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화 〉1.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8)
뱃속에서 느껴지는 이물감에 화연이 몸서리쳤다.
“후아아아…….”
나야 어떤 느낌인지 짐작도 안 되지만. 적어도 표정을 보아하니 아픈 건 아닌 모양이다.
첫 경험이라고 다 아픈 건 아닌 건가?
아니면 유별나게 밝히니까 안 아파하는 걸까?
여체에 대해 알 리가 없는 나로서는 그리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
”다, 다 들어갔다…….”
거기다 저 만족스러운표정을 봐라.
아픈 거고 나발이고 저건 완전히 승리자의 표정이다.
“후, 후후…….”
완전히 들어간 것을 확인한 화연이 작게 웃었다.
그 모습에는 일견 여유마저 느껴졌다.
“이걸로 나도 처녀 졸업이구나.”
중얼거리는 화연의 목소리에 순간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화연도 첫 경험인 만큼 현재 느끼는 감정은 지금의 나와는 별반 다르지 않은 듯했다.
응? 그런데 잠깐만.
왜 첫 경험인데 피가 한 방울도 안 나오지?
“너 처음 맞는 거지?”
“응?”
내 물음 화연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느냐는 듯이.
나는 의아해하는 화연을 향해 재차 물었다.
“너 처음 맞아?”
“응. 처음 맞는데?”
“근데 왜 피가 안 나와? 처녀막은 어디 가고?”
“무슨 소리야?”
내 물음에 화연이 도리어 나를 이상하다는 듯바라보았다.
“그런 건 진작에 자위로 처리했지.”
“엥?”
자위로 처리했다고?
그러니까 기구로 미리 없앴다 이건가?
정조역전세계는 원래 이런거야?
“흐음, 이런 데서 보면 너도 남자는 남자네."
황당해하는 내 모습에 드디어 건수를 잡았다 생각한 것일까.
화연이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생각해 봐. 첫날밤에 거기에서 피가 나오는 여자를. 어떨 거 같아?”
“음, 글쎄…….”
“글쎄라니. 완전 공포 영화잖아, 그거.”
“그, 그런가?”
“당연한 거 아냐? 남자라면 백이면 백 그런 상황에서기겁하고 도망칠 거라고.”
그, 그런 건가…….
정조역전세계 아니랄까봐 역시평범하지 않다.
아니 뭐,나도 처음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뭐, 원래 세계에서도 남자의 동정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긴 했다만.
그래도 처녀는 처녀막이라는실체가 존재하지 않나?
‘그리 생각하니 뭔가 이상한 거 같기도 하고……?’
으음, 잘 모르겠네.
단순히 정조가 뒤바뀌었으니 그런 거라고 납득해야 되는 건가?
“아니면 뭐……. 넌 그런 게 좋은 거야?”
내가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꽤 재밌게 느껴졌던 걸까.
어느새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화연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도 첫날밤이라면서? 그런 날에 피를 보고 싶었던 거야?”
“어차피 동정이란 것도 안 믿으면서 자꾸 얘기하는 건 무슨 심보냐.”
“그보다 너 그 정도로 특수한 성벽까지 가지고 있는 거였어? 네가 변태인 줄은 알았지만…….”
화연이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물론 장난이 가득 섞인 말투로.
이러다가는 괜한 오해를 사게 생겼는데…….
“그럴 리가 없잖아.”
당황한 나는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여자를 안은 채로 이런 변명을 해야 하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원.
“딱히 피 나오는 걸 기대하거나 한 게 아니라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니까 오해하지 마라.”
“어휴. 혹시나 그럴까봐 깜짝 놀랐네.”
내 말에 화연이 과장되게 숨을 후 내쉬었다.
“그 정도면 솔직히 나도감당 안 될 뻔.”
……이거 왠지 열 받네.
발끈한 내 모습이 어지간히도 재밌는 모양이다.
서로간에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화연이 깔깔 웃었다.
그래, 지금이야 웃고 있지.
어디 한 번 끝까지 웃을 수 있나 보자고.
“이제 움직여 줄래?”
드디어 화제가다시 섹스로 돌아왔다.
화연의 말에 나는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어디까지 그렇게 여유롭게 있을 수 있나 한 번 보자.
“아앙……!”
내가조금씩 허리를움직이자 화연의 목소리에서 달콤한 교성이 새어나왔다.
나는 그런 화연의 반응을 관찰하며 조심스레 움직였다.
과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약하지도 않은 움직임으로.
이렇게 처음에는 천천히, 아주 안달을 내는 거다.
1분 정도를 그렇게 움직였을까.
