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6. (25/29)

[26부]

"아니...잠깐만!"

"왜 그러세요~ 괜찮다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 이것봐! 아직 다 낫지도 않았구만..."

딱지가 떨어졌는지 아직 완전치 않은 새살이 벌겋게 드러난,

그녀의 허리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디요 어디?...아~~ 이거 아까 샤워하다 떨어졌나 보네...훗!"

고개를 뒤로 돌려 옷을 들치곤 거울에 비춰지는 자신의 뒷모습을 쳐다보면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씽긋 웃고는 다시 달려드는 그녀다.

"다 낫거든 하면 되지! 뭘 이렇게 서둘러~~?"

"일주일 넘게 꾹 참은게 어딘데요?"

"아니 그리고 여긴 병원이잖아! 내일 집에 가서 하자! 어?"

난 숨바꼭질을 하듯 작은 병실 이쪽 저쪽으로 도망다니다 시피 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그녀의 손에 잡히고 만 것이다.

사실 잡혔다기 보다는 잡혀준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출입이 자유로운 병실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닌 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고만 좀 반항하세요! 환자 힘들어요~"

"그니까 환자가 왜 그러냐...읍!"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입술은 이미 내 입술을 덮치고 있었다.

상처가 아문 입술의 한켠은 새 살이 돋아 나서인지,

부드럽고 말랑 거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상무님! 진짜 좋은신 분예요! 평생 잊지 않을께요~"

내 두 뺨을 어루만지며 키스하던 그녀가 얼굴을 살짝 떼고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속삭이듯 이야기 한다.

물기를 머금은 눈동자가 작은 떨림과 함께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잔뜩 모여있는 두 눈동자를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 하고 있었다.

"후후~"

"응~~? 뭐예요? 저는 진심으로 얘기하고 있는건데..."

"알아~~ 진심인거! 눈이 한군데로 모여 있는게 우스워서 그랬어~ 큭큭"

"흥! 나만 그런가 뭐? 상무님도 그렇거든요...치~ 큭큭큭"

뾰로퉁한 모습을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근데 1인실 정말 좋은데요? 그쵸?"

"그러네...이게 병원인지 호텔인지 모르겠다...나도 첨이라서...훗!"

사실 1인실이라는 곳은 입원을 한 적도 없을 뿐더러,

병문환을 와보기도 이번이 처음인 것이다.

일반 병실과는 확연히 다른 잘 꾸며진 오피스텔 같은 느낌이랄까!

병실은 칸막이는 없지만 두 개로 나뉘어져 있는 형태였다.

환자가 머무는 침상쪽은 침대 크기 뿐 아니라,

의료진들이 모여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 만큼 주변 공간이 넓었고,

쇼파가 놓여져 있는 입구쪽도 거실을 연상케 할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더구나 화장실과 주방설비 일체가 갖춰줘 있어서,

병원이라고 하기 보다는 주거 공간에 가깝게 꾸며져 있는 것이었다.

"여기 더 있을까요?"

"뭐?"

"지루한거 빼고는 완전 편하잖아요! 헤헤!"

두 손으로 날 꼭 붙잡은 채로, 혀를 빼꼼 내미는 유진이다.

"답답하지 않어?"

"글쎄...그런가? 전망도 좋고...그야! 일주일이니까 그럴수도 있겠네요~

오래 있으면 지루할거 같긴 하네...훗!"

여전히 싱글거리며 창문쪽을 두리번 거리는 유진의 모습은,

비록 환자복을 입고 있슴에도 귀엽고 아름다웠다.

언젠가 친구 아버님의 장례식에 조문을 갔다가,

상복을 입고 있는 친구 녀석의 아내를 보고 묘한 감정을 느낀적이 있었다.

그 전엔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 본적도 없거니와 ,

그렇다고 그 친구 와이프가 예쁘다거나 섹시하다고 느낀적도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날 빌려 입었을게 분명한 검정 상복에 흰색 리본을 머리에 달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리 만큼 자극적이고 섹시해 보이는 것이었다.

