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73화 (74/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73화 -- >

글로리아 씨의 캐리커쳐 그리기가 어째선지 상연물 중 하나가 되어 버리자, 다른 사람들도 그저 아무 생각없이 축제를 즐기는 것보다는 뭔가 자기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하자, 라는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다재다능한 셀렌이나 테테스 나리스 등이 있었으면 몰라도, 이번에 나를 따라 온 여성들 중에서 공연으로 보여줄 만한 장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 딱히 없다는 게 문제였다.

「이런 걸 할 수 있긴 하지만, 그저 라이라의 능력을 훔쳐쓰는 것 뿐이니까」

안제로스가 가볍게 던져올린 나뭇조각을 순식간에 불태워 버리면서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니지」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확실히 굉장한 장기이긴 하지만, 그 능력을 준 라이라 앞에서 할 만한 재주는 아니다.

「용 중에서도 그대만큼 불을 작고, 정밀하게 다룰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만」

정작 그 라이라는 안제로스의 재주에 감탄한 것 같다.

「그래?」

「용은 불을 그렇게까지 정밀하게 다룰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체로 변신한 상태더라도 아주 빗나가지 않을 정도로만 다룰 수 있으면 충분하니까. 안제로스는 정말 묘한 부분에서 재주가 좋구나」

「불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게 되니까, 실제 생활에서도 불이 있으면 편할 것 같은 상황이 많이 보이더라고」

안제로스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렇달까,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든 응용해 보려고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

확실히 굉장하기는 하지만, 역시 종합적으로 보면 그다지 먹힐 만한 장기라고는 할 수 없다. 라이라의 존재를 공공연히 드러낼 수 없기도 하고.

「저도……딱히 이거다 라고 할 만한 건 참격파 밖에 없네요」

「그거 숨겨둔 장기로 취급해도 괜찮은 거야?」

「……고민되네요」

「아니 고민을 하면 안 되지. 그건 너무 위험하니까」

오로라도 장기라고 할 만한 건 딱히 없었다.

참격파를 장기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니까. 구경거리로 무턱대고 보여줄 만한 것도 아니고.

「오리지날 마법이라면,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네만」

「그것도 축제 때 보여줄 만한 건 아닐 것 같아」

「음……역시 목적이 다르려나」

아이리나의 마법도 축제와는 조금 알맞지 않은 것 같다. 축제 회장에 어울리는 건 그런 기술이나 이론의 자랑 같은 게 아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니까.

「페넬……은」

「다, 다크 엘프 여러분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만한 장기는 없습니다만」

「그것도 그러네」

잊기 쉽상이지만, 페넬은 지금까지 엘프가 전혀 없는 먼 지역으로 여행갔던 적이 전혀 없었다.

폴카에서야 내 암컷 노예로 생활하면서 익숙해졌다고 해도, 파문당하고 쫓겨난 글로리아 씨만큼 가치관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다크 엘프들 사이로 갑자기 내던져지는 건 무섭다」라는 감각이 아직 남아있는 것 같다.

「우리는……」

「네이아와 베아트리스는 애시당초 여기의 축제 분위기가 어떤지 전혀 모르잖아. 그렇달까 베아트리스는 여기 말 자체를 모르고」

「조, 조금은 할 수 있게 되었단 말이야! ……조금은」

「응 잘했어 대단해」

뭐 힘겨운 삶을 살아온 칼윈 출신 여성들도 논외.

……응. 이거 꽤 어렵다. 지금까지 신세를 많이 져 왔으니, 이런 곳에서 조금은 도움이 되어 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역시 나와 오로라가 무술 대회에라도 나가는 게 좋으려나……?」

안제로스가 중얼거린다. 역시 그게 그나마 괜찮을 것 같다, 라는 분위기가 되었지만, 옆에서 우리들의 토론을 지켜보던 낸시 씨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끼어들었다.

「억지로 그런 걸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의 장기 자랑을 보면서 박수를 쳐 주는게 더 좋을 것 같은데. 카를로스는 저래뵈도 너희들을 확실히 손님으로서 대하고 있으니까. 글로리아 양에게 그런 이야기를 한 건, 그녀에게도 이익이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일 테지」

「그건 그렇지만……일단 힐다 씨나 디아네 씨에게 손을 대 버린 건 사실이니까, 저도 가족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싶어서요」

「배려는 고맙지만, 무술 대회나 마법 시연회는 다른 곳에서 하고 있거든. 그런 걸 보고 싶은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쪽으로 가 버리지」

「아……그럼, 거기로 가면」

「하지만 거기도 아마추어들만의 대회라서 말이야. 에이스 나이트 정도의 실력자가 끼어들어가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나 싶은데」

「……아―」

과연. 내 여자들 중 전투능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일반적인 에이스 나이트보다 훨씬 강하니까……그런 자리에 끼어들기는 미안하군.

