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 (17/29)

[18부]

"한번만 더 찍겠습니다! 악수 하신 상태로..."

"......"

"네~ 좋습니다! 이쪽보고 한번 더...자~ 얼굴 펴시고?...네~ 좋습니다!"

직접 전화를 받은것이 아니라, 비서실을 통해서였다.

며칠전에 담당 형사의 전화를 받았을때,

굳이 그럴 필요 없다며 바쁘다는 핑계로 사양을 했었는데...

경찰서가 아니라 서울시장 비서실에서 직접 회사로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

"다녀와라! 좋은 일 했는데 왜 빼고 그래?"

"그사람들 참...번거롭게 그러네..."

"번거롭긴 이 사람아! 회사 이름도 알리고 좋구만...하하"

"그럼 다녀 올께~~"

"회사에서도 따로 뭐 해줘야 되나?"

"됐거든요!...후후"

출근과 동시에 사장과 나눈 대화였다.

시장으로 부터는 용감한 시민상과 금일봉을 받았고,

관할 경찰서장으로 부터도 표창장과 금일봉을 받게 된 것이다.

더구나 관할 경찰서의 명예 경찰 임명장까지 받게 되다 보니까,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상장만 받고 올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보여주기 위한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시장면담에 수여식과 사진촬영 그리고 이어진 출입기자와의 인터뷰...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내 성격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의식들이었던 것이다.

거기에 점심을 대접하겠다고 해서 따라가긴 했는데,

도대체가 가만히 밥을 먹게 놔두지 않는 통에,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겨우 시청 주관의 행사를 마치나 싶었더니, 이번엔 관할 경찰서였다.

식사를 제외하곤 절차는 비슷비슷했다.

뭔 사진찍는걸 그리 좋아들 하는지 원...

마침내 수여식 절차를 모두 마치고 회사로 돌아온 시간은,

퇴근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였다.

그나마 경찰서에 들렀을때,

당시 가해자 녀석들 모두 수감이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피해자였던 여인에 대한 얘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회사로 돌아왔을 때는, 영업부에 있던 내 자리는 비워져 있었고,

사장실과 같은 층에 상무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투명한 형태의 명패에는 상무이사 박영식이란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채,

넓은 책상의 앞부분에 올려져 있었고,

가죽냄새가 폴폴 나는 새로운 쇼파가 책상 앞에 놓여 있었다.

난 한쪽 벽에 놓여진 새 진열장의 중간에 상패를 세워두곤,

쇼파의 중앙 자리에 턱 하니 앉아 보았다.

"편하긴 하네...훗! "

통로를 거쳐 바로 들어온 문의 옆쪽 벽에 또 하나의 문이 있었는데,

이 곳은 비서실이나 회의실로 사용해도 됨 직한 커다란 방이 하나 더 있는 것이었다.

"음..."

이번주를 끝으로 한 동안 비워있을 걸 생각하니,

다소 아쉬운 생각마저 들게된다.

"안녕하세요~ 어제 인사 드렸던 박영식입니다!"

"아~~ 안녕하세요! 그 땐 감사하단 말씀도 못 드리고 죄송했습니다!"

목소리에 활기가 있어 보이는 걸로 봐선,

그 날의 충격에선 이미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였다.

"아닙니다! 당연히 경황이 없으셨을 텐데요 뭘!...지금은 어떠세요?"

"지금은 좋아요! 대신 겁이나서 밤엔 꼼짝도 못하지만...훗!"

"차츰 좋아 지시겠죠 뭐...잘 극복 하시길 바랍니다!"

"아...그리고 상무님이라고 하셨죠?"

"아~~? 네~~ 편한대로 불러 주세요~"

그녀는 잠시 망설이는가 싶더니 말을 잇는다.

"상무님 조만간 시간 한번 내 주실 수 있나요?"

다음주에 내려가면 당분간은 주말에도 올라오지 못할까 싶어,

금요일에 뵙자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고맙다는 인사 치레를 할 거였으면 사양을 했을 것이었지만...

편의점 앞에서 보았던 그녀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게 된다.

