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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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어려운 말을 진태에게 할 때부터 울먹이고 봤다.

그때 진태는 왜 못 알아 봤을까?

상희의 상태가 정희의 상태를 그대로 빼다 박은 것을.

하긴 그때는 진태가 정희에게 꼼짝도 못할 시기이기도 했다.

“화 안내마. 말해 봐.”

“화내실 거잖아요.”

“니가 그러는 게 더 화가 나. 빨리 말하고 끝내자.”

“화 내실거내.”

진태가 한 숨을 쉬었다.

“상희야. 니 새 엄마 자리까지 피해 주셨다. 니가 그러는 거 니 엄마랑 꼭 닮아서 짜증나는 거 아니? 니 엄마에게 가장 짜증나는 거는, 지가 요구하는 거만 말하고 남이 어떻게 반응하는 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상대방이 짜증내면 단순히 미안하다고 하면 끝나는 거다. 지가 말해 놓고 상대방은 어떤 기분이 되었든지 간에 미안하다고 하면 그동안 상대방이 완전히 기분 잡쳐놓은 것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 거. 그걸 아빠는 가장 싫어해.”

“......”

“더 이상 말하지 못하는 거면 말할 것 없다. 끝내자.”

“아빠.”

“그래.”

“엄마, 팔에 빨간 자국 있는 거, 아빠가 한 거죠.”

상희는 마침내 말하지 말아야 하는 문제까지 입에 올렸다.

“그래, 아빠가 그랬다.”

상희는 아빠가 너무 간단하게 말해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더 이상 말을 진전시키지 못할 것 같았지만 결국 입을 열었다.

“전 아빠가 엄마에게 그러시는 것 치졸하다고 생각해요.”

“그래, 아빠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아빠가 엄마에게 그러지 않았으면 해요.”

“좋다. 아빠가 엄마를 더 이상 찾지 않으마. 그러면 됐니?”

“예, 고마워요, 아빠.”

“아빠가 돈은 그냥 온라인으로 붙이마. 더 이상 아빠는 엄마를 찾지 않으마. 너도 더 이상 이런 건방진 짓 따위는 안했으면 좋겠다.”

“죄송해요, 아빠.”

“미안 할 것 없다, 평소 아빠가 너를 교육을 잘 못 시킨 것이니까. 더 이상 너도 이 집에 올 필요도 없다. 다시는 니 얼굴 안 봤으면 한다.”

“아빠.”

“난 버릇없는 딸 키우지 않았다.”

“이게 버릇없는 짓인가요?”

“당연하지. 아빠가 평소에 너에게 한 말을 생각해 봐라. 그럼 답이 나올 거다. 아마 넌 아빠 말 따위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은 것 같지만 말이다.”

상희는 아빠가 어떤 말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도 없었다.

상희가 아빠의 말 중에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을 더듬고 있는 중에 진태는 안방으로 가 버렸다.

결국 상희는 아빠 집을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다음날 상희는 복잡한 머리로 엄마의 집으로 갔다.

어제는 너무 늦어 자신의 집에서 잦고 엄마에게 일단 먼저 결과를 알려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편이 어제도 들어오지 않았다.

뭔가 남편도 자기에게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말은 하지 않고 집에 들어오지도 않으니 언젠가 집에 들어오면 한번 날 잡아 싸우기라도 해서 무슨 불만인지 알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엄마도 자신의 성과에 기뻐 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마 집에 가는 것이 먼저였다.

“뭐라고! 니가 거길 갔었단 말이야?”

“그래, 아빠가 건방지다 그랬는데 하지만 어쩌겠어? 아빠가 엄마 더 이상 안 괴롭히신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가 돈은 그냥 온라인으로 붙이겠데요, 그리고 엄마를 더 이상 찾지 않겠......”

상희의 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엄마의 손이 상희의 뺨을 사정없이 때려 버렸기 때문이었다.

“니, 니가......어떻게 그런.......”

“엄마! 왜 그래!”

상희는 엄마의 손찌검에 놀라 엄마를 바라보았다.

진경이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등짝을 얻어맞아도 상희는 엄마에게 초등학교 졸업 이후에 전혀 맞은 적이 없었다.

“니, 니가 내 엄마니! 어떻게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할 수가 있어! 어디서 그 따위 버릇을 배웠니! 어디서 어른 하는 일에 끼어들어!”

그때야 상희가 아빠가 한 말이 생각났다.

