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부 (4/6)

4부

학교에서 난리가 났다.

친구들 사이에 연일 엄마의 팬티를 가져간 새끼에 대한 집중적인 추리가 시작되었고 그날 우리 집에 있었던 애들은 빠른 시일 내에 범인이 잡히길 바라면서 자신들에게 꽂히는 따가운 시선에 아파했다.

“너지? 씨발?”

그들은 서로 범인일거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못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그들 사이에 팬티 이야기는 조금씩 잠잠해져갔다.

나는 단체 카톡방에 엄마와 있었던 사진 몇 점을 더 올렸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일이라며 사까시도 받았다며 자랑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서 하나 둘 카톡을 확인한 친구들이 저녁시간 쯤 내게 몰려 왔다.

친구들은 나를 끌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피워 낸 이야기의 중심은 당연 우리 엄마였고 그것을 모르는 애들은 나에 대한 부러움과 자기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맞물렸다.

그 중에선 “야 씨발 나도 섹스하고 싶다!~” 의 반응이 가장 많았다.

“나만 혼자 할껀데? 너희도 찾아봐 ㅋㅋㅋ”

나는 웃으며 말했고 대신 가끔씩 단카방에 사진들 올려서 자랑할테니 그거나 보면서 손가락 빨라고 했다. 그러자 애들의 반응이 참 가관이었다.

“씨발 그런게 어딧어? 어? 왜 보여줬어, 개색꺄 자랑하려고? 너무 하잖아 씨발! 고통스럽다고!”

속사포처럼 말을 뱉는 친구는 안경을 고쳐 쓰며 내 팔에 매달려 왔다. 그 순간 저 멀리 창식이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 창식아! 야 이 새끼야~”

나는 나한테 달라붙던 애들을 뿌리치고 창식이에게 걸어갔고 애들은 패배감에 느끼며 하나둘 자리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안경을 쓴 친구는 창식이에게 다가가는 나를 따라 왔다.

“쟨 누구야?? 쟤 우리 반 맞지? 아씨 요즘 눈이 잘 안보여”

창식이는 내 뒤에 따라오는 친구를 보고 물었다.

“안녕? 이렇게 마주보고 얘기하는 건 좀 오랜만인 것 같다?”

창식이는 그런 안경 쓴 친구를 보고 웃으며 얘기했고 그 친구도 인사를 주고받았다.

“근데 왜? 무슨 일...?”

창식이는 안경 쓴 친구의 접근을 물어봤다.

“너 더 있지? 나 좀 보내주면 안돼?”

그 친구는 단도직입적으로 나를 보고 말했다. 창식이를 무시한 채.

창식이는 옆에서 조금 뻘쭘했는지 머리를 긁었고 나는 그런 친구에게 말했다.

“보여주려면야 충분히 보여줄 수 있어. 하지만 난 당장 보여주기에 조금 꺼려져. 그러니까 내가 다음에 꼭 보여줄게 알았지?”

나는 얼굴이 나온 사진에 모자이크도 안 입혔고 사진을 몇 개 추려야 했기 때문에 차분하게 일목요목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보여주기 싫어서라고 생각하는지 표정이 잠시 일그러지더니 인사도 없이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싸가지 없는 새끼... 꼴에 저걸 친구라고...

“근데 보여준다는 게 뭐야? 뭘 보여줘?”

창식이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게 말했다.

‘아. 맞다.’

창식이는 그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단카방에 초대 받지 못했던게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아. 우리 저번에 우리 집에 있었을 때 너 가고 나서 좀 일이 있어서 단카방을 만들었거든.”

“아 그래? 뭐야ㅋㅋㅋ 별거 아닌가보네, 근데 쟨 왜 저래?”

“그냥 내가 단카방에 올린 사진보고 더 있으면 보내달라고 저러는 거야. 근데 저 새끼 생각해보니까 갈 때 좀 싸가지 없지 않았냐? 시벌”

“저러니 내가 친하게 지내기 싫은 거야. 우리 반 애들 전체적으로 애새끼들이 오냐오냐 자랐는지 왜케 지 생각만 하는 싸가지 덩어리인지 모르겠네, 시발. 아 갑자기 빡치네?”

창식이는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뚜둑 소리를 냈고 교내 매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왕 아이스크림이나 한 사바리 할까?”

