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부 (6/6)

6부

나는 지금까지 세웠던 모든 계획을 뒤집어엎어야 했다. 창식이에게 주어진 역할도.

내가 생각하기로 했던 모든 것들을 다 수정해야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삿짐들은 모두 우리 가족의 것이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아버지는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낚시 도구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차에 싣고 계셨다.

그 와중에 엄마는 검보라색 타이즈에 비치는 흰 브라를 뽐내며 자신이 아끼는 물건들을 하나씩 옮기며 이삿짐 직원들에게 매력을 비췄다. 그런 엄마의 의도를 알긴 한 걸까, 힐끗힐끗 보는 동남아 지역으로 추정되는 외국인 직원이 있었다. 일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자연스럽지 못하고 쭈삣거렸다.

잠시 부모님이 자신들의 짐을 들고 나갔을 때 대장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가 외국인의 등을 두들기며 힘 좀 내라고 격려를 했다.

잠시 후 엄마는 다시 올라왔고 그들의 시선을 좀 더 즐기는 모습을 보이며 보다 과감하게 몸매를 과시하기 위해 액자꾸러미를 들었다. 그와 동시에 마주보던 직원은 눈앞에 보이는 아찔함에 침을 삼켰고, 짐을 날랐다.

살짝 엉거주춤한 자세로 내 옆을 지나갈 때 그의 성기가 다리 한쪽으로 살며시 도드라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에 비해서 아버지는. 아. 그냥 아빠라고 부르기로 했다. 말 뿐인... 아... 그만 말 하고...

너무나 무감각하게 자신의 낚시도구들을 정리하고 나르기 바빴다. 차라리 아빠는 엄마랑 결혼하지 않고 낚시랑 결혼해서 혼자 독신으로 사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어떻게, 왜 태어난 걸까...?

나는 컴퓨터를 박스에 담아 테이핑을 하고 있을 무렵 창식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부터 시작될 계획이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린 지금을 어떻게 할지 물어보는 전화였다.

깊은 한숨과 함께 기다려보라는 얘기를 전했다.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

전면수정...

하지만 모든 것은 우발적이고 과감하게 그리고 우연치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냉장고를 혼자서 번쩍 드는 사내가 있었다.

남들 허벅지보다 굵은 팔뚝에 핏줄이 두드러졌고 벌어진 어깨는 냉장고를 떠받았다.

“흡!”

짧은 단말마와 함께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냉장고가 들렸고 한발자국씩 걸어갔다. 그런 모습을 보고 있던 엄마의 눈빛이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옆에서 적당히 무거운 포장박스를 눈높이까지 들고 움직이던 외국인이 냉장고를 살짝 치고 지나갔다.

“어??”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16층 높이에서 냉장고가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머리부터 소름이 좌르륵 끼치는 것을 느꼈다.

“쾅!”

다행히도 무게중심이 틀어진 남자는 냉장고가 미끄러지는 것을 느꼈고 황급히 바닥에 냉장고를 내려놓았다. 하지만 한쪽 모서리부터 떨어진 냉장고는 의외로 쉽게 한쪽이 주저앉았다.

외관상으로 모서리가 살짝 깨지고 찌그러져버린 냉장고의 모습을 나와 외국인 그리고 그것을 들던 대장만 목격을 했다.

대장은 황급히 주변을 살피고는 내게 걸어왔다. 놀란 눈을 하고 있는 나를 잠시 보던 그는 곰곰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살짝 침을 삼키며 그런 그의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그는 솔직하게 얘기하기로 마음먹었는지 우리 부모님이 어디계신지 물었다.

“아마 밑에 계실거에요.”

그는 그 말을 듣고 대문 밖으로 나가던 도중 엘리베이터 앞에서 엄마를 만났다.

내가 그런 엄마와 대장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다시 본 건 모든 짐이 싣고 다른 집에 도착했을 때야 보게 되었다.

어찌됐건 냉장고 문제는 아무런 일도 없듯 넘어갔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집에 도착했을 때 엄마와 대장. 그 단 둘은 이미 그 집에 와 있었고 얼굴에 홍조를 띄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중간에 나가는 엄마와 대장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나는 그런 그 둘의 모습을 보고 정리하던 컴퓨터를 내버린 채 계단으로 빠르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16층을 계단으로 내려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지만 뛰어 내려가면서 창식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3층을 지나 엘리베이터가 곧 지상에 도착할 것 같았다. 나는 헐떡이며 창식이에게 말했다.