아빠는 그때 어른들은 어른들만의 사정이 있어서 아이들이 끼어들면 될 일도 안 된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도 어른이지 않은가? 더 이상 어떻게 어른이란 말인가? 시집까지 갔으면 엄연히 성인이기 때문에 상관없는지 알았다.

“그래, 이게 아빠가 말씀하신 그거구나! 이게 그거야. 너도 엄마 닮아 남 따위의 기분은 전혀 생각지 않고 니 만족에 떠벌이는구나. 그래, 엄마가 너를 이따위로 키웠으니 누구를 원망하겠니? 다만 널 임신했을 때 니 아빠 말대로 너를 지웠어야 했는데.....아빠 말 안 들은 죄를 이제야 받는구나.”

처음 상희를 가졌을 때 정희가 임신 중독 때문에 고생을 너무 했었는데 그때, 보다 못한 진태가 아이를 지우자고 했을 때 정희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말하며 상희를 거의 혼자 낳았다.

양수 터졌을 때 혼자 집에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도 혼자 갔었고 상희도 혼자 낳았다.

그때 진태가 출장을 갔을 때여서 도저히 정희가 아이를 낳을 때까지 도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걸 정희는 진태에게 두고두고 써 먹어서 진태는 진경을 낳을 때 출장 따위는 인사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정희를 지켜 진경을 낳을 때는 옆에 있을 수 있었다.

그걸 상희는 듣고 자랐기 때문에 특히 엄마를 따랐다.

그런데 정희에게는 그게 양날의 검이 되어 상희가 모든 것을 망쳤다고 생각해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상희를 지우지 못한 것을 자책하고 있었다.

“엄마! 무슨 말을.....”

“내가 아빠 말을 듣지 않아 생긴 일이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다 내 잘못인걸.....”

엄마는 안방을 나가 터덜터덜 걸어 화장실로 향했다.

마치 아무런 희망 따위는 잃어버린 사람 같았다.

엄마는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지 한참 물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엄마는 화장실로 들어가서도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상희는 엄마가 우는가 싶어서 불안했다.

일단 자신이 엄마 아빠의 일에 끼어들어 뭔가 망친 것은 알겠는데 아직도 자신이 뭘 잘 못했는지 몰랐다.

“엄마, 내가 잘못했어. 일단 열어 봐. 아빠한테 찾아가 내가 잘못을 빌게. 응?”

그래도 대답조차 들리지 않았다.

상희는 그때야 엄마가 엄청 화났다는 것을 알게 되자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엄마는 일단 한 번 삐치면 정말 오래갔기 때문이었다.

“엄마, 일단 한 번 열어 보래두? 내가 잘 못했어. 아빠 찾아가서 잘못을 빈다니까? 응? 엄마, 엄마!”

상희는 그때까지 자신을 잘못을 알지 못했다.

화장실 문을 열지 않는 엄마가 아주 많이 삐쳤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을 열고 보니 의외로 쉽게 문이 열렸다.

원래 문이 잠겨있지 않았던 것이다.

정희는 아무리 남편이라도 여자의 속사정까지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 생각해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부터 잠그는 습관이 있어서 으래 잠갔거니 생각했던 것인데 잠그지도 않았던 것이다.

“엄마!”

정희는 샤워기를 틀어 놓고 팔목을 그어 피가 샤워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는 장면을 상희가 보자 상희는 비명을 질렀다.

그때 상희는 태어난 이래로 가장 많이 놀랐다.

119에 신고하고 구급차가 도착 할 때까지 어떻게 기다렸는지 몰랐다.

엄마의 팔에서 빠져나가는 피를 지혈시키느라 수건을 감고 엄마의 팔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 지혈하느라 감아쥐고 있는 팔이 힘든 줄도 모르고 쥐고 있었다. 

구급대원들이 놓으라는 말도 들리지 않았을 정도였다.

병원에 도착하고 엄마가 응급수혈을 받아 정신을 차릴 때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한참이 되어서야 정신을 차린 엄마는 눈에 상희의 얼굴이 보이자 바로 돌아누웠다.

“엄마, 정신이 들어?”

“니가 이제는 엄마 가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하게 하는구나. 모진 년!”

“엄마,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난 엄마가 그 정도로 충격을 받았는지 몰랐어.”

“넌, 내가 만든 가장 괴물 같은 년이야. 나도 괴물이었지만 넌 더한 괴물이야.”

“.........”

“주변의 모든 것을 불행으로 집어삼키는 괴물.”

“엄마.......”

“넌, 니가 한 일이 어떤 일을 몰고 오는지 모르지?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겠지? 김 서방도 집어삼켜 불행하게 만들고 나중에는 수종이까지 집어 삼키게 될 거다.”

