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 (26/29)

[27부]

"저 처음 봤을때 어땠어요?"

"예뻤지!"

"섹시하진 않고?"

"섹시했지!"

"뭐예요~~!"

가슴에 기댄채 이야길 하던 유진이 고개를 바짝 들곤 입술을 치켜 올린다.

"그럼 뭐...그 땐 내 파트너도 아니었는데..."

"그야~~ 어쨌든 저는 그 때부터 상무님이 좀 남달라 보이긴 하더라구요...훗!"

"그랬어? 왜 그랬지?..."

"이그...후후! 그 때 상무님이 절 위로해 주셨잖아요...마음이 전해졌다고나 할까(?)"

"마음? 욕정을 마음으로 착각한거 아냐? 하하하"

"안되겠다! 얘기 고만해요! 뭔 대화가 되야지...쳇!"

간호사가 나간 후 잠시 품에 안겨 얘길 나누던 그녀는 내 장난이 재미없는지,

몸을 일으키자 마자 녀석에게로 내려가고 있었다.

"어이구 불쌍한거...쯧쯧...주인 잘못 만나서 이렇게 이쁜 누나 보고도 축 쳐져 있었쪄?"

간호사의 등장에 놀라 물렁탱이가 되어버린 녀석을,

무슨 갓 태어난 강아지 다루듯 조심스레 손에 쥐고는,

머리를 쓰다듬듯 하면서 중얼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뭐라고? 주인이 뭐 어째?"

"괜찮아 괜찮아! 이제부터 이 예쁜 누나가 아주 건강하게 만들어 줄께~~"

"참내..."

외로울듯 싶어 사주었던 인형을 가지고 시간만 나면 사람 대하듯 하던 은지가 떠올랐지만,

그것도 초등학교 시절 뿐이었다.

녀석을 두고 혼잣말을 하는 유진을 바라보며,

조만간 동생에 대한 얘기를 전해도 될 만큼 어두운 곳을 벗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우~~이쁜것! 이제는 누나가 더 기분 좋게 해 줄께!"

잠시 생각하는 동안 아랫도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녀석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오늘만큼은 그녀가 하는 대로 내버려 두기로 하고는 두 팔로 팔베게를 하고는,

편안하게 누워있을 뿐이었다.

삼촌이나 아버지 정도로 알았을 담당 간호사만 생각하면 얼굴이 달아 오르긴 했지만,

이미 들켜버린걸 어쩌랴...

늦은 시간이긴 해도 아마 지금쯤이면 병원 전체에 소문이 나 있을 것이었다.

"휴~~우"

내일 그들을 볼 생각을 하니 앞이 캄캄해 지는 것이었다.

"으음~~ 그래 그래! 거기! 거기! 음~~ 시원해! 아주 잘 하고 있어요~~"

나에게 등을 돌린채 앉아서는 여전히 녀석과 씨름중인 유진이었다.

허리에는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 생채기가 나 있었고,

날개쭉지에서 부터 어깨로 이어질 만큼 길게 쓸려 나간 상처 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목을 받쳤던 손을 걷어 뻗어서는 어깨쪽의 상처를 어루만지게 된다.

새살이 돋아 오르긴 했지만 여러갈래의 자국이 그녀의 흰살 보다도 더 희게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어? 왜요?"

"안 아파?"

"아~~ 다 나았어요 이제! 안 아파요!"

고개를 돌려 빙긋 웃고 주고는 다시 무릎에 팔을 지탱한채 조금 더 빠르게 움직이는 그녀다.

허리를 당기고 있어서인지 더 봉긋해 보이는 엉덩이를 잡아 부드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하아~~ 좋다! 흐음~~ "

손바닥을 펴서 천장을 향하게 하고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엉덩이 사이로 미끄러 지듯 밀어 넣었다.

조금 벌린 검지와 중지 사이로 녀석이 들어오게 한 것이었다.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손 바닥과 손가락에 그녀의 촉촉한 속살과,

까칠한듯 스쳐가는 음모의 느낌이 자극적으로 전달 되고 있었다.

