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 회: 진태의 연애 -->
결국 이번의 경매는 진태가 노리던 진짜 목표였던 건물을 노리는 웬 아줌마 부대와 양아치들로 우글거린 다는 것을 알고 포기하고 아파트만 두개 낙찰을 보았다.
진태는 선애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아서 그냥 자는가 보다 싶어서 놔두고 집으로 향했다.
선애는 그러고도 저녁 늦게 되어서 아들이 깨워서야 일어났다.
“엄마, 무슨 잠을 그렇게 깊게 주무세요?”
“지금 몇시니?”
“9시요.”
“뭐? 아침 9시?”
“하하하하, 뭐라는 겁니까? 저녁 9시요.”
“어휴~! 다행이다. 늦었는지 알았잖니?”
“식사나 하고 주무세요.”
“가만! 요즘 내가 얼마나 잠이 안 오는지 잘 아는 놈이 날 깨워?! 에라이 이놈아!”
“어이구! 드시고 주무시라고 깨워도 뭐라고 하세요?”
“아~~하! 내가 몇시간이나 잤니?”
“엄마 주무신 시간을 모르니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내가 아침 8시에 출근했다 저녁 9시에 퇴근하고 나니 주무시고 계셨어요.”
“밥은?”
“먹었어요. 엄마만 드시면 되요.”
“나도 됐다. 지금 이 시간에 뭐 먹으면 살쪄 이놈아. 나중에 니 마누라 될 아가씨가 날 보고 돼지라고 놀리면 좋겠니?”
“누가 시어머니에게 돼지라고 놀려요? 그러지 말고 요 앞에 제첩국 잘하는데 있는데 그거나 사 올까요?”
“됐다. 나는 또 잘 란다. 잘 자 아들.”
“정말 어디 아픈 건 아니죠?”
“이놈아, 너 장가보낸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돼서 잠이 오는 거야. 니 아부지하고 약속한 거 다 지켰으니 엄마도 긴장이 풀린 게지. 어여 자라 내일 출근하려면 잠이 부족할 텐데. 엄마도 또 잘 란다.”
“알았어요. 잘 주무세...요? 벌써 주무세요?”
그때야 어깨를 으쓱하고 안방을 나갔다.
선애는 그동안 잠을 어떻게 참았는지 용할 정도로 잠을 아주 푹 잤다.
선애 아들이 어디 아픈 것 아니냐며 물어 볼 정도로 깊은 잠을 잦다.
다음날 아들이 출근 할 때만 잠깐 일어나 아침을 해 주었을 뿐 다시 잠이 들었는데 진태가 들어오자 놀랍게도 선애는 벌떡 일어나 진태를 반겼다.
“어머나! 나, 세수도 안 하고.....”
진태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서야 씻는 것이 생각 난 모양이었다.
진태에게 커피 한 잔을 내 놓고 욕실로 들어간 선애는 양치부터 시작했다.
그때 욕실문이 열리더니 진태가 랩을 흔들었다.
“아!”
“선애야, 물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러니? 일단 욕조에 기대고 앉아봐.”
진태는 그때 이후로 절대로 선애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지만 친절하게 랩을 감아 목욕을 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리고 진태는 거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TV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요즘은 24시간 뉴스만 하는 방송도 있어 뉴스만 볼 수도 있었다.
선애는 자신을 가만히 내버려두는 진태 앞에서 일부러 샤워타월만으로 TV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진태는 선애를 내버려 두었다.
선애는 출근할 시간이 다가오자 점점 초조해졌다.
출근하게 되면 오늘은 진태가 그 놀랍고도 짜릿한 것을 해 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선애는 뾰루퉁했지만 화장대에 앉아 화장을 했다.
그리고 출근할 준비가 다 되어서야 진태 앞에 섰다.
진태는 얼른 선애가 출근할 준비를 하자 자신도 출근할 준비를 다했다.
선애의 가방을 들어 주고 엘리베이터를 잡아 선애가 내려가기 쉽게 해 주었다.
선애는 진태가 가게 앞 근처에까지 오자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진태야, 화났니?”
