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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8화 (18/139)



〈 18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8화

나는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전투음이 아니라 접근하는 소음, 어버스나이트와 카이바린 교단이 아직 충돌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내가 건네준 정보를  어버스나이트가 움직이지 않을 이유가 없으니, 들키지 않은 전력을 보낸 것이다.

'내가 아는 그녀가 투입된 거군.'

은신 능력이 있는 어버스나이트, 안드레드 수희.
원래라면 다른 어버스나이트보다 그녀가 상대하기 더 버겁다. 은신이 특기인 만큼 위치를 특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녀의행동을 예상할 수 있다. 행동을 예상할 수 있으면 통제할 수 있다.
그녀는 성과를 이루려는 욕망이 컸다. 그리고, 그녀의 성과를 이루어줄 카이바린 지팡이가 땅에 박힌 채 눈앞에 있다.

나는 바리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전력으로. 엄호할 것. 지팡이.'

되물을 만 하것만 바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난전이 벌어져도어버스나이트 수희가 은신으로 접근해 지팡이를 빼가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이 세계의 은신은 완벽하지 않았다.
시전자의 능력도 중요했지만, 관찰자의 주의력에 크게 영향받았다. 두 단계가 낮은 자도 접근해올 것이라고 확신하면서 경계하면 숨지 못했다.
바리스의 인지력은 수희의 은신력보다 떨어졌다. 그렇다고 해도 고정되고 협소한 지점을,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하는 것이라면 인지해낼 수 있다.

*

거대한 모닝스타로 땅을 쿵쿵 찍으며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다가왔다.

"이거 고맙게시리. 같이 있잖아. 귀찮지 않게 됐어. 크."

남자 하나가 아니었다.
2m 50은  것 같은 남자 뒤로 인상을 잔뜩 찌푸린 표정의 마법사 복장을 한 자와 무장한 자들이 뒤따랐다.

저  역시 아는 자다.
보이는 그대로 접근전이 무지막지한 데이크, 그리고 다양한 마법을 쓰는 마법사 페로.
둘은 강자다. 데이크도 강하지만, 페로도 무시당할만한 놈이 아니다.

'오호, 저거 잘하면.'

나는 카이바린 교단의 내부 사정을 알고 있다.
그들의 전사단과 마법사단은 대립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외부로 파견 나갈 때는 전사와 마법사를 합친 조합을 이루었다.

순수 전사 조합과 순수 마법사 조합은 극단적이라 안정성이 떨어졌다. 그렇기에 전사나 마법사, 한쪽이 월등히 우세한 형태로 조합을 갖췄다.
명령 체계 때문이었다.
전투는 짧은 순간에 승패가 갈렸다. 지시에 머뭇거리는 순간 상대에게 기회가 간다.
그래서, 아예 마법사나 전사 한쪽이 월등히 강하도록 팀을 짰다. 예를 들어 코볼트 던전에서의 인원 구성도 방어전사보다 마법사의 수준이 훨씬 높았다.

'카이바린 교단 내부의 권력 싸움이 진행 중이다.'

 증거가 눈앞에 있다.
카이바린 마법사 페로는 데이크와 싸우면 마지막에는 질 테지만, 훅하고 쓰러질 자가 아니었다. 최소한 한 번의 역습을 노릴 자였다.
교단 내부가 안정되어 있다면 이 둘을 주축으로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페로보다 약한, 순순히 협조할 자가 붙었을 것이다.

'이 둘은 협조자인 동시에···, 서로의 감시자다.‘

생각은 길지 않았다. 적이 결과만이 전부라는 것처럼 움직였다.
금속징이 박힌 가죽조끼 아래에 근육이 굵은 뱀처럼 꿈틀거렸다. 커다란 덩치의 데이크가 기합을 모았다.

[멜론 크래쉬]
스킬명을 외치며 달려들었다. 모닝스타를 치켜들고 달려드는 기세부터 흉포한데, 돌진하는 데이크의 전면이 어스름하게 빛났다.

"저 빛나는  원거리 공격 저항 보호막이다."
"칫, 과일이 먹고 싶잖아."

빠르게 정보를 나누는 나의 말에 헤스티는 투덜거리며 중얼거렸다.
가벼운 그녀의 말과 다르게 공격 궤도를 훑는 눈과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다.
멜론 크래쉬, 데이크의 돌진 스킬, 저런 스킬명이지만 당해서 과일처럼 산산이 부서지는 몬스터의 피륙을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

에드샤의 마력이 꿈틀거렸다. 나는 방어 마법을 준비하는 에드샤를 바로 저지했다.

