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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2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62화 (62/139)



〈 62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62화

미궁 5층 굳은 땅의 은둔처로 돌아왔다.
바리스, 헤스티, 수희, 페로, 아리나란.
에리, 그리고 에드샤.

원래 에드샤와 미궁 5층의 에드샤,
이 세계는 한 시점에  존재가 두 개로 존재할 때, 하나를 소멸시켰다. 레리아나의 검이 그랬다. 내가 레리아나의 검을 가지고 온 순간, 이전에 있던 레리아나의 검은 소멸했다.

하지만, 에드샤와 에드샤는 양립했다. 내게 종속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회귀 전에도 존재했고, 현재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내게 종속된 에드샤는 둘 중 하나 소멸하지 않고 하나로 합쳐졌다.

“에리.”
“에드샤.”

에리가 에드샤를 안아 위로했다. 마치 에리가 에드샤의 언니인 것처럼,
에드샤가 에리를 껴안았다. 혼자 남은 아이를 받아들이는 가족이 되어주기 위해.

*

마지막 광경을 기억했다.
페로가 강대한 마법진의 힘으로 계단을여는 데 성공했다.나는 에드샤와, 안쪽까지 밀려 모두 모인 우리 일행을 이끌고 계단에 올랐다.

세디메샤와 남은 키벨레 종족은 계단이 사라질 때까지 치열하게 싸웠다. 나는 투르반에게 계단에 오르라고 말했지만, 투르반은 투쟁을 선택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가 원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내가 간섭하기 전의 과거처럼, 소모품처럼 사용되는 검은 엘프처럼 점액으로 뒤덮인 몬스터 리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마법진 중앙에 앉은 어린 에드샤의 무의식에, 마법진을 보호하고 에드샤를 보호하려는 키벨레들을 참혹하게 죽여 적개심을 에드샤의 무의식 심층에 새겨넣지 않을 것이다.

*

나는 미궁 지하 5층 '굳은 땅의 은둔자'의 거처에 서서 둘을 바라보았다.

에드샤는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미궁 5층의 에드샤는 기억이 온전하지 못했다. 미궁에 얽매여지고 죽음과 리젠을 반복하면서 기억을 읽고 마모당했다.
미궁에서 치른 전투 경험은 지식으로 이어지지 않았기에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어린 에드샤는 지식을 완전히 외웠다. 경험이 없어 체화하지 못했지만, 위기를 앞둔 키벨레 종족은 에드샤에게 지식을 전수했다.

‘더이상 지하 5층 보상방에는 키벨레 종족에 관한 책이 존재하지 않아.’

에드샤가 잃고 마모되어버린 기억이 미궁의 불가사의에 의해 아이템화한 것이 ‘지하 5층 보상방’의 책인 것이다.
에드샤를 잡아야만얻을 수 있는 책.

“에드샤.”
“네, 준영님.”

인과 장악은 종속화보다 강했다. 에드샤의 몸과 느끼는 감각뿐만 아니라 그녀를 얽매이고 있던 구속까지 나의 아래에 놓였다.

에드샤는 미궁 5층에 얽매여졌었다. 에드샤의 인과는 침입당했고, 미궁 속의 에드샤로 고정 당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는 역으로 내가 미궁에 파고들 실마리가 되었다.

“이리로.”

에드샤를 품 안에 안았다.
에리도 나와 에드샤를 보다가, 살짝 머뭇거리더니 내게 안긴 에드샤를 나와 함께 안았다.
나는 미소지으며 에리를 함께 안았다. 에드샤의 감각에 동조하자 에리의 온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에리와 동조된 감각이 에드샤의 여린 피부의 촉감을 전해왔다.
에드샤는 과거와 현재가 합쳐지면서 피부가 더 여리고 말랑말랑해졌다.

둘의 감각을 인지하며 의식을 확장했다.
이전의 사물 하나하나 점령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크고 잔잔한 호수 중앙에서 몸을 일으킨 용이 만든 파문처럼, 미궁 5층 전체를 장악해갔다.

‘더이상 이곳은 굳은 땅의 은둔처가 아니야. 결해자의 거점이 될 것이다.’

