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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2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82화 [ 엘프 전장 챕터 완 ] (82/139)



〈 82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82화 [ 엘프 전장 챕터 완 ]

다크 엘프 수호자. 그녀가 가녀린 손을 들어 올렸다.
갈색 피부와 긴 귀와 길면서도매끄러운 피부, 주변에 휘몰아치는 마력이 아니라면 마치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격리된 고요함.

들어 올린 손길이 선을 그었다.
대지가 갈라지고 제련된 금속 검날이 지상으로 솟구쳤다. 바다를 가르며 전진하는 상어처럼, 드러낸 금속 검날은 대지를 가르며 헤엄쳤다.
다크 엘프 수호자와 우든 엘프 수호자의 경계에 닿았다.

우든 엘프 수호자가 손을 내밀자, 자라난 나뭇가지와 엉긴 넝쿨이 땅을 덮고 방벽을 만들었다.지상뿐만 아니라 지하까지 파고들어 침입과 격돌했다.
금속 검날이 막혔다. 검날을 구성하던 힘이 흩어지고 암석으로 돌아갔다.

“저래서, 개입이 필요한 거군요.”

엘프 종족 최고위끼리의 전투를 지켜보며 헤스티가 입을 열었다.
둘 다 자신의 영역을 견고히 하고 영역 내의 적을 처치하는 데 강점이 있지만, 반대로 외부로 쏘아내는 힘이 약했다.

“엘프는 기본적으로 환경에 영향을 크게 받지.”

사제급인 드리아데부터 암석지대에 넘어간 후에는 입은 상처를 되돌리지 못했다. 그 상처는 다시 숲으로 돌아오자마자 호전되었다.
인간과는 달랐다. 인간은 숲에서 더 강해지지 않는 대신, 암석지대라고 해서 특별히 약해지지 않았다.
인간은 다크 엘프 수호자의 영역 아래에서도 마력에 저항하며 싸울 수 있지만, 우든 엘프는 단지 영역만으로도 심한 디버프가 걸렸다.

“아.”

헤스티가 탄성을 터트렸다.

“그래서.”

이어 나를 보고 가랑트런트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 정보의 공유 여부를 내게 넘기는 것이다.

“그래, 다크나이트의 랜스 끝에 블로우건이 있는 또 하나의이유야.”

다크나이트는 말의 다리 형태로 기동력을 추구하지 않고, 거미 형태를 따라서 공격의 안정성을 추구했다.
줄어든 기동력을 랜스 끝으로 환을 쏘아내는 원거리 공격을 추가했다.
그리고 이 특징을 이용하면, 영역을 장악한 적을 상대할  있다.

“미리 완성한 공격은 영역의 영향을 적게 받으니까.”

미리 완성한 아이스 스피어는 적의 영역으로 넘어가도  힘을 크게 잃지 않는다. 하지만, 적의 발아래를 흔드는 어스퀘이크는 적의 영역에서는 발동조차 버겁다.

“다크나이트?”
“그래, 이리로 오고 있지. 우든 엘프 수호자를 상대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기가.”

가랑트런트가 팔짱을 꼈다.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들에게 자네는 소모품이니까. 그들을 탓하려는 건가.그들과의 신뢰를 저버릴 자네가.”

나는 가랑트런트를 흔들었다.
그가 흔들릴수록 어버스나이트를 이용하기 편해진다.

우리 일행이 참전하기 전까지 가랑트런트는 다크 엘프에게 소모품일 뿐이다.
다크 엘프 지원 부대를 뒤에 두고 최전방에는 다크 엘프 수호자와 가랑트런트만이 나섰다. 다크 엘프 수호자는 우든 엘프 수호자를 잡지 못하지만, 대신에 우든 엘프 수호자도 다크 엘프 수호자를 잡지 못한다.
가랑트런트가 약하거나 해서, 우든 엘프들에게 타격을 입히고 죽으면 그냥 후퇴하면 되는 것이다.

가랑트런트는 우리가 참전하기 전까지는 다크 엘프에게 신뢰를 지키려고 했고, 그에 자부심을 느낀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의 존재는 가랑트런트가 신뢰를 보인 대상은 그를 소모품으로 여기는 신뢰를 보여줄 가치가 없음을 증명한다.

“‘긴 혀’의 사제는 간교하고 저열하군.”

가랑트런트가 인상을 썼다.
그도 내가 배신의 신성, ‘긴 혀’의 사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범인이 따로 있다면, 가책이 줄어드는 법이다.

“그럼, 잠깐 실례하지.”
“뭐지? 뭘 준비하려는 거지?”
“인질.”

* * *
* * *
* * *

드리아데는 숨을 들이켰다.
종속당한 다크 엘프들은 드리아데의 명령을 반발없이 수행했다.

“이거 분명 약점이 될 테지.”

드리아데는 준영의 지시에 응했다. 종속된 다크 엘프들의 도움을 받아 상처를 입은 우든 엘프들을 구했다.