사건이 있던 날에는 나도 경황이 없어서, 대략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이나 됐을까 했었는데,

40이 넘었다는 말에 깜짝 놀라기도 했었다.

젊은 녀석들의 눈까지 속일만큼 젊어 보이는 건강한 몸매를 가진 여인이었다.

더구나 신입직원의 이모라니, 난 생각난 김에 김과장에게도 전화를 넣었다.

"김과장 우리팀 막내! 부려먹지 말고 잘 챙겨줘라~~"

"걱정마세요 상무님! 제가 잘 모시도록 하겠습니다...하하"

내심 초조하게 기다리던 전화가 온 것은 다음날 오후5시가 다 되어서였다.

"지금?"

"..."

"여기로 온다고?...어...아니 그러지 말고, 내가 그 쪽으로 가도 될까?"

"..."

"가게로? 아~~! 그래 그럼...알았다 그때 보자!"

"..."

가슴이 다시 쿵꽝거리기 시작한다.

기대감이 아니라 초조함 때문이었다.

대략적인 그림은 그리고 있었지만,

막상 의도한 대로 됐는데도 불구하고, 긴장한 탓인지 초조함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찍 출발 했슴에도 6시가 조금 되어서야 약속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도로변에 위치한 넓고 천장이 높은 카페인데,

대형 유리창에는 사각으로 격자를 넣었고, 키가 큰 화초를 창가로 배치해 놓아,

얼핏 보기에도 운치가 있어 보이는 카페였다.

카페안으로 들어서면서 부터는 망치질은 더 심해지고,

옮기는 발걸음은 더욱 무겁게만 느껴지게 된다.

나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짧은 머리의 사내는,

한 눈에도 누구인지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테이블에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벌떡 일어서선 경례부터 하는 사내다.

"오랜만이다 강수야!"

"죄송합니다! 선배님! 진작 연락 드렸어야 했는데..."

"아니야! 내가 미안하지! 그래 잘 지내고는 있는 거냐?"

"그럼요 선배님!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함께 온 일행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로,

악수를 한채로 한 참을 서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선배님! 이 친구 맞죠?"

난 그제서야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 시선을 옮기게 된다.

"어! 그래! 맞어! 어?"

뜻밖에도 마담이 함께 나와 있었다.

"어떻게 자네가?"

"안녕하셨어요?"

며칠 동안 벌어진 일에 대해 대략적인 얘기를 듣게 되었다.

"죄송합니다! 마무리를 깔끔히 했어야 했는데..."

"어쩔 수 없지 뭐! 순순히 내어주긴 할까?"

"얘기는 해 놨으니까...다시 한번 확인 해 봐야겠죠!"

문제는 리사의 여권이었다.

술집이나 클럽등에 여자를 맡기더라도,

영업상 사람에 대한 관리만 맡길 뿐이지,

만약을 대비해 여권 만큼은 소유주가 직접 보관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고용된 사장에게서 리사를 데려올 수는 있었지만,

원 소유주에게는 데려 간다는 일방적인 통보만 했을 뿐이라는 것이었다.

"너한데 괜히 문제 생기는거 아니냐?"

"아닙니다! 선배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도..."

청바지에 숫자가 새겨진 진노랑색의 후드티를 입은 리사는,

불안해서인지 표정이 굳은채로 두리번 거릴뿐 도통 말이 없었다.

"리사? 괜찮아?"

"네!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는 모습에서도 기쁘다거나 하는 표정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쪽 세계를 모르고 너무 쉽게 달려든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게된다.

"아직 실감이 안나서 그럴거예요! 조금 지나면 좋아 질 거예요!"

리사의 손을 잡고 있던 송마담이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야기 한다.

"송마담도 애썼어요! 도움을 많이 줬다고 하던데..."

"저야 뭐!..."

긴장하며 기다린 시간에 비하면, 만나서 나눈 이야기는 그리 많지 않았다.

리사 뿐 아니라, 강수와 송마담 역시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염치 없지만,이거 하나만 더 부탁한다!"

"그런거라면 별거 아닙니다! 걱정마세요~~ 연락 드릴께요 선배님!"

나에게서 부탁 하나를 더 받고는 강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우리도 출발합시다!"