그렇다면……이번에는, 순순히 다른 사람의 장기 자랑을 즐기는 편이 좋으려나.

「반 년 뒤까지는 나름대로의 장기를 연습해둬야 되려나……」

「그러네요……생각해 보니, 저는 검술 말고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안제로스와 오로라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한다. 그렇게나 장기 자랑에 나가고 싶었던 걸까.

「그건 그렇다치고, 매제는 뭔가 자랑할 만한 장기 없나?」

「저는―……시간이 다소 필요한 섬세한 작업만이 제가 가진 유일한 재주입니다만」

생각해 보니, 나도 사람을 즐겁게 해 주는 재주는 없었구나.

「훗」

조금 떨어져서 이쪽을 지켜보던 카를로스 씨가 바보 취급하듯이 웃는다.

「역시 결국 단명종일 뿐이군 휴먼. 나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멋있는 마술부터 탭 댄스, 다트와 훌라후프 던지기에 탈크의 민요뿐만이 아니라 탈크의 전통 악기 연주는 물론, 누르면 사람을 마비시키거나 목소리가 뒤집혀 버리는 급소도 알고 있고, 복화술에 최면술에 완전 여장까지 등등 장기 자랑할 준비는 항상 완벽하게 갖춰두고 있다는 말씀!」

「여장이라고요!?」

「141년 전의 정령제에서 몰래 여장하고 손님을 접대한 적이 있었는데, 신사들에게 하룻밤을 함께 보내자는 유혹을 그 어느 여동생들보다도 많이 받았었지! 대단하지 않나!?」

탈크의 콜로니 리더라는 사람도 참 너무하구만. 내가 그 신사라면 자살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달까, 드문드문 유용한 스킬이 섞여 있는 거 같은데요……」

「……정말 그러네. 그런 특기를 갖고 있으면서 싸움에는 왜 그렇게 약한 건지 이해가 안 될 정도야」

낸시 씨가 쓴웃음을 짓는다.

아니, 진짜로 자기가 말한 것들을 전부 할 수 있는 거야? 이 사람 진짜로 약한 거 맞아?

「덧붙여서 급소 누르기는 내가 알려 줬어요오―☆」

「당신이 알려준 건가요!?」

카를로스 씨에게 그걸 가르쳐 준 건 아무래도 힐다 씨였던 모양이다. 그 말은 힐다 씨도 저 위험한 급소 공격을 할 수 있다는 뜻이겠구나.

……뭐, 힐다 씨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을 마법으로 무력화시킨다 해도 위화감이 전혀 없어서, 급소를 찔러서 상대를 마비시키든, 마법으로 마비시키든……의 차이는 별로 신경 쓰지 않을지도 모른다.

노르 씨와의 오랜만의 재회는 장기 자랑 소동 때문에 잊혀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침 식사가 끝난 뒤에 나와 힐다 씨, 글로리아 씨가 머무는 방으로 찾아왔다.

「방금 전에는 오라버니가 하도 시끄럽게 떠들어대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오랜만이야, 힐다 언니와 매제군♪」

「오랜만입니다」

「오늘 도착한다는 말은 들었지만……어디서 돌아온 건지는 몰라도, 아침 식사 전에 돌아오다니 빠르구나」

「쿠이카 쪽에 있었어. 거기서 빈둥거리다가, 정령제 시기가 다가온 게 떠올라서 초조해진 나머지, 비룡편을 또 빌려 버렸지♪」

「아버님도 차암, 노르에게 너무 무르게 대했다가, 다른 세력에게 꼬투리잡힐지도 모르는데」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비룡 기수는 나와 자기만 비룡에 탄 것이 기뻤던 모양이니까, 아버님께 불리한 소문은 나지 않을 거야」

확실히 비룡은 덩치가 작아서, 둘이서만 타게 될 경우 말에 탔을 때처럼 서로 몸을 밀착시켜야 한다.

앞으로도 여신님처럼 여겨지는 댄서인 노르 씨와 둘이서만 탈 수 있다면, 그야, 입을 함부로 놀려서 이런 기회를 잃어버리는 건 멍청한 행동이다……라고 생각해서 입을 조심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자기가 노르 씨와 둘이서만 비룡을 탔다고 떠들어댈지도 모르지만, 애시당초 그렇게 입이 가벼운 놈을 전령병으로 뽑아주지는 않을 테니까.

