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 회: 진태의 청혼 -->
그러자 언제 왔는지 보이지는 않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니 진태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
얼른 무릎을 꿇고 자연에게 고백을 했다.
“최자연씨! 당신을 정말 사랑합니다. 비록 초는 바람의 심술 때문에 절반 정도 꺼졌지만 이해해 줘. 다시 켤려니 모양이 빠지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나랑 결혼해 주지 않겠습니까?”
자연의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히 되어 진태가 내미는 반지를 받았다.
다이야 3케럿은 되어 보이는 결혼반지가 들어 있었다.
더욱 모양 빠지게 보증서도 같이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자연은 결국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자 경진이와 영주, 영인 자매와 아까 식사 시중을 들던 여종업원까지 크게 웃으며 나타났다.
박수를 치며 나타났는데 진태는 얼굴이 울상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며 자연은 이내 진태의 목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
“물론이죠, 진태씨. 절대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 이번엔 내 곁을 떠나 외롭게 하는 남자는 정말 때려 줄 거야!”
“물론이지! 당신과 평생 늙어 죽을 때까지 옆에 있을 거야.”
진태의 말이 끝나자 자연은 키스를 했다.
아이들 보는 앞인데도 깊숙한 딥 키스였다.
이번 이벤트를 위해서 아이들 용돈 한달치를 더 준 준비였다.
진태는 엉망 직전 까지 간 이벤트 때문에 맨탈이 털려 너덜너덜해진 심정으로 방으로 돌아갔다.
아이들과 자연까지 방에 앉아 자연에게 준 결혼반지를 보며 수다를 떨었다.
“어머! 아빠 이번 이벤트를 위해 돈 좀 쓰셨네? 이 반지, 티파니에서 오백 이상은 줘야 하는 삼부짜린데? 캬~아! 이벤트에 바람만 안 불었으면 진짜 딱인데. 하필 바람이 불어 모양 빠졌네!”
그러자 자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 초는 너희들이 다 켰니?”
“응, 엄마. 아빠가 그 초 다 켜 달라고 한달치 용돈 주셔서 우리들이 다 켰어. 원래 방안에 켤려고 했는데 화제 위험이 있다고 밖에 했다가 그런 거야.”
영주가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 그래서 밖에 켠거야? 어쩐지 방안에 켤려고 했는데 오니 밖에 초들이 켜 있어서 당황하기는 했다.”
진태가 이불 위에서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물었다.
“예, 그래서 모모짱(여 종업원 이름이다.)이 옆에 있었던 거예요. 불날까 봐 소화기도 들고 있었는 걸요?”
“헐!”
진태는 어지간하면 쓰지 않는 요즘 아이들의 표현을 썼다.
“정말 헐이네요, 하하하하하하. 정말 바람 불어서 불 꺼졌을 때는 진짜 웃겼어. 아빠 그 표정 니들 봤니? 다급한 얼굴에 당황하셔서 얼른 나머지까지 꺼질 까 봐 무릎 꿇던데 그런데 아까 너무 빨리 무릎 꿇어서 까지지 않았어요?”
“그때 그게 문제니? 아빠 인생에 언제 이런 이벤트를 해 봤어야지. 아까 바람 불어서 불 꺼졌을 때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더라.”
진태의 목소리가 너무 허탈한 표정이어서 자연이 진태의 어깨를 안으며 진태의 귀에 입술을 바짝 대고 말했다.
“난 그래도 당신이 이런 이벤트 해 준 것 자체가 감동인걸? 사랑해 진태씨.”
그러자 진태의 표정이 스르르 풀렸다.
“나도 자연아. 꼭 니 옆에서 너와 이이들을 지킬게.”
“응, 꼭 지켜야 해? 안 그럼, 나, 울거야?”
둘은 아이들이 있어서 당장 키스는 하지 않았지만 진경이 한 숨을 쉬더니 제일 나이어린 영주의 눈을 가리며 일어났다.
“자, 니들 일어나 자러가자. 이건 미성년자 관람 불가란다. 어서!”
“힝! 엄마 아빠 다시 키스하는 거 보고 싶은데....”
“요것이! 제일 나이도 어린 것이 그런 것이나 밝히고...얼른 안 일어나?!”
영인과 영주가 투덜거리며 일어나 자러 갔다.
방문이 닫히는 것을 보던 두 사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껴안으며 이불위로 스르르 넘어졌다.
자연은 진태보다 먼저 일어나 아이들부터 잘 자고 있는지 보러갔다.
아이들은 이불을 차고 자는 영주, 그 모양그대로 자고 있는 진경, 항상 모로 누워 자는 영인까지 확인하고 영주의 유타카를 여며주고 이불을 덮어주는데 영주가 깼다.
