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89화 -- >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면, 지금까지의 소란이 조금씩 가라앉으면서, 이미 엉망진창으로 취한 주정뱅이들이나 상대가 없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모두 집이나 여관을 찾아 들어간다.
상대가 없는 사람들은, 다음 기회를 기약하고 동성끼리 모여 마시면서「내년 정령제까지는 반드시 애인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이 이 근처에서는 일반적인 듯하다.
「왠지 쓸쓸할 것 같네요, 그거」
「그래도 나름 즐겁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앤디 군도 그러지 않았니?」
「밧슨 인근 지역은 여기처럼 정령제를 떠들썩하게 즐기지 않았으니까요……」
밧슨에서의 정령제는 자주 있는 경축일이라는 느낌이었을 뿐이지, 여기 탈크처럼 성적인 분위기는 전혀 없었다. 뭐 애시당초 깡촌에 가까운 밧슨에서는, 이런 전통 행사로 분위기를 띄우고 싶어도 문화적 기반이 없어서 무리지만.
이 축제에는 이런 행사를 한다, 라는 공통 인식, 그리고 대규모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자본과 노동력. 이런 것들은 깡촌이나 신도시에서는 거의 기대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탈크는 실로 정열이 넘치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이 마구 섹스한다는 걸 안다면, 괜히 각오를 다진답시고 달아오른 몸을 억누르면서 밤새도록 마시는 것보다야……그냥 빨리 자 버리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확실히 그 술자리의 화제도 거의 음란한 것들 뿐이긴 해―. 물론 앤디 군 말대로 마구 섹스하는 연인들도 있긴 하지만, 가족의 애정을 서로 확인하듯이 부드럽게 섹스하는 부부들도 있으니, 이 풍습도 그렇게까지 나쁜 건 아닐까나. 게다가 우정으로 섹스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지. 정령제의 이 풍습이 정령님에게 크나큰 감사를 바치고, 그 정령님이 감사를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을 돌봐주는 밤, 이라는 주장도 있어. 물론 정령님이 섹스에서 「좋은 결과」가 생기게 해 주시기를 기대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오늘 밤은 사람 사이의 다양한 인연이 서로 깊어지는 시간이니까☆」
「좋은 결과라면……」
「일반적으로는, 아이를 바라는 경우가 많죠오☆」
「……그런 말을 들으니, 즐거워야 할 밤이 조금 무겁게 느껴지네요」
「어라, 앤디 군은 임신시키면서 가 버리게 하는 걸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에?」
「물론 암컷 노예들을 임신시키는 건 좋아합니다만. ……섹스에 그런 기대가 포함되면, 즐거움과 쾌락을 듬뿍 맛보고 맛보여 주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내 신념에 어긋난다―, 는 것처럼 느껴져서요」
「딱히 앤디 군은 해오던 대로 섹스를 즐기면 되지 않을까나아☆ 여자 쪽도 임신하면 좋고 안되면 그만 정도로 조금 더 기대할 뿐인 데다가, 어차피 임신 여부는 곧바로 알 수 있는 게 아니기도 하고」
힐다 씨야 저렇게 말했지만, 역시 나로서는 아이를 만든다거나 아이를 갖고 싶다 등등 아이와 관련된 주제를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 본인이 알고 있는지는 몰라도, 힐다 씨가 아이 만들기에 매우 집착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도 하고.
물론 아이 만들기가 싫다는 건 아니다. 다만 섹스를 해도 놀이나 장난처럼 가볍게 받아들일 수가 없게 되는 게 문제랄까.
「무엇보다 말이지이―. 그 많은 여자들을 상대한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상대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야. 아버님도 아내는 10명이나 있지만, 하룻밤에 만족시킬 수 있는 건 마법을 쓴다 해도 너댓명 정도 뿐이라고?」
「그런가요?」
「그야 뭐, 앤디 군만큼 정력이 초 절륜한 게 아니다보니 아내들을 철저하게 휘어잡을 수 없어서, 정령제의 밤을 같이 보낼 멤버도 아내들이 제멋대로 결정해 버릴 정도지만. ……아, 저길 보렴」
힐다 씨가 손을 들어 가리킨다. ……멀리서 타오르는 횃불 너머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인다.
잠시 동안 시선을 집중시키자, 그게 아슈톤 대신과 몇몇 여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느낌은 거의 죄수가 끌려가는 것 같았지만.
「마음이 전혀 내키지 않는……건 아닌 것 같은데, 왠지 발걸음이 무거워보이네요」
「카밀라, 카산드라, 프리실라, 마르가리타……올해는 젊은 어머님들 위주구나. 아버님에게는 조금 중노동일지도」
「중노동이라니……」
노동, 이라는 말을 듣자 갑자기 힘든 것처럼 생각된다.
