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62화 -- >
트롯 왕국 북쪽 끝에 위치한 마을 폴카에, 짧은 여름이 찾아왔다.
푸르게 빛나는 초원에 양떼들을 풀어놓은 목동들은 영천에서 한숨 돌리면서, 바뀌기 시작한 이 마을의 모습에 경탄하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아, 쟌느 씨. 오늘은 뭐가 필요하신가요?」
「바느질의 연습으로 아이용 스커트를 만들고 싶다는 거야. 적당한 가격에 좋은 게 있을까나?」
「바느질 연습이라……쟌느 씨는 손재주가 좋으니까 아마 바느질도 잘 하실 것 같습니다만」
「꿰매는 것 정도는 몇 번 한 적 있다는 거야. 하지만 처음부터 옷을 만들어본 적은 아직 없다는 거야. 베라 할머니가 가르쳐 준다고 하길래, 해 보기로 했다는 거야」
「아, 그 할머니가……그런데 스커트라뇨? 피터 군에게 입힐 겁니까?」
「엘레니어가 입을 거야. 게다가, 만드는 방법만 알면, 앤디 주위에서 생기는 옷의 수요는 자체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으니까」
「어른이 입는 것도 만드시려고요……? 대장장이가 아니라 재봉사가 되실 생각입니까?」
「거기까지 생각하는 건 아니야. 그래도, 할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셀렌과 애플이 교대로 아이를 대신 돌봐주는 덕분에, 시간도 충분히 있고 말이야. 기술을 배워보고 싶달까나」
「하아―……이거 저도 질 수 없겠군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쟌느와 오레가노가 사이 좋게 재고를 조사하면서 대화하는 모습을, 마침 재봉가게 옆을 지나가던 목동이 멍한 표정으로 응시한다.
「……이거……드워프와 엘프가 인간 마을에서 사이 좋게 수다떨고 있다니, 드문 걸 봤구만」
「아, 어서 오세요―.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대비해서 방수용 망토를 하나 마련하는 건 어떠세요? 값은 조금 비싸지만, 북방 숲에서 짜인 고급 옷감으로 만들어져서, 가볍고 부드러우면서도 방수성도 뛰어나답니다. 소나기가 쏟아져도 전혀 스며들지 않고, 열을 배출시키기 때문에 땀도 차지 않지요. 같은 재질의 모자도 있고요」
「아, 아니 그게……뭐랄까, 에-그게 최근에는 엘프가 만든 공예품도 구할 수 있다고는 듣고 있었는데……나 같은 목동에게 그런 걸 팔아도 괜찮은 거야?」
「실피드를 비롯한 대형 상회에는 따로 도매하고 있으니까 괜찮습니다. ……여기는 엘프의 직매소 같은 게 아니라, 현지 인간족의 평범한 가게이며, 저 또한 단순히 고용된 직원이니까요. 제값만 받을 수 있다면 손님을 가리지 않는답니다♪」
「과연……그건 그렇다 쳐도, 드워프와 친하게 지내는 엘프가 있을 줄은 몰라서 말이야」
「쟌느 씨는 가족이나 마찬가지니까요」
「가족……?」
목동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것도 당연하다. 일반적으로 엘프와 드워프는, 서로를 깔보고 무시하는 게 보통이니까.
「드워프와 친하게 지내는 엘프」라는 것 자체가 드물다. 뿐만 아니라 「가족」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다니, 그건 사과를 가리키면서 물고기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사태다.
「뭐 보통은 그럴려나. 특히 트롯은 인간 이외의 종족에 대한 편견이 강하니까」
「응―, 유감이네요……. 모두 사이 좋게 지내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고, 개인끼리 서로를 깊이 이해한다면, 종족의 사이가 좋건 나쁘건 아무 상관 없는데 말이죠」
「뭐, 나도 다른 사람에 대한 건 잘 모르지만. 라이라 언니와 앤디가 데려와 주지 않았다면, 엘프를 편견 때문에 이유없이 무시했을지도 모르겠다는 거야」
「그걸 생각해보면, 주인님이 숲에서 활약해 주시지 않았다면 저희는……」
「정말이지 앤디는 대단한 남자로구나」
암컷 노예끼리는, 자주 이렇게 앤디의 위대함을 확인하는 듯한 대화를 나눈다.
