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부]
"부장님도 이거 벗으시면 안 될까요?"
"이것도요?"
"자꾸 걸리적 거려서..."
"아니 아빠 같다면서요?...그럼 아빠랑도 벗고 같이 자요?"
"느낌이 그렇다는 거구요...저만 이러고 자는 것도 이상하잖아요..."
자기는 원래 다 벗고 자야하는데, 팬티만 딸랑 입고 자는걸 무슨 배려인양 얘기한다.
그리고는 나보고도 벗으라 해서 윗옷은 다 벗었구만, 츄리닝 마져 벗으라고 야단이다.
"아...참나 이거...에이 모르겠다...이제 됐어요?"
"네~~훗!"
어쩔 수 없이 누운채로 츄리닝을 벗어 던지고 나서야,
혀를 조금 내밀고는 재밌다는 듯 웃는 그녀다.
그녀를 보다보면 요즘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안 낳고가 별 의미가 없는 듯 보인다.
우리때는 나이가 어찌됐던 간에,
그 날씬하던 여자들도 아이만 낳고 나면,
살도 좀 찌는데다, 아랫배는 처지고, 엉덩이는 펑퍼짐 해 지곤 했는데...
요즘 유부녀들의 몸을 보면 처녀인지 유부녀 인지 구분이 가지를 않는다.
아니 처녀들 보다 더 풍만하고 오히려 섹시해 졌다고 해야할까?
잠 들때까지 옆에 기대 앉아 팔베게만 해 주려고 했던 것이었는데,
둘다 팬티만 딸랑 입고, 맨살을 대고 있자니까 생각보다 몸이 앞서기 시작한다.
더구나 어깨에 기댔다고는 하지만, 가슴에 와 닿는 그녀의 탱탱한 가슴이며 젖꼭지의
느낌이 꿈틀대듯 나를 자극하고 있었다.
"저기...다리는..."
"편하게 해 주신다면서요. 저는 이렇게 올리고 자는게 편한데..."
"음...그럼 뭐...대신 가만히 계시면 안 될까요?"
"부장님!"
한쪽 다리를 접어 내 넙적다리와 배 쪽으로 자꾸 무릎을 올리는데,
이게 가뜩이나 참고 있는 녀석을 자꾸 건드리다 보니까,
녀석이 서서히 꿈뜰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움직이지 말라고 했더니, 고개를 바짝 들고는 미간을 찌푸려 보이는 그녀다.
"아...네...뭐...편안대로...하세요! 휴우~~"
난 포기한듯 힘을 뺀 채로 천장을 향해 눈을 감고는, 녀석이 깨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조상의 빛난.....'
바짝 달라붙듯 하고는 다리를 올려 놓았으니,
팬티를 입었다고는 하나, 음부가 내 왼쪽 대퇴부에 닿아서는 조금씩 비벼지듯 하는 것이,
음모의 느낌 그대로가 전달된다.
부산에서 소영이가 물었을때 미쳐 대답하지 못했지만,
만원 버스나 전철에서 엉떨결에 여자의 엉덩이와 밀착되거나 했을때는,
어김없이 국민교육헌장을 머릿속에서 외우듯 중얼 거리곤 했었다.
왼쪽 어깨를 베고 누워서는 쌔근 대듯 숨을 쉬는 그녀의 입김이며,
머리카락과 그녀의 몸에서 강하게 전달되는 그녀만의 체취,
여기에 손을 가만히 안두고 내 가슴위을 문지르듯 움직이는 통에,
머릿속이 아득해 지기 시작한다.
'휴~~우~~"
불규칙한 호흡 마져도 들킬까 두려워,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일부러 태연한 척 하고 있었다.
"부장님! 지난번에 제가 왜 화가 나서 돌아갔는 줄 아세요?"
뜬금없긴 했지만,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몹시 궁금하기도 했었던 얘기였다.
"왜 그러셨어요? 제가 뭘 잘못했나요?"
"서이사 와이프였으면 안 그러셨을거 같아서요?"
서이사 와이프에 대한 열등감이나 경쟁심이라도 있듯,
무슨 얘기만 나오면 그녀를 비교의 대상으로 삼는다.
