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 회: 자연의 딸들 -->
“응~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확실한 대답인 것 같아요. 고마워요. 새 아빠.”
영인은 자신이 생각했던 대답을 들어서인지 생각보다 쿨하게 새 아빠라고 불러 주었다.
“아빠도 인정받은 것 같아서 고맙구나 영인아.”
진태도 영인에게 마치 면접에서 통과한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둘이 마주보며 씩 웃었다.
주차장에 도착해 진태가 차를 꺼내려 갔을 때 자연이 영인이에게 물었다.
“둘이 뭔 이야기를 했니?”
“뭔가 철학적인 이야기? 그런 이야길 했어. 질투 나? 엄마 애인 빼앗아 갈까 봐?”
영인이 엄마에게 도전적인 대사를 던졌다.
“흐응? 넌 아직 어리단다. 영인아.”
“나 정도의 몸매면 어떤 남자라도 꼬실 수 있어.”
“엄마 애인은 그런 어린 녀석에겐 눈길도 안 주는 남자란다.”
“엄마, 너무 자신 만만 한 것 아니우? 아무리 새 아빠가 엄마에게 빠져 있다고 해도 너무 자신하는 것은 아니지 싶은데? 일단 엄마도 나이가 있으니 말이야.”
그러자 자연이 발끈했다.
“뭐! 엄마가 어디가 어때서!”
영인은 순간 말실수를 자인했다.
엄마와 평소에 큰 딸이라고 친구처럼 지내면서 술도 한잔씩 했는데 엄마가 술만 취하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남자들이 엄마가 나이가 들어 찾지 않는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는 것을 듣고 지냈기 때문에 나이에 민감한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실수, 실수. 정말 실수라니까?”
“너, 정말. 젊다고 너무 그러는 것 아니다?”
“아이. 엄마, 말실수라니까?”
“좋아, 한 번만 봐 준다.”
그러고 차에 타면서 진태를 돌아보았다.
“당신, 나, 나이 들어 보여요?”
그 순간 영인은 등에서 식은땀이 나는 것을 느꼈다.
“아니? 누가 뭐라고 그래?”
“나, 나이 들었데.....”
“누구한테 무슨 이야기를.....”
그러면서 진태가 뒤를 돌아보니 영인이 입으로만 ‘실수, 실수’말을 하니 그때야 무슨 사정인지 알 것 같았다.
“어디 뷔페 가실 거예요?”
둘째 영주가 엄마랑 언니가 그러든지 말든지 먹는 것에만 신경이 팔려 가는 장소를 물었다.
“매트로 시티에 있는 뷔페에 갈 건데.....”
진태가 곤란한 표정을 짓자 영주가 간단한 말로 단정을 지었다.
“놔두세요, 맨날 둘이 이러고 잘 놀아요.”
여자의 적은 여자인가? 딸들이라고 해도 여자는 여자인지 서로 질투도 하고 하지만 사이는 좋아 보였다.
식당에서 나오며 영주가 배를 쓰다듬으며 진태의 팔짱을 끼며 나왔다.
“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새아빠도 맛있게 드셨어요?”
“응, 그런데 영주는 케익을 그렇게 많이 먹어서 어떡하니? 칼로리 엄청 많이 섭취했잖아?”
“괜찮아요. 제가 원래 입이 짧아서 평소에 잘 안 먹거든요? 그게 다이어트가 되요.”
“그래? 그럼 다행이고.”
진태는 배나 꺼지게 하자며 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데리고 갔다.
가는 길이 좀 막혔지만 동래 쪽으로 빠져서 백화점 쪽으로 가는가 싶었는데 그 뒤쪽으로 돌아갔다.
지은 지 10년 안쪽의 비교적 깨끗한 아파트였는데 진태가 거침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아파트 경비도 진태를 아는 지 인사를 했다.
진태가 아이들과 자연을 데리고 들어간 곳은 45평짜리 아파트였는데 깨끗하게 수리까지 다 되어 입주자를 맞이할 준비가 다 된 아파트였다.
“마음에 드니?”
“새아빠, 여긴....”
