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화 〉1.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6)
도대체 어쩌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걸까.
화연은 지금의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얼떨떨한 기분으로 화연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자신이 있는 이곳은 대학로 주변.
참고로 대학생과 술의 관계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고로 대학로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술집이 즐비해 있었다.
더불어 현재 시각은 밤 12시 20분.
그야말로 거리는 퇴폐적인 분위기를 한껏 뿌리고 있었다.
저 멀리서 반짝이는 각종 네온사인.
전봇대에 기대어 취한 몸을 가누며 깔깔거리는 대학생 무리들.
어디선가 울려 퍼지는 보이그룹의 노랫소리.
어지러운 머릿속만큼이나 정신없는 주변 환경은 화연에게 정상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물며 술도 적지 않게 마신 상태가 아닌가.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정말 나랑 하룻밤을 자려는 거야?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설마 꽃뱀인가?’
그럼에도 화연은 생각했다.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잘생긴 남자가 처녀를 떼 준단다.
여자 손 한 번 제대로 잡아본 적 없는, 딱 봐도 숙맥인 자신에게.
이건 행운을 넘어서서 의심을 해야 될 지경이 아닌가.
오히려 의심하지 않는 게 바보였다.
‘단순히 섹스를 좋아하는 걸레인 걸지도 몰라.’
그렇게 희망적으로 생각하는 한편.
‘하지만 저렇게 잘생긴 남자가? 그것도 굳이 나랑?’
한없이 낮은 자존감이 그것을 거부한다.
‘으아아, 모르겠다……!’
물론 그렇게 머릿속에서 이성과 본능이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결국은 이렇게 따라가고 있다.
화연이 얼마나 남자와의 동침을 바라고 있는지 짐작할 수있는 대목이다.
“응?”
그 순간 현수와 눈이 마주쳤다.
으, 설마.
힐끔힐끔 보던 게 티가 났나……?
“왜?”
“아, 아니…….”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현수의 모습.
화연은 그런 현수의 모습을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똑한 콧날, 잡티 하나 없는 피부, 오밤중에도맑게 빛나는 눈동자.
그야말로 모델이라 해도 믿을 외모의 소유자다.
심지어 걱정스레 건네는 목소리마저도 맑다.
자신의 인생에서는 한 번도 연이 없었던, 봐도 봐도 기가 막힐 정도의 미남이었다.
물론 몸매는 말할 것도 없다.
이미 화장실에서 스캔을 끝마친 지 오래였으니.
'거기다 성격도 좋고.'
그런 와중에 성격은 일반적인 여자들 못지않게 털털하고.
‘뭐야, 이거? 소설도 이것보단 개연성 있겠다.’
그렇기에 화연으로서는 지금의 상황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화연은 살면서 이렇게여자에게 맞춰주는 남자가 있을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으니까.
‘뭐, 애초에 지금껏 만난 남자 자체가 없긴 했지만…….’
그럼에도 눈앞의 현수가 일반적인 남자가 아니란 건 둔감한 자신이라도 알 수 있었다.
여자를 홀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존재가 있다면 눈앞의 사내가 아닐까.
그런 생각마저 들 정도다.
‘이런 남자가 왜 도대체 나를…….’
그렇기에 화연은 쉽사리 이해할수 없었다.
뭐, 화린이 그 녀석이야 거리낌 없는 성격이니 백 번 양보해서 그건 그렇다 칠 수도 있다.
걔 성격상 앞뒤 안 가리고 들이대서 어떻게 약속까지 잡았을 수야 있겠지.
하지만 도대체 이런 남자가 뭐가 아쉬워서 찐따나 다름없는나를 선택한 걸까?
심지어 왜 나 같은 여자와 하룻밤을 하려는 거지?
저런 성격과 미모라면 굳이 나 말고도 얼마든지 여자를 만날 수 있을 텐데?
“괜찮아? 얼굴이 많이 빨간데. 어지러워서 그래?”