“창식아 우리 엄마 지금 밖에 나가니까 혹시 모르니까 따라붙어줘! 나 지금 계단으로 내려가는데 뭔가 수상해”

그런 내 목소리에 다급함을 느꼈는지 창식이는 작전을 위해 우리 집 근처에서 대기하던 도중 조심스럽게 오토바이를 끌고 우리 집 근처로 접근했다.

내가 1층에 도착했을 무렵 엄마는 내 눈 앞에서 사라져있었고 엘리베이터 앞에 서 계시던 아빠에게 물어봤다.

“허억... 허억.... 아빠.... 엄마 어디갔어요?”

“엄마? 먼저 이사할 곳 가서 정리 좀 한다고 갔는데? 왜 그러냐? 설마 너 계단으로 내려온거냐?”

땀을 흘리는 나를 보며 아빠는 걱정을 했지만 그런 모습보다 엄마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아빠에게는 잠깐 친구 다쳤다고 나갔다 온다고 둘러대며 뛰어갔다.

그런 나를 뒤로하고 아빠는 나머지 짐들과 함께 이사를 도왔고 잠시 후 창식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야 어떻게 됬어?”

“야! 너희 어머니 지금 자차 타고 이동 중이신데 내가 조심히 따라 붙었거든? 도착하면 연락 할 테니까 잠깐 끊어봐 나 운전 좀 하고”

“알겠어, 도착하면 바로 연락해”

나는 하나 둘 밖으로 나오는 짐들을 뒤로한 채 버스정류장으로 나와 연락을 기다렸다.

아까 냉장고를 들 때 허벅지보다 두꺼운 근육들이 요동치는 모습이 떠올랐다. 만약... 지금 당장이라도 엄마는 그 남자의 두꺼운 근육에 깔려 헐떡일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자신들의 잘못으로 냉장고 외관에 생겼다고 얘기를 하자마자 엄마는 눈앞에 보이는 근육으로 둘러싸인 남자에게 잠시 나가서 얘기하자고 하며 차를 타고 이동 중에 유혹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그 둘이 가는 곳은 이사 갈 곳의 집이 아닌 둘 만의 공간을 찾아 가는 거겠지?

나는 초조하고 불안한 모습을 숨기지 못한 채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카톡으로 위치지도를 보내며 태정모텔 607호라는 연락이 왔다.

돈도 한 푼도 없이 핸드폰만 챙겨서 뛰어나온 나는 이사 갈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었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창식이는 모텔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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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가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새로운 집은 기존의 집보단 작았지만 주변 편의시설도 많았고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보다 비싼 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주말이면 20만원이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오늘 남아. 잠깐 얘기 좀 하자.”

금요일 종례를 마칠 무렵 담임선생님은 평소 같은 태도가 아닌 진중한 모습으로 날 불렀다.

모두가 빠져나간 교실은 적막했고 그런 나를 일으켜 주는 건 창식이었다.

“야 일어나 담임 보러 가야지.”

저번 주에 있었던 사건 때문에 아무런 힘없이 지내던 나를 안쓰러운 눈으로 보는 친구가 보였다.

“아... 그래 가야지...”

비틀거리며 한발 한발 옮겼다.

“아...”

복도 끝에 보이는 교무실이 오늘따라 유난히 커보였다. 한발자국씩 내딛을 때마다 두근거렸다.

담임은 내가 늦는다고 생각했는지 서류가방을 들고 교무실을 나오던 도중 나를 발견했다.

“커피 마실래?”

상담실에 마주보고 앉은 담임은 서류가방을 옆으로 치우며 내게 말했다. 나는 괜찮다는 거절의사를 보이며 그 자리에 조용히 있었다.

“야. 하... 왜 무슨 일이라도 있냐? 최근에 이사했다며 근데 거기서 사는 게 마음에 안 들어?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뭐 내가 성적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은 아니니까 제쳐두더라고 학교에서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는데, 내가 왜 불렀겠냐?”

담임은 여태껏 답답한 마음을 담아 빠르게 말을 해갔다. 평소 보채고 달달 볶는 모습을 보이지 않던 담임이라 그런지 그런 그의 모습은 낯설어 보였다.

“왜 대답이 없어? 이 새끼가... 아... 이러면 안 되지. 아 아무튼 무슨 일이 있는 거냐?”

나는 조용히 숨을 들이켜 쉬었다.

담임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살짝 고개를 절래 저으며 서류 가방에서 내 인적사항이 담긴 노트를 하나 꺼내들었다.