아이들은 이제는 거의 진태를 새 아빠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것은 밥을 먹으면서 영인이 먼저 새 아빠라고 불렀고 영주도 따라서 새 아빠라고 몇 번 부르더니 아예, 나중에는 진태의 팔을 잡고 새 아빠라고 애교를 부릴 때까지 오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경매로 산 집인데 내가 먼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있어서 이 집은 전세나 월세로 내 놓을 생각이었는데 영인이 예고 보내려면 가까운 곳이라야 할 것 같아서.....”
그러자 영인이 얼굴을 번쩍 들어 진태를 바라보았다.
“정말 저 예고로 보내주실 거예요?”
“이 아빠가 언니들 둘을 다 예고에 보냈거든? 이 아빠 실력 무시하지 마라?”
“정말요?”
“그래, 예고 학생 주임 선생이 이 아빠 대학친구에다가 군대 동기거든?”
“아빠는 군대 어디에 나오셨는데요?”
영주가 아빠 군대 나온 곳이 궁금한가 보다.
“아빠? 백령도. 해병대.”
“오아!”
영주가 이상한 비명 같은 소리를 질렀다.
“영인이 공부는 어땠니?”
“언니, 비록 시골학교지만 항상 일들을 했어요.”
“그래? 잘 됐다. 가만 있거라.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을 걸로......여보세요? 장수냐? 이 자식! 고참이 전화를 걸면 제깍제깍 받아야지! 군기가 빠졌구만 한 따까리 해야겠냐?”
그러자 전화기 너머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이 새끼야! 죽을래? 부터 해서 좆같은 새끼 어쩌고 하는 원색적인 소리까지 들렸다.
“아! 됐고! 우리 딸 하나 예고 보내야 하는데 들어갈 수 있게 해 놔라!”
그러자 상대방도 뭔가 이상한지 뭔가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 그렇게 됐다. 내가 이번에 재혼을 했는데 집사람도 딸만 둘이야. 큰 아이가 고등학교 갈 나이가 됐는데 너도 알다시피 내가 둘 다 예고에 보냈잖냐? 이번에 셋째가 된 녀석도 예고로 보낼까 해서 말이야. 내가 인사는 알아서 할게.”
그러고 몇분을 더 이야기 하더니 진태가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래, 고맙다. 내가 너랑 교장선생님한테 섭섭지 않게 해 드릴 테니까 부탁 좀 하자. 그래 고맙다. 며칠 후 같이 가마. 그때 점심이나 교장 선생님이랑 같이 하자. 응, 그래 내일 보자.”
그러며 영인을 보았다.
“영인아, 예고에는 예쁘고 깍쟁이 녀석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잘 못하면 고달픈 학창시절이 될 수도 있어. 그래도 갈거니?”
그러자 영인이 활짝 웃었다.
“그건 제가 알아서 잘 할게요. 고마워요, 아빠.”
“그래, 아빠가 영인이랑 얼마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똑 부러지는 성격인 것 같아서 잘할 거란 생각이 드는구나. 이틀 뒤 아침에 아빠랑 같이 학교에 가서 학적부 가지고 같이 가 보자. 학교에 가는 것은 걱정하지 말고. 알겠니?”
“예.”
진태가 영인이 귀여워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빠, 나는?”
영주가 자기도 좋은 학교에 가고 싶은지 진태에게 매달렸다.
“영주도 중학교에 전학 와야지. 이왕이면 좋은 학교를 알아보자. 여긴 아빠도 잘 모르는 지역이어서 말이다. 아빠는 언니들 학교 보낼 때는 장전동에서 살아서 여기는 잘 몰라. 그래도 모두 예고 가는데 영주도 예고 보내야 할 테니 잘 알아보고 정하자꾸나.”
“저도 예고 보내 주실 거예요?”
“당연히 언니들 전부 예고 출신인데 너도 가야지? 넌 가고 싶지 않아?”
“갈래요! 꼭 갈래요.”
진태가 영인이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활짝 웃었다.
진태는 나이가 들어도 살이 찌지 않고 근육질의 몸매인데다가 그동안 건강관리를 잘 해 와서 아픈 곳은 없는 튼튼한 편이었다.
그래서 화물차 기사도 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진태는 또 이들을 데리고 어디론가 다시 출발했다.
