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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70화 (70/139)



〈 70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70화

투덜거리며 다가오는 소리.

”그거, 이리 줘. 내가  테니까.“

멀리서 수희가 페로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수희가 전사 계열인 이상, 페로의 몇 배나 되는 무게를 감당할  있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물건은 자기가  수 있어야 한다.
이는 클래스와 상관없었다. 급박하게 상황이 변하는 전투에서 타인에게 맡겨놓은 물건은 없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분배되기 전의 물건이라면, 그것도 안전을 확보한 후라면 전사가 드는 경우가 흔했다.

”그냥 내놔.  그리 머뭇거려.“

몇 마디 말이 더 들려오고, 잠시 후 거칠어졌던 페로의 호흡이 안정되었다.

페로는 타인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려고 했다.
이는 아직 정신적으로 힘들다는 의미였다. 남의 도움을 받을 때, 다시 한번 자신의 상태를 느끼는 것이 싫은 거다.
그래서, 바리스는 페로에게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품은 동정이 페로에게 상처가  수 있음을아는 것이다.

수희는 바리스와 달랐다. 페로를 여느 타인과 똑같이 대했다.
파티 컨디션 관리를 위해 둘 사이에 끼어들지 않았다.
아예 수희처럼 타인에게 무관심하면,바리스처럼 품은 동정심 때문에  상처를 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여기 봐. 완전 새 물건인데?“

다가온 수희가 흐뭇한 표정으로 어깨 위의 짐을 내려놓았다. 검과 갑옷, 건틀렛과 신발까지 일행 앞에 펼쳐졌다.

”근처에 시체는 없었어요?“
”응, 없었어.  보면 표나잖아. 누가 쓰던 물건이 아니야.“

헤스티가 무릎으로 앉아 살폈다.
일행도 달라붙었다. 수희도 다시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차곡차곡 포개서 들고  전리품은 고급품에다가 당장 바꿔쓸 만한 것도 있었다.

다만, 영성이 담긴 물건이 아니었다. 석판과 함께 시간을 보낸 물건은 석판 아래판에 있던 뼛조각이 박힌 보석이 전부였다.
일반적인 던전 보상품이었다. 이 성이 생기고  후에 흘러들어오거나 생긴 물건 같았다.

가벼운 웃음이 섞인 수다가 흘렀다.
자기가 가져도 좋고 일행 중 다른 누군가가 가져가도 쉽게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부담감이 적은 물건들, 그래도 소소한 성장을 가져다줄 물건들.

”아리나란, 이건 아리시에게 주자.“

나는 급이 낮아 헤스티도 페로도 눈길을 안 주는 로브를 들어 올려 아리나란에게 주었다.

아리나란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끄덕였다.
품속에 안다시피 한 아리시에게 입혔다.
아리시에게는 도움이  되는, 오히려 움직임에 방해될 물건이지만, 아리시의 몸을 가릴 것이 필요했다.

아리나란의 목과 손목은 피막으로 덮였다. 괴이하지만 그래도 문신이라든지 특별한 종교의식을 치렀다는 식의, 사연이 있다고 말하면 넘어갈 외형이었다.
탐색을 같이하는 등의 이익 관계가 없다면 눈감아 줄 범위였다.
하지만, 아리시는 아니었다. 일단 로브로 가릴 필요가 있다.

*

얕은 흥분의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소란이 잦아들기를 기다렸다.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고, 귀하지도 않아 두고 갈 물건만 남을 때까지 지켜보았다.

”수희, 얘기해줄 것이 있는데.“
”뭐, 심각한 이야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수희가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나를 살폈다. 일행도 조용히 집중했다.

”네가 다른 곳을 뒤지는 동안, 중요한 물건을 구했어. 앞으로의 일정에 영향을 끼칠만한.“
”나도 대충은 추측했어.“

수희가눈이 부신 표정을 지으며 끄덕였다.

”이것에 대한 정보는 나만이 가질 생각이야. 너뿐만 아니라 다른 이도 그릇된 길에 이끌 위험이 있어.“
”그리, 대단한 물건이야?“

수희의 눈이 호기심에 빛났다. 그러면서도 평온한 어조를 유지했다.
수희는 비밀에 접근하지 못하는 상황을 싫어하지만, 일행 중에 자신만 특별히 제외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쉽게 수긍할 것이다.