「앤디 군이야 상대하는 여자가 몇 명이든 엄청난 정력으로 자기가 주도하면서 즐기지만, 보통 침대 위에서는 주도권이 남성과 여성 중 수가 더 많은 쪽에게 넘어가거든. 아버님은 어느 쪽이냐면, 애시당초 밀어붙이기에 약하기도 하고 같은 침대 위에는 남자가 자기밖에 없다 보니 여자가 만족할 때까지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하다가, 결국 기절해서 아침을 맞이하는 쪽이지」
거스를 수 없는 여자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범해지면서 한계까지 쥐어짜이는 섹스라―.
상상해보면 미묘하게 부럽지 않다. 난 섹스할 때 서로의 자유와 의욕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니까.
「뭐, 그런 꼴을 당해도 다음날이면 멀쩡해져서 창관을 가거나 젊은 여자를 꼬시거나 하고 있으니 어머님들 입장에서는 속이 터지겠지만」
「강한 건지 약한 건지 쉽게 판단할 수가 없는 분이네요……」
명실공히 대신이라는 높으신 분인 것치고는, 가족들의 취급이 비교적 나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행실이 저러면 존경하기가 조금 꺼려질 테니까.
……나도 폴카에서 처음 보는 엘프 여자가 나타나면, 헬렐레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긴 하지만.
「여어 힐다. 그리고 휴먼」
그리고 카를로스 씨가 나타났다. 축제의 마지막 순찰이려나.
옆에 있던 낸시 씨가 카를로스 씨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쿡 찌른다.
「잠깐, 카를로스」
나를 「휴먼」이라고 부른 게 예의에 어긋나서 찌른 듯하다. 나야 뭐 별로 상관없지만.
옆구리를 찔린 카를로스 씨가 순간 아픈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입가를 억지로 끌어올리면서 다시 말한다.
「크읏……애, 앤디 군. 지금부터 할 건가?」
「아, 음……그게-그러니까」
「솔직하게 말해도 괜찮다」
낸시 씨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손가락으로 처음보는 제스쳐를 취한다.
아마 탈크 근처에서는 뭔가 야한 걸 의미하는 제스쳐려나. 나로서는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언니도 차암. 앤디 군이 그 손짓을 알 리가 없잖아요☆」
「아. ……미안하군, 나이든 이들만 아는 제스쳐를 써 버렸구나. 이렇게 양팔이 있다는 게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서 말이야. 나도 모르게 옛 습관이 나와 버렸군」
「벌써 반년 넘게 지나지 않았나요?」
「지금도 매일 아침마다 내 팔다리가 멀쩡한 것이 어색하게 느껴질 만큼, 팔다리가 없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 이게 내 팔다리가 맞나? 라고 말이지……」
낸시 씨가 쓴웃음을 짓는다. 어째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지자, 카를로스 씨가 다급하게 끼어들었다.
「어, 어쨌든 정령제 밤이니까! 코스모스 양들도 불렀으니, 틀림없이 화려하게 저지르겠지. 안심해, 이번에는 확실히 넓은 방을 준비했으니까. 매트도 많이 준비해뒀으니까 좋을대로 힘내보도록. 하지만 노르와 힐다 이외의 여동생에게는 손대지 말라고?」
「앗」
「앗, 은 또 뭐야. 물론 디아네는 지금 여기에 없으니까 제외하고」
「아니……그게 말이죠」
말이 막힌 나 대신, 힐다 씨가 가벼운 어조로 대답한다.
「이번엔 아마 미라 쨩들이 섞여들 거라고 생각해요옹―☆」
「뭐라고오!?」
「이벤트가 있었는지는 몰라도. 앤디 군이 마음에 든 것 같아☆」
「소중한 여동생들을 그렇게 적당한 느낌으로 이 빌어먹을 휴먼에게 바치는 것 좀 그만둬주면 안 되겠니 힐다!?」
「이번에는 내가 부추긴 거 아닌데」
「거짓말! 아니 어쨌든 힐다, 제발 부탁이니까 임신만은 하지 않도록 네가 확실히 신경써 줘」
「본인들의 의향을 최대한 존중할 테니 걱정 놓으세요오-☆ 랄까 자기 몸을 걱정하는 게 먼저 아닐까나 오라버니?」
「히, 힐다?」
「아무리 성격 좋은 언니라도 여동생을 먼저 걱정하면 토라진다고?☆」
정신이 번쩍 든 표정으로 낸시 씨를 돌아보는 카를로스 씨.
팔짱을 끼고 한쪽 눈을 감은 낸시 씨가, 확실히 조금 토라진 듯한 느낌으로 카를로스 씨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뭐 자기보다 여동생을 먼저 걱정했다고 해서 토라질 것 같은 사람으로는 안 보이지만.
