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 회: 정희의 조교 -->
자연은 자신도 왜 이런 성적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어릴 때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이 원인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진태와 부부만의 아지트의 침대에 누워 아이들도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만족스러운 섹스를 끝난 후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런데 당신은 왜 이런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
“나? 후후후, 아마 어릴 때 부모님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이런 취향을 가지게 되었는 것 같아. 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을 너무나 사랑해서 항상 부모님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했어. 그런데 그런 생활을 하게 되니까 우리 딸은 당연히 공부도 잘하고, 생활도 모범적으로 잘 한다고 생각하셨나 봐. 그때부터 부모님의 관심이 뜸해지니까 초조해서 .....그래서 일부러 실수 한 척하면서 아빠가 아끼는 술병도 깨 보고.....엄마가 아끼던 화장품도 떨어트려 깨 보기도 했는데 부모님은 그냥 철없는 딸이 잘 해 보려다가 실수한 것으로 아시더라고. 나중에 그런 것이 나 자신도 싫어해서 하지 않게 되었지만 항상 부모님의 관심을 가지고 싶었나봐. 첫 결혼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남편을 만나 잘 살아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전 남편이 남겨준 AV를 보고 문득 여러 사람이 성적으로 고생하는구나 싶었고 문득 내 성적 정체성을 알게 되니까 함부로 남자에게 다가가지도 못하겠고.....나는 아직 나이도 있고 나 자신 스스로 혼자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만약 재혼하면 꼭 성적(性的)으로 잘 맞는 남편을 만나야겠다고 생각은 했었어.”
“당신 설마 네토라레 플레이도 관심이 있어?”
“미쳤어? 마음에도 없는 사람과 어떻게 섹스를 해! 그건 아무리 당신이 시킨다고 해도 난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그건 내 성적취향이 절대로 아니거든? 그런 행위 자체가 구역질이 나면서 마음 깊은 곳에서 거부감만 드는데 어떻게 해. 만약 당신이 그걸 시킨다면 이혼을 먼저 할 거야.”
“그래, 다행이다. 난 당신이 그런 쪽에도 관심이 있는 가 싶었지.”
“어이구~! 당신은! 난 부모님이나 내 남편에게 관심을 받고 싶은 것이었지 잘 알지도 못하고 전혀 모르는 남자의 관심 따위는 절대로 사양이에요.”
“난,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세월만큼 성실히 살면 가족에게서 그 보상으로 나를 알아주는지 알았어. 그런데 지난 27년을 살아온 세월을 너무나 간단히 배반당하자 내 가치관이나 평소 느끼던 모든 감정이 송두리 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이번 일에서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어. 그래서 상희가 제 엄마를 도와달라는 소리에도 냉담 했던 거야. 난 그런 일에서 너무 약하거든?”
“알아, 당신 마음이 여려서 작은 일에도 상처 받는 것을 잘 알아. 하지만 난 걱정하지 말아요. 차라리 당신에게 이혼하자고 했으면 했지 당신을 배신하고 그러는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음~! 그게 더 무서운 것 같은데?”
“당신이 바람만 피우지 않는다면 내가 먼저 나서서 이혼하자는 소리는 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사랑해 여보.”
자연의 말은 진태에게 비수를 찌르는 소리 같았다.
이미 전처와 바람을 피웠으니 가슴이 찔렸다.
“그나저나 나, 변태일까?”
“당신이 변태면 난 변태 원조네?”
“뭐? 원조? 하하하하. 그게 그렇게 되?”
“당연하잖아?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내가 원조지?”
“난, 짝퉁이고?”
“응, 변태짝퉁, 짝퉁 변태. 음~! 뭔가 그림이 나오는데?”
“뭐가 그림이 나와 이리 와!”
“꺄악! 하하하하하.”
다시 침실에는 열풍이 몰아쳤다.
이번은 일반적이게....
진태와 자연은 샤워를 하고 집으로 갈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남겨두기엔 여자애들이라서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여보, 우리, 이 집. 너무 부담되는 것 아냐?”
“괜찮아. 모텔 가는 것 보다는 훨씬 이익이야. 모텔에 가면 누가 무슨 일을 했는지 누가 알겠어? 우리는 다행히 모텔을 전용모텔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돼.”