그녀도 신성이 ‘거대한 대가’를 치를 각오하고 수희의 기억을 건드리면, 알고 있는 정보는 모두 신성에게 전해질 수 있음을 아니까.
어쩔 수 없이 정보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이는 페로도 마찬가지였다. 페로가 스스로 일행을 겉도는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도 우회할 수 있지.’

알아도 섭섭해하는 수희에 대한 처방은 의외로 간단했다.
다른 일행보다 못한 취급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없애주면 된다. 즉 일행에게도 알려주지 않거나, 알려줬더라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속이면 된다.

”중요한 물건이지. 그래서, 정보 공개의 선을 그어두려고 해.
수희 너는 내가 일행에게도 숨기는 물건이 있음을 어버스나이트에 알려도 좋아. 사소한 정도라면  정보를 가지고 이득을 취해도 좋고.”
”흐음, 그쪽에 정보를 알리려는 거야? 그럼  이중 첩자가 되는 걸까. 흐음, 나랑 교단이랑 같이 속이는 거 아니지?“
”너에게는 숨길지언정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야.
별개로  말은 나와 어버스나이트 교단 사이에서 네가 손해를 볼 필요 없다는 거야. 거래하는  네 마음이고.“

만신전. 수많은 신을 모시는 신전.
석판에 언급되어 있던 단어.
명칭 하나가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이름 자체가 뒷이야기를 품을 수밖에 없다.

신성은 고귀하지 않았다. 어쩌면 인간과도 닮았다.
서로를 배려하지 못하고 쉽게 충돌했다. 동맹 관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른 신성을 누르고 우위에 존재하려 했다.
그 특징으로 추론해보면, 지극히 강한 신성이 다른 모든 신성을 누르지 않는 한  신전에 모일 수가 없다.
그리고 지극히 강한 하나의 신성이라는 전제가 성립하면 이미 만신전이 아니었다. 강한 신성의 신전일 뿐이었다.
즉, 커다란 무언가, 신성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존재한다는 의미였다.

만신전이 시간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린 잊혀진 신들을 모아 모시는 곳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사라져버린 잊혀진 신들을 위한 곳이라면.’

실제로 ‘뼈로 이루어진 거인’과 ‘황금빛 용’과 ‘검은 숲’은 내가 접해보지 못한 신성이었다. 그들처럼 힘을 잃어 흔적만 남은 존재라면 만신전에 모아둬도 반발이 적을것이다.
모아둔 이유는 둘째 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정보와 이어지면 다른 전개가 되지.’

나는 신전이 발견되지 않은 신성을 알고 있다. 어버스나이트가 그러했다.

‘어버스나이트 신전이 혹 만신전에 있어서 발견되지 않는 것이라면···.’

만신전은 잊혀진 신성을 모아둔, 무덤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만신전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이 된다.
현존하는 신성을 강제, 유혹, 압박, 회유 중 어느 수단일지  여러 개의 수단이 동시에 쓰이고 있는지  수 없지만,  수단이 만신전에 있다.

*

‘수희가 도움이 돼.’

수희는 내게 정보를 물어다 줄 것이다. 내가 허락한 만큼의 정보를 가지고 어버스나이트 사도나 사제와 접촉할 것이다.
내가 정보를 제한했기에 마음 편하게 활동할 것이다.
수희는 지식이 부족해 정보의 가치 판단이 떨어졌다. 가지고 있는 정보가 팔아도 되는 정보인지 아닌지 구분하지 못한다.
내가 수희에게 정보를 차단한다고 선언한 덕분에, 수희는 마음껏 가진 정보를 팔아먹을 수 있다.

‘정보 자체보다 정보를 이용해 거래하고 과시하는 것을 즐기니까.’

수희에게도 나쁘지만은 않다.

*
*
*

일행은 지하 5층 거점을 향했다. 휴식과 장비나 식량의 재정비뿐만 아니라 거점 5층에 보안을 위해서 뿌려놓았던 종속물을 손볼 필요가 생겼다.

