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레이디·스왈로가 우리가 먹을 아침 식사를 든 일행과 함께 오자, 내 암컷 노예들이 알몸으로 맞으러 나갔다.
「아니, 굳이 다 벗고 나갈 필요는 없지 않아?」
「여자는 이미 충분하다는 걸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랍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드래곤 라이더이신 주인님의 충실한 성처리 노예로서 복종하고 있다……라는 걸 자랑할 기회이기도 하고요」
「내 생각에 그건 별로 자랑할 만한 게 아닌 거 같은데. 아니 뭐 오로라 너야 정말 자랑스럽겠지만」
「물론 앤디 씨는 옷을 입으셔야 합니다. 앤디 씨 혼자만 옷을 입으면 저희들의 노예다운 모습이 더욱 두드러질 테니까요♪」
「계속 이러면 나로서도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게 될 거 같은데……」
핑계.
즉 「너희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너무 당당하게 암컷 노예로 취급하면, 내 평판이 떨어져서 나만 손해 본다」라는 핑계.
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나, 내가 드래곤 라이더라는 것을 밝히지 않은 곳에서는 그녀들도 알아서 자제하지만, 모처럼 뭐든지 하겠다고 맹세한 암컷 노예이니만큼, 더욱 과격한 플레이를 하고 싶다……라는 그녀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때」 필요한 핑계.
하지만 핑계의 방향이 세상의 일반 상식과는 정반대다. 보통은 여자쪽에서 야한 걸 하고 싶지 않을 때 핑계를 대지, 야한 걸 하자고 달라붙는 여자를 상대로 남자가 「하고 싶지 않아서」 핑계를 대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차라리, 여기를 떠나기 전까지는 옷을 입지 않는 게 암컷 노예다운 취급이라고 주장할까나♪」
「아이리나 님, 그러면 주인님이 너무 곤란해지실 것 같습니다만……」
「말이야 그렇게 해도, 페넬 그대도 어젯밤에는 듬뿍 즐기지 않았나」
「그건……그랬지만, 그렇게나 많은 남성들의 흥분한 시선을 받은 건 처음인 데다가…… 그 시선을 받는 채로 주인님께 사랑받게 되니, 암컷 노예로서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맞아요오―☆ 알몸을 드러낸 쾌감과 절대 복종의 도취감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최강의 플레이였으니까☆」
「힐다는 너무 즐겼던 것 같다」
「루나 쨩도 즐기고 있었잖아―?」
「딱히……나는 앤디와 섹스할 수만 있다면 보는 사람이 있든 없든 별로 신경쓰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결국, 결국 모두 벌거벗은 채로, 어젯밤 야단법석을 떨었던 저택의 앞뜰로 우르르 몰려나간다. 물론 세 드래곤도.
레이디·스왈로와 식사를 가져온 그녀의 부하 여럿은, 그 광경을 보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침부터 저런 사치를 또 즐기나?」
「숨길 필요가 없어졌을 뿐이랍니다. 애시당초 우리들은, 언제 어디서든 주인님인 앤디 씨의 성욕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동행할 뿐인 암컷이니까요. 물론, 용을 타고 하늘을 나는 동안에도 모두 이런 차림으로 봉사하고 있답니다」
「……이건 뭐, 별로 잘생긴 것도 아닌 주제에 여자복만큼은 터무니 없는 녀석이었구만」
레이디의 그 혼잣말을 들었는지, 화가 불끈 난 듯한 에마가 나서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라이라가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아서 제지한다. 「잘생긴 것도 아니다」나 「터무니 없다」가 나에 대한 모욕처럼 들렸겠지.
하지만 뭐 실제로, 오로라의 말도 레이디가 기막혀 하는 것도 사실이다보니 뭐라 대답할 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아가씨들은 어제 춤추느라 지친 상태라서, 지금은 쉬고 있다. 그래도 꼭 하고 싶다면야……뭐 지금은 내가 시장(市長)이니, 다른 가정에서 모집해오도록 하지」
「……여자는 안 불러도 괜찮다는 걸 보여주려고 이렇게 한 건데」
「또 알몸으로 춤추는 걸 보면서 즐길 생각 아니었나?」
「어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지 딱히 노린 건 아니라고!?」
역시 어딘가 엇갈리는 것 같다.
아니, 뭐, 그것도 그럴려나. 이제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면서 아침부터 알몸이 된 여자 일행들을 당당하게 끌고 나오면, 이상 성욕으로 의심하는 게 보통이니까.
「어쨌든 아침 식사는 정말 고맙고, 뒤처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 말과 함께 레이디를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힐다 씨가 잠깐, 이라고 말하면서 손으로 막았다.
「거기 잠깐만. 식사 준비가 끝나면 돌아가도 괜찮지만 레이디, 당신은 좀 남아주세요」
「왜지? 설마 나도 벗겨서 즐기고 싶은 건가? 나는 지금 보이는 대로 늙고 뚱뚱해서, 벗겨놓고 즐겨봐야 당신들이나 나나 웃음거리가 될 뿐이니 그만둬줬으면 한다. 비록 겉모습은 이렇지만 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거든」
「왜 살이 그렇게까지 쪘는지 잠깐 진찰해보고 싶어서 그래」
「그저 많이 먹는 습관 때문에 찐 뿐이다. 게다가 쉽게 찌고 잘 빠지지 않는 체질이다보니, 젊을 적에도 이랬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찌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까. 이래뵈도 의사로 먹고 산지 400년이 넘어서, 다크 엘프의 몸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답니당」
「……그렇게나 오래 의사를 해왔으면서 왜 이런 변태 집단에……아니 잠깐, 이름이 힐다라고 했었나? 설마 탈크의 에로 악마가……」
「어라앙☆ 역시 의사를 오래 하다보니 나도 유명해졌나 보네에☆」
힐다 씨는 머나먼 남쪽에서도 자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는 게 무척 기쁜 듯하다.
「그야 직접 보는 건 지금이 처음이긴 해도,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많지는 않아도 탈크에도 아는 사람이 있으니까. 가끔씩 편지도 오고, 직접 찾아올 때도 있지」
「흐음, 그 아는 사람이 혹시 코스모스?」
「……당신도 아는 사람인가?」
「친구야☆」
「……당신이 이 변태 집단과 함께 다니는 것도 이해가 되는군」
아, 그렇군. 그러고 보니 코스모스 양도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했었구나…….
뭐 서로 자기가 사는 도시에서 나름 큰 세력을 구축한 만큼, 정보통을 겸한 연결고리를 만들어두자는 의미도 있겠지. 힐다 씨가 코스모스를 떠올린 것도 그렇게까지 이상한 비약은 아니다.