어쨌든 그녀의 얘기에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모른척 했다.
"그게 무슨?"
"저는 여자도 아닌가 싶었거든요!"
"무슨 말씀을요? 여자가 아니라니요...그게 무슨?..."
"그때 저 잠든 모습 한번도 못 보셨나요?"
"허험...아니...보긴...봤죠! 이불을 차내고 주무시길래..."
"그 정도로 매력이 없던가요? 제가?"
"아...아뇨...매력이 없긴요? 근데 있다 한들 제가 뭘...하하"
특히 최근에 느껴봐서 아는 거지만, 이건 분명 유혹의 시작일 것이었다.
"그럼 부장님이 보시기에도 제가 매력이 있긴 있어요?"
"당근이죠! 젊고, 매력적이고, 섹시하기 한 걸요?"
사실도 그랬거니와,
설사 유혹의 불길에 기름을 얹는 격이 된다한들 지금 그녀에겐 위안꺼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순간 그녀가 고개를 들고는 몸을 움직여 조금 위로 올라오는 느낌이 든다.
그녀의 입김이 목을 타고 얼굴을 향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난 천장을 향한체 감고 있던 눈을 뜨고는,
곧 벌어질 일에 대한 불안과 흥분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저기...이러시면 남편과 똑 같이 되는 거예요..."
"이젠 상관 없잖아요. 지랑 나랑 똑같아 지는 거죠 뭐..."
요즘 처자들은 남편이나 애인이 바람을 피면 마파람으로 응수 한다더니,
사실임을 증명할 모양이었다.
"아니...그래도..."
그녀의 입술이 나의 입을 막아 버렸다.
부드럽다기 보다는 탱글 스럽다는 표현이 맞을 거 같았다.
통통한 듯 그러나 탄력이 있는 아랫 입술이었다.
나는 그녀의 입술과 혀가 하는데로 보조만 맞춘 채 움직이지 않았다.
"으~음 부장님 입술... 부드러워요~~음~"
그녀의 커다란 가슴이 내 가슴위에 뭉클하며 다시 내려앉는다.
그리곤 결국 잠자던 녀석을 깨우고 말았고,
녀석은 순식간에 텐트를 치며 준비가 되었슴을 알려온다.
"반응이 빠르신데요?"
키스를 하면서도 수시로 입을 떼곤, 본인이 느끼는 그대로를 직설적으로 표현해 내는 그녀다.
어느새 왼손이 내려와서는 텐트 속 폴대를 잡고 흔들어 대는데, 텐트가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그것도 잠시, 손을 빼서는 내 오른손을 잡아 이끌어선 자신의 팬티 앞으로 가져다 준다.
아무리 여인의 살냄새가 좋고, 이렇게 될 수 있슴을 미리 짐작하고 있긴 했더라도,
다른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하필 상사들의 아내들과 또다시 몸을 섞어야 될 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들이 모두 그녀들의 의도된 행위라고 하더라도,
이것은 분명 해선 안 될 일들이 아닌가를 순간 생각하고 있었다.
"부장님! 얼른 제꺼 좀 만져주세요...아...하"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이면 좀 창피해 해야 하는거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였다.
그녀는 내 손을 다시 이끌어선, 이젠 팬티 안으로 넣어 주었다.
그녀의 팬티는 이미 젖어 있었고,
내 손에는 따스하면서도 미끌거리는 많은 물들과 말랑말랑한 구릉들이 만져졌다.
그녀는 이미 신음소리와 함게 뜨거운 입김을 쏟아내고 있었다.
"은희꺼...은희꺼...만져 줘요...하...하...어~"
자신의 이름을 외쳐대는데, 어디선가 낯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일본의 야애니 주인공이 연상된 것이었다.
귀여운 얼굴에 글래머러스한 몸의 주인공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신음하며 갈구하는...
신음소리며 움직이는 모습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띠게 된다.
손등은 이미 젖은 팬티에 닿아 미끈거리고,
손바닥과 손가락은 구릉위로 넘쳐나는 그녀의 샘물로 흠뻑 젖어 버렸다.
"저기..."
"쉿!"