「힐다가 말한 대로, 오늘 밤 정도는 나와의 아이 만들기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어」
「내, 낸시」
「물론 여동생을 신경쓰는 것도 좋은 마음가짐이지만, 그 아이들도 이미 어른이니까. 과도한 간섭은 오히려 불쾌하게 느껴질 뿐이고 말이지」
「그건……」
「이제 그만 보내주는 게 어때? 너도 나도 바쁘고, 그는 훨씬 더 바쁠 테니 말이야」
「……」
「너도 아이는 갖고 싶잖아, 카를로스?」
「그, 그야 당연히 갖고 싶……지만」
「모처럼 정령님이 돌봐주시는 밤인데, 지금 이런 곳에서 시간을 끄는 건 나와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은 걸로 생각해도 되겠지?」
낸시 씨가 정말 미안할 정도로 우리들을 배려해 준다.
결국 카를로스 씨가 굴복했다.
「……뭐, 그, 그 창녀들도 있으니까. 아무리 발정난 짐승 같은 휴먼이라도, 그 창녀들을 상대로는 여유부리지 못하겠지!? 하하하, 그래!」
「휴먼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커흑!?」
낸시 씨가 카를로스 씨의 옆구리를 다시 팔꿈치로 찌른 다음, 괴로워하는 카를로스 씨를 질질 끌고 사라진다.
「그럼, 우리도 시작해볼까요, 앤디 구운☆?」
「몇 명이나 있으려나……」
힐다 씨와 둘이서, 내게 준비된 넓은 방으로 통하는 복도를 걸어간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어 드릴게요―」
메이드장과 메이드 하나가 내게 주어진 방의 커다란 문에 손을 댄다.
알몸 에이프런으로.
「설마 그런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던 거에요……?」
「안심하시길. 이 건물은 원래 남성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으므로, 이 모습을 본 남성분은 전혀 없으니까요」
「대체 뭘 안심하라는 건지……그렇달까 아무리 같은 여성이라도 그런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요?」
「오늘 밤에는 연인이 없는 여자들끼리 모여서 탈의 포커를 치는 방도 있으니, 이 정도는 괜찮답니다」
「우와, 진짜요?」
「이봐요 앤디군, 알몸 여자는 이 문 너머가 훨씬 많답니다아☆」
순간 혹해서 고개를 돌렸다가 힐다 씨에게 목덜미를 붙잡힌 다음, 문 안으로 끌려들어간다.
두 메이드가 열어준 문 안에는, 과연 탈의 포커 따위는 순식간에 잊어버릴 만큼 화려한 여체의 낙원이 펼쳐져 있었다.
한쪽에는 안제로스, 아이리나, 오로라, 페넬, 네이아, 그리고 글로리아 씨의 흰색 엘프 여섯이.
그리고 그 반대쪽에는 그녀들에게 맞서듯이 미라 양, 시마 양, 루키노 양과 노르 씨, 그리고 코스모스 양과 이자벨 양이 도발적인 자세로 서 있었다.
……호오, 흰색 엘프 VS 다크 엘프인가?
그리고 루나는 흰색 여우 수인인 펠리시아 양과 찰싹 달라붙어 있었고, 베아트리스는 마르체 양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깐 마르체 양, 발레리 어 할 줄 아는 거야?
그리고 오거인 도미나 양은 라이라, 마이아, 에마와 함께 들여온 술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었다. 오거는 드워프와는 달리 폭음하는 종족은 아니지만, 그런데도 저렇게나 마시는 건 그녀의 천성이겠지.
너나할 것 없이 모두 창녀들이 입는 비쳐보이는 옷을 걸치고 입고 있다. 거의 알몸이나 다름없지만 아직 벗을 여지가 있는 취향은, 나도 이 며칠 동안 나도 모르게 알게 되었다.
「코스모스 본점의 출장 하렘 서비스, 지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
가장 먼저 코스모스 양이 그런 말을 하자, 익숙하지 않은 부끄러운 옷차림이 신경쓰이던지 두리번거리던 미라 양이 깜짝 놀랐다.
「앗, 이거 그런 거였나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레슬리 씨가 그냥 되는 대로 떠드는 거니까요」
라고 이자벨 씨가 말했지만, 같은 옷차림으로 태연히 섞여 있는 걸 보면 당신도 할 생각 만만인 것 같은데요?
「이야―, 낮에는 정말 조마조마했었지―. 우리 창녀들도 수치 플레이에는 나름 강한 아이가 꽤 많았지만, 저렇게 탁 트인 곳에 다 벗고 나간 경험이 있는 아이는 거의 없었으니까」
「허, 그랬어요?」
코스모스의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다들 당당해 보였는데 말이지.
