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1) (15/152)



〈 15화 〉3. 모델, 아이돌, 연예인(1)

학교도 제대로 졸업 못하고, 직장도 없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하던 비루한 인생.
허나 그것도 이제 끝이다.

“현수 씨, 시크하게 웃어 봐요. 아, 그 표정 좋아요. 포즈도 살짝 거만하게.”
“이렇게요?”
“그거 좋네요. 그럼 찍습니다.”

이곳 정조역전세계에서 나는 다시 태어났다.
심지어 잘난 얼굴과 잘난 몸매를 가지고.

“오케이, 이대로 갈게요!”

그럼 뭐 끝난 거다.

인생 뭐   있나?
쉽게 갈 수 있으면 쉽게 가는 거지.

지금의 나는 과거처럼 돈에 허덕이면서 굳이 어렵게  필요가 없다.

그저 생긴 것 하나만으로도 먹고 살  있는몸이 되었으니까.

로또 당첨은 무슨.
지금 내 인생이 로또 당첨 급인데.

“이번에는 다른  입고 해 봅시다.”
“아, 네.”
“진아야! 여기 현수 씨 옷 가져다 줘!”
“네에!”

원래 세계에서도 그랬지만, 여기도 마찬가지로 생긴  하나로 돈을 벌  있는 세상이다.
나를 치장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절로 입꼬리가 씰룩씰룩 올라가는  느껴진다.
그런 내 모습에 오히려 감동한 사진작가가 계속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 찰칵.

순식간에 셔터가 수십 번씩 찍히는 것을 보며  입꼬리는 완전히 승천하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덕분에 저는 잘 즐기고 있습니다.

'크, 살  난다.'

 게 인생이냐?

이게 인생이지 씨발.


***

“수고하셨어요. 현수 씨.”

두 시간 여의 촬영이 끝난 뒤 인사를 해 오는 스태프.
뭐, 스태프라고해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나까지 세 명에 불과했지만.

“진아 씨도요.”

사진을 찍으면서 몇 번이나 이름을 불렸던 여성에게 인사했다.

풀네임은 김진아.
나이는……. 아마 20대 초반이겠지.

화린이보다는 성숙하고 화연이보다는 어린 티가 난다.
느낌만으로 따진다면 최다슬과 비슷한 느낌?

키는 고등학생인 화린이보다도 더 작은 것 같긴 하다.
잘 쳐도 160은 되려나.

내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진아 씨가 출근 때 입고 온 내 옷을 가져왔다.

“여기 옷이요.”
“감사합니다.”
“갑자기 오자마자 촬영까지 하게 됐는데 너무 잘하셔서 깜짝 놀랐어요.”
“진아 씨가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언……. 아니, 대표님도 만족하신  같아요.”

그리 말한 진아가 작업을 몰두하고 있는 작가에게로 시선을던졌다.
자연스레 내 눈길도 그녀를 따라갔다.

참고로 진아를 포함해 방금 전 사진을 찍은 사람도 여성이다.
이름은 최수민.
현재 알바를 하게  회사 패션몰 ‘피버샵’의 대표이자 사진작가였다.

허나 지금의 나는 그런 그녀의 스펙보다 쫙  입은 정장과 아래로 묶어 길게 늘어뜨린 그녀의 머리에 더욱 눈이 갔다.

거기다 저 차가워 보이는 미모.
저 정도면 소설 등장인물인 주화연과도 비벼볼 만한 수준이다.

물론 느낌은 완전히 정 반대지만.

“두 사람  여기 좀  보세요.”

진지하게 사진을 보던 그녀가 우리를 향해 이리 오라는  손짓했다.

함께 다가가 보니 그녀가 바라보고 있는 컴퓨터 위로 방금 찍은 내 사진이 보였다.

음.
이렇게 각 잡고 찍으니 진짜 연예인 저리 가라네.

“어떻습니까?”

나를 바라보며 묻는 수민의 말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냥 솔직하게 대답하면 되려나?

“잘 나온  같은데요? 저야 아마추어라 잘 모르겠지만요.”
"그렇군요."

내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수민이 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애초에 별로 진지하게 듣고자 물은 건 아닌 듯했다.

아니, 이럴 거면 왜 물어본 거야. 그냥 예의상 물어본 건가?

“진아 네가 보기엔 어때?”

반면 나와는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수민이 진아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덩달아 진아가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어……. 이거 아직 보정 안 한 거죠? 필터 하나 없는  치곤 엄청  나왔는데요? 솔직히 바로 올려도 될 거 같은데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네? 어……. 제가 보기엔 일단 그렇달까요……?”
“그 외에는?”
“아, 여기 이 부분 있잖아요…….”