"흙벽을 세우려는 거지? 하지 마. 저 전사는 벽을 부술 능력이 있다. 게다가 저놈, 벽 파편이 흩날리는 난전이 장기야."

빠르게 말했다. 정확하게 예측하니 에드샤가 움찔거렸다.

"아래로 구덩이를 만들어."

에드샤가 나의 지휘권 아래로 들어온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과 그녀의 행동을 정확하게 알고 적의 의도까지 분석해낸 자의 지시를 일그러트릴 이유도 없었다.

"헤스티, 파이어볼을 준비해. 달려오는 속도와 방향이 일정하다고 예측해서. 못 맞춰도 되니까 타이밍만 깨."

헤스티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집중했다.

달려오는 데이크를 보았다.
여기서 우리가 파이어 볼트 등으로 원거리 공격하면 [멜론 크래쉬] 스킬이 일으킨 보호막에 막힌다. 그리고 스킬을  헤스티는 피하지 못하고 과일처럼 부서질 것이다.
그렇다고, 옆으로 피하면 방향 전환해 따라붙을 것이다. 다른 돌진과 달리 멜론 크래쉬는 방향 전환을 해도, 둥근 과일을 굴리듯 그 돌진력을 잃지 않는다.
스킬명은 우스워도 성능은 끔찍했다.

멜론 크래쉬 스킬이, 데이크가 거리가 있는 상태에서 마법사의 엄호 없이 먼저 설칠 수 있는 이유였다.
전사는 상대에게 원거리 공격이 있으면, 마법사의 엄호 아래에 돌진했다.
하지만, 데이크의 돌진 시 생성되는 원거리 저항 보호막과 방향 전환 능력은 규칙  전투를 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데이크보다 뒤의 마법사 페로의 움직임을 더 신경 썼다. 페로가 내가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주의하면서.
나는 [멜론 크래쉬]를 안다.
멜론 크래쉬는 방향 전환과 격돌에 강한 스킬이지만, 속도 변화에 유동적이지 못했다.

그렇기에,
급하게 만들어진 구덩이를 뛰어넘고,
구덩이를 뛰어넘기 위해 떠오르는 순간을 노린 파이어볼에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다.

"와, 저 새끼."

헤스티가 욕을 토해내고 이를 악물었다.
퍼지는 화염의 형태를 보고 보호막에 막혔음을 알아차렸다.

"크크, 제법 매운데. 하지만, 상대가 나라니, 운이 없어."

데이크의 말은 틀렸다. 실패가 아니다. 피해는 주지 못했지만, 돌진을 무마시켰다.
걸어서 구덩이를 넘어온 데이크가 남은 화염이 가벼운 연기인양 손을 휘휘 저어 흩트렸다.

"너는 전투를 운으로 하는군. 매번 단명하는 이유가 있어."

나는 이전 회차의 경험이라는 귀중한 정보를 도발에 섞어줬다.

"크,  죽을 놈이 말은."

역시, 도발로밖에 받아들이지 못하는 놈이다.
나는 내게 안긴 에리에게 속삭였다.

"저기, 마법사를 노려. 에드샤랑 같이."
"네."

에리가 몽롱함에서 벗어나며 대답했다.
마법사 페로는 에리가 노릴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하지만, 에드샤랑 함께라면 이야기가 달라졌다.
에드샤를 처음 마주쳤을 때, 에리에게 강제력을 가하면 위험하다고 인식시켰기에, 내게 벗어난 에리를 에드샤가 납치하고 전장을 빠져나갈 가능성도 적었다.

"저, 저도 함께···."

바리스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급박한 전투 중인데도 강하게 말하지 못했다.
바리스의 장점이자, 바리스의 한계였다.
약자를 아끼는 마음은 아군이라 확신할 수 없는 에드샤와 함께 사지를 향하는 에리를 돕고 싶지만, 냉정한 이성은 나와 함께 데이크를 상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나와 바리스가 데이크를 막을 수 있냐는 둘째치고.

"바리스, 너의 역할은 지팡이를 지키는 거다. 나랑 협공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바리스에게 강하게 지시 내렸다. 데이크의 공격을 피하면서 단호하게 말했다.
첫 회피는 깔끔하게 해냈지만, 기세는 데이크에게 있다.
혼자서는 반격을 생각하기 힘든 수준 차이인 만큼,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질 테고 이는 패배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이를 예상할 수 있는 건 우리일행뿐만이 아니다.