5층 거점 돌과 바위  종속물에 확보해놓았던 관계가 약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나의 격이 올랐기 때문이었다.
격이 다르면 같은 스킬을 써도 위력이 달라졌다. 거기에 새로 얻은 스킬은 좀 더 강력한 종속 관계가 유지될수록 유리했다.

다른 교단의 사도급인 리버밸런스 신도를 잡아 얻은 영성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컨트롤러 클래스가 한 단계 오르고 두 개의 스킬을 익힐 수 있었다.

[강제 종속화]와 [종속체 배치].
둘  강력했다.

[강제 종속화]는  더 실질적인 전술에 유용했다.
이때까지 상대를 종속화시키려면 의지를 꺾어야 했다. 하지만, [강제 종속화]는 격의 차이만 있다면 따로 의지를 무너트리지 않아도 종속할 수 있다.

내가 사도급이기에 인간이든 몬스터든지 신도급이면 종속할 수 있게 되었다.
미궁 저층의 모험가라면 종속하는데 굳이 협박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주치고 나의 영역에 장악되는 순간 종속시킬 수 있다.

미궁 지하 10층이 넘어가면 몬스터 역시 사제급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강제 종속화]는 유용했다. 미궁층에는 한가지 속성의 같은 위력의 몬스터만 등장하지 않았다.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가 조합해 모험가를 막았다. 강력한 몬스터와 맞서며 집중하는 동안, 슬그머니 접근한 약한 몬스터에게 당하는 경우가 흔했다.
[강제 종속화]는 이 조합을 무력화시켰다. 무력화를 넘어 약한 몬스터를 종속화해 강한 몬스터를 강제 공격하는 것까지 가능했다.

‘종속체 배치···. 이건 터무니없는데.’

내가 종속한 곳으로 종속한 것을 배치할  있는 스킬이었다.
층이 멀수록 집중력이 가중되지만, 층과  사이도 넘나들 수 있다. 다른 미궁층 탐색 중에 미궁 5층 거점에 종속물을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종속물은 단순한 흙과 돌, 무기만을 의미하지 않았다. 에리와 에드샤는 나의 종속체였다.
레리아나의 검과 아리나란 역시 내게 종속되었고 아리시는 필요하다면 바로 종속화시킬 수 있다.

원래 미궁 지하 5층 거점은 종속물, 돌과 구조물 등을 이용해 경계를 했다.
침입자를 감지하면 페로의 탈출 권능과 나의 길잡이 스킬을 이용해 빠르게 지하 5층으로 돌아가 침입자를 격퇴하는 구조였다.
이는 복귀 속도도 속도지만, 현재 층의 모험을 포기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하지만, [종속체 배치]가 생긴 이상 달라졌다.
에리, 에드샤로 처리할  있는 적이라면 둘만 미궁 지하 5층 거점에 배치해 적을 격퇴하고, 탐색 중인 현재 위치를 장악한 후 현재 위치로 다시 불러들이면 되었다.
거점 수비는 수비대로 하면서 탐색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최악을 대비할 수 있다는 것도 커.’

현재 모험 한계 범위는 바리스의 생존이었다.
조금  정확하게 따지면 바리스의 육체뿐만 아니라 정신이 유지되는 상황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생각해왔다.

나는 위태롭게나마 탈출할 수 있지만, 바리스와 헤스티는 반드시 죽는 상황은 아예 도전에서 배제해왔다.
아예 그런 도박판에는 올라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도박판에 올라가 패가 말려서 나만 위태롭게 탈출하는 상황이 닥쳐도 일행을 종속물 배치로 보내버리고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물론 페널티가 존재하기는 했다.
바리스와 헤스티도 종속시켜야 했다.
바리스와 헤스티가 내게 종속되었을 때 그녀의 원래 역량이 침식당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수희와 페로는 뭐…. 신성이 방해할 수 있지만, 거래하면 되니까.’

어버스나이트 신성과 카이바린 신성은 내게 공양하라고 유혹한  있었다.
내가 그들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만큼, 이미 엇나간사제에 다시 묶기 위해 힘을 소모하느니, 나와 거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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