그런 내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조, 좀만 더 세게…….”
드디어 화연이 아쉽다는 듯 애원하기 시작했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나는 한층 더 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침대에 머물러있던 화연의 양 손이 점차 내 등에 안착했다.
“흐윽……!”
곧이어 점차 커지는 교성.
사르르 녹아내리는 목소리에는 이전의 장난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아무리 정조관념이 역전되어도 남녀간의 신체조건까지 바뀌진 않은 거겠지.
“아아앙! 아앙! 아, 조, 좋아!”
“괜찮아?”
“조, 조금 더 세게 해도 돼! 흐응!”
꽤 빠르게 움직인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한 모양이다.
좋다.
원한다면 더 빠르게 해 드려야지.
허리를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은 채 나는 몸을 슬쩍 일으켰다.
“흐아앙!”
동시에 화연의 몸도 천천히 올라왔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앉은 채로 서로를 끌어안은 상태가되었다.
“큿!”
이 자세로 있으니 생각보다 허리 움직임이 쉽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처음으로 신음소리가 나올 정도로.
피스톤 질을 하다 보니 저절로 화연의 쌔끈한 허벅지에 양 손이 올라갔다.
마찬가지로 내 등을 어루만지는 화연의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
“하앙! 으아앙!”
“크, 슬슬……!”
내 신호에 맞춰 화연의 몸도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첫 경험인데 서로 비슷하게 가는 것도 좋겠지.
그리 생각한 나는타이밍을 맞추고자 조금 더 스퍼트를 올렸다.
“윽!”
순간 등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얼마나 느꼈는지 내 등을 손톱으로 긁어버린 것이다.
허나 눈앞의 화연은 그조차 눈치 채지못한 듯 헐떡이며 쾌락에 집중할 뿐이었다.
“흐앗! 핫, 아앙!”
나를 할퀴었다는 것조차 모른 채 연신 신음을 내지르는 화연.
입을 헤 벌리며 풀어헤쳐진 화연의 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에 내 사정감도 한층 고조되었다.
“좋앗! 조, 좋아앗! 응앗! 흐아앙!”
“후우, 슬슬 나온다……!”
“하앙, 앙, 앙! 나도옷! 가, 간다……! 으으응……! 가, 가아앗!”
화연의 목소리와 함께 점차 머릿속이 하얘졌다.
곧이어 몰려오는 사정감과 함께 쾌락에 찌든 화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아아아앙!”
“크윽!”
울컥! 울컥!
동시에 절정에 이르는 나와 화연.
그와 함께 그녀의 음부로 내 정액이 점철되어가는 게 느껴졌다.
가슴 속깊은 만족감을 느끼면서나는 움직이던 허리를 멈추었다.
“후우우…….”
드디어 나도 동정 졸업이군.
정신을 차린 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화연을 바라보았다.
“하앗, 하앗…….”
금방 숨을 고른 나와는달리, 화연은 여전히 날 끌어안은 채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런 화연을 보던 나는 말없이 나는 천천히 내 육봉을 빼냈다.
주르륵.
오우, 애액 흘러내리는 거 봐.
진짜 존나 야하네.
“아아아…….”
이물질이 빠져나가는 감각과 함께 화연이 몸을 떨었다.
여전히 날 안은 채로 화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설마 벌써 지친 건가?
“괜찮아?”
나는 고개를 숙인 화연을 향해 물었다.
“하아아아…….”
허나 그런 내 물음에 대답할 정신도 없어 보이는 듯하다.
어딜 바라보는지 모를 마구 풀린 눈빛으로 화연이 작게 중얼거렸다.
“흐에에, 너무 좋아, 미쳤어어…….”
“너 괜찮은 거 맞지?”
“으응……. 한 번 더 하자아…….”
“나 참.”
아직 정신도 제대로 못 차렸으면서 또 하자는 말부터 하냐.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새어나온다.
하긴, 이 여자가 한 번 만에 끝내자고 할 리가 없지.
“그렇게 좋냐?”
“흐으……. 당연하지. 하아…….”
숨을 몰아쉰 화연이 드디어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작게 숨을 고르며 서로를 바라보던 것도 잠시.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향해 입을 맞추었다.
“하읍, 츄릅. 응하앗…….”
너무 길지도, 그렇다고 그리 짧지도 않은 딥 키스.
그렇게 수십 번 정도 서로의 혀를 탐하는 나와 화연.
짧은 듯 긴 듯한 딥키스가 끝난 뒤 우리는 다시 한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제야 슬슬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일까.
나를 바라보는 화연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뭐, 살짝 민망한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
서로 부끄럽지만 그것이 썩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는, 그런 분위기.