"네~"

아무래도 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모두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난 송마담과 리사를 데리고 집으로 향하게 된다.

대전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리사가 머물곳이 필요했고,

강수나 송마담 역시 내 집이 오히려 안전할 것이란 얘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럼 오늘 가게는?"

"하루 쉰다고 했어요!"

"거긴 얼마나 있었던 거지?"

"한... 1년정도 됐어요!"

"얼마 안 됐네?"

"저희들은 한 가게에서 그렇게 오래 일 못하거든요~"

"그래? 그나저나 이번 일로 곤란하게 된거 아닌가 모르겠네?"

"사실은 앞으로가 문제예요! 이쪽도 이쪽대로 소문이 보통 아니거든요!"

"음..."

"아이들 관리는 제가 하지만, 얘들 소유자는 따로 있으니까..."

"내가 여럿 피곤하게 했구만...."

"근데 참! 강수씨는 어떻게 아세요?"

"아~~ 그 친구? 얘기가 좀 길지 뭐...후후"

리사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비록 의도하지 않게 시작한 일이었지만,

나오는 것 역시도 본인의 의사나 역할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었다.

아마도 도망자 신세가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일런지도 모른다. 

"오늘이 마직막이네요! 준비는 잘 하셨어요?"

"하고 말고가 어딨냐? 주말에 옷가지나 좀 챙기면 되지 뭐!"

"실감이 잘 안 났는데...며칠전에 상무님 짐을 위로 올리다 보니까...기분이 영 이상 하더라구요!"

"나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야~~ 좀 지나면 나아 지겠지 뭐? 그나저나 그 동안 니가 고생 많았다!"

영업부 사무실로 와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퇴근을 하고 나면, 다음주 부터는 대전으로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었다.

"모두들 고생했어! 나중에 올라와서 보자구!"

"네~~ 상무님! 건강하게 잘 다녀오세요~~"

사장을 비롯해 각 부서장들 과도 간단히 인사를 나눈 나는,

곧바로 집으로 향하게 된다.

그 날 이후 차츰 안정을 찾아가는지 리사의 표정은 한결 밝아져 있었다.

다만 집 밖으로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오셨어요?"

"그래! 오늘은 뭐했어?"

구두를 벗으며 대답을 하는데,

하얀 그녀의 긴 다리가 눈에 들어오며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간다.

"배고프지? 조금만 기다려~~"

"빵 사왔는데...이거 먹으면 안돼요?"

"빵? 밖에 나갔었어?"

"네...저 앞에 빵집에..."

"오호~~ 그래?"

빵이 먹고 싶었던 건지는 몰라도, 처음으로 그녀가 외출을 했단 얘기다.

봉투에 적힌 것을 보니 저 앞 대로변에 있는 빵집을 다녀온 모양인데,

우리집에선 제법 걸어 나가야 하는 곳이었다.

"나도 빵 좋아해! 그걸로 먹자 그럼..."

러시안인들이 주로 호밀빵을 먹는다는 얘기는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다.

리사는 호밀빵 뿐 아니라, 다양한 빵과 우유 그리고 보드카가 한 병 놓여 있었다.

"이건 보드카네...이건 어디서 샀어?"

"그건 산 거 아니고,가게에 있을 때 받았어요!"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음식들은 쇼파 테이블에 차려져 있었고,

리사는 엉덩이만 걸친 채로 앉아서는 빵을 자르고 있었다.

엉덩이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후드티를 입고 있어서 인지, 

아래쪽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그녀의 희고 긴 다리만이 내 눈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리사 안 추워?"

"네? 안 추운데 왜요?"

갈색에 옇은 회색빛이 도는것 같기도 한 그녀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친다.

"빵사러 갈 때도 그러고 다녀왔어?"

"저거 위에 입고..."

손을 뻗어 쇼파 등받이 위에 걸쳐놓은 자켓을 가리킨다.

"아~~ 그럼 밑엔?"

"밑에??"

"아니 거기 있잖아...하체...아니...다리..."

마땅히 알아 들을 만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나도 모르게 버벅이게 된다.

"어? 여기?"

