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2화 〉 탑 탐색자, 헤스티
* * *
탐색자들이 탑에 도전했다.
첫 번째 도전자들은 말 그대로 요행을 바라는 자들이었다.
도박 빚 등으로 궁지에 몰린 자들. 저층의 고블린 급이 나오기를 기도하며 도전했다가 리크에게 당했다.
몬스터 리크는 미궁 지하 5층에서 종속화해 숲속의 탑에 배치했지만, 미궁 10층 이하 수준의 아이템을 드랍 아이템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미궁 지하 7~8층의 위력을 가졌다.
‘미세하게나마 창조 영역이 강해졌어.’
탑을 세웠을 때 예상했던 대로였다.
다만, 미궁과 달리 죽은 자는 탑에 얽매이지 않았다.
첫 번째 도전자가 전멸했기에 도전이 멈출 줄 알았건만, 물꼬가 터진 것처럼 도전이 이어졌다.
다음 도전자들은 첫 번째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만큼 수준 차이가 컸다.
미궁 지하 5층 이상 수준이었고, 리크를 발견하곤 도망쳐서 네 명이 죽고, 두 명이 살아나갔다.
그리고, 살아나간 두 명은 정보를 팔아 한몫 챙겼다.
숲속의 탑은 입장 후 첫 번째 리크가 쓰러지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입장 후에 마주치는 첫 번째 리크는 넓은 공터에 혼자 나왔다.
미궁 7층 수준으로 미궁 10층 아이템을 떨구니, 잡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자들은 리젠 되기만을 기다렸다.
다만, 상황은 탐색자에게 편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여러 팀이 들어와 경쟁하기 시작했고, 입구 쪽 한 마리만 잡는 팀은 더 강한 전력으로 안쪽으로 들어가려는 탐색자들에게 쫓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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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미궁을 탐색했다.
다만, 깊게 들어가지 않았다. 지하 15층 인어의 눈물층이나, 그 너머 지하 16층 오크 사냥터 급은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최대 14층까지로, 내가 집중하지 못하더라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는 층까지만 공략했다.
한결 편한 전투가 이어졌지만, 나름 필요한 전투였다.
17층 이후로 넘어가면 엘프들은 물론 우든 엘프 드리아데와 다크 엘프 피리레, 머메이드 네리미아를 즉사시키는 몬스터가 일반 몬스터로 나왔다.
즉사 당할 위험과 즉사에 가까운 데미지를 입는 위험은 완전히 달랐다. 그렇기에 14층까지 미궁층 공략을 반복해서, 엘프들이 즉사 공격에 저항할 체력을 만들어야 했다.
미궁 밖, 숲속의 탑이 정상궤도로 오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한 만큼, 모든 엘프의 체력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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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은 내리쬐는 햇볕을 웃으며 받아들이게 해주었다.
헤스티와 한 명의 우든 엘프, 세 명의 다크 엘프와 작업을 나왔다.
헤스티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탑 주변의 지형은 모두가 숙지 완료했고, 길이 될만한 곳은 바위 등을 종속시켜두었기에 직접 가서 경계하지 않아도 시야는 충분했다.
“군대가 움직일 수 있다는 거죠?”
“그렇지. 귀족들, 그중에 백작과 영지를 가진 남작 이상이라면, 미궁에서 몬스터가 몰려나오는 것을 알고 조심할 거야. 하지만, 군대를 동원할 수 있는 모두에게 공유된 정보는 아니지.”
이는 숲으로 찾아온 후켄스 백작의 자녀 시란느와 대화하면서 추출한 정보였다.
“흐음, 병력을 유지하는 권력이 있다면, 정보도 소홀히 하지 않겠죠. 역으로 정보를 소홀히 하는 권력이라면, 부릴 수 있는 병력도 적지 않을까요?”
“보통은 그렇지.”
“그럼, 특별한 경우는요?”
“인간은 위험을 보면 피하고 대비하지. 하지만, 욕심이 큰 자는 위험을 이용해.”
“욕심이 큰….”
헤스티는 말을 얼버무리면서 추측하려 했다.
“몬스터 웨이브 때 몬스터 무리가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이미 알려졌어. 막는 건 어렵지만, 피하기는 쉽지.”
“쉽지 않을 텐데…. 미궁을 속여야 하잖아요.”
“우리는 미궁을 알아. 현실을 넘는 경험을 하다 보니 미궁을 속일 수 없음을 알아. 하지만, 미궁을 모르는 이들은 쉽게 속일 수 있다고 착각할 거야.
거기다가, 우리가 변수로 등장했잖아.”
“우리요?”
“시란느와 대화할 때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우리의 탑 역시 탐색자를 먹어 삼키는 미궁에 방해가 되지.
미궁 입구 주변에 군대가 주둔하면 미궁으로 입장하는 사람이 줄어들어. 마찬가지로 우리의 탑이 활성화될수록 미궁으로 입장하는 사람이 줄어들지.”
“아….”
헤스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미궁에게 방해가 되는 탑을 없애는 거니, 군대를 보내도 미궁이 용납할 거라고 생각할 수 있겠군요.”
“그렇지.”
헤스티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웃었다.
“흐, 뭐 그래도 오늘 외출은 나들이 같아서 좋기만 한걸요.”
마법사의 화력은 수를 기본으로 하는 군대에 압도적인 상성을 가진다.
