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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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경이 너는 이제 시집 갈 거라고 살 뺀다며?”

“그래도!.....나는 입도 아니야?!.....그러면 이거 먹고 노래방 가자.”

“그래. 그러자.”

너무 선선한 진태의 대답에 진경이 오히려 어리둥절했다.

“어?! 아빠 어쩐 일이야? 그렇게 쉽게 승낙하게?”

“이제 시집가면 딴 집 사람 될 딸을 위한 배려라고나 할까?”

그러자 진경이 진태를 가만히 보더니 이내 울 것 같은 얼굴이 되더니 진태에게 안겼다.

“이...히이잉, 아빠아~!”

그런 진경을 자연이 따뜻한 미소로 보고 있었다.

다만 진경의 약점을 이제는 너무 잘 아는 영주만 진경의 옆에서 음흉한 미소를 띠며 보고 있었다.

진경이 진태에게 떨어지다가 그런 영주를 보더니 화들짝 놀라며 영주에게서 떨어졌다.

“엄마야! 놀래라, 이 기집애야! 간 떨어질 뻔 했잖아!”

“언니, 저녁에 뭐 먹는게 그렇게 좋아? 연극을 다 할 정도로?”

진경이 흠칫했다.

아까 아빠의 가슴에 기대며 한 짓이 있어서 가슴에 찔렸기 때문이었다.

“아빠도 안 믿는다, 우리가 그동안 지내온 세월이 얼마니? 진경아. 더구나 넌 아빠 딸이잖니?”

그러자 진경이 진태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무래도 좀 어색했지?”

“그렇기도 하지만 그동안 니가 써 먹은 수법 중에 제일 많이 써 먹은 수법 아니니?”

“그런가? 헤헤헤.”

“아빠에게 삥을 뜯을 때도, 용돈이 필요해 아빠에게 안기며 니가 부리는 필살기에 아빠가 너무 많이 속아 이제는 아빠도 면역이 좀 생긴 것 같구나.”

“어머머머! 아빠는! 삥이 뭐예요, 삥이! 어떻게 그런 상스러운 말씀을! 고운 말로 용돈 뜯어내기라고 좀 해 주실래요?”

“언니, 뜯어내기도 마찬가지로 상스러운 말인데? 언니 대학 다닌 것 맞아?”

그러자 진경이 영주의 양쪽 볼을 쭉 늘이며 이를 뽀드득 갈았다.

“네, 이, 요년! 니 죄를 니가 알렸다!”

그때 자연의 말이 들렸다.

“진경아 매운탕 다 됐다.”

“매운탕이 너를 살렸다. 가자! 맥주에 회를 위하여!”

“회는 소주가 잘 어울려!”

그때 가만히 있던 영인이 입을 열었는데 강력한 한방이 있었다.

“좋은 소맥이 있잖아!”

진태가 그 말을 듣고 자연을 바라보았다.

“여보! 설마! 애들에게도 소맥을 먹인 것은 아니겠지?”

“왜 아니겠어요? 저 앙큼한 것들이 나보다 더 잘 먹어요.”

“정말 헐이다!”

자연과 영인, 영주들이 아무리 엄마와 흉허물 없이 지냈다지만 그래도 그때는 아이들이 중학교 때인데 그런 여자애들이랑 엄마가 마주 앉아 소맥이라니!

영주, 영인이 들을 보면 이슬만 먹고 자란 아이들 같지만 소맥을 먹고 중학교를 다녔다니!

진태의 두 딸들도 진태가 상당히 풀어 키운다고 했지만 영인, 영주 자매들 같이 완전히 방목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영주 영인과 마주 앉아 회를 먹으면서 주량을 물어보니 피츠 한 병에 소주 두병으로 만든 소맥 정도는 거뜬하다고 했다.

이건 거의 진태 주량에 버금가는 주량이었다.

“애, 하지만 남자 앞에선 소맥 두잔 정도에 취한 척하며 쓰러지는 것은 잊지 마라? 너무 술이 강한 여자는 매력 없어 얘.”

진경의 말은 가히 여자들의 실체를 보여주는 말이었다.

“언니, 그럼, 시집가서는?”