“웅~, 엄마 일어났어? 잘 주무셨어요?”
“그래, 우리 딸, 잘 잤니?”
그때 진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우~! 영주 수다 때문에 자지도 못했네! 새 엄마, 신혼 꿈 잘 꾸셨어요?”
“얘는? 나이도 있는데 신혼은?”
“이게 신혼여행이지 뭐겠어요? 어제 저녁은 더 이야기 하고 싶던데 두 분 분위기가 워낙 뜨거워야죠. 그래서 얘들이나 보고 잤죠.”
자연이 얼굴을 붉혔다.
진짜 어제 저녁은 불같이 타 올랐던 것이다.
진태도 어제 세 번이나 달려들어 자연과 진태가 온몸에 땀으로 목욕을 해서 거의 새벽에 노천탕에 들어가 씻고 와야 했었다.
그리고 또 한 번을 노천탕에서 섹스를 한, 불같이 뜨거운 밤이었다.
그러기에 자연이 얼굴이 붉어졌던 것이다.
“얼른 일어나, 이제 8시가 넘었어. 8시 반에 아침 먹기로 예약했으니 슬슬 일어나야지.”
“우리는 몸만 일어나면 되니 아빠나 깨우세요. 어제 아빠 잠이나 잤겠어요?”
진경이 은근한 목소리로 말하자 자연이 또 얼굴이 붉어졌다.
“아하하하, 새 엄마 놀리는 재미가 있네! 이거 재미있어! 야! 영인아! 일어나. 얘는 어제 제일 먼저 잤으면서 아직 자고 있으면 어떡해?”
진경이 영인의 이불을 걷자 영인이 이불을 꼭 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아하앙! 일어 날거야! 이불 가져가지 마.”
“요것이! 얼른 못 일어나! 밥 먹어야지.”
그러며 영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아하앙! 엄마, 언니가 때려!”
보통 가정의 자매들 같이 일어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모두 일어났다.
아빠 방으로 가니 아빠는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아침 목욕을 끝내고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유타카를 입고 서 있는 모습이 어쩐지 멋있어 보였다.
자연은 그런 진태를 눈이 부신 듯 가늘게 눈을 뜨고 진태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눈빛이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눈빛이었다.
진경이 그런 새엄마를 힐끗 보더니 살짝 웃었다.
진경도 연예를 5년이나 했으니 당연히 처녀는 아니라 남녀간의 사정도 잘 알고 있으니 사실 아빠가 아니라면 진경도 아빠를 반할 것 같았다.
남자로서 여자를 기쁘게 하는 여러 요소 중에 가장 중요한 여자에게 기쁨을 주고 경제적으로 풍족하니 안정감을 주는 남자였다.
그러니 새엄마가 반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를 갖춘 남자라고 봐야 했다.
게다가 언제 살짝 보니 아빠가 엄마와 살 때와는 다르게 정력이 절륜한지 속궁합이 맞는지 새 엄마의 오르가즘에 오르는 소리를 들어 진경이 놀랐던 것이다.
아니1 저 영감이! 하는 소리가 절로 날 정도였다.
단지 이벤트를 잘 하지 않는 탓에 무뚝뚝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었지만 진짜 까탈스러운 엄마보다는 새엄마랑 어울린다고 말 할 수 있었다.
새엄마는 부드럽지만 다혈질이지만 여자로서 매력이 있는 여자였다.
일단 사업을 해 본 경험이 있어서 사람대하는 것이 부드럽다.
인간관계가 매끄럽단 말이다.
그리고 대하는 사람에게 항상 진심으로 대한다.
진경이 이렇게 가족들 사이에서 빠르게 친숙할 수 있었던 것은 새엄마의 덕이 컸다.
진경의 카드빚에 아빠가 화가 나서 부산으로 내리는 와중에도 새엄마가 진경에게 몰래 찔러 주는 용돈이 아니라면 진경이 숨도 쉴 수 없었을 것이다.
새엄마가 아빠에게 생활비를 얼마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새엄마가 항상 진경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만으로 친엄마 이상이었다.
진경은 친엄마랑은 친하지 않았다.
성격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랄까?
친엄마는 항상 진경에게 잔소리를 퍼붓는 타입이었다.
딸이 잘 되라는 뜻인 것은 알겠지만 그래도 듣기 좋은 콧노래도 한 두 번이지 항상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반복되면 지겨워지는 것인데 새엄마는 진경에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진경에게 배풀 것은 아무 말 없이 베풀었다.
나이차이가 얼마 나지 않아서인지 마치 친언니 같다.
한 마디로 화끈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애교는 같은 여자라도 부러울 정도로 부드럽다.
그런 새엄마의 말에는 진경이 순순히 따르는 이유였다.
