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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7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57화 (57/139)



〈 57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57화

자신들을 리크라고 칭한 것들과 마주했다. 이쪽도 그쪽도 무기에 힘이들어갔다.

나는 일행에게 신호를 보냈다.
적을 포로로 잡기 위한 전투, 살상보다 전투력을 상실시키기 위한 전투.
몬스터를 상대로 쓸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전투 방식을 지시했다.

훈련했던 대로 바리스가 보조할 준비를 하고, 에리가 먼저 움직였다.
대지력을 부려 전투 지형 조절을 시도했다.
에리가 먼저 움직이면, 적의 선제공격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에리의 캐스팅만으로 헤스티와 페로의 위험을 줄였다.

예상대로 바로 적이 움직였다. 마법적 시도를 하는 에리에게 투창이 날아들었다.

[어스 월]
하지만, 에리가 만든 흙벽이 먼저 완성되었다. 바리스가 흙벽에 박히는 투창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날아오는 투창이 흙벽을 관통해 에리에게 데미지를 줄 정도였으면, 바리스가 끼어들어 막았을 것이다.

“어, 너희들 그냥 인간이 아니구나. 키벨레 종족과 무슨 관계지?”

이어질  알았던 공격이 우두머리 리크의 외침과 함께 멈췄다.
이들 리크는 키벨레 종족과 깊은 연관이 있다. 마법의 종류를 보고 키벨레 종족을 떠올릴 정도로.

*
*
*

나는 추측했다.
눈앞에 나타난 리크들, 도끼와 투창으로 무장한 리크들은 키벨레 종족과 적대관계가 아니다. 최소한, 연관된 이에게 득달같이 달려드는 관계가 아니다.

전투의 흐름을 끊으면서, 키벨레 종족과의 관계를 물어왔다.
일행이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을 확인했기에  수 있는 대응이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피해를 각오한 행동이었다.
일행은 직시 전투를 멈췄다. 이미 일행은 내 손짓 하나에 순간적인 진퇴를 해낼 수 있다.

“이 녀석의 부모를 찾으러 왔다네. 아니면,  녀석에게 키벨레 종족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만이라도 만나러 왔네.”

나는 에리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에드샤는 에리에게 종족 마법을 가르쳐준 스승이며, 부모는 아니지만, 피가 이어진 존재였다.
또한, 에리의 부모가 어떤 자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리나란과 같은 바바리안만이 미궁 안에서 임신할  있다. 이는 키벨레도 미궁 안에서 임신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다른 이들은 미궁 밖에도 키벨레 종족이 있어서, 밖에서 에리가 태어나고 미궁 밖 도시에 떠돈 것이 아닌가 추측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가능성을 떠올렸다.
미궁이 아닌 에드샤의 고향이 미궁으로 먹히기 전에, 에리의 어미가 임신하고, 미궁 안에서 태어난 다음 미궁  도시로 나간 것이 아닐까.

“끄응.”

나는 리크가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투르반, 이방인이돌아다니게 해선 안 돼.”
“끄응, 나도 알아.”

다른 리크가 일행과 이야기하고 있던 리크 우두머리에게 충고했다.

“떠나라.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는 거라면, 길을 안내해주겠다.”

나는 리크 우두머리와 리크의 대화 사이에 숨은 행간을 추측했다.
리크 우두머리, 투르반이 곤란해한다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건, 키벨레와 연관된 침입자를 무조건 배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그냥 키벨레 종족이 머무는 곳으로 안내해 줬을 가능성이 컸다.
다만 지금은 안내해주는 쪽으로 마음이 끌리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일시적인 것일 가능성이 컸다.

“이대로 떠날  없어. 우리 동료인 에리에게 꼭 필요한 일이야. 에리는  상승을 앞두고 있어.
키벨레 종족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알겠지만, 어린 키벨레 종족은 뾰쪽하고 긴 돌과 같지. 기대어야 똑바로 서.”

투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투르반의 무력이 보이는 것보다  단계 더 높다고 판단했다.
처음에 곤란해했던 이유가 에리의 상황을 추측한 것이라면, 아무리 키벨레 종족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에리의 움직임과 마법만 보고 상황을 추측해냈다면 결코 낮은 실력이 아니었다.
별개로, 내가 에리를 돌보는 이상, 에리의 성장이 어긋날 가능성은 없다.

“제안하지. 일행을 포위해도 좋아. 우리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놓아주는 것이 아니라, 자네들에게 포위된  이동하면 안심할 수 있지 않겠나?”
“클. 흠. 좋아.  정도라면.”