물론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얼굴만 붉히고 말았지만,

민낯 일뿐 아니라 더구나 수척해 보이고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슴에도,

왜 그리도 섹시해 보이는지,

내 자신이 혹 변태가 아닌가 하고 자책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아무리 스스로를 통제하고 자제 하려고 해도,

장례가 있을 때마다 한 동안 지속되곤 했던 것이다.

물론 최근엔 이런 생각 자체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정 상복을 입고 검정 머리에 하얀색 리본을 단 여인들의 모습이,

아주 가끔은 머릿속에서 어른 거리다 사라지곤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일 퇴원을 앞두고 있는 유진의 병문환을 온 이 자리에서도,

헐렁한 환자복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자극적이고 흥분스러움에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채,

일부러 눈길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저 오늘 섹시하지 않아요?"

여전히 내 목에 두 팔을 감은채로,

무언가를 갈망하는 눈빛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그녀였다.

"..."

"화장을 좀 할 걸 그랬나요? 아무래도 화장한게..."

"아냐! 지금도 충분히 섹시해 보여!"

"진짜요?"

"어! 사실 너무 섹시해서 일부러 피하고 있었는데 뭐...후후"

그냥 솔직해 지는 것이 오히려 편할 거라 생각한 것이다.

"상무님!"

"어?"

좀 더 가까이 다가오는가 싶더니,

내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더니,

귓가에 대고 작은 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저요~ 환자복 속에 아무것도 안 입었어요! 크크크"

"뭐??"

아무도 없는 병실에서 속삭이고 있는 그녀도 우스웠지만,

말해 놓고는 자기도 쑥스러운지 얼굴을 묻고 웃어대는 유진이었다.

뻣뻣한 환자복 위로 만져진 느낌 만으로도 브래지어를 안하고 있는 것이 틀림 없었던 것이다.

"안 추워?"

"춥긴 뭐가 추워요~~ 훗! 얼른 안아주세요~"

"잠깐만 문 좀 잠그고..."

입을 맞춘 상태에서 바지부터 벗기려는데,

두툼한 겨울용 환자복이긴 하지만,

고무줄 바지에다 다소 헐렁해서 인지 힘을 쓰지 않아도 쉽게 벗겨져 버렸다.

그런데 벗겨진채 던져진 그녀의 환자복 가랑이 부분이 진하게 젖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흥분한거야?"

"네?"

"아닌가...그럼 혹시...쉬했어?"

"네? 에이 진짜..."

어설프게 두 주먹을 쥐고 눈까지 흘겨대며 다가서는데 정말로 때릴 기세였다.

"큭큭...쏘리,쏘리..."

"저도 여자 거든요!"

"미안 미안...이리와~ 내가 꼭 안아줄께!"

아이처럼 몸을 흔들어 대고 있는 유진을 꼭 안아주었다.

며칠동안 화장조차 안했을 터였는데도,

그녀에게선 부드럽고 향긋한 살내음이 나고 있었다.

"전에는요~ 흥분 된다는게 뭔지도 몰랐거든요...

근데 요즘은 상무님만 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흥분 되나봐요!"

목을 꼭 감고는 작은 목소리로 조용하게 속삭이는 그녀였다.

첫경험을 무지막지한 녀석들에게 윤간으로 경험한 그녀였기에,

유진의 말은 진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럼 좋아진거네... 후후!"

"고마워요~~"

아까보다 훨씬 촉촉해진 그녀의 입술을 가볍게 물고는,

그녀의 혀를 당겨 입술과 더불어 부드럽게 빨아주기 시작했다. 

한 손으론 그녀의 엉덩이를 감싸잡고 부드럽게 주무르듯 만지며,

다른 손으론 그녀의 웃옷 단추를 하나씩 풀어 내고 있었다.