“하하하하, 전용 모텔? 그거 말 되네.”
진태와 자연이 집으로 갔을 때는 진경이 와 있었다.
진태는 진경이 와 있는 줄 알았다면 자고와도 됐는데 하며 작은 소리로 말하니 자연이 진태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진경아, 언제 왔니?”
“아까요, 아빠랑 새엄마 좋은 시간 보낼 때 저는 우리 동생들 보며 쓸쓸히....흑흑흑.”
“웃기고 있네, 너 이제 완전히 내려온 거니?”
진태가 우는 시늉만 내는 진경의 연극을 간단한 말로 일축하고 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아빠에게 우는 모습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했던 터라 바로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진경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부산 세관으로 발령 받았어요. 나, 여기 살까요? 아니면 그 근처에 방 하나 얻어서 나갈까요?”
“방? 아빠 눈에 흙 들어가기 전에 집 놔두고 딸을 밖으로 돌리겠니? 까불지 마라.”
“용당에서 너무 멀고 출근하기 힘든데요?”
하긴, 남산동에서 용당까지 출근하기에는 멀기는 더럽게 멀었다.
출근 하려면 막히는 곳을 몇 군데나 뚫어야 한다는 점도 있다.
“지하철 좋은 것 놔두고 어디를 간다는 말이냐?”
“아빠, 출근길에 마을버스 타고 지하철타고 또 버스타고 그러고 출근하라는 말씀은 아니시죠? 그러면 차하나 사 주세요.”
결론은 그거였다.
어쩐지 구구하게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결론이 그거구나. 너 술 먹고 대리 불러 올 확률이 더 많은 것 같은데?”
“저도 그게 걱정이긴 한데 차 있으면 술자리 안 가도 되는 장점은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옆에 있던 영주가 킥킥거리고 웃었다.
“누가 들으면 언니 술고래 같다고 하겠네. 나 같으면 공짜 술자리 같으면 좋다고 가겠는데.”
“이것아! 공짜 술자리라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대머리 직장상사에게 술도 따라 줘야 하고.....음! 더 이상은 19금이구나. 더 이상 알려고 하지 마라. 다친다.”
그때 자연이 진경에게 말했다.
“내가 타고 다니던 차, 진경이가 타면 되겠네. 나는 이제 완전히 공장 넘겨줘서 더 이상 차가 필요 없는데....”
“정말요? 그래도 되요? 새엄마?”
“응, 보험만 명의 바꾸고 진경이가 타고 다녀. 난 정말 그동안 바라던 집에서 살림만 하려고.”
“에?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게 바라던 거라고요?”
“그래, 난 그동안 김치공장 하느라고 나름 심신이 지쳤거든? 그래서 아빠랑 합치며 얼마나 기대를 많이 했는데?”
진태가 자연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월말만 되면 돌아오는 종업원 월급걱정, 재료비걱정, 퇴사한 직원들 수급걱정으로 날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을 알기 때문이다.
자연이 하던 공장이 김해시내에서 멀어서 항상 직원들 채용하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다.
“당신 정말 고생했어.”
진태가 자연의 손을 꼭 잡았다.
자연이 그런 진태의 위로에 진태의 어깨에 기댔다.
“아우~! 좀 여기 미성년자도 있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진경이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뭐 어때? 저 녀석들도 알건 다 아는데.”
오히려 자연이 당당한 말투로 말했다.
“아~! 집이 고역일 것 같은 심한 압박이....”
“그렇지 언니? 엄마 그동안 새아빠 없어서 어떻게 참았는지 궁금할 정도라니까?”
“그래, 딱 보니까 니들이 고생이 많다.”
“역시 언니 밖에 없어, 흑흑흑.”
하는 짓을 보니까 진경이와 같은 녀석이 하나 또 생길 것 같은 심한 불길한 생각이 든 자연과 진태였다.
딸도 나이가 들면 지들 엄마와 거의 동일한 압박을 주는 잔소리꾼으로 등장 할 확률이 심하게 높은 것 같았다.
“진경이 니가 영주를 물들여 놨구나. 영주는 그렇게 안 봤는데....흑흑흑.”
진태가 딸들의 우는 시늉을 흉내 내서 우는 시늉을 냈더니 진경과 영주가 웩하며 토하는 시늉을 했다.