그녀는 다리라는 얘기 때문인지,

후드티의 아래단을 들어 올리고는 고개를 숙여 두리번 거린다.

"하하! 아냐 아냐 됐어! 입었으면 됐지 뭐..."

"......"

그녀는 자신의 다리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며 의아하다 듯 한 표정을 짓고 있다.

올려진 후드티에 의해 핫팬츠 만큼이나 짧은 그녀의 반바지가 보여졌는데,

피가 통할까 싶을 만큼 꽉 낀 반바지에 의해 넙적다리가 더욱 탄력있게 보여진다.

"내가 뭐라고 불러야 돼요? 오빠?"

"아냐! 이젠 오빠라고 부르면 안되고...삼촌! 삼촌이라고 불러!"

호칭에 대한 생각을 미쳐 못하고 있었다.

직급으로 부르기 보다는 삼촌이라 부르는 것이 나중을 위해서도 좋을 거라고 생각 하게 된 것이다.

"삼촌? 가게에도 삼촌 있는데! 그 삼촌은 어린데..."

"하하! 그런 삼촌 말고... 원래 삼촌은 아빠의 형제를 말하는 거야! 알겠어?"

"아빠 형제? 러시아에 있어! 아빠 동생!"

"그래 그래! 나한테도 그렇게 부르면 돼! 알았지?"

"알았어요! 삼촌!"

빵을 야금야금 먹고 있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먹는가 싶더니,

얼마 먹지도 않아 배부르다며 물러나 앉는 것이다.

"더 안 먹어?"

"많이 먹었어요! 이거면 배불러요!"

"리사? 이거 저녁야! 그거 먹고 되겠어?"

"충분한데...더 먹으면 안돼요!"

쇼파위로 바짝 올라 앉아서는 무릎을 세워 턱을 괴고는 TV를 쳐다본다.

그녀에 비해 빵을 많이 먹어서인지 배가 불러오며,

보드카나 한잔 할까 하는 생각에 막 뚜껑을 열려다가 문득 잊고있던 약속이 생각난 것이었다.

"이런...깜빡했네...지금이..."

"왜요? 삼촌! 약속 있어요?"

"어? 어~~ 잊고 있었네...늦었다..."

늦을 수 있으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라고 이르고는,

약속 장소를 향해 뛰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이...이런...정신머리 하고는...'

한번 가 본 길은 절대 잊지 않는 습관 덕분에,

골목을 달려 편의점에 도착한 것은 약속시간이 이미 15분이나 지난 후였다.

"헉! 헉! 죄송...음...죄송합니다~~ 하아~~"

그녀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편의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빵을 먹자마자 바로 뛰어서 그런지, 숨도 차지만 배가 더 아픈 것이었다.

"아니에요! 저도 금방 나온걸요 뭐...숨 좀 고르세요~~"

"하아~ 하아~ 네! 후~우...운동을 안하다 보니까...하아...힘드네요...하하"

그녀를 따라 편의점 골목에서 나와 조금 더 아래로 내려가니,

오래된 여관 몇 개와 함께 작은 먹자 골목이 나온다.

우리는 꼬치를 전문으로 하는 작은 맥주집으로 들어갔다.

"괜찮으시죠?"

"그럼요! 맥주 좋죠!"

회색 레깅스에 니트로 된 연회색의 목폴라티를 입고 있는데,

그녀의 폴라티 역시 엉덩이를 덮을 만큼 길게 내려와 있었다.

맥주와 안주를 주문하자 마자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허리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그녀다.

"정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이렇게 까지야..."

일어서서 맞인사를 하려는데,

의자가 끝까지 물러나지 않다보니, 무릎을 다 펴지 못하곤 다소 엉거주춤한 자세가 되어 버렸다.

다시 앉아서도 몇 번을 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서야,

오늘 만나서 하기로 했던 이야기를 시작하는 그녀였다.

"미진이 좀 많이 이뻐해 주세요! 상무님!"

"그 일이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친구도 잘 하고 있던데요 뭐"

"미진이가 보기에는 안 그런거 같아도, 맘 고생을 많이 하고 큰 애라서..."

"그래요? 집이 어려웠던 모양이죠?"

"그거 보다..."