「뭐, 진찰은 해도 딱히 앤디 군에게 다 보여주면서 진찰할 생각은 없으니까 안심해☆ 그래서 말인데, 정말 미안해요 앤디 군, 자지 봉사는 다른 여자들에게 맡길게요☆」
「……뭐, 나야 괜찮지만요」
애시당초, 이른 아침부터 다시 난교를 벌일 생각도 없었으니까.
……덧붙여서 레이디가 가져온 아침 식사에는 닥터·오울이 보낸 바나나 한 무더기와, 오스카가 보낸 망고라는 이름의 동그랗고 새콤달콤한 과일이 섞여 있어서, 배고픈 암컷 노예들이 매우 기뻐했다.
「어이 스마이슨」
「응……? 아, 바우즈였구나」
유파가 먹을 아침 식사를 가지러 온 바우즈가, 아직도 알몸의 여자들이 모여 있는 현관 홀(역시 밖에서 먹는 건 내가 진정이 안 되서 안에서 먹자고 했다)를 보고는 표정을 굳힌다.
「아무리 그래도 옷은 입혀야 되지 않겠나? 이 저택에는 그대의 암컷 노예가 아닌 여자도 있다만」
「……응, 뭐, 그것도 그렇지만 내 암컷 노예들이 뭐랄까 이제야 겨우 암컷 노예가 된 것 같다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옷을 입으라고 하기가 조금 뭐해서 말이지」
「그대는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귀축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지금 내가 보기에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귀축이 되고 싶은」 것처럼 느껴진다만」
「아니 귀축이 되고 싶을 리가 없잖아!?」
「지금 그녀들을 멈추지 않으면, 그대가 직접 손을 댔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녀들이 그대라는 조교사에게 조교받은 결과 저렇게 되었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
「……여, 역시 그렇겠지?」
나도 어렴풋이 깨닫고는 있었다. 하지만 뭐 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의 에로를 생각해주는 게 기특한 나머지 일부러 눈을 감았을 뿐.
그래도 확실히, 베아트리스와 네이아가, 아직 올바른 상식을 완전히 익히지도 못했는데 나와 함께 다니면서 점점 암컷 노예로서의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다.
이제는 내가 먼저 제안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녀들의 분위기 자체가 「상식보다는 암컷 노예로서의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로 바뀌고 있으니까.
「……물론 그대의 생각에 간섭할 생각은 없다만, 그대가 그녀들의 주인이라면 적어도 그대가 하는 말에는 확실하게 복종하게 해야 한다. 지금의 그대는 여자들에게 너무 무르니까」
「화, 확실히 그렇군. 반성해야지」
「외부인이 보기에, 마약에 강제로 중독당해서 정신이 이상해진 아가씨들과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해서 상식을 무시하고 행동하는 그대의 여자들은 별다른 차이가 없다. 그냥 장난으로 즐기는 것 정도는 괜찮지만, 거기에 지나치게 빠진 나머지 판단력이 사라져 버리면 모두가 불행해진다」
「말씀대로입니다……」
확실히 나야 아름답고 음란한 여자들에게 주인님으로 떠받들리면서 봉사받으니까 즐겁긴 하지만, 적당히 말리지 않고 그냥 내버려 뒀다가는 암컷 노예들이 정신나간 여자들 취급을 받을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되는 건 조금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나를 따르기만 한 건데 정신나간 여자로 취급당하면, 아무리 수단과 이미지가 다르다 해도 나 또한 라비네스와 다를 게 없으니까.
「모두와 이야기해볼게……」
「그러도록」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하렘 상태에 충고할 수 있는 남자는 역시 드물고 귀중하다. 정말 고마워, 바우즈.
그리고, 알몸인 채로 돌아다니거나 먹고 마시거나 내 허리 앞에 무릎을 꿇고 자지를 핥으려는 암컷 노예들을 모두 불러모아서 둘러앉힌 다음, 방금 전에 바우즈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니까 이제는 적당히 조절하는 게 좋을 거 같아. 뭐 너희들에게야 지금이 평소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특이한 상황처럼 보이겠지만, 여기서 더 나가는 건 진짜로 위험해. 나야 모두가 이성과 상식을 갖추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내 말뜻을 오해하고는 엇나간 방향으로 더욱 나아가거나 수치심을 완전히 버려 버리는 아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나는 에로하고 귀여운 여자는 좋아하지만, 정신이 나간 여자까지 좋아할 자신은 없어」
「확실히 지금 이 상황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이 이상 나아가는 건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여자로서 소중한 걸 잃을 수는 없으니까요」
「……나로서는 만족이나 불만족에 대한 오로라의 기준이 전혀 이해 안 되는데?」
「흠. 안제로스는 불만인가? 사실 이몸은 정말 대담하다, 라고 생각하네만」
「따, 딱히 불만스러운 건 아니……지만」
「호. 자신이 없는 것 같군. ……뭐, 나야 이미 주인님의 기준에서는 충분히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드래곤의 수치심은 애시당초 사람의 그것과는 기준이 다르다. 앤디 님도 그 정도는 알고 계실 터. ……허나, 모두가 우리처럼 행동하면, 확실히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신나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 우리 콜로니는 어떻게 되는 거야? ……우물우물」
「루나 씨의 콜로니는 애시당초 상식 자체가 의미 없으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서, 네이아, 결국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거야? 더 이상 알몸으로 다니면 안 돼?」
덧붙여서 에마는 우리들의 대화를 얌전히 듣고 있었고, 페넬은 내 자지를 정성스럽게 빠는 중이라서 말을 할 수 없었다. 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안제로스와 오로라 등의 고참 노예와 씨족장인 아이리나의 눈치를 보느라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겠지만.
그리고 글로리아 씨는, 일어나자마자 캔버스에 뭔가를 그리느라 로비에 나오지 않았다. 어젯밤 잔치를 보면서 뭔가 영감이 솟아오른 걸까.
어쨌든 모두 「너무 지나쳤던 것 같다」 정도의 위화감을 느끼고 순순히 옷을 다시 입……는 분위기가 모처럼 만들어진 순간, 엘프의 뛰어난 청력으로 우리의 대화를 모두 들었는지 옆방에서 레이디를 진찰하던 힐다 씨가 돌아와서 말한다.
