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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95화 (95/139)



〈 95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95화
나무는 물에 뜨고, 금속은 물에 가라앉으며, 흙은 물에 휩쓸린다.
중력은이 규칙을 관통한다.

부피와 무게의 조합은 비중이라고 하며, 비중이 고정됨이 세계의 원칙이나 마법사는 이를 흔들  있다.
무게는 마법사의 의지 아래에 놓일  있다.

*

머메이드 혼혈 네리미아와 합류한 이후로 헤스티의 명상이 길어졌다.
일행은 조용히, 혹은 걱정하면서 지켜보았다.
다만, 나는 의심하지 않았다. 헤스티에게 재능과 가능성이 없었다면, 예전 회차 때에 불을 상징하는 이그라굴 신성이 헤스티를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네리미아에게 경험치를 몰아주었다.
헤스티의 성장과는 별개로 수중 호흡 버프가 확보되면, 수중전의 절대적인 페널티가 사라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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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든 엘프가 쉽게 만든 테이블 위에  장의 지도가 놓였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면, 오크 주둔지를 뚫어야 하는군요.”
“그렇지. 하지만, 나쁘지 않아.”

미궁은 아래로 향할수록 어려워진다. 미궁 15층 ‘인어의 눈물’층이 특수했다. 호수 같은 곳에서 싸울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16층이 나았다.
하지만, 주둔지 오크를 이겨낼 수 없다면 17층에 도전하지 말아야 한다.

“요지에 도착하면 드리아데는 엘프 일부를 이끌고 다른 부족 오크를 차단해줘. 숨지 말고 방어력을 과시하면서.”
“네, 맡겨주세요.”

우든 엘프 드리아데가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미궁 16층의 오크는 서로 적대하지 않는다. 사냥감을 두고 다툴지언정, 사냥감에게 사냥당하는 상황이 오면 도와주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오크들의 유대는 작전을 까다롭게 만들었다. 유대가 적다면 아예 주변 부족부터 공략한 후, 주둔지를 공략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둔지을 공략할 때 주변 부족이 뒤를 노릴 가능성만큼, 주변 부족을 공략할  주둔지 오크들이 움직일 수도 있다.

“포위당하면 곤란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요격할 필요는 없고.”

요지에엘프 배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요지에 배치하고 방어 준비가 된 우든 엘프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주변 부족의 최종 목표는 우리의 처리지만, 일단 우리의 전력을 분산만 시켜도 목표 일부가달성된다.
요지에 배치된 엘프만큼, 주둔지 오크를 향한 압박이 줄어든다고 판단할 테니까.

역으로 궤멸당할 위험이 있는 적극적인 돌진보다 견제 중심의 간보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컸다.

‘머릿수가 많다면, 주변 부족이 아니지.’

오크는 전투 손실에 무감각했다. 큰 전투에서 병력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머릿수가 일정이상 되는 오크 부족의 이야기였다.
머릿수가 작아 주둔지 오크에게 밀리는 주변 부족 지휘관은, 머릿수가 많아 식량을 걱정하는 지휘관보다 안정적인 전술을 선택할 것이다.

‘요지에 세운 방어시설과 사이사이에 보이는 엘프들만 보고 전략적 목표, 오크 주둔지를 향한 전력 분산이라는 목표를 이뤘다고 판단할 것이다.’

내게 종속된 엘프들은 분산되어 있지만, 분산되어 있지 않다.
내가 주변 지물을 장악하거나 아리나란을 보내지 않으면 다시 보낼 수 없지만, 내가 있는 곳으로 소환은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본능이 강한 떠돌이 오크에게는 통하지 않을테지만, 전략을 추구하는 오크에게는 통한다.’

*

나는 일행을 둘러보았다.

“공격전이지만, 공성전이 아니야.”

오크의 주둔지는 요새가 아니었다. 그저 전리품을 보관하는 개인 천막의 군집에 가까웠다.
튼튼한 건물이 있긴 하지만, 이는 짐승이나 이종족을 가두는 감옥이 대부분이었다.

“우리 요새에서 방어전을 치렀을 때보다 밀집도 자체가 떨어질 거야.”

아리나란은 무슨 뜻인지 몰라 딴짓을 했지만, 일행은 이해했다. 아리나란의 고공에서 낙석 떨구기 효과가 작다는 의미였다.
오크가 요새 같은 방어시설을 짓고 멈춰있다면, 낙석이 효과를 보지만, 전 병력이 산개해서 일행에게 몰아친다면 효과가 작았다.

“공격전이지만, 역으로 포위당할 위험을 생각해야 하는군요.”
“그렇지. 그래서, 빠른 후퇴와 진영 변경이 중요해.”

나는 집중하는 일행에게 말을 이었다.

“전투의 핵심은 오크 주술사야.”
“주술사라면….”

헤스티가 전투를 되새겼다. 이미 오크 주술사를 접해보았다.
오크 전사들에게 마법 저항을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아리나란이 떨어뜨리는 낙석을 막아내지 못했고, 전사들이 방벽을 파괴하고 넘어오기 전에는 영역을 확보하지 못했다.

“주둔지에는 오크 신성의 제단이 있어.”

아리시와 소꿉장난과 비슷한 딴짓을 하던 아리나란이 고개를 들었다. 제대로 기억은 없어도 특정 단어에 대한 감정은 남았다.

