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63화 -- >
안제로스와 함께 시내로 나갔던 글로리아 씨가, 저녁쯤에 돌아왔다.
그리고는 한숨.
「하아……정말 자극적이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러는 걸까, 라고 생각하면서 안제로스를 바라보자, 그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쿠라베스나 하모니움 근처는, 분위기가 이렇게까지 난폭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뭐 확실히 세레스타 안에서는 치안이 좋은 편인 곳이기도 하고」
「분위기라니?」
「여기 분위기가 원래 좀 거칠잖아. 근처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것도 보고, 성전사 동맹이 돌아다니는 것도 봤거든」
「성전사 동맹이라면 발레리 연합의?」
「응. 그 하얀 갑옷의 사람들」
세레스타나 트롯의 나이트 클래스와 호각 이상의 실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소국 연합에서 엄선된 기사들. 하얀 갑옷이 트레이드 마크다.
그리고 실전을 치른 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들이 렌 네스트에 나타났다는 건…….
하필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 줄 테테스나 디아네 씨가 없는 게 아쉽다.
「버스터 경이 요청……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렌 판가스과 칼윈 사이로 드래곤 직통편이 다닌다는 건 발레리 연합도 잘 알 테니, 뒤늦게나마 그들을 끌어들여서, 마물령 평정 사업의 주도권을 손에 넣으려고 한 행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설 고마워, 오로라」
오로라가 설명해준다. 좋아 훌륭해, 라고 칭찬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자랑스러운듯이 가슴을 펴면서 눈을 감는다.
너무 사랑스럽다. 이럴 때의 오로라는, 혈통 좋은 애완견 같아.
「아니면, <드래곤까지도 연관된 이 사업을, 렌 판가스가 주도한다>는 것을 보여줘서 발레리 연합을 위압하는 것이 목적일지도 모른다네」
아이리나도 쓰다듬어지고 싶은지 옆으로 온다. 이쪽은 강아지 같은 느낌이려나.
하지만, 글로리아 씨는 「그게 아니라」라면서 제멋대로 납득한 우리들에게 태클을 걸었다.
「머맨이나 리자드맨이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정말 굉장하지 않아!? 어째서 머맨이 이런 곳에 있는 건데!?」
「……머맨도 있었어?」
「……응」
안제로스에게 확인차 물어보자 「그쪽이었나」라고 다시 쓴웃음을 짓는다.
나도 머맨은 본 적이 거의 없어서, 여기 렌 네스트에서 그들을 보면 깜짝 놀랐을지도 모른다. 왜냐면 렌 네스트는 물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도시니까.
「게다가 그런 처음 보는 종족이 뒤섞여서 패싸움을 벌이는 데다……그 패싸움을 한 방에 멈춰 버린 게 웬 오거라거나 등등, 마치 소설 같은 상황이었어」
「……오거라면」
「아넷트 대기사장이야……」
「……뭐 평소대로의 광경이군」
그렇달까 그 사람, 패싸움 말린답시고 너무 자주 출동하는 거 아냐. 아넷트 대기사장이 끼어들면 오히려 피해가 커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비록 변방이기는 해도 세레스타의 도시에서 살아왔고, 아인종의 도가니에서 화가 겸 창녀로 생계를 꾸려왔으니……이래뵈도 떠들썩한 것에는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뭐, 이 렌 네스트를 떠들썩하다는 말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어렵지」
나도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나름대로 많이 쌓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아넷트 대기사장의 폭주를 봤을 때에는 나도 내 눈을 의심했다.
드래곤과 디아네 씨, 보나파르트 경이 싸우는 모습까지 봤는데도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대단했으니까.
「그것말고도, 여기저기서 폭력 사태가 일상적인 것처럼 벌어지던데……정말 고마워, 안제로스 씨」
「뭐, 괜찮아. 그런 소동에는 익숙하니까」
「네가 솜씨를 보여야 할 만한 사태도 있었어?」
「응, 조금은. 그게, 우리들 엘프잖아. 엘프 여자라서 쉬워 보였는지, 무턱대고 들이대는 놈들을 골목 안에서, 이렇게」
공을 쥔 듯한 손모양으로 손목을 살짝 돌리는 안제로스. 검을 뽑을 것도 없이 맨손으로 정리해 버린 걸까.
