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98화 (99/100)

 평소에는 이동 중에도 난교를 즐겼지만, 이번에는 그럴 기운이 없었다.

 페넬과 안제로스, 오로라가 추욱 늘어져서 드러누운 내 몸을 닦고 옷을 입힌 다음, 힐다 씨의 무릎에 머리를 베고 눕게 한다.

 어째서 힐다 씨에게 눕힌 걸까 생각해 보니, 다른 여자들의 허벅지는 살집이 없거나 근육질이라서 머리를 베기에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힐다 씨의 허벅지는 풍만하면서도 부드럽다……랄까  「어차피 힐다 씨보다 적임은 없다」라고 생각해서 양보한 것 같다.

「그거 내가 운동 부족이라는 말? 실례네. 확실히 운동을 자주 하진 않았어도, 나름 열심히 가꿔온 몸매인데 말이지잉」

「그래도 힐다 씨의 무릎을 베니까, 확실히 안심되네요……」

「물론 무릎 베개 정도야 언제든 기꺼이 해 주겠지만. 그래도 모두 근육질인 것도 아니니까, 딱히 그렇게까지 양보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용」

「허나 다른 사람은 그렇다쳐도, 이몸의 무릎은 베고 자기에 부적합할 것 같아서 말일세」

「나도……」

 아이리나와 베아트리스가 안타까워 했지만, 딱히 그렇게까지 안타까워할 만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

 덧붙여서 미라 씨들 3자매와 레이디, 거기에 코스모스 씨는 마이아가 드는 마차에 탔다. 에마는 짐이 실린 마차를 들고 있고.

 이쪽 마차를 타면 사소한 계기로 난교가 시작되어 버린다, 라는 걸 알고 피한 느낌인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러웠지만, 뭐 사고는 미리 예방하는 게 좋겠지.

「앤디가 이렇게 추욱 늘어질 경우도 있고, 난교에도 방해되니까 의자 등받이를 모두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돌아가면 마차를 어떻게 개조할지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앞으로도 이렇게 날아다닐 일이 많을 테니까」

「이 마차가 처음 우리 것이 되었을 때는 크로스보우대의 오거분들과, 쟌느 씨가 개조해 주셨었죠」

「그 옐로우 드래곤 바우즈는 배에다 마약에 중독된 여자를 태워서 데리고 다니던데? 그걸 보면 모양은 일반 마차랑은 달라도 괜찮지 않을까나?」

「이 정도의 크기에, 모래든 눈이든 초원이든 상관없이, 어디에든 내려놓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가끔씩 마차를 어떻게 개량할 지 생각하곤 했다.

 마차의 모양은 드래곤이 들고 다니기 편할수록 좋다. 뭐 드래곤들이야 힘이 워낙 좋긴 하지만, 직사각형으로 만들 경우 바람이 세게 불면 공기의 저항 때문에 날기 힘들 것 같았고, 라이라는 그렇다쳐도 마이아나 에마의 (드래곤체의) 손의 크기를 생각하면, 너무 크게 만들 수도 없다.

 길이도 이 이상 늘리면 균형잡기가 어려울 것 같다. 라이라들은 마차를 양손으로 들어올리니까.

 바우즈가 들고 다니는 배도 우리 마차와 크기가 비슷한 걸 보면, 크기와 모양은 딱히 많이 바꿀 필요가 없……을 듯하다.

 그 이외의 변경점이라면, 다리와 내부 구조려나.

 딱히 지상에서 굴릴 일이 없다면, 굳이 바퀴를 달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냥 곧은 다리를 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내구성이 바퀴보다 약한 데다가, 그걸 각문 같은 걸로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 해도 다리 역할을 할 뭔가는 꼭 있어야 한다. 잘 다져진 평지가 아니면 바닥이 상할 테니까.

 바우즈는 배를 내려놓기 전에 미리 도랑을 파서 그 위에 배를 올려놓고 있지만, 손이 더 가다보니 아무래도 불편해보인다.

 일단 생각하는 건 썰매다리 같은 거. 곧은 다리보다 안정감도 낫고, 모래나 눈 위에 내려놔도 파묻히지 않을 테니까.

 내부 구조는 안제로스가 말한 대로 의자를 없애는 게 나으려나. 하지만 의자 없이 그냥 평평하기만 하면, 섹스하지 않을 때에는 꽤나 불편할 것 같다.

 벽 말고도 몸을 기댈 수 있도록, 일정 간격마다 푹신푹신한 쿠션을 두른 기둥을 세우는 것도 좋아보인다.

 물론 그것도 움직이기 편하도록 넣었다 뺄 수 있어야겠지. 하늘을 날다 보면 기우는 건 피할 수 없고, 평평하기만 하면 짐이 이리저리 굴러다녀서 성가실 것 같다. 천장이든 바닥이든, 짐을 실어놓는 곳을 만들어야겠어.

 ……이거 원, 역시 나도 천상 직공인가 보다. 이렇게 뭔가 만드는 걸 생각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다니.

「내 몸에 줄로 매달고 날 수 있는 형태라면, 무슨 일이 생겨도 팔을 쓸 수 있어서 꽤나 편할 것 같다만」

 꼬마 라이라가 제안한다.

「아―……그러네, 굳이 손으로 들지 않고 그냥 매달아서 날아다니는 방법도 있었구나」

「물론 날아오르기 전에 다소 손이 가긴 하지만, 용이 자기 몸에 스스로 묶고 풀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럼 줄의 강도가 문제인데……아, 비단의 사슬이 있었구나」

 이 경우, 손으로 들고 가는 것보다 안정적이니 균형 문제도 해결된다. 드래곤의 이륙 능력을 생각해보면 마차도 더 크게 만들 수 있고.

「앤디 씨들의 크로스보우용 활줄은 정말 튼튼하니까, 고리 모양으로 묶어서 드래곤의 등에 돋은 가시에 걸어두면 굳이 줄을 묶고 풀려고 오르내릴 필요도 없겠네요」

「적당한 돌에 비단의 사슬을 묶어 던지는 게 낫지 않을까나?」

「라이라 씨 만큼 크면,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아―……확실히, 그건 그러네. 우리들은 그렇다쳐도 앤디는 힘들겠지」

 보통 사람이라 미안하군.

 뭐 나도 완력은 별로 자신 없긴 하지만 너희들이 너무 센 거 아닐까?

「개조야 파랑의 장인이나 단 님에게 맡기면 될 걸세. 그 엿보기 좋아하는 두 오거도 도와줄 수 있을 테고」

 아이리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녀석들은 조금 말이지.

「그녀석들에게 하늘을 나는 섹스룸을 만들게 하는 건 조금 꺼려지는데……」

「큭큭큭. 훌륭한 섹스룸을 이미 몇 개나 만들어 놓고 이제 와서 그러면 어쩌나」

 듣고 보니 새로 지은 스마이슨 저택이나 렌 판가스의 요새는 확실히 그렇게 보일 만 했다.

 아니, 그래도 말이야.

