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 에리, 시란느
* * *
따뜻한 햇볕이 창가를 밝혔다.
저택 집무실의 중앙, 책상에서 에리가 글을 쓰다 말고 미간을 좁혔다.
“으으.”
“왜 어려워?”
나의 말에 옆으로 고개를 내젓고는 미소지었다.
“흐으, 네. 그래도 할만해요.”
“그래, 생각 밖이야. 이렇게 빠르게 글을 익히고 쓸 줄 몰랐어.”
“헤스티님 덕분이지요. 쉽게 알려주셨어요.”
나는 미궁 탐색뿐만 아니라, 미궁 밖 저택 주변 지역을 장악하고 숲의 안쪽에 세운 탑을 성장시키기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에리는 숲으로 찾아오는 인간들을 상대하는 일뿐만 아니라 저택 주변 지역을 소유하면서 일어나는 접촉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 때문에 에리는 헤스티에게 글을 배웠다.
에리를 위한 수업이었지만, 머메이드 네리미아뿐만 아니라, 우든 엘프 드리아데와 다크 엘프 피리레를 비롯한 엘프들도 관심을 가지고 들었다.
수업은 같이 들었지만, 통치에 대한 부담은 에리의 몫이었다.
중요한 결정과 책임은 내가 지고, 에리의 역할은 대화 통로에 가깝다고 해도 에리는 잘하고 싶어 했고 노력했다.
에리의 부담감은 나쁘지 않았다.
부담감을 극복해나가며 성장과 성취감을 얻었다.
‘감정 표현이 더욱 솔직해졌어.’
에리가 자꾸만 나를 보았다. 입술을 입안으로 살살 말며 나의 입술을 훔쳐보았다.
“휴.”
내가 장난처럼 내쉰 한숨에 에리가 어깨를 살짝 떨었다.
눈짓이 들켜 고개 숙인 에리의 뺨이 기대로 붉어졌다. 내가 일어나 다가가자, 뺨은 더욱 붉어졌다.
의자에 앉은 에리를 내려다보았다. 나의 눈을 바로 바라보기 부끄러운지 두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목덜미를 찰랑거리며 가리는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흐으.”
얕은 숨을 토해냈다. 전투를 끝내고, 다른 이들이 지켜볼 때 칭찬하는 의미로 쓰다듬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다.
거기에 감은 눈을 뜨지 않고 다음을 기대하며 기다렸다.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가까이했다.
순간, 자신의 집무실을 가지게 되었을 때, 기뻐하면서도 기대하던 에리의 반응이 떠올랐다.
나의 집무실과 마찬가지로 다른 이들과 함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넓지만, 나의 집무실과 에리의 집무실은 업무가 차이 나는 것만큼 공유하는 이가 달랐다.
미궁 밖 장악 지역 관리를 의논하고 있을 때, 바리스나 헤스티는 물론 에드샤도 문을 똑똑하며 노크할 가능성이 적었다.
나와 에리만의 공유 공간.
에리는 그동안 키워왔던 마음을 드러냄은 물론 이 순간만큼 나의 시선이 자신만을 향하기를 바라는 욕망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혀와 혀가 엉겼다.
에리의 고운 머리카락을 탐하던 손을 조금 더 내렸다. 에리가 반응했다. 몸을 바로 해 의자의 등받이에 닿아있던 등을 뗐다.
여성용 셔츠의 옷깃과 살 사이에 파고드는 나의 손에 에리는 간지러운 듯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남은 손으로 에리의 앞쪽을 탐했다.
보드라운 옷감의 감촉. 저택에서만큼은 에리도 약하고 고운 옷을 입었다.
가리고 있는 안쪽을 기대하게 만드는 감촉을 넘어 손끝에 닿는 따뜻함. 파고들 것 같은 포근함.
그저 다급하게 만드는 촉감, 손가락에 닿은 촉촉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욱 깊숙이 손을 집어넣었다.
에리의 심장에 가까운 쪽 가슴을 손 전체로 차지했다.
