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5 회: 전처에게 제의를 하다 --> (15/51)

<-- 15 회: 전처에게 제의를 하다 -->

“어머머! 정말 아빠가 그 정도였어?”

“그럼! 언니랑 나랑 연년생이어서 4년을 아빠가 그러셨어. 그동안 아빠가 술 먹고 들어오시는 것을 볼 수 없었다니까? 사회생활 하면서 4년을 술도 안 먹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니? 아빠는 딸들 사고 날까봐 그동안 술도 안 드시고 우리들 캐어를 해 주셨지. 그런 캐어를 너희들이 이어 받을 수 있다는 거 아니냐!”

경진은 아빠가 고등학교 다닐 때 바래다주시고 데리러 오셨던 일을 말하는 중이었다.

하긴 그때의 아빠는 정말 성실히도 우리들을 데리고 다니셨지. 지극정성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말이야.

학원도 골라주시고 필요한 거의 모든 일을 알라서 해 주셨지.

그땐 정말 행복한 시절 이었는데.....

상희는 마음을 다잡고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저....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저희 엄마가 왜 아빠랑 헤어진 건 줄은 아시고 계시니까, 별 말씀 안 드리겠어요. 하지만 엄마가 안 하던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하셔서 몸에 탈이 났어요. 병원에서도 더 이상 일하게 되면 초상 치를 각오를 하라고 하고.....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제발 저희 엄마 좀 도와주세요. 제가 도와 드리는 것도 한계가 있어서 저도 시댁과 남편에게 눈치가 보여 더 이상 도와 드리기도 그렇고....어떻게 생활비 정도는 안 될까요?”

아! 아빠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 지셨다! 위험하다, 저건!

“새 엄마, 부탁 드려요.”

겨우 상희가 새엄마란 말을 하자 아빠의 안색이 굳어진 것이 조금 풀어진 것을 느끼고 안도의 한숨을 몰래 쉬었다.

상희가 새 엄마와 아빠의 안색을 살피며 눈치를 보고 있을 때 새 엄마가 입을 열었다.

“그래 얼마를 생각하세요? 무작정 도와 달라고 하기엔 입장도.....사정은 알지만....”

새 엄마는 조용한 음색으로 물었지만 상희는 결국 아빠의 안색을 살폈다.

허락은 새 엄마가 하지만 돈이 나오는 데는 아빠의 주머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빠의 안색을 살폈다.

아빠는 아까 집어 먹은 음식을 아직도 씹고 계셨다.

저건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화가 나셨다는 증거였다.

저러다가 정말 화가 나면 화장실로 가서 뱉어내고 바로 행동에 들어가실 분이라는 것을 알기에 상희는 더 이상 자신만의 생각을 내 뱉지 못했다.

“형편 되시는 대로요. 아빠랑 새 가정을 꾸리시는 대도 사정이 있으실 테니까 제가 얼마를 요구하기가 그러네요.”

“아빠가 새 엄마랑 상의 해 보마. 일단 음식이나 먹거라.”

지금 아빠가 식사를 하라고 하니까 먹는 시늉은 내야 한다.

지금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음식이 입에 넣기가 그렇지만 지금 그렇다고 말을 하면 아빠는 정말 화가 많이 나, 아빠 성질대로 할 것이다.

엄마는 잘 모르지만 진경의 고등학교 때의 일을 봐도 아빠기 진짜 화나면 어떤 일을 벌이실지 모를 정도로 무서운 분이셨다.

딴 게 무서운 것이 아니라 말없이 행동으로 모든 것을 말하시는 분이시기 때문에 무서운 거다.

천방지축인 진경을 단숨에 책상 앞에 앉혀 공부하게 만든 분이 아빠다.

그걸 옆에서 지켜본 상희였기에 아빠가 진짜 화나면 어떤 일을 하실지 몰랐다.

그때도 돈도 없을 때 그랬지만 지금은 돈도 잘 버신다니 정말 엄마에게 어떤 일을 하실 줄 몰랐다.

아직도 아빠가 그 때 하시던 말씀이 기억난다.

‘진경아, 아빠를 화나게 하지 말아라. 아빠가 화나면 정말 모든 것을 팽개치고 그 일에만 매달리면 어떤 일을 벌이게 될지도 모르겠구나.’라고 하시던 때의 차가운 표정과 무서운 분위기가 아직도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정도였다.

그때 아빠는 일개 공기업에 다니시던 때였는데도 진경이의 남자친구였던 국회의원인 상대방 남자 아이의 집은 갑자기 불거진 섹스 스캔들로 집안은 풍비박산 나 버렸고 그 남자아이의 아버지인 남자도 국회의원직도 잃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고 하던데....