「무엇보다도, 모두 알몸이면 수치심이 줄어드니까요☆ 앤디 군이 유혹하면 유혹당한 아이만 알몸이 되는 게, 스릴감은 물론이고 더 흥분될 것 같지 않아☆?」
「과연, 역시 힐다 씨예요」
「일리 있네요……」
역시 오로라와 안제로스는 정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다.
앞으로는 이 둘 앞에서 너무 에로한 걸 하자고 유혹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이녀석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베아트리스와 네이아가 보고 배우면서 더욱 엇나갈 것 같으니까.
「그래서 힐다 씨, 레이디는 어땠어요?」
「으-응. 뭔가 저주병(呪病)에 걸려서 저렇게 된 것 같아」
「저주병(呪病)?!」
뭔가 무서운 말이 튀어나왔다. 뭐야 그건.
「그게 뭔데요?」
「어떤 종류의 악의가 쌓이고 또 쌓여서 만들어진 저주 같은 병.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치료하기에는 정말 성가시기도 하고. 완치되려면 최소 20년이 필요하니까. 물론 내가 직접 치료하면 다르겠지만」
「……그거 위험한 거 아닌가요?」
「글쎄, 별로 위험한 건 아니라는 게 또 골치아파용. 이런 저주병은, 오랫동안 괴롭히기 위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으니까. 생명에 딱히 이상은 없지만 생활이 매우 불편해지는 정도? 아마, 젊은 시절 어떤 사건에 휩쓸렸거나, 아니면 원한을 샀거나 등등……어쨌든 어떤 사악한 놈이 걸리게 했을 거라고 생각해」
「……마법을 능숙하게 다루는 다크 엘프가 지금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데다가……알아차려도 고치는데 20년이 걸리다니」
세상에는 무서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 도시라면 있음직하다는 생각도 든다.
탈크에서 봤듯이 마법은 그저 사소한 것에도, 예를 들면 요리를 맛있게 마무리할 때에도 쓰여질 수 있다. 그건 마법을 다룰 수 없는 종족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사치고, 무척 시시한 것에 소중한 재능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나름 납득이 가는 사용법이다.
하지만, 악덕과 악의가 지배하는 세계에서는, 다른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마법이 개발되기도 한다. 그건 끔찍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직접 치료하면 다르다, 는 건 힐다 씨라면 어떻게든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20년이 걸린다는 건 마법을 쓰지 않고 약으로만 치료할 경우고, 내 솜씨면 반년 정도면 충분할 거에용」
반년이라. 치료 기간이 대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우리가 여기에 그렇게까지 오래 머무를 수 없다는 게 문제다.
「……고칠 거죠?」
「물론. 하지만 이 세상에는, 나보다 훨씬 솜씨 좋은 의사가 있답니다앙?」
힐다 씨가 윙크.
……음. 그 말은…….
「폴카로 데려가자, 는 건가요?」
「맞아. 빠르면 1주일 안에 다 나을지도. 그 아이, 아직 노르 쨩이랑 비슷한 나이던데? 물론 닳고 닳은 아줌마 흉내를 내긴 했지만, 솔직히 어린 티가 났으니까」
듣고 보니 정말 대단하네.
노르 씨는 힐다 씨보다 어리고 디아네 씨보다는 나이가 많으니까……대략 300살 정도려나. 최소 400살이 넘은 느낌은 아니다. 만약 400살이 넘었다면 말할 때 자기도 모르게 나이를 신경쓰게 되니까.
……잠깐, 나이를 신경쓰는 기준을 크리스티로 설정해 버렸다.
힐다 씨도 나보다 젊어 보이고, 엘프와 다크 엘프의 경우에는 800세 정도가 되어야 인간의 30대 겉모습 정도로 늙다 보니, 힐다 씨든 노르 씨든 크리스티든 그렇게까지 노처녀 같은 느낌은 아니다. 그녀들에게는 너무 무례한 생각일지도 모르니 이쯤에서 멈출까나.
그리고, 그런 대화를 나누는 동안 무릎을 꿇은 채로 내 자지를 정성스럽게 핥고 빠는 페넬의 입놀림을 맛보면서, 내 사정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사고 속도가 점점 느려진다.
게다가 모두의 에로한 알몸까지 눈에 들어오자, 나는 레이디를 어떻게 치료할까에 대한 생각을 멈추고, 일단 페넬의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녀도 내가 곧 사정한다는 걸 알아차렸는지, 핥는 걸 멈추고 자지를 입 안에 넣은 다음, 숨을 참은 채로 얼굴을 앞뒤로 흔들면서 입 안 전체로 자지를 빨아올리기 시작했다. 물론 숨을 오래 참는 건 힘들었는지, 앞뒤로 여러 번 빨아올렸다가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른 다음 다시 빨아올리는 것을 반복하면서, 내 자지에 헌신적으로 봉사해 온다.
그녀의 성실함과 헌신이 느껴지는 펠라치오를 맛보자, 정복욕과 사정감이 동시에 채워진다. 하지만 정복욕과 사정감이 어느 정도 채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붙잡고는, 물건처럼 흔들면서 더 강한 쾌락을 요구해 버린다.
그리고 이 쾌락을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계속 맛보고 싶다. 하지만 결국 사정감을 억누르지 못한 나는, 페넬의 움직임이 느려진 순간 그녀의 머리를 자지에 밀어붙이면서……그 목구멍 너머에 있는 힘껏 사정했다. 정액 때문에 기도가 막힌 페넬이 격렬하게 기침하는 것과 동시에, 코에서도 정액이 뿜어져 나온다.
「우, 우왓……미, 미안해……」
「콜록, 크흣……콜록, 후헤에……!」
「어라. 앤디 군도 차암―」
「나, 나도 모르게 그만」
이건 내가 무조건 잘못한 거다. 게다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런 짓을 하다니.
하지만, 안제로스와 오로라, 라이라 등 몇몇은, 오히려 황홀한 표정으로 나와 페넬을 바라보고 있었다.
「……좋겠다―」
「저도 페넬 씨처럼 목을 거칠게 범해지고 싶어요……♪」
「호. 주인님도 저게 하고 싶었나. 내게 말만 했다면 얼마든지 하게 해줬을 텐데」
너희들 역시 위험해. 다른 아이들이 혹시나 보고 배우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뭐 나중에 지원자를 받아서 더 해볼까 라는 생각도 조금 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모두에게 옷을 입힌 다음, 레이디를 다시 현관 홀로 데리고 나간다.
「트롯으로 여행을? 말도 안 되는 소리. 이제야 겨우 정상으로 조금씩 되돌아가고 있는데, 시장인 내가 자리를 비울 수 있을 것 같나?」
역시 레이디는 그렇게 말했다.
