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4. (23/29)

[24부]

'D-1 이제 하루라...'

"조금 늦었습니다"

"어서와라~ 반갑다!"

인원에 다소 변경이 있었지만 사람이 많다고 꼭 좋은 결과가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때론 손발이 맞는 소수정예가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설을 앞두다 보니 경호 경비를 주 업무로 하는 친구들이 몇 빠지게 됐고,

대신 평범한 직업을 가지고 있던 친구들이 그들의 자리를 메운것이었다.

"이야기 계속 하시죠!"

"잠깐만! 그럼 이제 다 모인건가?"

"선배님? 동기 좀 챙기시죠? 철완 선배님 아직 안 오신거 같은데요?"

"하하! 그래? 그럼 일단 식사 부터 좀 하자! 이야기는 다 모인 후에 하자구~"

최종 협의를 하기 위해 모인 장소는 윤석이 마련한 일명 safehouse라 불리우는 안전가옥이었다.

안전가옥은 군사정권이 끝날 때쯤부터 언론에 공개가 되면서,

일부만 공식적인 공관이나 관사로 사용되고 있고, 대다수는 공식적인 절차에 의해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그 수를 알 수 없을 만큼 비밀리에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윤석의 설명이었다.

이 곳 역시 그 중 하나였던 것이다.

신사역 근처 한남대교 인근의 이 곳은 겉으로는 여느 작은 주상복합 빌딩과 다를 바 없었다.

1층에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있고, 2층엔 카페가 자리를 잡고 있으며,

3층과 4층이 주택으로 사용되는 전형적인 4층짜리 주상복합 건물이었던 것이다.

다른 건물과 다른것이 있다면 3층과 4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건물 뒷편의 주차 빌딩을 이용해야만 지하로 접근할 수 있었는데,

일반인들은 지하가 있는 줄도 모를 뿐 아니라, 지하로 접근 자체가 불가능 하도록 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2층을 오르기 위해 설치된 건물 좌측의 주 출입구를 보게되면,

계단이 4층으로 연이어 만들어져 있는 것은 맞지만, 3층으로 오르는 계단부터는 철문으로 막혀있고,

설사 철문을 통과한다 해도 계단과 이어진 문이나 통로가 없기 때문에,

건물 안으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게 설계된 집이었다.

"윤석아? 여기 모냐? 밖에서 보면 이 건물은 지하가 없는거 같은데?...참내 희한하네..."

조금 전에 도착한 경수가 연신 두리번 거리며 의아하다는 듯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세이프하우스지! 후후"

"그럼 뭐야? 애초부터 이렇게 지은 거였어? 있는 집을 활용하는게 아니고?"

"그런 경우도 있긴 한데...이곳은 세이프하우스 뿐 아니라 다양한 용도로 쓰기위해 계획적으로 지어진거야!"

"윤석아? 그럼~ 가끔 요거 데리고 와서 여기서 자고 가도 돼냐? 아무도 모를거 아냐? 어?"

새끼 손가락을 펴 올리며 능글맞게 웃는 경수의 말에 모두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있을때,

보안 카메라에 철완의 모습이 보여지자 곧바로 지하 버튼을 누르는 윤석이었다.

"오셨습니다!"

"저거봐! 저게 저렇게 아래로 내려간다는 걸 누가 알겠냐고? 참 내..."

"그럼 말야! 방회장 쪽은 어쩌려구?"

브리핑을 이어가던 중 철완이 던진 질문이었다.

"나도 거기서 조금 막히더라구...분명 미끼일거란 생각은 하는데,

그렇다고 거물을 상대로 우리가 뭘 어쩌겠냔 말야?"

"더군다나 그렇다면 말야...광주쪽야 말로 최소 인원으로 가고,

만약을 대비해서 이쪽에 비중을 더 둬야 하는거 아닌가 싶어서 말야..."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음~~"

"방회장 소재는?"

난 대답 대신 윤석을 바라보았다.

"방회장 소재는 파악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이게 내일 방회장 스케줄입니다!"

화면에 방회장의 스케쥴이 시간대 별로 보여지고 있었다.

"그럼 쌍도란 녀석은 방회장과 함께 있을까?"

