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 회: 진태의 연애 -->
“차라리 니가 죽을 먹지?”
“기껏 사 온 햄버그 버려? 그냥 내가 먹고 말게. 신경 쓰지 마. 이 집이 다른 것은 모르겠는데 모닝 커피는 일품이거든?”
진태는 정말 선애가 움직이지 않아도 될 정도로 꼼꼼하게 챙겨 주었다.
그러는 진태를 선애가 멍하게 보고 있으니까 진태가 죽을 한 숟가락 떠서 먹여주기도 했다.
“아~! 해 봐. 마침 알맞게 식었어.”
선애는 사양하지 않고 진태가 먹여주는 죽을 먹고 피식 웃었다.
“야, 이러니 내가 무슨 중환자 같잖아, 너도 좀 먹어. 나도 죽은 내가 먹을게.”
그러자 진태가 빙긋 웃었다.
진태는 선애의 앞에 쭈그리고 앉아 선애의 다리에 감긴 랩을 벗겨냈다.
한참 벗기다가 진태가 일어나 선애에게 물었다.
“이거 돈 얼마 하지도 않은 랩 벗기다가 고개 부러지겠다. 칼 어딧니?”
“저기 싱크대 앞문을 열면 있어.”
진태가 작은 과도를 가지고 와 선애의 다리에 감긴 랩을 칼로 아예 뜯어냈다.
그러고 선애를 보니 선애의 다리 사이의 음부가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출근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선애의 음부에 키스할 시간 정도는 있겠지? 라며 선애의 다리를 벌려 키스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선애가 진태의 머리를 딱 잡으며 말했다.
“나, 뒷물 하기는 했지만 아침부터 이상하게 되기 싫어. 그러니 좀 참아 줄래?”
“키스 한번만 하면 안 될까?”
“어허~! 뒤통수 때리기 좋게 돼 있다!”
“잘 못 했습니다.”
진태는 당장 일어났다.
그게 웃기기도 하고 이런 소소한 일들을 진태와 벌이는 게 너무 행복하기도 했다.
선애는 죽을 떠 먹다보니 두 통이나 먹었다.
“어우~! 너 이제 죽 사 오지 마라. 이러다가 돼지 되겠다.”
의외로 맛있었던 것이다.
“하하하하, 말 한 마리 다 먹고 말 내 난다고 하더니 니가 딱 그 짝이다. 아침을 든든히 먹으면 하루가 든든하다잖아? 건강하게 시작하는 아침도 좋아. 그래도 죽이어서 점심 때 정도면 배 다 꺼질 걸?”
“이거 소고기 죽이지? 잘 안 꺼질걸?”
“일하다 보면 금방 꺼져. 그게 뭐라고?”
“어휴~! 남자랑 말하다보면 말이 안 통할 때가 많아. 됐어. 옷 갈아입고 나가자.”
“그래.”
지가 뭐라고 그래 하면서 선애의 몸을 안았다.
어제처럼 선애의 등과 다리 밑은 안아 안방으로 데려다 주었다.
“야, 나, 아직 움직일 만 하거든?”
“그래? 음.....그럼, 오늘만 그럴게. 속옷은 어디에 있니?”
“됐다니까? 너 정말 그러면 쫓아 내 버릴 거야?”
“알았어, 원 기집애. 수줍어 하기는. 거실에서 기다릴게. 힘들면 부르고.”
수줍어 해? 내가? 이 나이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수줍어 하는게 맞았다.
선애가 낑낑거리며 옷을 입다가 문득 진태에게 입혀 달라고 그럴까 싶기도 했다.
그러다가 선애는 진태가 자신의 속에 이렇게나 빨리 들어와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스타킹을 신으려다가 다리에 뭉퉁하게 깊스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아침에 좀 춥겠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서 통이 넓은 바지를 입었다.
젊었을 때 입던 통바지인데 버리지 않고 놔 둔 것이 이럴 때 요긴하게 쓰일 줄은 몰랐다.
거울 앞에 서서 보니 그런대로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
거실로 나가니 진태가 서 있다가 눈이 동그래지더니 빙그래 웃었다.
“그거 우리 젊었을 대 유행하던 통바지 맞지? 너 제법 스타일 살았겠는데? 자 이거.”