"수희,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분명히 이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을 어버스나이트에게 말을 걸었다.
어버스나이트 안드레드 수희는 은신 능력과 나신에 가까운 속옷 차림에 착각하기 쉽지만, 단순 딜러가 아니다.
내가 에드샤를 상대하는 탱커로 고려했을 만큼 탱킹 능력이 뛰어났다.
그렇다고 해도 은신한 상태에서 이어지는 첫 번째 기습은 그녀의 가장 큰 장점.
특히, 데이크와 페로처럼 만만찮은 적을 상대할 때는 필수가 된다.

데이크는 내 말이 암시하는 바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내 말에 집중하지 않았다. 기세를 이어가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하지만 데이크라도 내가 어버스나이트 안드레드 수희라고 말한다면, 그녀와 그녀의 특기를 떠올릴 테고,
수희가 기습으로 카이바린 지팡이만 훔치고 빠지는 건 불가능해지고 그녀의 임무는 실패할 것이다.

"이 자식."

캉 하는 소리. 그리고 욕하는 여자 목소리가 바로 이어졌다.
저 욕은 모닝스타로 기습하는 수희를 막아낸 데이크의 얼굴을 향해 내뱉어졌지만, 그를 향한 욕이 아니었다.
나는 웃었다. 웃으면서 차분하게 대답했다.

"반갑습니다."

놀리려는 것도 농담도 아니었다. 정말로 반가웠다. 몇십 회차 전이었던가. 어버스나이트에 대한 정보, 암호 등을 대가로 나를 어장 속 물고기처럼 부려먹었던 여성.
나의 여왕님.
반갑습니다.

그 기쁨을 수희의 기습을 막기 위해 급하게 몸을 비튼 데이크에게 한칼 먹이는 것으로 표현했다.

*

"크앗. 이 새끼들이."

데이크가 흉악하게 인상 쓰면서 눈을 부라렸다. 데이크의 눈이 나와 수희를 오가며 살폈다.

"돌진밖에 모르는 돼지 새끼야, 잘 있었어?"

수희가 반걸음 거리를 벌렸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몸을 살짝 비비 꼬며 자신의 몸을 더듬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곁만 보면 육감적인 여성이 성적으로 도발하는 모양새지만, 데이크의 눈과 수희의 눈은 살기로 가득 차 있다.

'저 말은 나와 바리스에게 전하는 정보지.'

원활한 협공을 위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데이크는 돌진이 특기고, 다른 공격은 그보다 떨어진다는 의미다.
이미 알고 있는 나에게는 의미가 적지만, 데이크를 처음 보는 바리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정도의 정보다.

나는 한 발짝 앞으로 움직였다.
오차를 만들어내는 한 발짝이다.
데이크에게 나보다 수희가  위험하다. 물론  대 일이거나 서로 같은 전력의 아군이 있다면 데이크가 이기겠지만,
그의 아군인 페로는 초반에는 데이크의 방심으로 협공하지 않았고, 지금은 에리와 에드샤가 상대하고 있다.

'시작할 때 데이크와 페로가 같이 움직였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다.'

내가 데이크에게 먹인 상처는 치명적이지 않다.
강인한 전사인 만큼 저 정도 부상으로 움직임이 떨어지지 않는다. 단검에 발라놓은 고블린의 독도 약간의 효과를 더할 뿐 마비시키지 못한다.
데이크의 독 저항은 나보다 높으면 높았지, 낮지 않다.

"꽤 아프지?"

나는 비릿하게 웃었다.
전사의 강인함은 상처를 입고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한다. 그리고 고통도 적게 느낀다.
하지만, 고통이 없진 않다. 견디고 움직일  있을 뿐이다.
나는 공격했던 곳을 다시 공격할 것처럼 움직였다. 그리고 일부러 자존심을 건드렸다.
심리전을 걸었다. 입은 상처에 신경 쓰는 것이 쪼잔한 것처럼 느끼도록.
데이크 놈은 자신의 덩치 크고 강렬한 이미지를 좋아한다. 자신의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 쥐새끼가."

커다란 모닝스타가 바람을 갈랐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만큼 수월하게 피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실제로는 아슬아슬했지만, 자세만큼은 고수가 하수의 움직임을 읽고 피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수희가 반대쪽에서 견제하지 않았다면, 회피에 실패했을 것이다.

"돼지 등딱지."

바로 수희가 파고들었다. 수희는 두 개의 검을 썼다. 짧은 검과 중간 길이의 검.
 힘이 좋아서 중간 길이의 검으로도 대검 전사가 양손으로 검을 잡고 방어하는 능력 이상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짧은 검으로 검을 교차해서 방어범위와 방어력을 올리는 기교에도 능숙했다.
그리고 공수전환은 대검 전사가 결코 따를 수 없다.