"오후 10시까지의 스케쥴이 거의 국회의원이나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이라,

제 생각엔 굳이 함께 있을거 같지는 않습니다! 쌍도란 녀석 빼고도 경호 인력도 많은데다가,

더구나 아직 수배가 풀린 상태가 아니다 보니까..."

"그럼 10시 이후엔?"

"아마도 사무실에서 광주쪽 일에 대한 결과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일정표엔 9시의 외교통상위 소속 여당 국회의원과의 회동이 마지막이었던 것이다.

"접대나 뭐 이런거로 이어지지는 않을까요?"

경수가 던진 질문이었지만 윤석은 고개를 가로 젓고 있었다.

"아닐거야! 설사 비밀리에 하더라도 직접 참석하진 않을거고...

사무실 아니면 마사지를 받으러 가는쪽이 더 정확할 거야! 항상 그랬으니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만 하긴 했지만, 그렇게 하기엔 사람이 부족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원래는 녀석들의 움직임에 따라주는척 하며 광주쪽에 집중을 하는 것처럼 보이면서

방회장의 빈틈을 노렸다가 여권만 어떻게든 빼돌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방회장이라는 인물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쉽게 접근을 하기에도 어려울 만큼 거물이라는 점이 나를 곤혹케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열명 남짓의 우리 인원을 셋으로 나누기로 결정했다.

강수를 포함해서 네명은 광주로 내려가고, 나와 철완이,경수는 이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으며,

윤석이는 영호,민식과 함께 방회장의 동태를 살피키로 한 것이었다.

수정된 계획이 마무리 된 건 12시가 막 넘어서였다.

강수를 포함한 광주쪽 선발대가 출발 하고 나자마자,

좀 더 세부적인 논의를 위해 철완, 윤석과 마주하고 앉아 있었다.

"네 명이면 될까?"

"충분 할 거야! 더구나 은식이의 도움을 받기로 했으니까..."

"은식이? 허허..."

걱정스레 묻던 철완이가 은식이란 말에 너털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선배님! 은식이라면? 혹시 정은식...요?"

"그래! 니 동기 였던가?"

"은식이도 우리 모임에 있었던 건가요? 한번도 본 적이 없었는데?"

"모임에 나온적은 없고, 계속 연락은 하고 있었지!"

윤석은 다소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 있었다.

"하여간 현직에 있는 나 보다 어떻게 아는게 더 많냐? 참 내!"

"그게 아니고 내가 지금 하는 일이 군납업체에 있다 보니까, 그래서 만나게 된 거야!"

"지금 교육단에 있지? 은식이 녀석?"

"어!"

그제서야 철완이 뿐 아니라 윤석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특전사 교육단이 경기도 광주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아까 선발대가?"

"맞어! 은식이가 내가 원하던 지점까지 안내하게 될 거야! 그 쪽은 아주 빠삭하더라구! 하하"

"대단하시네요 선배님! 그렇잖아도 무작정 출발 시키면 어쩌나 했는데..."

"그래야 의심을 사지 않고 움직일 수 있잖아!"

내 얘기에 두 사람은 혀를 차고 있었다.

"그 쪽일은 은식이가 알아서 할 거니까 우리는 이쪽에 좀 더 신경 써 보도록 하자!"

방회장의 동선은 모두 확인된 상태였다.

그의 일정 뿐 아니라, 예상되는 경로와 도착지, 특히 그의 비밀 스러운 집의 위치까지...

"오케이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지! 그런데 영호하고 민식인?"

"아? 말씀을 안드렸네요...이미 세시간 전부터 그쪽에 붙여 놨고요.

시키신 일은 내일 아침 일찍 저하고 합류하자 마자 바로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래? 잘 했다!" 

선발대가 은식이와 조우해서 목표지점에 도달했다는 연락을 받은 새벽 두 시경,

우리의 세부적인 내부 조율도 마무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철완이가 돌아간 이후 윤석은 안전가옥 내의 장비들과 내가 가져온 장비들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무심코 휴대폰의 바탕화면에 저장된 은지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 뭐가 바쁘다고 연락도 뜸한지 원...'

