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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2. Aqua Man(1) (10/152)



〈 10화 〉2. Aqua Man(1)

화연과의 동침 후 일주일.

 일주일 동안 나는 정조역전세계를 마음껏 만끽하고 있었다.

뭐, 마음껏 즐긴다고 하기에는  소소한 부분이었지만.

“안녕하세요.”
“와, 님 남자에요? 목소리 지린다.”
“헐 제가 캐리해 드림.”
“서포터 해도 되죠?”
“아, 아무거나 하세요, 아무거나. 하고 싶은  다 하세요~.”
“큭큭 미친.”

일단  소소한 점  하나,

바로 게임에서의 보이스챗이다.

이 세계에서는 남자만큼이나 여자들도 꽤나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세계의 남자는 실력에 비해패기가 다소 부족한 반면, 여자는 넘치는 활력으로 평균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었으니까.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 남녀 비율은 체감상 반반 정도.

실력적으로도 거의 반반에 가깝다.
실제로 여성 프로게이머와 남성 프로게이머가 같은 리그에 섞여 있는 경우는 흔히 볼  있었다.

다만, 역시 정조 역전 세계라는 걸까.
게임 상에서 남자라는 사실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여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뭐, 반면 남자들은 여우니 왕벌 같다느니 까대는 경우도 종종있긴 했지만.

“와, 오빠 진짜 잘하시네.”
“남자가 그것도 서포터로 캐리하는  첨 봄. 덜덜하네.”
“그거 차별발언인 거 아시죠? 캡쳐 하겠습니다.”
“헐.”

근데 솔직히 그걸 즐기는 입장이 되니까 그렇다.
이거 의외로 재밌거든.

“덕분에 낭낭하게 1승 챙기고 갑니다~.”
“수고하셨어요~.”

아무튼 그렇게훈훈한 분위기로 승리를 챙기고 종료.
고작 게임에서 입을 여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떠받들어 준다니, 여러모로 편리한 세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남자에 한해서지만.

살다 살다 거시기 달린 걸로 이득 보는 날이 올 줄이야.

“알바 갈 준비나 하자.”

컴퓨터를  나는 편의점 알바를 위한 준비를 서둘렀다.

사실 정조역전세계니 뭐니 해봤자  인생이 한순간에 180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오전에는 게임  하다가 평소대로 알바.
오후에는 취업 준비로 인한 면접.

여전히 쳇바퀴 돌아가는 인생.

그러나 전처럼지겹게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소소한 듯, 소소하지 않은 정조의 변화는 이런 쳇바퀴 같은 나날에도 내게 나름의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었으니까.

사실 로또라도 당첨되지 않는 한 지금 내 삶이 그리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도 그렇게 야망 있는 타입의 인간은 아니었으니까.

애초에 정조나 기타 자잘한 것들이 바뀐거지, 기본적으로는 능력주의인 세상이다.
오히려 남녀의 능력이 다소 균형이 맞춰지다 보니 세상도 조금 더 공정해진 느낌이 든다.
저번에 본 극X직업이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여자들도 탄광에서 일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기도 했고.

차별은 덜하고, 능력은  보상을 받는 세상이 됐다는 거다.

물론 더 건강한 사회가 됐다는 건 환영할 일이긴 하다.
하지만.

덕분에 능력도 의욕도 없는 내 취업은 한층  힘들어졌다는 거지.

“하아…….”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아르바이트나 하는 신세다.

세상은 더 좋아졌는데 어째 내 삶은 어째 더 팍팍해진 기분이다.
남들 열심히 공부할 때 실컷 놀았던 대가를 철저하게 치르는군.

‘쓸데없는 생각 말고 일이나 가자.’

대충 준비를끝낸 나는 편의점으로 향했다.

“어, 저기…….”
“죄송합니다. 급해서요.”

길을 걷다 보면 몇몇 여성들이 내게 말을 건네는 것도 여전하다.
허나 이제는 전보다 익숙해진 접근도 능숙하게 내칠 수 있었다.

이 세계로  지 10일도 채 안 되는 기간.

허나 나는 예전의 찐따에서 인싸(진)으로 신분이 급격하게 상승한 상태였다.
현실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말이다.

의외로 섹스  번 한 걸로 괜히 자신감이 생긴단 말이지.

‘이래서 여자 한 번 안아봐야 진짜 남자라느니 뭐니 하는 소리가 나오는 건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며 나는 편의점에 도착했다.