그속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화연이었다.
“저기……. 현수야.”
“왜?”
“한 번 더 할 수 있지……?”
“당연하지. 아직 끄떡없다. 안 느껴져?”
내가 아래로 시선을 던지자 화연이 내 것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우뚝 솟은 그것을 보며 나는 일부러 힘을 한 번 주었다.
움찔.
“와아.”
움찔 떨리는 내 육봉에 화연이 헉 하고 작게 감탄사를 냈다.
“너 진짜 쩐다……. 보통 남자들은 한 번도 겨우 한다는데…….”
“엥? 그래?”
설마 여기 남자들은 한 번이 보통인 건가?
그래도 일반적인 남자는 보통 한 번보다는 더 할 수 있지 않나?
애초에 나도 처음 하는 섹스라 원래 어떤지는 잘 모르겠다만…….
“저기.”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완전히 정신을 차린 화연이 말문을 이었다.
“이번엔 내가 위에서 할게. 괜찮지?”
“그러든가.”
내가 생각에 빠져 아무렇게나 대답하자 미소를 짓는 화연.
그러고는 내 몸을 폴짝 뛰어넘더니 어딘가로 손을 뻗었다.
나는 그런 화연의 행동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흐흐.”
협탁에 손을 뻗은 화연이 그것을 흔들며 아저씨 같이 웃었다.
그런 그녀의 손에 든 것은 바로 새 콘돔.
“바로 고고?”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늘어져 있던 거 맞아?
물론 소설 설정상 워낙 밝히는 애인 줄은 알고 있었다만.
그래도 막상 눈앞에서 그 욕망의 화신을 마주하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뭐, 이리 말하는 나도 사실 바라는 바긴 하지만.
“이리 줘.”
나는 화연에게 건네받은 콘돔을 교체한 뒤 그대로 자리에 누웠다.
그런 내 움직임에 맞춰 화연도 재빨리 내 위로 올라탔다.
“방금 쌌는데 아직도 튼튼하네.”
“할거면 빨리 하기나 해.”
“밝히기는.”
밝힌다니 누가 할 말인데!
그리 말할 틈도 없이 화연이 그대로 자신의 음부에 내 육봉을 맞췄다다.
“흐응…….”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반대가 된 체위.
위에 올라탄 자세로, 화연은 천천히 내 육봉을 자신의 음부에 받아들였다.
“하앗……!”
마침내 완벽히 들어간 것을 확인한 화연이 환하게 웃었다.
“하읏, 이거야앗……!”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며 해냈다는 듯 환희의 표정을 짓는 화연.
그야말로 악동 그 자체였다.
“크, 역시 여자가 위에서 하는 게 정석이지. 하윽, 이 정복감, 좋아앗……!”
“……방금 전 체위는 정상이 아닌 거냐?”
“응읏, 그야 첫 경험에 정상위는 좀, 하읏, 그렇지. 당연한 거 아냐? 으응.”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까 여기는 체위도 정상위가 정상위가 아니다 이건가……?
황당해하는 나를 내버려둔 채 화연이 말했다.
“너도 처음이라니까, 후으, 어쩔 수 없지. 흣, 네가 너무 변태니까, 읏, 내가, 이해하는 수밖에.”
“이게 누굴 진짜 변태로 알고…….”
“맞잖아?”
뭐, 변태 맞긴 한데…….
괜히 얘가 그러니까 화난단 말이지.
‘역시 안 되겠군.’
봐준답시고 쉬엄쉬엄 했던 건데 이러면 안 되지.
내 자지를 화나게 한 벌을 줘야겠어.
“흐응, 핫…….”
살살 내 것을 흔들면서 마음대로 느끼고 있는 화연.
그렇게 방심한 틈을타 나는 그대로 허리를 쑥 들어올렸다.
“흐아앗?!”
전조도 없이 확 들어오는 내 움직임에 화연의 허리가 홱 꺾였다.
동시에 화연의 음부로 애액이 뚝 뚝 떨어졌다.
“아, 안돼앳!”
순식간에풀려가는 화연의 동공.
내가 한 번 찌른 것만으로 절정해버린 모양이다.
그러니까 사람 놀리면 안 된다고 이년아.
“큭큭.”
낄낄거리며 웃는 날 보며 겨우 정신을 차린 화연이 울상을 지었다.
“흐으으윽……. 가, 갑자기 힘 주면 어떡해! 깜짝 놀랐잖아!”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으, 응?”
“아래에서도 얼마든지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뭐? 그게 무슨…….”