“이게 뭔지 알아? 내가 여태껏 너희들 한명씩 관찰하면서 쓰는 관찰일지야. 이렇게 아무 말 없이 그러고 있으면 여기에서 하나씩 물어 볼 테니까 지금 이러는 이유 중에 하나라도 포함된다 싶으면 고개라도 끄덕여 알겠지? 그 정돈 할 수 있지? 설마 취조 같은 분위기로 진행할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괜찮아 그런 거 아니니까 마음 편히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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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이 끝나고 바깥으로 나왔을 땐 해가 어둑어둑 해졌고 창식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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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주말이 지났다 월요일 아침부터 집은 조용했으며 학교에선 창식이가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해왔다.

“몰래 카메라? 녹음기?”

“그래 네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데 그 방법을 써서라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어? 네가 이루고 싶은 게 뭔데? 잊은 거야?”

그런 친구의 말은 다 타버린 재가 되어버린 내 마음을 살짝 요동치게 만들었다.

‘내 맘대로 다루고 싶어... 만약 파멸하더라고 내가... 내 손으로... 보고 싶어...’

지금까지 안 쓰고 모은 용돈으로 카메라와 녹음기를 사기엔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그저 이렇게까지 해서 새로운 방법으로 내가 모르는 엄마를 찾아간다는 것에 약간의 설렘과 분노가 느껴질 뿐이었다.

점심시간 종이 울렸고 창식이와 나는 점심을 거르고 교내에 가장 으슥한 곳을 찾았다. 아직 모두가 밥을 먹는데 집중하던 때여서 그런지 인적이 드물었다.

자기가 봐둔 상품이 있다며 내 핸드폰으로 몇 개의 상품을 보여주며 적절한 선택을 위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나 둘 점심을 먹고 바깥을 배외하는 소리가 들릴 무렵 구매를 완료했다.

대략 2일에서 3일뒤에 창식이네 집으로 도착하게 변경을 하고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을 가지고 덩굴 틈으로 나오려는 순간이었다.

“아따~ 박선생? 잠깐만 기다려봐요.”

나는 몸이 굳을 수밖에 없었다. 창식이는 내 뒤편에서 커진 눈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마치 우리의 모습은 뭔가 나쁜 짓을 하고 (담배라던가) 그 자리를 벗어나려는 모습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 교감선생님... 더 이상 이러지 마세요. 뭘 어떻게 하자는 겁니까 지금?”

담임의 목소리가 들렸다. 짜증이 섞여있지만 침착하게 그리고 예의 있게 말하려는 목소리였다.

“아따 박선생! 이러깁니까? 내가 학생 걱정이 돼서 좀 도와주겠다는데 뭐가 문젠 거요? 난 교감입니다. 교감!”

“압니다, 알아요. 교감선생님. 근데 이 일은 교감선생님이 나설 일도 이유도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리고 교감선생님은 과거...”

그 순간 교감은 담임의 말을 끊으며 불쾌한 모습을 드러냈다.

“크흠! 아니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까? 그건 오해 아닙니까? 오해?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시고 저도 나름 생각을 갖고 사는 사람 아닙니까? 교감까지 할 만큼 교편에서 많은 경험이 있는데 박 선생이야말로 그런 얘기를 꺼내는 건 실례 아닙니까?”

교감의 눈은 계속 담임을 주시했고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런 교감의 모습을 보던 담임의 이마에는 핏줄이 굵어졌지만 계급이 깡패라는 생각을 속으로 하는지 연신 이성을 유지하려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저 교감선생님? 일단은 교장 선생님 허락 받고 오시면 제가 교감 선생님이 말씀하신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을 좀 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그럼 이만...”

담임은 무척이나 무뚝뚝하고 절도 있는 거절을 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났다. 하지만 교감은 연신 씩씩거리며 품 안에서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아주 교편이 엉망이야! 젠장 이젠 저런 일개 선생 따위가 교감에게 저렇게 대해? 내가 젊었을 때엔 상상도 못할 일 아닌가?”

교감은 화가 났는지 연신 씩씩거리며 담배를 피웠다. 그리곤 덩치가 산덩이만한 담임 앞에선 차마 맞을까봐 하지 못한 말들을 뱉어댔다.

잠시 후 그렇게 담배를 연달아 피던 교감은 자신이 지금 교내에서 흡연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 황급히 담배를 바닥에 던지며 끄고는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그 순간.

부스럭... 부스럭.

내 뒤에 있던 창식이는 교감이 자리를 벗어난 줄 알고 자리에서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교감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당황하는 교감과 눈이 마주친 나는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했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지만 왠지 그 상황에서 교감을 마주친다는 사실은 꽤나 불편한 자리였기 때문이다.