엉덩이를 만지던 손으로 그녀의 꽃잎에 가져가니,

이미 흠뻑 젖어 있을 뿐 아니라,

넘쳐 흘렀는지 다리 안쪽까지 미끄덩 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 단추 하나를 남기고 있을 때,

그녀가 입을 떼고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내 바지의 지퍼를 내리는 것이었다.

완전체가 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던 녀석을 꺼내서는.

부드러운 혀로 두 어번 핧고 나더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보여준다.

그리고는 촉촉한 입술로 녀석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듯 훓는가 싶더니,

사탕을 삼키듯 한 번에 넣어 버리는 그녀였다.

녀석도 이에 질세라 핏줄을 단단히 세우고는 머리를 끄덕거리기 시작한다.

"음~~ 맛있다!"

"훗!"

다소 어려워 하던 이전의 모습과는 달리,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도 극복한데다가 나에 대한 막연한 부담도 덜해졌는지,

보다 적극적이고 대범해진 그녀의 모습이었고,

이러한 모습은 나로 하여금 그녀에 대한 미안함을 다소 줄여주고 있었다.

그녀의 혀와 입술이 녀석을 조금 더 자극하고 있을 때,

나는 벨트를 풀어 바지를 조심스레 벗어 던졌고,

이윽고 가디건과 와이셔츠까지 벗어 버렸다.

난 두 팔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잡아 일으켜 세우며,

다시 한번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가져갔다.

입을 떼지 않은 상태로 그녀를 받쳐 안고는,

침대 위에 부드럽게 내려 놓았다.

"정말 괜찮아?"

"보실래요?"

그녀는 나를 옆으로 쓰러뜨리곤 모여진 내 두 다리 위로 올라타고 앉아서는,

두 주먹을 쥐고는 위로 뻗어 역기를 들 듯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보세요! 아무렇지도 않죠?"

"이그 내가 못 말린다..."

그녀의 다리를 잡아 위로 끌어올려 젖어있는 꽃잎의 물을 마셔 보려는데,

힘을 주며 올라오려 하지 않는 그녀였다.

"이리와~!"

"으~~음! 오늘은 안돼요!"

"왜?"

"주사에 약에...이거 마시면 탈나요!"

"켁! 그건 또 뭔소리여?"

"하여간 안돼요! 오늘은!"

생각보다 단호했다.

어디서 주워 들은건지 아니면 과학적으로 검증된 얘기인지는 몰라도,

절대 안된다면서 오히려 녀석을 다시 입에 넣고 한 참을 빨고 핧더니만,

그대로 꽃잎 깊숙히 집어 넣어 버리는 그녀였다.

"마시면 안되고, 넣는건 돼?"

입을 모아 아랫입술에 힘을 준 채로 눈을 크게 뜨곤,

다소 우스꽝 스러운 모습으로 당연하다는 듯 끄덕 거리는 유진이다.

"참 내! 지 멋대로네..."

"싫으면 환자 하시던가요...훗!"

내 가슴에 두 손을 지탱하곤 위 아래로 부드럽게 움직이다가는 다시,

문지르듯 허리를 앞 뒤로 움직이고 있다.

"으~~~음...하아~ 음...후~~ 너무 좋아요...아~~ 훗!~"

"나도 좋아! 그리고 이만해서 정말 다행이고..."

"다 상무님 덕분이죠 뭐...훗...앞으로 상무님이 원하는 건 다 해 드릴께요...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후후"

"정말?"

"네! 정말요!"

"그래? 그럼 이리 올라와봐! 좀 먹어보게..."

"헐! 오늘은 안된다니까요..."

"다 들어 준다며?"

"고거 빼고요...후후"

"쩝...그게 모야..."

"큭큭큭! 대신 이걸로 대신 할께요!"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자극은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느껴졌고,

그만큼 흥분의 소용돌이도 커지기만 하고 있었다.