「대가만 정당하게 지불하면, 어떻게 써먹든 그건 이몸들의 자유라네. 너무 신경쓰지 말게나」

「으, 으음」

 그래도 괜찮으려나.

 뭐 우리들만이서 하려고 들면 쟌느와 셀렌에게 걸리는 부담이 어마어마하게 커지겠지만.

 밤에 출발한 이후로, 용변을 보느라 몇 번 잠시 착륙한 걸 제외하고 부지런히 날아간 덕에, 다음날 아침 무렵에는 폴카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디어 도착했나보군. 그나저나 보이는 게 온통 풀뿐이라니, 그야말로 촌구석 시골 아닌가」

 무거워보이는 몸을 출렁거리면서 마차에서 내린 레이디가 주위를 돌아보면서 중얼거린다.

 뭐, 그런 말이 나오는 것도 이해는 간다. 남쪽에는 초원, 동쪽과 서쪽에는 흐릿하게 보이는 푸르른 산맥, 그리고 북쪽에는 숲. 야트막한 언덕 위에는 남작의 저택, 그 아래에는 폴카 마을이 있으며, 영천이 솟아나오는 바위산도 있긴 하지만, 뭐 도시 같은 느낌은 조금도 없다.

「뭐, 그야 트롯에서도 가장 외진 변경이니까―☆ 그럼, 당신은 일단 영천으로 안내해 줄게요. 거기서 저주병을 풀면 병에 걸리기 전의 아름답고도 건강한 체형이 될 거야. 아이리나 쨩, 내 여동생들이랑 레이디가 머무를 곳 좀 마련해 주세용☆」

「흠. 맡겨 주게나. 뭐 스마이슨 님의 집이 가장 좋겠군」

 힐다 씨가 레이디의 손을 잡아당긴다.

 그리고 나는 반나절 동안 푹 쉰 덕에 일단 불편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기운을 되찾았다.

「그럼, 지금부터는 우리들이 안내해야겠네」

「일행을 나누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작 저택 쪽은 저와 아이리나님, 마을은……네이아 씨와 루나 씨가」

「우리들도 폴카의 지리는 잘 아는데?」

「안제로스 씨들은 주인님을 온천으로 모셔가는 게 좋을 듯해서요」

「어, 나를 온천으로? 왜?」

 페넬의 그런 말을 듣자 문득 궁금해졌다.

 나도 폴카를 안내해주고 싶었는데.

「주인님은 정력 회복에 주력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제는 아무래도 체력 때문에 암컷 노예들과는 충분히 즐기지 못하셨을 것 같아서요」

「……뭐,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온천으로 가야할 만큼 급한 일은 아니잖아」

 ……아니, 잠깐. 지금 페넬의 저 말은 어제 암컷 노예들도 그다지 만족 못했으니까, 오늘 밤은 그녀들을 마저 만족시켜야만 한다……는 뜻이려나?

「온천에 들어가면 정력이 회복되나요? 그럼 저도 함께 가서 서비스해 드릴게요―♪ 목욕 플레이는 제 장기 중의 장기랍니다♪」

「아니, 잠깐만요, 코스모스 씨, 일단은 거기도 공중목욕탕입니다만. 남자들이 들어올지도 모르는데요?」

「아, 그럼 넣었다가 들키면 혼날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이 사람도 탈크 사람이었구나」

 목욕 중에는 가슴도 보지도 딱히 숨기지 않는 곳에서 살던 사람이었지. ……아니, 굳이 목욕 중이 아니더라도 그런 플레이라면 알몸으로 온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 따위는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옷, 잠깐, 거긴 혼욕 OK야?」

 그리고 어째선지 대항 의식을 불태우는 글로리아 씨.

「OK라고 확정된 건 아니지만 여성이 스스로 들어오는 경우라면 남자들도 딱히 뭐라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엄청 좋아할지도」

 그렇달까, 솔직히 비밀 온천에 가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폴카의 룰을 가르쳐 주는 게 먼저일 것 같다.

「그럼 나도 갈래」

「잠깐, 글로리아 씨도 같이 들어가려고요?」

「당연하잖아? 하모니움의 창녀가 탈크 창녀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보여 주겠어」

「최근 사고방식이 창녀 쪽으로 너무 기운 거 아닙니까? 딱히 돈을 받지도 않으면서」

「그럼 돈 낼래? 싸게 서비스해 줄게」

「음……만약 한다면 얼마 정도로?」

「금화 한 닢에 혼욕 펠라치오, 세 닢이면 보여주면서 섹스 정도?」

 나도 모르게 손이 지갑을 뒤적거렸지만, 안제로스가 한숨과 함께 내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리고 글로리아 씨에게 엄중 주의.

「아무리 암컷 노예라도 일단은 다른 사람에게 보여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으니까, 너무 도발하지는 말아 주셨으면 합니다만」

「흐응―. 하지만 난 창녀인데? 대가만 치르면 상대가 누구든 OK란 말이야」

「설마 그 가격으로 진짜 장사할 생각이었어요? 아니 그게 아니라」

 딴죽을 걸던 안제로스가 당황하는 사이 나는 정신을 겨우 바로잡았다.

「글로리아 씨는 창녀가 아닌 화가로 데리고 다니는 거니까 되도록이면 그림 쪽의 상상력 확대에만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보다는, 대가만 치르면 상대가 누구든 OK라는 말이 싫었던 거지만. 물론 글로리아 씨가 나와 만나기 전까지 수많은 남자들과 섹스했다는 걸 알고 있어도.

「너무 싸게 파는 것이 꼭 좋기만 한 건 아니랍니다아―. 그리고 저는 애시당초 여기에 창녀 영업을 하러 온 게 아닌, 손님과 아이를 만들러 온 거니까요♪」

「……그, 그랬구나. 최근 잠깐 사이에 터무니 없는 에로를 너무 맛봐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휩쓸려 버렸나 봐요. 미안합니다」

 글로리아 씨가 얼굴을 붉히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그랬을 거 같긴 했다. 응. 조금 전에 글로리아 씨가 한 말은, 확실히 이상했었지.

 하지만.

「오, 왔구나 앤디……이번에 데리고 온 여자는 또 누구야?」

「또 처음 보는 여자들이 같이 들어왔어!」

「음」

 문지기 콤비와 하리 할아버지가 들어가 있던 남탕에, 결국 코스모스 씨와 글로리아 씨, 그리고 안제로스에 갈라티아까지 함께 들어가게 되었다.

「아, 아하하―……안녕하세요, 저는 글로리아입니다」

「저는 레슬리에요♪ 잠깐 실례할게요―♪」

「둘 다, 절도를 지켜 주세요」

「……우읏」

 안제로스는 둘의 감시역. 그리고 갈라티아는 잘은 몰라도 암컷 노예로서의 의무감에 휩쓸려서 엉겁결에 들어온 것 같다. 아마 에로의 세계에 발을 디딘지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엄청난 경험을 너무 많이 해서 감각이 마비된 것 같았지만 재미있으니까 그냥 모르는 척 했다.

