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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8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88화 (88/139)



〈 88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88화

“온다.”

바리스가 일행에게 경고했다.
에드샤가 대지력을 이용한 탐사가 불가능한 만큼, 나를 제외하면 바리스의 감지력이 가장 뛰어났다.

“베이스 구축.”

에드샤가 대지력을 가동했다. 현재 위치는 흙과 돌로 이루어진 작은 섬.
돌 사이에 이끼가 있을 뿐 작은 잡목도 없다.
원거리 능력을겸비한 머메이드를 상대하기 불리한 지형.

‘우리는 몸을 숨길 수 없지만, 머메이드는 몸을 숨길  있다.’

섬을 둘러싼 바다는 머메이드들이 다가오는 길이자, 은신처다.
전투 양상 중에 최악인 상황은 일방적인 원거리 공격을 계속 받는 것.
미궁 지하 15층이 끔찍한 이유 중에 하나다. 원거리에서 물을 쏘아내고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회복하기를 반복하면, 공격만 당하다가 말려 죽게 된다.

일행이 위치한 작은 섬의 흙과 돌을 에드샤가 통제했다. 성인 남성 한 명을 충분히 가릴만한 돌기둥이 세워지고 흙이 뭉쳐졌다.

우든 엘프 드리아데가 눈을 얕게 떴다.
대지력 발휘하기 좋은 다크 엘프의 성 주변에서는 다크 엘프들이 쏘는 화살에 반응해 실시간으로 흙기둥을 세웠었다.
하지만, 이곳은 에드샤를 짜증나게 하는 역상성의 지역.
적의 공격에 실시간으로 반응하지 않고, 미리 기둥을 세워야만 했다.

“에드샤, 고마워.”

바리스가 에드샤를 다독거렸다.
공허한 메아리가 아니었다. 최악의 전장을 가능성이 있는 전장으로 바꾸었다.

장애물 하나 없이 관측과 적의 원거리 공격에 그대로 노출된 전장은 에드샤의 ‘베이스구축’에 숨을  있는 전장으로 바뀌었다.
단적인 예로 수희가  한마디 없이 몸을 숨겼다.
적이 원거리 공격만을 고집한다면, 장애물 뒤에 숨기와 은신 시도를 반복하는 수희의 위치를 특정하지 못한다.
에드샤가 대지력으로 기둥을 만들어주지 않았다면, 지속적으로 관찰되기에 아예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헤스티가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우리도 놀고만있지 않았다구요.”

헤스티와 페로는 마법용품과 재료, 마법책을 전적으로 지원받았다.
우리 일행은 한 미궁층 보상방 수준이 아니라 아예 단체를 털어먹다시피 했다. 이제, 마법 스펠을 구하기 위해 경매장을 이용하던 것은 옛날이야기가 되었다.

페로가 헤스티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페로는 헤스티와 함께 펼치는 중력 합격 마법 이후로 방어와 보조에 치중했다. 그의 상황이 차기 마법 선택에 영향을 끼쳤다.
미궁 지하 15층의 적에 관해 설명을 들은 순간부터 생각해왔던 것을 준비했다.

“수면이 마법 투사체의 위력을 감소시킨다면 감소치 최저를 노려야겠지요.”

페로가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최상위 사제가 쓸만한 화려한 지팡이가 하늘을 향했다.

[아이스 스피어]
외형은 여느 때와 같은 다수의 아이스 스피어지만, 아예 다른 마법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제어력과 유지력이 달라졌다.

다수의 아이스 스피어는 머메이드가 숨은 수면을 향해 날아가지 않았다. 공중을 향해 대각선 위로 날아가 하늘에 머물렀다.
마법으로 공중으로 띄운 아이스 스피어 마법 투사체를 저격할  있지만, 나쁠 것 없었다.
투사체 하나와 적의 정확한 위치 정보와의 교환은 이득이었다. 적이 투사체를 향해 마법을 쓰는 순간 다른 아이스 스피어가 내리꽂을 것이다.

생존과 방어에 치중하려는 페로의 의식과도 어울렸다.
적의 공격을 마법으로 막는 것보다, 아예 적의 공격이 자신과 일행을 타겟팅하지 않게 유도하는 것이 더 나았다.