교감 또한 교내 흡연에 마음이 걸렸는지 한번 스윽 바라보고는 자리를 벗어났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마지막 담임의 수업이 시작되었고 첫 등장부터 굳은 표정과 연신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담임은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종래를 바로 했다.

“오늘은 종래 좀 일찍 하고 끝낼 테니까 청소당번은 청소만 빨리 끝내고 검사는 내일 아침에 한다. 그렇다고 거짓부렁으로 청소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반장. 인사”

허벅지보다 두꺼운 팔로 머리를 긁던 담임은 종래를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가던 나를 불렀다.

“부모님 좀 모시고 와야겠다.”

“네?”

“그 때 그 일을 내 손에서 마무리 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졌구나. 미안하다...”

담임의 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다. 나는 얼떨결에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몰랐다.

“네??”

담임은 그런 나를 보며 잠시 따라오라고 했다. 많은 학생들이 우르르 가방을 매고 나오는 와중에 담임은 조용히 상담실로 나를 이끌었다.

“저번에 그... 너가 애들한테 보인 사진들 기억하지?”

나는 당황했다. 아니 잊고 싶었던 사실이었다.

이번엔 담임이 더욱 저자세로 나에게 그 사실을 알려왔다. 잘못하면 퇴학 처분이 내려질지도 모른다는 것과 표정에는 매우 미안한 마음이 담겨 있었다.

왜 그렇게 자기 일처럼 미안해하는지 당장은 알지 못했다.

사실 나는 퇴학에 그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대학을 크게 목표로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공부에 욕심을 부리지도 학교생활에 충실해야 할 필요가 있나? 라는 생각이 들 만큼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렇지 않으셨나보다.

이 얘기를 직접 부모님께 드리려 했으나 근 3일 동안 집에서 마주치는 일이 없었다.

엄마는 이사 후 보다 늦게 귀가했으며 술을 마셔도 과하게 마시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아빠는 평소와 같이 일이 끝나면 취미생활을 하기 바빴다.

그렇게 3일이 흘러 담임은 아직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은 것이냐며 되물었고 그럼 따로 전화를 드리겠다며 안색을 굳히셨다. 평소 담임 같지 않은 모습에 왜 그러냐며 묻고 싶었지만 차마 아무런 내색조차 하지 못할 만큼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날 저녁 창식이는 내게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가 담긴 택배를 전달해줬다.

그날 저녁 그렇게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8개 set로 되어있는 초소형 카메라와 설치가 가능한 카메라 4개, 초소형 녹음기 12개를 사는데 가진 돈의 대부분을 지불했지만 아깝지 않을 만큼 빛나보였다.

창식이와 나는 차분히 거실과 안방 그리고 주방과 화장실에 하나씩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는 내 방 컴퓨터에 연결 상태를 확인했다. 화질도 매우 깔끔했으며 화장실 칫솔 상태까지 보일만큼 고화질이었다. 역시 돈의 위력은 대단했다.

이제 남은건 이 8개의 초소형 카메라와 녹음기였다.

그 순간 현관문을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창식이는 얼굴이 사색이 되도록 거실에 널브러져 있던 택배 포장들을 황급히 들고 방으로 뛰었다.

잠시 후 문이 열리는 듯 했으나 비밀번호를 틀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왔고 매우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추스른 나는 현관으로 나가 문을 열었다.

“어...엄마?”

굉장히 만취한 상태의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언제 염색을 했는지 검붉은 색의 단발을 한 엄마가 휘청거리며 서 있었고 그 옆에는 부축을 해주는 미모의 낯선 중년의 여자가 있었다. 옅게 홍조를 띄고 있는 그 여자는 나를 보고 말했다.

“네가 아들이구나? 어머. 많이 컸네. 너희 엄마랑 친군데 오늘 동창회 갔다가 엄청 마셨단다. 호호”

다소 예쁘장하게 생긴 아줌마는 그런 엄마를 부축해 올 만큼 힘이 넘쳤는지 아니면 요 앞에서 다른 사람들이랑 같이 부축했는지 생각이 들만큼 엄마는 대취해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휘청거렸고 짧게 자른 머리카락을 타고 하얀 목덜미가 보였다.

아줌마의 어깨 뒤로 넘어간 엄마의 팔은 힘없이 덜렁거렸고 그걸 억지로 잡고 있는 아줌마는 씨익 웃어 보이며 내게 엄마를 넘기고 가려하기보다 신발을 벗으며 안으로 밀고 들어오려 했다.

