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62화 -- >
렌 네스트에서의 이틀째.
네 건틀렛을 돌려보낸다는 목적은 달성했으므로, 이제 이 도시를 나가도 괜찮았지만, 여왕이 이야기를 나눈다며 네이아를 불러들여서,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는 일단 기다릴 수밖에 없다.
딱히 서두를 필요도 없니지만, 여기는 돌아다니면서 즐기기에는……불량배들이 너무 많은 도시라는 건, 어제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는 건 글로리아 씨와 그 호위로 안제로스 정도 뿐, 전 마약 환자 여성들을 포함한 대다수는 저택 안에서 느긋하게 쉬고 있다.
그런 가운데, 라이라가 문득 생각났다는듯이 제의해 왔다.
「요새의 상태를 한 번 점검해보고 싶다. 오랫동안 텅 비어뒀으니만큼 손상되었을지도 모르니까」
「라이라 혼자서 가도, 손상된 건물 같은 건 고칠 수 없지 않아?」
「뭐, 간단한 작업 정도는 할 수 있다. 짐승이나 새가 숨어들지 않도록, 문단속을 해서 출입구를 막는 정도는 가능하다」
「설마 그런 곳에 숨어들 녀석이 있으려나?」
「마물은 대부분 덩치가 크다보니 벽을 타는 건 서투르지만, 몸집이 작은 짐승이라면, 그 돌로 쌓인 벽의 요철을 발판삼아,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다. 게다가 막사에 새가 둥지를 틀어 버리면 상당히 귀찮아지지. 방 안을 똥오줌투성이로 만들어 버리니까」
「그거야 나도 알지만」
크로스보우대의 막사를 행군 훈련 같은 걸로 오랫동안 비웠다가 돌아오면, 새들이 문단속을 제대로 안 했던 녀석의 방에 둥지를 틀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새 자체의 냄새뿐만이 아니라, 새똥 냄새까지. 결국 다양한 향초를 쓰든 무슨 짓을 하든 냄새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아서, 디아네 씨가 마법으로 냄새를 없애주고 있었다.
「그럼 부탁할게」
「호. 맡겨 둬라. 해가 지기 전까지는 돌아오마」
라이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저택의 뜰에서 드래곤체로 변신한 다음, 그대로 날개를 펄럭이면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녀를 배웅한 나는 누구와 뭘 할까 잠시 생각하다가……어제 공방에서 에마에게 줄 장신구를 만들려고 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래. 여기 공방은 어느 의미에서는, 폴카보다 더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 써야할 일이 있다면 굳이 쓰지 않을 이유도 없지.
「좋아. ……마이아, 에마, 난 공방에서 작업을 할 거니까, 모두의 호위를 부탁해」
나는 허공에다 그렇게 말한 다음, 공방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그녀들은 저택의 어디에 있든, 지금의 내 혼잣말을 들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럼, 뭘 만들까.
정통적인 건 머리카락 장식. 토대가 되는 부분을 기성품으로 대체하면, 브로치나 머리카락 장식은 장식 부분의 디자인만 해도 괜찮다보니,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세공 작업을 해야 할 경우 딱 좋다.
물론 그 토대 부분, 즉 도구로서의 기능적인 부분도 직접 만드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그 세공이 안전한가, 일상 생활에서 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가 등등을 확인하면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느긋하게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까.
실용품을 만드는 건 역시 어렵구만.
내게는 뭘 만들어도 고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그런 천재성은 없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만큼 타협도 염두해 둬야 한다.
응. 그래도―. 패턴이 지나치게 한정된 건 사실이지―.
다른 아이에게도 이런 머리카락 장식은 몇 번 만들어 준 적이 있으니, 조금 일률적, 이랄까나.
아니, 에마 입장에서는 내게 받는 첫 선물이니만큼, 꼭 다른 암컷 노예와 다를 필요도, 재미있을 필요도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기가 받은 게 다른 아이에게 줬던 것과 같다는 걸 알게 되면 안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단 말이야……」
투덜투덜 중얼거리면서 공방 안을 무작정 돌아다닌다.
도구도 재료도 많다.
하지만, 대장장이가 평소에 쓰던 공방과는 다르게, 형태가 가공되기 전에 가게에서 사온 걸 그대로 전시한 듯한 재료가 대부분이라서, 개조에 써먹을 수 있을 듯한 폐품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대장장이에게 폐품은, 적은 수고로 가공해서 매물로 다시 내놓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대용품이므로, 제대로 된 공방이라면 여유분도 나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역시 장사가 목적이 아닌 이 공방에서는 그런 폐품을 들여올 방법이 없다.
토대가 될 만한 기성품이 없어서 곤란하다면, 도시를 잠깐 돌아다니면서 구해와도 괜찮지 않을까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랬다가 또 불량배와 부딪칠 지도 모르니, 누군가를 호위로 데려가……게 되면 역시 에마가 좋으려나.