등등의 주제로 우리들은 노르 씨와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이 방 안의 사람들 중 한 명, 글로리아 씨만은 감격한 모습으로 노르 씨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보석나비……! 역시 진짜는 오라가 다르네……!」

「어라, 내 초상화를 본 적 있어? 여성 흰색 엘프가 내게 흥미를 가지다니 드문 일이네♪」

노르 씨가 킥킥 웃으면서 머리카락을 펼치고는, 가벼운 포즈를 취한다. 보통 여자가 하면 자의식 과잉이지만, 유명한 미녀가 하면 용서되는 행동이다.

「초, 초상화라고 해야 할까요, 동업자의 작품이라고 해야 할까요……아하하하」

「어라. 내가 주인공인 에로 그림책이 진짜로 있는 거야?」

「그야 당연히 있죠오―☆ 노르 쨩이야 그런 쪽에 흥미가 없어서 몰랐겠지만」

어색하게 웃는 글로리아 씨.

딱히 화가 난 것 같지는 않고 순수하게 관심이 생긴 듯한 노르 씨에게, 어느 정도 관련 지식이 있는 힐다 씨가 대신 설명해 준다.

「전에 섹스했던 남자들 중 하나가 에로 그림책을 그리던 사람이었나 보네. 기억은 안 나지만」

「그런 건 딱히 직접 누드나 섹스를 보지 않아도 상상만으로 그릴 수 있어용☆ 그렇지 않다면 공주님이나 귀족 영애가 주인공인 에로 그림책이 그렇게 많이 나올 수 없을 테니까. 뭐, 공주님의 하룻밤 상대가 에로 화가였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런 걸까나. 그래도 보지도 못한 놈이 내 유륜을 크게 그린다거나 그러면 매우 화날 것 같은데」

「맞아요, 그렇게 극단적으로 그리는 놈들이 꼭 있답니다. 나도 에로 그림책을 그리지만 나를 그렇게 그리면 절대로 용서 안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엘프를 그리면서 음모를 그리는 놈은 엘프의 알몸 본 적은 있냐고 묻고 싶네요」

「뭐 모든 에로 화가들이 모두 엘프의 알몸을 직접 보고 그리는 건 아닐 테니까요오☆」

「그래도, 적어도 하룻밤 정도는 같이 자 본 다음에 그리라고 말하고 싶어요」

「응―, 흰색 엘프와 하룻밤을 잘 수 있는 경우 자체가 적지 않아?」

섹시 업계에 종사하는 세 엘프 여성의 적나라한 이야기. 매우 흥미롭다.

……하지만, 그건 그렇다치고.

「이제 슬슬 나갈까 생각중이었습니다만, 노르 씨는 어떻게 할래요? 거리를 돌아볼 건데」

모처럼 정령제가 되기 며칠 전에 왔으니까.

이번 여행에서는 딱히 서둘러 처리해야만 하는 일도 없으니, 바야흐로 그동안에는 잠깐 들르고 바로 떠나야 했던 탈크를 느긋하게 즐길 기회. 그렇다면 일단 관광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엣, 매제군 나갈 거야? 모처럼 오랜만에 만났으니 일단 덮치는 게 예의 아닐까나?」

「진지한 표정으로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 매제군도 차암, 그렇게나 임신해라 임신해라 속삭여놓고, 다른 남자와는 섹스하지 마라―, 같은 명령까지 지키느라 욕구 불만인 이 누나-를 그냥 내버려둘 생각이었어? 외도네에?」

「아니, 딱히 그럴 생각은……그, 그래도 섹스는 보통 밤이 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어디까지나 노르 씨는 나와 섹스하기는 했어도 암컷 노예는 아니니만큼, 나름대로의 상식선을 지켜서 대응할 생각이었는데.

「아직 아침인데 밤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이야……? 정말 너무한 아이네에―. 이 누나는 매제군을 그런 아이로 키운 기억은 없는데 말이지」

「노르 씨에게 키워진 기억은 없는데요!」

노르 씨가 연기하듯이 고개를 숙이면서 슬픈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힐다 씨에 도움을 요청하려고 고개를 돌렸지만,

「이전에 헤어졌을 때에는 근성이 어쩌니 저쩌니 그렇게나 떠들었지만, 노르 쨩의 에로 텐션은 그때 그대로인 것 같네에☆」

「…………」

아―.

나는 같은 사람을 만나도 만날 때마다 텐션이 달라지지만, 이 사람은 상대를 한 번 깊이 받아들이면,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좋은 인상만 남는 타입인가보다―.

「……에, 저기……나 여기서 보고 있어도 돼요?」

「나는 상관없는데? 괜찮지, 매제군?」

「……예, 뭐」

흐름상 한 번 범하지 않으면 어디로도 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나는 노르 씨에게 흠칫흠칫 손을 뻗었다.

「……♪」

마치 고양이가 주인의 무릎 위에 올라가듯이, 노르 씨는 풍만한 가슴을 내 손에 비비면서, 내 품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