「샤론 씨 말고 다른 흰색 엘프가 들어오는 건 처음 봤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안제로스 쨩이 들어올 줄은 몰랐는데……꿀꺽」

「음」

「아하하, 가슴 좋아하세요―? 지금은 보는 것만큼은 무료랍니다아♪」

 황홀한 표정으로 눈앞에 펼쳐진 여체들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문지기 콤비와 하리 할아버지.

 반면 안제로스와 갈라티아는 역시 어딘가 거북해 보였고, 글로리아 씨와 코스모스 씨는 어딘가 경쟁하듯이 가슴을 내밀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역시 오래 산 엘프의 관록은 대단하구나.

 ……아니, 잘 생각해보니 저러면 안 될 것 같긴 한데.

「물론! 우리는 가슴을 정말 좋아하는!」

「폴카 사내니까」

「아니 킬도 할아버지도 제발 좀 진정하세요. 내가 다 부끄럽네」

 역시 아내가 있는 조니가 제일 냉정했다. 물론 발기하긴 했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라는 생각에 온천으로 들어왔지만, 사실 영천에 들어가거나 물을 끼얹는 건 외상 치료나 육체 피로 해소에 좋다고 한다.

 반대로 내상 치료나 소모된 기력을 회복하려면 영천의 물을 마시는 게 좋다고 하고.

 아니, 사실은 외상이든 내상이든 영천의 물을 끼얹거나 마시면 어느 정도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 그 효과의 차이가 어느 정도냐? 는 점에 대해서는 폴카 병원의 의사도 정확히는 모르는 모양이다.

 폴카에서 생활하게 되면 생활 용수로 영천의 물을 쓰는 것이 편한 데다가(다만 퍼담은 물은 시간이 지나면 치료 효과가 사라진다) 온천 이용이 무료이다보니, 요양객은 외상이든 내상이든 영천의 물을 듬뿍 마시고, 온천 치료를 즐기게 된다.

 심지어는 '뭐 어느 쪽이든 건강 회복은 확실하니까 딱히 상관없지 않아? 빨리 낫고 싶으면 둘 다 하면 되지' 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다. 의사도 다른 곳에서야 가장 바쁜 직업들 중 하나지만, 폴카에서는 영천 덕에 환자가 거의 없어서 가장 한가한 직업들 중 하나이니까.

 뭐 어쨌든, 불알의 소모는 아마, 굳이 분류하자면 기력 소모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물론, 빠른 회복 효과만 노린다면 온천 안에서 물이 샘솟는 곳의 뜨거운 물(갓 나온 것이라 깨끗하다)을 마시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곧바로 암컷 노예들에게 끌려갈 것 같다 보니 천천히 회복시키면서 여유를 즐기기로 했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온천욕을 즐긴 다음 온천 근처에 있는 린지 아줌마의 음료 판매대로 이동했다.

「여어 앤디. 언제부턴가 안 보였더니만 처음 보는 아가씨들을 또 데려왔구나」

「일단 음료수를, 모두에게 한 잔 씩. ……어라, 이건」

 음료 판매대의 한쪽 위에, 20개 정도의 만쥬가 쌓인 접시가 있었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형태와 향기.

「린든네의 만쥬야. 솔직히 여기서 먼 것도 아니지만, 일부러 거기까지 가서 사먹는 게 귀찮다는 손님이 많아서 말이지. 그래서 여기에서도 팔기로 했어」

「만쥬라면 뜨거운 차가 좋지 않을까나」

「뭐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보긴 했는데, 영천수로 차를 끓여봐도 생각처럼 잘 팔리지는 않더구나」

 린지 아줌마는 그 말과 함께 익숙한 손놀림으로 주력 상품인 과즙 넣은 영천수를 만들었다.

「의외로, 이 과즙 음료랑 만쥬도 꽤 잘 어울리네요」

「그야 달콤함의 방향이 다르니까. 그래도, 역시 만쥬에는 덜 달콤한 차가 잘 어울리지. 그러고 보니, 크리스티 쨩이 엘프의 숲에는 다양한 종류의 차가 있다고 하더구나. 조만간 구해 주겠다고도 했었고. 이거 기대되는데」

「아니, 잠깐만 린지 아줌마. 그건 좀 곤란한데. 크리스티에게는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그때까지만 참아줘요」

「갑자기 왜 그래? 혹시 여자가 자기가 모르는 일을 제멋대로 진행시킨 게 마음에 안 드는 거니? 이제 보니 속 좁은 녀석이었네」

 린지 아줌마가 나를 한심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봤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엘프의 차를 인간이 마시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나도 크리스티가 준 차를 마시고 그녀를 덮친 적이 있으니까.

 하지만, 그걸 자세히 설명했다가는 크리스티의 명예와 이미지가 무너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무엇보다 안 그래도 별로 안 좋았던 내 평가가 더 떨어질 게 확실하다. 아니 솔직히 그건 내 잘못이 아니긴 했지만, 일이 어떻게 흘러가든 나에 대한 오해가 더 심해질 게 확실했으므로, 그냥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 여자들은 또 누구니. 안제로스 쨩은 알고 있지만」

「네-에, 안녕하세요♪ 저는 세레스타 남부에서 온 레슬리랍니다♪ 스마이슨 씨의 아이를 갖고 싶어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어요」

「화가인 글로리아. 잘 부탁해」

「저기……음, 그러니까, 저는 암컷 노예인……갈라티아, 입니다……」

 응. 글로리아 씨는 잘했어. 다른 둘은 아웃.

 린지 아줌마의 시선은, 그야말로 절대 영도.

「……대체 지금까지 몇 명이나 건드린 거야」

「솔직히 세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부모님을 슬프게 하지 말렴. 아무리 영천이라도 칼에 찔려서 죽어버린 사람은 되살리지 못하니까」

「아니 일단은 모두 이해해 줬으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네 여자들이 아무리 착하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 안 들어?」

 린지 아줌마가 나를 거세게 몰아붙인다.

 그때 코스모스 씨가 활짝 웃으면서 끼어든다.

「아, 저는 괜찮답니다―. 전 창녀라서 애시당초 결혼 같은 건 생각한 적도 없고, 그냥 스마이슨 씨의 아이만 임신할 생각이었거든요♪」

「뭐엇!?」

 오히려 오해만 더 키웠잖아!

 그리고 갈라티아가 말을 잇는다.

「저, 저도 그게……남쪽에서 몇번이나 범해졌-」

「갈라티아. 지금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잖니? 음료수 맛있지 않아?」

 이번에는 내가 끼어든다. 그냥 놔두면 돌아다니면서 무슨 말을 할 지 모르니까 어서 해도 괜찮은 말과 하면 안 되는 말, 덤으로 폴카에서 생활하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겠다.

「린지 아줌마. 만쥬 전부 살게요. 거스름돈은 안 줘도 되니까」

「앗, 잠까……」

 일단은 입을 막는달까, 그 이상 캐묻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원래 가격보다 더 많은 금화를 판매대 위에 올려둔 다음, 나는 그녀들을 이끌고 스마이슨 가로 도망치듯 달리기 시작했다.