“합격 마법에 얽매일 필요가 없지요. 상황을 조합하면 되니까요.”

[파이어 볼]
헤스티의 파이어 볼 역시 저층에서 썼던 파이어 볼과 달랐다. 속도가 느려지고 크기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더 뜨거웠다.
고열의 파이어볼이 물을 증발시키며 수면 위를 비행했다.

“숨어서 버틸 있으면 버텨봐요.”

뜨거운 공기에서 버틸  있지만, 뜨거운 물에서는 버티지 못한다. 섬 주변, 물 아래는 아래로 꺽어지는 지형이 아니었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었다.
깊은 곳으로 도망가려면 아래가 아니라 뒤로 빠져야 한다.

수중 생물은 특히 온도에 민감했다. 외부의 열기와 냉기를 차단할 두꺼운 거죽과 살덩어리가 없는 머메이드들은 더 했다.

헤스티가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을 천천히 내밀었다. 지팡이를 잡은손을 감싸듯이 내뻗었다.

[그라비티 콘트롤]

헤스티가 매진했던 것. 헤스티는 크고 더 강력한 마법을 추구하지 않았다.
동료를 믿기때문이었다. 모든 것을 정리할 최후의 거력을 준비하지 않아도 일행이 끝으로 이끌어  것이다.
그래서, 마법사답지 않게 조화를 추구했다.

“중력에 방향성을 구현해냈지요.”

그것도 두 개의 마법을 동시에 쓰면서 콘트롤해냈다.

헤스티가 띄워 올린 파이어 볼은 페로가먼저 띄운 아이스 스피어를 녹이지 않았다.
열기를 직접적으로 콘트롤하지 못했다. 열기와 화염의 직접적인 통제는 화염의 신성을 받아들여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열기를 품은 작은 물방울,증기는 중력의 영향을 받았다.
헤스티의 파이어 볼에 증발한 증기는 전방위가 아니라 수면을 향해 흘렀다. 수면 아래에서 관측하는 머메이드의 시야를 왜곡하는 동시에 열기를부여했다.
헤스티의 능력으로 넓은 호수 전체의 온도를 올릴  없었다.
하지만,  주변은 물이 얕았다. 일행을 노릴만한 수표면 근처, 일행을 공격하기 좋은 위치에 한정한다면 온도를 올릴 수 있다.

“준비하자.”
“네, 준영씨.”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바리스와 전의를 다졌다.
헤스티와 일행의 성장이 기쁜 바리스는 양손검을 다시 잡았다.

머메이드는 근접전을 펼칠 수밖에 없다.
오래되고 굳건한 원칙. 강력한 마법사는 전사가 접근해서 잡아야 한다. 전장이 비틀렸다고 해도 관통하는 원칙이다.

“크고 강력한 방만이 위험한 것이 아니지.”

적이 느끼는 페로와 헤스티의 위험은 승패를 결정지을 최종기가 아니다.
지속 가능성에 있다, 난전을 열지 않으면, 페로와 헤스티의 마법이 머메이드에게 적지만 무시할 수 없는 피해를 누적시킬 것이다.

*

굴곡이 적어, 호수의 수위가 조금만 더 올라와도 잠길  같은 좁고 평평한 섬.
섬을 향해 물결이 그어졌다.
헤스티와 페로의 마법을 의식해 전방위로 흩어져 사방에서 포위해왔다.

“후우. 마법사진 덕분에 위험이 줄었군요.”

바리스가 미소지었다.

“그래, 다수의 적은 집단 운용이 무서운 법이니까.”

헤스티와 페로의 마법이 섬으로 접근하는 물결의 앞부분을 향해 내리찍었다.
페로의 아이스 스피어뿐만 아니라, 헤스티의 파이어 볼도 급강하해 수면에 닿자마자 폭발했다.
첫 번째 아이스 스피어를 피하려는 머메이드의 움직임이  번째 세 번째 아이스 스피어를 유도했다.
파이어 볼은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지만, 타겟 근처의 머메이드의 움직임을 제약했다.
실제 데미지는 적었다.
하지만, 원거리 사격전을 포기하고 접근전을, 그것도 흩뿌리듯이 전개해서 접근하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모습.
물기를 머금은 머리카락이 흩날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허벅지 윗부분까진 인간의 모습, 두 다리를 딱 붙인 형태의 허벅지 아래는 물고기 비늘이 덮였다.
지상인데도 물속에서 헤엄치는 듯했다. 머메이드는 몸의 물기가 마르기 전까지는 지상에서도 몸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몬스터, 그 이상이 아니지.”