“땍!”
자연이 영주에게 뭐라는 듯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영주가 진경이 뒤에 숨으며 ‘언니, 엄마가 때리려고 해.’하며 깔깔거리고 웃었다.
이런 것이 딸들 키우는 재미였다.
딸들은 애교가 있어서 항상 집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밥은 먹었니? 안 먹었으면 차려줄까?”
자연이 진경에게 걱정이 되는지 저녁 먹었는지 물어보니 진경은 대수롭지 않은 듯 손을 흔들었다.
“아뇨, 오면서 돼지국밥에 소주 한 잔했어요.”
진태가 진경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니 말이 이상하다? 어디 남자가 저녁 먹으며 반주로 소주 한 잔했다는 소리로 들리는 구나? 딸한테 들을 소리는 아닌 것 같구나.”
“서울에선 진짜 돼지국밥 먹고 싶었거든요? 돼지국밥에는 소주가 제격 아니겠어요?”
하긴 서울에선 부산에서 파는 뽀얀 국물이 있는 돼지국밥은 팔지 않는다.
각 지역마다 파는 음식이 있어서 그런 것 때문에 향수에 젖기도 했다.
진태는 고향이 서울이지만 군대 가면서 백령도에서 군 생활을 했고 직장 생활은 결혼 하면서 부산에서 살았기 때문에 지금은 적응이 되었지만 처음에는 새우젓으로 담근 시원한 서울김치가 먹고 싶어서 혼이 났던 경험이 있었다.
하지만 딸들은 부산이 고향이라서 어려서부터 부산 음식에 적응이 되어 이제는 부산 음식이 고향음식이었다.
진태와 전처가 서울이 고향이어서 말투는 서울말을 썼다.
자연도 고향이 인천이어서 말투가 자연스럽다.
“그런데 니 직장에서 잘도 부산으로 전근 발령을 내려 주던가 보구나?”
진태도 공기업에 다녔으니 거의 공직에 있는 직장 문화를 잘 아는데 진경도 서울세관에 근무를 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부산으로 전근 신청해서 전근 발령 나기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으로 아는데 진경이 부산으로 내려오랬다고 바로 발령 받아 내려온 것이다.
진경이 뜨끔한 표정이 되더니 어물거렸다.
“그야, 내가 신청한 전근 신청이랑 마침 용당세관에 딱 자리가 나서 그렇죠.”
“그래, 마침 맞게 말이다.”
진태의 의미심장한 얼굴에 진경이 먼 산을 보는 시늉을 했다.
저게 무슨 수를 썼지 하는 눈으로 진경을 노려보았다.
“잘 되면 다행인거죠, 뭐. 진경아 얼른 올라가서 씻고 자거라. 내일 출근하니?”
자연이 이들 부녀의 어색한 분위기를 바꾸어 주었다.
“아뇨. 일주일 후에요. 나, 한가해요~!”
진경이 장난스럽게 끈적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니 영주와 영인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언니, 우리 그럼, 치맥 시켜먹을까?”
“치맥? 이 시간에? 살쪄 이것아!”
“그까짓 치맥 하나 먹었다고 살찐다는 엄살을 부리냐?”
“나, 밤에는 절대로 뭐 안 먹는다. 밤에는 물만 먹어도 살 쪄.”
“그러는 사람이 돼지국밥 한 그릇 다 먹었냐?”
“야! 고기는 소주 안주 할 때나 어쩌다 한 점 먹었어! 나 내일 운동 엄청해야 해. 아침에 얼굴 부은 것을 어떻게 봐야 해. 흑흑흑.”
“우리는 밤에 주로 치맥 같은 걸로 먹어도 아무렇지도 않은데....엄마랑 힘들 때 가끔 먹으면 아침에 힘도 나고 그러는데 언니는 안 그래?”
“살 안쪄?”
“난, 치맥 시켜먹고 오히려 아침에 살 빠져서 충격 받았었는데....”
“헐! 축복 받은 몸매다.”
진경도 그렇고 상희나, 지들 엄마도 밤에 뭐를 먹으면 얼굴부터 퉁퉁 부어서 엉망이 되는 체질이어서 절대로 입에 물조차 안 먹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