앤디 본인이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그 덕분에 환경이, 그리고 인생이 통째로 바뀌어 버린 사람은 대단히 많다.
특히 엘프령이 밖과 교류하기 시작한 것은, 확실히 앤디의 개입이 절대적인 계기였다. 영원히 하늘을 뒤덮는 것처럼 보였던 먹구름을 가르고 햇빛을 비쳐준 듯한 그 사건은, 그 자신이 어떻게 생각든, 북방 숲의 엘프들에게는 세계를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고 칭송하기에 적당한 공적이다.
그런 위인과 친해질 수 있는 건, 엘프들에게는 신화에 직접 발을 내딛은 것과 같은 것이었으며, 앤디의 훌륭함을 이야기하면서 그를 자랑스러워 했고, 다른 암컷 노예 또한 그걸 들으면서 그를 사모하는 기분을 새로이 한다.
어쩌면 마치 자위 같아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감정을 공유하면서 암컷 노예들 사이의 결속은 강해지고 있었다.
그에 따라 그녀들 암컷 노예들 사이의 의식이, 폴카 주민이나 외래인, 그리고 앤디 자신의 의식과 상당히 괴리되기 시작했지만, 애시당초 다른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암컷 노예라는 직함은, 그 괴리가 얼마나 넓고 깊어진다 해도 자기들 사이에서는 딱히 별 문제 없이 받아들여 버린다.
덕분에, 폴카에서는 앤디가 자리를 비운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앤디에 심취해서, 상식 밖의 행위에 대한 저항이 사라지는 아가씨가 늘어가는……일부의 말에 따르면 「암컷 노예로서의 조교가 진행된다」라는, 이해하기 어려운 경향이 계속 강해지고 있었다.
남작 저택.
「…………」
「……저, 저기……셀렌? 에, 그러니까……최근에 뭐랄까, 변하지……않았어?」
「…………응―」
피터를 돌보던 애플은, 옆에서 엘레니어를 돌보는 셀렌의 이상한 시선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었다.
최근, 셀렌이 애플을 진지한 얼굴로 가만히 응시한다……기보다는 관찰한다, 라는 표현이 적당하달까. 어쨌든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는 때가 많아지고 있었다.
셀렌과 상당히 오랫동안 함께 해 온 애플이니만큼, 셀렌이 사실 매우 솔직한 성격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다른 사람을 현혹시키는 기술도 화술도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셀렌은 평상시에 그런 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싫어하는 상대에게서는 처음부터 거리를 벌리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상대 본인 앞에서 숨김없이 말한다. 극히 일부의 동료 이외의 사람은 철저히 무시한다……랄까, 「이 상대에게는 더 이상 노력을 할애할 필요가 없다」라는 결단이 빠르다. 하프 엘프라서 인간과 엘프 양쪽 모두에게 시달려 왔기 때문인지, 친분을 맺을 가치가 있는 상대와 일, 같은 걸 구분하는 것에는 대단히 뛰어나다.
사교적인 인사치레처럼 솔직함이 부족한 부분은 철저히 생략한다.
그렇다고 예의범절을 모르는 건 아니라서, 필요하다면 모든 작법을 완벽하게 구사하지만, 필요없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무시한다.
그러니까, 그녀가 애플을 가만히 응시하는 건, 아무 의미 없이 어떤 말도 하기 싫어서, 일 가능성은 일단 0%다.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짚이는 곳이 없다.