지금 자신이 얼마나 당황하고 있는 줄은 아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화연은사내가 무슨 생각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좀 쉬다 갈래?”
“자, 잠깐만.”
으, 안 돼.
더 이상은 한계다.
화연은 마지막 남은 자신의 이성을 끌어 모았다.
‘지, 진정해. 정신 차리자 주화연.’
만약 꽃뱀이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여기서 홀리면 진짜 탈탈 털릴지도 모른다.
혹여나 신고라도 하면 그대로 내인생은 끝이라고!
“후우우…….”
한 번 심호흡까지 하니 조금씩 흥분했던 가슴이 가라앉는 게 느껴진다.
화연은 꼭 쥐고 있던 현수의 손에서 살그머니 빠져나왔다.
사실은 놓고 싶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허락해서는 안 된다.
적어도 아직은.
“…….”
자신이 손을 빼는 동안에도 눈앞의 미남은 가만히 그 행동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런 현수의 모습에 화연은 조금이나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말해야 돼.
여기서 무조건 말해야 돼!
“이 상황에서 이런 말하면 좀 깰 수도 있는데……. 그, 그래도 물어볼게.”
결심한 태도에 눈앞의 사내도 느끼는 바가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현수 앞에서 화연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뭐든지.”
“저, 지금 내 말이 실례일 수도 있는데…….”
한참을 머뭇거리던 화연은 기어코 참고 참았던 말을 내뱉었다.
“너 혹시 꽃뱀은……. 아니지?”
그 말에 현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순간적으로 이해를 못한 눈치였다.
시간이 멈춘 듯한 착각 속.
화연은 직감했다.
‘망했다.’
망했구나.
내 처녀를 뗄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기회였는데.
그걸 이렇게떠나보내는 거구나.
‘으, 역시 이건 아니었나……!’
가슴 속에 납덩어리가 쿵 하고 떨어진 듯한 절망감.
‘주화연! 이 병신 머저리!’
화연은 이 자리에서 몸부림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물론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지만.
‘솔직히 저런 남자라면 꽃뱀이라도 상관없을 수도 있잖아! 너 살면서 언제 저런 남자랑 해 보겠어! 그러면 차라리 눈 딱 한 번 감고 해도 됐을지 모르는데! 넌 지금 인생 최고의 기회를 스스로 내다 버린 거라고!’
어떻게든 수습할 말은 찾아야 한다.
혼란 속에서도 화연은 이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어떻게든 말문을 열고자 했다.
“저, 저기 그러니까 내 말은…….”
허나 절망에 빠진 화연이 뭐라 내뱉을 새도 없이.
“푸하하하하하!”
눈앞의 사내는 웃겨 죽겠다는 듯 빵 터져 있었다.
“크흐흑……. 푸흡! 푸하하하하! 아하하하!”
심지어는 아예 고개까지 숙이며 끅끅대고 있는 게 아닌가?
화연은 그런 현수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저, 저기요?”
“큭, 푸흐흐흐……. 대박이다 너.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던 거였어?”
“어, 어?”
“그보다 꽃뱀이라니. 이야,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다.설마 내가 그런 취급을 받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네. 이거 진짜 신선한데?”
영문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는 수현 앞에서 화연은 그저 입을 헤 벌리며 지켜볼 뿐이었다.
한참 만에 겨우 웃음을 그친 현수가 끅끅거리며 대답했다.
“나 꽃뱀 아냐. 그냥 너랑 자고 싶을 뿐인걸.”
“어? 진……. 짜지?”
“진짜야. 뭐 요구할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해.”
“화,확실한 거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몇 번이고 묻는다.
그것이 웃겼는지 눈앞의 사내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해. 뭣하면영상으로 증거라도 남겨주고.”
“아, 아니 뭐, 그렇게까지는 안 해줘도 되지만…….”
“여태까지 그거 때문에 그렇게 끙끙댄 거야?”
“그, 그야 당연하지.”
일단은……. 세이프인가?
이 반응이라면 괜찮다는 거겠지?
