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회: 가족간 상견례 -->
“니 애미가 니를 이렇게 가르치니 아무나 가랑이 벌리고 다니지, 이년아! 그것도 몰라!”
진태가 또 정희의 뺨을 때리려고 하니 길용이 진태를 말렸다.
그 순간 옆에 있던 장동수가 진태에게 말했다.
“당신이 정희 남편이야? 당신 정말 못났네! 서로 싫으면 헤어지는 거지, 간통은 무슨 간통이야! 부끄러운 줄 알아!”
이럴 땐 가만히 있으면 이등이라도 한다는 소리가 있는 것이다.
“이 개새끼가 뭐라는 거야? 남의 유부녀랑 놀아나고 할 소리야? 이 새끼도 지 애비 애미년이 교육이라고는 형편없이 시켰네!”
그러며 장동수의 앞부분을 발로 차 버렸다.
장동수는 수갑을 차고 있어서 방어란 할 수도 없었고 분노한 진태를 너무 우습게 봤다.
길용이 장동수를 미란다 원칙을 대충 읊으며 연행하자 진태는 장동수의 서랍장을 이 잡듯 뒤졌다.
마침내 장동수의 컴퓨터 책상이 있는 곳에서 무언가 발견했는데 전단지에 쌓인 것을 보니 ‘여자의 흥분을 책임집니다. 일단 한 번 써 보시라니까요?’라는 엉성한 글귀와 여러개의 알약이 나왔다.
거기엔 비아그라 짝퉁인 ‘카마그라’도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각종 흥분제가 나왔다.
진태는 그것을 검은 비닐 봉투에 담아 가지고 나왔다.
길용은 진태의 차를 타고 경찰서로 가면서 길용에게 검은 비닐 봉투를 건냈는데 길용이 보더니 한 눈에 그게 뭔지 알아냈다.
“장동수! 너 이게 뭔지 알지? 이거로 증거로 삼아 강간으로 들어 갈 줄 알아!”
정희는 그것을 보더니 장동수를 벌래 보듯 했다.
경찰서로 들어가서는 진태는 정희를 다시는 보지 않으려고 했다.
정희는 남편에게 용서를 구하려고 남편을 돌아보았지만 싸늘한 표정의 남편은 정희를 다시는 안 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며 정희를 돌아 보지 않았다.
정희는 남편에게 다시는 돌아 갈 수 없을 것이란걸 알았다.
남편은 유약한 듯 보이지만 일단 마음이 돌아서면 누가 뭐래도 다시는 안 보는 사람인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진태는 장동수의 조서를 옆에서 아무 말도 없이 보다가 경찰서 밖으로 나갔다.
길용이 뭐라 할 사이도 없이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그길로 장동수가 다니던 회사로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
그리고 진태를 막는 회사 사람들에게 장동수의 행태를 알렸다.
그때는 이미 장동수의 회사 사무실은 완전히 뒤집어져 있었고 장동수의 회사 사장은 진태의 말을 듣더니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진태는 그런 장동수의 사장을 보더니 더 이상 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일단 눈이 뒤집어져 장동수가 다니던 회사로 찾아가 그간의 사정을 말하니 사장이 나와 자기가 데리고 있던 직원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장동수를 해고 시키겠다는 말까지 하니 더 이상 난리를 피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길로 간탄집으로 가서 들고 있던 증거를 이용해 실사 사진을 찍어 간판을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저녁이 되어 진태는 집 근처의 술집에서 술을 진탕 퍼 마셨다.
그때 진태의 휴대전화가 걸려와 받아보니 길용이었다.
“어! 그래 길용아, 오늘 수고 많았다. 고맙다. 내, 술 한 잔 꼭 사마.”
“진태야 너 어디냐?”
“우리 집 근처의 술집. 술 먹지 않고서는 살 수가 없어서 먹고 있다.”
“거기 기다려! 내 갈게.”
길용은 진태와 겨우 전화 통화가 되니 술 먹고 있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진태를 데리러 갔다.