나를 뒤로 한 채 결과물을 보며 열띈 토론을시작하는 두 사람.
뭐, 토론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수민이 진아를 가르치는 모습에 가까웠지만.

'학교 선후배는 아닌 거 같고……. 그냥 친한 언니 동생 사이인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상상하며 나는 슬그머니 멀찍이 떨어진 의자로 가 앉았다.

내가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은 여전히 의견 조율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아니, 여긴 그거보단 이게 나을 거 같은데. 봐봐. 이러니까 훨씬 밝아 보이잖아.”
“아, 그러네요.”
“혹시 나 없을 땐 이런 식으로 적용해. 그게 그림이 사니까.”
“네, 언니.”

대화가 끝나기까지 나는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가만히 감상했다.

멀리서 보고 있자니 김진아의 경우에는 열심히 일을 배우는 기특한 이등병처럼 느껴지는 반면, 최수민의 경우에는 섹시한 커리어우먼의 기색이 확 드러났다.
어느 정도 이쪽 분야에서 일을 했던 건지 노련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자신의 일에 열심히, 그것도 잘 하는 여자란 저렇게도 섹시한 거구나.

특히 옆에 있는 수민의 경우가 말이지.

‘수치나 한  볼까.’

저 섹시한 자태를 보고 있자니 문득 그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 생각한 나는 두 사람을 보며 가볍게 양쪽 눈을 가렸다 떴다를 반복했다.

순간 머릿속으로 떠올랐다 사라지는 수치가 보인다.

음란도는 31, 호감도는 19.
진아 씨의 경우에는 미안하지만, 딱히 궁금하지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

수치를 보며 나는 작가가 이전에 보내준 설정들을 떠올렸다.

‘30이면 썸 타기 시작한 수치에 가깝다고 했었지.’

즉, 29라면 첫 만남에서 이성에게 느낄  있는 최대의 호감도인 셈이다.

사실 내 외모가 워낙 큰 보정을 받은지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웬만한 여성은 첫 만남에서 나에게 20이 넘는 호감도를 기록하곤 했다.
다시 말해 최수민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는 그저 나에 대한 적당한 호감을 가진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심지어 지금가지 만난 여성들 중에서도 가장 낮은 호감도 수치였으니까.

‘재밌겠는데?’

허나 나는 그런 최수민의 모습에 도리어 묘한 흥분을 느꼈다.

‘이러면 꽤나 공략하는 맛이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현재 수민이 보여주는 매력은 지금까지 본 여성들과는 다른 날카로움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점이 내 충동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었다.

오늘 처음 봤는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정복욕이 느껴지는 사람이다.

특히나 스타일이 내 이상형에 가깝다는 점에서 더더욱.

“죄송해요, 기다리셨죠?”

드디어 모든 검토를 끝낸 것일까.
마침내 확인을 마친 진아가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반면 수민은 여전히 컴퓨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들긴  내게 한 번 눈짓으로 인사를 할 뿐이었다.

‘기왕이면 수민이 말을 걸어주는 게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쉽긴 하지만, 그렇다고 괜히 껄떡대다가 일을 그르칠 수는 없는 법.
내색하지 않도록 나는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아닙니다. 어차피 일도 금방 끝났는걸요.”
“갑자기 촬영까지 하게 됐는데 오늘 너무 잘 하셨어요. 수고하셨어요.”
“그보다 벌써 끝난 건가요?”

의아하다는 듯이 묻는 내 말에 진아가 작게 웃었다.

“그거야 현수 씨가 워낙 잘하셔야 말이죠.”
“제가 한 거라곤  갈아입고 포즈 잡은 것뿐인데요.”
“그걸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단순히 외모만으로 할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그런가요.”
“네. 그래서 촬영만으로도  시간이 걸러요. 특히 초보자라면 더더욱.”

나는 애초에 모델 일이란 게 정확히 뭔지도 잘 모르고 있었는데.

너무 쉬웠는데 그조차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하니 되려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아니면 일부러 띄워준답시고 이런 얘길 하는 걸지도?

“사실 모델만 좋아도 감지덕지였는데 가르쳐준 걸 이렇게 금방 흡수하실 줄은 몰랐어요. 진짜 처음 하신 거 맞아요? 솔직히  믿기는데.”

그런 내 생각을 마치 읽기라도 한 마냥 진아가  한없이 띄워주기 시작했다.

뭐, 어떻든 간에 이렇게  봐주니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좀 부끄럽긴 하지만.