“아니! 왜? 화난 것처럼 보이니?”
“응, 너, 나, 아침에 키스도 안 해주고.....”
“아참! 키스! 미안.”
진태는 마치 잊어서 미안하다는 듯 선애에게 키스를 했다.
혀가 엉키는 키스가 아니라 가벼운 피부접촉에 불과한 입맞춤이었다.
거의 차가 가게 근처까지 오자 참지 못한 선애가 결국 입을 열었다.
“진태 너, 나, 싫증났니?”
“아닌데? 항상 선애 너를 원하고 있는데?”
“그런데, 왜........”
“왜 오늘은 안아 주지 않냐고?”
“........응”
“오늘 샤워하고 출근 준비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시간이었잖아. 시간이 있었으면 오늘 너한테 재미있는 것도 가르쳐 주려고 했는데.....그러게 아침에 다 씻고 기다리면 우리 가볍게 한 판하고 출근 할 수 있잖아?”
“.......정말 그 이유 때문이었어?”
“응. 더 무슨 이유가 필요 하겠어?”
“.......”
“다 왔는데 안 내려?”
“........”
“저번에처럼 업어 줘?”
“가만 좀 있어 봐 봐!”
“알았어. 그럼 조기 앞에 차를 대야겠다.”
그 순간 선애가 진태를 쏘아 보았다.
“하여간 서울내기 다마내기라더니.....”
서울깍쟁이들을 부산 사람들이 놀린다고 하는 말이었다.
눈물 나게 차갑고 깍쟁이 짓을 한다는 의미였다.
“부산에서 27년을 살았거든?!”
“그럼 니가 수다쟁이든가! 하여간 오늘 저녁에 시간 낼 수 있어?”
“뭐 하려고?”
“뭐 해야겠니?”
“나랑 잘려고?”
“지난번에 니가 해 준거.....그거......다시 해 줄 수 있어?”
“지난번에 내가 니한테 해 준게.....아! 그거? 오르가....흡!”
선애가 진태의 입을 막았다.
“그래, 그거. 다시 해 줄 수 있어?”
“그거야 당연히 할 때마다 보내 줘야지! 그런 것도 못 느끼게 하면 그게 사람이니? 여자야 남자에게 시집온다고 할 만큼 헌신적으로 남자를 받드는데 남자가 그것도 못해주는 놈이라면 그거 떼 내야지.”
진태가 과격하게 말은 했지만 평소의 진태의 생각이었다.
“그럼, 오늘 좀 일찍 끝낼 테니 나랑 그거 해.”
“알았어, 그럼, 마칠 때 전화 해.”
진태는 오늘 마치면 영화나 한 편 보자는 듯 가볍게 말했다.
그게 괘심해 선애는 또 진태를 흘겼고.
선애는 전에 진태와 섹스를 하고 난 후 진태에게 너에게 시집 갈 것인지 아닌지 생각 좀 해야 겠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었다.
선애는 전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도 그런 적이 없었을 정도로 짜릿한 경험을 처음으로 했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뜻대로 제어를 못할 정도의 꿈틀거림.
속에서 느껴지는 온몸이 타 버릴 것 같은 강렬한 쾌감? 그걸 쾌감이라고 단순히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온 몸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선애가 진태와 처음으로 맺어지고 난 이후에는 완전히 몸이 늘어져 이상하게 잠이 왔었다.
남편이 죽고 난 이후에 처음으로 그렇게 많이 잤었다.
아들이 들어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을 잤었다.
자고나니 온 몸이 개운해져서 오늘 출근하고 나니 활력이 넘치는 것을 느꼈다.
다만 아침에 진태를 보는 순간 안아 주었으면 했었다.
오늘 출근하고 난 뒤에야 생각이 들었지만 어제 샤워도 하지 않고 자고난 이후라 몸에 냄새도 났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자 얼굴이 화끈해 질 정도로 빨개졌다.
어우~! 진태 걔가 날 얼마나 더러운 년이라고 욕할까 싶어서 차라리 오늘 안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부끄러움을 모르고 요구한 일이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여자가 남자에게 자자고 요구한 것인데 그런 부끄러운 말을 내 입에서 나왔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혹시 진태가 날 밝히는 여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까 싶어서 하루종일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았다.
