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우체부 아저씨 4 (5/21)

- 할아버지 

“ 아, 어떡하지..? 응..? 석아...어떻게 하지..?.. 난 몰라... 니네 할아버지가 보셨나 봐...아아...어떡해...”

허둥지둥 산을 내려가는 할아버지의 등을 바라보면서 아줌마는 잽싸게 옷을 챙겨입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아줌마라는 사람의 성향이 어떻건간에, 전에도 한번 간단하게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다들 농사지으며 고생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 속에 남편만 일터로 내몰고 화장품만 찍어발라가며 자신의 흰얼굴이 망가지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아줌마의 모습이 동네 사람들의 눈에 그다지 호의적으로 비친 것은 분명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어디까지나 별 상관없는 동네 사람들의 시선이었지, 우리 할머니 댁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원일이 아줌마와 아저씨는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마음을 어쨌든 사로잡고 있었고, 그것은 곧 차가운 시선들에 대해 훌륭한 방패막이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런 살가운 사이에 할아버지로부터 추한 모습을 뜻하지 않게 들켜버린 아줌마는 너무 수치스럽고 골치가 아픈 것 같았다. 눈물을 뚝뚝 흐르는 아줌마를 보니 사태가 어찌되었건 측은함이 밀려왔다. 조금 전 아줌마 그 깊은 속에 혀를 넣고 헤집었을 때 쾌감으로 온몸을 비틀며 흐느끼던 그 모습은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었다. 

“ 석아..미안하지만...아줌마 오늘 니네 집에 못갈 것 같으니까...잘 들어라...집에 가서 할아버지가 아줌마 얘기, 그러니까 혹시 욕하는지., 아님 무슨 얘기하는지 잘 들었다가 아줌마한테 전해줘야 돼..알겠지..? 그리고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혹시 저녁 먹으러 아줌마 오라고 하면 오늘 아파서 그냥 혼자 먹겠다고 얘기하고....아줌마가 무슨 얘기하는지 알았지..?응..? 응..? 알지..?  ”

아줌마는 아마 내가 못미더운지 몇 번이나 같은 내용을 반복해주고야 우리 사립문 앞에서 나를 들여보내고는 잽싸게 아줌마 집 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집에 들어왔을 때 집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차피 할머니 할아버지는 일을 하시기 때문에 이 시간에 계실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문을 열고 툇마루에 엉덩이를 대고 잠시 나를 반기는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데 부엌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한뼘쯤 열려있는 문틈 안으로 어디선가 낯익은 사내의 뒷모습, 그 전라가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놀랐다.. 할아버지의 등이었다. 할아버지가 옷을 벗고 뒷곁쪽 나가는 문쪽에 손을 짚은 채 몸이 자꾸만 흔들리고 있었다.. 

‘저게 뭘까..’

나는 이상하게 심장이 쿵쾅거리며 어쩌지 못하고 그 어정쩡한 자세에서 할아버지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뭐였든 부끄러운 광경을 엿보게 된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부엌에서는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겨울에만 목욕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이 더운 여름에 할아버지가 거기에서 옷을 벗고 있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대목이었다. 

“ 흐음....흐으...흐음.....탁탁탁탁......애기야.....애기야.....”

할아버지의 왼쪽 팔이 무언가를 쥐고 흔드는 것 같았다. 게다가 저 ‘애기’란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 어디선가 분명히 들어본 듯한 말이며 그것이 곧 원일이 아줌마를 뜻하는 것을 한참만에야 알아낼 수 있었다. 

원일이 아줌마가 할머니를 ‘어머니’ 할아버지를 ‘아버지’ 도 아닌 ‘아부지’ 라고 친근하게 부른 것에 할아버지도 은근 좋아하며 곧잘 아줌마를 ‘ 아가 또는 , 원일아...며늘아..’ 이런 식으로 호칭을 쓰곤 했던 것이다....

“ 허억.....헉....커..억.....”

갑자기 할아버지의 몸이 부들부들 심하게 떨리며 멈춰섰다.. 그러고는 한참을 미동도 않고 서계시다 이내 부엌 한가운데 이미 준비해둔 듯한 대야로 몸을 돌렸을 때....할아버지의 시뻘겋게 달아있는 남근이 허연 물을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와 동시에 할아버지도 문틈을 향해 보고 있는 나와 시선이 마주쳤다... 

“ 어, 언제...와...있었냐..? 할애비 목욕하는데...흐음..목욕...흐음....” 

하시더니 잽싸게 손을 뻗어 문을 꼭 닫으신다. 

강아지와 놀고 있으려니 할아버지가 옷을 모두 입으신 채 나오셨다. 아까 본 익숙한 낡은 파랑남방..그 옷이었다.. 

 “ 어휴..씨원하다..시원해....”

“ 더운데 왜 우물가에서 안하고 부엌에서 해...? ”

“ 할애비가 때가 너무 많아서 그래....그나저나....”