“전진과 퇴각이 중요하겠군요.”
“그래.”

나는 바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인간이라면 전진과 퇴각이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은 불안해하는 존재였다.
침입자가 있다고 해서 막으러 달려가 놓고도,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뒤돌아보며 새로운 지시가 없는지 계속 뒤돌아보는 존재였다.

‘이는 장점이기도 해.’

소규모 부대의 부대장이 부대를 통제해낸다면, 전체 지휘관이 내리는 후퇴와 재배치 명령이 부대에 먹혔다.
인간은 부대장을 통솔력과 상급 지휘관의 지시 수행 능력으로 뽑지만, 오크는 용맹과 무력으로 부대장을 뽑았다.

군대화되어 전략에 따른 전술과 오와 열을 맞춘 집단 전투를 펼칠 수 있는 미궁 16층의 오크라고 해도, 일어난 접전의 강제 종결과 강제 후퇴는 거의 불가능했다.

“오크 주술사의 [분노의 일격] 사정거리 밖에서 최대한 오크를 괴롭힐 거야.”
“[분노의 일격]요?”
“바리스가 아니면 버티기 힘들 거야.”

에리가 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명심했다.
에리는 마법사의 보호를 자신의 역할로 받아들이고 몰입하고 있다. 보호 역할에 몰입하다 보니 에리보다 강한 자에게 인계해야 할 공격도 억지로 버텨내려는 경향이 있다.
[분노의 일격]은 에리가 버틸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바리스가 일행을 보호하자 하는 마음을 품고 막아서야 막을 수 있는 공격이었다.
사실, 바리스가 막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바리스 용사 특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려주는 반증이었다.

‘나 역시 어이없이 당하곤 했으니까.’

일격이 떨어지기 전에 오크 신성의 주시를 받음을 느끼게 되지만, 예행 신호가 있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았다.
신성이, 신성을 믿는 신도가 배신했을  내리는 신벌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오크는 머릿수가 대단한 종족이지. 이는 제단과 [분노의 일격]에도 이어져.”
“오크가 적어지면 분노의 일격도 약해지는군요.”
“그렇지.”

나는 헤스티의뺨을 살살 간지럽히며 그녀의 말을 긍정했다.
헤스티의 눈이 몽롱해졌다가 어떤 자리인지 깨닫고 나를 살짝 노려보았다. 이내 다시 근엄한 척 표정을 다듬었다.

‘일반적인 마법사는 오크가 많아지면 분노의 일격도 강해진다고 표현하겠지만.’

헤스티 자신도, 자신의 가능성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헤스티의 머리를 마구 만져 엉클리곤 브리핑을 이었다.
그런 나와 헤스티를 머메이드 혼혈 네리미아가 눈이 부시다는 듯이 바라보았고, 헤스티는 괜히 어색해하며 나의 팔을 툭툭 쳤다.

*

결전의 날이 밝았다.
일단 요새에서 가치가 있는 물건을 모두 거두었다.
엘프들 중에 하나가 바리스와 나의 잠자리에 섰던 천을 세탁물 배낭에서 빼내 자신의배낭으로 옮기다가 바리스에게 걸리는 사소한 사건이 있었지만, 결전전 긴장을 늦추는 농담거리가 되었을 뿐이다.

목적지는 주변 부족이 오크주둔지로 지원하려면 통과해야 하는 요지.
40여 명 엘프를 소환한 후 이동을 시작했다. 유인하기 위함이기에 기척을 숨기지 않았다.

“정찰부대야.”
“좋아. 수희, 드리아데와 엘프를 이끌고 공격을 해줘. 전투에가담한 놈들은  죽이고 처음부터 숨은 놈은 쫓아가지 마.”
“알았어요. 맡겨줘요.”

수희가 고개를 끄덕이고 엘프들을 이끌었다.
수희가 함께하는 이상, 내가 능력을 발휘하지 않아도 피해 없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중에 엘프들의 부대를 오크들이 봤을 때, 수희가 함께하고 있지 않을까 의심하게 될 것이다.

물론, 주된 전투는 메인 멤버로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목격자가 없어 새로운 정보가 갱신되지 않으면, 적이 가지는 최종 정보는 엘프들과 함께하는 수희가 된다.

수희와 드리아데와 일부 엘프를 제외한 모두는 빠르게 이동했다. 요지 장악이 우선인 것처럼 수희를 두고 이동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수희가 다시 합류했다.

“다친 오크가 숨어있었어요. 우리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확인했을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략적 목표를 위해  부대에 전술을 부과하고 운용하려면 첩보가 필수였다.
이는 오크들도 마찬가지였다. 각 정찰부대에는 다친 오크들이 배치되었고 이들은 전투보다 첩보를 가지고 살아 돌아오는 것이 우선이었다.
다른 오크들에게는 겁쟁이 오크라고 비난당하지만, 그들이 없으면 집단 전술이 버거워진다.

‘우리에게도 귀중한 자원이지, 조작된 정보를 가져가 줄 테니까.’

조작된 정보와 요지에 급하게 건설한 방어구조물과 엘프들은 주변 부족의 지원을 차단할 것이다.

“제대로 괴롭혀주지.”

제단을 마련한 오크 주술사의 공격은 매섭다.
하지만, 제단은 고정되어 있고, 오크는 공격성이 높다.

우리는 오크들을 유인해 수를 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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