탄하듯이.
“거기에 요즘 신인들은 노래마저 못 부르고. 어휴, 그냥 노답이에요, 노답. 예전에는 안 이랬는데.”
얘는 지가 무슨 연예계에서 일하는 사람인 것처럼 말하네.
아니면 실제로 관심이 많은 건가?
“다슬이 너아이돌에 관심이 많나 보네?”
슬쩍 떠보는 내 말에 순간 다슬의 눈이 번쩍 빛났다.
“관심이야 많았죠. 지금은 아니지만.”
“너 혹시 전에 콘서트나 팬미팅 같은데도 가고 했던 거 아니야?”
“그건 2년 전에 끊었어요.”
“끊기는 개뿔이. 무슨 담배냐?”
“후, 넌 이런 거 하지 마라…….”
감자튀김을 담배처럼 손가락으로 쥔 다슬이 후 하고 가상의 연기를 내뱉었다.
저 넉살, 이젠 어이없어 하는 것도 지치는군.
내가 반응이 없자 말없이 어깨를 으쓱이는 다슬.
그러고는 감자튀김을 입에 쏙 털어 넣었다.
“그거 알아요? 사실 아이돌 덕질이 담배보다 더해요.”
“말도 안 되는 소리.”
“진짜라니까요? 매일 좋아하는 아이돌 스케줄 체크하고 따라가고, 그러다가 괜히 혼자서 실망하면서 마음의 상처 받고……. 특히 돈 들어가는 게 장난 아니에요. 와, 생각해보니까 그 땐 진짜 미쳐 살았는데.”
거기까지 말한 다슬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마치 어렸을 적 추억에 빠진 듯한 모습이다.
이거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푹 빠져 살았나 보네.
‘대체 누굴좋아했길래.’
그보다 저 정도로 추억을 회상할 만큼 좋아했던 아이돌이누굴까 궁금할 지경이다.
역전세계니만큼 절대 같은 동성 아이돌을 좋아할 리는 없고.
그렇다면 남자 아이돌일 텐데.
허나 내가 그것을 묻기도 전에 말 많은 다슬은 곧바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래도 진짜 아깝다. 오빠 데뷔하면 진짜 덕질 제대로 할 자신 있었는데. 친구들한테 아이돌 친구 있다고 자랑도 하고.”
“아서라.”
“이참에 오빠 매니저로 취직하면?”
“안 한다니까.”
“만약에요, 만약에.”
“한대도 내가 너 매니저 시켜줄 거 같냐?”
“심지어 이미지 기획도 내가 옆에서 다 하는 거죠. 평소에는 무표정하게 시크한 분위기로 이미지 관리하다가 가끔씩 딱 웃어주고!”
“아예 내 말은 듣지도 않는구나…….”
“크, 거기서 또 여자 팬들 완전 미쳐서 날뛸 듯. 진짜 상상만 해도 지리겠다. 아, 진짜 아깝다!”
“…….”
망상을 시작한 다슬을 나는 그저 기가 막혀 바라볼 뿐이었다.
‘참 활력이 넘치네.’
어느새 아이돌의 미래에 대한 장광설을 시작하는 다슬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며, 나는 가만히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신이 나서 말을 할 때마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가 찰랑찰랑 흔들렸다.
‘이렇게 보니 꽤 예쁘기도 하고.’
주화연이나 최수민처럼 특출나게 뛰어난 미모를 지닌 건 아니다.
하지만 저 넘치는 활력 하나만큼은 그 어떤 여자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소위 말하는 비글녀라고 해야 할까?
이런 여자랑 사귄다면 적어도 지루할 틈은 없을 거 같긴 하다.
사귄다는 건 아니지만.
“그럼 이제 가 볼까요!마침 안주도 다 먹었고!”
내가 그리 상상하는 사이 어느새 그녀의 장광설이 모두 끝난 듯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다슬의 모습에 나는 상념에서 벗어나 주변을 살폈다.
테이블 위에는 절대 다 못 먹을 거라 생각했던 세 그릇의 튀김안주와 소주 네 병이 싹 비워져 있었다.
‘이걸 혼자 다 먹는다고?’
멀쩡해 보이는 다슬을 보며 나는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심지어 나는 한 그릇도다 못 먹을 만큼 양이 적지 않았는데.
거기에소주도 겨우 한 병만 마셨을 뿐이고.
얘는 위장이 무슨 강철이라도 되는 건가?
“오빠도 일어나요!”
“어?”
기가 막혀 멍하니 있는 내 곁으로 다슬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내 팔뚝을 확 잡아 억지로 나를 일으켜 세우는 게 아닌가.
“야, 야!”
“호들갑은. 빨리 일어나요.”
내가 황당해 하는 걸 아는 건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결국 기세에 못 이겨 나도 그녀를 따라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어딜 간다는 거지?
멍하니 있는다고 이야기도 제대로 못 들었는데?
“이야기도 나온 김에 한 번 감상해봐야지!”
“뭐? 뭘 감상한다는 건데?”
“아이돌 얘기도 나왔는데 울 오빠 노래 솜씨도 한 번 들어봐야죠! 노래방 고고!”
“아니, 잠깐……. 노래방?”
“계산은 제가 다 해 뒀어요~! 바로 갑시다아~!”
흥에 취해 덩실거리며 가게를 나서는다슬.
나는 그런 다슬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흐느적거리는 몸놀림…….’
역시 딱히 멀쩡하진 않았구나.
저건 백 퍼센트 취한 거다.
“아, 빨리 안 오고 뭐하세요~!”
“간다, 가…….”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재촉하는 다슬을 따라나섰다.
그래, 어디까지 가는지 한 번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