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41)

“기철이 형님 호출입니다.”

남자는 씹 질이 멈췄다. 여자가 슬그머니 속옷을 집어 든다. 남자는 여자를 노려보며 한마디 한다.

“깨끗이 딱아 씨발년아”

여자는 수건을 잡고 남자의 좆을 정성스럽게 닦는다. 남자는 좆을 닦는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얼굴 가까이 데리고 와 키스를 하고 말한다.

“오늘 못한 건 나중에 또 하자 나가 봐”

여자가 옷가지를 챙겨서 방 밖으로 나간다. 여자의 벌거벗은 엉덩이가 묘하게 자극적이다.

남자는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으며 말한다.

“형님은 또 무슨 일이 다냐.”

“부탁할일이 있답니다.” 

“부탁? 니미 씨발 언제부터 나한테 부탁했다고 말을 겁나게 고급스럽게 써 불구마.”

청량리 588 골목 입구에 검정색 세단이 서있다. 남자가 느릿느릿 골목에서 나와 세단으로 다가온다. 세단 문이 열리자 뒷좌석에 앉아있는 기철의 모습이 보인다. 기철은 걸어오는 남자를 처다 보며 웃고 있다. 남자가 차에 오른다.

“아따 행님 건설회사 회장님께서 사창가 건달이랑 만나고 댕기고 그라믄 쓰것습니까?”

“그만 좀 해라 씨발 놈아”

“행님 죄송합니다.”

남자가 처음으로 웃었다.

“너 요즘 살만하지?”

“뭐가 살만합니까, 완전 개 박살 났는데.”

“여기 땅 절반이 니 꺼자나 저 앞에 주차장도 니 땅이고 자꾸 엄살 부릴래?”

“죄송합니다. 행님”

“야, 그건 중요한건 아니고 너 일 좀해라”

“무슨 일 말입니까?”

“애들 한 7에서 8명 정도 납치 좀 해야 되는데 그건 니들 전문이자나”

“전문이긴 한데 행님 꼴릿 꼴릿한 냄비들이면 더 잘 할 수도 있습니다. 행님” 

“그중에 냄비가 4명이야”

“그럼 행님 냄비들 밑 좀 닦아서 보내도 됩니까?”

“니 꼴린 대로 해 다만 뒤탈 없이 흔적 없이 정리해 인적사항은 애들한테 받아.”

“알겠습니다. 행님”

남자가 차문을 연다. 기철이 남자를 부른다.

“마귀야, 주말까지 끝내라”

“네 행님”

마귀가 차에서 내리자 기철을 태운차가 출발한다. 기철의 부하가 서류봉투를 내민다. 마귀는 봉투를 열어 사진을 살펴본다. 

“행님이 급했네, 급했어, 무슨 일이야?”

“자세한건 잘 모릅니다. 회장님 친구 분 부탁이라고 만”

“친구? 좋지 친구”

마귀는 아이들 프로필을 하나씩 살펴본다.

학원에서 나오는 영후는 며칠 전부터 알 수 없는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거리를 걸어간다. 아이들의 이상한 문자 그리고 누군가 자길 따라오는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그리고 유진과 수영은 어제부터 핸드폰이 꺼져 있는 것도 이상했다. 사실 영후는 혼란스럽고 피곤했다. 지연을 윤간한 사건도 지연의 엄마와의 섹스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지연의 엄마와의 섹스를 한 뒤부터 자포자기였었다.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식이었다. 영후의 엄마의 전화가 온다.

“응 왜 전화했어?”

“아직 출발 안했어?”

“무슨 소리야? 어딜 출발 안 해?”

“아니 아까 유진이가 전화 와서 너랑 친구들이랑 같이 주말에 별장 갔다 올게요 이러던데

너 엄마한테 속일라고 그랬지?“

“아니 그게 아니고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 끊어”

전화를 끊은 영후는 유진의 폰으로 전화를 한다.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영후야?”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영후는 뒤를 돌아본다. 영후 또래의 예쁜 여학생이 웃으며 서있다.

처음 보는 여자애였다. 

“누 구?”

“나 유진이 친구야 지은이.”

“어 반갑다.”

“유진이가 밧데리 가 다 되가지고 내가 대신 왔어 가자 유진이 기다려”

지은이란 아이가 영후의 팔짱을 끼며 걸어간다. 영후는 거의 끌려가듯 따라간다.

“어디 가는 거야?”

“유진이가 말안했어? 오늘 팬션으로 여행가기로 했자나.”

“별장 아니고?”

“아, 그래 별장.”

“아니 잠시만, 밧데리가 없으면 유진이가 직접 오면 되지 널 왜 보낸 거야? 

너랑 나랑 오늘 초면이자나“

지은이 황당한 표정으로 웃으며 말한다.

“아 씹 새끼 존나 똑똑한 척 하네”

“뭐야”

“야 예쁜 나랑 조용히 같이 갈래 아니면 개 맞듯이 쳐 맞고 따라갈래?”

“이게 미쳤나.”

그때 갑자기 누군가 영후 뒤통수를 때리며 욕설을 날린다.

“야 이, 나쁜 놈의 새끼야 멀쩡하게 생겨가지고 니 가 내 딸을 이지경을 만들어?” 

40대 후반의 아주머니는 정신없이 자신의 백으로 영후를 때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은이란 아이가 울기 시작했다. 

“남자가 책임을 져야지 이 나쁜 놈아”

지은이란 여자애는 엄마 같아 보이는 중년 여자를 말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영후의 다리를 꼭 잡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왜 이러세요”

영후의 당황한 반응은 중년여자의 비명소리에 금방 묻혀 사라져 버린다. 끽하는 브레이크 파열음이 들리고 검정색 세단이 그들 옆에 멈추고 세단의 문이 열리자 중년 여자는 영후를 차로 밀어 넣기 시작한다. 시나가던 행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리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영후와 중년 여인이 뒷좌석으로 들어가자 울고 있는 지은이 세단의 문을 닫고 조수석으로 들어간다. 세단은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 사라지고 구경하던 행인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영후는 자동차 안에서 소리를 지르며 반항해보지만 먼저 차에 타고 있던 남자의 손에 들린 약품이 묻어있는 가제에 코와 입이 막힌 후 시체처럼 축 늘어져 버린다. 

중년 여자는 담배를 꺼내 물며 말한다.

“아따 힘 좋네, 좋아”

“물건도 좋아”

조수석에 탄 지은이란 여자애가 담배를 피우며 축 늘어진 영후의 아랫도리를 처다 보며 웃으며 말한다. 

“아이고 물건은 언제 봤어?”

“아까 다리 잡고 매달릴 때 슬쩍”

“그렇게 좋아?”

“응 말 좆이야.”

자동차 안에서 웃음이 터진다.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와 운전석의 남자도 크게 웃는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고 뒷좌석 가운데 앉아있는 영후는 시체처럼 잠들어있다.

영후는 의식이 점점 돌아오면서 아주 멀리서 신음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고 생각했다. 얼굴은 보자기로 가려져지고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었지만 알몸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인 채 앉아있다는 것을 직감으로 알았다. “여자?” 주변에 많은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려온다. 흐느끼는 소리와 신음소리는 한 두 명의 소리가 아니었다. 

“형님 이 새끼 일어난 것 같습니다.”

갑자기 보자기가 확하고 벗겨졌다. 눈이 조금 부셨다. 영후가 묶인 의자위로 길게 매달린 조명들이 있었다. 영후 앞에 건장한 남자 두 명이 서서 영후를 쳐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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