잠시 은지의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전화기의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너무 늦게 죄송합니다 어르신!"

"아닙니다! 늙어서 그런지 아직 잠자리에 들지도 않은걸요 뭘...하하하"

"좀 번거로운 부탁이 하나 있어서요?"

"마침 잠도 안오던 참인데 잘 됐네요...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그럼 염치 불구하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상황실로 꾸려진 거실 쇼파에서 잠시 잠들었던 난, 곧바로 일어나 커튼을 열어보았다.

이미 날은 밝아 오고 있었다.

지난 새벽녁에 눈이 왔는지 온통 하얗게 변해버린 서울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의 그림처럼 포근하고 정갈해 보이기 까지 했다.

"일어 나셨습니까?"

"어! 그래! 자넨 눈 좀 붙였어?"

"네!"

창가에 서서 창밖을 보던 나는 이미 나갈 채비를 갖추고 등 뒤에 서있던 윤석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다.

"벌써 나가려구?"

"그래야죠! 일단 만나서 이거 전달한 다음에,사무실 상황만 체크하고 바로 돌아오겠습니다!"

윤석이 들고 있는 것은 GPS무선 발신기였다.

"식사라도 좀 하고 가지그래?"

"하하...아침 거른지는 꽤 오래되나서요...그럼 다녀 오겠습니다!"

"그래 그럼! 조심하고..."

"네~!"

식사를 마치고 8시가 조금 넘자마자 곧바로 유진에게 전화를 넣었다.

"준비는 잘 되가세요?"

"그럼! 걱정말고... 리사나 잘 챙기고 있도록 해!"

"조심하세요~"

유진의 목소리엔 걱정 스러움이 잔뜩 묻어 나고 있었다.

"이쪽 일은 너무 걱정 안해도 돼! 알았지?"

"꼭 연락 주셔야 해요?"

"훗! 물론이야! 좀 더 자둬~~"

"리사 밥 챙겨 줘야해요! 오늘도 연구소에 나간다고 해서...훗!"

"그래? 녀석...그나저나 자네도 함께 가는 건 어때? 내가 얘기해 놓으면..."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너무 걱정 마시고, 상무님이나 다치지 않게 조심 하세요~~"

"그래 그럼! 문단속 잘하고...무슨일 있으면 꼭 연락하고? 알았지?"

오히려 리사와 함께 연구소에 가 있는 것이 좋을 듯 싶긴 했지만,

가봐야 하루종일 할 일도 없이 머무르기엔 오히려 집이 나을것 같기도 했다.

내가 있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도 없긴 했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언제 동생과 이모에 대해 말해줘야 하나? 어떻게든 자리를 한 번 만들어야 하는데...'

철완이 막 도착하고 나서 점심식사를 함께 하려는 순간 다시 스피커가 울리기 시작했다.

"들리세요? 선배님?"

"어! 그래!"

"승합차 두 대 접근중입니다?"

선발대와는 여러 차례 통신상태 점검을 한 상태이긴 했지만,

예상 했던 것보다 통신상태는 매우 훌륭했다.

바람이 꽤나 세차게 불고 있다고 했슴에도 불구하고, 노이즈 제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예상했던 대로네..."

"네!"

"강수는?"

"시내에서 대기중입니다!"

"움직임 잘 확인하고..."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아직까지는 예상이 들어맞고 있었다.

약속한 밤10시까지는 아직도 10시간도 더 남아 있었다.

"준비가 만만치 않은데?"

"그러게..."

"쉽게 볼 놈들이 아닌거 같어..."

그들도 나름 계획을 세웠던 것이 분명했다.

우리보다 늦긴 했지만 생각보다도 훨씬 이른 시간에 도착한 걸 보면,

만약 있을 일에 대해 어느정도 대비를 하고 있단 뜻이었다.

더구나 미끼임에도 상대를 확실하게 믿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였다.

"아니 근데 여자애 하나에 왜 이렇게 목숨을 건다냐? 도둑놈들이 지 물건은 더 챙긴다더니 원..."

철완이가 커피를 입에 가져가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

"어? 아니~~ 그런 거물이 외국 여자애 하나에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게 이상하기도 해서 말야? 지 세컨이라면 모를까..."