할아버지는 내 옆에 와서 담배를 한 대 기분좋게 피우더니 자꾸 내 눈치만 살피는 것 같다..차라리 무슨 말이라도 건넸으면 하는데 그러지도 않고 자꾸 내 분위기를 살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할아버지가 무슨 말이라도 해야 아줌마한테 전해줄 수 있는데 답답했다. 그때 할아버지가 관심없다는 듯 먼곳을 보며 물었다..

“ 원일아줌마는..? ”

“ 아프대..근데...할아버지는 일하러 안나가...?”

“ 응...할애비도 오늘 몸이 안좋아서 하루 쉬기로 했어...근데......흠흠.....근데....많이 아프대..? ”

“ 몰라...아까 계곡에서 물놀이하는데...찬물에 오래있었다고 머리가 아프다고....” 

“ 그래에..? 계곡에 있었다고..? ..우리 석이가...아줌마 때문에 재미있었겠구나....흠흠..”

할아버지가 내 앞에서 마치 계곡에서 우리가 놀던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처럼 얘기하며 얼굴이 약간 발그스름해지는 것을 언뜻 보았다. 

“ 할애빈 몰랐어...진짜야.....할애빈 지금까지 일하다 왔는걸....암...그렇구말구...”

내가 뭐라고 한 것도 아닌데...할아버지는 왜 저러시는지....이해가 가질 않는다.....한참 대화가 끊긴 채 할아버지가 마당을 뱅뱅 돌다가 갑자기 주머니를 주섬주섬 동전 몇 개를 꺼내주며 나에게 말씀하셨다..

“ 가서 원일이 아줌마 좀 오라구 해..그리고 니는 심심한데 마을에 가서 과자도 좀 사먹고 그러구 오너라...”

“ 응, 과자 사먹고..... 친구랑 놀다 올게...”

나는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할아버지가 건네는 몇 개의 동전을 건네받고 거기에 늦게 놀다 오겠다는 말까지 곁들여 할아버지를 안심시킨 후 아줌마네로 갔다..  

“ 할아버지가 오래요..원일이 데꼬...감기 걸렸다고 했는데 그래도 오래요...” 

“ 아이...뭔말씀 안하시든...? ”

“ 몰라요...저는 과자 사먹으러 가요...”

과자를 사먹을 틈도 없이 나는 재빨리 원일이네 집에서 나오며 두 집의 담벼락을 따라 우리 집으로 숨어들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에게서 어떤 이상한 느낌이 새어나오고 있는게..사실 과자의 달콤함보다도 나를 더 자극했기 때문이었다.. 

잠시 뒤 내가 뒷곁 옆의 창문을 통해서 살짝 안방을 들여다 봤을 때 멀리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리는 걸로 봐서 아줌마가 오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고, 할아버지가 재빨리 수건을 가지고 안방으로 들어와 옷을 훌러덩 벗는 것이었다. 

“ 아부지..아부지..계셔..? ”

“ ,...... ”

할아버지는 할아버지를 찾는 아줌마의 목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벗어 자꾸 수건으로 아랫도리를 자극하고만 있다. 

“ 이상하다. 신발은 있는데...” 

하면서 아줌마가 마루를 지나 안방으로 들어오다 벌거벗은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는 흠칫 놀란다. 

“ 어, 어이구...아가....미, 미안타...목욕을 하다 보니....”

“ 죄, 죄송해요....제가 그런 줄도 모르고 조심성 없이...”

아줌마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었지만 그 눈은 여전히 할아버지의 발기한 아랫도리 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 아가,...아프다고 하든데....?...어디 열은 없냐..? ”

하면서 한손으로 형식적으로 수건으로 아랫도리만 감싸고 아줌마에게 다가가 이마에 손을 대본다...아줌마가 원일이를 엎고 있는 모습에서 어쩌지도 못하고 그냥 어정쩡하게 서있다..

“ 열은 없는 것 같은데.....흐음...다행이구나...”

그러는 동안 원일이 녀석이 잠을 깨 보채자 아줌마가 앉아 젖을 먹이려다 부끄러움에 등을 돌리고 젖을 물린다.. 

“ 녀석...”

하더니 할아버지가 등을 돌리고 앉아있는 아줌마의 앞으로 가앉으며 원일이의 볼을 쓰다듬는다...

“ 젖은.......잘....나오....고....? ”

“ 뭐어....젖이야....잘 나오지...근데..아부지....이 녀석이 좀 커서 그런지....빨다 말고...자꾸 그래...딴 것만 찾구.....어제는 자꾸 밥그릇을 가리키길래...밥알갱이를 몇 개 줬더니 이도 이제 두 개밖에 안 난 게...신이 나서 우물우물 먹는데......어찌나 우습던지...호호호....”

“ 그래에..? 허허..이 녀석이...에미 젖 먹는 게 최곤데...그나저나...그럼 젖이 불어서 많이 아플 텐데...원일애비도 요새 없고....혹시 젖몸살이라도 난 거 아닌가..? 허허..”

“ 글...쎄.........젖 남은 건 낮에 강아지 주거나 그러면 되는데 그래도 저녁에 넘치는 건...어쩌지 못해서...어휴...매일....옷빨래 하느라 힘들어....”

“ 그래에..? 흠흠...그것 참......”

시간관계상 여기서 줄여야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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