조카에 대한 부탁을 하려는 것이라면,

굳이 만나서까지 얘기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할 즈음이었다.

"미진이와 동생은 어려서 부터 제가 키웠거든요!"

"네? 아니 왜요? 부모님과 있다가 이번에 올라온거 아닌가요?..."

"아뇨...사실은 중학교 3학년때 쯤에...

아빠가 친아빠가 아니란걸 알고는 동생을 데리고 가출을 했거든요!"

"......"

"애들이 안쓰럽기도 하고...그래서 저하고 지금까지 함께 지냈거든요!"

"그럼 이모님이 키우신거네요? 거 참!... 그런데 이모님은 어떻게...?"

"지금은 아이들과 함게 있지만, 그때는 저도 혼자 였거든요..."

아련한 미소를 띄우는 그녀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결혼 여부나 아이가 있는지를 묻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런걸 물을때가 아니었다.

"그러셨군요..."

"그리고 미진이에게는 언니가 있어요! 배 다른 언니!"

순간 그 언니가 누구를 말하고 있는지 알거 같았다.

"그럼 그 언니는?"

"미진이랑 비슷한 나이일때 가출을 했어요! 우리언니 때문이었겠지만..."

"그럼 두 분이 각각 아이가 있는 상태로 재혼을 하신 건가요?" 

"네! 형부도 성격이 나쁘거나 하진 않아요! 언니한테도 잘 해주는 편이고..."

난 다시한번 확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럼 혹시 미진이 언니 이름이?"

"유진이요...송유진! 지금쯤은 아마 서른이 좀 넘었을 거예요!"

"음..."

처음 볼 때부터 이름 뿐 아니라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 했었다.

미진이가 부인하긴 했지만, 결국 그들은 자매였다는 얘기이다.

"그럼 그 유진이란 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는 알고 있나요?"

"아뇨! 저도 그렇고, 아이들도 모를거예요! 미진이 대학 들어갈 때도 유진이가 학비를 보내 왔었는데,

그 후 미진이가 그걸 알고, 유진이를 만나고 온 다음부턴 연락이 안되더라구요..."

"아니 왜요?"

"어려서는 둘도 없이 친한 자매간이었는데, 유진이가 엄마를 인정하려 들지 않으니까,

미진이도 유진이를 언니로 인정하지 않게 된 거죠.

더구나 유진이가 술집에서 일하면서 번 돈으로 자기와 동생의 학비를 대는 것을 알고 부터는,

더더욱 관계가 멀어진 거였어요!"

"그럼 이모님이라도 좀 나서서 얘기를 해보시지 그랬어요?"

"훗! 몇 번이나 그럴려고 했었죠! 근데 유진이 얘기라면 들으려고도 안해서..."

"음...그럼 유진이와는 이모님도 전혀 연락이 안 되시는 거네요?"

"네!"

당시의 어린 나이라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게 된다.

아직은 이야기를 해 줄 단계가 아니었다!

더구나 지금은 송마담에게 가족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는건 아무래도 도움이 안될것만 같았다.

"그럼 유진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애도 정말 불쌍한 아이죠! 언니도 유진이만 생각하면 굉장히 맘 아파하거든요.

중학교도 못나오고 술집을 떠돌며, 그렇게 번 돈을 매 달 보내 왔었어요.

그 때 까지만 해도 저하고는 연락이 닿았었거든요"

"그럼 미진이는 지금도 유진이에 대한 앙금이 그대로 남아있는 건가요?"

"그건 모르겠어요! 유진이 얘기하는걸 워낙 싫어해서 최근 몇 년 동안은 얘기한 적이 없거든요!"

"음~~"

돌아오는 길에 난 이번 리사일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송마담을 떠올리게 된다.

나설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거니와, 나섰을때 따르는 위험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을 터인데...

그런데도 도움을 준 걸 보면 리사를 보면서 아마도 미진을 떠올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수야! 통화 괜찮냐?"

"아 예! 이시간에 어쩐일로...?"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하자!"

"말씀하세요!"

"강수하곤 원래 아는 사이였어?"

"그건 제가 여쭤봤던 거잖아요?"