투르반이 긍정을 표시했다.

“투르반, 이들은 이방인이야.”

그에게 조언했던리크가 다시 한번 참견을 했지만, 투르반은 고개를 흔들었다.

“네이투, 걱정하는 바는 나도 알아. 하지만, 우리는 지혜를 모아야 해. 날짐승의 울음으로 우기를 예감하듯 일어난 일을 소홀히 하면  돼.”

참견하는 이와 투르반이 말로 하지 않은 대화도 추측할  있었다. 참견하는 이가 계속 무기를 만지작거렸으니까.
일행을 모두 죽이면 변수가 사라진다고, 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 일’에 악영향을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투르반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

리크  명이 일행 앞에 걸으며 길 안내를 했다. 나머지 리크들은 일행을 둘러싼 채로 이동했다.
일행은 나의 지시에 별다른 시도를 하지 않았다.
나 역시 주변 사물을 종속화하는 컨트롤러 스킬을 쓰지 않았다.
대신 투르반에게 사소한 이야기, 생존법같은  등에 대해 잡담하다가 물었다.

“왕이 자네들과 무슨 약속을 했는가? 아, 중요한 걸 가르쳐 달라는 건 아니야. 조심해야  것을 알려달라는 의미야. 우리도  예의 있게 접근할 수 있다면 그러했을 텐데.”
“흥, 너희 인간들의 왕인데, 왕의 약속을 모르나? 큼 너희 왕이 패배를 숨겼나 보군. 인간들은 자기들끼리도 속이는 종족이니.”

나는 자연스럽게 불쾌감과 씁쓰레함을 섞은 표정을 꾸미며 고개를 끄덕였다.

“2년 전에 군대가 이리로 왔지.  숲 가장자리에 살던 인간들과 느낌이 다른 인간들이었어.
숲 가장자리 인간들은 용감하게도 우리에게 사기를 치긴 하지만, 서로 필요한  교환하니 인간 놈들의 특징이라고 이해해줄  있지.
하지만, 군대들은 달랐어.”
“클, 아니야, 똑같았어. 군대도 허약한 건 똑같았잖아.”

참견하는 자가 클클거리며 끼어들었다.

“별거 아니야. 인간 왕은 10년간 이  근처로 얼씬도  하기로 했네. 그 덕분에 그 뭐던가, 세금 거두러 오는 사람이 안 와서, 숲 가장자리 사람들은 신났더군.”
“이럴 줄 알았으면, 숲 가장자리 사람들한테 안내해달라고 할 걸 그랬군요.”
“아니, 아니.  녀석들 다 거짓말쟁이야. 이상한 곳으로 유인 안하면 다행일걸.”

투르반과의 대화에서 가지 추측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특이한 점은 리크는 인간과 친한 종족이라는 것이다.
인간이 거짓말쟁이라고 반복해서 말하는 거 보면 물물교환하면서 사기를 꽤 당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도 용납한다는 건, 리크가 온화하거나, 온화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의미였다.

‘철인가.’

이곳에서도 리크 종족과 키벨레 종족은 경계선을 맞대고 있다.
리크 종족은 숲에 살고, 키벨레 종족은 대지가 드러난 지역을 선호한다. 큰 나무가 많아 나무뿌리가 강하게 엉킨 곳보다 차라리 사막에 가까운 곳을 선택한다.

‘키벨레 종족이 광물을 독점할 테지.’

이미 미궁 지하 5층에서 에드샤가 보인 적 있는 특징이었다.
에드샤가 싫어하는 점액질 리크를 잡아 그 핵을 구한 다음, 구덩이에다가 핵을 모아두면 에드샤는 이를 광석과 바꿔줬다.
키벨레 종족은 광석의 가치를 아는 종족이자, 다른 종족을 이용할 줄 아는 종족이라는 의미였다.
거기다가 모든 종족의 공통된 특성이기도 하지만, 에드샤는 지하 5층의 외부는 허용해도, 내부로의 침입은 허락하지 않았다.
주된 공간은 타종족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며, 이를 근거로 추측하면 키벨레 종족이 광석을 대가없이 내놓지 않을 것이다.
굴을 즐겨 파지 않는 종족은 노천 광산이 중요한데, 이미 키벨레 종족이 장악했을 가능성이 컸다.