나의 땅이다.
선언의 순간, 나의 땅과 외부의 연결이 모두 인지되었다. 다른 층과 잇는 통로가 되는 계단을 모두 알게 되었다.
이전의 에드샤는 땅으로 기파를 보내 파악했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인지할  있게 되었다. 에드샤를 얽매던 구속까지 내가 붙잡았기 때문이다.

에드샤가 파악  하던 이질감까지 내게 완전하게 느껴졌다.

‘리버밸런스의 잔향.’

리버밸런스는 그들의 성물, 메달을 이용해 리크의 특성을 역전시켜 나를 노렸다.
그리고  음모자는 떠났다. 하지만, 범죄자가 늘 그렇듯이 자신이 일으킨 변화를 확인하고 싶은 법이다.
음모자는 메달이 숨겨놓았던 곳과  전혀 간섭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곳에 ‘막대기’ 하나를 두고 떠났다.

힘과 의지를 담지 않은 단순한 매개물.
관계자 외에는 그저 단순한 막대기에 지나지 않았다. 힘과 의지가 없기에 에드샤의 탐색 방식, 기파를 쏘아 반향을 확인하는 방식에 걸리지도 않았다.
접근해서 살피는것만이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막대기를 아는 자, 리버밸런스의 사제가 먼 곳에서 힘을 쏘아낸다면 막대기가 있는 곳의 관찰이 가능했다.
영향을 끼치는 작용은 불가능하지만, 관찰 정도의 낮은 권능 발현이 가능했다.

“흐으….”

에드샤가 얕게 숨을 흘렸다.
내가 에드샤를 안고 펼치는 권능은 에드샤에게는 자극일 것이다.
격이 오르는 순간과도 유사했다. 성장을 가로막던 벽을 인지하지도 못한 수준에서 한순간에 자신의 구속하던 것을 깨닫고, 역으로 구속을 타고 올라 이용하는 감각이니까.

*

에드샤를 다스리는 동시에 나 자신을 관조했다.
나는 과거와 현재의 에드샤를 통해 인과를 인지했다. 인지를 통해, 역으로 미궁에 파고들 실마리를 얻었다.

‘막기 위해서는 먼저 인지해야 한다. 기본 조건이 충족된 셈이야.’

[잠식 저항]
스킬과 일반적인 기술의 관계는 불가사의한 권능에도 적용되었다. [방패 막기] 스킬이 없다고 해서 방패로 막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스킬화된다면 [잠식 저항]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능력을 느꼈다.

“하아.”

나도 모르게 숨을 토해냈다.
이 잠식 저항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떠올렸다.
미궁 밖으로 나갈  있다. 저항할 수 있는 동안은 미궁을 벗어날 수 있다.

‘그렇게 원하던 것이었는데….’

그동안 미친 듯이 갈구한 것에 비하면 기분이 담담했다.

‘완전한 자유가 아니니까. 여전히 굴레에 묶여 있어. 굴레와 연결된 고삐가 길어졌을 뿐이지.’

그렇다고 해도 가치를 깎아내릴 수 없다. 일정 시간만이라도 미궁 밖에 나갈  있으면  수 있는 일이 확장된다.
굴레를 풀 발걸음이 된다.

*

명상을 끝냈다.
신호를 보내 모두에게 휴식을 지시했다. 빨개진 헤스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무장을 풀어도 돼. 긴장까지 풀고 완전히 이완해.”

안전을 완전하게 확보한 만큼, 탐색 중의 신호가 아니라 말로 확실하게 말했다.

“네?”

헤스티의 얼굴이 더욱 빨개졌다.

“다들 보고 있는데···.”

빨개진 얼굴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나를 봤다가 다른 일행을 봤다가 안절부절못했다.
헤스티는 약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은  같았다.
용기를 내듯 크게 숨을 들이켰다. 로브를 벗고, 다른 이들을 힐끗거리더니 튼튼한 곁옷을 벗었다. 눈을 질끈 감더니 속옷까지 내렸다.

“으으, 부끄러워요.”

바리스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웃었다. 그리고 검을 내려두고 가죽을 덧댄 곁옷만 벗었다.
가까이 온 아리나란을  껴안았다.