에리의 다급한 손길, 그녀의 온기를 탐하는 나의 손길을 더욱 깊게 받아들이기 위해 옷의 단추를 열었다.
이때만큼은 권위를 더하기 위해 단추가 많은 여성용 셔츠는 에리에게 방해였다.
셔츠가 완전히 열려 끝이 늘어졌다. 가슴을 가리던 속옷도 풀려 그저 매달려 있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나는 더한 곳을 원했다.
에리의 움직임이 다급해졌다. 매끈한 배를 지나 아래로 향하는 나의 손에 우선 숨을 들이켜 여성용 바지와 자신의 몸 사이의 공간을 만들었다.
다만 부족했다. 그래도 신축성이 좋아 다행이었다.
에리의 바지 속으로 나의 손이, 손목이 사라졌다.
“흐읏.”
에리가 어느새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나의 어깨에 머리를 숨겼다. 나의 손끝이 그녀의 부드러운 곳에 닿았기 때문이었다.
손끝을 움직였다.
에리의 숨이 내 귓가를 간지럽혔다. 흐느끼며 에리는 간신히 하체를 의자에서 떼고 바지를 속옷과 함께 내렸다.
“흐으 흣. 저, 저는…. 하으 흑.”
점점 숨길이 다급해졌다.
견디기 힘든 것처럼 흐느끼고 매달리면서도 나와 더욱 가까워지려고 했다.
나는 손을 뗐다. 살짝 물러섰다.
바로 에리의 눈썹이 울먹일 것처럼 모였다. 더 이상 나를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나를 갈구했다.
나는 그녀의 아래를 탐하던 손을 들어 올렸다.
에리의 눈앞에 내밀었다.
더욱 붉어지는 얼굴, 내 손에 묻은 그녀의 흔적에 부끄러워하면서도 작고 붉은 혀를 내밀었다.
내 손가락을 혀로 탐했다. 그녀의 흔적을 지웠다.
의자에서 앉은 에리를 책상 위에 올렸다. 작은 엉덩이가 책상 끝에 살짝 걸쳐졌다.
나는 두 손으로 그녀의 엉덩이를 꽉 잡았다. 부드러웠던 엉덩이가 긴장에 탄력이 더해졌다.
“흐으.”
에리가 긴장했다.
나의 남성이 그녀의 은밀한 곳에 접촉했기에.
수줍게 다문 그녀의 여리고 작은 곳이 천천히 밀렸다. 무뚝뚝한 남성이 닫고 있던 여린 살을 열면서 밀어냈다.
에리가 숨을 멈췄다. 한순간을 평생 기억하려는 것처럼 떨면서 내게 매달렸다.
나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면서 엉덩이를 잡았던 손을 확 끌어당겼다.
“하악.”
비명과 닮았다.
눈물이 방울이 되어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웃었다.
나는 손을 움직였다.
한 손은 에리의 등 뒤로 넘겨 엉덩이골을 파고들 듯이 꽉 잡아 끌어당기면서, 그녀의 등을 팔로 두르면서 어깨를 잡았다.
두 손으로 에리를 고정했다.
고정된 에리는 흐느꼈다. 더 짙은 쾌감으로 변해가는 자극에 몸을 떨면서도 나를 놓치지 않으려고 그저 나를 꽉 안았다.
* * *
* * *
일단의 무리가 미궁 밖에 준영의 저택에서 멀어졌다.
시란느는 일행을 재촉했다. 후켄스 백작의 자녀인 시란느는 새롭게 생겨난 탑을 조사하기 위해 출동했고, 에리와 엘프들의 압박 속에서 준영과 접촉했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 특히 나에게는.’
그녀와 그녀를 따르는 이들은 포위했던 30명의 여성의 접근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포위당했었다.
무력을 겨루어보지 않았지만, 숲에서 전투가 일어난다면 한순간에 승패가 갈린다는 의미였다.