"나도 궁금해서 말야!"

"개인적으로 아는게 아니고,이쪽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강수씰 알아요!"

리사를 데려왔던날 송마담과 거실에서 나눴던 얘기를 다시한번 더듬어 보고 있었다.

"그게 무슨말야?"

"강수씨 뭐하는지 모르세요?"

"아니 뭐...대충은 알긴 하지만...자세히는..."

오래전 강수와의 일이 떠오른다.

"그럴거면 다신 내 얼굴 볼 생각 하지마라! 알았냐?"

"선배님! 저를 좀 이해해 주시면 안되시겠습니까? 저도 어쩔 수 없이..."

"됐어! 더이상 들을 필요도 없어 마!"

"선배님! 흑..."

강수는 그 때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당시에 내 눈엔 그 모습이 온전히 들어오지는 않았지만...

"가서 노가다를 뛴다면 내가 이해할 수 있다! 아니면 다른 놈들처럼 애들을 가르치던지?

근데 뭐? 깡패가 되겠다고?...참나 어이가 없어서..."

"그게 아니고..."

"내가 이러라고 널 가르쳤냐? 어? 그 새끼들 족쳐도 현찮을 판에...허...참..."

그땐 나도 너무 흥분을 한 나머지 강수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었다.

어렵게 찾아와 남에겐 꺼내 놓을 수 없는 속내를 털어 놓으려 했을 터였지만,

난 다시는 연락을 하지 말라며, 그렇게 강수를 쫓아내듯 보냈었던 것이었다.

그일이 있은 얼마후 강수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때도,

차마 먼저 연락을 하지 못했었던 나였다.

"강수씨는 이쪽에서 유명하신 분예요!"

"......"

"글쎄 뭐랄까? 좋은일 한다면 우습겠지만, 어쨌든 따르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누굴 괴롭히거나 하진 않는다는 거죠!"

"그래? 좋은일이라..."

"이번일도 그렇거든요! 강수씨 구역도 아니고...더구나..."

"더구나?"

"강수씨네하고 라이벌 관계거든요. 이쪽이 속한 구역이...

물론 서로 잘 알고는 있긴 하지만..."

"그럼? 강수한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건가?"

"알아서 잘 하시긴 하겠지만...뭐라고 장담할 수는 없는 거죠!

이쪽 일이라는 것이...약간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하구요"

"내가 도울일이 있을까?"

"상무님이요? 후후...아뇨! 일반인이 나서서 될 일이 아니거든요..."

그녀는 맥주캔을 든채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고 있었다.

약간의 위험이 따를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막상 얘기를 듣고 보니 불안한 생각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강수에겐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분명 그에게도 버거운 일임엔 틀림 없었다.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게 없을까 고민해 보지만, 그녀 말대로 그 쪽 세계를 잘 알지도 못하는 데다,

내가 나서서 과연 도움이 될 까 하는 생각에,

쉬 잠들지 못하곤 자꾸 뒤척이게만 된다.

입술이 바짝 마르는 갈증에 결국 일어나 물을 한 잔 마시고는,

잠들어 있는 리사의 방을 찾게 된다.

방안 공기가 그리 건조하지 않음에도 추위에 익숙해서인지,

이불은 걷어 차내듯 발 밑으로 밀어 놓았고,

두 다리는 벌려 곧게 뻗어서는 고개만 살짝 돌린채 똑바로 누워 잠들어 있다.

난 거실에 있는 얇은 이불과 바꾸어 덮어 주고는 그녀의 볼을 가벼게 쓰다듬게 된다.

'잘 되겠지? 모두에게 아무런 일도 없어야 할텐데...'

"삑.삑.삑.삑.삑.삑."

새벽까지 뒤척이다 잠들었지만,

여섯 자리의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에 순간적으로 눈이 떠진다.

리사가 오고 나서부터는 잠이 들어도 소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나였다.

쇼파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현관과 맞닿은 작은방의 문을 소리없이 열고는 안쪽으로

몸을 숨기듯 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덜컥!"

걸쇠를 걸어놓게 된 것도 리사도 오던 날 부터였다.