아까 이미 길용은 진태의 아내인 정희에게 사후 피임약을 건네주고 정희가 상의한 장동수를 강간으로 고소하는 것을 상의 했더니 길용은 어제 정희가 그 사실을 알게 되어 고소하려고 했었다는 말에 한 숨을 쉬었지만 일단 절차상 경찰서에 있으라는 말을 하고 진태의 딸들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진태에게 그렇게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던 녀석이 겨우 전화를 받더니 집 근처의 술집이란다.
길용이 진태가 먹고 있던 술집에 도착하니 진태는 이미 고주망태가 되어 엉망으로 취해 있었다.
안주는 그대로 있고 소주병만 다섯 병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니 얼마나 괴로웠는지 깡소주로 들이 부은 모양이었다.
할 수 없이 길용은 진태의 집에 진태를 눕혀 놓고 경찰서로 전화해 보니 진태의 큰 딸이 와 있다는 것을 듣고 다시 경찰서로 들어갔다.
“길용이 아저씨!”
“응, 상희야, 왔니? 안 좋은 일로 오라해서 미안하다.”
“아저씨가 미안할 일이 뭐 있어요. 그래도 전화해 주셔서 고마워요.”
“니 엄마도 엄마지만 니 아빠가 걱정이다. 아까 집 근처의 술집이래서 걱정이 돼서 가 보니 진태 그녀석이 깡소주를 다섯 병이나 들이부어 엉망으로 취해 있더라. 그래서 집에 눕혀 놓고 니가 왔다는 소리에 들어왔다.”
“고마워요, 아저씨.”
“그래, 일단 일은 벌어졌으니 수습하는 것이 먼저니 일단 니 엄마 사식이라도 넣어 드렸니?”
“아! 그거 넣어 드리는 거예요?”
“응, 그러는 것이 좋을 거다, 가만, 김형사! 거기 국밥 하나 시켜 줘.”
“예, 반장님.”
“그리고 간통사건은 일단 접부가 되면 이혼을 전제로 하는 거니까 니가 내일 아침에 니 아빠 좀 찾아가서 아빠부터 달래라. 그래도 이혼은 막아야 하지 않겠니? 진태 나이가 이 아저씨하고 같은 52이다. 우리 나이에 이혼해서 어쩌겠다는 거니? 남자는 이혼하면 확 늙는다, 그리고 니 아빠 같이 외골수는 어떻게 될 줄 아무도 모른다.”
“예, 지금은 약주 드셨다니까 내일 일찍 가 볼게요.”
“그래, 오! 마침 국밥 왔네. 어이! 김형사. 거기 수감 된 사람 중에 유정희씨 좀 데리고 나와.”
“예, 반장님.”
길용의 앞에 있었다는 이유로 심부름꾼이 된 만만한 김형사가 유정희를 데리고 나오니 잠깐 사이에 수척한 유정희가 나왔다.
“엄마!”
“상희야!”
“어쩌다 그랬어!”
“미안하다, 고마워요. 길용씨.”
“일단 여기 앉으세요, 제수씨. 따뜻한 국밥이나 한 그릇 드시고 기운 차리세요. 어차피 내일 나가게 될 겁니다. 원래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니까 나중에 나가게 되면 일단 상희 집에 계세요. 내일 상희가 진태 집에 가서 고소를 취하해 볼 테니까요. 이게 감옥에는 안 가지만 전과가 남는 것이 되놔서 나중에 정희씨 직장 문제도 있으니까요.”
진태의 아내와 길용, 진태의 큰 딸인 상희까지 머리를 맞대고 상의를 했지만 별 뾰족한 수는 없었다.
워낙 증거 잡기가 어렵다는 증거가 일단 확보가 된 상황이고 증거 사진까지 제출된 상태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들이 머리를 맞대고 머리를 싸맨 보람도 없이 진태의 큰 딸이 진태를 만나기 위해 진태의 집에 아침 6시경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때부터 진태의 행방은 찾기 어려웠다.
전화를 해 보아도 어쩌다 받기는 하지만 바쁘다며 전화를 끊어 버리는 통에 통화 자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길용에게서 연락이 왔다.