「자, 잠깐, 앤디! 아무리 급해도 컵은 돌려줘야지!」

「나중에 씻어서 갖다 드릴게요!」

 이상한 상식에 물들어 가는 아이를 바라보는 것도 즐겁긴 하지만, 역시 고향에서는 너무 위험하다.

 이 기회에 베아트리스도 갈라티아도 확실히 교육해야겠다. 그리고 코스모스 씨는 아마 알면서 저러는 걸 테니 확실히 경고해 둬야겠군.

 스마이슨 가에서는 셀렌과 엘레니어, 쟌느와 피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앤디씨」

「잘 돌아왔어」

「어라, 남작 저택에서 아예 나온 거야?」

「아니, 아직은 거기서 살고 있어. 남작 부인이 피터가 얼마나 좋았으면 계속 있어달라고 해서 말이야」

「뭐랄까 지금은 거의 자기 아들처럼 생각하는 거 같았어요」

「그거야 고맙지만, 슬슬 여기로 이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리들이 자주 옮겨다녀야 했을 무렵은 그렇다쳐도, 이제 곧 퇴역할 거니까」

「아기를 돌봐 주거나, 도와주는 아이도 많으니까요―. 고양이 수인 아이들이나, 오레가노 씨들 등등」

「남작네의 밥은 정말 맛있지만, 귀족의 식사에 익숙해져 버리면 나중에 힘들 것 같아」

「이 이상 맛들이기 전에 우리 원래 수준의 식사에 적응해야 해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남작은 부자이며, 식사 또한 웬만한 서민과는 수준 자체가 다르다.

 젖과 이유식까지는 몰라도, 둘 다 떼고 나서 귀족의 식사에 한 번 맛을 들여 버리면, 서민의 식사에 만족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그렇긴 하지만.

「용의 라이더와 그 자녀가, 굳이 변변찮은 식사를 할 필요가 있나?」

「딱히 식량이 매우 부족한 것도 아닌데 말이지」

 블루 드래곤들 중 나이 많은 쪽인 미셰라와 에아리가 저택 안쪽에서 그림자처럼 나타났다.

 물론 당연히 알몸.

「바깥에서는 확실히 옷 입고 다니는 거 맞지……?」

 만약을 위해서 확인차 물어본다. 아니, 당연히 나야 알몸이 좋지만, 폴카의 평범한 여성들과 아이들에게는 좋지 않다. 알몸의 미녀가 당당한 표정으로 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는 모습은 아이들의 교육과 정서에 대단히 해로우니까.

「물론, 밖으로 나갈 때는 입고 있습니다만, 이 집 안에서는 알몸으로 주인님을 기다리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요」

「저희들은, 언제 어디서든 주인님의 훌륭한 물건에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답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기대하면 오히려 부담스럽다만……게다가, 상대할 여자가 하도 많다 보니 자주, 오래 상대해 줄 수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괜찮아?」

「저희들을 그냥 정액 처리용 가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틈날 때마다 부담없이 써 주시면 되요」

 내 아이를 안아든 셀렌과 쟌느 앞에서,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는 풍만한 알몸 미녀 드래곤들.

「누, 누구야……?」

 그리고 그 상식과는 거리가 먼 언동을 본 갈라티아가 겁먹은 목소리로 묻는다.

「미셰라와 에아리. 마이아의 친척이고, 둘 다 블루 드래곤이지. ……이 집에 자주 찾아와 머물면서 부탁을 들어주는……뭐 그렇게 알아두면 될 거야」

「어, 어라……? 확실히 네 드래곤은, 다 합쳐서 3마리 아니었어?」

「물론 우리는 이분과 계약을 맺지는 않았지만, 계약을 맺지 않더라도 존경할 만한 라이더가 있다면 그분께 봉사하는 것이 용으로서의 미덕이다」

「또한 우리들의 팰리스에서 옷은 그저 행사가 있을 때 잠깐 걸치는 치장에 불과하다. 여기에서도, 알몸으로 있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미녀 드래곤들이 신입인 갈라티아에게 이 집의 규칙을 가르쳐 준다.

 그리고, 아기를 안아든 두 여성은 그녀들의 솔직한 성적 유혹을 조금도 불쾌해하지 않는다.

 물론, 미스티·팰리스에게는 미안할 만큼 신세를 많이 지긴 했지만.

「앤디 씨를 위해서 온갖 정성을 다해 주시는 분들이랍니다. 설령 임신하더라도 미스티 팰리스의 문화를 생각해 보면 딱히 불이익은 없을 거에요」

「불이익은 무슨. 혹시 아이를 갖게 되면 일족을 늘려준 보답으로 팰리스의 모두가 감사하러 올 거다」

 에아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한다. ……뭐 미스티·팰리스야 확실히 그런 분위기였지. 마이아 이외의 4마리들이 모두 임신을 바라고 있었으니까.

 모두 아무런 의문도 없이, 어머니와 사촌 자매들과 함께 아이 만들기 환영, 이라는 점은 고양이 콜로니와 똑같지만, 바깥 사회의 상식을 알면서도 저런다는 게, 어느 의미로는 더 무섭달까 뭐랄까.

「……아, 저기, 그게……나도 암컷 노예니까, 벗어야 되겠지?」

 갈라티아가 혼란에 빠진 나머지, 우리들만의 엉뚱한 에로 규칙에 자신을 어떻게든 맞추려 한다.

「아니 딱히 그러지 않아도 괜찮은데. 이 드래곤들이야 원래 옷을 입지 않는 문화권에서 생활했으니까 이런 거거든. 섹스할 때 말고는 옷 입고 있어도 괜찮아. 랄까 여긴 내 고향이자 앞으로 살아갈 곳이니까, 별다른 지시가 없다면 분위기에 휩쓸려서 알몸으로 유혹하거나 하지 말고 평범하게 대해 줬으면 좋겠어. 물론 이미 내가 슈퍼 울트라 초 변태라고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적어도 인간 쓰레기라고 알려지고 싶진 않으니까 여기 사람들에게 너무 강한 말은 삼가 주기를 바래」

「그, 그렇구나……알았어」

 갈라티아가 벗던 옷을 다시 입는다.

 그리고 그녀 옆에서는 코스모스 씨가 아무 말도 못 들었다는 듯이 알몸이 된 채로 벗은 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코스모스 씨, 제 말 들은 거 맞죠?」

「물론 똑똑히 들었습니다만?」

「저기요, 코스모스 씨. 그럼 옷은 왜 벗은 건데요? 지금은 딱히 난교를 즐길 생각이 없는데요」

「실은 그게, 저도 앞으로는 이 집의 자지 박는 가구가 되고 싶어서요♪」

「아니, 잠깐만요. 일단 내 아내들의 시선까지 차갑게 만드는 짓은 그만둬 주셨으면 합니다만」

「코스모스라,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인데」

「확실히 이전에 카를로스 씨가 정령제 때 들여보냈던 탈크의 창녀였던가」

「네, 맞아요♪ 주인님의 자지와 정력에 반해 버린 나머지, 저도 임신하고 싶어서 함께 오게 되었답니다」

「창녀가 임신을? 어째서?」

「창녀라면 가능한 한 임신을 피해야 하지 않나요?」

「아, 저 같은 경우 창관 자체가 제 것이다보니 창녀는 취미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오래도록 인연을 맺고 싶은 사람들, 예를 들어서 제 아군으로 만들고 싶은 사람이라거나, 창녀들도 기꺼이 몸을 바칠 만큼 정력과 성교 기술이 대단한 사람에게, 그 사람의 아기를 낳는다는 형태로 성의를 보여 주고 있답니다」

「……앤디 씨」

 셀렌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아니, 그렇게 바라봐도 곤란한데.