"아항! 하아~ 오호...느낌이 이상해요~~ 하아~~으음..."

난 검지와 중지의 끝마디 각도를 조금 달리해 보았다.

동굴 입구의 위쪽과 음핵이 스치듯 지나가는 느낌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오호~~음~후...음...하아~...음..."

그녀 역시 자극적인지 움직임에 또다시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이젠 손바닥 전체를 조금 후퇴했다가 다시 밀어 넣었다를 천천히 반복해 보았다.

녀석에게서 전달되는 느낌 말고도, 손을 통해 전달되는 자극이 훨씬 크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아아~~ 이상해요~~ 나...이...상...해...하아~~ 어떻게...아우~~음! 음~~하아~~"

때때로 유진은 강한 압력이 느껴질 만큼 손바닥을 누르듯 하고는 앞뒤로 빠르게 비벼대곤 하는 것이다.

음모의 서걱거림과 함께 부드러운 그녀의 피부가 적나라 하게 전달되고 있었다.

"아~아잉! 나 이상해요~ 흐응~~"

다소 울먹거리는 듯 신음을 토해내던 그녀가 허리를 세우곤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고 있다.

송글송글 맺힌 이마와 콧등의 땀과 함께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잔뜩 젖어버린 손을 빼서는 그녀의 얼굴을 향해 뻗고 있었다.

유진은 손을 향해 입을 뽀쭉 내밀고는 손가락 하나 하나를 번갈아 가며 빠는 것이었다.

"우리 유진이! 정말 너무 예쁘다!"

손가락을 입에 문 채로 눈을 감듯 눈웃음을 치고는,

천천히 나를 향해 몸을 회전시키는 그녀다.

나 역시 그녀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이리와~~"

내 몸 위로 포개짐과 동시에 그녀의 뜨거운 입술도 내 입술과 만나고 있었다.

뜨거운 입김과 감미로운 그녀의 혀가 내 입안에서 춤을 춘다.

벌려진 내 다리 사이로 들어온 그녀는 다리를 오무린채 꼬아서는 비벼대듯 교차하고 있었고,

아까보다 더욱 단단해진 녀석은 잔뜩 조여진 강한 자극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는 듯 했다.

"후~ 후~ 와우~~ 나도 미칠거 같다!"

"하아~ 하아~ 저도요~ 안이 꽉 찬거 같아요~"

"후후!"

하마터면 사랑한다는 말이 나올 뻔 했기에 깜짝 놀라고 만 나였던 것이다.

"내가 할까?"

"네..."

내 위에 올려진 그녀를 그대로 엎드리게 한 채로, 비스듬히 옆으로 빠져 나와서는,

곧바로 그녀의 몸 위로 올라갔다.

앞쪽 뿐 아니라 등이며 온몸이 땀으로 미끈거리는 그녀였기에,

엉덩이 중앙에 녀석을 위치하고 아래로 조금 이동하다가 녀석이 엉덩이 골을 벗어날 즈음,

다시 위로 움직이는 동작만으로도 손대지 않고 미끄러지듯 그녀의 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더구나 살짝 엉덩이를 들어 주는 그녀의 감각적인 동작과 함께...

"아우~~하아~ 후우~ 더 깊이 들어온거 같아요~~"

"부드러운데도 꽉 끼는 거 같다!"

"훗! 진짜요?"

"어! 와우~~"

두 팔로 단단히 지탱한채로 앞 뒤로 천천히 움직임을 시작하자,

그녀 역시도 엉덩이에 리듬을 주기 시작했다.

엉덩이의 탄력이 고스란히 몸 안으로 파고 들었다.

녀석이 안 보일 만큼 삼켜 버린 그녀였지만,

움직임에 따라 녀석이 보일 때 쯤에는 그녀의 작은 동굴도 함께 열렸다 닫혔다를 하고 있었다.