자연과 영인은 흥분해서 어쩔 줄을 모르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진태가 도착한 곳은 부산에서도 외곽지역인 외국어대 운동장 부지근처의 일반 주택이었는데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외진 지역이었지만 택지 조성이 잘 되어 있어서 음침하고 그러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점도 떨어져 있고 편의시설이 먼 것이 흠인 곳이었다.
진태가 이들을 데리고 들어간 집은 들어가는 입구가 마치 굴속을 들어가는 것 같았으나 일단 거실로 들어서니 마치 광장 같이 환한 널찍한 곳이었다.
가구가 하나도 없어 더욱 넓어 보였다.
거실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벽과 바닥이 대리석으로 지어져 높은 천장이 더욱 높아 보였다.
뒤로 이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언 듯 보기에는 부잣집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자기, 여긴......”
“여기도 경매로 넘어온 곳을 잡았는데 아까 본 아파트랑 여기랑 둘 중에 하나 골라. 선택지를 넘기는 거야.”
그러며 자연에게 찡긋 해 보였다.
자연이 멍하게 진태를 보다가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진태는 아지트를 아까 본 그 아파트로 할 것인지 자연에게 물어 보는 것이다.
자연이 얼굴을 붉히며 진태 옆을 다가가 진태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진태가 움찔 했으나 조용하고 은근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긴 배관이 없거든?”
진태와 자연만 아는 분위기로 가자 자연이 살짝 웃었다.
“나도 봤어요.”
서로 마주보며 웃자 영인과 영주가 진태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빠 이층에 가 봐도 돼요?”
“얼마든지.”
그러자 둘은 빠른 속도로 달려 이층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진태가 자연을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급작스럽게 자연을 안고 키스를 했다.
이층도 방이 네 개나 있는 구조였고 방의 크기도 상당히 넓어서 전체건평수를 다 차지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서 상당히 넓은 구조였다.
이 집은 화교인 중국인이 건축한 집이었는데 아버지가 죽고 아들이 사업을 물려받았는데 얼마나 빨리 망했는지 부지불식간에 집이 강제경매로 넘어온 경우였다.
그래서 마치 중국인의 집에 들어가는 것처럼 입구가 상당히 좁았던 것이다.
하지만 안은 상당히 넓어 일층에 방만 세 개에 안방은 마치 광장 같이 넓어보였다.
진태와 자연이 안방을 구경하니 자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집은 대리석의 집이었다.
건축비는 많이 들었겠지만 관리비가 적게 나오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대리석으로 집을 지으면 일단 청소하기에 좋고 먼지가 많이 없는 구조가 된다는 점이 장점인 곳이었다.
진태가 이집을 처음 왔을 때는 화초나 식물들이 말라 비틀어져 있어서 마치 폐허 같이 되어 있는 집이었다.
그래서 진태가 제일 처음 한 일은 청소업체부터 불러 청소를 하는 일이었다.
청소 업체에서 일톤 트럭으로 두 차나 나올 정도로 치울 것이 많았다.
집 안 뿐만 아니라 정원이며 뒤뜰도 그렇고 집 주변이 사람이 안 살던 집이어서 그런지 치울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집을 사느라 진태는 진태의 현금 삼억 원이나 이 집에 투자를 했다.
그러고 은행에 대출을 칠억 원이나 얻어 총 십억 원이나 든 집이었다.
그래서 진태는 이 집을 최소한 십삼억 원은 받아 차액을 못 받아도 삼억 원은 받아 되팔 결심을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아파트 생활도 좋지만 자연과 생활하려다보면 일반 주택도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서 이 집도 소개를 했던 것이다.
“진태씨, 괜찮겠어요?”
자연이 진태를 돌아보았다.
“뭐가? 부담 될까 봐? 이 집 사는데 내 돈 삼억 원 들었고 은행 대출을 칠억 원 얻었어. 만약 살게 된다면 그 정도는 돈 들일 생각은 있어. 이 집은 내집이려니 생각하고 딴 집을 경매를 잘 보면 돼. 걱정 하지 마. 이제는 건물 위주나 공장 위주로 경매를 볼 생각이니까. 그래야 임대 수익이 나오지. 이 집은 차액 실현을 하려고 했던 집인데 가끔 이런 것도 괜찮지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