“애는 꼭 똥인지 된장인지 말해야 아니? 다 잡은 고기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 몰라? 그때는 실체를 드러내도 괜찮다는 거지.”

참다못한 진태가 한 소리 했다.

“이 놈의 자식이 먹는 음식 앞에서 똥 이야기를 하고 있어! 그리고 막내에게 잘 가르친다!”

“뭐 어때? 영주 저것이 나보다 더 해. 아빠 앞이라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끼리 있을 때는.......야! 너 화장실 갔다가 손 씻었니?”

“진경아! 영주야! 꼭 음식 앞에서 그런 이야기 해야겠니?!”

결국엔 자연이 나섰다.

그러고 보니 자연이 소주를 거의 한 병을 다 먹었다.

“어...엉?! 자연아! 너 언제 한 병 다 먹었어?!”

진태가 눈치를 챈 것 같자 자연이 쑥스러운 웃음을 띠며 슬슬 진태를 피했다.

“회는 소주가 있어야 해서......헤헤헤”

“어휴~! 자연아......할 수 없구나. 이제는 그만 먹어?”

“알았어.”

자연은 먹을 것 앞에서 맥을 못쓰는 것은 진경이와 꼭 닮았다.

고기만 파는 짐에서 사 온 횟감 7만원 어치는 상당히 많았다.

진태가 부산 생활을 하는 27년을 부산에서 살다 보니 알게 된 사람이 상당히 많았다.

그 중에서도 전에 다니던 공사에 근무하던 직원이 본가에서 하는 횟집도 있었다.

그 집에 가면 일반인들이 갈 때보다 훨씬 많은 고기를 살 수 있었다.

보통 딴 지방에서 고기 먹으러 가자면 소고기, 돼지고기를 말하지만 부산에선 고기 먹으러 가자면 꼭 육고기냐 회냐고 물을 정도로 육고기와 거의 같은 비중을 차지 할 정도로 자주 먹는데 진태 식구들은 회를 자주 먹다보니 집으로 가지고 와서 아예 편하게 먹기도 했다.

오늘은 진태가 제법 늦었기 때문에 저녁을 먹기에는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양을 먹게 된 것이다.

저녁에 선애와 밥을 먹었는데도 불구하고 또 밥을 먹게 되었지만 선애와 한바탕 힘을 빼고 와서 그런지 또 먹혔다.

식사를 거의 끝내고 나서 진경의 말대로 노래방에 갔다.

역시 진경이 먼저 방 하나를 차지하고 노래를 부르러 갔고 영주가 진경을 따라 또 잔소리를 하러 갔다.

영인이만 진태와 자연을 따라 들어왔다.

영인은 서울에 다녀오고 나서 발성 연습하는 학원에 다니는 표가 확 날 정도로 놀랍도록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래의 음색도 풍부해 졌고 성량도 더욱 강해졌다.

고작 한달도 안 된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진태는 그 동안의 변화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인은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모를 정도로 강하고 높은 음을 자유자제로 소화하는 모습을 보여 줘 자연까지도 놀란 얼굴로 볼 정도였다.

이때 진태는 영인을 가수로 만들 결심을 했다.

잠깐 한 달 정도 발성 연습을 했을 뿐인 아이가 저 정도를 할 수 있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받으면 상당한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았다.

부산 같이 저런 교육의 열세인 바닥에서 저 정도면 서울 같이 넓은 시장에선 충분히 먹힐 것 같았다.

진경이 언제 들어와 있었는지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다가 노래의 추임세를 넣으면서 더욱 강하게 노래를 조절하니 영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영인의 노래가 끝나고 진경이 진태를 보며 말했다.

“아빠, 집에 노래방 기계 들일 수 있죠? 그거 들여서 영인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세요. 제가 아는 스튜디오에 데모 시디를 만들어 보내 볼게요.”

“그래, 그러자. 이왕이면 지하에 소음방지 장치를 해야겠다. 영인이 저 정도의 소리를 낼 정도면 충분히 옆집에서 항의가 들어오겠구나.”

“죄송해요....”

“이 녀석! 그게 뭐 죄송하다는 거야?”

“돈 더 들게 생겼잖아요.”

“걱정마라. 너, 가수 돼서 뜨면 이자 쳐서 다 받을 거다. 하하하”

“히이잉~! 아빠아.”