그녀는 윙크하듯 한쪽 눈을 감은채로, 검지를 가져와 내 입에 대고는,
입을 오무려 조용히 하라는 듯 소리를 낸다.
지금 이 여인의 모습만을 보면, 문이사의 아내일 거라고는 전혀 상상할 수도 없다.
물론 서로 상반되게 만나는 경우도 많아서 미녀와 야수의 만남이라고도 하긴 하지만,
문이사와 야수는 감정면에 있어서는 비교 될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굳이 소영이와 비교하자면,
소영이는 약간의 귀여움과 여성스러움을 가진 성숙한 여인이라면,
이 여인은 글래머스럽지만 매우 귀여운, 요즘말로 베이글녀라고 해야 맞을까 싶은,
그 정도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성적으로 흥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섹시하다기 보다는 귀엽다는 생각에 자꾸 웃음이 배어나는 것이다.
잠시 정신을 놓은사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다가와서는,
내 입술에 쪽 소리가 날 만큼 뽀뽀를 하고는 귀엽게 미소짓는 그녀다.
이러다보니 다시 은지의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른다.
어쩌다 은지가 잠들기 전에 퇴근이라도 한 날이면,
은지는 어김없이 다가와 쪽 소리를 내며 뽀뽀를 하고는,
쪼그만 손을 흔들며 잠자리에 들곤 했었다.
비록 11살때까지 이긴 했지만...
오늘 이 여인의 뽀뽀에서 흥분이 아니라,
애뜻한 감정이 묻어나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여겨진다.
섹스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추억속의 한 장면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었다.
흐믓해 하며 잠시 추억속에 잠겨 있었는데,
그녀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팬티 옆으로 녀석을 꺼내 놓고는,
곧바로 내 몸 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자신의 팬티역시 옆으로 벌린체 주저없이 삼키듯 넣어 버렸다.
"어우..."
"아흥...아하...좋아요...은희...아하...아...부장님꺼 좋아...아"
다시금 한편의 야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된다.
체구에 비해 가슴이 큰데다가, 아이 엄마 답지 않게 위쪽으로 솟은 듯 올라가 있다.
젖꼭지는 소영이의 두 배쯤 될까? 까만 젖꼭지가 아이들에 의해 잘 다듬어진 양 구슬처럼 동그랗다.
오랫동안 관계를 안해서인지, 다소 급하고 서두르게 보일 만큼 움직임을 재촉하고 있다.
더구나 나는 보조만 맞추고 있을 뿐 전혀 호응을 안해 주었슴에도 불구하고,
그녀 혼자서도 충분히 흥분해 있슴을 알 수 있었다.
난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 입맞춤을 하며 속도를 다소 늦춰보려 했지만,
그녀의 움직임을 제어 하기는 커녕, 속도를 높이는 결과만 나아 버렸다.
"읍...읍...하아...하아...읍...쪽...읍...아하...하"
이젠 귀여움도 귀여움이지만, 내 몸에 와 닿는 그녀의 탄력적이고 매끄러운 몸의 느낌에,
나도 더이상은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게 되어 버렸다.
난 입술을 옮겨 가슴을 움켜 쥐고 빨기 시작했다.
빨기 좋은 크기의 그녀의 유두를 입에 넣어 굴리는 듯 하다가는 다시 입술로 물고,
흡입하듯 빨아 들였다가는 다시 혀로 굴리듯 하였다.
그녀의 가슴은 솟아 오른만큼이나 매우 탄력적이었다.
"아하...오호...은희...기분....좋아요...아하...가슴 빠니까...더...좋아...아...아..."
난 가슴을 빨면서 오른손을 그녀 엉덩이로 가져가 강하게 움켜 쥐었다 놓았다를 반복했다.
"아잉...아하...아아...아항..."
자극의 강도에 따라 신음소리가 춤을 추듯 하는데,
신음 소리에 끌린다는 사람들의 말이 처음으로 이해가 가는 듯 싶었다.
그녀의 아이같은 신음은 의외로 자극적이었다.
난 엉덩이를 쓰다듬던 손으로 그녀의 항문을 부드럽게 누르듯 문질렀다.