몇 개월 전 도시의 실권을 손에 넣고 어떻게든 보다 살기 좋은 곳으로 바꾸려던 그녀의 노력을 생각하면, 저렇게 반응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대의 말에서는 각오가 느껴지지만, 희망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자신에 대한 절망감을 책임감으로 숨기는 것이, 마치 늙은 인간족 같군. 허나, 그 절망감을 언제까지나 계속 품고 있으면, 그대뿐만이 아니라 그대가 다스리는 이 도시도 불행해진다는 것을 새겨두도록」
라이라가 지적하자, 레이디가 벌레 씹은 듯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언제까지고 절망에 질 생각은 없지만……어차피 저항해도 소용 없겠지. 용의 힘으로 끌고 가면 되니까.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궁금할 뿐이다」
「왕복한다 해도, 기껏해야 10일. 그 정도는 그 오스카라는 남자나, 오울이라는 인간에게 도시를 맡겨도 괜찮을 터. 그대가 나이에 어울리는……건강한 다크 엘프 여성으로 되돌아오면, 그 어떤 정책보다도 이 도시의 재생의 상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약에 중독된 아가씨들이 제정신으로 돌아온 걸 보면, 그 영천이라는 게 확실히 효과는 있는 것 같더군. 허나……지금 당장 떠날 수는 없다」
「어차피 우리도 라팔로 가야만 한다. 돌아오는 길에 들러서 데려가도록 하지」
「……이런이런, 국외 여행을 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말이야」
이러니 저러니 해도, 라이라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
하지만……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그녀가 노르 씨와 비슷한 나이……라는 게.
지금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투실투실한 몸매에 화장을 떡칠한 중년 아줌마 그 자체였으니까.
다크 엘프는 종족 자체가 미남 미녀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지금의 레이디가 힐다 씨나 노르 씨처럼 아름다워진 모습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대체 누가 저주를 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결과 그녀는 헤아릴 수 없는 불이익을 받게 되었다. 그런 핸디캡이 있는 상태에서도 도시의 유력자 중 하나로 올라온 레이디의 근성도 대단하지만.
드디어 바다를 건너 라팔로 갈 때가 되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드래곤을 타고 이동하다보니, 지금보다 더워지는 것 말고는 딱히 별 차이는 없다. 만약 배를 타고 이동했다면, 파도에 흔들리면서 멀미 때문에 고생하거나 끈적끈적한 바닷바람 때문에 고생하거나 폭풍우에 휩쓸리지는 않을까 걱정하거나 등등 여러가지로 힘들었겠지만.
드래곤이라면 폭풍우는 먹구름이 시야에 들어온 이후라도 간단히 피할 수 있고, 뭣하면 먹구름보다 더 높이 날아서 폭풍우를 넘어가 버릴 수도 있다.
게다가 시타르에서 라팔은 배를 타고 가면 시간이 꽤나 오래 걸리지만, 드래곤을 타고 날아가면 몇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늦은 오후에 출발해도, 드래곤이 마음만 먹으면 저녁 쯤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모두 준비는 다 끝났어?」
「호. 어차피 여기에는 짐을 풀 만큼 오래 머물 예정도 아니었지 않나? 옷만 입으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다」
「아니 잠깐, 또 옷을 벗은 거야!? 대체 왜!?」
「호호, 미안하군, 지금 출발하자고 할 줄은 몰랐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지」
깜짝 놀랐다.
레이디·스왈로와 이야기하려고 모두에게 옷을 입혔는데, 잠깐 한 눈을 판 사이 또 벗어 버렸으니까.
어쨌든 어느새 알몸이 된 그녀들을 보고 머리를 감싸쥐자, 어느새 옷차림을 갖춘(그렇다기보다는 걸어가는 것도 아니라서, 평상복 위에 웃옷만 하나 더 걸쳤을 뿐이지만. 다른 모두도 비슷한 느낌이고) 힐다 씨가 가까운 방에서 얼굴을 내민다.
「벗는 것은 마차를 탄 다음에 해야죠오―☆」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모처럼 상식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 벗어 버리면 조금 그렇잖아요!」
「칼같이 부정할 수도 있지만 미묘하게 솔직한 점이 앤디 군다워서 선생님 너무 마음에 들어용」
아니 그야 마차에 타고 있을 동안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니까 그러죠. 그동안 지나치게 방종한 걸 반성한답시고 야한 걸 금지-하는 것도 아깝고 말이지. 솔직히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는 뭘 해도 상관 없잖아?
「그나저나 글로리아 씨는 어디 있어? 곧 이동할 건데 아직도 그리고 있으려나?」
라이라에게 묻는다. 라이라의 청력이라면 그녀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을 테니까.
「일단 붓을 움직이는 소리는 멈췄군」
「그럼 한 번 보러 가볼까나」
라이라와 둘이서 그녀의 아틀리에……가 아니라 머무르는 방으로 간다.
글로리아 씨는 어제 봤던 광경보다 훨씬 엄청난, 그야말로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집단 에로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어제 사람이 이렇게나 많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맞아. 이건 오히려 상상 속의 「절대 지배자의 연회」라는 느낌으로 그린 거야」
「절대 지배자라뇨?」
「임금님처럼, 아니 그보다도 훨씬 더 극단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제멋대로인 느낌?」
「현실의 임금님도, 그런 걸 제멋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만……」
실제로도, 임금님은 정부인과 첩을 수십 명씩 거느리긴 하지만, 후사를 이을 아이 만들기 목적이 아닌 그저 즐기기 위해서 첩을 맞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여자들에게도 친정과의 연결이나 그녀 자신의 자존심이 있으니까.
여러 여성과 합법적으로 아이 만들기 섹스를 할 수 있다, 라는 것만 놓고 보면 정말 대단해 보여도, 뭐 정력 문제도 있는 데다가, 어젯밤처럼 에로한 춤을 추는 여성들을 눈으로 즐기면서 다수의 여성들과 섹스하는 경우는, 아마 현실에서는 거의 없을 것이다. 최소한 트롯이나 세레스타나 렌 판가스에서는 절대로 무리.
오히려 탈크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더 높아보이지만, 가능성만 있다 뿐이지 남자 혼자서 여자 수십 명을 상대하는 사치스러운 에로 파티는 그저 한번의 자기만족을 위해서 엄청난 거금을 쏟아부어야 하다보니 역시 실제로 하는 사람은 없다. 아무런 의미 없이 처녀를 모아놓고는 알몸으로 음란한 춤을 추게 하는, 뭐랄까 정말 쓰레기 같은 짓을 시키는 사람이 있을 리 없……음, 그, 그게-그러니까.