순간 방망이에 얻어 맞은것 같은 충격이 머리에 일며, 머리카락이 곤두서고 소름이 돋는듯한 느낌을 받게된다.

"이런..."

"왜~~? 그냥 한 소리야!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아냐! 뭔가 놓친게 있는거야..."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자신들이 수도 없이 공급해 오던 아가씨들 중 하나라면,

더구나 이런 거물이라면, 오픈된 이상 조용히 처리해 버리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이었다.

아니 자신들이 처리하기 어려우면 그냥 내주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회장의 심복이 직접 움직이며 챙기고 있다면, 분명 뭔가가 있을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요! 아니 널린게 아가씬데...걔만 왜 그렇게 챙길라고 할까요?"

어느틈에 쇼파로 다가오던 경수가 거들었다.

"뭐야? 난 그냥 별안간 생각나서 한 얘긴데? 다들 왜그래?"

"그렇잖아요~ 그냥 도망친 거면 얘들 풀어서 찾으면 될 거고,

이번처럼 어쩔 수 없는 상황이면 오히려 조용히 덮어둬야 지들이 유리한거 아닌가요? 그쵸 선배님?"

철완인 여전히 어리둥절해 하고 있었고, 경수는 나름대로 열심히 설명을 하며 묻고 있었지만,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일종의 의협심에 리사를 구했다는 것 하나에 너무 만족해 하지 않았나 하는 후회가 들기 시작했다.

리사의 이름 이외엔 아는것도 없을 뿐 아니라,

나와 함께 있으면서도 러시아의 부모나 형제에 대해서는 들은 내용도 없을 뿐 더러,

통화를 하거나 하는것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선배님?"

"영식아?"

두 사람이 연이어 부르고 있는 것조차,

머릿속에 가득차 버린 의문덩어리로 인해 내 귓전을 맴돌고 뿐이었다.

"혹시..."

난 급히 윤석에게 전화를 넣어 리사에 대해 최대한 빨리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다.

"하~~ 참 내! 영식아? 야?"

"어? 어! 미안..."

철완이가 다가와 내 얼굴을 자신에게 돌리고 나서야 그의 얼굴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도대체 너답지 않게 왜그러는데?"

"휴우~~ 글쎄 모르겠어! 중요한걸 놓친게 아닌가 싶네..."

머리가 복잡하게 뒤엉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단 한번도 리사에 대해 알아볼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다.

"라사에 대한 걸 윤석이 한테 왜 물어보냐? 니가 제일 잘 아는거 아니었어?"

"아니야! 안다고 착각했던 게 아닌가 싶어서 말야..."

"뭐? 허허...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더니...살다보니...원..."

모든 일은 사소한 것에서 시작됨을 누구보다 강조하던 나였다.

그런데 가장 기초적인 것을 간과하고 있었던 것이다.

철완이와 경수가 눈치를 살피며 자리를 비우고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던 나는,

김과장의 전화를 받고 서야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어! 김과장! 이런 휴일에 왠 일이냐?"

"잘 지내시죠? 서류도 못 보내 드리고...죄송합니다"

"아냐! 잘 가지고 있기만 하면 돼! 다음주에 올라가면 그 때 받아오지 뭐!"

"그럼 다행이시구요!"

"그래 뭐 별일은 없지?"

"그럼요! 아! 근데...아닙니다!"

"뭔데? 뭔 일 있어?"

"아뇨~~ 어제 저녁에 뜬금없이 검찰에서 다녀갔거든요!"

"검찰? 왜?"

"별거 아녜요! 방산업체 정기 점검이라면서 외사팀에서 다녀갔다고 하더라구요"

"외사팀?"

"네! 최근에 인원 변동 된 거 있으면 준비해 달라고 본청에서 연락이 왔었대요.

퇴근 무렵에 와서 인사 자료만 가져 갔나 그럴 거예요 아마!"

"이런..."

아차 싶은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왜요? 저도 그냥 전해 듣기만 한건데..."

"아휴~~ 진짜 미치겠다! 어제 서이사는 있었어? 아니면 김변은?"