"아후...아앙...부...장님...아우....똥꼬...이상해...아하...오우...헉...헉...아하..."
가슴을 물린체 머리를 뒤로 젖히며, 짧으면서도 강한 신음을 끊듯이 짧게 이어 뱉어낸다.
난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잡아 당겨, 다시한번 더 격하고 깊은 입맞춤을 하였다.
특히 키스를 하며 느낀 것이지만, 그녀의 혀는 긴 편이었다.
입안으로 빨아들여 빨다보면, 내 입안의 곳곳을 자극해 대는 그녀의 혀였다.
"읍...하잉...읍...쭈욱...쭙...읍...하...하...읍..."
그녀역시 다리를 벌렸다 오무렸다 하며,
녀석을 깊이 삼켜 조이다가는 뱉어내듯 풀어 주기를 반복하며 조절하고 있었다.
조일때의 느낌이 강하다보니, 자세히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까지 한다.
상체를 일으킨 그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난 그녀의 두 가슴을 움켜 쥐고 있었는데, 그녀의 손이 내 손 하나를 빼선 엉덩이로 가져간다.
"하아...하...은희...하...은희...똥꼬... 만져줘요...아항...아하..."
결국 난 검지 손가락을 조심스레 밀어 넣었고,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자지러 지듯 했다.
"아악! 하..하아...하...아잉...너무...좋아...하앙...은희...죽을거 같아요...아항...앙..."
내 무릎에 오른팔을 지탱하곤,
엉덩이를 뒤로 잔뜩 빼고는 배를 내밀며 허리를 휘어서는 천장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아흥...부...장님...은희...갈꺼...같아요...아항...앙...하아하아"
흥분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녀의 신음소리가 커지고 빨라질 수록 느껴지는 흥분도 커지고 있었다.
"오후...나...나도...더이상...으윽...아하...빼요...하...할거...같아...~"
난 겨우 사정을 참아내며, 그녀를 들어 내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손이 허리를 잡아 올리려던 내 손을 뿌리쳐 버린다.
"아하...그냥...해요...그냥...은희랑...같이...아잉...같이 가줘요...아~~~"
"어! 어?...아윽...윽...으윽...윽...윽...윽!"
"아항...앙...아....아~~~~"
다양한 자세를 취하지도, 그렇다고 특이한 동작도 한 것이 없었다.
단지 그녀의 자극적인 신음소리와 점점 빠르게 진행된 그녀의 움직임만으로,
폭풍우가 지나가듯 짧은 시간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엄청난 흥분을 맞이하게 된 것이었다.
"후아...후...와우...휴~ 훗!"
"와우...장난아니네요...후아..."
난 그녀의 가슴을 쥐고 있던 손에 조금씩 힘을 빼고 있었고,
그녀는 거친 호흡속에서도 간헐적으로 소리를 내며 나를 내려다 보며 웃고 있었다.
어깨를 들썩이던 그녀가 두 손으로 머리를 넘기며 고개를 든다.
난 조용히 손을 내려 그녀의 두 무릎위에 얹듯 올리곤,
그녀의 엉덩이까지 조금씩 쓰다듬듯 만져 주기 시작했다.
"휴~우...너무 좋았어요 부장님! 후후"
"저도 좋긴 하지만...잠이 더 필요한거 아녜요?"
"휴우...이제 잘 잘 수 있을것 같아요. 훗!"
"그럼 다행이지만..."
그녀는 두 팔을 뻗어 내 어깨를 올려 집고는 고개를 숙여 뚫어져라 나를 내려다본다.
커다란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내 얼굴의 이곳 저곳을 훓듯 움직이고는,
다시금 귀여운 미소와 함께 작아 지고 있다.
"부장님?"
"네?"
"그이보다 백 배는 좋았어요!"
"아무리~~?"
"진짠데...그 사람은 항상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만 했거든요!
근데 오늘은? 제가 하고 싶은대로 맘대로 하면서 느낀거 같아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그리곤 여전히 쌔근대며 품에 안겨온다.
오일 샤워라도 한 양 미끌거릴 만큼 땀에 젖었지만,
몸은 따뜻하면서도 더욱 탄력이 느껴지는 그녀다.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채워온다.
