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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1화 (11/139)



〈 11화 〉주인공이 용사를 숨김 11화

나는 은밀한 투척으로 단검을 날려 마법사의 마법을 방해했다.
주의력을 분산해 결과를 확인하면서도 이동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전투 흐름의 포인트는 코볼트 챔피언을 담당하는 세 명의 방어 전사.
방어 전사가 버티느냐 못 버티느냐에 따라 이대로 끝나냐 다음 페이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느냐가 갈릴 것이다.
세 명의 방어 전사를 무너트리지 않으면 카이바린 교단의 승리로 끝날 것이다.

나는 은밀하게 이동하면서 [인식 방해] 스킬과 [단일 타겟 어그로 감소]를 찍었다.
[인식 방해]는 전사 계열의 심화 스킬로 탱킹보다 회피를 위주로 하는 전사들이 익히곤 했다.

[단일 타겟 어그로 감소]는 [인식 방해] 이후에 익힐 수 있는 스킬로, 도적 클래스로 전직을 원한다면 꼭 익혀야 할 스킬이었다.
도적 클래스의 밥줄이 되는 스킬이지만, 범용성 면도 나쁘지 않았다.
데미지 딜러라면 어그로가 끌리는 것-적들에게 집중되어버리는 것을 항상 조심해야 했다.
그렇기에, 투자해야 할 경험치가 크다는 것을 제외하면, 마법사 계열로 전직한다고 해도 쓸모가 있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스킬이 핵심이지.'

나의 접근을 가장 먼저 알아차린 것은 코볼트 챔피언이었다.  명의 방어 전사에 포위된 만큼 사방을 경계했다.
그에 비해 방어 전사는 상황이 달랐다. 집중력의 대부분을 코볼트 챔피언에 쏟았다. 그나마 하급 전사들이 상대하는 코볼트 정도를 신경 쓰고 있었다.

[어그로 감소 코볼트 챔피언]

나는 스킬을 발동시켰다. 어그로 감소라고 해도 나의 움직임을 아예 무시시키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행동을 했을 때, 위협을 적게 느끼게 한다.

‘코볼트 챔피언을 공격하는 경우라면 효과가 작지만.’

나는 코볼트 챔피언을 공격할 생각이 없었다. 당연히 살기도 코볼트 챔피언을 향하지 않았다.

스킬이 제대로 먹혔다.
하지만, 예민한 코볼트 챔피언답게 방심하지 않았다. 다만, 스킬 효과를 받아 나를 상대하기 위해 전투 흐름을 급하게 조율하지 않았다.

나의 난입을 세 명의 방어 전사가 경계했다.
방어 전사가 안정적으로 코볼트 챔피언을 탱킹할  있는 것은 스킬 덕분이었다.
위력은 뛰어나지만, 쿨타임이 있는 [방벽] 스킬을 세 명이 돌아가면서 쓰기에 코볼트 챔피언의 공격을 막아낼  있었다.

나의 접근에 마지막으로 [방벽] 스킬을 썼던 방어 전사가 나를 향했다. 다른 둘은 코볼트 챔피언의 공격에 맞춰 [방벽]을 써야 하니 당연한 선택이다.
나의 순수한 전력만 보면 방어 전사를 대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상처입힐 수 없다.

‘하지만,‘

나를 상대로 스킬을 아끼다니. 나는 입술 끝을 비틀어 올렸다.
방어 전사의 움직임으로 볼 때, 저자는 기본기만으로 수라장을 뚫고 올라온 자가 아니었다. 강력한 적을 상대할 때마다스킬을 써온 자였다.
그런 자의 스킬 없을 때의 빈틈을 놓칠 만큼 나의 경험은 얕지 않았다.

“키타 메누카누.”

나는 코볼트어로 ‘메누카누 만세’라는 의미를 가진 외침을 터트리며, 이때까지 익힌 공격을 쏟아부었다.
휘두르고 찔렀다. 끝내 방어 전사의 허벅지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메누카누는코볼트가 믿는 신의 이름이었다.
물론 어떤 신성 효과도 발휘되지 않았다. 그저 목을 통해 나온 소리, 수많은 회귀 동안 코볼트와 싸우면서 들은 문장일 뿐이었다.

하지만, 코볼트 챔피언은 반응했다.

“쿠후, 키타 메누카누.”

코볼트 챔피언은 내가 만들어낸 방어 전사의 상처에 흥분하면서 메누카누 만세를 외쳤다.
나는 챔피언의 반응에서 감을 잡았다. 코볼트 챔피언이 보란 듯이 동작을 크게 했다.
내 동작을 보고 코볼트챔피언이 움직였다.

코볼트 챔피언은 몬스터, 몬스터이기에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적대감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어그로 감소] 스킬 효과와 믿는 신에 대한 칭송,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전투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과감한 공격을 유도했다.

코볼트 챔피언이 부상을 각오하고 내가 단검을 박아넣은 방어 전사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공격이 치명상이 되도록 방어 전사를 방해했다.
다른 방어 전사가 코볼트 챔피언의 등에 검을 찔러넣었지만 치명적이지 못했다.