"아뇨 서이사님은 외근중이셨고, 김변호사님은 지난 수요일에 미국으로 세미나 가셨거든요.

그래서 아마 사장님께 여쭤보고 진행한 걸로 아는데요...근데 왜요?"

"김과장?"

"예?"

"내가 알기론 검찰엔 외사팀이 없어! 외사팀은 경찰에나 있는 조직 인거 몰라?

더구나 검찰에서 우리 인원 변동 내역을 체크할 리가 없잖아!"

"네? 그게 무슨...사전에 회사로 협조공문까지 발송 했다는데요..."

"너 지금 어디야? 본사 보안팀...아니다 내가 할께...아! 그리고?"

"네..."

"어떤 서류 가지고 갔는지 인사팀장한테 확인 좀 해서 알려주라! 문자로..."

"죄송한데...휴일이라 제 전화를 받으실지..."

"아냐 그럼 됐어! 내가 할께!"

급히 전화를 끊자마자 본사 보안팀장에게 전화를 넣어 CCTV화면을 캡쳐해서 보내달라고 지시하고,

인사팀장에겐 서류 내역 통보를 요청했다.

"뭐가 어떻게 된거야?"

철완이와 경수가 바짝 다가서며 묻는 것이었다.

"우리가 너무 쉽게 생각한 모양인데?" 

"아니 왜? 무슨 일인데 그래?"

작은 일에 과민한 대응을 한다는 내 생각은 자만감에 도취된 나만의 착각임에 틀림 없었다.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더 정교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 이런 실수를..."

5분도 채 되지 않아 여러장의 캡쳐 사진이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왔다.

"어? 이녀석 그 놈이네..."

검찰신분증을 목에 건 서너 명 중에서 맨 앞에서 걸어 들어오는 녀석이 눈에 들어왔다.

검정색 양복에 단정하게 머리를 빗어 넘기고, 왼쪽 귓가에서 턱까지 이어지는 흉터가 있는 녀석,

바로 쌍도였다.

"맞죠? 선배님! 이 녀석 어제 브리핑에서 봤던 그 녀석 맞죠? 여기 이 칼자국 있는 놈여"

"어~~ 그러네...그 녀석 맞는 거 같은데...그치 영식아?"

경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녀석은 틀림없는 쌍도였던 것이다.

"이거 이거 아마추어가 아닌데? 어떻게 검찰까지 사칭해서 너네 회사를 다 찾아가냐? 

참 내...무슨 영화도 아니고..."

"아무래도 안되겠다! 전체 계획을 다시 살펴봐야 할거 같다!"

잠시후 인사팀장이 보낸 문자를 보면 그들이 가져간 내역은,

인사기록부, 비상 연락망 그리고 실거주지 내역의 사본이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연구소에 내 사무실이 있다는 것과,

그녀의 전화번호와 업무 그리고 관사의 위치까지 모두 노출이 된 것이었다.

상대야 말로 나를 훤히 꿰뚫고 있는데 나 혼자 병정 놀이를 하고 있었던 셈인 것이었다.

나의 성급함과 자만심에 화가 치밀어 어쩔줄을 몰라하고 있던 그때,

윤석이 또한번 나를 놀라게 하고 있었다.

"선배님! 리사 이바노바라는 사람이 있긴 한데, 확인해본 결과 그 친구가 아닙니다!"

"뭐라구?"

"아무래도 가명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시한번 확인해 보시는 것이..."

"아니 출입국 기록하고 대조하면 되잖아?"

"이미 확인 했습니다. 입국 기록엔 리사 이바노바가 2년전 입국한 사실이 있는것은 맞는데요.

리사와 일치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즉 여권 자체가 위조 여권이란 얘기지요"

"......"

"어떻게 할까요?"

"음...일단 알았다! 다시 연락 할테니까 잠깐 대기 했으면 한다"

전화기를 내려놓자 마자 손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휴~~우"

이건 감이 떨어진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는 것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또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계획하고 이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는 것에 대한,

회의와 내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몸이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영식아!"

"..."

"나가 있는 애들도 생각 해야지? 니가 대장야 마! 애들 다 죽일셈야?"