거기에 로브로 몸을 감싼 여성들을 이끄는 에리라는 여성도 능력을 측정할 수 없었다. 앳되어 보인다고 방심했다가 죽음을 맞이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그들의 숲 점유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시란느를 따르는 이들도 약하지 않는데, 이를 압도하는 무력.
숲을 본거지로 하고 후켄스 백작령 방향으로 약탈하기 시작하면 해결하게 까다로운 난제가 되었을 것이다.
미궁과 가까우므로 대군을 이끌 수 없고, 소규모 접전은 적이 강한 만큼 큰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대군의 유지비와는 별개로 부대의 규모가 크면 충돌 시 손실은 줄어드는 법이니까.
‘그들의 주인. 여성만의 부대를 이끄는 건가. 예쁘게 태어난 것으로 이득을 볼 때도 있네.’
시란느는 쓴맛을 느꼈다.
그녀의 삶에서 아름다운 외모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자신이 귀족이라고 생각하기에 최소한의 품위 유지만 하고 있지만, 그녀를 본 사람들은 그녀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그저 이성으로 보는 눈길이 차라리 나아.’
시란느는 말 위에서 자신의 팔을 쓰다듬고 싶은 추락감을 느꼈다. 추악한 것을 보는, 추악한 것이 낳은 것에 대한 경멸.
‘나는 창녀가 아니야. 마녀는 더욱 아니야. 나는 귀족이야. 아버지 후켄스 백작님의 자녀.’
자신이 귀족임을 믿었다. 그래서, 영지민을 보호하고 가문의 명성을 더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기사들과 어울리며 무술을 익혔다.
어머니에 대한 의심이 없었다면, 검을 들지 않고 정략결혼을 수긍하고 외모와 심성을 가꾸었을 것이다.
백작가에 위험이 될 수 있는 숲속의 탑을 향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가문과 영지를 지키기 위해, 그 속에서 인정받기 위해서.
*
백작가에 도착했다. 시란느는 투구를 벗고 머리를 흔들었다.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긴 푸른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병사들이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시란느를 바라보았다.
시란느가 확 고개를 돌리자, 푹 고개를 숙였다.
“제 어미처럼 천하군요. 아니, 마녀의 마술일까요?”
어느새 나타난 고급의 드레스를 입은 붉은 머리 여인이 부채로 입술을 가리며 말했다.
“세니안 언니.”
“내가 어떻게 당신의 언니죠? 당신에게 허락된 호칭이 아닙니다.”
“세니안님은 저의 언니이십니다.”
“천한 것의 딸이라 예의를 모르는군요. 그대의 어머니가 그렇게 가르치던가요? 아, 마부와 사라졌으니 당연한가?”
단정하게 내린 시란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시란느가 가린다고 가렸지만, 세니안은 그 모습을 보고 눈꼬리를 올렸다.
“훗, 마녀의 딸답게 나를 저주할 건가요?”
모욕에 떠는 시란느를 비웃었다.
“세니안 언니, 증명되지 않은 헛소문을 믿지 마세요.”
“하. 제게 설교하는 건가요? 창녀의 딸 주제에?”
“저는 후켄스 백작님의 딸입니다.”
“후켄스 백작님의 수치지요. 백작님께서 자애를 보이셔서 마부와 도망친 창녀의 딸을 추방하지 않으셨는데, 자기 주제도 모르고 저택에 발을 들이다니.”
“…. 백작님께 보고를 드려야 합니다. 이를 방해하시면 안 됩니다.”
“건방진 년.”
시란느는 고개를 숙였다.
세니안은 정실의 딸이었다. 거기에 외가는 후작가였다. 세니안의 어머니가 후작가에서 서열이 낮다고 해도, 후작가는 인근은 물론 후켄스 백작가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권력은 후켄스 백작마저도 세니안의 어머니를 존중하게 만들었다.
창녀의 딸이라는 모욕에 마녀의 딸이라는 억측을 부여해도 시란느가 저항할 수 없는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