“크아아악-.”

방어 전사의 어깨가 가죽 갑옷 채로 뜯겨 나갔다. 코볼트 챔피언의 손톱이 피를 흩뿌렸다.
 일격으로 전투의 균형이 무너졌다.
나는 뒤로 빠졌다. 뒤로 빠지는 나를 코볼트 챔피언은 막지 않았다.

마법사가 나를 노려보았다.

*

마법사의 눈이 살벌하게 빛났다.
하지만, 나는 그 속에 숨은 허실을 꿰뚫어 보았다. 마법사에게는 마법이 캔슬된 여파가 아직 남아있었다.
마법을 완전하게 익힐수록, 스킬 레벨이 높을수록, 강제 취소되었을 때의 피드백 데미지도 줄어들었다.
여파가 남았다는 것은 파이어 익스플로젼을 완벽하게 마스터한 수준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다면 저놈에게 남은 수단은 ‘신성 폭열’.'

신성 스킬 ‘신성 폭열’,
카이바린 교단은 버프 스킬이 강했다. 이 신성 폭열도 버프 스킬이긴 버프 스킬이었다. 다만 그 조건이 남달랐다.
일정 범위 내의 시전자를 제외한 목걸이를 끼고 있는 모든 신도를 즉사시켜 '연속 사망'을 이룩하고 그렇게 얻은 신성으로 시전자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했다.

강력한 버프지만 쉽게  수 있는 버프가 아니었다. 저 마법사도 이일이 제대로 진행되었으면 신성 폭열이 아니라 자신의 마법으로 남은 신도를 살해했을 것이다.
이유는 단순했다. 신성이 소모되기에 카이바리에게 바칠 신성이 줄어들었다.
그래서, 소모가 심할 경우, 공양하는 축제를 벌여놓고 미움을 받아 팽당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코볼트 챔피언을 잡지 못한다고, 역으로 당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신성 폭열을 고려할 것이다.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방어 전사 하나를 무력화시키면서 코볼트 챔피언 역시 상처를 입었지만, 몬스터와 인간은 달랐다.
코볼트 챔피언의 상처에서는 몬스터 특유의 재생력에 의해  이상 피가 흘러나오지 않았다.
두 명의 탱커로는 코볼트 챔피언을 완전하게 탱킹할  없으니, 시간은 코볼트 챔피언의 편이다.

‘자, 어떡할 거냐?’

나는 도발의 의미로 어깨를 으쓱였다. 마법사에게는 외통수다.
광역 마법은 방어 전사도 함께 피해를 받는다. 파이어 볼트는 내가 피해낼 것이다.
바리스와 헤스티를 쫓아갔던 하급 전사들이 돌아오길 기다릴 수도 있지만,바리스와 헤스티는 약하지 않다.
시간은 마법사의 편이 아니다. 시간을 끌면 코볼트 챔피언이 방어 전사를 무너트릴 것이다.

“네놈, 네놈 이름이 뭐지.”
“준영이다.”
“준영, 네놈은 카이바리 님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흐흥, 네가 그 저주를 중계할 능력은 되고?"

나는 비웃어줬다.
주술사 계열의 능력 저하 저주라면 무서울 것이다. 하지만, 신성을 따르는 자가 신의 이름을 빌려 내리는 저주는 오히려 우스웠다.

‘이미 더한 환생의 저주를 받고 있는데 무슨.’

신의 저주는 운명과 연관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나의 운명은 저주에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더 짙은 굴레에 묶여있다.

그래도 마냥 도발하는 것은 아니었다.
저주를 받을 거면 지금 받는 게 나았다. 저주는 죽기 직전에 영혼을 걸고 내릴 때 가장 무섭다.
그저 화가 나서, 악에 받쳐 내지르는 저주는 회귀를 반복한 정신력으로 극복해낼 수 있다.

"크흑, 네놈."

마법사는 저주하지 못했다.
나는 입술 끝을 비틀어 올렸다. 저놈은 영혼은커녕 지금 삶조차 내던지지 못하는 놈이다.

욕망의 크기와 미련을 파악한 이상, 할 행동을 예측하는 건 쉬웠다.
나는 한가지 행동을 준비했다.

미궁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 섬찟한 흐름이 마법사를 향해 모여들었다. 마법사의 몸이 터질 듯이 모였을 때, 신성의 이름을 담고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크흐, 네놈, 카이바리 님의 위대함을 맛보아라."

[신성 폭열]

'역시, 썼군.'

나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대로 등을 보여준 채 도망쳤다.
마법사는 나를 쫓아오지 못했다. 자신의 한계를 넘는 거대한 힘이기에 신성 폭열을 쓰는 도중에 나를 막을 마법을 쓰지 못했다.

*

나는 보스방 밖으로 나갔다. 코볼트 챔피언이 마법사를 상대해 시간을 끌어줄 것이다.
나는 마지막 전투를 준비했다.

"준영씨."

바리스와 헤스티가 달려왔다.

"너희 쪽으로 갔던 전사들도 갑자기 죽었지?"
"네."
"마법사가 신도를 희생시킨 거다."