어김없이 퇴근 시간은 다가왔고 진태는 선애를 찾아왔다.
“선애야, 수고했어. 피곤하지? 어디 가서 뭘 먹을까? 오늘은 광안리에 가서 회나 먹을래?”
“너무 부담되잖니?”
“광안리에 고기만 썰어주는 데가 있잖아? 거기서 회 좀 장만 해 달라고 하고 너도 바지 입고 왔으니 오늘 날씨도 따뜻하고 하니 수변공원에서 앉아 있다가 회나 먹던지, 아니면 거기 횟집에 앉아 매운탕에 고기(당연히 횟감)나 먹자. 광안리엔 고기가 싸.”
“그래, 그러자 그럼.”
진태와 광안리에서 횟감을 장만했지만 수변공원에서 먹자던 것은 선애가 의외로 힘들어 해서 횟집에 앉아 먹기로 했다.
선애와 진태는 횟집에 앉아 선애의 말에 귀를 기울여 주었다.
선애의 주제는 손님들의 백태에서 시작해 장사 하면서 힘든 점이며 아들 키우면서 느낀 점들을 하소연하듯이 말했고 진태도 가끔 추임세를 넣어주며 선애의 말에 호응했다.
진태는 선애가 술을 한 잔 하자는 말에는 절대로 응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여자의 나이 50대에 접어들면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는데 그 와중에 뼈에 금 간 사람이 술을 먹으면 어쩌란 말이냐며 진태가 질색을 해서 술은 먹지는 않았지만 음료수만 홀짝였다.
선애가 술을 먹지 않으니 진태도 안 먹고 맨 정신에 회만 먹었다.
그리고 배가 고픈 이유도 있어서 빠르게 매운탕에 밥을 먹고 나니 집으로 갈 시간이 되어 집으로 향하는 길에 선애가 차 안에서 물었다.
“진태야, 있잖아아.”
“응, 왜?”
“아침에 내가 너한테 한 말 있잖아?”
“그래.”
“별로 신경 쓰지 마. 내가 그동안 이상해 졌는지 남자인 너한테 별 말을 다 했더라.”
“그래? 알았어.”
선애는 한껏 신경을 쓴 말을 진태는 너무도 간단히 승낙했다.
선애는 속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게 아닌데....
내가 이런 말하면 진태가 나한테 매달려 왜 그러느냐 이렇게 나와야 되는데.....
진태가 선애의 얼굴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피식 웃었다.
“선애야,”
“응? 불렀어?”
“응, 우리 속살 맞대는 것 있잖아.”
그 말에 선애의 얼굴이 확 붉어졌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자. 너도 그동안 수절하면서 많이 참았을 것이고 힘든 점도 있었을 것 아니야? 그런 것을 푼다고 생각해. 나도 너에게 단순히 딜도를 제공한다고 생각할 테니까. 지난번에 너한테 사정하지 않은 것 있잖아? 그것도 알고 보면 그런 맥락이었어. 남자가 여자랑 그렇고 그런 관계가 되었는데도 사정하지 않은 이유는 임신을 신경 쓰지 않고 마음껏 즐기라는 의미 더 이상은 아니야. 그때 나도 처음으로 그렇게 참은 것이어서 너무 부풀어 올라 너한테 빨아 달라고 한 것이니까 그것도 부담 되면 해 달라고 안 할게.”
선애는 그 말을 듣자마자 진태를 쏘아 보았다.
“너, 참 말 편리하게 한다! 그게 어떻게 그런 식으로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여자는 생리적으로 그게 안 돼. 내 속으로 받아들이는 남자는 내 남자라는 게 당연한 것 아냐? 남자들처럼 그렇게 편리하게 즐기자는 것은 못한단 말이야.”
“나는 즐기지 못 하는걸? 너도 봤잖아? 남자가 여자랑 하는 이유가 사정하는 것 이외에 딴 이유가 있니? 나는 사정하지 않을 테니 너만 즐기라는 이야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