아내와 형수의 외도, 우리딸 은지에 대한 걱정,
여기에 팔자에도 없을 것 같았던 젊은 여인들의 등장과 나와의 관계,
사장의 방황, 지인들의 알 수 없는 행보...
'으....음!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녀는 내 위에서 잠이 들어 버렸다.
올려져 있던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나오는 뜨거운 것이, 내 다리위로 흘러내린다.
"휴~~우...졸립다..."
어깨에 기댄 채 잠들어 있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넘기고 얼굴을 돌려 바라본다.
조금 핼쑥해 지긴 했지만, 편안해 보이는 그녀의 얼굴,
오무린 입술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있다.
"뭐라고 하셔?"
"아뇨...뭐..."
한동일 부장과 점심을 먹으며,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 묻고 있었다.
"왜~?"
"부장님이 이제 총괄하시게 되나요?"
"아마 당분간일걸?"
"정확히 무슨일인지는 모르시구요?"
"글쎄? 나도 엊그제 통보 받은거라서..."
"......"
"그니까 왜~~? 뭐라고 하시는데?"
"그냥 부장님에게 지시 받고, 보고 하라고..."
"그게 다야?"
"네...무슨일 있으시냐고 물으니깐...알 필요 없다고 하시네요..."
"음...어쨋든 자네 때문은 아니니까 염려하진 말고, 당분간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야!"
"그거야 알겠는데..."
"나도 그냥 있잖나...너무 신경 쓰지마! 조만간 정상으로 되돌아 가겠지!"
"그게 아니라~~ 정식 발령이 날 거라고 하시던데?"
"뭐라고?"
"부장님요! 당분간이 아닐거 같더라구요!"
"그건 뭔 소리야? 난 금시초문인데?"
난 출근을 해서 커피를 마시며, 어제 점심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회사의 정기 인사 발령은 설날을 기준으로 일주일 전에 하는 것이 관례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해 줄 것을... 진작 해서 내려주지...에이...싸가지....에잇!"
"내려왔냐?"
"네~~! 검토는 무슨 개뿔? ..."
"내려왔으면 됐지! 이제 그만하고...목표 대비 해서 빨리 나라시 해라!"
"네! 알겠습니다. 대장님!"
"쑈를 해라~~ 나 잠깐 나갔다 온다!"
결재서류를 한 움큰 든 채로 경례를 하더니,
돌아서려는 내 앞으로 바싹 다가서는 김과장이다.
"얘가 왜이래?"
"부장님 요즘 수상하신데요? 담배도 덜 피우시고, 혈색도 좋아지신 것이?"
"저리안가?...약 먹어 그렇다 왜?"
"누가 사줬는데요? 음...그러니까 더 수상한데...?"
눈을 뱁새마냥 뜨고는 음흉한 미소까지 띤 채로 더욱 다가온다.
난 손가락으로 이마를 밀며 타이르듯 얘기한다.
"아주 지랄을 해요~ 이젠...쌍소리 듣고 싶지 않으면 할 일이나 해라~~!"
"오늘 저녁에 간만에 한 잔 어떠세요? 뉴 페이스도 있고 한데?"
"누구? 뉴 페이스는 또 뭐야?"
"아~~~ 진짜로...부장님이 뽑아 놓고 뭐냐고 물으시면 어케 하십니까?"
"내가? 누굴?"
"헐...12월 중순에 영업관리 직원 하나 뽑으셨잖아요? 기억 안나세요?"
"어?...아~~? 그러네...어제 출근 아니었어?"
"우리 부장님 큰일 났네? 이걸 어쩌나...허허...이거야 원...부장님이 시무식 다음날 출근하라고 하시고는?"
"그랬냐? 하하...너도 내 나이 돼 봐라 짜샤!"
"그래도 인사는 받고 가셔야죠?"
"됐어! 오후에는 들어 올거야! 그 때 보자구!"
"넵!"
또다시 경례까지 붙이는 모습을 보곤,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사무실을 나가며 힐끗 돌아보니,
저 끝쪽 빈 책상에 허리를 꽂꽂히 세운채로 눈치만 보고 있는 신입이 보인다.