“왔어요, 오빠?”

편의점에 도착하니 내 전 시간대의 알바 최다슬이 환한 표정으로 나를 반긴다.
참고로 3일간 나는 최다슬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 상태.

그 결과, 현재 그녀와의 관계는 원래 세계와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아, 응. 고생했어.”
“넹. 오빠도 고생하세요~.”

인수인계를 마친 다슬이 활기차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는 떠나갔다.

첫날과 달리 다슬은 내게 필요 이상으로 들러붙는 일은 알아서 자제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부담스러워하는 걸 느꼈던 걸지도 모르겠다.

까똑!

[다슬] 방금 전에 얘기하는 거 깜빡했음! 오빠 노는날에 같이 술이나 한  하쉴?
[나] 음……. 봐서.
[다슬] 또 또 비싼 척 한다. 자꾸 그러면 음료수 안 사줄거임
[다슬] (대충 화를 내는 귀여운 새끼곰 그림)

뭐, 종종 톡으로 이렇게 먼저 인사를 건네기는 한다만.

나는 웃으며 적당히 답장을 보냈다.
그래도  정도면 허용 범위 이내다.

그도 그럴 게…….

까똑!

[화연] 뭐해?
[화연] 오늘 시간됨? 시간 되면……. 알지?
[화연] 나 이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ㅎㅎ 동생 때문에 조질 뻔하긴 했는데 잘 해결됨ㅎㅎㅎ
[화연] (대충 하트를 날리는 복숭아 그림)
[화연] 그러니까 오늘 우리 집에서 ㅍㅍㅅㅅ ㄱㄱㅆ?
[화연] 적어도  봤으면 대답이라도 좀…….
[화연] ㅜㅜ
[화연] (대충 울고 있는 토끼 그림)

이미 과하게 들이대는 여자가 한 명 있으니까 말이다.

까똑! 까똑!

내 무시에도 불구하고 연속으로 울리는 톡.

“으휴…….”

나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얘는 진짜 섹스에 미쳤나?’

3일 전 하룻밤을 보내고연락처를 교환한 뒤.

그렇게 헤어진 뒤로도 화연은 내게 쉴 새 없이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었다.

심지어 어제 잠시 만난 화연의 음란도를 확인한 결과 화연의 음란 수치는 70을 기어코 넘기고 있었다.
이 세계의 여자들 이 20에서 30정도이니 거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야설 속 첫 번째 히로인 아니랄까봐 성욕 하나는 진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솔직히 보정된 육체를 가진 나마저도 감당이 안 될 정도였으니까.

‘어제는 진짜 식겁했는데.’

문득  머릿속으로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렸다.

사건은 겨우 12간 전.
연락처를 교환한 뒤로, 톡으로 폭격을 하는 화연의 닦달에 이기지 못하고 나는 결국 자취 중인 그녀의 집을 찾아갔던 것이다.

뭐, 이때까지는 나도 조금 기대하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첫 경험도 성공적이었고, 달달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를 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럼 바로 하자!

나를 반갑게 맞이한 화연은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옷을 벗어던져 버렸다.
거짓말 안 하고, 진짜 현관문 닫자마자 옷을  앞에서 훌러덩 내팽개친 거다.

-이런 미친…….
-아, 왜애? 너도 하고 싶잖아?

나체가 되어 욕망에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화연의 모습은 지금도 쉽사리 잊혀지지 않는다.

그 날 화연의 모습은 본능에 미친 야수 그 자체였다.
솔직히 좀 쫄았을 정도로.

-언니 지금 현수 오빠랑 같이 있지?
-지금 언니 집 가ㅁ
-오빠 뭐하세요? 혹시 저희 언니랑 같이 있어요?

그런 화연의 폭주를 막아선 것은 다름 아닌 여동생인 화린이었다.
전부 꿰뚫고 있다는 듯 절묘한 타이밍에 온 톡에 나조차도 조금 놀랐을 정도였으니까.

당연히 어젯밤 광란의 섹스 파티를 하려던 화연의 계획은 그대로 흐지부지.

결국 우리는 그 날의 정사를 포기하고 작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 무너지는  같은  표정은 진짜…….’

그 날의 화연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였다.