"하아~ 하! 아~~...음~~ 음~~ 하아~ 상무님! 아~~"

"유진아~ 너무...빨라!...자극이...어후~"

그녀는 흥분을 못 가누는지 내 가슴을 찟기라도 할 듯 움켜 쥐었고,

나 역시 주무르던 그녀의 엉덩이를 터뜨릴 지경이었다.

"하아~ 저도...너무...오래간만...인가봐요~ 하~~"

"그니까 천천히...하라구..."

"그러고 싶은데...음...안돼요...밑이 너무 간질 간질 해서...하잉!"

리듬따위는 무시한채 불규칙 적으로 몸이 닿는 대로 움직이는 그녀였다.

자신의 가슴을 쥐어 비틀어 대는 그녀의 손을 이끌어 마주잡아 주었다.

"하.하.하~ 와우~~ 너무 좋아요...하앙~ 음...음...흐~음"

두 팔에 지탱한 그녀는 보다 자유롭고 거칠게 움직여 대고 있었다.

그녀의 탄력있는 가슴이 심하게 출렁이고 있을 만큼...

하지만 이번 일로 생긴 듯한 몸의 이곳 저곳에 나 있는 상처의 흔적이,

폭풍처럼 몰려오던 나의 흥분을 순식간에 가라앉히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건 유진이가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녀석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사...상무...님...하아~~ 저...저...갈꺼...하아~~"

그녀의 깍지낀 손에 힘이 들어가며,

거친 호흡과 함께 유진의 머리가 출렁이며 뒤로 젖혀지는 순간!

"어멋!"

철푸덕 하는 플라스틱 챠트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간호사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우린 깍지낀 손을 한 채로 꼼짝도 하지 못한채 소리나는 쪽을 나란히 바라다 보고 있었다.

"어머...어떻게..."

눈알이 튀어나올 만큼 커진 간호사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곤 떨어진 챠트는 내버려 둔 채,

병실 안으로 내 딛으려는 발길을 뒤로하곤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동시에 간호사를 바라보던 우리는 다시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거봐! 어떻하냐?"

"문 잠그신거 아녜요?"

"분명히 잠궜는데..."

"..."

"음..."

"잘 됐죠 뭐! 너무 빨리 느끼는거 아닌가 했는데...다시 해요 우리..."

"어???"

그녀는 엉덩이를 살짝 들고 고개를 숙여서는.

녀석의 상태를 살피는지 내려다 보고는,

나를 향해 찡긋거리듯 웃고 있었다.

"쌩쌩한데요! 그럼 다시 가요~~ 훗!"

"저희는 도착했습니다!"

"우리도 거의 다 왔다!"

약속 장소인 영종대교 기념관에 도착한건 안전가옥을 출발한지 50분이 지난 1시 50분이었다.

우리가 탄 차량이 기념관 앞 주차장에 도착할 즈음,

그들은 이미 차에서 내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차창을 통해 그들을 알아본 리사는 차량이 완전히 정차하기도 전에,

문을 열고는 뛰듯이 달려가고 있었다.

"고생하셨습니다!"

"고생 많았다! 저 사람인가 보네..."

"네! 저 사람이 로마노비치 이바노프란 사람입니다. 리사의 아버지인..."

리사를 꼭 안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중절모를 쓴 영화속의 마피아라기 보다는 그저 한 아이의 평범한 아버지 처럼만 보여졌다.

다만 그의 곁에 긴 바바리 차림의 건장한 사내들을 보고서야,

비로서 그가 마피아 라는 것을 실감했다고 할까...

그가 타고온 차량으로 보이는 검정색 리무진 주위로 네 대의 검은색 승용차와

현금 수송에나 쓰일 법한 검정색 승합차 한 대가 라이트를 켠 채로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후 리사와 대화를 나누던 그가 우리를 향하고 있었고,

리사가 먼저 달려와 우리를 그에게로 안내하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마주한 그는,

185cm는 될 듯한 훨친한 키에 다부지고 건장해 보이는 체격, 잘 빗어넘긴 머리,

턱수염은 말끔히 깎은 듯 보였지만, 스탈린 처럼 멋스럽게 기른 콧수염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봤던것 과는 달리 주름이 많은 얼굴을 가진 중년의 사내였다.

