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8화 〉 종속, 오노르
* * *
나는 시란느를 불렀다.
시란느는 본질을 느낄 줄 몰랐다. 슬프게도 오노르에게 다가갈수록 이성과는 별개로 감성으로 긴장해버렸다.
시란느와 오노르가 헤어진 시간은 서로의 피부를 남으로 여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나의 등에 붙어.”
직접 접촉했다가는 시란느의 감성적인 긴장이 경계로 이어져, 오노르에게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차라리, 시란느에게는 나의 몸이 나았다.
자신을 허덕이게 하고, 쾌락에 몸부림치게 하고, 차지해버린 내가 시란느에게 이해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등에 닿는 작은 온기.
거친 전장이기에 정치에서 패배하면 생존이 위험한 곳에서 싸우는 이이기에 잊고 있었지만, 시란느의 손은 작았다.
수분이 가득한 공간. 헤스티와 네리미아가 만든 물의 영역은 나에게도 힘든 공간이 아니었다.
다만, 서늘했다.
서늘한 공간에 등에 닿는 작은 손의 온기는 시란느가 품고 있는 두려움까지 비쳐져, 작고 약한 것 특유의 애틋함까지 느껴졌다.
등으로 시란느를 느끼며 오노르를 품었다.
물의 영역 수분이 오노르의 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원래는 옷이었지만, 찢어져 피부에 달라붙었던 실뭉치는 물론, 피와 전쟁의 흙먼지까지 씻겨 내려갔다.
오노르의 의식에 접근하지 못했지만, 오노르의 피부가 먼저 부드럽게 쓰다듬는 수분에 순응하기 시작했다.
나는 촉촉해지는 오노르의 피부를 쓰다듬었다.
온기와 의지를 가지고 속삭이듯 몸을 노크했다. 덧씌워진 것은 원래의 네가 아니라고 손길로 의지를 전했다.
목을 훑고 턱을 간지럽힌 다음 입술을 건드렸다.
붉은 입술.
살짝 건조한 느낌이 있던 오노르의 입술이, 갓 물에 씻은 앵두처럼 생기를 머금기 시작했다.
신체 내부와 연결되는 점막.
점막을 보호하는 입술을 혀로 부드럽게 열었다. 혀끝으로 입술을 살살 핥았다.
닫힌 이.
귀 아래 턱을 건드려 구조적으로 입을 열게 만들었다. 혀로 이를 넘어 안으로 파고들었다.
열린 입안으로 파고드는 건 나만이 아니었다.
영역에 가득한 수분이 나의 혀를 이어 파고들었다.
말라 있던 오노르의 입안을 적셨다.
어설프게 화염을 다루는 마법사들은 갈증에 시달리곤 했다. 자신과 조율이 완벽하지 않아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오노르는 비정상이었다.
몸속에 물에 호응하는 힘을 품어 육체는 포근하면서도 입안은 말랐다. 강제로 가해진 세뇌가 그저 힘만 끌어당길 뿐, 육체의 균형을 흩트렸다.
물의 기운과 함께 혀로 오노르의 혀를 타액으로 칠했다.
살짝.
작은 반응. 작은 호응.
아기가 입가에 물려주는 젖꼭지를 빠는 것처럼, 오노르의 혀끝이 수분을 갈구했다. 젖셔오는 타액을 자신의 혀에 발라, 메마름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나는 오노르의 몸을 꼭 껴안았다.
본능이라고 해도 처음으로 내보이는 호응. 미세한 흔들림 사이로 파고드는 건 이미 익숙했다.
허리를 감은 손을 더욱 당겼다. 턱과 만지던 손을 오노르의 목덜미로 돌려 더욱 강하게 당겼다.
나의 성애가 오노르를 향해 더욱 짙어졌다.
그저 나의 등에 손을 대고 있던 시란느도 구할 수 있다고 느낀 듯했다.
작게 숨을 내쉬고는 옷을 벗었다.
부드러운 나신을 드러내고 나의 등에 접근했다. 살짝 뜨거워진 숨을 나의 어깨에 내뱉으며 부드러운 젖가슴을 나의 등에 붙여왔다.
오노르의 입속에서 오노르의 혀를 혀로 휘감았다.
잘록한 허리를 감았던 손을 아래로 내렸다. 내가 손으로 밀어 눌렀는데도 손가락을 포용하는 엉덩이를 꽉 잡았다.
키스를 나누는 혀와 손길의 리듬을 맞춰 두 행위를 분리할 수 없게, 하나의 행위로 만들었다.
수분의 갈구하는 갈증을 엉덩이로 파고드는 온기를 원하는 갈구와 이었다.
“흡.”
소리가 되지 않았지만, 나의 입안으로 토해진 목소리.
놀란 목소리. 엉덩이를 탐한 손이 엉덩이 사이 골로 내려가 부끄러운 곳을 스쳐 지나가고 앞의 여성에 닿아 토해낸 목소리.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손가락으로 처녀처럼 얌전하게 닫힌 살을 만지작거렸다. 조심스럽고 은근하게 닫힌 살을 손가락으로 열었다.
살과 살이 벌어지면서 분홍빛이 애액을 머금고 끈적거렸다.
마법뿐만 아니라 접근전도 가능해지도록 강화되면서 온몸의 다시 젊어진 듯했고, 이는 아래의 살에 숨은 분홍빛이 마치 미개척지처럼 느껴졌다.
‘하.’
나는 짧게 숨을 들이켰다. 두 손가락 끝으로 살을 열고, 가운뎃손가락을 분홍빛의 중앙에 살며시 가져다 댄 순간, 마치 빨아당기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망설이지 않았다.
즉시 확인했다.