서면에서 길용을 만나 이야기나 들어 보자며 길용을 만났는데 길용은 진태의 아내를 혼란에 빠트리는 말만 했다.
“진태가 연락이 되기는 했는데 ......친자 확인 소송이 들어왔어요. 아마 제수씨의 부정으로 인해 진태의 의심병이 생긴 모양입니다.”
유정희는 얼굴이 하얗게 됐다.
자신이 다니던 직장도 경찰서에 나오던 날 아침에 찾아가 피켓까지 들고 시위를 하는 바람에 회사에서 2천만원이나 주고 합의를 보는 바람에 직장에서도 해고가 된 상황이었다.
놀랍게도 그동안 수집 된 증거사진을 간판집에서 인쇄까지 해서 ‘몸 팔아서 영업시키는 회사입니다.’라고 시위를 하는 바람에 출근하던 본부장의 눈에 띄는 바람에 회사가 난리가 나 진태를 끌어들여 사건을 무마하느라 바빠 위로금 명목으로 2천만 원이나 주고 진정시켰다면서 다시는 회사로 전화하지 말라며 어떤 보험회사나 다 알려져 블랙리스트에 올려 져 있는 바람에 보험회사 취직은 물 건너 가 버렸다고 하는 바람에 정희의 충격은 컸다.
남편이 이렇게 행동력이 좋았나 싶을 정도로 진태의 행동은 과감하고 재빨랐다.
그러고 보니 아무리 만만디인 공기업에 다녔다고는 해도 직장 생활만 거의 30여년을 한 사람이었다.
이제 겨우 보험회사에 다니기 시작한 자신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었다.
더구나 회사에서는 위로금으로 얼마를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내가 액수를 말하면 협박으로 고소할 생각입니까? 라며 오히려 평소에도 본부장 따까리라는 별명으로 통하던 팀장에게 비웃음을 날렸다고 할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일단 활동을 시작하니 무서울 정도였다.
치밀하고 단호했다.
평소에 자신이 알고 있던 남편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차갑고 냉정했다.
어제는 그동안 살고 있던 집까지 내 놓고 큰 딸 상희에게 전화가 와서 니 엄마 물건 가지고 가라고 전화가 와서 집에 가 보니 이미 딴 사람들이 이사를 들어오는 중이라며 상희가 울며 엄마의 옷가지들을 차에 실고 들어와 친자 확인소송이 끝날 때까지는 아빠라고 부르지도 말라는 말을 들었다며 펑펑 울었다.
정희는 그 정도로 심하게 말한 남편이 원망스럽다 못해 화가 났다.
아무리 자신이 부정을 저질렀다지만 딸에게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과 남편이 애지중지 길렀던 딸이 아닌가?
설사 친 딸이 아니라도 길렀던 정이란 게 있기에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진태가 화물차까지 내 놓은 모양입니다. 그동안 마누라 먹여 살리느라 화물차를 몰았지만 지금은 혼자니 그런 고생까지 하면서 돈을 벌고는 싶지 않다며 퇴직금가지고 여행이나 다니며 전부 다 써버릴 작정이라더군요.”
길용의 말을 들은 상희는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길용에게 말했다.
“딸에겐 줄 돈도 다 쓸 생각이래요?”
“친자확인소송이 끝날 때까진 너랑 동생도 아직 일원 한 푼도 줄 생각이 없는가 보더라. 내가 그러지 마라고 몇 번을 말해도 수염도 깍지 않고 완전 상거지꼴로 나타나 내가 너무 안 돼 보여 목욕하라고 돈까지 주려고 했더니 퇴직금 가지고 여행이나 다녀올 생각이라며 그러더라.”
그러며 길용은 가 버리자 상희는 다 식은 커피를 마시며 문득 생각 난 듯이 정희에게 물었다.
“엄마, 내가 아빠 자식은 맞아?”
“상희야!”
정작 가장 사랑하는 딸까지 정희를 의심하고 있었다.