순간적으로 발사되듯 뻗어 나가는 왼손의 짧은 검은 모닝스타를 휘두르기 위해 근육을 응축하는, 힘을 수습할 정도의 시간에 적에 닿아버린다.
나를 공격한 데이크의 등에 닿을락 말락  짧은 검.
가죽조끼를 뚫더라도 근육에 심각한 손상을 주기에는 중심축까지 이동하면서 내지른 공격이 아니기에 위력이 부족하다.

'그렇다고 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지.'

쌍검의 공격은 이어짐이다.
왼손의 짧은 검이 뻗어져 나가는 순간에, 오른손의 검은 무게축을 담은 이동을 시작했고, 왼손의 짧은 검이 닿았을 때는 이미 힘을 담은 타격이 준비되었다.

"네년이 끝장을 보자는 거냐?"

데이크는 무시하지 못했다. 땅을 굴렀다. 얕은 부상이지만 치욕스러워했다.

[사일런트 퓨리]
분노하며 스스로 혀를 깨물었다. 붉은 피가 입술 옆으로 흘러내렸다. 그 괴이함에 수희가 뒤로 물러섰다.
버프가 강력한 카이바린 교단답게 데이크도 버프가 있다.
스스로 침묵 상태로 만들면서 광폭화를 이루는 자체 버프. 맹세에 근원하는 버프다.
말하지 않았으니 정확하지 않지만, 나와 수희가 죽던가, 데이크 자신이 죽을 때까지 분노에 휩싸인 전투를 하겠다는 맹세일 것이다.

참고로 페로도 탈출에 특화가  자기 버프가 있다. 공격에 특화가 된 버프였으면 애초에 에리를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에드샤가 보호한다고 해도 일순에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으니까.

수희가 자세가 흐트러질 정도로 급하게 피했다. 나 역시 바로 물러섰다.
물러서면서 바리스에게 신호를 보냈다.
바리스는 내가 내렸던 명령, '전력으로. 엄호할 것. 지팡이.'를 우직하게 지켰다.
위태로워 보이는 나의 회피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믿고 따랐다.

'전력으로. 관찰. 적.'

바리스는 새로운 나의 지시에 전념했다. 나의 신호에 이때까지 지키던 지팡이는 아예 없는 것처럼 데이크를 눈에 담았다.
데이크가 타겟 지정 광폭화를 발동한 이상, 수희는 은신으로 빠져나가지 못한다. 지팡이를 가져간다고 해도 데이크가 끝까지 쫓을 것이다.

내리찍는 모닝스타에 흙이 날렸다. 과격한 기세에 나와 수희는 거리를 조금 더 띄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거리는 데이크의 돌진을 위한 도움닫기 거리가 되었다.
수희의 표정에 낭패한 기색이 흘렀다.
급한 회피를 거듭하면서도 나를 살폈다. 내가 믿는 게 있어  상황을 이끌었다고 추측하는 거다.

“뭔지 모르겠지만, 빨리해. 이대로  버텨.”

나는 입술을 비틀어 웃어줬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믿는  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다.

"바리스, 준비되면 내질러."

바리스는 용사다.
용사의 온화한 심성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배움이 없을 때도 나의 움직임을 보고 깊이를 느꼈던 바리스다. 이전 회귀  내가 이끌었다고 해도 능력이 없었으면 24층까지 함께 가지 못했다.
이번 회차에서는 2, 3, 4층에서 자신보다 강한 적을 상대하게 해 강자를 상대하는 법을 익히게 했다. 에리의 합류 이후로는 공격력이 성장하도록 유도했다.

데이크의 맹공과 나와 수희의 회피가 이어졌다.
그리고 바리스는 이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긴 관찰은 틈을 찾아낼 토대가 되었다.
이미 광폭화해버린 데이크는 작은 바늘이, 하지만 틈을 이루어낼 바늘이 숨겨진 것을 너무 늦게 알아차렸다.

대검이지만 송곳 같았다.
커다란 검이 한점을 향해 파고들었다. 이미 파고든 대검은 엉겨 붙은 근육들을 파괴해냈다.

'브로큰 피어싱···.'

나는 예전에 바리스가 썼던 용사 전용스킬 하나를 기억해냈다. 초반에 나올 스킬이 아니었다.
즉, 스킬을 얻은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동작을 이루어낸 것이다.

"키히이, 저 아가씨, 나도 속았잖아. 가만있기에 허수아비인  알았어."

수희가 고음의 웃음을 흘렸다. 바리스는 일격을 성공시킴과 동시에 데이크가 휘두르는 팔에 맞고 나가떨어졌지만 충분했다.
만들어낸 기회를 놓쳐버리기에 나와 수희는 너무 냉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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