창식이는 나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올 왠일 돈 있냐?” “당연 없지?”

“개쌔끼... 그래 나중에 커서 다 갚아.”

나와 창식이는 아이스크림을 하나 물고 교내 호숫가 벤치에 앉았다.

“야 근데 보여준 게 뭔데 저 난리야?”

“음...? 내가 저번에 햄버거 먹으면서 했던 말 기억 나냐?”

“그게 뭐였지?”

“딸감 보내준다는 거. 그거... 어? 이 새끼 까먹었나보네?”

“아. 그거? 기억나 병신아 근데 그게 왜?”

“듣고 놀라지 마라. 내가 직접 찍은 거야.”

“응? 뭐?”

“내가 직접 찍은 내 장면이라고 병신아.”

그러자 창식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리고 잠시 동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야. 음.... 내가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만약에 있잖아...? 음... 뭐 그래. 사진을 찍고 하는건 취향이니까 아무 말 안할게. 아... 그래! 잘 들어봐. 너는 너 자신을 믿지? 근데 그러면 너 주변 사람들은 다 믿어? 아까만 봐도 저런 새끼가 있는데 더 하는 새끼는 없을까? 아무튼 내 말은 믿고 그걸 보여준 건 좀 그렇지 않냐? 이런건데... 뭐 씨발 막말로 너가 저 새끼랑 싸웠다고 치면 저 새끼가 홧김에 너 신상명세 털어가지고 인터넷에 올리면 너 어떻게 되겠냐? 안 그래?”

창식이의 저런 모습은 처음 봤다. 그저 날 동전지갑처럼 보는 친구라고 생각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갑자기 그 친구들에게 보낸 사진들이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만약에 친구들 중에 눈썰미 좋은 친구가 상대가 엄마라는 사실을 알기라도 한다면? 

‘아... 씨발...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

나는 왠지 엄마가 엄마쪽 사람들이랑 하고 다니는 건 어른들끼리라 적당히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방이 내 또래 친구라고 상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아까 그 건방진 친구 새끼가 떠올랐다.

‘만약 그 새끼가 엄마랑 한다? 내가 어떻게 하든 그 새끼 죽인다.’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금씩 삭이며 앞에 앉은 창식이에게 말했다.

“아... 그럼 어떻게 해? 이미 저질러진 물이 있잖아?”

“씨발. 그건 어쩔 수 없지 니 똥이니까 니가 닦아 이새꺄.ㅎ”

창식이는 자신이 뱉은 말이 좀 쑥스러웠는지 욕을 섞어가며 말했다.

나는 설마 그런 일이 일어나기라도 하겠어? 설마. 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위로하려고 했다. 잠시 후 저녁 시간이 끝나는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나와 창식이는 반으로 돌아갔다.

어두운 밤이 내리고 심화 수업이 끝나기 직전 나는 창식이에게 다급히 카톡을 보냈다.

[ 야. 내 똥 같이 좀 닦아 주면 안 되냐? 내가 햄버거 살께 ]

[ ??? 뭔 똥? ]

[ 아까 그 사진. 애들 폰 몰래 뺏어서 다 지우는 거 좀 도와줘 제발 ]

[ 지워도 어차피 머릿속에 기억은 안 지워질 텐데? 그건 어쩌려고? ]

[ 다 지우고 나 폰 망가졌다고 하지 뭐. 시간 지나면 좀 괜찮아지지 않겠냐? ]

[ 아... 존나 똥 싸네 씨발... ]

[ 그럼 일단 아까 그 건방진 새끼 거부터 지우자 수업 끝나면 내가 시선 끌테니까 너가 좀 지워 줘 알겠지? ]

[ 아... 햄버거 두 번 사라. 새꺄. ]

[ ㅇㅋ ]

나는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그 친구한테 다가가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곤 창식이에게 눈짓을 했고 책상 서랍에 핸드폰을 넣어뒀던 친구는 내 손에 이끌려 잠시 나갔고 그 사이 창식이는 서랍에서 핸드폰을 꺼내 애들 시선이 드문 청소함으로 가서 재빠르게 사진들을 지웠다. 그리고 카톡방도 나갔으며 혹시 모를 다른 친구들에게 보낸 사진이 있나 스캔을 했고 1분도 안된 사이 재빠르게 마무리를 짓고는 다시 원위치 했다.