리사의 통역이 다소 신통치 않긴 했지만,

인사를 나누고 그 간의 일에 대해 혹시 모를 오해에 대한 부분까지도 충분히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리사의 아버지 역시 우리와의 인식차를 좁히고 끝까지 협조하는데 동의하게 된 것이었다.

"그럼 이제 출발해야 할 거 같은데..."

플랜 B의 핵심은 일종의 "以夷制夷"였던 것이다.

내 차에는 나와 리사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가 탑승을 하고 약속장소로 출발을 하였다.

삼목항 즉 삼목 선착장으로 가는 길은 삼목교를 통한 제방도로를 통하는 길과,

공항쪽에서 오던 신도시 방향에서 오던 간에,

삼목 교차로를 통하는 두 가지 길 밖에는 접근로 자체가 없는 곳이었다.

다시 말하면 방회장은 이 두 곳에 진을 치고 있을 것이었다.

또한 퇴각로로 따지자면 배를 이용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인천대교나 영종대교를 이용해야만 영종도에서 빠져 나갈 수 있었다.

이 두 곳 역시 만약을 대비한 인원을 배치했을 가능성이 매우 컸던 것이다.

설사 삼목선착장에서 리사와 유진을 아무 마찰 없이 교환하다 하더라도,

분명 쉽게 빠져 나가도록 놔두지 않을 계획이 분명 했던 것이다.

아마 우리끼리 였다면, 절대로 마찰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알파팀으로 철완,강수,윤석,영호, 민식이 함께 탄 차량은 삼목교차로로 향했으며,

강수와 함께 광주로 갔던 세 명을 브라보팀으로 해서,

리사 아버지 경호팀과 함께 삼목교 인근에서 대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가 안전 가옥을 출발할 즈음 경수에게서도 이미 연락이 들어온 것이었다.

별장에 있던 방회장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물론 이 역시도 방회장의 실체를 확인하진 못했다.

하지만 시간이나 상황의 전개상 그 차량엔 분명 방회장이 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 것이었다.

경수와 윤석의 현장팀은 방회장의 챠량을 확인한 후 앞질러 영종대교 너머에 와 있었고,

우리가 약속 장소에 도착할 즈음 방회장이 탄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은 승합차 두 대와 합류한 후,

스카이 골프장 인근에서 대기중이라는 연락을 받은 것이었다.

이 곳은 우리 나라 최대의 국제 공항인데다 항공 물류기지가 있는 곳이다.

섣부른 마찰이 있을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있는 막다른 곳이기도 했던 것이다.

선착장으로 가는 동안 나 역시도 긴장을 했는지,

운전을 하는 내내 바지위로 손바닥을 문지른 것이 몇 번인지 모를 정도였던 것이다.

"휴~~우"

나도 모르게 한 숨 소리를 내고 말았고,

리사의 아버지가 뭐라고 애기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너무 걱정 말래요 아빠가..."

"어? 그래! 걱정 안한다고 전해드려~"

"마피아 답게 정말로 조용히 처리할 거니까 걱정 마시래요!"

"마피아 답게? 하하!"

마피아 답게 라는 얘기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어쨌든 탈 없이 잘 처리할거라는 얘기로 이해하기로 한 것이었다.

"빠냐뜨나!"

"하하하하!"

리사에게 배운 알겠습니다라는 말이 생각나 던져 보았더니,

만족 스러운 것인지 발음이 우스워서 인지는 몰라도,

대답대신 큰 소리로 여유롭게 웃는 그를 보자,

긴장했던 마음이 다소 풀리는 느낌이었다.

"보고!"