화연의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내가 다시 한 번 더 허리를 들어올린 것이다.
“응하앗!”
다시 한 번 절정을 맞이한 듯 몸을 부르르 떠는 화연.
알고는 있었지만 진짜 엄청 잘 느끼네.
물론 나도 이걸로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학, 안돼앳!”
그녀가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나는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쉼 없이 허리를 올렸다 내리는 내 움직임에 화연이 미친 듯이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계속 찌르며언! 아흐읏!”
대꾸조차 하지 못하고 하연은 그저 쾌락 속에서 헉헉거릴 뿐이었다.
그런 화연을 보고 있자니 입가에 미소가 지워지지 않는다.
앙앙대는 화연을 놀리듯 내가 툭 말문을 열었다.
“위에서 유린당하는 기분이 어때?”
“흐앙! 자, 잠깐! 스, 스토옵! 아아앙!계, 계속 가버리고 있는데엣!”
“응, 안 멈춰.”
“흐아아앙!”
이제는 우는 건지 느끼는 건지도 모를 소리를 내는 화연.
허리를 내지를 때마다 계속 몸이 들썩이며 애액을 내뿜는 게 벌써 몇 번은 가버린 모양이다.
결국 버티지 못한 하연의 상반신이 내 가슴으로 푹 쓰러졌다.
나는 그런 그녀의 엉덩이를 쥔 채 계속해서 움직일 따름이었다.
“하악, 하악, 앙! 어, 흐읏, 아아앙!”
“변태 아니랄까봐 당하면서도 몸은 솔직한데? 방금 말한 정복감인가 뭔가는 어디로 갔냐?”
“아, 아니, 흣……! 학, 누, 누가 누구한테……. 벼, 으으으응!”
“말도 제대로 못하면서 자존심 세우기는. 그냥 받아들여. 사실은 난 당하는 게 더 좋은 여자입니다, 하고.그럼 봐줄게.”
“이이익, 허, 헛소리!”
이까지 악물면서 대답하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분했나 보다.
솔직히 나도 꽤 힘들 정도로 움직이고 있는데 말이지.
“후, 끈질기긴!”
그렇다면 나도 사정 봐줄 필요 없지!
“흐앙! 안 돼앳! 거기잇! 깊어서엇!”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는 화연을 보며 나는 스퍼트를 올렸다.
더 이상 지체하면 나도 슬슬 위험하니.
“읏, 흐앙! 가고, 있는데엣! 또, 또 가앗!”
마지막으로 스퍼트를 내자 화연의 몸이 움찔움찔떨려왔다.
내가 마무리를 하는 와중에도 가버린 모양이다.
“자, 잠깐, 하악……! 조, 조금만 천천히……!”
마지막 힘을 짜내듯 화연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물론 나에게는 거의 귓속말 수준으로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뭐, 너무 괴롭히면 좀 불쌍하기도 하니 이 정도로 할까.
마지막으로 떠는 화연의 움직임에 맞춰 나도 타이밍을 맞췄다.
“온다, 온다앗! 가고 있는데엣, 또 가버려엇……!”
“크,나온다……!”
“흐아아아아아앙!”
전해지는 사정감과 함께 나는 두 번째로 정액을 내뿜었다.
뷰릇뷰릇!
콘돔 안에서 정액이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내가 움직임을 멈추자 몸에서 전해져오던 화연의 떨림도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했다.
“후앗, 흐히익…….”
가슴팍에 쓰러진 화연의 거친 숨소리가 내 젖꼭지를 살살 간지럽혔다.
완전히 맛이 간 듯 동공이 풀려 있는 모습이었다.
“하읏, 흐에에…….”
중간 중간에 전기라도 통한 듯 움찔움찔 몸을 떠는 화연.
나는 그런 화연을 안아든 채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복욕?
최소한 나도 이 정도로 만들 수 있는 다음에야 그런 소릴 꺼내라고.
***
그렇게 우리는 이후로도 한참 동안 정사를 나누었다.
사실 두 번 이후로 끝낼까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화연의 회복력은 가히 초인에 가까웠다.
막상 갈 때는 성대하게 가는 주제에 말이지.
물론 육체적으로 변화한 나도 겨우 두 번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고.
“으으…….”
모든 행위를 끝낸 화연이 분하다는 듯 이를 악 물었다.
이렇게 뿔이 난 이유는 별 거 없다.
대부분의 행위를 내가 주도했다는 것 때문이겠지.
“설마 싫었던 건 아니지?”
내 말에 화연이 나를 노려보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싫었던 건 아니지만.”