내가 어제 그런 짓을 하고 있었네.
「에로 그림책으로 여러 쪽에 걸쳐서 그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꼭 그려보고 싶었어. 어제처럼 스케일이 아주 큰 시츄에이션을,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게 되서 다행이야」
글로리아 씨의 그림 안에서는, 화면에 미처 들어오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백여 명에 달하는 여성들이 성기가 노출된 야한 옷을 입은 채로 음란한 춤을 추고 있었고, 그 춤사위 한가운데에서는 「절대 지배자」에게 마구 범해진 여자들이 보지에서 정액을 흘려보내는 채로 기절해 있었으며, 그 「절대 지배자」는 어느 젊은 아가씨를 배면좌위로 격렬하게 범하고 있었다.
실로 하룻밤 안에 그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의 걸작이다.
「물론 이런 난교도 정말 좋지만, 독자로서는 한 여자와만의 에로스를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당신, 어제는 그 많은 관중들의 눈앞에서 여자 여럿을 아무렇지도 않게 범한 주제에 그림 취향은 다르네?」
「아무래도 자위할 때는 박력 있는 가슴이나 엉덩이를 봐야지 더 빨리 느끼는 데다가, 캐릭터가 이렇게나 작으면 유두나 표정을 구별하기가 어려우니까요……」
「아……그것도 그러네. 모처럼 에로한 그림을 그려도 자위할 때 도움이 되어야 쓸모가 있지. 어제 시츄에이션 자체는 정말 황홀할 정도로 좋았지만, 왠지 아깝네」
글로리아 씨가 붓대 끝을 깨물면서 팔짱을 낀다.
아니, 뭐 암컷 노예들과의 난교를 자주 즐기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조금 그렇긴 하지만, 둘이서만 하는 섹스도 나름 훌륭한 점이 있으니까.
「호. 허나, 어제의 그건 약과일 뿐이다. 도나 녀석의 콜로니에서는 어제보다도 훨씬 많은 여자들을 마음대로 범할 수 있으니까」
「……진짜로?」
이 도시에는 일단 일반 상식이라는 브레이크가 있지만, 고양이 콜로니는 그게 없다. 어른이든 아이든 모두 임신 OK라는, 그야말로 상식이 통하지 않는 에로 공간. 아마 밖에 나와서 알몸으로 춤춰달라고 내가 부탁하면, 모두 당연하다는 듯이 즐겁게 춤춰줄 것이다.
그렇게 보면, 거기는 그 어떤 왕후귀족도 따라할 수 없는 나만의 에로 파라다이스라고 볼 수 있겠지.
그렇달까 자기 개인의 취미로 저런 마을을 만든 게 알려졌다가는, 그 어떤 권력자라 해도 맹렬하게 비난받겠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나 그런 걸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구나.
「이미 몇번이나 들은 적이 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믿기지가 않네. 그런 콜로니가 존재한다는 것이 말이야」
「솔직히 나도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긴 해요」
그렇기는 해도, 거기 출신 고양이 수인 여럿이 폴카에 정착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것도 내게 임신당하는 것을 바라면서.
「물론 라팔도 기대되지만, 나는 그 고양이 수인 콜로니쪽이 훨씬 기대되네」
「그러고 보니 돌아오는 길에 시타르에 들르게 되면, 레이디도 거기로 데려가게 되려나……?」
「호. 바우즈 녀석에게 새 마약 환자를 옮기게 하는 김에, 그쪽 편에 태워서 폴카로 먼저 보내버리는 편이 더 좋을 것 같다만」
앞으로 이런 경우가 생길 때를 대비해서 미리 변명거리를 만들어 둬야 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들은 드디어 시타르에서 라팔을 향해 출발했다.
날씨는 그야말로 쾌청. 바닷바람도 시원해서 기분 좋고, 짙푸른 바다의 저 너머를 향해 날아가는 네 드래곤들의 모습은, 멀리서 보면 마치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막이랑 시타르도 더웠는데, 그보다 더 남쪽인 라팔로 가면 더 더워지겠지?」
안제로스가 바람으로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어딘가 곤란한 듯이 웃는다.
「그야 더 덥겠지. 그나저나 라팔도 꽤 덥던데, 그보다 남쪽은 더 덥겠지? 얼마나 더 더워지려나」
내가 문득 생긴 의문을 중얼거리자, 꼬마 라이라가 귓가에 나타나서는 호호호 웃는다.
「물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더 더워지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내려가다보면 다시 추워진다」
「그래?」
「호. 게다가, 육지가 오히려 더운 편이다. 바다는, 다소 남쪽으로 내려가도 육지만큼 더워지지는 않는다」
그런 라이라의 설명을 들으면서, 바다 저 너머에 펼쳐진 세계는 어떨지 상상해 본다.
남쪽. 남쪽의 끝에는, 과연 뭐가 있을까. 더워졌다가 다시 추워진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아니. 남쪽뿐만이 아니라, 남부 대평원, 동방 산지, 아피룸 반도. 서방 대륙.
나는 베아트리스와 글로리아 씨에게 「세계를 두루 돌아다녔다」라고 말했지만, 사실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데도 사정상 아직 못 가본 곳이 많이 남아 있다.
언젠가는 그곳들까지 돌아보는 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지?
어쩌면 내가 대장장이로서 제몫을 하게 되는 날이 먼저 찾아올지도 모른다. 아니, 제몫을 하게 되면 대장간 일 때문에 너무 바빠져서 여행을 떠나지 못하게 될지도.
「그건 그렇다치고―. 앤디 군, 나랑 야한 거 할래? 아니면 모두랑?」
점점 멀어지는 시타르의 해안을 홀린 듯이 바라보는 동안, 힐다 씨는 어느새 옷을 다 벗어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힐다 씨에게 지지 않겠다는듯이, 마차 안의 다른 아가씨들도 앞다퉈 옷을 벗으면서 가슴을 드러낸다.
나는 그녀들의 적극성과 음란함에 잠깐 기가 막힌 척 한 다음, 히죽 웃으면서 힐다 씨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사정은 어제 듬뿍 했으니까 오늘은 느긋하게 주무르거나 핥고 빨거나 비벼볼까요?」
「물론 그것도 환영이양☆」
「자, 잠깐, 나 아직 안 벗었는데 나부터 만질 생각이야!? 아, 알았으니까 잠깐만 기다려줘! 내가 알아서 벗을 테니까! 이대로는 옷에 주름진다고!?」
시작하는 김에 나는 일부러 조금 떨어져서 앉은 글로리아 씨를 가장 먼저 노렸고, 그녀의 미묘한 저항을 즐긴 다음, 여느 때처럼 달콤한 체취와 윤기가 흐르는 피부로 가득 찬 마차 안에서 쾌락으로 가득 찬 시간을 보냈다.