창식이의 오케이 사인을 보고는 별일 아니라면서 친구와 함께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단카방에 그 친구를 다시 초대하거나 내가 보낸 사진을 그 친구 혹은 남에게 보내면 앞으로 올리지 않을 거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썼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의외로 그 싸가지 없던 친구는 그런 조치에 아무런 말을 꺼내지 않았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설마 컴퓨터에 저장된 것은 아니겠지 하는 두려움은 있었지만 며칠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긴장하던 것을 풀었다.

금요일 저녁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갔을 때 아빠가 집에 있었다.

너무나 생소하고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신발을 벗었을 때였다.

“아들. 잠깐 아빠 좀 보자.”

나는 살면서 처음 보는 저런 아빠의 모습에 네라고 대답을 하고는 가방만 놓고 거실로 나갔다.

“아빠가 왜 불렀을까?”

나는 저 말을 듣는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스쳐지나갈 뿐 그 어느 것도 생각나는 게 없었다. 혹시 엄마의 일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엄마의 일을 아신다면 절대 나에게 이렇게 대하지 않으실 거라 생각했다.

“잘 모르겠는데요...?”

그러자 아빠는 눈을 한번 씰룩하시더니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늘 학교에서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네?”

“담임선생님이 이런 일은 아버님께서 알아야한다고 하셨다. 그럼 무슨 일인지 감이 오냐”

나는 번개 맞은 듯이 흔들렸다.

‘설마 그 새끼가 담임한테 꼰지른건가? 아니면 내가 저번 주까지 죽을상을 하고 학교를 다닌 것 때문에? 아 씨발... 둘 중에 뭐지?’

나는 솔직히 첫 번째 이유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아무런 말이 없자 아버지께서는 벌떡 일어나 냉장고에서 소주를 양손가득 가져와 내 눈 앞에 내려놨다.

“자. 이게 뭔지 알지?”

나는 순간 저번주 주말에 집에서 마신 술 때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 이상 나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소주에요.”

“자. 그러면 이제 얘기를 좀 해보자.”

아버지는 소주를 까서 내 앞에 하나, 또 다른 한 병은 아버지 자신 앞에 두셨다.

“너가 어린 나이에 성 경험을 했다고 해서 이런저런 얘기를 자랑하듯 얘기하고 다녔더구나. 그게 담임 귀에 들어갔고? 담임 손에 들린 증거가 내 손으로 들어오더구나. 참... 세상 좋아졌어. 그렇지 아들?”

“!!!”

“담임선생님 말로는 우연히 학생 핸드폰을 압수했는데 수업시간에 뭘 보고 있었다는구나. 이 사진을? 그러면서 아들 이름을 거론하며 친구가 보내줬다고 하더라. 이게 그 사진이고.”

아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핸드폰 속에 저장된 내 사진을 한 장 보여줬다.

나는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차라리 방에서 몰래 야동을 보다 걸리는 것이 백배 천배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떨리는 눈동자로 그 사진을 봤다.

나다.

그리고 엄마다.

순간 입 밖으로 진실이 무엇인지 튀어나올 뻔 했다.

‘엄마에요. 저 여자가 엄마라고요!’

아빠는 내 눈앞에서 그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지우며 말했다.

“아들. 내가 아들 믿고 아들 핸드폰은 안 볼 거야. 다만 지웠으면 좋겠다. 앞으로 살면서 많은 일들이 있겠지만 지금처럼 아빠라는 우산은 지금뿐이야. 알겠지?”

아빠는 차분히 그리고 고요하게 말씀하셨다. 마치 지금 자신의 말에 내가 상처받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갑자기 슬퍼졌다.

“아들. 이 술에 아빠가 생각하는 걱정을 담았다. 그러니 눈앞에서 모두 마시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구나.”

아빠는... 아니 이제부턴 아버지라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아버지는 따뜻한 눈으로 소주 한 병을 비우길 바라셨고, 나는 그 술을 입 안에 넣고 삼키기 시작했다.

‘아버지. 제가 엄마 일 어떻게든 아버지 모르게 해결 해볼게요...’

이 술은 내 인생 통틀어 먹었던 술중에 최고로 쓴 맛이었다.

아버지께서는 내가 다 마신 것을 눈으로 확인하시더니 자신 앞에 놓인 술을 순식간에 비우셨다. 그리곤 말씀하셨다.