고비를 한 꺼풀 넘기니 더듬거리던 혀가 조금씩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느낌이다.
전보다 또박또박해진 발음으로 화연이 말했다.
“애초에 이상하잖아. 나는 이렇게 옷도 후줄근하게 입고 왔는데. 그런데 갑자기 너 같은 미남이 처녀를떼 준다고 하니까…….”
“뭐 어때. 나도 처음인데.”
“……어?”
연이은 충격 발언에 화연의 혀는 다시 한 번 굳고야 말았다.
“노, 농담이지?”
이런 남자가 스물여섯이 되도록 여자 한 번 안 사귀어 봤다고?
화연은 쉽사리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농담 아닌데. 뭐믿고 말고는 네 자유지만.”
일부러 순결한 척 내숭 떠는 건가. 화연으로서는 그리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말이 안 되는 일이었으니까.
‘동정빗치라니…….’
문득 오타쿠 친구가 음습하게 말한 단어 하나가 딱 떠올랐다.
그래, 동정빗치.
딱 그 말이 어울리는 남자다.
근데 이건 만화가 아니라 현실인데……?
“이제 궁금한 건 다 해소됐냐?”
“음, 어어, 뭐……. 일단은.”
“그래. 꽤 진정된 모양이네.”
그리 말한 현수가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화연도 그런 현수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머리 위로 반짝반짝 빛나는 모텔의 간판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들어갈까.”
그리 말하며 미소를 짓는 사내, 현수의 표정은 참으로 매혹적이었다.
***
처음에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줄 알았다.
적어도 소설 속에서 본 화연은 이렇게까지 소심한 여자는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순순히 모텔로 가는 자신을 따라와 준다.
그런 화연의 태도가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 참.”
물론 그것도 방금 전까지의 일.
대화를 나누고 나니 왜 그토록 화연이 망설였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진짜 웃겨 죽겠네.”
침대에 누운 지금에 와서도 피식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꽃뱀이라니, 설마 그런 말을 들으리라곤 상상이나 했겠는가.
누가 정조역전세계 아니랄까봐.
“그보다 빨리 안 나오고 뭐 하는 거야.”
어느새 모텔 방을 잡은 나는 샤워를 미리 끝내고 화연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사실 여기까지 오기에도 또 이런 저런 일들이 있었다.
나는 방금모텔로 들어오기 전 화연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숙박비는 내가 낼게. 고기는 네가 샀으니까.
-뭐? 야, 하룻밤이면 5만원 돈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어?
-그냥 더치하자. 그게 나도 맘 편해.
-아, 아냐! 내가 낼게!
-됐다니까. 5만원이 작은 돈도 아니고.
-그, 그치만……. 으, 쪽팔리게…….
-뭐가 쪽팔려?
-이, 이런 건 원래 여자가 내는 거라고오……!
정조 관념이 바뀐 탓일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오히려 남성……. 아니,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물론 나는 한사코 거절하고 더치페이를 했다.
대실도 아니고 하루 숙박할 건데, 아무리 그래도 고기집에서 고기 한 번 먹는 것과는 가격이 차원이 다르지.
‘그냥 모른 척 할 껄 그랬나.’
방금 전 봤던 그 수치스러워 하는 화연을 생각하면 그게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싶기도 하고.
정조 관념이 바뀌어서 그런가 이런 부분도 확실히 다르긴 다른가 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낼 건 내야지.’
내 입장에서는 또 다르거든.
정조역전세계니 화연 입장에서는 그녀가 나를 잡아먹는다는 느낌일 테지만, 원래 세계의 감각이 있는 나한테는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즉, 내 입장에서는 내가 화연을 따먹는 거지.
화연이 나를 먹는 게 아니다 이 말이다.
그리고 덥석 돈만 쓰게 하면 진짜 꽃뱀 같기도 하고.
“기다렸지?”
오, 드디어 나온 건가.
‘긴장되네…….’
화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심장이 뛰는 게 느껴진다.