"..."

"복병은 항상 있게 마련이잖아? 그리고 실행하기 전에 알게 된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이냐! 안그래? 자~ 얼른?"

난 부끄러운 마음에 철완이를 제대로 쳐다볼 수 조차 없었다.

하지만 지금 무너지면 시작하지 않은것 만도 못한 결과가 올 것이 뻔했다.

더구나 이제와서 되돌리기엔 너무 많이 와 버린 것이었다.

"상무님?"

폰 넘어로 들리는 리사의 목소리는 여느때와 같이 밝은 목소리였다.

"리사!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고, 절대로 거짓으로 얘기하면 안된다! 알았지?"

"무슨 일이세요?"

리사는 오늘의 계획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굳이 알릴 이유도 없었고,

혹시나 불안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송마담에게도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이었다.

"리사와 관련된 아주 중요한 일이야! 그러니까 놀라지 말고, 내 말에 정확하게 대답만 해 주면 돼!"

"네..."

"리사! 진짜 이름이 뭐야?"

"저...그건..."

리사의 목소리가 작게 떨리고 있었다.

"꼭 이야기 해야 되는 거죠?"

"그래~ 안그러면 너를 도우려는 많은 사람이 다칠지도 몰라~"

아까보다는 훨씬 다정하게 들리도록 노력하고 있었지만,

조급한 마음에 가슴은 터져 나갈것만 같았다.

"죄송해요! 원래 다른 이름으로 할려고 했던건 아닌데..."

"음...그래 그래! 괜찮아~ 그러니까..."

"제 이름은..."

"......"

울먹이는 통에 한참을 달래며 통화하고 서야 겨우 이름을 알게됐다.

자신의 이름을 숨겨야만 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나한테까지 숨겼다는 생각에 서운함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었다.

"모두 미안하다! 내가 정말 할 말이 없구나!"

"아닙니다 선배님! 당연히 본명이라고 생각하셨겠죠! 저라도 그랬을 텐데요 뭘..."

"영식아 서두르자!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냐!"

냉정을 찾아야만 했지만,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하면서 쉽게 진정이 되지 않고 있었다.

그때 광주쪽에서 다시 연락이 오고 있었다.

"선배님? 들리세요?"

"말해라!"

"승합차는 두 대인데, 통 움직이질 않아서 조금 가까이 접근 했는데요!"

"그런데?"

"차에 두 세놈 밖에는 없습니다! 뭔가 좀 이상한데요?"

"음...그래! 일단 조금만 대기해라~ 곧 연락 줄테니까!"

어찌 할 바를 몰라 잠시 주저하고 있던 나에게 철완이는 두 눈을 찡긋하며 고개를 끄덕여 주고 있었다.

해가 지고 있는걸 보니,

이제 남은 시간은 대략 4시간여쯤...

바람을 쏘이겠다고 나갔던 경수가 윤석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선배님!"

"일은 잘 처리했고?"

"네! 이제 화면으로도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그나저나 이 친구 보통 사람이 아닌데요?"

"누구? 리사?"

"예! 말씀드렸듯 그 친구 본명은 일례나 로마노비치 이바노바 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 아버지 이름이 로마노비치 이바노프란 사람인데요..."

윤석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고는 우리를 빙 둘러 보고 나서야 이야기를 이어갔다.

"잘 모르시겠지만, 로마노비치 이바노프란 사람은 러시아 3대 마피아 조직 중 하나의 보스입니다!

그리고 일례나는 그의 막내딸이구요"

윤석이 인터폴을 통해 급하게 입수했다는 두터운 자료철엔 그와 관련된 내용이 가득했다.

특히 군수품의 밀매에 대한 내용을 보고는 우리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게 된 것이었다.

"이...이게 다 뭐야?"

"최근엔 밀수출의 비중 보다는 정상적인 거래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보시면 됩니다!"

"마피아랑?"

"훗! 마피아도 이젠 어엿한 기업형태로 운영된지 오래 됐거든요! 개인간 거래라면 모를까..."

냉전시대의 종말과 함께 소비에트 연합이 붕괴 되면서,

마피아의 주 거래품목 중 하나가 폐기 위기에 놓인 군수품과 군수물자에 대한 각종 자료들이었던 것이다.