여느 때처럼 피터는 애플의 유두를 빨면서 까르르르 만족하고 있지만, 피터가 원인은 아닐 것이다. 셀렌이 애플을 지금 같은 표정으로 바라보게 된 것은 며칠 전부터였으니까.
하지만, 셀렌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이렇게까지 셀렌이 확실치 않은 태도를 취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혹시 뭔가……잘은 모르지만 심각한 걸 의심하는 건 아닐까, 라고 애플은 불안해졌다.
셀렌 자신도 엘레니어에게 젖을 먹이면서 무표정하게 「응―……」신음소리를 내고 있다가, 시선을 살짝 돌리고는 중얼거리듯이 말한다.
「애플. ……옛날에 말야, 앤디 씨와 음란한 걸 했을 때에는……다양한 곳에서 했었지?」
「에? 으, 응……그랬……었, 을지도?」
애플은 셀렌이 갑자기 꺼낸 이야기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해서, 애매하게 대답했다.
「사냥꾼 오두막 말고도, 온천 뒤쪽이라거나, 숲의 수풀 등등……잘 생각해보니까, 그런 곳에서 했는데, 잘도 안 들켰네. 자칫 잘못하면 앤디 씨의 자지 빠는 모습을,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들켰을지도」
「에, 하지만 그 무렵에는 셀렌도 다 나았으니까, 마법으로 잘 숨겨줬……」
「…………」
「셀렌?」
셀렌이 다시 애플의 얼굴을 바라본다.
그리고, 잠시 뒤.
「……애플. ……너, 기억……돌아왔지? 어째서 그걸, 계속 숨기는 거야?」
「!?」
애플의 몸이 굳는다. 팔에 껴안긴 피터가 가슴에 꽈악 눌리면서, 응흐읏, 이상한 소리를 낸다.
뒤늦게 그걸 알아차리고 당황하면서 팔의 힘을 뺐지만, 다행스럽게도 피터는 딱히 울어젖히지도 않고……아니, 「거유를 얼굴 전체로 만끽!? 이렇게 즐길 수도 있단 말인가!」라고 뒤늦게 알아차린 듯한 표정으로, 얼굴을 전력으로 가슴에 밀어붙이면서, 응흐읏, 이상한 소리를 냈다.
「뭐, 뭐하는 거니 피터 군」
「애플. ……더는 나를 속이지 말아줘. 기억……언제, 돌아왔어?」
「…………」
애플은 작게 탄식했다.
「……그렇게까지, 오래 전은 아냐. 앤디 씨와 칼윈 왕국에서 함께 있는 동안……응-아니, 그보다 조금 전부터, 왠지 흐릿하게……아, 뭔가 이상한 기분, 이 드는 때가 있었어.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고 사라지는, 그런 느낌」
「……그게, 칼윈에서?」
「……응」
애플이 고개를 끄덕인다.
「모두 포기해 버릴 것 같은 때에, 앤디 씨 흉내를 내야만 했을 때가 있었어. ……앤디 씨를 흉내내서, 모두를 격려하려고……그 때, 앤디 씨가 뭐라고 말했는지 떠올리려고, 열심히 생각하다보니……앤디 씨의 어렸을 때 모습도 문득 떠오르더라」
「……어째서, 지금까지 얘기 안 한 거야?」
「나도 확신이 없었어. 그게 진짜 기억인지, 아니면 망상일 뿐인지……대략적인 부분은 셀렌에게서 듣기도 했으니, 그 들은 걸 바탕으로 나 스스로 기억을 날조해 버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거든」
하지만, 이라고 애플은 말을 잇는다. 가슴에 얼굴을 힘껏 밀어붙이고는, 가슴을 만끽하는 새 방법을 마음껏 시험하는 피터를 보고 쓴웃음을 띄우면서, 그 머리를 쓰다듬는다.