바리스가 찔러 들어오는 창을 양손검으로 비껴냈다. 비껴낸 끝에서 작은 회전을 이루고 비어버린 머메이드의 몸을 갈랐다.
순수하게 힘과 기술로 맞부딪히는 것은 지하 14층에서 충분히 경험했다. 나의 지도를 받고 경험을 쌓아 재능을 터트린 바리스는 변수가 없는 상황이라면 14층, 15층 일반 몬스터급은 농락할 수 있다.

*

적의 일차 목표는 마법을 써서 자신의 위력을 알린 헤스티와 페로.
에리가 긴장했다. 마법사의 보호는 에리의 임무였다.
머메이드는 마법사이자 전사, 거기에 에리의 역상성인 수송성.

파고들던 머메이드들도 에리의 속성을 눈치챘다. 과감하게 창을 내질렀다.
창에 긴 천을 묶은 것처럼 물이 창과 함께했다. 조금의 틈만 보여도 창에 엉긴 물은 물뱀이 되어 에리의 목을 노릴 것이다.

“얕보지 마라.”

에리가 방패에 의지를 더했다. 대지를 휩쓸어버리는 것은 물이지만, 범람을 막는 것 또한 흙이다.
비록 막는 것 이상이 힘들지라도 에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거기에 에리에게 방패는 보조 장비가 아니었다. 역할이 보호인 만큼 검술보다 방패술에 치중해왔다.
에리의 방패는 일행 장비의 평균 수준 이상이었다. 일행이 구하는 가장 좋은 방패는 에리의 것이었다.

견고하면서 마력 전도율이 높아 종족 특성까지 전개하기 수월한 방패에 에리의 전력이 담겼다.
창이 막혔다. 예상하지 않은 결과에 머메이드의 고운 이마가 찡그려질 때, 머메이드의 살색 뒤로 살색과 검은색이 어른거렸다.

“히이잇. 흐으.”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린 수희가 기묘한 기합을 터트렸다. 머메이드의 심장에 짧은 검을 박아넣고 빼면서 만족의 웃음을 흩날렸다.

일격에 이룬 수희의 몸이 흐릿해졌다.
전투 중 재은신은 13, 14, 15층에서는 사장되는 기술이었다. 재은신은커녕 은신조차 몬스터의 관찰력과 감지력에 간파되곤 했다.
하지만,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머메이드들은 물기가 마르기 전까지는 지상에서도 활동할  있다. 습기가 유지되는 가까운 거리라면 감각도 유지된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 머메이드가 내민 팔에 가지고 있는 창의 길이를 더한 만큼 감지를 유지한다고 해도, 수희에게는  호흡 안에 파고들어 심장을 찌르고 남을 거리였다.

일행은 첫 승리를 수월하게 이루어냈다.

*

일행이 휴식하는 가운데, 드리아데와 피리레가 전장을 정리했다.
둘은 머메이드들이 쓰던 창을 들고 동작을 취하며 살폈다.
일반 몬스터급인 머메이드가 쓰던 무기라 바리스나 수희의 눈길을 끌기에는 부족했지만, 엘프들에게는 아니었다.
특히, 강한 적을 상대할 때는 창을 소모하는 방식까지 취하는 만큼, 양질의 창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드리아데가 미소짓고, 피리레가 미소지었다.
처음은 드리아데가 더 강했고 아직 피리레보다 세지만, 피리레 역시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일행에  미쳤다.
둘도 둘보다 훨씬 강한 일행이 휴식을 취하고 있기에 소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전사에게 좋은 무기는 생명과 같았다.

“휴우.”

바리스가 내쉬는 한숨에 드리아데도 피리레도 어깨를 움찔거렸다.
혀를 차며 다가가자 둘은 고개를 숙였다.

“다음에는 함께 진형을 이루고 적을 상대하게 해야겠어요.”

나는 창을 나누어주는 바리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체감을 느끼는 데는 어깨를 맞대고 강적에 대항해 함께 싸우는 것만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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