난 서두르고 싶지 않았다

이 느낌이 너무 좋았기에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나에 비해,

유진인 두 팔을 괴고 바짝 엎드리고 있는 상태에서도,

엉덩이는 더욱 치켜 올려졌고 움직임은 더욱 빨라 지고 있었다.

"아하~ 하아...음...음...아~~ 사...상무님...아우~~ 어떻...게...아우~~아하!"

상체를 쳐들며 자지러지듯 몸을 비틀고 있는 그녀였다.

빨라지고 거칠어진 그녀의 신음소리는 더 이상 녀석을 참지 못하게 하고 만 것이다.

"어허...어! 유진아! 나...나...아하~"

"하아! 같이 가요! 같이...하아...아~~ 같이...으응..."

"아~~~윽! 으~~~~~윽! 하우~~ 윽!"

"아~~~~~앙! 읍!....하잉!...읍!"

사전 예고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녀와 나는 동시에 절정을 느낀 것이다.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기에 유진은 자신의 입을 급히 막았고,

난 찔끔거리듯 여러 차례에 걸쳐 정액을 나눠 쏟아내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아~~하아~~하하~ 와우~~"

숨을 몰아쉬며 돌아 눕는데 웃음이 나오는 나였다.

리사의 눈치를 보며 숨죽여 하던 지난번과는 달리,

묵힌 때를 벗겨내듯 시원하게 쏟아내고 나니 기분까지 상쾌한 느낌인 것이었다.

"아우~~ 죽는줄 알았어요~ 후~~"

"괜찮아?"

"네~~ 너무 좋았어요...후우~~"

"후후!"

"아 참 제가 빨아드릴까요?"

"아냐! 됐어!"

상체를 일으키려는 그녀를 꼭 안고 있었다.

땀이 나서인지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겨주곤,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왜요~~?"

유진은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숙인채 내 품으로 파고드는 것이다.

"아니 그냥 예뻐서..."

난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으며 그렇게 꼭 껴안고 있었다.

차량의 불빛으로 보아 차는 모두 5대 였다.

검은 승용차가 맨 앞에 멈춰섰고,

나머지 차량들이 늘어서듯 멈춰 서는 것이었다.

난 시큰거리는 주먹을 손수건으로 감싸며 철완에게 다가갔다.

"철완아! 유진이 좀 병원으로 옮겨주라!"

"내가? 애들 보내지 왜?"

"아냐! 니가 가야 내가 편하지!"

"자식! 알았다 그럼!"

리사의 아버지가 네 명의 경호원과 함께 차량 앞으로 다가셨을 때,

차량의 문이 열리며 긴 롱코트를 입은 사내가 호위를 받으며 내려서서는,

천천히 그의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어허...이거 참! 연락도 없이! 이런 곳까지..."

극히 사무적인 어투의 사내였다.

그가 차량의 앞으로 나서고서야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염색을 한건지는 몰라도 머리는 백발에 가까웠고, 보통 머리 보다는 조금 긴 머리였다.

모직 롱코트에 그 역시 빨갛고 긴 목도리를 늘어뜨린 모습이었고,

검정 가죽 장갑을 끼고 있었지만 수염도 없고 안경도 끼지 않았다.

그는 아무 경계심도 없이 다가서서는,

장갑을 벗자마자 리사 아버지를 향해 손을 내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방회장에게 악수대신 뭐라고 이야기를 건네고 있었다.

등뒤로 몇 발자국 떨어져 서있던 나에게도,

리사 아버지 앞 포켓에 넣어둔 마이크를 통해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었지만,

유진을 따라간 리사가 없는 상태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아니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실망 하시다니요...허허...이거 참!"

방회장의 곁엔 통역으로 보이는 30대 중반쯤의 여자를 대동하고 있었는데,

그녀를 통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둠의 세계 뿐 아니라, 정재계와 공권력까지 휘어줬다는 방회장이라서 인지,

기관총을 들고 있는 마피아 보스 앞에서도 전혀 주눅드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너털 웃음을 지어 보이는 여유까지 보이는 것이었다.