다만 변수가 있다. 마법사가 마법을 완성하기 전에 위치를 들키면 궁수 등의 수단에 의해 방해받을 것이다.
다크 엘프와 우든 엘프들과 함께 나온 이유였다.
은폐가 되는 참호를 파고, 살아있는 나뭇가지 등으로 가리면 적은 헤스티의 공격을 더 늦게 알아차릴 테고, 감지가 늦은 만큼 헤스티의 화염 마법에 제대로 당할 테니, 반격도 약해질 것이다.
땅은 다크 엘프들이 파고, 은폐는 우든 엘프가 하더라도 위치 선정은 헤스티가 해야 했다.
한번 은폐 시설을 만들어놓으면 엘프들이 와서 유지 보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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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 자체보다 위치 선정이 중요했던 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금방 끝내고, 짐과 함께 엘프들을 먼저 숲속 저택으로 [종속체 배치]를 이용해 보냈다.
“흠흠.”
헤스티가 왠지 몸을 배배 꼬며 부끄러워했다.
“왜? 걷기 귀찮아? 업어줄까?”
“치.”
은근하게 보내는 신호를 모르는 척하는 내게 입술을 내밀었다.
그래도, 내가 무릎을 굽히고 등을 내밀자 업힐 것처럼 다가왔다.
나의 등 뒤에서 나의 어깨 위로 팔을 걸고 몸을 기대어왔다.
업히는 움직임이지만, 살짝 달랐다.
머리가 나의 귓가에 가까워졌을 때, 작은 혀를 내밀어 나의 귀를 핥았다.
“심술쟁이.”
핥고는 조용히 속삭였다.
속삭임이 간지러웠다. 나는 웃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헤스티도 간지럽게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이 툭 떠올랐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뒤로 돌아 헤스티를 마주 보려 했다.
“흥.”
마치 꼬리잡기를 하는 아이처럼.
섹스하고 싶다는 신호를 무시한 것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뒤로 도는 나의 뒤를 잡고 같이 돌았다.
그러면서, 나의 가슴을 만지작거렸다.
“혼내줄 거에요.”
“….”
“치, 웃지 말아요.”
즐거웠다.
헤스티가 내게 새로운 자극을 주려고 열심이었다.
그동안 일행 내의 헤스티의 위상이 살짝 변했다. 에리를 비롯해 엘프들과 머메이드 네리미아에게 글을 가르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전투와 관련이 없는 지식이라고 해도, 마냥 베푸는 교육은 관계를 변화시켰다.
전투력의 인정이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다만, 수희가 문제였다. 수희가 가져오는 음란한 책이 문제였다.
어린 남학생을 성숙한 여성이 등 뒤에서 껴안고 온갖 애무로 괴롭히는 장면에 헤스티가 꽂힌 듯했다.
나는 뒤로 손을 뻗었다.
나의 힘에 비해 너무나도 가벼운 헤스티를 확 끌어당겨 앞쪽에 세웠다.
“아….”
얕은 숨.
그동안 함께 나누었던 정만큼 헤스티는 자신의 귀에 나의 숨을 느끼자마자 젖은 한숨을 토해냈다.
“헤스티의 숨결이 감미로워서 어린 학생처럼 가만있기 힘들걸.”
“으,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윽.”
이미 내게 익숙한 헤스티에게 긴 준비는 필요 없었다. 당장은 약간 모자라더라도 내 손이 그녀의 깊은 곳으로 파고들면 금세 젖어들었다.
헤스티를 등 뒤에서 껴안고 옷 속으로 손을 우악스럽게 집어넣었다.
무례하게 가슴을 꽉 잡았지만, 헤스티는 뜨거운 숨만을 토해냈다.
“하읏, 하아 준영님….”
가슴이 볼록거릴 정도로 힘을 주면서 손가락 끝으로 유두를 괴롭히는데도, 헤스티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전투까지 대비해 단단하게 맸던 옷차림이 순식간에 벗겨졌다.
나의 손가락 끝이 헤스티의 몸을 타고내려 갔다. 아랫배를 지나갈 때 헤스티가 자극에 헐떡거렸다.
숨을 위로 끌어올리는 바람에 쑥 들어간 배와 더욱 가늘어진 허리를 즐기며 아래로 향했다.
얕게 난 털의 보슬보슬한 감촉을 즐기며 더 아래로 파고들었다.
“아윽….”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일어났다. 나의 손가락을 받아들이면서도 밀어내고, 밀어내면서도 끈적하게 쪼아왔다.
“아이 아이…. 하윽.”
조심스럽게 속삭이던 헤스티의 목소리가 어느새 흘러내렸다.
“하으, 저기 저기. 넣어주세요. 괴롭히지 말아요.”
몸속에서 노니는 손가락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안타까워했다.
“혼자서 받아내려면 힘들 텐데?”
“흐으, 심술쟁이. 제가 얼마나 원하는지 알면서.”
나는 헤스티를 꽉 잡았다. 헤스티는 나의 육체가 강해진 만큼 강해진 나의 정력에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기대로 몸을 떨었다.
“하으윽.”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헤스티가 작살에 맞은 물고기처럼 파르르 떨었다.
나는 멈추지 않았다. 허리를 쳐올리고 쳐올리고 다시 쳐올렸다.
쾌감에 혼미해져 가면서도 나에게 사랑받기 위해 간절히 응하는 헤스티를 즐겼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