「점점, 기억이 뚜렷해지더라……들었던 적이 없었던 기억이라거나, 앞뒤의 연결이라거나……그런 것들도 되살아났지. 어째서일까, 라고 생각했어. 나는 앤디 씨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지만, 그런데도 앤디 씨는 내가 기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를 갖고 싶다고 말해 줬어……나는 새로운 나로서 앤디 씨를 다시 좋아하게 된다. 그렇게 다짐했는데, 왜 이제 와서 그런 옛 기억이 다시 떠오르는 걸까, 무서웠지」
「……그건, 틀림없이……」
셀렌은, 이야기하려 했다.
그건 틀림없이, 애플이 마음속으로는 앤디를 완전히 좋아하게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라고.
셀렌이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결정한 이상, 애플은 셀렌의 뒤를 따라, 그녀와 함께 앤디의 암컷 노예가 되서……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사실 애플에게는, 선택의 여지 자체가 없었다.
암컷 노예가 된 건, 앤디에게 품었던 사랑의 잔재가 반응했던 것도 있지만, 그 각오를 결정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애플은 옛날에 앤디의 암컷 노예가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그걸 한 번 더 결의했을 뿐이었다.
앤디의 어린 시절은 솔직히, 장점이 별로 없는 아이였다. 그런데도 그런 꼬맹이에게 의존하는 미래도를 상상하면, 그건 그것대로 행복한 광경이 떠오른다. 부평초와 다름없는 하프 엘프에게는 충분한 행복이.
그걸 다시 한 번 인식하고 받아들인 것이, 암컷 노예로서의 계약이며……애플을 정성스러운 봉사로 몰아낸 것이었다.
하지만, 애플이 그와 극한 고난의 여행에 함께하고,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하면서, 앤디의 강함과 장점을 진심으로 인정했을 때……틀림없이 그때까지는 애플에게 꿈처럼만 느껴져서 실감을 가질 수 없었던 기억이, 마침내 연결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셀렌은 그걸 설명하려고 했다가, 그만둔다.
자기가 생각해도 촌스럽기 때문이다. 「왜 네가 상대를 사랑하는 건가」를,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해설하는 건.
「……그거, 앤디 씨에게 이야기하면, 지금보다도 더 소중히 아껴 주지 않을까나」
「……그러면 내가 뭔가 이중적이 된 것 같아서, 납득하지 못할 것 같아. 새로이 앤디 씨를 좋아하게 된 마음과, 옛날 앤디 씨에게 집착했었던 기분과……어느 쪽도 강하지만, 어딘가 서로 맞물리지 않는 것 같아서 말이지. ……같은 사람을 사랑하는데, 이유가 다른 「사랑」이, 독립한 채로 동거하는……느낌을, 이해할 수 있겠니?」
「……미안, 어려울지도」
상상은 할 수 있지만, 공감은 어렵다. 한 명의 인간 안에서, 서로 괴리된 두 가지의, 매우 비슷한 기분.
지금까지 애플은, 남몰래 그런 기분을 품어 온 것이었다.
「……그래도 셀렌은, 내가 이상하다는 걸 잘도 알아차렸네」
「응―……뭐랄까 돌아오고 나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다, 고 생각했을 뿐이야. 그렇게나 힘든 여행이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어느 쪽인지 알 수 없어서, 계속 고민하고 있었어」
「만약,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니?」
「……글쎄. 나는 그저, 정체를 알고 싶었다. 뿐이려나」
셀렌이 쓴웃음을 짓는다.
이것 또한, 외로움을 잘 타는 하프 엘프 특유의 성격일까.
친구를 어떻게 할까 생각했던 건 아니다. 다만, 왜 바뀌어 버렸을까를 납득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 때문에 애플을 불안하게 해 버렸다는 걸 지금 와서야 눈치채고는, 나도 아직 멀었구나, 라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언젠가 기회가 오면, 앤디 씨에게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네, 그거」
「……응. 괜찮을지 어쩔지는, 모르겠지만」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두 하프 엘프는 갓난아기를 안아든 채로, 서로의 의심과 거짓말을 용서하듯이 부드럽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