번호키를 열더라도 현관문은 조금 밖에는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문이 열리다 말고는 걸쇠에 걸려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누구지?'

창밖에는 이미 해가 솟아올라 밝아 오고 있기 때문에,

커튼을 쳤어도 거실이 환한 것이 한 눈에 들어오고 있었다.

다만 복도가 어두워서 누군지 알아 볼 수가 없는터라,

고개만 내 놓은채 열린 문틈에 집중하고 있을 뿐이었다.

문이 다시 닫히는가 싶더니 협탁위에 올려놓은 전화기가 진동을 해 대기 시작한다.

'이런...'

난 재빠르게 이동해 전화기를 들고는 주방 안쪽으로 이동 하려는데...

'엥?...이렇게 일찍 왠 일이야?'

"오라버니! 왜 걸쇠를 걸어놔요? 추워요 빨랑 열어요!"

속삭이듯 얘기하는 나와는 달리 소영이의 목소리는 현관문을 통해서도 들리고 있었다.

주말에 올라온다던 소영이가 첫 차를 타고 올라온 모양이었다.

"어우 추워~~"

몸을 떨며 들어오는 소영이를 꼭 안고는 볼을 비벼대고 있었다.

"아으~~ 따뜻해~ 왜 걸어 놨어요?"

"그럴일이 좀 있어...미안...후후"

"음~~ 쪽! 쪽! 쪽!"

소영인 내 볼을 잡고는 얼굴 이곳 저곳에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해댄다.

"큭큭...뭐야?"

"왜요? 이러면 안돼? 음~~ 보고 싶었단 말예요~~"

"쉿! 조용히!"

"어? 왜요?"

조용히 하란 얘기에 이마에 주름을 만들만큼 눈을 치켜 뜨고는 입을 쫑끗 모은채.

속삭이듯 이야기 한다.

"누가 있거든? 방에..."

"누군데요?"

"이리와봐..."

난 소영의 손을 잡고는 안방 문을 빼꼼 열어 리사를 보여주었다.

"어머? 인형 같다? 누구예요?"

난 대답대신 오라는 손짓을 하곤 쇼파로 향하였고,

소영인 자켓과 목도리를 벗어서는 옷걸이에 걸고,

곧바로 와서는 다리를 벌려 앉아있던 내 무릎위로 올라 앉는 것이었다.

"훗! 큭큭!"

"쉿!"

"누구예요? 따님이 또 있어요?"

"무슨?"

대충 자초지종을 설명 하고 났더니, 소영이 눈이 커진다.

"와우~ 그런 착한일을?"

"쉿!~~"

그리곤 상이라며 찐하게 키스를 해오는 그녀다.

"이번엔 상무 되신거 축하 키스"

"읍...읍...자까...만...읍...으~~~"

추위에 떨어서인지 그녀의 혀까지도 차갑게만 느껴진다.

난 리사에게 신경이 쓰여 참으라고 하려다가는.

결국 그녀의 혀와 입술을 녹여 주기로 했다.

"으~음 좋다!"

"좋아?"

"그럼요!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후후"

내 목에 팔을 감고는 코가 맞닿을 만큼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오라버닌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아니! 보고 싶었지! 우리 소영이~~"

사타구니를 마주한채 꼭 안고 키스를 했으니,

녀석이 고개를 든 건 당연한 것이었다.

키스를 끝내자 마자 바닥에 무릎을 꿇더니 츄리닝과 팬티를 내려 녀석을 꺼낸건

정말 아주 짧은 시간이었다.

미쳐 내가 막을 틈도 없이 그녀는 녀석을 삼켜버리듯 입에 넣어 버린 것이다.

"소영아? 뭐...뭐해?"

"음? 읍...읍"

입을 떼기는 커녕, 윙크를 하고는 그대로 빨아들이는 그녀다.

리사가 쇼파와 벽을 마주한 안방에서 자고 있슴을 알면서도,

이런 대담한 행동을 하는 소영의 모습에 다소 놀라고 있었던 것이다! 

"나오면 어떡할려구 그래? 소영아?"

"쉿!"

입에 넣었던 녀석을 꺼내 손가락을 대듯 입에 대면서,

오히려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한다.