“어쩔 수 없어. 차라리, 전쟁에 휘말려 죽는것이 나아. 다크나이트에게 얽매인 혼이 되게  수 없어.”

부상자를 모아 준영과 합류했다.

* * *
* * *
* *

우든 엘프 수호자가 시선을 내게 두었다.
그를 상대하던 다크 엘프 수호자 역시 나를 보았다.
인질로 삼은 우든 엘프와 다크 엘프들의 존재가 수호자 둘의 말문을 열었다. 친밀도를 쌓아 올리는 과정을 무시했다.

“인간, 무엇을 꾸미는 거지.”
“전쟁의 끝. 겨울의 시작.”
“그것이 가능한가?”
“겨울이 오기 전에 나무는 열매를 떨어트리지. 열매를 떨어트리지 못하는 나무는 열매와 함께 가지가 썩을 뿐이야.”

나는 고개를 돌렸다. 마치 풍경처럼 한쪽을 장악한 거대한 나무를 보았다.

“과연 위대한 나무야. 미궁에 장악당해 미궁층이 되어버렸음에도 그녀의 시간은 홀로 흐르는군.”
“세계수님이시다.”
“그래, 세계수.”

이미 미궁화되어버린 미궁층은 변화가 없다. 몬스터로 리젠되며 반복된다.
하지만, 저 세계수만큼은 점점 시들었다. 내가 죽고 다시 살아나고 회귀하는 동안에 나뭇잎 몇 개에 불과할지라도 변화가 지속되었다.

‘한때는 집착하기도 했었지.’

다만, 수많은 회귀는 그 집착마저 마모시켰다.

‘그렇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길.’

언젠가 세계수를 담을 흙을 마련한다면, 집착을 되새길 수 있을지 모른다.

‘지금은 그저 열매를 따갈 테니까.’

열매가 따지면, 썩지 않을 것이다. 죽어가는 속도가 느려질 것이다.

*

“우든 엘프들을 데리고 갈 거다. 다크 엘프들도.”
“기이한 일이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거지?”
“그대가 여기 있는 것만큼 기이할까?”
“그것도 그렇군.”

나와 우든 엘프 수호자가 나누는 문답을 드리아데는 물론, 가랑트런트도 이해하지 못했다.

“저쪽은 어떻게 되는 거지?”
“세계수의 짝으로 그녀를 지키는 우든 엘프 수호자가 존재하듯이, 다크 엘프 수호자의 짝 역시 존재하지. 그는 이리로 오고 있다.
나에게 유인당할 정도로 지성을 버리고 힘을 취했지. 아니, 어쩌면 일부러 지성을 버렸을지도 모르지. 자살해도 반복된다면 미쳐서 도망치고 싶었겠지.”

미쳐서 도망치는 것, 한때는 나역시 택하고 싶었던 선택이다.

다크 엘프 수호자의 짝이 이리로 오고 있다. 다크나이트가 이리로 오고 있다.
엘프 전장을 빠져나가기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세계수마저 버티는 것에 불과한 미궁의 힘에, 수호자는 역할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전투로 결과를 만들어야만 한다.

*

다크 엘프 수호자가 처연하게 미소지었다.

“그대들의 미망이 끝을 보기를.”

우든 엘프들을 향했던 시선을 내게 향했다.

“그대를 막는 우리를 용서하시길. 그대가 데리고 갈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의미가 주어지기를.”

다크나이트가 도착했다.
세계수와  수호자는 미궁화에 저항해 의식만은 깨어있으나, 다크나이트는 그러하지 못했다. 다크나이트는 다크 엘프의 수호자와의 인연과 연민이 아니라, 그저 본능과 의무로 다크 엘프 수호자와 연계했다.

“가랑트런트 가라. 다크나이트를 막아라.”
“그래. 약속한 만큼 수행해주지. 다만, 하나만 묻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일은 만신전과 연관된 건가?”

가랑트런트뿐이라면 대답을 해줘도 좋겠지만, 너머에 사도가 있는 만큼 여지를 남기는 것이 나았다.

“그것을 알아내는 건 너의 뒤에 있는 자가 할 일이지.”

가랑트런트는 나의 대답에 불쾌해하지 않았다.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다크나이트를 맞이했다.

‘가랑트런트는 다크나이트와 상성이 좋아.’

그래서, 전담시켰고, 가랑트런트도 거부하지 않았다. 적과의 거리를 단축하는 돌진 스킬은 무기의 길이에도 적용된다.
원거리 투사 무기나 랜스의 장점인 거리를 통한 이득을 없애버린다.

*

키리이-.
다크나이트의 몸이 비명을 질렀다. 드러난 금속제 내부 관절에 얽매여져 있던 혼이 울었다.

“바리스.”
“네, 준영씨.”
“우든 엘프 수호자와 함께 다크 엘프 수호자를 상대해줘.”
“제, 준영씨는요.”
“나는 가랑트런트와 함께 다크나이트를 상대한다.”