몸 좋은 미녀가 나체로 절망해서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표정이라니, 돈 주고 구경하기도 힘든 광경이었으니까.
톡을 받던 순간 헐레벌떡 옷을 다시 주워 입던 화연의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뭐, 이렇게 말은 해도 섹스 외에도 나한테 여러모로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은 눈치이긴 하다.

다만 그 인상을 주는 방식이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엄청나게 강렬한 인상이긴 했어…….’

뭐, 나로서는 눈도장 제대로 찍긴 했으니까.
의도적은 아닐 테지만, 다르게 말하면 화연은 현재 성공적으로 나와의 관계를 쌓아가고 있는 거라 볼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작 당사자인 화연은 피눈물을 흘렸지만.

그렇게 내 머릿속 주제는 자연스레 화린에 대한 생각으로 넘어갔다.

‘자매라 그런지 집착하는 부분이 묘하게 비슷하단 말이야.’

뭐, 화린의 입장에서는 먼저 대시를 한 거니까.
언니한테 뺏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했던 거라 생각하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사실 화린이 아니었다면 3일간 진작에 몇 번은 더 화연과 그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 감사하다 싶을 정도다.

설마 나중엔 언니보다 나한테 더 집착하는 건 아닐까  무섭긴 하지만.

“…….”

으, 상상만 했는데 소름이 쫙 돋네.

무서운 생각 그만하고 그냥 일이나 하자.

딸랑.

“어서 오세요.”

문을 열고 손님이 오는 것을보며, 나는 한동안 편의점 알바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슬슬 지겨운 알바도 마무리할 시간.
나는 유리창 너머로 멍하니 바깥을 바라보았다.

아침에는 천천히 떠오르던 해는 어느새 중천에 떠 있었다.

딸랑.

“어서 오세요.”

편의점 문을 여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그곳에는 오전 동안 내 머릿속을 휩쓸었던 소녀가  있었다.
바로 주화린이었다.

“…….”

오랜만에 본 화린은 다소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도 직접 마주친 건 아니기에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보는 건 그 날 고기집에서  이후 처음이었다.
오히려 마주쳤다면 여러모로 곤란했겠지.

뭐, 그래도 나랑 화연이 그렇고 그런 사이인 건 아직 들키지 않았으니까.
여기서는 뻔뻔하게 나가자.

“안녕.”

나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오랜만이다. 최근에 잘 안 오더니.”
“네…….”
“오늘은 친구들 말고 혼자 왔네?”
“네, 뭐…….”
“아, 응. 그렇구나.”
“…….”
“…….”

어색하다.

뭐야 이 분위기.

설마 화연과 섹파인 걸 들킨 건가?
그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화연이라 해도 설마여동생한테 그런 얘기를 할 리가…….’

아니, 걔라면 자랑한답시고 얘기했을지도.
설마 아니겠지……?

내심 당황한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린은 편의점 입구에 우물쭈물 거리며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다행히 먼저 입을 연 쪽은 화린이었다.

“오빠.”
“응?”

갑자기 화린이 결심했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혹시 저희 언니랑…….”

꿀꺽.

거리가 좀 있음에도 목울대가 넘어가는 게 보인다.
들릴  없는 침 삼키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 뜸을 들이는 걸까.

한참 동안 말 없이나를 노려보던 것도 잠시.

“사귀는 사이인 건……. 아, 아니죠?”

그리 말한 화린이 눈을 질끈 감았다.
하기 싫지만 확인할 수밖에 없다는 듯이.

아니, 근데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화연이랑 사귄다고?

“화연이가 그래? 걔랑 나랑 사귄다고?”
“그런 건 아닌데……. 뭔가 달라졌다고 해야하나…….”
“달라졌다니 뭐가?”
“그, 분위기라든가…….”

아, 놀래라.
그냥 지레짐작이었구나.

자신없이 말하는 화린의 목소리에 나는 그제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그것을 깨닫는 것과 동시에.
내 마음속에서 슬슬 못된 버릇이 튀어나온다.

“너희 언니가 예쁘긴 하지.”

나는 조마조마하게 바라보는 화린을 마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사귀어도 괜찮을 거 같긴한데…….”
“네, 네에?”
“뭐, 성격도그리 나쁘진 않은  같고. 동생인 네가 봐도 그렇지 않아?”
“그, 그건.”

 생각 없이 말하자 화린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사라졌다.

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충격받은 얼굴인데.
화린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간절하게 나를 바리보았다.