진경이와 사귀던 그 남자 아이도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아빠는 정말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할 정도로 잘 돌아가는 분이시라서 아빠도 전처럼 공기업에 다니며 그런 쪽의 일을 잘 안하셔서 그렇지 평소에도 아빠의 비상한 머리는 가끔 작동하는 것을 봤는데 행동력 하나는 정말 일품이었다.

나중에 지나고 나서야 아, 그게 이러니까 정말 그 사람이 무너지는 구나하고 생각이 들 정도로 빠른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상희도 직장 생활을 해 보았으니 아빠 같은 남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 마디로 아빠는 남의 손을 빌어 남을 파괴하는 짓을 너무나 잘 하는 남자였다.

상희는 억지로 덜어온 접시의 음식을 입으로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그나마 커피는 먹을 만했다.

새 엄마와 헤어지고 상희는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다.

진경은 영인과 영주가 아빠랑 사는 집을 찾아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상희도 아빠 집을 보고 싶었으나 상희는 시댁에 맡겨 놓은 아이가 걱정된다며 떠나고 진경과 영주, 영인과 함께 아빠의 집으로 향했다.

“이야! 아빠, 너무 좋은 집 아냐?”

진경은 영주와 영인의 방을 본다고 이층으로 올라가고 진태와 자연이 일층의 안방에서 마주 앉았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

“얼마를 주어야 하는가 말이죠? 당신 얼마까지 줄 수 있어요?”

“한 오백까진 줄 수 있지만 그 정도까진 주고 싶지 않아.”

“그럼, 삼백이네. 그렇잖아요? 경조사비도 그런 기준에서 정하잖아요?”

그 말에 진태가 피식 웃었다.

“이게 경조사비야?”

“그렇지 않지만 거의 그런 기준으로 정하니까......하여간 당신 알아서 정하세요. 하지만 당신이 상희에게 그런 결정을 물어보게 한 점은 고마워요.”

“당연하잖아? 당신에게 이런 일은 당연히 물어 봐야지.”

진태가 상희에게서 화난 것은 잊어버렸는지 자연에게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때 경진이 안방으로 내려왔다.

“아빠! 영주랑 영인이 침대는 저렇게 좋은 것 해 주고.....”

“일단 앉아라.”

진태의 가라앉은 목소리에 진경이 진태 앞에 조용히 앉았다.

“너, 부산에 내려와라.”

“아빠!”

“너, 아빠가 신경을 안 쓴다고 했지만 나름 알아보니까 카드 빛이 오천만원이나 남았다더구나. 저번에 이 애비가 올려준 돈은 언발에 오줌누기가 된 것도 이야기 들었다. 어떻게.....”

진태의 목소리가 높아지려다가 자연의 눈치를 보더니 잠시 말문을 닫았다.

“두 말 할 것 없다. 일단 부산에 내려오너라. 너, 저번에 헤어진 놈 때문에 스트레스로 물건을 사 들이기 시작한 것이 지금에 와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리고 카드 압수다. 니 카드는 이제 없애고 니 월급도 아빠가 관리할 테니 당분간 용돈 받아 쓰거라.”

진경은 아빠가 저렁게 나올 줄 알았다는 듯 말했다.

“당분간 언제요?”

“아빠가 인정 할 때까지.”

“그러니까 언제냐고요.”

“나름 돈을 쇼핑에 쏟아 넣지 않는다고 아빠가 느낄 때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니가 시집 갈 때까지.”

“아우~! 아빠!”

“그렇지 않으면 니가 시집 갈 때까지 카드 빛 다 갚기는 하겠니?”

“.....카드 빛 아빠가 갚아주신다고요?”

“그래, 그게 조건이다.”

“알았어요, 대신 시간은 좀 주세요.”

“두 달. 그 안에 정리하고 내려 오거라.”

“무리! 저도 나름 서울에서 터 닦고 살아가고 있는데.....”

“두 달! 그 안에 내려오지 않으면 아빠가 직접 서울로 올라간다. 니 방은 저기 이층에 영주랑 영인이랑 같은 침대로 넣어주마.”

“그럼, 영주 침대 같은 침대는 싫어요. 그게 공주지 평민이 쓰는 침대예요?”

그 말에 자연이 크게 웃었다.

“경진이도 그렇게 생각해? 우리도 그 침대는 질색이었는데 영주가 하도 고집을 부려야지.”

“새 엄마가 좀 말리지 그랬어요. 그래도 그 침대는 너무 아니더라.”

“어떡해? 아빠에게 달라붙어서 전에 약속 했잖느냐고 애교를 부리는 걸.”

“내일 니 침대는 니가 골라라. 아빠가 가구는 구비해 주마.”

“알았어요, 그럼 난 오늘 어디서 자요?”