영인이 어쩐 일로 진태에게 안기며 애교를 부렸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애교를 안 부리는 녀석인데 이러는 것을 보니 제 딴엔 아빠가 고마웠나 보다.

진태가 영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진경과 영주가 그것을 보며 눈을 반짝이며 보고 있었다.

자연과 아이들 모두 한산한 밤거리를 거닐며 집으로 가고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도시에서 보기 힘든 밤하늘의 별들도 보였다.

오른쪽에는 영인이, 왼쪽에는 자연이 진태의 팔을 끌어안고 있었다.

뒤에서는 진경과 영주가 무슨 작당을 하는지 키득거리며 따라오고 있었다.

진경과 영주는 정말 죽이 잘 맞는 자매였다.

진경이 퇴근하고 나면 영주와 하루 종일 붙어 다녔다.

영주 학교 숙제도 같이 해 주고 학생인 영주나 영인이에게 화장품 고르는 요령이나 화장하는 방법 같은 것을 알려 주었다.

친구처럼, 언니처럼 지냈다.

원래 조용한 영인은 그렇게까지 붙어 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주와 진경은 영주의 공주침대에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진경이 자지 않았지만 진경의 침대에는 주말 정도엔 영인이와 영주까지 이불 덮어쓰고 침대 옆 협탁에 촛불 피워 놓고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한 밤중에도 비명소리가 일층의 안방에까지 들려 올 정도로 온갖 수다를 다 떨었다.

진경은 그동안 어떻게 참았는지 영주와 영인을 데리고 다니며 부산대학교 앞을 다니며 맛있는 것을 사 먹기도 하고 세 명이 돌아다니며 영화도 보러 다니면서 자매의 우애를 키워나갔다.

그리고 아침에 학교 갈 때, 진경이 출근 할 때는 전쟁이었다.

“영주야! 이 기집애야! 너, 언니 스타킹 가지고 갔지?”

“하나 빌렸어, 나중에 하나 사 줄게.”

“이 기집애 하필 고탄력 스타킹 가지고 갔어. 이 기집애 너 죽었어!”

운동 갔다 와서 이층에서 들리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진태의 머리까지 흔들릴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역시 여자애 둘을 키운 내공은 있는지 아침에 진태 식사를 차려주고 녹차를 한잔 먹고 있으면서 이층에서 들려오는 각종 물음에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자연을 보고 있으면 관록을 느끼게 했다.

이제는 진경까지 붙어서 딸이 세 명이나 되지만 전혀 밀리지 않는 자연을 보며 진태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요즘 선애를 데려다 주느라고 일찍 나가야 했던 진태는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면서 자연이 안방으로 따라와 진태의 옷 입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았다.

“당신, 전에 이야기 한 나한테 해 줄 것이 있지?”

그 말에 진태가 자연을 돌아보았다.

“자연아! 별로 권하고는 싶지 않다.”

“나, 해 보고 싶어. 정말로!”

진태가 자연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한 숨을 쉬었다.

“오늘은 삽입은 없어. 그래도 할래?”

“응. 꼭 해 보고 싶어.”

진태가 자연을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저녁에 연락할게. 영주야! 영인아! 준비 다 됐니?”

진태가 밖에다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층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영인의 목소리가 거실에서 들렸다.

“준비 다 됐어요, 아빠.”

“하앙~! 나 옷 입고 있단 말이야! 좀만 기다려.”

영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이층 계단을 뛰어 내려왔다.

그런데 영주는 아직 옷을 다 입고 있지 않고 이층에서 내려오면서 치마의 지퍼를 올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블라우스의 단추를 급하게 채우고 있었다.

“언니, 가방 좀 들어 봐.”

영주도 나름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지만 영인의 준비성에는 못 미치는가 보았다.

진태가 거실로 나올 때까지 영주는 이제야 블라우스의 단추를 다 채우고 치마 안으로 넣고 겨우 치마 지퍼를 잠그고 있었다.

“영주야! 아빠 앞에서!”

자연이 영주를 보며 매섭게 나무랐다.

“하앙~! 엄마, 아빠가 갑자기 준비 다 했냐고 물어 봐서 어쩔 수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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