“서, 설마……. 아니죠?”
“글쎄?”
“으윽……!”

내 말투가 장난스럽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걸까.
순식간에 화린의 눈가로 눈물이 아롱거렸다.

그런 화린의 모습에 도리어 당황한 것은  쪽이었다.

‘이걸 속는다고?’

아니, 이러면 장난친 게 미안해지잖아.

고등학생이라 감수성이 예민한가?
이거 까딱 장난 잘못 치다가는 진짜 울겠는데?

“농담이야, 농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화린을 보며 나는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나랑 화연이랑 그런 관계 아니니까 오해하지 마. 그냥 친구야 친구.”

아무리 그래도 여동생한테 섹파라고 할 순 없지.
화연도 동생한테  말은 안 한 것 같고, 일단은 그냥 친구인 걸로 해야겠다.

“정말요?”
“그래. 설마  지 얼마 됐다고 사귀겠어?”
“그, 그렇죠?”

그런 내 말에 화린이 다행이라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하아, 난 또…….”

고작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표정을 보여주는 화린.

거 참, 내가 뭐라고 저렇게까지 안도한담.

“설마 그  하려고 그렇게 긴장한 거야?”
“네? 아, 아니……. 그냥 물어본 거에요, 그냥!”

그냥 물어보기는.
입꼬리 들썩거리는  여기서도 다 보이는구만.

‘그러고보니 이거 완전히 어장질 아닌가.’

문득 좋아하는 래퍼의 노래  구절이 생각났다.

나는 한 마리의 생선이 아닌연인을 원해, 하지만 그런 너에게는 늘 누군가가 옆에 있어. 이럴수록 내 이미지를 위해선 쿨한 척 하는 게 최고…….

음,이렇게 보니까  정말 노래 가사 같은 삶을 살고 있구나.
그것도 고작 10일 만에.

“그러면……. 오빠 혹시 아르바이트 언제 쉬세요?”
“평일 알바니까 주말에쉬지. 왜?”
“그럼 혹시 내일 시간 되세요?”
“내일?”
“바쁘면 어쩔 수 없지만요…….”
“으음.”

방금 입꼬리가 살살 올라갔던 것이 무색하게 불안한 표정을 짓는 화린.
이번에는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대답할까.

“내일은 안 되고 일요일에는 될 거 같은데.”
“진짜요? 그럼 저, 저랑 같이 영화 보러 가지 않으실래요?”
“영화?”
“네. 친구한테 공짜로 받은 티켓이있어서…….”

거기가지 말한 화린이 힐끗 내 눈치를 살폈다.

“그, 혹시 바쁘시면…….”
“아냐, 아냐. 좋지.”

뭐, 애랑 영화 보는 것뿐이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마침 감수성이 풍부할 나이기도 하고.
뭐, 고등학생 때는 괜히 연상의 이성에게  보이고 싶은 게 있지 않은가.

‘나도 비슷했지.’

생각해보면 나 같은 경우에도 고등학생 때의 화린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진심으로 대학생 되는 여자들과 사귀는  바라지도 않았고 그냥 예쁜여자랑 영화나 같이 보면 좋겠다, 같은 순수한 생각들.
당시의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화린도 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는 거겠지.

지금의 느낌을 나이가 들어서도 아름답게 추억할  있으면 그걸로  거다.
그런 청춘시절 기억이 평생을 간다고 하니까.

‘뭐, 사실 학창시절 교실 섹스 같은 게 가장 청춘스러운 경험이긴  테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로까지 나갈 순 없지.
괜히 미성년자 건드렸다가 콩밥 먹을라.

뭐, 애초에 꼬마나 다름없는 애한테 흑심이 생길 리도 없고.

그리 생각한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영화 좋지.”
“지, 진짜요?!”

내 대답에 화린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나중에 물리기 없기에요!”
“안 그러니까 걱정 말고. 그래서  보러 갈 건데?”
“아, 이게 최근에 재밌다고 하더라고요. 뭐냐면…….”

기뻐서 총총걸음으로 다가오더니 핸드폰을 내밀며 설명을 시작하는 화린.

그런 화린을 나는 마치 아이를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런 소소한 걸로 기뻐해준다면야 얼마든지 어울려 줄  있지.
그건 좋은데…….

‘부디 니 언니처럼 크지만 말려무나…….’

음흉한 미소를 짓는 화연을 떠올리며 나는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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