정희는 문득 남편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희는 사위에게 돈을 빌려 달세방을 얻어 일단 딸의 집에선 나와 식당이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아침 일찍 나가 저녁 늦게까지 일하는 고된 노동의 연속이었다.
식당 두 군데와 집으로 돌아와서는 부업까지 하는 엄청나게 육체적으로 혹사를 했다.
사위 돈을 거의 갚아가려는데 원체 일을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고된 노동을 하니 몸에 탈이 난 것이다.
겨울이 되면 부산은 눈은 안 오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춥기로 유명한데 비바람이 부는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려니까 갑자기 눈앞이 하얗게 변하더니 그대로 쓰러져 기절을 해 버렸다.
정희의 나이가 48살이었다.
더구나 얼마 전까진 남편이 벌어다 주던 돈을 가지고 살림만 하던 전업주부였던 여자가 갑자기 그런 노동을 하니 몸에 탈이 생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나마 큰 딸이 아침마다 밥 먹고 가라며 전화를 했는데 엄마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걱정이 돼서 엄마 집에 찾아왔다가 쓰러진 정희를 봤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추운 겨울에 기름값 아낀다고 보일러도 틀지 않은 방에 더 큰 병 생길 뻔 했다.
그동안 진태가 소송을 벌인 친자 확인소송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태의 친자로 판명이 되어 진태와 딸들은 가끔 연락은 주고받았다.
진태는 큰딸과 작은 딸에게 퇴직금중의 일부를 나누어 주고 더 이상 아빠를 찾지 말라며 연락도 잘 하지 않았다.
정희는 그게 큰딸이 정희와 가깝게 지내는 것 때문에 연락을 안 하는 것 같았다.
그 증거로 작은 딸인 진경에겐 수시로 전화를 해서 카드 작작 쓰라며 잔소리를 해 댄다고 진경이 하소연을 할 정도였다.
카드비 청구가 더 이상 나오면 부산으로 내린다며 협박까지 했다며 진경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전화가 와서 알았다.
정희도 더 이상 남편이었던 진태의 소식은 궁금해 하지 않기로 했지만 보험회사에서 진태에게 주었던 위로금을 구상권 청구가 들어와 정희에게 갚으라고 전화도 오고 재판판결문까지 송달이 되어 또 정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런데 몸까지 아파 병원에 누워 있는 상황이 되니 큰 딸인 상희가 지아빠에게 받았던 퇴직금을 나누어 준 돈을 내 놓아 겨우 변통을 하기는 했지만 정희는 울고 싶었다.
단 한 번의 부정이 이런 결과가 올 줄은 몰랐다.
상희가 엄마가 위독하다며 지아빠에게 전화를 했지만 니 엄마가 아픈 것을 왜 아빠에게 전화를 했느냐며 차갑게 전화를 끊어 버리는 바람에 말도 못 꺼냈다고 했다.
엄마가 아프다는 바람에 서울에서 내려온 진경이 아빠와 같이 식사를 하면서 새 엄마가 생길 것 같다며 말을 했다는데 그때야 남편에게 여자가 생긴 것을 알았다.
서러웠다.
정말 서럽고 남편이 원망스러웠다.
그동안 같이 산 세월이 27년이 넘어간다.
한번만, 단 한번만 용서 해 준다면 정말 남편에게 잘 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미 남편에게는 여자가 생긴 것이다.
“근데~ 아빠 돈 잘 버시나 봐, 외제차 타고 나오셨더라?”
“외제차?”
“응, 그....왜 있잖아......미국 차....응.....맞아! 링컨! 그 차였어.”
“.......”
“.......”
“저번에 아빠가 퇴직금 나누어주신 것 있잖아? 그것 말고도 돈 잘 버시나 봐. 아니면 새 엄마 되실 분이 아빠에게 차 사 주신 걸지도 몰라.”
“아빠가 어디가 잘나서?”
“모르지. 아마 밤일을 잘 해서? 히히히”
“이게! 엄마 있는데서!”
“그런데 새 엄마 되실 분이 나이가 상당히 젊으시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