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화 〉프롤로그
오늘도 취업은 실패다.
이걸로 도대체 몇 번째일까.
“하아…….”
집으로 돌아오기 무섭게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양복 재킷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
그 상태로 나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으어어.”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욱 격렬하게 빈둥거리고 싶었다.
“그 대머리 면접관 새끼…….”
대 자로 뻗은 채 나는 오늘 면접시간에 본 면접관의 얼굴을 떠올렸다.
압박면접이니 뭐니 하면서 사람 면박을 제대로 줬지.
“인생…….”
머릿속으로 온갖 쌍욕을 생각하고 있자니 괜히 허무해지는 기분이다.
고작 이 정도로 풀이 죽어서야 언제 취업이나 하게 될지 모르겠군.
“그냥 복학이나 할까.”
어차피 취업도 안되는 국문과에 간 게 이렇게 후회될 줄은 몰랐다.
졸업이나 하면 좀 달라질까?
아니, 안 달라지겠지…….
“하아.”
기운이 빠진 나는 옷을 갈아입지도 않고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최근에 즐겨보는 웹소설이나 볼까 해서다.
“오, 오늘은 좀 일찍 올라왔네.”
평소와 다르게 빠르게 올라온 연재분에 입꼬리가 씰룩 올라갔다.
최근에 내가 빠진 소설은 19금 소설.
즉 야설이다.
“크. 지린다.”
방금 전까지 우울했던 기분도 잠시.
글을 읽는 순간 짜릿한 흥분감이 머릿속으로 차올랐다.
일반적인 야설과 대조되는 부분, 그것은 바로 지금 읽는 이 소설 속 세계관의 정조관념이 역전된 세계라는 것이었다.
주인공은 그런 ‘정조역전세계’라는 특이한 세계관 속에서 난봉꾼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아무렴 야설인데 주인공이 고자여서 쓰나.
당연히 주인공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정조가 뒤바뀐 것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평소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만 보던 나는 최근 들어 이 특이한 소설에 완전히 빠져들어 있었다.
뭐, 댓글에서는 흔한 설정이니 뭐니 하는데…….
나야 애초에 야설을 보는 게 이게 거의 처음이니까.
내 입장에서는 신선하다 못해 충격적인소재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내가 오늘자 연재분을 모두읽는 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 읽었네.”
순식간에 한 편을 읽은 나는 다시 몸을 푹 뉘였다.
으, 감질나 죽겠네.
“정조가 역전된 세계라…….”
문득 내가 살던 세계가 정조역전세계로 변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대학생 때 고백했다가 그렇게 무참하게 깨질 일은 없었겠지.
“에이 씨…….”
하, 왜 또 우울한 생각이냐.
“그냥 잠이나 자자.”
핸드폰 알람을 맞춘 나는 씻을 생각도 하지 않고 눈을 감았다.
적어도 양치질은 하고 자야 되는데.
“하루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내 몸은 본능에 충실했다.
슬슬 의식이 멀어져가는 느낌과 함께 나는 잠에 빠져들었다.
그것이 이 세계와의 마지막이라는 것도 모른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