“오늘만 영주나 영인이 방에서 자든지. 그래도 니가 싫어하지만 영주 침대에서 하루는 자 보든지.”

“아악! 싫어! 절대 싫어!”

“언니! 그거 내 성의를 무시하는 거다?”

“언제 왔니? 하지만 싫은 것은 싫은 거야. 영인아. 니 침대에서 하루만 자자.”

“그래, 언니.”

“왜 모두 내 침대를 싫어해? 얼마나 편한데?”

“그래, 그래. 니 침대 편하면 너 시집 갈 때 가지고 가지 그러니?”

“그렇지 않아도 그러려고.”

“너, 그 침대 들고 가는 순간, 소박맞을 걸? 니 신랑 어디서 이런 공주과가 나타났느냐며 진저리를 치며.....”

“언니!”

셋이서 온갖 소리를 다 하며 난리를 쳤다.

“츳! 26살이나, 13살이나.....쯧쯧!”

“그래도 격의 없이 다가와서 좋은 걸요.”

“그게 저 녀석 장점이지. 그나저나 자연이랑 우리 아지트로 가고 싶은데....”

“여봇!”

자연이 진태와 같이 살면서 호칭이 또 바뀌었는데 그게 여보라는 호칭이었다.

이제는 자연과 진태의 서로에 대한 호칭도 정리 된 느낌도 있고 진태는 일본으로 여행가기 전에 고백을 할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자연과 영인이 영주와 합의에 의해 결혼식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래도 자연에게 진태는 고백을 통해 자연일 완전히 자기 여자로 인정을 받고 싶어 했다.

이미 자연과 진태는 부부사이로 아이들까지 인정을 받을 지경에 이르러 있자 진태도 자연을 자연스럽게 아내로 인정을 하고 있었다.

자연은 이제 김치공장도 남에게 넘겨주며 인수인계단계에 와 있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다.

자연의 김치공장은 내 놓기가 무섭게 임자가 나타났다.

그동안 자연이 김치를 맛있게 담근다는 소문은 나 있는 상태였고 자연이 인력문제와 아이들 학교 때문에 공장을 내 놓자 여러 명이 달려들어 자연의 김치공장을 보러 와서 두 명이 합의까지 보면서 공장을 인수했다.

잔금까지 치러져 자연은 인수인계문제만 남아 여유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일본에 여행가자고 했던 문제가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진태는 조금 초조해 있었다.

아지트에 가서 고백을 할까? 아냐, 그건 너무 둘만 하는 이벤트 같아서 조금 약한 것 같은데? 그럼, 이 집에서 아이들 보는 앞에서 정식으로 무릎을 꿇고 고백을 할까? 흠~! 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아! 이거 뭐로 하지?

진태는 그것 때문에 인터넷도 뒤져보고 하고 있었지만 진태의 문제가 코앞으로 다가와서 그런 것은 하지 못할 운명에 처했다.

그것은 전처와의 합의 문제 때문이었다.

합의가 뭐 때문인가 하면 진태는 전 처에게 그냥 돈을 주기가 너무 아쉬워 뭔가 치욕을 주고 싶었다.

뭔가 찌질한 듯 하지만 진태는 그때의 일을 아직도 잊지 못했다.

진태는 콘돔을 쓰라하고 애인은 생으로 하는 것과 안에 사정을 허락한 아내가 괘씸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애인에게는 평소에도 질외 사정을 하도록 허락했단 말 아닌가?

진태에게는 절대로 허락되는 일이 아니었다는데 진태가 괘씸하게 여겼다.

아니! 남편에게는 질외사정은 허락하지 않고 애인은 허락되고! 이게 무슨 지랄 같은 소리인가 말이다!

그 때문에 진태는 일단 일본으로 가기 전에 먼저 전처에게 가서 합의를 볼 생각을 했다.

진태가 전처인 유정희를 찾아간 날은 평일 날인 비 오는 수요일이었다.

이제는 별다른 날이 아니게 되었지만 이날은 전처와 결혼기념일 이었다.

원래대로 잘 흘렀다면 말이다.

“여보!”

정희는 차가운 방에 혼자 누워 있다가 진태를 맞이했다.

진태는 원래 보일러가 가동이 안 되는가 일부러 아무 말 없이 보일러부터 켜 보니 보일러는 잘 돌아가고 있었다.

결국 고장 난 것이 아니라 기름값이 아까워 아끼고 있다는 소리였다.

“자~알 한다. 그렇게 지랄을 떨더니 이 모양 이 꼴이냐? 나 싫다고 딴 놈한테 다리 벌렸으면 잘 살기라도 해야지 이게 뭐하는 짓이야?”

“여, 여보. 정말 미안해요.”

“그래도 길용이를 통해 전해 준 사후 피임약은 먹었는가 보더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