부상당한 우든 엘프와 종속된 다크 엘프들과 함께 거리를 두고 보던 드리아데가 나를 보았다.

“아.”
“그래, 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구원을 확신할  없다. 나는 인과를 종속시킬 수 있을 뿐, 풀린 혼을 모으고 다루지 않으니까.
하지만, 다크나이트의 성능을 올리기 위해 얽매인 혼은 내가 간섭할 수 있다. 얽매임 자체를 없앨 수 있다.

“어쩌면 환생할지도 모르지.”

이 ‘엘프 전장’ 미궁층에서 다크 엘프들과 우든 엘프들을 데리고 나갈 것이다.
미궁 내에서는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 이는 데리고나가는 엘프들에게도 적용된다.

‘하지만, 미궁 밖이라면.’

나는 [잠식 저항]을 보유하고 있다. 이제 일정 시간만이라면 미궁 밖에 나갈 수 있다.
미궁 밖에서라면 엘프들도 나와의 아이를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크나이트에게 얽매인 혼이 나를 통해 우든 엘프들에게 맺히길.”

다크 엘프 수호자가 처연하게 미소를 지었다. 상대하는 종족의 구원을 보면서 자신들의 운명에 아파했다.
우든 엘프 수호자가 전력을 다해, 수호자를 몰아붙였다.

바리스, 수희, 에드샤가 창날이 되었다. 에리는 헤스티와 페로, 아리나란을 보호했다.
이미 장악한 영역을 영역 마법 계열로 밀어내기 어렵다. 힘 전체를 꺾어야 영역을 영역으로 깎을  있다.
하지만, 파이어 볼이나 아이스 스피어처럼 자신의 영역에서 마법을 완성한 후에 날려보내는 마법은 달랐다.
영역으로 마법을 약화시킬 수 있을지언정 구조 자체를 밀어내지 못한다.

바리스, 수희, 에드샤는 날아가는 마법이 되었다.
다크 엘프 수호자의 영역으로 들어가 수호자를 직접 노리고, 구성된 영역을 흔들었다.

‘바리스와 다크 엘프 수호자의 차이가 크지만.’

바리스는 창날로는 차고 넘쳤다. 창대와 창대를 움직이는 병사의 역할은 우든 엘프 수호자가 전력을 다했다.

‘이길 것이다.’

나는 다크나이트와 전투에 집중했다.

*

가랑트런트와 다크나이트가처절하게 격돌했다.

“이쪽에 집중하지.”

하지만, 나를 재촉하는 가랑트런트의 목소리는 편했다. 즐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정치질보다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전투가 차라리 반가운 것이다.

“네가 적을 멈추게 한다면 내가 전투를 끝내지.”

나의 지휘에 가랑트런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좀  파고들어 검을 휘두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나 역시 파고들었다.

확실히, 가랑트런트는 바리스보다 강했다.
다크나이트의 공격을 그대로 맞부딪혀 피해를 주지 못해도 충격에 의한 경직을 유도했다.

‘결국은 바리스가 더 강해지겠지만.’

미혹을 품은 자는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미혹에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하지만, 미래의 일, 이 전장에서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가랑트런트가 만든 경직을 이용했다. 다크나이트의 몸을 타고 올라가 레리아나의 검으로 혼이 맺힌 금속 기관을 긁었다.
긁은 상처에 손을 대고 [인과 장악]을 시도했다.

[인과 장악]은 내가 가진 사도급 스킬.
혼을 품는 수단이 없어 얽매임 이후를 확정할 수 없지만, 혼을 금속 기관에 맺히게 만든 얽매임을 풀었다.

다크나이트는 조금씩 약해졌다.
그의 격에 어울리지 않게 조금씩 쇠락했다.

‘우든 엘프 수호자에게 세계수가 있듯이, 다크 엘프 수호자의 짝으로서의 격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그저 미치광이가 되어 도망치려 했기에 이번 회차에서의 끝을 맞이했다.

*

다크나이트를 처치한 후에 나와 가랑트런트까지 다크 엘프 수호자 공격에 합류했다.
어렵지 않았다.
그녀는 다크나이트와 달리 정신 일부나마 미궁화에 저항중이었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 처리당하기 위해 집중하니, 최선의 공격과 방어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의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고마워요. 강탈해주셔서.”

그리고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언젠가는 자신들도 구원해달라는  아니었을까. 다크나이트는 미치광이가 되면서자신의 영성 일부를 다크 엘프 수호자에게 넘긴 것이 아닐까.
수호자는 세계수보다 격이 낮을 텐데, 다크 엘프 수호자는 내가 회귀한다는 사실을 추측한 듯했다.

전투가 끝났다.

헤스티가 숨을 몰아쉬었다. 승리에 미소지었다.

“벌써 우리 거점이 그리워지네요.”

나는 그녀를 마주하며 웃었다.
우리는 경험을 되새겨 성장으로 이끌 시간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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