「만약 건틀렛 나이트였다면, 보기만 해도 그런 양아치 따위는 알아서 도망쳤겠지. 겉모습으로 위협할 수 없다는 것도 참 성가시구만」
「건틀렛이라면 그럴지도―……여기서는 에이스 나이트 휘장을 달고 다녀도,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자체가 거의 없을 테니까」
특히나 안제로스는 작고 귀여우니만큼, 검이나 휘장을 달고 다녀도 애들 장난처럼 보이겠지. 그녀의 실제 전투력은 에이스 나이트를 크게 넘어서서 마스터 나이트급과도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정도로 강한데 말이야.
「오로라는 좋겠네……키도 크고, 전체적으로 공주님이라는 느낌의 인상이 강하니까, 나보다는 얕보이지 않을 것 같아」
「꼭 그런 건 아니랍니다. 고귀한 여자가 호신술을 익혀봐야 얼마나 제대로 익히겠어……라면서 덤비는 놈들도 많으니까요」
「신분 낮은 계집애라고 생각해서 덤비는 것보다는 주저할 것 같은데」
「……딱히 옷차림이 나쁜 것도 아니고, 행동이 천박한 것도 아닌데, 안제로스씨는 왜 그렇게까지 품격이 나오지 않는 걸까요」
「박력도 일종의 재능이라고 생각해……」
「나도 동감이야」
나는 안제로스의 풀죽은 듯한 말에 맞장구쳐줬다. 오로라가 저런 기품을 갖게 된 건 역시 존경받으면서 성장한 환경 덕분인 것 같으니까.
「주인님은 평소에는 보일 기회가 없을 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훌륭한 품격을 보여주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에마가 그렇게 말했지만, 그건 무리한 연기일 뿐이라니까. 그렇게까지 오래 계속할 수 있는 게 아냐.
아마 시비건 양아치에게 그런 허세를 부려도, 대체 이놈은 뭘 믿고 이렇게 잘난 척 하는 거냐, 라는 말을 들으면서 두들겨 맞겠지.
「그러고 보니, 헤르만이나 라이너는 원래부터 그런 위압감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아」
베아트리스가 이야기에 끼어든다.
「특히 헤르만은, 어렸을 때부터 섬뜩할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로 유명했다던데」
「아―……헤르만이라면, 안제로스에게 엉망진창으로 박살난 그녀석 말이지?」
「……당신이, 헤르만을 이겼다고? 그녀석, 네이아를 제외하면 용사들 중에서는 라이너 다음으로 강했는데」
베아트리스가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안제로스를 바라본다.
우리들이 헤르만을 이겼다는 사실이야 전해 들었겠지만, 안제로스와 헤르만이 싸웠을 무렵 베아트리스는 손목을 잘린 채로 기절해 있었으니까.
「뭐, 그 사람도 확실히 강하긴 했지만……나는 라이라에게서 이런 힘을, 빌렸으니까」
안제로스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그 손 위에 불덩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그건 또 뭐야……」
「드래곤 브레스. 마음만 먹으면 이 방 정도의 공간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 수도 있어. 물론 할 생각은 조금도 없지만」
「……그거, 너무 심한 거 아냐? 헤르만도 불로 태워서 이긴 거지?」
「뭐, 이거랑 격투가 반반……이려나」
「안제로스는 격투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았어. 아니 격투에서도 거의 일방적으로 압도했었지. 헤르만이 슈트 아머를 입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심한 핸디캡은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안제로스를 열심히 변호했지만, 베아트리스는 납득하지 못한 것 같다.
「당신 말야, 아무리 자기가 그 어떤 공격이라도 한번은 무효화시킬 수 있는 갑옷을 입었다 해도, 주위를 순식간에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는 놈과 정면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어떻게 생각해도 비겁하지 않아?」
「으-응……그런 말을 들어도 말이지」
아니, 그래도 말야―. 저런 상황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우라는 말을 들어도 말이지―. 그렇달까 지금 네가 낀 해왕기의 팔찌도 꽤나 치사한 아이템이라고 생각하는데.