나는 걸음을 멈췄다. 급한 상황이었지만 바리스의 힘을 이용해야 하니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
바리스에게 공을 들여 설명했다.

"헤스티, 지팡이를 등에 메고, 아이들을 들어라."

아이들은 근처에 있었다. 멀리 벗어나면 떠돌아다니는 코볼트에 죽을  있으니, 바리스를 따라다녔다.
나는 헤스티에게 지시를 내리고 아이 중에 가장 약한 아이를 들쳐멨다.
헤스티는 그동안 뭔가를 느꼈는지 망설임 없이 나의 지시를 따랐다.

*

미리 봐두었던 곳으로 일행과 아이들을 이끌었다.
막다른 곳에 바리스와 헤스티와 아이들을 모았다.

"바리스, 어차피 도망칠 수 없어. 죽지 않으려면, 아이들을 살리려면 버텨내야 한다."

바리스가 헤스티를, 아이들을 하나씩보다가 나를 주시했다.
맑은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네, 믿어요. 방법은 거칠지만 분명 모두가   있는 길이겠지요."

코볼트 챔피언이 폭주한 마법사에게서 얼마나 버텨낼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짧은 시간을 쪼개 바리스와 헤스티에게 '어라운드 디펜스'와 '파이어 볼트'의 콤비네이션을 가르치고,
마력을 소모하지 않는 시뮬레이션을 연습시켰다.

*

미궁의 공기마저 변했다. 썩은 냄새가 섞여 있던 흙마저도 급격하게 퍼져오는 열기에 수분을 잃고 말라갔다.
나는 바리스와 따로 움직여 숨었다. 바리스와 멀지 않은 곳, 바리스는 아이들과 함께 당당하게 서 있고 나는 숨어있기에 흥분한 자는 바리스를 찾기 전에 나를 발견하지 못한다.

"카리이 카리바리-."

마법사는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마치 짐승처럼, 아니 타락한 마물처럼 눈을 번뜩였다.
당당하게 서 있는 바리스를 보고 분노를 터트리며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가공할 마력이 요동쳤다.

'버텨라. 제발.'

숨은 나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로 폭주했지만, 위력 자체는 무시무시했다.
화염이 마법사의 몸을 물들이고 두 손을 따라 둥글게 회오리쳤다.

[파이어 익스플로젼]

콰가가가강-

통로가 후끈 달아올랐다. 모퉁이 넘어 숨어있는 나의 숨이 턱턱 막힐 정도였다.
나는 퍼진 뜨거운 공기가 가라앉기도 전에 움직였다.

바리스와 헤스티, 아이들이 있던 위치를 보았다.
넘실거리던 화염이 무언가에 막혀 잔해물처럼 미끄러져 흘러내렸다.

'성공했군.'

꺼질 듯이 흐려진 바리스의 보호막이 보였다. 파이어 볼을 넘는 파이어 익스플로젼인데도 막아냈다.

'코볼트 챔피언도 분발했군.'

바리스가 성공한 데는 마법사의 상태가 온전하지 못한 것도 한몫했다. 코볼트 챔피언의 '메누카누'를 향한 신앙심을 건드린 보람이 있었다.
그래도, 결정적인 것은 바리스의 정신력이었다. 용사 전용 스킬인 '어라운드 디펜스'는 마음가짐이 위력에 영향을 끼친다.

흐려져 가는 보호막 안에서 작은 불꽃을 피우는 헤스티가 보였다.

"지금."

동료를 믿고 두 눈을 감은 채 집중하던 헤스티가 바리스의 말에  눈을 떴다.

'그래, 지금이다.'

헤스티에게 내 모습이 보일 리 없지만, 나는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헤스티를 보며, 파이어 익스플로젼을 썼음에도 다시 마력을 끌어모아 파이어볼을 준비하는 마법사의  뒤로 접근했다.

도적으로 전직하지 않았음에도 나의 행동은 은밀하고 부드럽게 이어졌다.

마법사는, 자신의 한계를 넘는 힘에 취해,
그 힘을 부렸는데도 막아낸 바리스에 대한 분노와 보호막 안에서 정순하게 마법을 부리는 헤스티에 대한 시기로 나를 보지 못했다.

나는 마법사의 등 쪽 옆구리에 단검을 박아넣었다. 날아오는 헤스티의 파이어 볼트와 마법사가 시전 중이었던 파이어 볼의 오폭은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딴생각을 했다.

'이 방어술은 바리스에게 가르쳐줘도 쓰지 않겠지?'

인질 방어술, 붙잡고 있는 인질을 이용해 공격을 막는 방어술.
나는 마법사의 몸을 잡아 파이어 볼트와 파이어 볼의 오폭을 막아냈다.

"커커- 커거 컥-."

마법사의 마지막 소리가 들렸다. 말이 되지 못한 소리. 신을 부르는 걸까. 누구를 저주하는 걸까.
나는 수없이 반복했던 동작, 쓰러트린 적의 숨을 끊었다.
저주 걱정은 아예 안 했다. 저주를 이루어낼 정도로 악의를 집중시킬 놈이라면 신성 폭열 상황에서도 의지를 다잡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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