“이게 뭐야?”
“약, 밥 먹고 30분 정도 되면 먹으래잖아. 어여 먹어. 이제 슬슬 출발하면 안 늦겠다.”
“알았어, 진태야 저기 죽 있잖니? 그거 가지고 가자. 점심때마저 먹게.”
“가게에 랜지 있니?”
“응, 어지간한 것은 다 있어.”
“알았어, 내가 챙겨 갈게. 목발 집고 가자.”
진태가 차를 통로 앞에 대어두어 내려오자마자 바로 탈 수 있었다.
그리고 진태의 차를 타고 출근하는 길에 선애는 문득 자신에게 이런 행복이 찾아온 것이 너무 고마웠다.
진태는 퉁명스러운 듯 하지만, 잔잔하게 챙겨주고 있어서 오히려 다리가 더디게 나았으면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게에는 선애의 생각을 방해하기라도 하는양 언제 도착했는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진태는 한쪽에 차를 대고 선애의 가방과 죽을 들고 내려 들어주며 부축해 주었다.
가게에는 아직 같이 일하는 동생은 나와 있지 않았다.
“진태야, 이제 가 봐. 고마워.”
“내가 가게 열어 줄까?”
“가게 문이라야 별거 있니? 천이나 걷으면 되는데.....넌 빨리 출근이나 해. 나중에 동생 오면 시키면 돼. 어여 가 봐. 난 그동안에 옆집에 커피나 얻어 마시고 있으면 되니까.”
“알았어, 이건 내 전화 번호. 뭔 일 있으면 전화해라? 알았지?”
“응, 너는 내 전화 번호 알아?”
“어제 병원에서 알고 입력해 놨네.”
“하여간 머시메 동작은 빨라.”
“별 일 없으면 퇴근 할 때 쯤 해서 데리러 올게. 먼저 들어가고 싶으면 전화 하고.”
“됐어, 다리에 금 간 것 가지고 별 호들갑 다 떤다.”
“선애 니가 하도 불안해야지 말이야. 애가 뭔 일을 해도 위태위태하니까 내가 다 불안하잖아.”
진태가 선애의 옷깃이 흩트려져 있는 것을 바로 해 주고 뒤를 돌아 차로 갔다.
선애가 옆집에 가니 눈치만 보고 있던 옆집 여편내가 득달 같이 반기며 선애에게 자리를 권했다.
아마 오전 내내 저 여편내에게 시달리지 싶다.
아니나 다를까 점심 때 쯤이 되니까 전 상가에 선애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문이 전 상가에 퍼졌다.
다리 다쳐 문안 온다는 핑계로 한 번 씩은 다 와서 물어 보고 갔다.
한 사람 올 때마다 선애가 옆집 여편내에게 눈을 흘겼다.
“하여간 이 여편내, 입이 얼마나 싼지 말도 못하겠네.”
“나도 저 여편내에게는 말 안 했어. 그런데 언제 알고 왔는지 소문 진짜 빠르다~”
“그게 할 말이야? 죽을래?”
“잘 못했어, 선애야. 한 번만 용서 해 주라. 그런데 정말 잰틀하게 생긴 남자더라. 나이가 몇이라니? 살기는 잘 산다니? 원래 남자가 조금 말라야 밤일도 잘 한다는데 마른 장작이라는 말도 있잖니? 밤일은 잘 한다니?”
“도저히 못 참겠다. 너 이리 와!”
그런 말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면서 퇴근시간이 되었다.
진태는 어김없이 나타나 선애의 물건을 들어다 주면서 퇴근 할 준비를 했다.
전 상가의 여편내들의 눈이 진태에게 꼽혀 있는 것이 느껴졌다.
“준비 다 됐니? 이 프라스틱 통은 왜 버리지 않았어? 그냥 버리지. 준비 다 됐으면 집에 가자.”
“아깝잖니? 반찬통 해도 되는데 버리려니 아까워서.....이제 가자 준비 다 됐어.”
진태가 선애의 손에 든 것은 다 들어주고 선애가 목발을 집고 가는 것을 보며 눈이 휘둥그래 져 있는 것을 느꼈다.