"근데 지 딸이 이러고 있는 줄도 모른단 말야? 마피아 보스나 되가지고?"

경수는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듯 말을 끊으며 나서고 있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고, 방회장이 이들과 작게나마 거래를 하고 있는데,

그쪽에선 방회장이 일례나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니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 그게 말이 되냐?"

경수의 말에 잠시 윤석이 시선을 돌리는 사이 나 역시 끼어들듯 묻게 된다.

"잠깐만! 그러면 방회장 입장에서는 일례나를 자신들이 꼭 데리고 있어야 하는 이유가 있단 얘기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조사를 할 때 까지만 해도 러시아 마피아와의 연계까지는 진행이 안 된 상황이었구요.

아마 조사 중단 이후 거래가 열린것 같습니다!"

"그럼 뭐야? 마피아와의 거래가 있을 줄 알고 일부러 조사를 중단시켰다는 얘기도 된 단 얘기네..."

철완이 역시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그럴 수도 있겠죠! 아니 그게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 뭐야! 이거 한 두 놈이 연결된 건이 아니란 얘기잖아?"

"그리고 오늘 방회장에 대한 새로운 첩보도 입수한게 있는데요! 이거 한 번 봐주시죠?"

윤석이 가져온 서류에는 방위사업청과 국방부에 제출할 서류들의 일부가 있었는데,

이 서류들은 방산업체 신청과 관련된 각종 서류들이었다.

지금은 양식이 다소 바뀌었지만,

이전에 회사에서 내가 작성한 서류들과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었던 것이었다.

"이건...군납업체 신청 서류들인데?"

"그렇죠? 제가 입수한 서류에는 품목은 들어 있지 않은데...아무래도..."

"그럼 뭐야? 무기 밀수입이라도 해서 국방부에 납품을 한다고? 그게 말이 되냐?"

철완이 손사레를 치며 발끈하며 나선 것이었다.

"철완아 잠깐 앉아봐라! 아직까진 예측일 뿐이니까...일단은 좀 더 알아봐야 할 거 같다!"

철완이 한숨을 쉬며 겨우 진정하는가 싶더니, 이번엔 경수가 목소리를 높이며 일어서고 있었다.

"이런 미친새끼들 같으니라구, 무슨 국가가 나서서 마피아랑 거래를 해? 완전 또라이 새끼들 아냐?"

지금까지의 내용으로 보아 리사 아니 일례나를 지켜야 하는 방회장의 입장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이게 사실이라면 관여된 사람이 많을 수록 규모가 크다는 방증이었다.

다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를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는 것과,

잘못하면 리사 뿐 아니라 우리 모두가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것 만큼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예상했던 대로 광주에서의 약속은 그들의 꼼수 중 하나다.그렇다면..."

"철수 시킬까요?"

"모두 이 주소로 이동하라고 해라!"

"강수까지요? 그럼 그 쪽은 비워두시게요?"

"은식이가 알아서 할 거다! 걱정말고..." 

경수는 곧바로 광주팀에 연락을 취했고,

우리 역시 모든 계획을 원점으로 돌려야만 했다.

"지금부터 코드 네임을 고스트로 바꾼다!"

"고스트요?"

"이제 이번 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외부로 들어나선 안된다!

특히 여기 있는 우리들 모두! 절대로 들어나선 안돼!"

"그렇게 숨어서 하긴엔 무리가 있을 텐데요?"

"아니...우린 이제 부터 숨어서 진행한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리사의 확보가 틀림없다.

그런데 한 가지 강한 의문이 나를 주춤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중요한 아이를 일반 아가씨들 처럼 여느 술집에서 하찮게 취급 했느냐였다.

분명 이 정도의 거래를 예상하고 있었다면 방회장의 스타일로 봐서는 사전 준비가 매우 치밀 했을 터였고,

그렇다면 처음부터 방회장 자신이 직접 관리 했어야 된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리사야 본인 스스로 신분을 감추기 위해서 그랬다고 하더라도,

방회장의 행동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선배님! 단정할 수는 없지만...아마 방회장은 리사가 로마노비치의 딸인줄은 모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작은방 창가에 서서 남산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나에게 조용히 다가와 윤석이 던진 말이었다.