워낙 화연이 허둥대서 잠시 풀어졌긴 했다만, 사실 나도 처음인 건 마찬가지였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고개를 홱 돌렸다.
그리고 그런 내 기대감이 실망감에 물드는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휴…….”
목욕 타월이라도 걸친 모습을 상상한 내 기대가 와르르 무너진다.
아예 숨길 기색도 없이 당당하게 나체로 서 있는 화연의 모습이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몸매는 훌륭하긴 하다만…….’
뭐라고 해야 돨까.
내가 기대했던 여성 특유의 부끄러움이라고 해야 될까?
그런 게 전혀 없어 보인다.
그 덕분에 충분히 매력적인 몸매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그다지 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은꼴이 진짜 꼴림의 미학인데 그걸 모르네.
“왜, 왜? 나 뭐 잘못했어?”
한숨을 쉬는 내 모습에 화연이 당황한 듯 자신을 몸을 확인했다.
물론 그녀의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훌륭한 몸매다.
허나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그런 게 아니란 말이지…….
물론 저게 이 세계에서의 정상적인 반응임은 안다.
오히려 이 세계에서는 여자가 쑥스러워 하는 것이야말로 말이 안 될 테니까.
이해는 한다. 이해는 하지만…….
나도 처음인데 이런 건 좀 기대하면 안 되냐 이거지…….
“아니……. 아무것도 아냐.”
실망감을 감추며 내뱉는 내 목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나체를 숨길 생각도 터벅터벅 다가온 화연이 말했다.
“너 뭔가 불만인 거 같은데, 나, 나도 이런 거 처음이거든? 잘못한 게있으면 말해달라고. 너처럼 익숙하지 않으니까.”
“잘못한 거 없어. 그리고 나도 처음이라니까.”
“거짓말.”
코웃음을 친 화연이 가운을 입고 있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뭐, 됐어. 그보다……. 해도 되지?”
나를 바라보는 화연의 눈빛에서 욕망이 번들거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나체를 드러낸 채 저런 말이라니, 그 모습에 색기라곤 정말 요만큼도 없다.
뭐, 전보다 긴장은 좀 풀린 모양이지만.
이럴 거면 차라리 아까처럼 좀 긴장한 게 나았을 거 같기도 하고.
‘……더 생각해서 뭐해.’
무드 챙기는 건 포기하는 수밖에.
반쯤 포기한 나는 화연을 향해 양팔을 벌렸다.
“그래. 오라고.”
“그, 그럼 벗긴다?”
화연이 거칠게 내 목욕타월을 벗어던졌다.
그야말로 망설임이라곤 하나도 없는 거친 손놀림.
“으흐흐흐…….”
거 웃음소리 한 번 경박하네.
“남자 몸은 좋네. 탄탄하고…….”
나체가 된 내 가슴팍을 쓰다듬으며 화연의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 모습은 마치 원래 세계의 남자가 성욕에 자신을 놓아버린 것을 연상케 했다.
질세라 나도 그런 화연의 아래를 힐끗 바라보았다.
‘애무도 안 했는데벌써 젖었네.’
이미 그녀의 아랫도리에서는 애액이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남자로 치면 쿠퍼액이 새어나오는 건가.
그러난사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건 화연이었다.
“얍!”
내 가슴을 쓰다듬던 화연이와락 덮치듯이 화연이 나를 깔아뭉겠다.
침대에걸터앉은 채로 있던 나는 저항하지않고 그대로 쓰러졌다.
“후후.”
나를 내려다보는 화연의 얼굴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뭔가 사악해 보이기도 하는 웃음이다.
저건 일종의 정복욕 같은 걸까.
가만히 나를 바라보던 화연의 얼굴이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빠,빨아도 돼?”
“마음대로.”
허락을 듣기 무섭게 그녀가 내 젖꼭지를 혀로 애무하기 시작했다.
“츄릅, 츄읍…….”
오, 오우야…….
간지러우면서도 묘하게 기분이 좋은데……?
기분 좋은 느낌과 함께 점차 젖꼭지 부분이 흥건히 젖어간다.