“엄마!”

“내가 그냥 악담만 하는 것 같니? 넌 니가 한 일이 어떻게 변해 주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을 모르는 이상, 그 불행을 남에게 계속 퍼트리는 병균같이 변해 있는 거다. 넌 아마 모를 거다. 내가 그랬으니까.”

“난, 다만.....아빠가 너무 치졸하다고......”

“어디서 감히 아빠보고 치졸하다느니 그래? 니가 뭐 안다고! 이제 겨우 애 하나 낳아 놓으니 니가 세상 다 아는 것 같지? 엄마 아빠는 결혼생활만 27년을 했어. 니가 살아온 세월동안 결혼생활을 했단 말이야. 아빠가 내 부정 따위도 용서 못하실 것 같니? 그런 잘못까지 용서 받을 수 있는 세월을 살았어. 이번에 니 아빠가 내 잘못을 알려주고서야 나도 깨달았다. 내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것을. 흐흐흐흑! 내가.......내가 그런 잘못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고서야 엄마가 아빠에게 용서를 구하고 있었는데......그런데....니가, 니가 모든 것을 망쳤어. 너 따위가 어디서 부모 일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아! 이제 겨우 잘못을 되돌리려는데.....지난 27년 동안의 잘못 걸어온 세월을 되돌리려는데......이제 겨우 아빠에게 용서를 구하려는데.......”

상희는 머리를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다.

그만큼 엄마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자기가 나서서 모든 일을 망친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그때서야 진경이 말한 수습도 못하면서 나서지 말라고 한 말이 생각났다.

정말 그 꼴이 되어 버린 거다.

이제 어떻게 수습을 해야 할지도 생각나지도 않았다.

아빠는 더 이상 찾아오지 말라고 차가운 말로 한 이상 상희를 보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빠는 알면 알수록 무서운 분이라는 것이 몸으로 느껴졌다.

단 몇 마디의 말로 자신과 엄마를 절대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으니까.

그래서 상희는 진경에게 전화를 했지만 전화기가 꺼져 있다는 맨트가 나왔다.

그 시각 진경은 자연이 소개한 소개팅을 하고 있었다.

새 엄마의 대학 후배, 부산에 부임해 있는 검사, 홀어머니의 외동아들.

이런 조건의 남자였고 진경은 부모가 이혼해 아버지가 새 엄마와 사는 딸 둘의 둘째 딸, 이제는 딸 넷의 딸 부잣집의 둘째 딸이란 조건이었다.

문제는 진태도 그 부근의 커피숍에 친구를 만나고 있었다.

정희와 이혼 할 수 있게 도와준 군대 동기이고 어릴 때부터 친한 고추친구인 길용이었다.

“어이! 길용이! 잘 지냈냐?”

“이 새끼가 형님보고 길용이가 뭐냐?”

“어쭈! 이제 좀 컸다고 고참 보고 새끼? 이거 날 잡아 한 따까리 해야겠네!”

길용이 진태보다 해병대 입대가 한 달 늦어 항상 진태에게 기가 죽는 원인이 되었다.

해병대는 기수별로 군기가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길용도 진태가 그렇게 나오면 할 말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게 아무리 고향친구라도 해병대는 기수를 따지기 때문에 한 달 같으면 기수가 두 기수나 후배기수여서 그걸로 따지고 들면 길용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야! 그게 내가 늦고 싶어서 늦었냐? 같이 군대 가자고 해 놓고 비겁하게 지가 먼저 가 놓고서는....”

길용과 진태는 그때 사정이 있었다.

진태는 아버지에게 진태의 객관적으로 본 성향을 듣고 충격을 받아 있어서 하루라도 빨리 그런 점을 고치려고 했었기 때문에 군대에 가고 싶어 했고 길용은 아버지가 군대에 보내지 않으려고 백방으로 손을 쓰고 있는데 친구인 진태 따라 군대 간다고 하니 기겁을 해서 말리던 상왕이었기 때문에 길용이 군대에 가는 시기가 한 달 늦어지게 된 사연이 있었다.

길용은 아버지에게 멱살이 잡혀 집에 갔다가 도망쳐 입대했는데 그게 한 달이 늦어지게 된 사연이었다.

“어째든 넌 귀여운 내 후배기수다. 하여간 너 때문에 이 형님이 그때 고생을 얼마나....”

“야! 이 자식! 후배기수까지는 넘어 가겠는데 은근슬쩍 어디서 형님 타령이야? 너 그렇게 사는 것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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