“방금 아비가 먹은 술은 내가 잘못해서 먹은 술이다.”

그리곤 두 번째 병을 까서 드셨다.

“지금 두 번째 술은 엄마 몫.”

마지막으로 한 병 더 원 샷을 하신 아버지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크으... 마지막 술은 너가 마시고 남은 절반의 몫이다. 흐끅”

아버지는 그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그리곤 조용히 안방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가슴이 미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 핸드폰 속에 담긴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모르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이 너무나 죄스러웠다.

나는 조용히 거실을 치우고 방에 들어가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청아한 컬러링이 내 귀를 간질이며 낯선 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나는 조용히 전화를 끄고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김혁수 조합장의 번호를 바라보았다.

‘설마 지금 이 시간까지...’

나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는 화면에 비치는 새벽 1시를 바라본 채 전화를 걸었다.

재차 연결음이 울렸고 김혁수로 의심되는 두꺼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누구십니까?”

주변이 조용한 듯 했고 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시간에 누구십니까? 누구세요?”

나는 끝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안했다. 아니. 못했다.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왠지 모를 분노가 치밀었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그 순간 핸드폰으로 전화벨이 울렸다.

“?!”

김혁수 조합장이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며 전화를 받았다.

뒷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우연치 않게 눌린 것 같았다. 나는 이런 행운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면 불행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귀를 통해 전달되는 소음은 꽤나 시끄러웠다. 술집 같았다.

낯선 남녀의 목소리가 교차하는 가운데 엄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소 좀 더 자세히 귀를 기울였다. 분명 엄마였다.

김혁수 조합장 옆에 엄마가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뚜렷이 들리는 엄마의 목소리에선 끈적함이 묻어나왔고 엉덩이를 툭툭 치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는 그런 김혁수 부장에게 안기듯 술을 받는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웨에엑 우엑”

순간 밖에서 들리는 구토 소리에 핸드폰을 손에서 놓쳤고 그 과정에 그만 통화종료버튼을 누르게 됐다. 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거실로 뛰어나갔다.

화장실 문을 열고 변기에 고개를 숙인 채 토악질을 하고 계시는 아버지를 발견했다.

“아빠 괜찮아요?”

나는 그런 아버지를 보고 황급히 다가가 등을 두들겼다. 갑작스럽게 마신 소주 3병이 다시 아버지의 목으로 나오는 듯 했지만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일까? 대략 한 병정도의 양만 변기로 쏟아졌다.

아버지는 고개를 살며시 들며 나를 보셨고 이내 주변정리를 하시며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서셨다.

“아들. 아빠가 미안하다. 가서 자. 아빠는 괜찮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밤이 지났고 새벽이 찾아왔다.

잠결에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필사적으로 몽롱한 잠에서 깨려고 팔다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가 들리는지 살피는 것뿐이었다.

“아.. 아흑”

나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흑... 이제 그만해요...”

이번엔 확실했다. 엄마가 집에 온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평소의 목소리와는 달랐고 그만하라는 말에 보다 귀를 세웠다.

“저 이제 집에 왔잖아요, 그만 가세요. 아흑! 아 제발... 아..! 흥..... 흐흥... 흐윽”

엄마의 신음소리였다. 엄마 말고 누군가가 우리 집에 같이 들어온 게 분명했다. 안방에서 곯아떨어지신 아버지에게 들킬 일은 없었지만 내가 깨어있고 내 귀가 듣고 있었다.

잠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의 옷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결과 섬유의 스침에서 울려퍼지는 소리는 잔잔하고 조용했지만 내 귀에 만큼은 누구보다도 큰 소리로 들렸다.

“우리 집에선 이러지 않기로 약속했잖아요... 이제 그만해요... 아들 자고 있어요.”

‘!!’

맞다. 엄마는 아버지가 집에 계신 줄 모르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저 내가 깰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내가 모르는 낯선 남자한테 얘기하고 있었다.

“벌써 몇 댓 번은 넘게 했는데 지치지도 않아요?”

낯선 남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엄마가 살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호호 참 짓궂어요. 근데 오늘은 그냥 돌아가요 알았죠?”

잠시 실랑이는 소리가 들렸다. 낮고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그제야 들리기 시작했다.

옷 벗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다발적으로 들리는 소리...

이윽고 무엇인가를 빠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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