이윽고 해가 질 무렵, 힐다 씨가 네이아에게 내 자지를 교재 삼아서 파이즈리하는 요령을 한창 가르치고 있는데, 꼬마 라이라가 붉은 고래섬에 곧 도착한다고 알려 왔다.
「이런, 모두 슬슬 옷 입어요」
「딱히 이대로 내려가도 상관없지 않을까나?」
「이전에 이미 한 번, 우리들이 앤디 씨의 암컷 노예임을 해적들에게 보여줬으니까 괜찮을 것 같습니다만」
「그 때는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안 돼! 일단 안제로스랑 오로라는 입조심하고! 갖다 버린 상식 좀 다시 챙겨!」
안제로스와 오로라에게 경고한 다음, 착륙 태세를 갖춘 마차 안의 모두에게 옷을 입힌다.
그리고, 마침내 착륙.
「선장님-! 선장니임-! 드래곤이 떼로 몰려왔어요!」
「진정해라! 머지않아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었는데 벌써 까먹었냐!」
「그래도 지난번이랑은 다르게 이번에는 은빛이랑 까만 것까지 모두 4마리나 왔다구요!」
「검은 건 한 번 찾아왔을 텐데. ……잠깐, 4마리라고?」
모래 사장에 착륙하자, 동굴 안에서 테오 선장과 졸개 몇몇이 나타난다.
그 모습을 마부석의 창문으로 본 나는, 마차를 내려서 먼저 인사했한다.
「이거 오랜만이네. 혹시 마약 환자가 또 찾아오지는 않았어?」
「……네놈이 직접 올 줄은 몰랐다만」
선장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가(아마 딸이 휩쓸린 트러블이 떠올라서 그랬겠지만), 한숨을 내쉬면서 대답한다.
「몇 명 있었다. 라비네스의 고객 여럿이 마약을 사러 이 요새로 찾아왔지만, 자기가 직접 온 게 아니라 부하들을 보낸 경우도 있어서 말이지. 물론 찾아온 놈들은 모두 고깃밥으로 만들어 줬으나, 그놈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갈 수는 없었다. 당장 움직일 수 있는 전력이 한 척밖에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더군」
「과연」
「그런 마약 거래 및 노예 교역을 깔끔하게 없애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약의 금단증상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게 되면, 상품인 노예도 거추장스럽다면서 바다에 집어던지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런 사람들까지 구하는 건 불가능해」
「……그런 경우는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능력이 닿는 한은 모두 구하고 싶어」
「정말 무르군. 게다가, 만약 라비네스의 피해자를 모두 구해낸다 해도 마약 중독은 쉽게 고칠 수 있는 게 아니다」
「나도 알아」
결국, 지금 내 행동이 위선일 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하지만 그건 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드래곤은 신이 아냐. 드래곤을 거느렸다고 해서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난 그저, 내 눈앞에 더러운 것들이 어슬렁거리는 게 마음에 안 들어서 쓸어 버렸을 뿐이야」
「…………」
「물론, 협력해 주겠지, 선장?」
「그래, 협력해 주지」
테오 선장으로서는 도무지 끝이 안 보이는 일에 억지로 끌려들어간 느낌이려나. 하지만, 최소 몇 년 정도는 꾸준히 계속해야 의미가 있다.
마음에 안 들어도 이 섬을 그들에게 돌려준다는 조건으로 맺은 계약이니까, 끝까지 지켜주겠지.
어쨌든, 이런 긴장감이 느껴지는 대화를 나누는 동안, 라이라, 마이아, 에마가 인간체로 변신했다.
그리고 바우즈는.
「나는 여기까지 온 아가씨들을 파랄로 데려다 주고 오겠다. 여기서 내려줘도 그녀들이 파랄로 찾아가기는 힘들 테니까」
「아, 그것도 그러네」
그 많은 전 마약 환자들 중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몇 명.
이 라팔 제도로 돌아오는 것을 선택한 그녀들은, 수도 파랄에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로 결정한 것 같다.
아니면 원래 이 라팔 출신일지도 모르지. 다양한 지역을 돌아봤지만, 그런데도 굳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다시 시작하는 것을 선택한 여자들이다.
우리들이 이 나라에서 눌러앉아서 그녀들을 계속 지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결국 그녀들은 알아서 살아나가야 한다.
……어쩌면 쓸데없는 참견, 일지도 모른다. 우리들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그녀들이 다양한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줬지만, 마지막 목적지인 여기까지 온 그녀들은, 결국 고향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도, 그녀들이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빌어주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고 바우즈를 배웅하는 내 등 뒤로, 왠지 언짢은 듯한, 그런데도 소녀답게 높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어이」
「……?」
나는 뒤로 돌았다.
그곳에는 예상대로 갈라티아가 서 있었다.
해적답게 단순한 관두의와, 밝은 색 허리띠. 변함 없이 대충 정리된, 세 가닥으로 땋은 금발.
하지만 나름대로 멋을 부린 건지, 남쪽의 꽃 한 송이가, 고양이귀……아니 사자귀? 의 귓가에 꽂혀 있다. 옷차림 자체가 별로 화려하지는 않다 보니, 그 꽃이 더욱 돋보인다.
하지만, 그 꽃을 찾느라 늦게 나온 걸까 라는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오랜만이네」
「……야, 약속은?」
「물론 기억하고 있어. 나중에 줄게」
「……응」
갈라티아가 내 대답을 듣자 기쁜 듯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달려서 떠나갔다.
「이봐. ……약속이라니 대체 무슨 말이냐?」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테오 선장이 캐물었다.
「아, 그게 말이지―……응, 다음에 올 때 선물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거든」
그래. 이 정도 설명이면 충분하겠지?
「선물? 뭘 가져왔나?」
「……단순한 액세서리인데」
일단 그녀의 어머니의 목걸이를 녹여서 새로 만들었다는 건 말 안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액세서리라고……?」
잠깐, 선장 아저씨. 왜 갑자기 흥분하는 거야.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어째서 이 따위 남자에게……!」
아하, 그래서 열받은 거였구나…….