"윤석아!"

"네!"

"너 러시아어 모르냐?"

"네! 그런데 다 알아 듣고 있습니다!"

"무슨 말야?"

"이거!"

윤석이 내민것은 소형 리시버였다.

마이크를 통해 전달되는 얘기를 요원이 번역해서 다시 리시버를 통해 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진작 줄 것이지..."

"죄송합니다! 들리시죠?"

"어...그래! 오케이!"

"이렇게 연락도 없이 오시니까 저희가 놀란것 아니겠습니까...

일단 저희가 모실테니까 자리를 옮기시죠? 날씨도 추운데...허허!"

하지만 리사 아버지는 거부하고 있었다.

오히려 딸에 대한 처우에 대해 따져 묻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 새끼 진짜! 진작에 딸이라고 했으면 그렇게 했겠어? 이건 통역하지 말고!

흠! 그거야 우리가 몰랐으니까 그런거고...어쨋든 탈 없이 만났으면 되는거 아냐?"

앞의 말은 장갑으로 입을 가리고 얘기하긴 했지만, 또렸하게 잘 들려오고 있었다.

순간 효도르가 아닌가 할 만큼 짧은 머리에 강인하게 생긴 경호원이 한 발 앞으로 나서려 하자,

팔을 들어 저지시키는 리사 아버지였다.

"멍청한 새끼!"

윤석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듯 내 뱉은 것이다.

"왜?"

"아 예! 한국에 오는데 저 쪽은 통역이 없겠어요? 우리 만큼이나 다 듣고 통역하고 있을텐데..."

"아? 훗!"

리사 아버지는 이 일을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거래 역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전달하고 있었다.

"뭐야? 때놈도 아니고...어? 아니 씨발...이제와서 그 딴 소리 하는게 어딨어?

여기가 무슨 러시안 줄 아나! 이런..."

러시아 경호원들이 먼저 조금 움직였고, 이윽고 방회장쪽 인원들의 움직임도 부산해 지고 있었다.

"지금 경수 어딨지?"

"쟤네들 바로 뒤에서 대기중입니다!"

"브라보 애들도 합류하라고 하고, 경렬이 한테는 전화 해 봤니?"

"네! 곧 도착할 겁니다!"

"잘했다!"

리사 아버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은 모두 방회장이 져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과 함께 러시아로 가서,

이야기를 매듭 짓자고 제안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때 쌍도와 함께 온 일행 중 하나가 방회장에게 접근해서는 뭐라 귓속말을 지껄이고 있었다.

"뭐? 이런! 미친 새끼들이! 하 참 나 이거! 야! 여긴 한국야 마! 한국!"

아마도 쌍도에 대한 얘기를 들을 모양인지 별안간 말이 거칠어 지며 언성을 높이는 방회장이었다.

바닥에 쓰러져 있던 쌍도를 부축해서는 방회장 앞으로 데려왔고,

방회장은 장갑을 벗어 직접 쌍도의 몸을 살피는 것이었다.

"어이! 로노마비친지 로마로비친지! 형씨 말야! 여기서 아주 개쪽 당하고 싶어? 어?

이게 누굴...하 참 내...여기가 어딘줄 알고 까불고 지랄야 지랄은..."

"저기 회장님!"

방회장과 같은 부류로 보이지 않을 만큼 점잖아 보이는 50대 중반쯤의 사내가

팔을 걷어 붙이고 욕을 내 뱉으며 한 걸음 나서고 있는 방회장을 가로 막았다.

"김실장! 이거 놔봐! 이런 씨발..."

"회장님! 참으시죠! 그래도 사업을 생각하셔야지..."

"뭐? 이거 안보여? 지금 사업이고 지랄이고가 문제냐고? 어?"

비서로 보이는 사내의 만류에도 방회장은 주먹을 쥔째로,

한 걸음 더 다가서고 있었다.