하지 말라고 속삭이듯 말을 이어 나가면서도,

그러한 소영의 모습에 나 역시 흥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

보지 말라는 야동을 숨어서 지켜보는 듯한 스릴을 느끼며,

녀석은 자신의 몸을 최대로 부풀여 대고 있었다.

더구나 채 데워지지 않은 그녀의 입술과 혀는,

차가움이라는 낮선 느낌으로 녀석을 더욱더 흥분시키게 된다.

내가 쇼파에 기대 작은 신음을 뱉어낼 무렵,

소영이 긴 치마를 허리까지 올리고는 단번에 내 위로 올라온다.

스타킹의 묘한 느낌이 다리에 전달되는 가 싶더니,

이윽고 차갑지만 촉촉해진 그녀의 입구가 녀석을 덮어씌우듯 감싸온다.

"어~~허~~우~~"

짧은 시간! 미끌거리듯 한번에 이끌려 들어가는 느낌에,

나도 모르게 눈을 감게된다.

"저 속옷 안 입고 왔어요...후후"

"뭐???"

난 손을 내려 그녀의 넙적다리를 스치듯 지나 엉덩이를 받치듯 잡아 보았다.

밴드 스타킹에 벨트가 잡히는 것이 팬티는 입지 않은채로 올라온 것이 분명했다.

"그러고 올라오면 어떻게? 기차에서 누가 잡아가면 어쩌려구?"

"훗! 올라 오면서도 오라버니 생각하니까 어찌나 열받던지...

내려서 다 얼어버리는 줄 알았어요...큭큭"

"지금은 어때?"

"오라버니꺼 완전 뜨거워요...음...좋다!"

"근데...이러고 있다가 나오면 어떻게?"

"나와서 보라죠 뭐! 우리집인데...훗!"

우리집이란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를 머금게 된다.

"으...아하...으~음...우~~우후~"

소영인 소리를 참아보려 애쓰는지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쇼파가 안방 벽에 붙어 있다 보니,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지는 않지만,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소영이 리듬을 탈 수록 내 입에서도 작은 신음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웃옷 만이라도 벗겨내고 싶었지만, 그 속으로 손을 넣어 브래지어를 올리곤,

주물러 대는걸로 만족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라버니...하아...나...빨아줘요...아하"

결국 웃옷을 가슴 위로 올려 놓고 그녀의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소영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진다.

난 그녀의 엉덩이를 잡아 조금 더 밀착시키듯 당겨보았다.

"하아~아~ 아하...우~~우~~아하~~하~"

몸이 차가워서인지는 몰라도 느낌은 더 강하게 다가왔고,

리사가 나올거 같은 불안감에 수축이 되기는 커녕,

묘한 스릴감까지 더해서인지 흥분은 더욱 커져 가기만 하는 것이었다.

"우후~~아~아.아..아...오라버니...읍...읍..."

신음을 하는 사이사이 순간적으로 커지는 소영의 신음소리에,

나는 가슴에서 입을 떼곤 그대로 입술을 덮쳐 버리게 된다.

"읍...읍...소영아~...나...갈꺼...같어..."

"하아~~읍! 아~~하...저도...저도요...같이 가요....우리...아하~~"

소영의 말이 끝날 즈음, 나는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으~~~으흐~~~으~~~~으~~~~"

"하잉! 사랑해요...하아...윽....오라...버니..."

나는 쇼파에 기대듯 몸을 젖히고,

그녀의 엉덩이를 더욱 밀착시킨 상태에서 뜨거운 것을 쏟아내고 있었고,

소영은 그런 나의 목을 꼭 안고는 온 몸을 떨어 대고 있었다.

"하아~~와우~~후우~~사랑해...소영아...후~아"

"후후...음~~~"

미소를 머금은채 서로를 바라보며, 코를 비비곤 키스를 하려는 순간,

"엄마야!"

"어? 왜?"

난 소영이 바라보는 곳으로 소영의 얼굴을 피해 고개를 돌려 보았고,

그 곳에는 안방문 문틀을 잡고 기댄채 서있는 리사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어? 리...사!"

==================================================================="어? 리...사!"

[19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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