「돈를 내면서까지, 그렇게나 다양한 여자들과 놀고 싶었던 거에요?」

「아, 아니, 그건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었다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거……」

「물론 저를 임신시키신다면, 그 이후로 저희 가게의 모든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해 드릴게요♪」

「……도무지 모르겠네. 이 다크 엘프 언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런 쟌느의 질문에, 코스모스 씨는 가슴을 껴안듯이 들어올리면서 해맑게 대답했다.

「이 분의 자지가 딱 제 취향……이기도 하지만, 경영자로서는 드래곤 라이더이면서 오닉스 가문의 아가씨 여섯을 자기 것으로 녹여 버린 남자를, 아군으로 만들고 싶어졌을 뿐이랍니다♪」

「……음란한 건지 냉정한 건지 알 수 없는 언니구만」

「뭐,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긴 하네요. 물론 아이를 낳아서 인질로 삼는다는 건 마음에 안 들지만요」

「인질은 절대 아니랍니다―. 그저 가치관의 차이일 뿐이에요. 제 아이지만 이 분의 자식이기도 한 아이를 불행하게 키울 리가 없잖아요♪? 물론, 제 창관의 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키우긴 하겠지만요」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만」

「맞아. 암컷 노예가 되지도 않는 주제에 아이를 갖겠다니, 무슨 속셈인지 확실하게 알아야겠어」

「물론이죠♪」

 지금 당장이라도 섹스하고 싶다는 듯이 홀딱 벗은 코스모스 씨가, 아이를 안아든 채로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는 셀렌과 쟌느에게 코스모스 본점의 시스템을 당당한 어조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정말 대단하네……이런 상황에서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니」

 아무리 글로리아 씨라도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는 셀렌과 쟌느에게 맞설 용기는 없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갈라티아 또한, 폴카를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암컷 노예의 거두들에게 겁을 먹었는지, 불안한 표정으로 내게 속삭였다.

「저, 저기……나, 괜찮은, 걸까? 이제 와서 역시 안 되니까 돌아가라는 말을 들어도 못 돌아가는데……」

「괜찮을 거야. 저녀석들도 암컷 노예가 될 생각이 확실한 아이에게는 정말 너그럽거든」

「……지, 진짜로……?」

「물론이지. 나를 믿어」

 ……물론 나로서도, 반드시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안해 하는 갈라티아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체감상으로는 폴카에서 꽤나 오랫동안 나와 있었던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아마, 새로운 만남이나, 네 건틀렛과의 이별이나, 정령제 등등 사건이 많았던 탓이겠지.

 게다가, 함께 간 남자가 거의 없었던 덕에 어딜 가도 자지가 쉴 틈이 없었고.

 물론 눈치 볼 필요없이 여자를 마구 범할 수 있는 건 좋았지만, 역시 무작정 마구잡이로 하는 건 좋지 않다. 힐다 씨의 정력 편중 마법(다른 신체능력이 떨어지는 대신 정력이 대폭 강화된다)이 없었다면 못 버텼을 거야.

 여행은 그냥 무작정 놀면서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예를 들어 군사 임무처럼 할 일을 마친 다음 즐기는 것이 보람도 느낄 수 있어서 좋을지도 모른다.

 뭐 말은 이렇게 해도, 이제 곧 퇴역할 거지만.

 그리고 셀렌과 쟌느를 설득해서 우리 집에 머무르는 것을 인정받은 코스모스 씨는(아이를 확실히 낳고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맹세했고, 딱히 암컷 노예들을 적대할 생각도 없으니까 고양이들처럼 취급한다는 결론이 나온 것 같다) 폴카 주변의 관광에도 흥미가 있었는지, 미셰라에게 마을 안내를 부탁해서 함께 나갔다.

 그리고 다음은 글로리아 씨와 갈라티아.

「이 사람은, 화가라고 들었습니다만……」

「에로 그림책 분야에서 최근 유명한 작가야」

「여성인데도요?」

 셀렌이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되묻는다.

 그런 셀렌을 본 글로리아 씨가 쓰게 웃는다.

「에로 그림책을 처음 봤을 때 큰 충격을 받았거든. 이런 세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 직접 그림을 그리게 되었지. 뭐, 그 탓에 씨족에게는 파문당하고 창녀로 살아가게 된 걸 보면, 아무래도 난 에로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운명이었나봐」

「……이 사람도 창녀였나요」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애시당초 그럴 목적으로 데리고 다닌 것도 아니거든」

「뭐 당신도 즐겼으니까 좋은 거 아냐?」

   글로리아 씨가 천연덕스럽게 되묻는다.

 쟌느와 셀렌이 동시에 「아니 그건 별로 안 좋(은데) (습니다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가 창녀를 왜 경계하는지 이해가 안 되세요? 우리는 암컷 노예라는 명칭으로, 외부인은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상부상조의 공동체를 구축했습니다」

「능력이 있든 없든 지위가 높든 낮든, 앤디의 암컷 노예가 된 여자는 모두 평등하다는 전제 아래에 성립된 역학 관계라고. 그런데 그 역학 관계는 깡그리 무시하는 데다가 대가만 치르면 어떤 남자와도 섹스하는 창녀가 공동체에 끼어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최악의 경우에는 그 공동체가 무너져 버릴 지도 모른다고」

「앤디 씨를 암컷 노예로서 섬기고, 우리와 평등한 입장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든 조정해볼 여지는 있겠죠. 하지만 암컷 노예도 아닌 사람이 앤디 씨를 유혹하려 든다면, 솔직히 말해서……」

「우리도 그냥 입다물고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거야. 암컷 노예로서 앤디의 말에는 당연히 따르겠지만, 외부인이 앤디를 꼬드겨서 우리들 중 누구를 내쫓거나 편을 갈라서 이간질시킬 지 모르니까」

「내,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당황하면서 부정했지만, 아이를 안아든 두 암컷 노예는 한숨을 내쉴 뿐.

「물론 저희도 앤디 씨를 믿습니다만」

「앤디도 신은 아니니까, 마음이 변할 수도 있겠지. 앤디는 힘으로 하는 위협에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지만, 보지의 달인, 그러니까 힐다 선생님처럼 테크닉이 어마무시한 여자 상대로는 여름의 얼음처럼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니까. 암컷 노예 주제에 감히 주인님을 얽어매려 든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저희로서는 경계할 수밖에 없어요」

「…………」

 황당하면서도, 억울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무조건 믿지는 않는다는 것에 안심이 되기도 했다.