"훗!"
"도착했습니다! 준비 되셨으면 나오시죠?"
"네...금방 나갈께요~~"
지나가다 생각나서 전화했다며,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한 것이었다.
예전엔 하루가 멀다 하고 드나 들었었는데, 이젠 낯설기 까지 하다.
"안녕하셨어요? 이게 얼마만예요?"
"훗...무슨...? 지난 기념식에 뵈었잖아요...장난은 여전하셔..."
"아하? 그랬었군요...어디로 모실까요?"
형수와 단 둘이 식사를 했던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었다.
보통은 셋이서 먹거나, 아니면 부부 동반해서 넷이 먹곤 했었다.
"시간 되시면 좀 나가서 먹어도 될까요?"
"나왔잖아요?"
"에이! 농담 그만하시고...조금 더 나가서 먹고 싶은데..."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형수는 예전과 달라진게 별로 없어 보였다.
머리를 하나로 말아 올려 핀으로 고정한 모습에,
화려해 보이지 않는 작은 귀걸이, 그리고 수수해 보이는 화장.
다만 때아닌 별거로 인해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 말고는,
말투며 행동이 예전과 다름 없었다.
"너무 오랫만이죠? 자주 찾아 뵙어야 하는데..."
"아녜요...그건 저도 마찬가지죠 뭐..."
"그래도 전 혼자 잖아요. 제가 찾았어야 했는데..."
"생각만도 고마워요~~"
물끄러미 창 밖을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게 까지 보여진다.
"참! 임실장하고 함께 근무 하셨었나요?"
"저요? 같이 근무 안했죠! 임실장이 아마...
석현이 5살땐가? 아니다 유치원 다닐때니까 6살때...그때 들어왔을 거예요!"
"아~~"
"근데 왜요?"
"아뇨...전 같이 계셨었나 해서요! 어쨌든 그 친구도 오래 되긴 했네요!"
"그렇죠! 아직도 혼자죠? 임실장?"
"그런가요? 아하...그런가 보네요...저도 자주 보지는 못하는 친구라서..."
어쨌든 나와 사장, 그리고 공장장을 제외하곤 가장 오래 있었던 친구임엔 틀림 없었다.
"근데 왜 혼자 살까요?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있고 한데..."
"그게 좋은가 보죠! 요즘은 결혼 안하고 자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사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혹시 한번이라도 질투해 보신 적은 없어요?"
"훗...왜 없었겠어요? 여러번 있었죠!"
"오호? 형수님이? 의외인데요? 하하"
"다 옛날 얘기죠 뭐..."
"그래도 기억에 남을 만한 질투사건...뭐 이런거 있지 않으세요?"
"글쎄요? 임실장 들어오고, 한 일년 후쯤인가?
미국 출장 갔을때 였는데, 일 마치고 호텔에 있겠다 싶어, 시간맞춰 전화를 했었거든요.
근데 임실장이 받는거예요. 그 땐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얘기는 들으셨을거 아녜요?"
"아뇨! 걱정할까봐 그랬는지...혼자 간다고 했었거든요! 그 때 참...훗...말도 못하고,
얼마나 끙끙 앓았던지..."
형수는 웃고 있었지만,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순간 혼자 형님의 아이라도 키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상상이 일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믿었었나? 혹시 진짜인거 아냐?'
"부장님?"
"......"
"부장님?"
"네?"
상상속을 헤매다가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운전하시면서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아...하하...죄송합니다. 요즘 나도 모르게 이렇게 멍때릴 때가 많더라구요...하하"
경기도 광주 초입에 있는 대나무 통밥 집에서 식사를 마치곤,
인근 남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근데 형수님? 회사 관련해서 하나 여쭤 봐도 될까요?"
"저한테요? 제가 회사에 대해서 뭐 아는게 있어야죠?"
"우리 회사에 서이사하고 문이사가 있잖아요?
그 사람들 어떤거 같으세요? 뭐...느낌이라던가? 첫인상이?"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다.
"글쎄요? 서이사는 조용하고 젠틀한거 같고,
문이사는 잘 모르겠어요. 쫌 무뚝뚝하다고 해야 하나? 뭐...그런거 같아요!