경호원 두 명이 앞으로 나서며 리사 아버지를 두 어발 뒤로 물러서게 하고는,

방회장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아! 돌겠구만...이거야 원...여기서 총질이라도 하게? 음...그래 좋아...얘들아~"

방회장의 말에 어둠 속에 있던 녀석들이 너도 나도 총을 들고는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물론 총을 잘 쏘지는 못하겠지만 녀석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이런 미친..."

익히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저렇게 총기를 밀수입 한데다 당당하게 총을 꺼내 들 줄은 윤석이도 생각지 못한 모양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거겠지?"

"그렇겠죠! 하지만 지들 뜻대론 안될 겁니다! 이미 조치해 놨으니까!"

"그나저나 이러다 정말 큰 일 나는거 아냐?"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선 섣부른 움직임 하나가 마구잡이 총격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었다.

나는 윤석에게 뒤를 부탁하고 곧바로 방회장 앞으로 다가섰다.

별안간 다가서는 나를 발견하고는 잠시 멈짓하는 방회장이었지만,

별일 아니라는 듯 바지를 툭 툭 털어내는 시늉을 하고는 어정쩡하게 다리를 벌리고,

천천히 눈을 들어 나를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내가 당신을 아는 만큼 당신도 날 알테고...그렇죠? 방회장님!"

"뭐야 이거! 아하! 당신이 그 영웅 흉내 내는 군인 아저씨구만...!"

막상 가까이에서 얼굴을 마주하니,

카리스마가 풀풀 풍겨 나올것 같은 조직의 보스라고는 보여지지 않을 만큼,

두꺼운 쌍꺼풀의 커다란 눈에 하얗게 쉰 머리와는 대비되는 짙은 눈썹.

여기에 남자답지 않다고 할 만한 흰 얼굴에 적당한 두께의 입술을 가진,

강인하다거나 냉혈한 이라기 보다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성공한 기업인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더구나 말없이 미소를 머금고 있기라도 한다면,

영락없는 우리네 이웃의 따뜻해 보이는 친구이며 아버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걸 같은 그런 사내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을 만큼 흥분해 있었던 것이다.

눈썹은 치켜 올라가 있었고, 쌍꺼풀진 커다란 눈은 잔뜩 일그러져 비틀어진 입꼬리와 함께,

그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군인 아저씬 아니고! 우리나라 대다수의 남자들 처럼 군에 다녀왔을 뿐이지!"

나는 일부러 반말을 하면서 그의 심기를 더욱 건드려 보기로 한 것이었다.

"이런 주제도 모르는 새끼가... 내가 누군지나 알고 그렇게 나대는 거냐?"

"글쎄...나야 뭐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사람이다 보니까,

인간 같지 않은 것들에 까지 관심이 있을리는 만무고,

하는 꼬라지 보니까 저새끼나 너나 별반 차이 없는걸로 봐서는,

혹시 니네 둘이 형제냐?"

난 손가락으로 쌍도를 가리키며 도발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새끼가!"

방회장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옆에서 AK소총을 들고 있던 녀석이 총구를 들이대며 둘 사이를 비집고 다가서는 것이었다.

난 녀석의 총을 잠시 살피고는,

소총의 가늠쇠 부분을 왼 손으로 움켜쥐고는 총구를 잡아 끌어 명치에다 가져다 댔다.

"한 번 쏴보게? 총은 쏴 보긴 했냐?"

난 내 배에 총구를 대고서도 한심하다는 듯 방회장과 총을 든 녀석을 비웃고 있었다.

"이런 씨바! 야 저새끼 확 갈겨버려!"

방회장의 말이 떨어지자 마자,

먼저 러시아쪽 경호원들이 조준 사격 자세를 취했고,

방회장쪽 아이들 역시 조준을 하거나 총을 바짝 들어 올린 상태로 엉거주춤 서 있는 형국이 되어 버렸다.

"훗! 참 나 어이가 없구만..."

난 여전히 비웃듯 하고 있었고, 방회장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었다.