대안은 약탈하거나 거래하는 것. 리크 종족은 인간과의 거래를 선택한 듯했다.
리크들의 장비와 야영용품에서도 힌트를 얻었다.
인간에게 사기당하면서도 웃으면서 넘어가는 것은 리크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비싼 것으로, 구하기 힘든 철이나 무기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리고, 투르반은 왕을 쉽게 여겼지만···.’

인간은 결코 쉬운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도 멸망해가는 왕이 아니라 군대를 몰고 올 정도로 권력을 가진 왕이었다. 탐욕과 모략이 일정 이상이라고 봐야 했다.
게다가 쉽게 모략을 부릴 루트까지 존재했다.
리크 종족과 친한 숲 가장자리 마을에 하수인을 투입하거나, 아니면 마을 사람을 매수하면 된다.

처음 보는 우리 일행을 쉽게 대하는 태도를 보면, 리크 종족이 생각하는 인간은 약하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종족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키벨레 종족까지 보면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있겠지.’

나는 잡담을 이어가며 투르반의 안내에따랐다.

*
*
*

“잠깐.”

나는 우리 일행을 멈춰 세웠다.  말과 일행의 반응에 포위 진형으로 걷던 리크들도 멈췄다.

“왜?”
“귀 기울여봐. 냄새를 맡거나.”

그제야 투르반의 표정도 진중해졌다.

“지금부터는 우리는 옆에 서겠어.”

포위를 유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계속 참견을 하던 리크 종족, 네이투가 협박하듯 인상을 썼지만, 투르반의 손짓에 물러났다.
투르반이 추가로 손짓했다. 리크들이 일행과 거리를 띄우면서 진형을 재편했다.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기 좋도록 본진과 작은 두 개의 팀으로 나누었다.
작은 팀 하나는 우리 일행이 위치를 파악할 수 없도록 우거진 곳으로 움직였고, 또 다른 작은 팀 하나는 일행과 전투가 벌어지면 바로 싸울 수 있는 자리를 잡았다.

‘투르반이 안내하던 방향에서 전투가 일어났다.’

“그대들이 양동 작전을 펼친 것이 아니길 바라네. 도착하자마자 이를 증명해야 할 거야.”

투르반의 얼굴에서 친절이 싹 사라졌다.
한 무리를 이끄는 수장의 분위기를 풍겼다. 자신의 무리를 위해서라면 강자에 대항해 투쟁하고 약자를 약탈하는, 동정이라는 마음을 죽이는 자리로 돌아갔다.

투르반을 향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행과 시선을 교차했다. 다른 이들은 담담히 나를 따르겠다는 눈빛을 보냈지만, 페로만이 불안해 보였다.
이해할 수 있는 반응이었다.
페로의 장기는 탈출이었다. 카이바린 신성을 받아들인 이후로 언제나 탈출할  있는 상황에서만 위기를 경험했다. 뒤가 없는 전투는 늙은이가 되어버린 그에게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단련해야  문제였다.
무엇보다도 페로의 정신은 나의 도움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약하지 않다.

나는 일행을 이끌었다.
투르반보다 늦게 움직였지만, 투르반의 뒤를 따르지 않았다. 옆으로 움직였다.
작은 팀 하나를 우리를 경계하는  배치한 것만으로도 전투력이 저하되었는데, 더 이상의 전투력 저하를 유도하고 싶지 않았다.

*

“아.”

에리가 침음을 흘렸다.
키벨레 종족이 사는 곳은 미궁 5층 굳은 땅의 은둔처를 떠올리게 했다. 지형도 다르고 흙과바위도 달랐지만, 지어진 건물이 똑같았다.
마을 안쪽을 향한 벽이 없는 네모난 건축물. 다만 더 큰 건물이 많고, 양식도 다양했다.
미궁 지하 5층의 비어버린 마을은 피난처로 생각될 정도로.

하지만, 에리를 제외한 일행의 시선은 딴 곳을 향했다.
적이 몰려 움직이고 있었다.

“헤스티 저들의 색은? 어떻게 느껴지지?”
“검은색이에요. 으흠, 신경 거슬리는 느낌?”

에리도 수희도 페로도 같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바리스는?”
“검은데, 빛이 없어서 어두운 검은색? 그리고, 꽤 불쾌해요.”

바리스는다른 일행과 다르게 느꼈다.

‘역시···.  적들은 미궁과 나의 회귀와 연관이 있다.’

내게도 적들은 검은색으로 보였다. 다만 움직일 때마다 무색이 잔상처럼, 감각을 초월한 나의 직관에 엇비쳤다.
그것은 내가 죽고 부활하기 전에 고통받는 공간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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