나의 손가락이 파고들자 오노르가 허리를 비틀었다. 나의 혀를 삼키려고 하는 것처럼 숨을 빨아들였다.
아래는 진득하면서도 밀어냈다. 밀어내면서도 달라붙었다.
의식은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데도 요부인마냥 꼭 비벼대며 엉겨들었다.
오노르의 속살을 즐기며 키스를 멈췄다.
멀어지는 나의 입술을 반사적으로 찾는 오노르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안과 밖을 연결할 거야.”
시란느를 향한 설명이었다.
일행은 인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해온 상황이 아니었다.
주력 인원과 엘프들과 노예병들이 시선을 막아서 차단하고 있지만, 나의 몸과 오노르와 시란느의 나신은 노출되어있고, 이어질 행위는 심한 소문이 돌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 전투에서 승리한다면 다 차단할 수 있긴 했다.
조금 전에 함께 음식을 먹었던 고향 친구가 싸늘히 식어가는 전장에서 섹스는 그저 이탈의 하나일 뿐이니까.
하지만, 차단 이전에 차가운 시선과 비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시란느 본인이 이해해야 했다.
“지금은 오노르 의식이 본능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야. 짐승처럼 반응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대신 세뇌가 작용하지 않아.”
수희가 적의 지원마법사 관리자를 암살하니, 두 지원마법사의 의식이 본능 수준으로 떨어졌다.
오노르의 행동을 보면 그녀에게 가해진 세뇌는 본능 단계가 아니라 의식 단계에 새겨져 있다.
시란느의 워러 샷에 공격적으로 반응한 것은 시란느에 대한 애정을 세뇌가 비틀었기 때문일 것이다.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오노르는 세뇌가 만든 비틀림에 불쾌감을 느끼고 공격적으로 반응한 것이다.
“의식을 되찾으면 다시 적이 되는 건가요?”
내가 시킨 대로 나의 등에 달라붙어 온기를 나누어주며 시란느가 물었다.
“내가 아군으로 만들 거다.”
시란느가 나의 말에 나의 어깨에 뺨을 부볐다.
“너와 이어질 때와 비슷해. 외부에서 유품인 목걸이와 물의 힘을 이용해, 너의 몸 내부의 힘을 일깨웠었지.”
“제 몸속으로 들어오셨죠.”
시란느가 얼굴을 붉히며 조그맣게 속삭였다.
“오노르의 내부에는 강대한 물의 힘이 있어. 외부에는 헤스티와 네리미아가 물의 영역을 완성했지.”
오노르의 아래에 넣었던 손가락을 조금씩 움직였다.
그녀의 아래 속살이 놓아주기 싫은 것처럼, 달라붙는다고 느껴질 정도로 손가락을 압박했다.
“내가 오노르의 외부와 내부를 잇는다. 이어 오노르의 의식을 일깨운다. 의식과 함께 부상하는 세뇌를 부순다. 세뇌를 부수고 손상된 부분은 나의 권능으로 채운다.”
나의 권능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다.
시란느는 우리 일행을 알고 있기에 권능이 무엇인지 추측하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오노르의 아래에서 손가락을 뺐다.
“웅.”
본능으로 움직이는 오노르이기에 안타까운 숨을 내뱉으며 달라붙어 왔다.
나의 하체에 자신의 몸을 포개고파 했다.
두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오노르의 탄력이 넘치는 엉덩이를 두 손으로 한 움큼씩 꽉 잡았다.
훅 끌어당겼다.
끌어당기면서 강하게 박아넣었다.
“크아아. 크으.”
오노르가 비명을 토해냈다.
손가락 하나를 넣었을 때도 밀어낼 것처럼 압박했던 오노르의 속이었다.
이십 대 후반과 다르지 않게 강화된 몸, 강화된 후로는 미답지가 되었던 속은 아파하며 떨었다.
다만, 속은 의식으로 고통을 보내면서도 환희했다.
순식간에 파고든 침입자에 상처 입으면서도 밀어내고 밀리며, 강하고 깊숙이 박아넣고 멈추고 있는데도 마치 따로 생명을 가진 것처럼 꿈틀거리며 침입을 성감으로, 성감을 쾌감으로 엮어내기 시작했다.
“크으 으으 아으.”
고통의 신음이 어느새 부드러워졌다.
“아으 하으으 하읏.”
점점 달달하게 변했다.
나는 오노르의 목을 깨물었다. 흘러나오는 피를 마시며 오노르를 맛보았다.
“흐읏, 누구…. 흐으 흐읏.”
“너의 주인.”
“흐읏 주인…. 하읏.”
오노르를 해방시켜줄 수 없었다.
해방된 오노르는 우리와 함께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시란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애초에 오노르는 시란느의 곁을 떠났다.
시란느를 두고 떠날 정도로, 오노르에게 중요한 일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아마도 오노르가 세뇌가 된 일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오노르의 적이 나의 적이 될 수 있지만, 대응만큼은 나의 주도로 이루어져야 한다.
한번 세뇌당해 결여된 오노르는 다시 압박당했을 때, 저항하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내게 종속되더라도, 내게 종속됨으로써 결여를 채우더라도, 나의 아래라면 그녀는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인? 하읏 하아아. 나는 주인이….”
나는 오노르를 안은 채로 시란느의 손을 이끌었다.
오노르의 손에 닿게 만들고 두 손을 포갰다. 오노르와 시란느가 꽉 잡은 손을 나의 손으로 덮었다.
“너의 새 주인이 되어주지. 네가 너를 통제하는 이상, 네가 너의 딸을 다치게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너와 너의 딸은 나와 함께 할 것이다. 서로를 보듬고 온기를 나눌 것이다.”
시란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노르가 시란느를 알아보았다. 조그맣게 미소지으며 수긍했다.
내게 종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