「허어, 정말 글러먹은 아버지로구나」
「딸 입장에서도 자신에게 너무 집착하는 아버지는 정말 성가십니다만」
아이리나와 오로라가 차가운 눈빛으로 테오 선장을 노려본다. 그 박력에 눌린 선장이 뒷걸음질친다.
「다, 다른 사람의 집안 사정에 끼어들지 마라! 엘프 따위가 뭘 안다고 끼어드느냐!」
「일단 그대가 훼방꾼이라는 건 잘 알겠군」
「그, 그럴 리가……!」
아이리나의 말을 듣고 풀이 죽어버리는 테오 선장. 그리고 자기보다 훨씬 거대한 남자의 심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비수를 박아넣는 아이리나에게서도 역시 100살을 넘긴 관록이 엿보인다.
하지만, 나는 테오 선장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내가 부모라도, 소중한 딸이 하렘을 끌고 돌아다니는 난봉꾼에게 빠져 버리면 엄청 열받았을 테니까.
갈라티아는 나와 동료들이 테오 선장에게 현재 상황을 보고받는 동안, 계속 뒤를 따라다녔다.
테오 선장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대놓고 달라붙을 수가 없어서, 그녀 나름대로는 몰래 따라다……닌다고 노력한 것 같지만, 눈에 안 띌래야 안 띌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어중간한 미행이, 오히려 테오 선장의 신경을 자극한 것 같다.
「……이봐, 갈라티아. 이놈을 너무 따라다니는 거 아니냐?」
「……흥」
「갈라티아!」
「아빠가 그 녀석보다 약하잖아」
「크읏……내, 내가 이놈보다 약하다고?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바다에서 허약한 남자 따위는 아무 짝에도 쓸모 없을 뿐이다」라고 말한 주제에. 이녀석에게 한 번 깨진 아빠가 어째서 그녀석보다 잘난 척 하는 건데」
「부모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어째서?」
「……어쨌든 다르다!」
테오 선장은 딸에게조차 밀리고 있었다.
해적단의 패기넘치는 두목으로서 지금까지 쌓아왔던 위엄이, 우리들을 만난 이후로는 날마다 무너져내리는 것 같다.
뭐랄까 정말 미안하다.
그리고 난 드래곤 라이더라서 권력이 강한 것뿐이지 힘은 평범한 인간 수준이라서 힘싸움으로는 상대가 안 되니까 제발 그만 좀 건드렸으면 좋겠다. 견디다 못한 테오 선장이 힘겨루기로 결판을 내자! 라고 나오면 정말 곤란해지니까.
「저기, 이 머리가 복슬복슬한 고양이 수인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그런 분위기를 못 읽은 베아트리스는, 어쩐지 이 테오 선장의 태도가 귀찮다……기보다, 마음에 안 든 것 같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누구에게나 험상궂은 그의 표정과 태도가, 베아트리스에게는 무의미한 위압으로 느껴진 듯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고양이 수인만 봐서, 사자 수인과 고양이 수인과의 차이를 모르는 것 같다. ……실은 나도 잘 모른다.
일단 내가 아는 건, 대부분 금발에 머리카락이 훨씬 풍성하고, 성격은 고양이 수인처럼 느긋하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보다는 의사표현이 명확하며, 격렬한 경우가 많다……랄까, 내가 지금까지 만난 사자 수인이 적은 탓에 특징을 많이 알아내지는 못했다.
「사자 수인이야 사자 수인. 고양이 수인과는 다른 종족이라고. 착각하면 크게 화를 내기도 하니까 조심해야 해」
「……어떻게 구별해야돼?」
「분위기로. 대부분 성격이 이렇거든」
내가 그렇게 단언하자, 베아트리스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 우리들의 대화를 더 이상 못 들어주겠던지 아이리나가 옆에서 끼어들었다.
「가장 구별하기 쉬운 점은 꼬리라네. 사자수인의 꼬리는 그 끄트머리에 털이 뭉친 것처럼 빽빽하게 돋아 있지」
「호오―……그 정도로?」
「뿐만 아니라 신체 능력도 차원이 다르지. 다릿심이 주로 발달하는 다른 수인 종족과 비교하면, 완력도 대단히 강하다네. 인간족 입장에서 보면 약점이 없어서 무서워보일지도 모르겠군」
「약점이 없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엘프처럼 몸이 연약한 것도 아니고, 고양이 수인처럼 성실성이나 완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다……심지어 마법 적성까지 인간보다 높은 경우도 많다네. 게다가 타고난 사냥꾼답게 감도 좋아서, 빈틈도 적지. 다만, 대부분 자존심이 지나치게 강하다보니 성향도 공격적인 경우가 많아서 정치에는 서투르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겠군」
「……말만 들으면 뭐랄까 인간보다 훨씬 번창했을 것 같은데, 지금까지 리스타 대기사장이랑 테오 선장을 빼면 본 적이 없어」
「역시 성격 문제가 큰 듯하군. 대륙 남부에는 사자 수인들이 세운 나라가 있다고 들은 적이 있긴 하네만, 인구가 얼마나 되는지, 또 어떤 경위로 나라가 세워졌는지는 이몸도 잘 모른다네」
사실, 완력이나 마법 능력 등의 강함을 따지면 인간 개개인은 정말 허약하고도 무능하다.
그런데도 대륙의 대부분을 인간이 세운 나라들이 다스리는 걸 보면, 역시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숫자와 단합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건 그렇다 쳐도, 라이라 당신, 어째서 이런 아저씨가 제멋대로 떠들게 내버려두는 거야? 이녀석, 아무리 봐도 당신에게는 한주먹거리도 안 될 것 같은데」
「다른 자의 말투가 어떻든 간섭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대화로 협력을 얻을 수만 있다면 귀찮지 않아서 좋고, 일이 있을 때마다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위협하면 쓸데없는 반감만 살 뿐이니까」
「비굴하네」
「나는 딱히 이곳을 지배하려는 게 아니다. 비굴함으로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 비굴해도 상관없다」
베아트리스는 상대가 누구든 뻣뻣하게 나서는 테오 선장의 태도가 마음에 안 드는 듯했지만, 뭐 여기 말을 모르면서 자기 하고 싶은 말만 떠들어대는 베아트리스도 다루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떠맡게 된 여자들에게는, 일단 마약을 줘서 진정시켰다」
테오 선장이 「요새」 중 하나에 임시로 모아둔 무기력한 여자들을 보여주면서 말하자, 힐다 씨가 우울한 표정을 짓는다.