 나는 머리도 좋지 않고 힘도 약하다. 그나마 내세울 수 있는 건 수십 번 사정할 수 있는 정력과 인간의 한계를 넘은 사정량 뿐. 운 좋게도 내 암컷 노예가 된 여자들이 모두 착한 덕에 지금까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던 거지, 만약 아름답지만 사악한 여자가 나타나서 나를 유혹하면 그대로 신세를 망쳐 버리게 될 지도 모른다.

 영웅 서사시에서도 영웅의 몰락과 파멸이 시작되는 계기는, 대부분 사악한 여자에게 유혹당하는 것이고.

 그리고 셀렌들이 그런 위험을 무방비하게 받아들일 이유도 없다. 그녀들의 공동체인 '암컷 노예'는, 더 이상 나 혼자의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집단이 아니니까.

 성욕이 왕성한 나 앤디 스마이슨을 주인으로 섬기면서도, 「암컷 노예가 됨으로서 우리들과 동등해진 여자들은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지만, 그 이외의 여자는 경계한다」라는 기준은, 어떤 의미에서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

「어쨌든 그런 이유로,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면 입장을 명확하게 밝혀 줬으면 좋겠어요」

「앤디의 암컷 노예가 되겠다면 언제든지 환영이야. 아직 서로를 잘 모르긴 하지만, 라이라 언니가 쫓아내지 않았다면 나쁜 여자는 아닐 테니까」

「이번에는 라이라 씨뿐만이 아닌, 아이리나 님도 있었으니까요. 그분도 씨족장답게 사람 보는 눈은 있으니, 믿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맞아」

 그녀들 나름대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여자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었던 것 같다.

 ……랄까 주인인 내가 아닌 암컷 노예가 여자를 평가하다니, 그것도 뭔가 이상하다.

「암컷 노예라……」

 글로리아 씨가 팔짱을 끼고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에는 그녀도 내 암컷 노예로 받아들일까 했었지만,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어중간한 입장인 채로 폴카까지 따라와 버렸구나

 지금은 어떠냐면……대답하기가 조금 곤란한데.

「뭐, 이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사는 생활을 해 왔으니까……더 풍족하게 살고 싶으면 이 남자만의 애인이 되는 것도 나름 괜찮겠지. 당신의 주인은 그림에도 조예가 깊으니까」

「하지만……어딘가 미덥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은데요」

 셀렌이 엘레니어를 달래면서, 글로리아 씨를 유심히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셀렌은 사람을 살피는 눈치가 정말 대단하다. 아무래도 엘프와 인간 양쪽에게 핍박받는 하프 엘프였기 때문이려나.

 그런 셀렌의 시선을 받은 글로리아 씨가 왠지 거북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잇는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의 주인이 어떤 남자인지 감이 아직까지도 안 잡혀서 그래. 아주 굉장한 정력남이라는 건 잘 알고, 주위에 터무니 없는 신분의 여자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그리고 다들 굉장한 남자라고들 말하지. 하지만, 막상 함께 다녀보니까 뭐야 그냥 평범한 인간이잖아 라는 느낌도 강하게 들다 보니, 어떻게 대해야 할지 결정을 못 내리겠더라고」

「과연……뭐, 확실히 앤디 씨를 보면 그런 생각이 들만도 하죠」

「우리들도 가끔씩 믿지 못할 때가 있었으니까. 특히 나는 가장 먼저 임신하고 피터를 낳게 되는 바람에, 앤디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고생하는 걸 그저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거든. 뭐 그래도 임신하기 전까지는 함께 다녔지만」

「……그랬구나」

「응」

 지금 생각해 보니 쟌느는 트롯에서의 소동 이후로, 줄곧 폴카에 머물면서 피터를 낳고 키우고 있었구나.

 그 말은……직접 본 것들 중에 가장 큰 사건은 브레이크 코어 사건 정도였겠군.

「마스터 나이트와 싸웠다거나 악마와 싸웠다거나, 용사 언니의 나라에 붙잡혔다가 겨우 살아돌아왔다거나 라이더만 죽이고 살려둔 드래곤을 닥치게 했다든가 등등,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난 하나도 볼 수 없었어. 그저 전해듣기만 했을 뿐이지」

「저도 비슷해요. 마스터 나이트와 싸웠을 때는 옆에 있었지만요. 앤디 씨도 정말 너무해요. 임신해서 위험하답시고 폴카에 묶어놓고는, 자기만 위험한 곳에 가서 목숨을 걸고 싸우다니 저희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아요?」

「……응, 정말 미안해」

 물론 나로서도 그런 위험한 싸움에 끼어들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끼어들 수밖에 없었던 경우가 많아서 말이야. 하지만 이야기를 전해 듣는 그녀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걱정스럽고도 원망스러웠겠지.

「……그렇게나 위험한 싸움들을 모두 이겨왔다고? 이 평범한 인간이?」

「뭐 그러니까 지금 이 자리에 있겠지? ……농담이고 사실 싸우긴 했지만 내 힘으로 싸워서 이긴 적은 별로 없어. 대부분은 시간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는 몸부림일 뿐이었지」

「뭐야 그게」

 자세하게 설명하면 이야기가 훨씬 길어지지만, 종합하면 그렇게 된다.

 하지만, 쟌느와 셀렌, 그리고 피터를 안아들고 귀여워하던 안제로스는 그런 내 말이 매우 불만스러웠나 보다.

「앤디도 차암, 상대가 싸우고 살아남은 게 행운으로 여겨질 만한 괴물들 뿐이었는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무 겸손하시다니까요. 앤디 씨야 그래도 괜찮을지 모르지만 암컷 노예들이 괜히 이야기를 부풀리는 것처럼 보이잖습니까」

「앤디는 진정한 영웅이야. 내가 보증하지. 앤디는 강해서 대단한 게 아니라, 강하지 않은데도 그런 어려운 싸움에서 전부 살아남았고, 그저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라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잡아냈다는 점이 대단한 거야」

「아, 알았으니까 그 정도로 해 둬」

 격앙한 셋을 달랜다.

 셀렌이 어흠, 헛기침을 하고는.

「어쨌든. 앤디 씨는 드래곤, 북방 숲의 엘프, 렌 판가스, 트롯 왕가에게까지 인정받은 정말 대단한 분이랍니다. 순전히 착각이나 행운만으로 지금 자리에 올라온 게 아니란 말이죠」

「……꽤 많았을 거 같은데」

「앤디 씨는 조용히. 솔직히 앤디 씨는 지금까지 너무 겸손하셨어요」

「네에……」

 뭔가 불합리하다. 나 주인 맞지?

「그러다 보니 앤디 씨의 암컷 노예가 된다는 것은 비참하기는커녕, 오히려 크나큰 명예다 라고 생각하는 여자도 많답니다. 아이리나 님이나 페넬 씨들은, 정체된 숲에서 사는 것보다는 숲 밖으로 나와서 앤디 씨의 육변기로 살아가는 쪽이 훨씬 영광스럽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걔네들이 그런 말을 했다고? 아니 그 정도까지는 아닐 것 같은데. 설령 말했다 쳐도 아마 「파문당해서 쫓겨나도 영웅인 내 보호 아래서 암컷 노예들끼리 서로 돕고 살 수 있으니까 숲에서의 생활이나 사회적 지위에 딱히 얽매일 필요는 없다」 정도였겠지.