"알파팀 도착! 의심되는 불꺼진 소형 버스 한 대! 이상!"

"브라보팀 도착! 밤낚시꾼 외엔 깨끗함!"

"촬리팀 대기중! 움직임 없슴!"

"브라보 팀은 경호팀 부터 이동할테니까 대기바람!"

삼목교 쪽엔 특이사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리사 아버지 경호팀은 조금 더 가까이 와 있는 것이 만약을 대비해 좋을 듯 싶었다.

"리사! 아버지께 경호팀이 좀 더 가까이 와서 대기해 달라고 전해드려!"

"네!"

주차장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었고,

대 여섯대의 차량은 온통 눈을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유독 서너 대 만이 유리창까지 깔끔한 상태로 불이 꺼진채 세워져 있었다.

교차로 쪽으로 들어온 우리는 주차장 인근 도로 한복판에 라이트를 켠 채로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전화벨이 울린건 자동차의 디지털 시계가 2시56분을 가리키고 있을 때였다.

"도착하셨나?"

여전히 빈정대는 쌍도의 목소리였다.

"라이트 켜고 있는 차량이다! 송마담 데리고 차량 앞 쪽으로 나오기 바란다!"

"왜? 겁이라도..."

난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통화가 끊긴지 채 1분도 되지 않아 선착장 쪽에서 손이 뒤로 묶인채 비틀거리는 여인을 끌고,

한 사내가 건들거리며 천천히 불빛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언니!"

유리 너머로 보이는 유진의 모습에 리사가 또다시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유진은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채로 녀석의 손에 의지해 매달려 오듯 하고 있었던 것이다.

"리사 잠깐!"

리사의 아버지는 리사를 품에 기대게 하고는,

아마도 경호팀과 연락을 하고 있는 듯 싶었다.

한 팔로 유진의 팔을 잡아 끌며, 칼을 든 다른 손으론 나오라는 시늉을 하고 있는 쌍도였다.

난 보관함에서 총을 꺼내 안전레버를 푼 후 바지 뒤춤에 꽂고는 문을 열고 뒤쪽과 옆쪽을 먼저 살핀 후,

천천히 차량의 라이트를 피해 한 쪽으로 걸어간 후 멈춰섰다.

"야 이 씨발놈아 내가 전화 끊지 말랬지! 이 개새꺄!"

멈춰서자 마자 놈은 소리 높여 욕을 해대기 시작했다.

"아!!! 아~~~"

순간 팔을 쥐었는지 유진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몸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말했을 텐데! 그 여자 건드리는 새끼는 죽는다고..."

"죽여봐 새끼야! 병신 새끼 입만 살아 가지고...리사년은 어딨어?"

말이라고 하기 보다는 악을 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듯 싶었다.

녀석이 욕을 뱉을 때마다 뜨거운 입김이 녀석의 얼굴을 가릴 정도였다.

난 차창을 향해 나와도 된다는 눈짓을 하게 된다.

차량의 뒷문이 열리며 리사가 천천히 걸어와서는 라이트를 지나 내 팔짱을 끼고 등 뒤로 바짝 서 있었다.

"아~~ 저 시발년 진짜! 사람 존나 힘들게 하네...후~~우!

이 년 시체로 데려가고 싶지 않으면 빨리 이쪽으로 걸어와 이~ 좆같은 백마년아!"

심한 욕지꺼리에 놀란 리사는 아예 내 등뒤로 몸을 숨겨 버렸다.

"이런! 씨발것들이 진짜 누굴 호구로 아나! 눈 앞에서 꼭 죽여줘야 알아듣겠냐? 어?"

등 뒤로 이미 권총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며,

녀석의 머리통을 날려 버리고 싶은 충동을 정말 억지로 억지로 억누르고 있었다.

"그럼 잘 봐둬라이~~ 이 년 목줄에서 피가 얼마나 솟구치는지!"