뭔가 분하지만 그래도 좋은 걸 부정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참 솔직한 여자라니까.
어쩌면 야한 짓에 관해서는 정말 미안해 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겨우 정신을 차린 화연이 기가 막히다는 듯 말했다.
"내 첫 경험이 너 같은 변태라니."
그리 말하며 나를 노려보던 화연이 침대 안으로 쏙 들어갔다.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화연이 얼굴만 빼끔 내미는 모습이 보였다.
이미 한참 뽑은 나조차도 그 모습은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보였다.
"좋았다면서?"
"이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거든? 뭐, 어떤 의미에서는 최고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변태일 줄은 생각도 못했어. 나도 성욕으로는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러냐.”
“당연하지!"
내 말에 화연이 상반신을 벌떡 일으켰다.
동시에 화연의 큰 가슴이 출렁거리며 흔들렸다.
"친구들 중에서도 야한 이야기만큼은 내가 최고였다고! 뭐, 이론적으로만 빠삭한 거였지만…….”
“괜한 걸로 승부욕은.”
“으……. 분하다. 다음엔 이렇게 안 끝낼 거야!”
“다음? 벌써 다음까지 생각한 거야?”
“어, 응?”
내 말에 화연이 순간 흠짓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더, 더 안 보게?”
“글쎄. 너 하는 거 봐서.”
“으읏…….”
일부러 정색하는 내 말에 심각한 표정을 짓는 화연.
그 모습에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뭐, 뭐야! 역시 농담이었구나!”
자신을 놀렸다는 것을 깨달은 화연의 표정이 기괴하게 비틀렸다.
뭐라 해야 되지?
섹스를 하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놀림받았다는 것에 화가 난그런 표정?
“뭘 벌써 다음부터 생각하고 그래.”
나는 화를 내야 될지 기뻐해야 될지 몰라하는 화연을 보며 말했다.
“당연히 나도 오늘 하루만으로 끝낼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아…….”
내 말을 확인한 화연이 환한 표정을 지었다.
“푸훗!”
그런 화연을 보며나는 다시 한 번 웃음을 터뜨렸다.
얘는 진짜 거짓말은 못 하겠네.
“웃지 마 쫌……! 그, 그런데……. 현수아.”
“응?”
뭐야, 갑자기 또 소심해졌네.
눈치를 살피는 화연을 보며 나는 가만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저, 저기 말이야.“
”괜찮아. 뭔데?“
”그러면우리 오늘부터……. 사귀는 거야?“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걸 제대로 안 정했구나.
나는 망설이는 화연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말했다.
“섹파로 지낼까?”
“그, 부담되면 친구에서부터……. 응?”
머뭇거며 말문을 이으려던 화연이 내 말에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잠시 그 말을 생각하던 화연이 놀라 소리쳤다.
“세, 섹파?!”
“뭘 그렇게 놀래. 예상했던 거 아니었어?”
“아, 아니, 나는 사귀는 게 아닐까 했는데…….”
“우리 오늘 처음 만났는데?”
그 말에 나를 바라보는 화연의 표정이 묘했다.
처음 만나서 섹파는 괜찮고? 딱 그런 표정.
하지만 그걸 물어볼 정도로 화연이 용기 있는 성격은 아니었다.
“으, 그게.”
우물거리면서도 채 입을 열지 못하는 화연.
나는 그런 화연을 향해 모른 척 되물었다.
“왜 그래? 싫어?”
“시, 싫은 건 아닌데……. 그게, 좀 더 건전한 관계로 시작하는 건 어떨까 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네.”
“진짠데…….”
“그러면 오늘부터 섹스는 쫑내는 걸로?”
“…….”
그 말에 화연이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나는 그런 화연을 보며 피식 웃었다.
“너도 그건 싫지?”
“아니……. 하아, 됐어. 기대한 내가 바보지.”
“뭘 기대한 건데?”
“……역시 변태는 변태구나.”
“그런 건 안 들리게 말하는 게 예의 아니냐?”
“들으라고 말한 거거든.”
입을 쭉 내민 화연이 이불을 확 덮었다.
거 참, 삐지는 건 여기나 원래 세계나 공통인 거냐.
“잘 자.”
그러면서도 저렇게 인사해주는 게 참 착한 애란 말이지.
“너도 잘 자.”
피식 웃은 나도 이불을 덮으며 눈을 감았다.
곧이어 허리춤으로 슬며시 다가오는 자그마한 손가락.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느낀 나는 슬며시 그녀의 손을 잡아 꽉지를 꼈다.
“……힛.”
만족스러운 듯 작게 미소를 짓는 목소리.
그 목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는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