로브를 머리끝까지 둘러쓴 페로의 어깨가 웃음을 참는 것처럼 살짝 떨렸다.
그리고는 허허, 늙으니 서럽구만 이라고 농담하고 자신만의 휴식을 위해 멀어졌다.
수희가  말리겠다는 듯이 고개를갸웃거렸다. ‘알았어. 급한 사람부터 해야지.’라고 중얼거리면서 다른 곳으로 갔다.

“아.”

헤스티의 얼굴이 야한 부끄러움과 다른 부끄러움으로 완전하게 빨개졌다.

“아, 그게, 이때까지 항상 큰 전투가 끝나면···. 으으, 안아줬으니까.”
“헤스티, 이해해. 많이 급했구나.”
“으으, 바리스 아니야. 정말.”

바리스의 농담에 어깨를 움츠리면서 떨어진 옷을 다시 주우려고 했다.

“아.”

벗어두었던 옷이 흙 속으로 파고 들어가 사라졌다. 나의 장난.
나는 헤스티에게 손을 까닥거렸다. 헤스티는 거부하지 않았다. 주춤주춤 가슴과 아래를 가린 채 다가왔다.

열락의 시간을 시작했다.
어느새 주어진 쾌락에 몸서리치며 고개를 흔드는 헤스티를 꾹꾹 눌렀다.

“하흐 하아.”

거친 숨을 토해내는 헤스티에 이어 바리스를 안고 아리나란과 접촉했다.

에리와 에드샤가 서로의 손을  잡은 채 훔쳐보았다. 페로나 수희처럼 딴 곳으로 가지도 않고 지켜보았다.
에드샤의 얼굴이 붉었다.
예전에 에리를 성인으로 인정하기 위해, 나와 부모의 역할을 하며 접촉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
어른의 사랑을 훔쳐보는 아이의 눈으로 손에 잡힌 에리의 손을 꼭 잡았다. 눈 둘 곳을 찾지 못해 어찌할 줄 몰라하면서도 나와 헤스티, 바리스의 모습을 눈에 가득 담았다.

‘언젠가는 둘도 안겠지만.’

지금은 바리스와 헤스티에 집중했다.
그저 에드샤에게는 성의 호기심과 두근거림이 치열하고 슬픈 전투의 기억을 퇴색시킬 자극이 되기를 기원했다.

*
*
*

[미궁 이해] 스킬은 크게 올랐지만, [신성 이해] 스킬은 오르지 않았다.
리버밸런스의 메달을 이용하긴 했지만, 에드샤의 인과로 연결된 세계는 신성과의 연결점이 적었다.

‘신이 신성으로 전락하기 전의 세계일지도.’

나의 추측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크게 틀렸다면 [미궁 이해] 스킬이 오르지 않았을 테니까.

‘그래도, 당장은 미궁 자체를 적대하지 않을 거야.’

무엇보다도 명확하지 않았다. 미궁의 악의가 과거의 일인 것도 접근을 어렵게 했다.
마치 혼란한 지역에 한 조직이 무자비하게 정복하다가 완전히 통합한 후에는 나름의 국가를 세워 통치하는 것과 유사했다.
과거는 혼란 속의 강압이라 악의를 읽을 수 있다면, 현재는 이미 장악했기에 규칙으로 운영만 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전에 미궁이 나를 정말로 적대하는 것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잠식 저항]으로 미궁에 저항하고 한시적으로 미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것과, 나를 적대하는가는 다른 문제였다.
가축화된 동물은 고삐의 끈이 길어지는 것만으로는 주인이 애완동물을 풀어주려고 하는지, 사냥개가 움직일 시간이 되었는지 판단할 수 없다.

‘일단, 명확하게 적대하는 카이바린과 리버밸런스를 경계한다.’

이제 미궁 지하 5층이곳, ‘거점’에서만큼은 두 집단을 두려워할 이유가 사라졌다.
지하 5층 거점 전체를 나의 영역화했기에 사제급은  이상 나의 상대가 아니었다. 카이바린 사도는 움직이는 순간 다른 교단의 사도에게 교단 자체가 파괴당할 것이다.
리버밸런스의 사도가 온다면 오히려 기회였다. 인과와 가장 연관된 교단이 리버밸런스인 만큼 빈틈을 만들고 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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