근데 왜요?"
자신과 몸을 섞은 사이인데,
어떻게 저렇게 태연하게 표현 할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하게 된다.
"어쨌든 그 친구들 오는 순간 제가 찬밥이 된건 사실이거든요! 하하"
"무슨 그런 얘기를... 애 아빠는 절대 그렇게 생각 안할 테니까 걱정 마세요~"
"농담이구요~ 형수님이 보시기엔 어떤가 해서 여쭤본 거예요~~"
"근데 뭐...제가 사람을 볼 줄 알아야죠?"
풀어보려 꺼내놓은 실이, 오히려 더욱 엉켜버리는 결과가 되어 버린 느낌이다.
어떻게 회사까지 운전을 하고 왔는지 모를정도로,
머릿속은 이미 뒤죽박죽이었다.
"자자~ 한 잔씩 따랐으면, 모두 잔들 드시고? 부장님 한말씀 하셔야죠?"
"됐어! 니가 해라!"
"자! 그럼 신입을 위하여~~~"
합창하듯 위하여를 외치고는, 쭈~욱 들이켰다.
신입 덕분에 오랫만에 회사 앞 맥주집을 찾은 것인데,
한 잔을 비우고 나니 시원한 것이 머리까지 맑아 지는 느낌이다.
난 낮의 일을 생각하다 보니, 부서원들의 이야기에 쉽게 녹아들지 못하고 있었다.
"제가 한 잔 드리겠습니다"
"어? 그래요 그럼"
신입 여직원이 자기 상체만한 피쳐를 버겁게 들고는,
쭈뼛거리며 옆으로 다가왔다.
내가 몸을 돌려 잔을 들어 내미는 순간, 김과장의 벌리고 있던 다리에 걸렸는지,
두 사람이 동시에 짧은 비명을 지르는가 싶더니,
나를 향해 넘어지는 그녀였다.
한 손에 잔을 들고 있던터러,어찌 잡아볼 틈도 없이,
급하게 다리만 더 벌려 피하듯 일어서려는데,
그만 피쳐가 내 몸을 덮쳐왔다.
"앗 차가워~~ 이런...괜찮아요? 안다쳤어요?"
"어머...어떻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는 자신의 옷도 젖었슴에도 90도로 허리를 숙이며,
연실 죄송하단 말만 되뇌기고 있다.
"아! 이 친구! 뭐야 이게 첫날부터? 좀 잘 보고 다녀야지? 괜찮으세요 부장님?"
"김과장! 됐어! 난 괜찮으니까...이 친구나 다치지 않았나 보라구!
아니다.홍대리? 자네가 좀 봐죠!"
나는 벗어놓은 자켓과 겨울 외투를 제외하곤,
조끼, 와이셔츠, 바지 하다못해 속옷까지 모두 젖어 버렸다.
"괜찮아요? 어디 다친데는?"
"부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놀라기도 했거니와, 첫 직장, 첫출근에 그것도 부서장을 맥주 샤워까지 시켰으니,
왠만한 강심장이라도 울지 않고는 못 배겼으리라.
더구나 직원들이 내 걱정을 한답시고, 한마디씩 던져대는 통에,
그녀는 고개도 들지 못한채,닭똥같은 눈물을 뚝 뚝 흘리며 사과를 하는데,
오히려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괜찮대도 그러네...그만 울어요? 그나저나 옷이 다 젖어 어쩌나?"
"죄송합니다! 흑!"
"허...참!"
주변을 정리시키곤 옷을 갈아 입고 오겠노라 하고는 회사 주차장으로 향했다.
외투만 위에 걸치듯 입고는 뛰어 가는데도, 젖은 옷 사이로 겨울 바람이 매섭게 파고든다.
그나마 운동 한답시고 트렁크에 넣어 두고만 다녔던 스포츠 가방이 생각났던 것이었다.
"으~~으~~추워...으휴!"
로비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3층으로 내려가 막 문이 열리면서 뛰어 나오는데,
내 차가 주차된 반대편 쪽에서 큰 소리가 나는 것이 들린다.