종업원들이 식사를 가지고 와서 식탁을 차리자 모두들 식사를 하면서 아빠의 입만 쳐다보았다.
그러자 역시 딸들의 눈치를 알아차린 새엄마가 아빠에게 물어 보았다.
“여보, 이제 어디로 갈 거예요?”
“응, 밥 먹고 도쿄로 가서 쇼핑이나 하려고. 당신도 그렇지만 우리 딸들도 이왕 일본에 왔으니 필요한 것은 대충이라도 머리에 넣고 왔을 테니 일단 말이나 들어볼까? 먼저 진경이부터.”
“난, 속옷!”
“속옷은 한국에도 많을 텐데?”
“없어요, 난 65D입는데 일단 한국에는 그런 사이즈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에요.”
“그게 큰거야?”
“당연히 가슴사이즈도...아이! 아빠는 또!”
갑자기 진경이 아무리 아빠지만 말하는 것이 부끄럽기 시작했다.
그러자 자연이 진태의 허벅지를 꼬집었다.
“당신은! 딸, 몸매 사이즈를.....”
“아야! 알았어. 그리고 셋째, 영인이는?”
“저도 진경이 언니처럼 속옷요.”
“그럼, 진경이랑 같이 가면 되고, 막내, 영주는?”
“전 언니들 따라 갈게요.”
“그리고 우리 마나님은?”
“나요? 음....나는 뭐하지? 나도 딸들이랑 같이 가서 속옷이나 살까?”
“아니! 당신도 속옷 사러 가면 나는?”
“속옷 사는 것이 하루 종일 걸리겠어요? 그냥 따라 오세요, 나중에 점심도 같이 먹게.”
“알았어. 나는 그럼, 운전기사나 할게.”
“잠은 또 온천에서 주무실거예요?”
“당연하지. 일부러 여기를 잡았는데? 하여간 온천엔 최소한 삼일은 자고 나머지 사일은 당신 좋아하는 박람회 가지. 그 근처에서 호텔 잡아서 자면서 도쿄나 마스터 하자고. 그리고 중간에 또 볼거리나 가고 싶은 곳이 생기면 가고. 좀 유동적으로 움직이려고. 이제까진 항상 계획을 잡아서 움직였는데 이번엔 완전히 힐링이 목적이니까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이려고.”
진태의 말에 진경도 좋아하고 영인, 영주도 완전히 환하게 웃었다.
진경은 전처를 닮아 가슴이 컸다.
자연과 영주 영인은 아직 학생인데도 자연보다는 가슴이 컸지만 진경에게는 배교할 바가 아니었다.
상희도 가슴이 지 엄마처럼 고교생 때부터 커서 예고 연신으로 꼽히기까지 했었다.
진경은 제 언니처럼 커지는 않았지만 아빠인 진태를 닮아 키도 컸고 가슴은 제 엄마를 닮아 컸다.
여행경비 신경 쓰지 않고 기간 신경 쓰지 않고 움직이는 여행이어서 편하게 움직였다.
도쿄의 긴자거리를 마음 놓고 활보하면서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진태부부는 진태부부 따로 움직였는데 마루야 백화점 옆을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면세쇼핑이 가능하대서 들어간 가게에서 자연의 얼굴은 완전 환하게 펴졌다.
그 덕분에 진태는 자연에게 고야드라고 처음 들어보는 여자백까지 자연에게 사 주었다.
나중에 진경이 지 새엄마가 들고 있던 가방을 보더니 난리난리쳐서 그 가게(러브러브라던가?)로 다시 가서 페레가모지갑을 사 주었고 영인과 영주도 침만 흘리고 있기에 그 가게에서 상대적으로 싼 지갑 하나씩 사 주어야 했다.
그게 토리버치였는데 진경에게 듣고 보니 그것도 여자들에게 인기 만점의 명품지갑이란다.
어쩐지 지갑치고는 더럽게 비싸더라.
여권을 보여주면 5%할인 해 준다는데 그 가격도 비쌌다.
자연이 아이들에게 그런 지갑 사 줘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호기롭게 어차피 학교가면 아이들 만나게 되면 그런 지갑 하나 들고 있으면 기가 살아서 괜찮다고 말해 줘 늘 수줍어하는 영인이 진태의 팔을 꼭 붙잡고 하루종이 진태의 옆에 붙어 있기도 했다.
자식! 그렇게 기분 좋은가?
진태는 자연과 같은 인생을 살아갈 동반자라는 마음을 굳히게 된 여행이었고 자연은 진태라는 남자가 자연의 가슴속에 깊숙이 자리 잡는 여행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의 딸들은 진태를 아빠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여행이 되었다.
여유롭고 자유스러운 일주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진태와 자연은 손을 꼭 잡고 행복한 미소를 보여주며 집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