"쏘라고 이 병신새꺄 확 쏴! 얼른!"

총구를 잡고 있는 손에, 총을 든 녀석의 거친 떨림이 전달 되고 있었다.

"쏘래잖아 니 두목이! 안 쏘면 너라도 죽일 판이구만 뭐...후후!"

총 든 녀석은 잔뜩 겁에 질려 있어서인지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재촉 때문인지 얼굴에 경련이 일만큼 떨어대던 녀석이 드디어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눈을 질끈 감는가 싶더니 총이 흔들릴 만큼 거칠게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틱!"

방아쇠의 작은 움직임에 의한 미세한 철소리가 날 뿐 주변은 조용했고,

쏘라고 윽박지르던 방회장 역시도 순간적으로 눈을 감는걸 보니 자신도 꽤나 놀라는 기색이었다.

하지만 총은 발사되지 않았다.

난 곧바로 총을 당겨 빼았자 마자,

방회장의 몸에 총구가 다을 만큼 가까이 다가섰다.

"뭐...뭐...뭐야? 어? 쏘...쏘기라도 하려구!"

조금전까지만 해도 세상 무서울거 없다는 듯 거들먹 거리더니만,

잔뜩 겁에 질려 뒷 걸음질 치다 등 뒤로 물러서 있던 통역과 부딫치고는,

빨리 비키라는듯 그녀를 밀쳐내는 그였다.

"아니 가르쳐 주는거야! 총은 이렇게 다루는 거거든..."

가늘게 떴던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안보이던 흰자위가 드러나는 것을 확인 한 나는,

보라는 듯이 장전 손잡이를 잡아 당겨 다시 장전을 하는 시늉을 해 보인 것이었다.

사실 총은 이미 장전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약실에 들어있던 실탄 한 발이 밖으로 튀어 나오며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어허허...이거 왜...왜 이래! 어?"

두 손을 펴서 앞으로 내미나 싶더니 이내 통역하던 여자의 등 뒤로 숨어 버리는 그였다.

"자! 가져가! 니꺼잖아 이거!"

여자 뒤로 숨어 있는 그에게 좀 더 다가가서는,

총을 뒤집어 개머리판으로 그의 팔꿈치 안쪽을 툭 툭 건드리며 건네 주었는데,

미덥지 않은지 눈치를 보며 쉽게 받아 들지 못하는 그였다. 

"맘 바뀌기 전에 얼른 받지!"

방회장은 아무말도 없이 쭈뼛거리고 있을 뿐,

선뜻 가가와 가져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바보 같은 놈...가져 가래도 못 가져가네...옜다 마!"

쉽게 다가오지 못하는 방회장을 향해 반 걸음 더 다가서며,

엉겹결에 총을 집어 들 수 있도록 그의 배를 향해 힘껏 밀어 버렸다.

다소 의아한 듯 하면서도 어떨결에 총을 받아 든 방회장이,

그제서야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제대로 총을 잡아 들고 있었다.

"어때? 내 연기 죽이지? 이렇게 영웅인 척 하는 새끼들이 꼭 있더라니까...안그러냐 얘들아! 하하하!"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며 지들 똘마니 들을 향해 자랑스럽다는 듯 떠들어 대는 방회장이었고,

그런 그에게 보조라도 맞출양 따라서 웃어대는 녀석들이었다.

"어허! 다시 줬는데 그러면 안되지! 그건 반칙이야~~!"

나는 손사레를 치며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듯한 시늉을 하며 녀석을 살피고 있었다.

"왜? 후회되냐? 반칙은 무슨 얼어죽을...지 죽을것도 모르면서 꼭 저렇게 나대는 새끼들이 있다니까...

이 시발새끼 넌 이제 죽은거야 이 개새끼야!"

"아무리 그래도 생명의 은인인데 그러면 되겠냐?"

"은인 좋아하고 자빠졌네! 오늘 저 러시아 새끼들하고 같이 다 쓸어버려 주마!"