등등, 그런 이야기를 하던 차에 네이아가 돌아왔다.
「지금 다녀왔습니다. ……헤르만에 대한 이야기인가요? 이거 우연이네요」
「우연이라니?」
「앞으로 헤르만의 신병을, 벨가 씨가 맡게 된 것 같아요. 아까, 버스터 님에게 들었습니다」
「벨가가!? 어째서 벨가가 헤르만을!?」
벨가는 칼윈 제압 작전에 참가하지도 않았고, 헤르만과 인연도 거의 없을 텐데.
하다못해 리스타 대기사장이라면 몰라도, 왜 벨가에게 맡긴 거지?
「아네트 씨가 서로 뭔가 닮은 점이 많으니까 괜찮지 않겠어? 라고 말하니 모두 납득했다고 해요」
「너무 엉성하잖아!」
그야 분위기는 확실히 비슷하지만!
그리고, 그걸 들은 안제로스가 이상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다.
「……그럼 혹시 방금 전에 본 게, 헤르만이었나」
「……에, 누구를, 봤다고?」
「갑옷 차림도 아니었고, 분위기도 꽤나 달랐지만……여기서는 드문 빡빡머리에, 인간치고는 묘하게 체격이 좋은 걸 보니 왠지 헤르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분위기가 그렇게나 달랐어?」
「아예 사람이 젊어진 것처럼 보였거든」
안제로스가 곤란하다는 듯한 어조로 말하자, 네이아와 베아트리스가 서로 마주본다.
「저기……안제로스 씨, 헤르만은, 사실 그렇게까지 늙지는 않았습니다만……」
「아마 올해로 20살일 거야. 나보다 5살 많거든」
「20살!?」
아니 어딜 어떻게 봐도 나보다 나이 많아 보였는데!?
「네이아가 행방불명되서 전력이 약화된 당시 칼윈의 입장에서는, 나이가 어리긴 해도 적임자가 있는데 폭염기 자리를 계승시키지 않고 빈 자리로 놔둘 수는 없었겠지. 그렇게나 강하니까 말이야」
「그, 그것도 그럴……려나?」
그러고 보면 선대 폭염기는, 네이아가 칼윈에 없는 동안 죽어서 헤르만이 폭염기가 된 거였구나. 확실히 전력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빈 자리로 놔둘 이유가 없기도 하고.
어쨌든 일이 그렇게 되자 묘하게 흥미가 생겨서, 칼윈 평정 작전에 참가했던 사람들끼리 헤르만 수색을 개시했다.
그렇달까, 물건이나 사람 찾는 건 역시 벡카 특무백인장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그에게 수색을 부탁하자, 30분도 채 되지 않아서 「정보와 비슷한 사람을 가까운 번화가에서 찾았다」라고 알려왔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도 너희들의 말 아니었으면 못 찾았을 거야……대체 누구야, 저건」
벡카 특무백인장을 시작으로, 네이아와 베아트리스, 안제로스와 오로라, 힐다 씨와 아이리나, 마이아, 루나, 그리고 나.
10명의 대인원이, 각각 건물 그림자나 수풀의 그늘, 나무통 뒤 등에 숨으면서 관찰한 헤르만은……처음 보는 여자와 데이트를 즐기고 있었다. 뭐랄까 유부녀인 듯한 분위기가 감도는 미녀와.