유진의 떨리는 울음소리와 함께 녀석이 한 팔로 그녀의 머리를 휘어 잡고는 뒤로 꺾어,

목이 훤하게 보이도록 하고는 칼을 쥔 손으로 그녀의 목을 금방이라도 그어 버릴 듯,

그녀의 목을 향해 칼을 가져가고 있었다.

등 뒤에 몸을 감춘 리사 역시 두 손으론 내 자켓 밑단을 움켜쥐고 매달린채로,

등에 머리를 기댄채 주저 앉아 바들바들 떨면서 울먹이고 있었다.

그녀의 떨림에 내 몸이 다 흔들거리고 있을 때,

중저음의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한 마디가 날아들었다.

"헤이!"

"뭐야 저건 또!"

녀석은 특이한 목소리에 놀랐는지 순간적으로 멈춰 서고는,

손바닥으로 불빛을 가려 보려 애쓰면서,

고개를 비스듬히 숙인채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일례나!"

리사는 재빨리 아버지 곁으로 다가가서는 쌍도를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우리 아빠예요!"

"아빠?"

리사 아버지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쌍도의 뒤로 수 십명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어두운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출렁이듯 어른 거리고 있었다.

"당장 방회장 데려오래요!"

"뭐...뭐?"

어정쩡한 자세인걸 보면 녀석도 꽤나 놀란 모양이었다.

자료로만 본다면 쌍도 역시 리사의 아버지를 실제로 본 적은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다만 이번 빅딜의 대상이 러시아 마피아며, 그가 직접 리사를 요구했다는 것 외에는

녀석도 아는것이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방회장을 보필하는 녀석답게 리사의 아버지라 칭하는 건장한 외국사내의 등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이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무릎을 꿇고 있던 유진의 머릿채를 놓는 순간,

유진은 고꾸라지듯 앞으로 엎어져 버렸고,

녀석은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우리말 몰라? 리사 아버지라고 새끼야! 니 오야붕 데려 오라는 얘기 안 들려?"

이번에 내가 비아냥 거리듯 소리치며,꺼내 문 담배 연기와 함께 뱉어내고 있었다.

"다...당신이 그럼..."

"그래 이 쪼다새끼야! 저 양반이 로마노비치 이바노프 라고...이름은 알고는 있냐?"

녀석은 비아냥 대는 내 얘기엔 대꾸도 없이,

자석에 이끌리듯 그들에게 눈을 고정한 채로 터덜거리듯 다가서고만 있었다.

녀석이 우리가 서 있는 곳으로 부터 5미터쯤 앞에 도착할 무렵이었다.

하이빔을 켠 네 대의 차량이 녀석 뒤에서 대기하던 일행들 모두를 감싸듯 부채꼴을 그리듯 다가와서는,

먼지와 함께 멈춰섰고, 내리는 구두 소리와 함께 장전된 총의 노리쇠 소리가 합창을 하듯 울려대기 시작했다.

"한 발자국만 더 오면 쏴 버릴 거래요!"

리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녀석은 배터리가 방전된 로봇처럼 그 자리에 멈춰서고 있었다.

"당장 방회장 부르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 모조리 죽인대요!"

여전히 말도 움직임도 없는 녀석이었고,

녀석이 데려온 사내들만이 갈피를 잡지 못한 말들처럼 이리저리 흔들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불과 몇 초 사이 였을까,

녀석은 팔을 뒤로 뻗어 손바닥을 펴 보이곤 곧바로 전화기를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있었고,

기관총을 든 두 명의 경호원이 쌍도와 그 무리들의 사이에 쓰러져 있던 유진을 데리고,

리사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아무도 그들을 제지하거나 막으려고 하는 이는 없었다.

"곧 도착하신다고...전해드...려...라!"

녀석은 어렵게 한 마디를 하고는 조금 전의 모습 그대로 얼어 붙은 듯 멈춰서 있었다.

난 외투를 벗어 유진에게 덮어주며 천천히 그녀를 살펴보았다..