“진짜 처음 맞아요. 진아 씨가 친절하게 도와주신 덕분에  끝났나 보죠.”
“아니에요. 이건 무조건 현수 씨가 잘한 거에요.”
“아니, 역시 저보단 진아 씨의 도움이…….”

쑥스러운  손을 젓는 진아와 아니라며 다시 손을 내젓는 나.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한 바가 아니다.

현재 내가 바라보고 있는 대상은 눈앞의 귀여운 대학생과는 거리가 멀었으니까.

‘그보다 돈 벌러  자리에서 여자나 보는  인생이 레전드다…….’

전 같았으면이런 생각은 꿈에도 안 했을 텐데.
역시 주변 환경이 사람을 만드는 건가.

“아 참. 그러고 보니 고용계약서도 제대로  썼네요.”

대화를 나누던 진아가 깜빡했다는 듯 박수를 짝 쳤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제서야 나도 오늘 이곳에 들어왔을 때를 떠올렸다.

‘갑자기 번갯불에  구워먹듯 옷 갈아입힐 땐 뭔가 했는데.’

나는 이 회사에 오기 무섭게 거의 바로 촬영에 들어갔다.
내일 아침에 올라가게 될 물건이라 급하게 촬영을 해야 된다는 말과 함께.

그렇게 정신없이 촬영 삼매경에 빠졌던 게 방금까지의 상황.

덕분에 그녀가 말한 대로 나는 계약서조차 쓰지 못하고 촬영실에 들어가야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진짜 말도   정도로 급하게 움직였네.
뭐 이렇게 일처리를 해도되나 싶을 정도다.

“언니! 여기 현수 씨 고용계약서 쓰셔야 되는데?”
“알아.”

진아의 말에 수민이 기다렸다는 듯 프린터기로 용지를 꺼내 다가온다.
내심 두근거리며 나는 이쪽으로 다가오는 수민을 바라보았다.

마침내내 눈앞에 도달한 수민이 나를 보고는 한쪽 방을 가리켰다.

“그럼 안에서 얘기하시죠.”
“아, 예.”

아까 사진 찍을 땐 그렇게 열정적이더니 일이 끝나니 차분하네.
근데 그게 또 매력적으로 보인다.

‘침착하자.’

입을 털고 싶어 근질거리는 것을 꾹 참으며 나는 차분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방에 들어와 자리에 앉은 수민이 탁자에 종이를 내려놓았다.

“여기에 싸인하시면 됩니다.”
“네.”

흠, 편의점에서 일할 땐 이런 거 안 쓰는 경우가 더 많았는데.
일단 떼먹힐 걱정은 없겠군.

싸인을 마친 내가 고개를 들자 수민이 입을 열었다.

“이렇게 바로  처리가 끝날 줄은 생각도  했습니다. 현수 씨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우셨을 텐데. 정말 감사드립니다.”
“아니에요. 저도  받고 하는 일인 걸요 뭘.”
“흠, 하필 오늘 현수 씨가 오신  아쉽군요.”
“네?”
“원래는 여기도 꽤 북적북적합니다. 오늘은 애들이 대부분 지원을 나가서요. 아마 오늘이 아니었으면 현수 씨도  만한 사람들이 왔을지 모르겠군요.”
“아, 그러면 아쉬웠다는 게…….”
“물론 제 입장에서도 아쉽긴 합니다.”

수민의 말에 나는 잠시 혼란에 빠졌다.

뭘 이렇게 자꾸 생략해서 말을 한담.
자꾸 그러니까 나도 무슨 소린지 유추해야 되잖아.

‘그러니까 이 사람 말인 즉슨…….’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회사 규모가 더 큰 걸 구경시켜줄  있는 기회였는데, 그걸 못 보여준  아쉽다 이 말이겠지?

얼핏 봤을 땐 그렇게 크지 않은  같은데.
지원이 어쩌고 하는 걸 보니 의외로 꽤 큰 규모의 회사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제가 제대로 설명을  드렸군요.”

의아해하는 내 모습이 티가 났던 모양이다.
자리를 바로잡은 수민이 곧바로 나를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번 더 제 소개를 하죠. 저는  쇼핑몰 ‘피버샵’의 대표를 맡은 최수민이라고 합니다.”
“아, 네.”
“궁금하신 게 있으면 먼저 물어보시죠.”
“아, 마침 궁금했던 게……. 제가 받은 명함에는 '피버 에이전트'라고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여기 이름은 ‘피버샵’이던데. 조금 다른 건가요?”
“'피버 에이전트'는 저희의 위쪽 계열사입니다.”
“계열사요?”
“방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원을 받고 있지만 직접적인 터치는 하지 않는 관계라 해야 될까요.”