발사될 수 있는 총을 가졌다는 자신감 때문인지,

더욱더 호기롭게 나서는 그였다.

나는 잠시 뒤를 돌아 보았다.

윤석이 리사 아버지를 데리고 뒤로 물러나면서 나를 향해 손가락으로 오케이 사인을 보내고 있었다.

"음! 그래! 어쨌든 이제 마무리 하자! 춥지도 않냐? 그냥 이 정도에서 조용히 끝내자! 어?"

그와는 불과 두 어발 정도의 거리를 둔 채로 뒷 짐을 지고 서 있었다.

"잡소린 이젠 집어 치우고! 나 한테 그 정도로 덤빈것 만으로도 영광인줄 알고 조용히 가거라!"

"훗! 인사까지 해주고 고맙다 야!"

그리고는 눈을 감는 시늉을 했다.

"병신새끼! 끝까지 까불긴..."

"..."

"틱!"

"어? 이거 또 왜이래?"

"틱!"

"아이 시발 이거 모야!"

연이은 방아쉬의 작은 소리는 차가운 밤공기 속으로 순식간에 흩어져 버렸고,

난 왼팔로 그의 목을 감아 돌려 세우고는 곧바로 뒷 춤에서 총을 꺼내 하늘을 향해 두 발을 발사했다.

"탕! 탕!"

그는 들고 있던 총까지 떨구고는 두 손으로 자신의 귀를 가린채 주저앉고 있었고,

두목의 호기를 지켜보던 녀석들도 총소리에 놀랐는지 무릎을 구부린채 엉거주춤 서서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자 이제 진짜 마무리 하자! 니 똘마니들 말야! 당장 총 안 내려 놓으면,

니 머리통에 시원한 구멍하나 만들어 주마!"

난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 대고는,

차분한 말투로 천천히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어설프게 두 손을 들어올리고 있던 그는,

흔들리는 목소리로 계속 중얼거리고만 있는 것이었다.

"왜? 안.나.가.지? 당기면 나가야 되는건데..."

"훗!"

영화나 현실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무장해제가 될 즈음에서야,

요란할 만큼 경광등과 사이렌을 울리며 차량 여러대가 먼지를 일으키며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빨리 철수 시켜라!"

"네!"

어느틈에 와 있던 윤석이쪽 요원들의 안내로 리사 아버지 일행은 해변로를 따라 빠져나갔고,

경호원이 있던 자리는 윤석이와 요원들이 차지 하고 있었다.

"아이고 선배님! 욕 보셨습니다!"

"욕은 뭐! 올라면 좀 일찍 오지...에휴~"

"하하! 죄송합니다! 이제부턴 저희가 처리하죠!"

광수대 요원들에게 수갑이 채워진채 차량으로 이끌려 가면서도 방회장은 계속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음..."

"선배님은 어디로?"

"일단 병원으로 가봐야지! 철완이도 거기 있고..."

"그럼 저는 아무래도 여기서 헤어져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야겠지! 욕 봐라! 고생했어!"

"고생하셨습니다!"

윤석이를 뒤로 하고 나는 팀원들과 함께 병원으로 행했다.

준비한 것에 비하면 허무한 결론일 수도 있었지만,

큰 사고없이 마무리 된 것이 무엇보다도 다행이었다.

차량은 인천공항의 불빛을 뒤로한채,

바다위를 가르듯 떠있는 인천대교를 미끄러지듯 건너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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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류향입니다.

이번 사건을 빨리 마무리 하려다 보니, 조금 싱겁게 끝나버린거 같아 다소 아쉽긴 한데,

일상으로 돌아와서 풀어나갈 사건 들도 남아 있으니까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해 바뀌자 마자 올리려고 했는데 조금 늦어졌네요...

그럼 모두 화이팅입니다~~!차량은 인천공항의 불빛을 뒤로한채,

바다위를 가르듯 떠있는 인천대교를 미끄러지듯 건너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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