 그리고 암컷 노예는 그렇다쳐도 육변기는 좀 그렇지 않나? 암컷 노예나 육변기나 별 차이는 없을 지 몰라도, 역시 육변기가 영광스러워 보이지는 않는다.

「……으, 으음. 역시 뭔가 감이 안 잡히네……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니?」

「예, 물론이죠. 오히려 글로리아 씨처럼 확실히 고민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아요」

 뭐랄까 글로리아 씨는 지금까지 함께 여행해온 나와 이야기로 들어왔던 내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갈라티아가 흠칫흠칫 손을 들고는.

「나는……그게, 암컷 노예……가 되겠다고, 스스로 결정해서 따라왔는데……」

「아, 그럼 괜찮아요」

「목걸이 빨리 만들어 줘야겠네 앤디. 의식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

「어라……? 이, 이렇게나 쉽게……?」

 별다른 반대 없이 인정받자, 어안이 벙벙한 표정의 갈라티아.

「자, 잠깐 나는 안 되는데 얘는 된다고? 이래뵈도 라팔의 해적인데?」

「방금 전에 들었어요」

「중요한 건 앤디의 자지가 너무 좋아서 여기까지 따라온 거잖아? 고양이들과 별 차이 없으니 괜찮아」

「…………」

 이거 너무 호쾌하달까, 엉성하달까.

 뭐 갈라티아라도 잘 풀렸으니 다행이려나.

 일단은 갈라티아와 글로리아 씨에게도 마을을 안내하기로 했다.

 폴카 자체가 별로 넓지는 않아도, 남작 저택과 숲의 입구, 그리고 내가 틀어박히기 쉬운 술집이나 고양이 저택, 재키 씨의 공방 정도의 위치는 미리 알려 둬야지.

「갈라티아는 다른 암컷 노예들의 얼굴부터 익혀야겠지? 일단 술집과 옷 가게에 있는 엘프 여자는 네 암컷 노예 선배니까, 모르는 게 생기면 어느 쪽이든 물어보러 가면 돼. 그리고 글로리아 씨, 숲의 입구가 어딘지 알겠어요?」

「모르겠는데. 그리고 난 남방 출신이거든. 아무리 같은 엘프라고 해도 처음 와본 숲의 입구를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 그것도 그러네」

 뭐랄까 엘프의 숲은 구조가 다 비슷할 테니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지만, 듣고 보니 인간이라고 해서 처음 가본 성의 중심부를 한 번에 찾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때마침, 고트와 란츠가 우리 옆을 우연히 지나갔다.

「앗, 스마이슨 십인장」

「언제 돌아왔어요? 그보다는, 부탁했던 에로 그림책은 어디?」

「아, 그거―……아니 잠깐, 오랜만에 만나자마자 하는 말이 그거냐」

「오랜만입니다 십인장. 그리고, 부탁했던 에로 그림책은 어디?」

 이녀석들 한낮에, 그것도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있는 상관에게 너무 막나가는 거 아냐?

「그야 당연히 챙겨오긴 했지만 지금 갖고 있을 리가 없잖아! 밤에 술집으로 오라고!」

「라져」

「옛서」

 나보다도 에로 그림책이 더 중요하다는 듯이 경례하는 자위 브라더즈.

「……뭐야, 이 사람들도 내 팬?」

 그 때 글로리아 씨가 손을 들면서 끼어들었다.

「맞아요. 부족한 점 많은 부하들입니다만, 에로 그림책에 대한 사랑은 나보다도 대단하죠」

「흐응-. ……그럼, 이걸 줄게」

 글로리아 씨가 들고 있던 주머니에서 돌돌 말린 그림 두루마리 하나를 꺼내서는, 자위 브라더즈에게 넘겨 준다.

「지난 번에 갔던 섬에서 그렸던 갈라티아 쨩의 알몸이야」

「뭐라고요!?」

 갈라티아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하기야 눈앞의 처음 보는 남자가 자기 알몸이 그려진 그림을 보게 되면 누구나 똑같이 반응하겠지.

 그리고 그 그림 두루마리를 엄숙한 표정으로 펼친 란츠는, 고트와 함께 눈을 휘둥그레 떴다.

「신님!」

「신님이 오셨어!」

 그대로 글로리아 씨의 앞에 넙죽 엎드린다.

「엣, 아니 그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이 그림, 누님이 그리셨나요?!」

「그야말로 신의 걸작입니다!」

「……아, 아―……응. 맞아」

 곤란해 하면서도 딱히 싫지만은 않은 듯한 글로리아 씨.

 그건 그렇다 쳐도 너희들 미녀 엘프가 에로 그림을 그리는 게 이상하지도 않은 거야?

「우, 우우우우……」

 갈라티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내 등 뒤에 숨었다.

 ……글로리아 씨에게는 암컷 노예가 그려진 그림을 아무에게나 쉽게 넘겨주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겠다. 가능한 한 같은 사람이라는 게 들키지 않도록 변화를 준다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나도 그림의 본인도 기분이 꽤 나쁠 것 같으니까.

「이 마을은 내 고향이야. 조심해야 할 점이 몇 개 있는데, 잘 듣도록 해」

 변두리를 천천히 거닐면서, 갈라티아와 글로리아 씨에게 마을에서 조심해야 할 점을 다시금 설명한다.

「일단 이 마을에서 만나게 될 사람은 4종류로 나눌 수 있어. 하나는 말할 필요도 없이 암컷 노예. 모두 내 편이고 미인이면서 음란하지. 하긴 애시당초 아름다운 여자만 받아들였으니까 암컷 노예들의 수준이 높은 건 당연할지도」

「왜 갑자기 그런 자랑을 하는 건데?」

 글로리아 씨가 질린 표정으로 묻는다.

「아 이런, 이야기가 샜네. 지금 중요한 건 암컷 노예 선발 기준이 아니라, 어떻게 대하느냐 였지. ……암컷 노예인 여자들은 대부분 이런 목걸이를 항상 걸고 있으니까 그걸로 구분하면 돼. 그녀들은 모두 상냥하니까 어떻게 대할 지는 딱히 고민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야. 문제는 그 이외」

 나는 펼친 네 손가락 중 하나를 접었다.