겁에 질린듯 사시나무 떨 듯 온 몸을 떨어대고 있었고,

입술은 여러군데가 터지고 부어 올라 있었으며,

이마 역시 둔기로 얻어 맞은 듯한 상처가 검게 변한 핏덩어리와 함께 이미 굳어 버린 채였다.

옷은 상의나 하의 할 거 없이 너덜 너덜하게 찟겨져 있었다.

더구나 양말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고 손이며 발이 모두 퉁퉁 부어 있는,

말 그대로 처참한 몰골이었다.

난 그녀를 따뜻한 차량의 뒷자리로 앉히곤 담요를 벗어 덮어주고는 두 뺨을 어루만져 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풀려있는 듯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었고,

눈에 손을 대어 주기 전까진 눈조차 감지 못하고 있었다.

리사가 유진을 돌보기 위해 차에 오르는 것을 보고서야 난 뒤로 물러났지만,

순간 손이 부르르 떨리며 몸 속의 모든 피가 거꾸로 솟아나듯 온 몸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

난 서서히 이성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쥔 채로 쌍도를 향해 정면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녀석의 뒤에서는 웅성거림이 있었지만, 내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어두운 무대에 홀로 조명을 받고 있 듯, 내 눈에는 녀석의 모습만이 클로즈업 되고 있을 뿐이었던 것이다.

힘없이 팔을 늘어 뜨린 채 멍하니 서 있는 녀석이었지만,

여전히 칼은 들고 있는 모습이었다.

저항의 여지가 있다 없다는 지금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았다.

녀석과의 거리가 좁혀지는 순간 그대로 무릎을 들어 녀석의 명치를 올려 찼고,

욱하는 소리와 함께 숙여지는 얼굴을 다시 한번 무릎으로 가격해 버렸다.

녀석은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쓰러진 녀석을 올라탄 채로 사정없이 후려 치기 시작했다.

"니가 인간이냐? 이 개새꺄! 그래 너도 함 맞아봐라! 이 씨발놈아!"

평소에 하지 않던 욕이 쏟아져 나오며 난 완전히 이성을 잃고 말았다.

녀석의 어디를 치고 있는지, 얼마나 정확히 때리고 있는지 조차 모른채,

욕을 쏟아내는 만큼 쉴새없이 주먹질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선배님! 선배님! 이러다 죽어요! 그만..."

"놔! 이런 새끼는..."

"영식아! 그만! 이제 그만해라~"

"후아~ 후~~후~~"

분을 이기지 못했는지 눈물이 왈칵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나로 인해 망신창이가 된 유진의 모습에 이성 따위가 남아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철완이와 윤석 그리고 강수의 손에 이끌려 몇 걸음 뒤로 주저앉혀진 나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채,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을 뿐이었다.

"그만하면 됐다!"

"후~~~우~~"

숨소리 마져 울분 만큼이나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휴~~~~우!"

주저 앉은채 몇 번이고 호흡을 쏟아내며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있을 즈음,

누군가 다가와 온기가 남아있는 긴 외투를 덮어 주고 있었다.

다시한번 크게 호흡을 한 후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고 나서야,

그가 리사의 아버지 임을 알 수 있었다.

"Thanks you!"

겨우 목을 가다듬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고,

그는 말없이 내 어깨를 잡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이윽고 그의 시선이 불빛이 일렁이는 교차로 쪽에서 향했을 때,

강수의 목소리가 귓전을 스치고 있었다.

"저기 선배님! 방회장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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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류향입니다.

올 해는 여러분들의 따뜻한 격려와 사랑을 받을 수 있었기에,

힘든일을 겪고 있는 만큼 행복한 한 해 이기도 했던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을 밑천삼아

앞으로 더욱더 힘 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드리고...

2015년은 여러분과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소원성취 하시는 해가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모두 모두 Happy New Year!!!"저기 선배님! 방회장이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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