괜찮다며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며 엄마를 넘겨받으려 했으나 아줌마는 입 안 가득 풍기는 술 냄새가 내 코끝까지 미칠 만큼 괜찮다며 너희 엄마 신발이나 벗기라고 했다.

잠시 멍한 채 머뭇거리는 나는 정신을 차리고 아줌마를 봤다.

중년의 아줌마라 말하기엔 젊어보였고 날씬했다. 짙은 파랑색 와이셔츠를 입은 채 커다란 가슴을 출렁거리며 엄마를 부축했고 꽤나 짧은 스커트를 걸치고 있었다.

아직까지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탓인지 푹 파인 옷은 아니었지만 공격적인 가슴을 돋보일 만큼 옷은... 어?

‘노브라다!’

부축을 하던 여자는 짙은 파랑색이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가슴의 꼭지가 더욱 선명이 보였다. 맨살에 입은 와이셔츠가 정말인지 다시 한 번 확인한 나는 식은땀이 났다.

그런 나를 보던 여자는 내가 눈이 커지는 것을 확인하고 자신이 노브라라는 사실을 알아 챈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했다. 그러자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눈빛으로 보다 과감하게 와이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며 가슴골을 조금 들어냈다. 그리곤 내 반응을 살피며 웃어보였다.

잠시 한눈을 팔았던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반대편에서 엄마를 부축했다.

‘???!’

넘어질 듯 엄마를 부축하면서 느낀 건데 엄마도 노브라였다... 순간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태연하게 엄마를 안방으로 부축했고 아줌마는 잠깐 화장실 좀 빌리겠다며 자리를 벗어났다.

‘설마...’

나는 조심스럽게 엄마의 스커트를 들어올렸다.

‘검은색 스타킹 위로 보이는... 응? 스타킹이 아니...네?? 가터벨트...’

그랬다. 검은색 가터벨트 위로는...

“노팬티...”

털 정리를 한 깔끔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굳게 닫힌 입처럼... 하...

외설적이게도 팬티를 입지 않은 가터벨트는 너무나 매혹적이었고 그간 참아왔던 욕정이 끓는 것만 같았다.

당장 그 자리에서 얇은 종아리를 잡고 힘껏 다리를 벌리고 모든 마음을 쏟고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참게 해준 건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였다.

가까스로 본성을 누른 나는 스커트를 제자리로 돌리며 거실로 나왔다.

그리곤 잠시 뒤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줌마는 아무렇지 않은 듯 물 한잔만 달라며 웃어보였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물을 따라 넘겼다. 그리곤 거실 쇼파에 잠시 앉으며 말했다.

안부를 묻는 건지 뭐라 말하고 있는 그 아줌마의 말 따위는 들리지 않았다. 온통 머릿속엔 아까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곤 나한테 뭔가 물었다. 하지만 듣지 못했다.

“네??”

“얼굴이 빨간데 괜찮아?”

아줌마는 내게 조금씩 다가왔고 한쪽 다리를 조금씩 내게 붙여왔다.

“너무 더운거 같지 않니?”

아까 풀었던 단추 밑을 하나 더 풀었다. 하얀 가슴이 흐르는 듯 했고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조금씩 벌어지는 다리는 차츰차츰 나를 감아왔다. 내 허벅지 위로 아줌마의 다리가 올라왔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정신을 차린 나는 전화를 받았고 내 방에서 모습을 지켜보던 창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아빠 전화를 받은 것처럼 행동했고 잠깐 전화 좀 받겠다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와 동시에 아줌마는 방 밖에서 이만 가보겠다며 다음에 또 보자는 식으로 말을 했다.

나는 그런 창식이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지나치는 것을 느꼈다.

창식이는 화장실에 설치된 화면에 그 아줌마가 노팬티였다는 사실을 내게 말했다. 아마 내가 엄마의 스커트를 올려다보고 있을 무렵 아줌마를 관찰하고 있는 듯 했다.

그와 동시에 엄마와 그 아줌마 간에 뭔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곤 황급히 아빠한테 전화를 했다. 기대했던 것처럼 낚시하고 있으니 이따 전화하겠다는 말씀과 함께 끊으셨다.

이제 시간은 충분했다.

“난 이만 가볼까?”

창식이는 눈치껏 내게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막았다. 그리곤 엄마랑 아까 아줌마가 브라를착용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얘기를 했다.

창식이는 앞으로 벌어질 일에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으로 내게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응. 괜찮아.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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