하지만, 암컷 노예들과 달라붙어 있었던 마르체 양과 펠리시아 양은, 내 놀란 시선을 받자 살짝 부끄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창관 안에서는 항상 알몸이나 다름없이 지내긴 하지만―. 일반인들 앞에서 벗는 건 처음이었거든」
「섹스할 생각으로 창관에 찾아오는 남자들은 알몸을 보고 모두 기뻐할지언정, 싫어하거나 모욕하지는 않았으니까」
「맞아 맞아.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 시선으로 범해지는 건……과연 조금 부끄러웠달까나」
「나 혼자만 다 벗고 나가라는 말을 들었다면, 아마 못했을 것 같아」
「어, 그래? 그래도 난 했을 것 같아……혼자라―. 으, 상상만 해도 달아오르네」
「마르체는 정말로 대단하구나……」
뭐 일단 부끄러웠던 것 같다.
「이자벨 씨도?」
「물론 이자벨은 예외랍니다. 이래뵈도 경험이 정말 풍부하거든요. 오거의 잔치에서 알몸으로 접객한 적도 있었으니까요」
「아―, 그거 그립네. 그 해의 트라이던트는 정말 잘 나갔으니까-」
역시 그녀답다고 해야하나.
창녀들의 대화를 들은 다른 아가씨들도 새삼 부끄러워졌는지,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역시 부끄러웠지?」 「응, 엄청 부끄러웠어」 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호. 남자들의 흥분된 시선은 마음에 들긴 했다만」
「아무렇지도 않았다」
「……솔직히, 한 번 더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 드래곤은 그야말로 가지각색. 응. 라이라나 마이아는 그렇다쳐도, 에마에게는 미안한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살짝 신경 쓰여서, 문을 닫은 다음 가만히 서 있는 메이드장과 메이드에게도 시선을 보내자.
「문제 없습니다. 앞으로도 원하신다면 얼마든지 같은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저런 시추에이션도, 약간 상급자용이긴 하지만 메이드라면 누구나 바라던 것이니까요♪」
뭐야 이 사람들. 레벨이 너무 높잖아.
「그럼 일단 1회전을 마무리지어 볼까요. ……자 여러분, 보여 주세요♪」
코스모스 양이 그렇게 말하자, 바닥에 엎어놓거나 벽에 세워 놓거나 커텐 뒤에 숨기거나 등등, 각각 손이 미치는 곳에 있던 그림을 일제히 보여준다.
……아, 그러고 보니 이거 누가 가장 에로하게 그려졌는지 경쟁하는 승부였구나.
「……글로리아 씨까지」
「나, 낮에 거울을 써서 그린 거야」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거울로 알몸 자화상을 그리고 있었던 거에요!?」
나야 한창 섹스 중이다보니 주의가 그쪽에 쏠려 있어서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정말 굉장한 퍼포먼스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충 다 돌아본 결과.
「……일단 그림으로만 따지면 글로리아 씨가 가장 에로하네」
그랬다.
가능한 한 공정함을 유지하면서 봐도, 글로리아 씨의 그림이 가장 에로했던 것이다.
뭐니뭐니해도 포즈와 표현이 돋보인다. 가슴과 허리의 곡선도 표정도 정말 매혹적이었고, 진짜 알몸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는 피부의 질감(그림인데도 따뜻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보지 안이 얼마나 기분 좋을지 절로 상상하게 하는 그림이었다.
「치사해!」
「이건 암컷 노예와 창관 중 어느 쪽이 이긴 걸로 해야 되려나」
「자기 자신을 가장 에로하게 그리는 건 반칙 아닙니까?」
「아니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거 굉장하지 않아? 웬만해서는 자기 자신을 저렇게까지 에로하게 그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
당연히, 그림이 그려진 아가씨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야유한다.
그건 그렇다 쳐도, 여자들이 자기 알몸을 그린 그림을 들고 자기가 가장 에로하지 않냐고 유혹하는 모습은, 이건 이것대로 매우 재미있는 광경.
「……하지만, 모두 멋진 에로 그림이야. 할 수만 있으면 전부 갖고 가서 딸감으로 쓰고 싶을 정도로 말이지」
내가 그렇게 평가하자, 모두의 분위기가 바뀐다.
「……자위, 하려고?」
「그러면 안 되지 앤디. ……그림으로 흥분하는 건 괜찮다 해도, 앤디의 정액을 무의미하게 소모하는 건 우리가 용납 못해. 전부, 한 방울도 남김없이……마시거나. 보지로 받아서 임신하고 싶으니까」
그 말이, 무슨 신호가 된 것처럼……그녀들은 그림을 내려놓고, 내 솟아오른 가랑이에 시선을 집중시키면서, 자기들이 입은 얇은 옷을 스륵스륵 벗기 시작했다.
덧붙여서 아이리나는 알몸 그림을 그려지지 못했기 때문인지, 방 구석에 틀어박힌 채로 토라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