「하하하, 제 소개를 하자면, 벨가 씨의 제자 같은 위치에 있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지는 머나먼 시골에서 검술 수련에만 힘쓰는 나날을 보냈습니다만……정말로, 메리에 씨처럼 아름다운 숙녀분을 일찍 만났다면 검사 같은 건 안 되었을지도 몰라요! 그게, 군인이든 모험가든 칼을 쓰게 되면 좀처럼 어디 한 곳에 정착하기란 어렵잖습니까. 뭐, 물론 어딘가에 정착해서 하는 일도, 에 그게, 밭을 갈거나 철을 두드리거나 요리하는 것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요」
「어머나. 하지만 농민도 대단히 힘든 직업인데요? 더군다나 이 나라의 농민은, 자신이 경작할 수 있는 능력 안의 범위라면 얼마든지 경작할 수 있지만, 가을마다 쳐들어오는 마물의 대침공 때문에 전부 허사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답니다. 물론 그 이외의 시기에도 마물이 자주 나타나기도 하고요」
「하하하, 그래도 제가 살던 곳과 비교하면……」
「여기보다 더 살기 힘들다니 정말 엄청난 곳인가 보네요」
이상할 정도로 들뜬 헤르만의 소리는, 이전에 안제로스와 싸웠을 때 탁한 목소리로 말했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밝았다.
두 눈으로 직접 보긴 했지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대체……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모두 할 말을 잃은 채로 180º 달라진 헤르만을 바라보던 도중, 우리들의 등 뒤로 누군가가 소리없이 나타난 것을 감지한 마이아와 네이아가 재빨리 반응해서 고드름과 섬광검을 뽑아든다.
「잠깐 기다려라. 용사와 드래곤」
「……벨가 씨?」
변함없이 갑옷 차림에 무뚝뚝한 표정의 벨가는, 섬광검과 고드림이 급소 바로 앞에서 멈출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헤르만을 엿보던 중이었나. ……설마 흰색 씨족장님까지 계실 줄은. 좋은 취미라고는 할 수 없다만」
「므읏……」
「아,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만. 헤르만 원래 저런 캐릭터가 아니었는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벨가는 훗 코웃음쳤다.
「신생 칼윈의 수뇌부를 맡을 수 있는 인재라고 해서 데려온 것까지는 좋은데, 사고방식이 너무 이상한 나머지, 버스터 녀석도 더 이상은 감당할 수 없다고 하면서 내게 교육을 부탁하더군. 뭐 사람을 가르치는 게 딱히 싫은 건 아니라서, 받아들였지」
「……그런데, 어째서 저러고 있는 건가요? 버스터 경까지 포기한 걸 보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오래 맡기는 어려워 보입니다만」
「여자를 전혀 모르는 것 같더군. 그래서 오랜 친구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그것뿐이다」
「오랜 친구라니……저 여성분요?」
「이래뵈도, 나는 솜씨나 지위는 물론이고 돈도 상당히 많다. 페리오스는 저래뵈도 결벽해서 지금까지 동정이지만, 나 자신은 여자와 즐기는 걸 그렇게까지 싫어하지는 않는다. 사실 내가 별로 깊은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어도, 상대가 알아서 넘어오더군」
「우와, 갑자기 무슨 자랑을 시작하는 겁니까……이 아저씨는」
「닥쳐라 스마이슨. 네놈에게만큼은 여자 관계로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
헛기침.
「메리에는 그런 여자들 중 하나다. 뭐, 나로서는 가끔씩 몸을 겹치는 정도의 사이지만……이것도 인연이겠지. 앞날이 유망한 남자라고 소개하면서 동정떼기를 부탁했다만, 1주일이 지나도 저 모양이더군」
「아―……」
자신의 정부(情婦)나 다름없는 여자에게 동정 떼기를 부탁하다니.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그런 관계도 있구나.
「뭐, 메리에에게는 좋을 대로 해도 좋다고 했지만……저 애송이가 메리에의 진심을 얻는 건, 거의 불가능할 거다. 하지만, 그것도 좋은 경험이겠지」
「……너무 가혹한 거 아닌가요」
「좋은 여자를 꿈꾸는 건 좋지만, 언젠가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반드시 찾아온다. 그걸 겪으면서 진정한 남자가 되어가는 것이지」
벨가가 모든 걸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우리들에게 「이제 그냥 내버려둬라」라는 듯이 손짓하면서 사라진다.
……변함 없이 행복의 절정을 맛보는 헤르만을 한 번 더 바라본다.
강하게 살아라, 헤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