「사실 마약은 당장이라도 끊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데……」
「어차피 기적의 샘으로 낫게 하면 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나?」
「마약은 뇌와 정신뿐만이 아니라, 몸에도 엄청나게 해로우니까. 일단 살아만 있으면 영천으로 낫게는 할 수 있겠지만, 마약 때문에 갑자기 죽어버리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금단 증상으로 날뛰기 시작한 여자를 돌보고 싶어하는 놈도 없지. 우리들로서는 그냥 약으로 얌전히 만드는 게 한계다」
「……응. 그것도 그러……네. 달리 좋은 방법이 없어요……」
힐다 씨가 한숨을 쉰다.
폴카로 가면 반드시 낫는다. 그러므로, 그때까지는 살기 위해서라도 마약을 써야 한다.
의사로서, 그런 단순하고도 잔혹한 도식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
「아무리 정상인이라도 일단 마약을 손에 넣게 되면, 이 마약이라는 게 그렇게나 좋은 건가 호기심이 생긴 나머지 시험삼아 써보다가 중독될 위험성도 높다네. 가능하다면 사용은 물론이고 보유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네만」
치료에 관여한 흰색 씨족의 장으로서 의견을 말하는 아이리나.
옷을 깔끔하게 갖춰입고 의견을 당당하게 개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차 안에서 알몸인 채로 난교를 즐기던 치녀 노예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 부하들 중에 그런 멍청이는 없을 것 같다만」
「조금 정도는 괜찮겠지, 내 의지로 억누를 수 있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미 마약에 중독된 거라네. 특히 마약에 대한 경각심도 준법 정신도 없는 젊은이들은, 마약의 유혹에 취약하지」
「……으, 으음」
「이 이상 스마이슨 님에게 빚을 지고 싶지 않으면, 부하들을 최대한 신경써서 관리하는 것이 좋을 걸세, 선장님」
아이리나가 작은 몸과 어려보이는 동안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지성을 무기삼아서, 내내 험상궂은 표정으로 압박해오던 테오 선장의 기세를 억누른다.
뭐 선장에게는 그게 가장 효과적이겠지. 선장으로서도 내게 빚을 더 이상 지기는 싫었을 테니까. 이미 굴욕을 충분히 맛보기도 했고.
그리고, 사무적인 대화가 끝나자, 우리들은 다음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일단은 바우즈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건 확정이지만, 여기서 며칠 쉰 다음 시타르로 돌아갈 것이냐, 아니면 지금 곧바로 시타르로 돌아갈 것이냐.
「딱히 지금 당장 돌아가야 할 정도로 급한 일도 없으니까, 느긋하게 쉬어 볼까?」
「찌는 듯이 무더운 데다가 험상궂은 남자 해적들이 득시글거리는 이 섬에서, 그렇게까지 오래 머무를 필요는 없을 것 같다만」
라이라가 말한 대로, 여기는 그늘 아래로 피해도 순식간에 땀투성이가 될 만큼 무덥다.
남방의 섬인데다가 한창 여름이니까 그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물론, 화룡답게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 라이라에게야 이 정도 더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우리들을 배려한 듯하다.
그래도 이국적인 남방의 섬들을 관광하려면, 여기를 거점으로 삼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조금 멀리 나가서 해수욕을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해적의 본거지인 이 근처라면, 모래사장이 펼쳐진 무인도도 많지 않을까나?」
안제로스가 그렇게 제안한다.
물론 수영이야 세레스타 남해안이나 내륙의 강에서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지만, 이 남방의 투명하고도 짙푸른 바다는, 왠지 모르게 헤엄치고 싶어지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무인도라면 여자들도 안심하고 옷을 벗을 수 있겠지.
아니 나만 득보는 건 아니라고? 옷을 입은 채로 수영하면 평소보다 빨리 지치니까, 이왕이면 벗는 게 좋지.
「저, 저기!」
그때, 갈라티아가 이제야 기회를 잡았다는 느낌으로 이야기에 끼어들었다.
아니 사실은, 테오 선장이 내게 미련이 남은 갈라티아를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했지만, 꼴사나운 부녀 싸움 끝에 결국 쫓겨나 버렸다.
「그게……나, 이 근처에서 해수욕하기 좋은 무인도나, 재미있는 유적 등등 가볼 만한 곳을 많이 알고 있거든! 그러니까 함께……」
「너 정말 마음에 안 드네. 추근대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
갑자기 베아트리스가 갈라티아를 견제한다.
……물론 말은 이렇게 했지만, 갈라티아는 칼윈어를 몰라서 베아트리스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녀가 주위의 사람들에게 눈빛으로 무슨 뜻인지 알려달라고 호소하자 네이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귓속말로 알려줬다.
당연히 갈라티아는 화를 냈다.
「이, 이녀석은 또 뭐야? 너한테 이야기한 거 아니거든?」
그리고, 이번에는 거꾸로 베아트리스가 못 알아들었기에, 에마가 한숨을 내쉬고는 베아트리스에게 귀엣말로 알려준다.
「나, 난……이, 이녀석의 암컷 노예야! 너보다는 이녀석에게 훨씬 사랑받고 있다고!」
통역을 사이에 둔 채로, 뭐랄까 굉장히 수준낮은 캣파이트가 시작되어 버렸다.
「나도, 아, 알몸 정도는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는데!?」
「헤에, 겨우 그 정도로 나한테 도전한 거야?」
「……므읏」
「암컷 노예는 이녀석에게 날마다 알몸을 보여주는데? 게다가……」
통역하는 네이아와 에마가 점점 힘겨워하는 게 보이자, 보다못한 나는 베아트리스의 머리를 손날로 쥐어박으면서 끼어들었다.
「넌 또 왜 갑자기 처음 만난 상대에게 그러는 건데. 암컷 노예가 주인보다 먼저 제멋대로 나서면 되겠어, 안 되겠어?」
「그, 그래도」
「그리고 넌 아직 정식 암컷 노예도 아니잖아」
「……우우―」
아무래도 베아트리스는 어떻게든 나와 가까워지고 싶어서 애쓰는 갈라티아를 보고는, 어딘가 본능적으로 라이벌 의식을 느껴 버린 것 같다.
다른 멤버들은 모두 쓰게 웃을 뿐.
「그럼, 어떻게 하실 건가요?」
오로라의 질문에, 나는 갈라티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
「뭐, 안내 정도는 부탁해도 괜찮지 않을까?」
……아무래도 이 붉은 고래섬에서는 액세서리, 갈라티아가 내게 새로 만들어달라고 했었던 유품을 넘겨주기 힘들 것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