"모른다?"

"저희도 리사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인터폴도 가족의 상황은 알고 있지만, 아내를 제외하고는 자식들의 얼굴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때 사진은 여럿 있지만...지금은 이미 성인이 된 상태라..."

"그럼 자네는 어떻게 알았지?"

"선배님 덕분에요!"

"그게 무슨...?"

"선배님 연구소에 무선설비테스트장비 수입하셨잖아요! 러시아제"

"그런데?"

"그 업체에 이 친구가 대학때 실습을 나갔다고도 하셨거든요.그래서 장비를 잘 다룬다고..."

"그랬지..."

"그래서 해당 업체에 최근 4년간의 인턴서류를 요청해서 확인한 겁니다! 하하 우습죠?"

"훗! 그런 거였구나..."

"선배님 말씀대로 작은 것에서 부터 확인하길 잘한거죠 뭐..."

"중이 지 머리 지가 못 깎는다잖아?"

"아? 아닙니다! 선배님이 옛날부터 하시던 얘기라서 저는...오해는 하지 마세요...하하하"

"그래 됐고...일단 모두 거실로 모이라고 해라!"

윤석이 영호와 민식에게 전달했던 GPS 송신장치가 방회장의 차량과 경호차량에 설치되어,

모니터에서는 그들의 이동이 한 눈에 보여지고 있었다.

난 모니터와 무선설비를 등지고 쇼파에 둘러 앉은 모두를 향해 서있었다.

"지금 시간이 19시30분! 고스트를 개시한다!

이야기 했듯이 절대로 노출 되면 않된다! 노출되는 즉시 중단하고 곧바로 이곳으로 모이도록!"

"질문 있는데...요?"

철완이 손을 들며 말하고는 자신에게 시선이 집중되자 다소 머쓱해 하고 있었다.

"말해봐!"

"우리 계획대로 움직여 줄까? 만약 안 움직이면...?"

"움직여 줄거야! 그래도 혹여나 그렇지 않을 경우는 플랜 B로 간다! 뭐~ 그렇게 되지 않길 바라지만..."

"..."

"다른 질문은?"

"무기를 사용해도 됩니까?"

경수가 두리번 거리며 가위를 내듯 엄지와 검지를 세우며 이야기 하고 있었다.

"너 있어?"

"네...요거...하나..."

철완이 벌떡 일어서서는 두 눈을 부라리며 소리치듯 이야기 하자,

경수의 목소리가 작아지며 펼쳤던 손가락을 조심스레 접고 있었다.

"얌마! 너 그거 어디서 났어? 허 이 자식봐라!"

"아니 저도 명색이 특임대 출신인데...그 정도야...뭐..."

경수는 고개를 숙이곤 두 다리 사이로 손을 비벼대고 있었고,

모두가 경수를 놀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작전명 대로만 하면 돼! 알아서 잘 관리하도록 해라!

일단 여기 있는 사람 누구든 다치면 안되니까...사실 나도 있거든...훗"

"이런일 하려면 하나씩 있긴 해야지? 미안하다 경수야!"

내 말에 이어 철완이 가슴에서 권총을 꺼내 보이자,

그제서야 경수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따지듯 이야기 하는 것이다.

"뭐예요 선배님! 선배님도 있으면서...나만..."

"야 마! 난 현역이잖아! 너같은 예비군하고 똑같냐? 하하"

긴장했던 분위기가 다소 풀리며, 몇 가지 당부사항이 더 이어지고 나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자 이제 모두 움직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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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류향입니다.

한 동안 잠수아닌 잠수가 되어 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짧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전글 올린지가 꽤 된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네요...ㅠ

이번주에 다음회까지 꼭 올려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감사합니다! 

P.S)여러분들의 격려에 많은 힘이 되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매회 글 말미에는 글과 관련된 내용만 적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관심을 가져주신 만큼 게시판을 통해 치료상황을 알릴까 합니다.

혹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아시는 분들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자 이제 모두 움직여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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