'뭐야? 이 시간 주차장에서 쌈박질야? 사랑 싸움은 집에 가서 하던지? 으~~ 추워'
위쪽은 외투를 걸쳐서 좀 나은데, 젖은 바지와 팬티 때문에 아랫도리는 동사 직전이었다.
차에 다다를 즈음, 문득 목소리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자세히 들으니 문이사의 목소리였다.
궁금증에 추위를 참으며 다시 반대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소리나는 쪽을 유심히 살펴 보았다.
잘 보이진 않는데, 문이사는 차량 앞문을 열어 놓은채 기대듯 서서는,
차 안에 대고 뭐라고 떠들고 있었다.
'누구지?'
보이는 것이 뒤쪽인데다, 양 옆에 차량이 주차되어 있어서 차량안의 사람이,
도통 보이질 않는다.
'아우~~ 추워...진짜...으~으~ 누구랑 저러고 있지?'
똥 마려운 사람마냥 꾸부정한 자세로 다리를 교차시켜 비벼대고 있는데도,
악문 이빨 사이에서 말 달리는 소리가 날 정도다.
난 호흡을 가다듬으며 최대한 그들이 있는 차량 가까이로 가보기로 했다.
주차장이 어찌 밝고 조용한지, 가까이 가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뭐냐고 지금?"
"......"
"그래서? 그럼 앞으로 난 어떻게 되는건데? 어?"
"......"
목소리가 커지나 싶으면, 이내 목소리가 낮아지는 걸 보면,
나름대로 조절은 하고 있는 모양인데,
차 안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도대체 알 수 가 없다.
"뭐? 그래서? 아이 진짜...씨발..."
"꽝!"
차량 지붕을 주먹으로 내려치는 바람에 숨 죽여 듣던 나도 깜짝 놀랐다.
"알았어!"
"......"
"알았다고!!!"
그리곤 세차게 문을 닫아버린다.
'63다 XXXX'
난 외투에서 볼펜과 명함 한장을 꺼내 떨리는 손으로 겨우 번호를 적었다.
차량은 곧바로 빠져 나갔고,
문이사는 여전히 혼자 투덜대며 자신의 차로 이동하는 모양이었다.
잠시 쭈그리고 앉아 있었슴에도, 막상 몸을 일으키려니까 몸이 말을 안듣는다.
이에서는 이제 기관총 소리가 날 만큼, 서로 부딪히며 소리를 내고 있고,
온 몸이 사시나무 떨 듯 떨리는데, 문득 생존훈련을 받던 기억이 잠시 스친다.
'그...래....이...까...짓...거....후~~우! '
"음...분명 놓친게 있을거야?...분명히..."
분위기를 띄워놓고, 2차를 같이 가자다는 걸 굳이 사양하고는,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난 보드 앞에 서서는 사진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안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콧물이 자꾸 나오는데다 머리도 무거워 지는 것이, 도저히 집중이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대화하듯 혼자 중얼거리는 것은 홀로 지내면서 나도 모르게 생긴 버릇이었다.
어떨때는 사람이 있는데도, 혼자 중얼거려서 난처했던 적도 있는데,
아무리 고치려고 해도 무의식 중에 나오는 터라,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맥주 몇 잔 때문은 아닌것 같고, 아무래도 추위에 떨어서인지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희미하게 들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려는데, 눈이 떠지질 않는다.
"아이!...하아...어? 왜 이러지?..."
몸은 무겁고, 덮고 있는 이불 안쪽은 찬물을 쏟아 놓은듯, 축축하게 젖은데다,
바깥에 알몸으로 내동댕이 쳐졌듯 춥고 온몸이 떨린다.
"하이 추워~~일어나야 되는데...일어나야..."
아무리 고개를 들려고 해도, 팔까지 힘이 안 들어가는 데다가
커다란 돌을 묶어 놓은듯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조차 없다.
"전화...전화......"
난 전화를 찾아 허우적 거리 다가는 결국 다시 엎어지듯 쓰러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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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류향입니다.
감기가 무섭네요~ 모두들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난 전화를 찾아 허우적 거리다가는 결국 다시 엎어지듯 쓰러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