「그 다음으로, 크로스보우대의 관계자. 나는 세레스타의 크로스보우대라는 부대 소속이었어. 이 부대는 세레스타 이외에서는 아마 거의 양산되지 않은 크로스보우라는 무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백인대야. 지금은 부대가 증설되서 2백명으로 늘어났지만, 아무튼 폴카에서 만나는 세레스타 남자들은 대부분 크로스보우대 관계자라고 생각하면 돼. 즉 내 전 동료들이지. ……이녀석들은 바보지만 착한 녀석들이고, 게다가 라이라들과도 서로 잘 알다보니 암컷 노예에게는 신사적으로 행동하는 편이야. 하지만, 술에 취하면 방금 전에 봤던 두 바보처럼 성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놈들도 있긴 해. 기회만 있으면 알몸을 가까이서 보면서 자위하려고 드는 곤란한 놈들이지. 놈들을 무작정 피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알고 봐도 불쾌할 지 모르니까 조심하도록 해. 그리고 혹시 에로한 얘기가 나오면 가능한 한 화제를 돌려 주면 좋겠어. 자기들은 독신인데 나만 암컷 노예를 많이 갖고 있다는 게 도저히 납득이 안 된답시고 별별 이야기를 떠들어대거든」

「귀찮은 놈들이네」

「뭐, 어쨌든……불쾌할 지도 모르지만 뿌리까지 썩은 사람들은 아니다, 라는 거지……?」

「응. 나쁜 놈들은 절대 아냐. 불쾌할 수는 있지만」

 저 녀석들과의 거리감은 실로 독특하다.

 서로 잘 아는 사이라 거리낌도 없고, 심지어는 취미도 엿보기와 에로 그림책 감상으로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암컷 노예를 빌려 주거나 빌려가거나,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다.

 아무리 내가 겉보기로는 터무니 없는 바람둥이라지만, 저 녀석들은 그나마 내가 암컷 노예를 많이 거느리게 된 것을 이해해 주는 편이다. 물론 질투는 하지만.

 다만, 지금까지 암컷 노예들을 빌려달라고 하지도 않았고 그녀들을 신사적으로 대해 왔으니까 「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냐」라는 녀석들의 요구를 무작정 무시하기도 좀 그렇다.

 암컷 노예들과의 농후한 성생활에 대한 기대나, 보여지든 말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 일부 여자들 때문에, 엿보기에 많은 기대를 거는 저녀석들을 탓할 수도 없다.

 아직 그 과정을 체험하지 못한 갈라티아나 글로리아 씨가, 그 미묘한 거리감을 이해하려면 시간이 다소 필요할지도 모른다.

「지금 폴카에는 3명밖에 없지만 최대 200명이 오는 경우도 있어. 아무튼, 저 녀석들은 어디까지나 내 짖궂은 친구 정도로만 알고 그에 맞게 대하면 될 거야. 아 하나 덧붙이자면, 내가 암컷 노예를 처음 받아들였을 무렵부터 지금까지 안제로스에게 무작정 결혼하자고 들이대는 괘씸한 놈도 있으니까 너무 방심하지는 말고」

「으, 응」

「어째서 안제로스 씨에게……」

「그녀석도 크로스보우대의 대원이었거든. 호위 보병으로」

 둘 다 내가 여건상 크로스보우대에서 나온 뒤에 알게 된 사이라 그런지, 그런 점을 쉽게 이해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랄까 갈라티아는 몰라도 글로리아 씨는 디아네 씨라는 신화 같은 영웅을 직접 만나지 못했으니까, 지금까지의 경위가 전혀 이해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되려나.

「4종류라고 했었지? 나머지 둘은?」

「하나는 폴카의 거주민. 모두 내가 어릴 적부터 알던 사람들이야. 아, 가끔씩 나더러 대장장이의 변태 아들네미가 여자를 잔뜩 데려와서 몹쓸 짓만 한다고 타박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들을 비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당신은 드래곤 라이더잖아? 그런데도 그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둔다고?」

「솔직히, 나는 이 마을의 모두가 나를 그렇게 대해주는 게 너무 기뻤거든. 15년 전에 돌아가신 주정뱅이에다 대장장이였던 아버지를 모두가 아직까지 기억해 주는 것도 고마운 데다가, 내가 변태 아들네미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니까. 게다가……그런 나를, 변태 꼬맹이였을 무렵에 대장장이 수행으로 이 마을에서 떠났던 나를……마을의 일원으로서 따뜻하게 받아준 모두를, 힘으로 억누르고 싶지는 않아」

「과연.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그래도 그거 당신은 괜찮을지 몰라도 당신 여자들은 불쾌할 것 같은데?」

「뭐 그것도 그렇긴 하지. 그래도 아무쪼록 잘 부탁할게. 아마 가끔씩 「암컷 노예 같은 건 관두고 착실한 삶으로 돌아오는 게 어떠냐」 등의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적당히 받아넘겨 줬으면 좋겠어」

 둘 다 이해가 잘 안 된다는 분위기였지만, 뭐 그 부분은 그녀들의 이해를 부탁할 수밖에 없다.

 사실은 나도, 마을 사람들에게 존경받으면서도 친하게 지내는 관계를 유지하고 싶었다.

 하지만 트롯의 가치관으로서는 이유가 어떻든 수많은 여자를 거느리면서 그 여자들이 임신하든 말든 마구잡이로 범하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보니, 저런 비난을 받아도 나로서는 그저 웃어넘길 수밖에 없다.

 가치관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니까.

 게다가 나는 암컷 노예들의 애정을 듬뿍 받고 있다. 그것만 지킬 수 있다면 변태든 기둥서방이든 뭐라고 불려도 상관없다.

 또한 선왕이 손을 써주겠다고 했으니, 머지않아 폴카에서도 일부다처제가 합법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엘프와 고양이들, 칼윈 사람들이 이쪽으로 이주해 오면, 가치관도 언젠가는 천천히 변해갈 것이다.

 그 무렵이 되면, 마을 사람들이 나를 보는 시선도 바뀔지도 모른다.

 ……물론 바뀌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마지막이 「그 밖」. 폴카의 거주민도, 암컷 노예도, 크로스보우대원도 아니지만, 나를 아는……사람도 아마 앞으로는 이 마을에 자주 찾아오게 될 거야. 북방 엘프령의 엘프는 이미 상당히 많은 수가 폴카에 살고 있고, 트롯의 높으신 분이나, 세레스타나 렌 판가스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들은 틀림없이, 폴카의 거주민과는 정반대로 나를 대영웅처럼 떠받들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말도 적당히 받아넘겨 줬으면 좋겠어. 나로서는 별 생각 없이 파견한 드래곤이 그쪽에서는 엄청난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내가 없는 곳에서 나에 대한 이야기가 제멋대로 퍼지는 경우도 많거든」

「그거도 꽤나 귀찮겠구만……」

「어쨌든, 중요한 건 상대가 같은 암컷 노예가 아니라면 나나 암컷 노예에 대한 주제는 적당히 받아넘길 것. 물론 노골적인 유혹도 자제했으면 좋겠어. 지금까지 들었으면 어느 정도 이해했겠지만, 나에 대한 평가가 사람마다 너무 다른 경우가 많다 보니 내 암컷 노예라고 밝혀도 괜히 시비만 걸릴 수도 있으니까. 너무 화려하게 움직이면 누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 수도 없고. 그러니까, 암컷 노예라는 걸 가능한 한 숨긴 채로, 어디까지나 폴카를 찾아온 어느 관광객 같은 느낌으로 행동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아」

「당신은 그래도 괜찮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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