단추집의 여편내가 진태랑 지나가는 것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나! 선애 언니 남자 친구가 생겼다더니 그 분이시구나! 안녕하세요?”
“미숙아! 입 다물어라?”
“선애 언니 미안해. 하도 궁금해서 말이야.”
“미안하면 입 열지 마!”
진태가 차문을 열어 주면서 선애에게 물었다.
“아는 동생인 것 같은데 그렇게 무안을 주니?”
“진태 넌, 상가 여편내들의 입을 경험해 보지 않았으니 모르니까 그런 소리 하는 거야. 저 여편내들 하루 종일 상가에서 손님 오도록 기다리면서 하는 일이라곤 수다 떠는 것인데 그게 얼마나 만만찮은지 몰라서 그래.”
“하긴 나름 고충은 어디에나 있구나?”
“얼른 가자.”
“응, 오늘은......선애 너 멸치 청국장 좋아하니?”
“멸치 청국장?”
“응, 나도 오늘 알게 된 건데 바로 요 앞에 있어. 아까, 니 불러내고 싶었는데 손님 있어서 못 불러내는 것이 한이더라.”
“참! 진태 너 뭐하고 먹고 사니? 출근도 늦게 하고 퇴근도 자유롭고.....그러다가 짤리는 거 아니니?”
“내가 사장인데 누가 날 짤라? 나, 경매로 건물이나 아파트 같은 걸 사서 세 놓기도 하고 임자 나서면 그 건물 되팔기도 하면서 거기서 수익을 얻어. 이래봬도 나 대학 다닐 때 회계학을 전공해서 법의 틈을 노려 절세하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지.”
“그럼 전에 니가 말한 로또 일등 두 개 걸려서 받은 돈에서 얼마를 번거니?”
“지금? 지금은....음 조금 계산 좀 해야겠는데.....대충 55억에서 60억 정도 될 걸? 경매로 받은 건물이나 아파트가 조금 돈이 많이 되지는 않아도 생활비 쓰고 그동안 오른 건물 가격을 계산 하면 그 정도는 나올 거야. 왜? 내가 못 먹고 살까 봐?”
“그럼 10억에서 15억 정도 번거란 말이니?”
“그동안 집도 사고했으니 더 벌었지. 나 외대 운동장 근처에 중국인 화교 재벌이 지어 놓은 집을 경매 받아서 제법 비싸게 샀거든? 처음엔 그게 돈을 많이 잡아먹더니 지금은 괜찮아.”
“와~! 진태 너 의외로 괜찮게 보인다아. 뭔가 포스가 있어 보인달까?”
“나? 난 원래 포스는 좀 있었어. 선애 너한텐 그게 안 보여서 그렇지. 다 왔다 여기 이 집인데 맛은 괜찮더라. 조심해.”
선애가 발을 잘 못 디뎌 기우뚱그리자 진태가 선애의 팔을 잡아 주었다.
진태가 안내한 집은 끼개인지 국인지 모르겠지만 꼬릿 꼬릿한 냄새가 나면서 맛은 상당히 맛있었다.
“맛이 어때?”
“맛있네, 정말로. 그러고 보면 가게에서 가까운데 어떻게 몰랐지? 아줌마, 여기 배달은 되요?”
“어디로 배달요?”
“저기 자유시장 안에 한복지 도매점인데.....”
“거기도 가능은 한데 한 두 그릇은 안 되는데.....”
“몇 그릇부터 배달이 되요?”
“세 그릇 부터는 되요.”
“점심때도 가능하죠?”
“예, 가능해요, 빨리 드시려면 11시 반 정도에 시키시면 준비해서 말씀 하시는 시간에 배달 해 드려요.”
“알았어요, 내일 주변의 여편내들이랑 말해서 주분 할게요. 여기 스티커 좀 주세요.”
선애는 의외로 보물을 발견 한 것처럼 즐거워 했다.
선애의 전화가 그때 울렸다.
“오! 아들 어디야? 오늘 퇴근 해? 밥은? 집에 밥 해 놓은 것이 없는데.....알았어 엄마가 금 방 가서 해 줄테니 좀 기다려?”
그러더니 진태의 얼굴을 보았다.
진태가 피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