뭔가 복잡하게 진행되는 것 같은 얘기에 나는 입을 헤 벌렸다.

뭐야, 이게.
나는 그냥 아르바이트나 하러 왔을 뿐인데?

설마 진짜 어디 3류 회사에 들어온 건 아니겠지?
괜히 사기라도 당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런 내 모습에 수민이 이해한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아직 제대로 이해를 못하신 듯하군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사실 처음에 무슨 회사인지 정확히 알고 온 것도 아니라서.”
“음, 그럼 그거부터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현수 씨는‘피버 에이전트’가 무슨 회사인지는 알고 계십니까?”
“전에 검색해보니 무슨 홈쇼핑이나 CF 등에서 단역배우 같은 걸 쓰는 회사라고…….”
“맞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수민이 주변에 있던 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책자를 살펴보니 안에는 회사에 대한 설명을 비롯해 활동 중인 사람들  명의 프로필이 간략하게 적혀 있었다.
 안에는 나도 알고 있는 나름 인지도 있는 연예인도  명 보였다.

“보시다시피 단순 단역 외에도 실제 연예인인 사람도속해 있습니다.”

내가 책자를 살피는 와중 수민이 설명을 이어갔다.

“참고로 현수 씨에게 명함을 나눠주신  분도 피버 에이전트 소속 사람입니다. 사람이 급하게 필요한 탓에 저희 쪽으로 연락이 돌아온 거죠.”

그러니까 자회사와 모회사 간의 알바 돌려막기 같은 건가.

“그렇군요.”

그제서야 상황을 이해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연예인이 되고 싶다고 하고, 나중에 다시 전화할 때는 피팅모델을 구한다고 하고. 이상해서 검색을  보니 무슨 단역배우를 키우는 회사고.
이랬다저랬다 하길래 처음에는 사기가 아닌가 싶었다.
뭐, 적어도 겉으로 보기엔 기반이 탄탄해 보이는 회사길래 이렇게 직접 찾아오긴 했지만.

아무튼 살펴보니까 실제로도 나름 내실이 있는 회사는 맞는 듯해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솔직히 여기 오기까지도 조금 의심하고 있었으니까.

“저희는 ‘피버 에이전트’에서무명이거나 그다지 인기가 없는 신인 배우들을 모델로 쓰고 있습니다. 현수 씨처럼 저희 ‘피버샵’에서 알바를 하는 거죠.”

이어지는 수민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흠, 이건 잘 이해가  가는데.
배우를 하려는 사람들이 쇼핑몰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수민이 한결 풀어서 설명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렵게 생각하실  없습니다. 매니지먼트에서 신인들을 위한 용돈벌이로 만들어진 회사라 보시면 됩니다. 최근에 저를 대표로 해서  ‘피버샵’이 새로운 의류브랜드 겸 런칭을 앞둔 상황인지라.”
"아직 만들어진지 얼마  된 회사인가 보네요."
“사실 회사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입니다.”

그리 말한 수민이 부끄러운지 슬쩍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보니 방금 전에 분명아쉬울 수 있다고 했었지.
원래대로라면 나는 본사라  수 있는 ‘피버 에이전트’에서 발탁을 받은 거니까.

그러니까 여기로 온 내 입장이 아쉬운 거다, 대충 그렇게 이해하면 되겠지?

뭐, 결국은 여기도 연예쪽 회사랑 전혀 관련이 없다는  아니니까.

오히려 그게 나로서는 안심이다.
진짜 연예인이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건 아니니까.

“현수 씨가 어떻게 하시느냐에 따라 연예 관련 직종과 연관지어 일할 수 있습니다.”

허나 그런 내 생각을 모르는 수민은 반대로 내가 연예인을 하고 싶다고 여기에 찾아왔다 여기는 듯했다.

흠, 솔직히 그냥 얼굴로 적당히 용돈 버는 정도로만 생각해서  건데.
안 되면 말고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다가.

그렇다고 돈 벌러 왔는데 ‘이건 하기 싫으니까  할래요.’라고 할 순 없는 노릇이고…….

‘어쩌지. 그냥 한다고 할까? 그래도 너무 눈에 띄는 일은 사양하고 싶은데.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연예인도 뭐 얼굴만 보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흠…….
역시 전혀 모르겠네.

이쪽 분야는 전혀 모르는 어떻게 대답해야 될지 확신이  선다.

그런 수민을 향해 내가 뭐라 말을 해야 고민하는 사이.

“어떻습니까.”

멍해있는 나를 향해 수민이 재차 말했다.
예의 무심한 표정으로.

“저희 회사에서 일해보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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