미친 듯이 내 가슴을 핥는 화연 덕분에 슬슬 내 아랫도리에서도 피가 몰리기 시작했다.
빳빳해진 내 그것을 밀착한 화연도 느낀 것일까.
“엇.”
내게 밀착한 채 있던 화연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잠시 나와 눈이 마주친 화연이 씨익 웃었다.
“우후후…….”
그 놈의 아저씨마냥 웃는 거 좀 어떻게 안 되나.
저 음습한 웃음소리를 들으니 막 일어나려던 자식마저 가라앉는 기분이다.
설마 여기 여자들은 다 이런 걸까,
아니면 화연이 유독 특이한 걸까.
‘……아니겠지.’
후자이리라 믿는다. 음란도 69의 여자니까.
그 정도 수치면 거의 이 세계에서도 어디 가서 변태란 소리 들을 만큼 엄청난 수치다.
그러니까 얘가 분명 특이한 걸 꺼다.
그렇고 말고.
“고개 들어.”
내 말에 미친 듯이 가슴을 핥던 화연이 번뜩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칠 내가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으읍!”
뭔가 불만족스러운 건지 화연이 살짝 미간을 찌푸린다.
아직 내 가슴을 핥는 게 더 좋았던 걸까.
심지어 살짝 반항하기라도 하려는 듯 팔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나도 놔줄 생각은 없단 말이지.
“읍!”
나는 화연이 고개를 떼기도 전에 입술을 확 집어넣었다.
물론 뗄 수 없도록 양 어깨를 확 붙잡은 채.
아무리 성욕이 넘친다지만 그래도 결국 남자인 내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일단 이 세계는 서로간의 힘까지 역전된 건 아니었으니.
“츕……. 하읍, 츄릅…….”
이쯤 되자 화연도 더 이상 거부할 생각은듯했다.
포기한 듯 화연의 양팔에도 힘이 빠졌다.
어느새 방 안에는 그녀와 내 타액이 뒤섞이는 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응하앗, 하읍…….”
내 움직임에 맞춰 그녀의 혀가 이리저리 내 입 안을 유린했다.
먹이를 잡아먹는 뱀의 혀에 닿는다면 이런 느낌일까.
짐승처럼 맹렬히 내 혀를 탐하는 화연의 욕망에 따라 나도 거칠게 혀를 움직였다.
“푸하앗!”
결국 먼저 백기를 든 건 화연이었다.
숨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드는 화연을 보며 나는 작게 웃었다.
“하앗, 하아…….”
“두 번째 키스는 어때?”
"두 번째?"
"아까 화장실에서 했으니까 두 번째지."
“아……. 그런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화연이 다시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너 진짜 처음 맞아? 역시 거짓말이지?”
“거 참 사람 말 못 믿으시네.”
“믿을 소릴 해야 내가 믿지.”
이젠 완전히 긴장이 풀린 모양이군.
기가 막혀하는 화연을 올려다보던 나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꺄악!”
오, 드디어 여자다운 비명도 지르는구나.
어느새 자세가 역전되어 아래롤 깔린 화연의 모습을 보며 나는 소소한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아래에 깔린 화연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것도 꽤 나쁘지 않은걸.
“왜?”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복수하듯이 씩 웃었다.
그런 내 모습에 화연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니.”
화연이 복잡한 시선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뭔가 우리 좀 바뀐 거 같지 않아?”
“바뀌다니 뭐가?”
“그러니까 남녀의 역할이 좀……. 아니, 딱 정해진 게 있단 건 아니지만…….”
“뭔 소린지 잘 모르겠네. 그보다 이젠 내가 해도 되지?”
“자, 잠깐만!”
내 움직임에 화연이 제지하고자 손을 드는 게 보인다.
마치 자신이 어떻게든 주도권을 잡겠다는 듯이.
하지만 이미 늦었다.
내 손길은 이미 그녀의 풍만한 가슴으로 향해 있었으니까.
“아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