차라리, 에마에게 어떤 장신구가 마음에 드는지 고르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 그래도 개조 재료로 장신구를 산다고 하면 그 장신구를 파는 상인에게 실례일 것 같다. 뭐 솔직하게 말하지 말고 에마와 미리 말을 맞춰둘 수도 있겠지만……그것도 귀찮다.
……등등 다양한 생각을 하고 중얼거리면서 공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동안, 문득 목걸이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라팔 해적단의 아가씨, 갈라티아에게서 강제로 빌리게 된 것(과 그걸 모델로 만든 자작품).
물론 그것들을 개조해서 에마에 줄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저, 그러고 보니 머리카락 장식 대신 목걸이라는 방법도 있구나, 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목걸이줄을 금속 사슬로 만들면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지만, 끈으로 만드는 타입의 목걸이는 만드는 게 별로 어렵지 않다.
게다가, 목걸이줄로 쓸 끈도 마침 「비단의 쇠사슬」이 있다. 지금은 라이라가 갖고 있다.
저건 장식품용으로 안성맞춤이다. 어쨌든 칼로 베든 도끼로 찍든 거의 안 끊어지니까.
목걸이 말고도, 보석을 꿴 타입의 팔찌로 만드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튼튼한 재료라는 게 정말 너무나도 고맙다.
그걸 전제로 목걸이 메달을 만들면, 라이라가 돌아올 무렵까지는 괜찮은 걸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좋아, 그럼……그렇게 해 볼까」
목걸이 메달은 역시 보석이 좋을까나. 으-응. 하지만 에마를 너무 호화로운 보석으로 치장시키는 것도 뭔가 꺼려진다.
드래곤 아가씨의 아름다움은 그런 현란함이랄까, 인간이라면 한눈에 알 수 있을 듯한 화려함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굳이 쓸 거라면 받침을 안 쓰고, 큰 보석에 직접 구멍을 뚫어서 끈에 묶은 다음 걸게 한……다든지, 그런 소박함을 이국적인 분위기로 표현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잘 하는 건 그런 보석 세공이 아니다. 그보다는 금속 가공 쪽이다.
금속 받침이 달린 목걸이는 다른 아이가 걸고 있으면 어딘지 부족해 보이지만, 에마의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용모에는 딱 좋은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몸에 지니면, 재료의 아름다움에 의지하지 않아도, 뭐든 이유가 있는 것처럼 생각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가능한 한 파츠 구성을 간략화해서, 그 디자인에 주력하는 쪽이 밸런스도 좋고 내 작품다울 것 같다.
「좋아, 이걸로 가자. 재료는 은……이건 순은인가. 순은은 재료로 쓰기에는 참 성가시지, 곧 검어지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금을 시험에 쓰는 건……진은은 빨리 세공하기에는 부적합하고……그렇달까 애시당초 여기에는 없군. 그것도 그렇겠지」
진은은 트롯 왕도 지방의 특산품인 특수 금속으로, 도검 등의 무기에 쓰일 정도로 단단하면서도 비싼 금속. 부식에도 대단히 강하므로, 성능이 떨어져서는 안되는 물건 제작에 전반적으로 쓰이지만, 당연히 비싸다. 딱히 주문도 안 했는데, 호의만으로 「어딘가에 쓸 지도 모르니까」라면서 준비해줄 수 있는 재료는 아니다.
그렇다 해도 금은 너무 화려해서……투박한 보석을 쓰는 것과 비슷한 정도의 악취미처럼 보일 듯하다.
차라리 철로 장신구를 만드는 것도 괜찮으려나? 너무 수수해서 무뚝뚝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에마의 미모는 그런 무뚝뚝함마저도 「의미 있는 수수함」으로 승화시켜 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좋아.
철을 기초 재료로 한, 돋을새김 타입의 목걸이로 만들자. 디자인은 손을 움직이다보면 정해지겠지.
그리고, 그대로 손을 움직인 결과, 어째선지 석영 거울을 껴안은 은빛 드래곤이 새겨진 장신구가 완성되어 버렸다.
내가 만든 것치고는 묘하게 세세한 데다가 적당히 디포르메도 되어 있어서 일단은 잘 만들어졌지만, 하나 더 만드는 건 무리다. 나 자신도 내가 직접 만들었다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으니까.
양손과 양다리의 사이에 육각거울을 껴안은 드래곤의 목 안쪽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안쪽에 구부린 머리 아래를 끈이 통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걸 다 만들었을 무렵에는 어느새 석양이 내려앉고 있었고, 공방에서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니 굳어 버린 등에서 우득우득 소리가 났다.
「우우……기분은 좋지만 뭔가 아저씨가 된 것 같은 기분인데」
굳은 내 몸을 보면서 쓴웃음을 짓자, 에마와 마이아가 내가 나온 걸 알아차렸는지, 각각 건물의 현관과 지붕 위에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라이라는 아직 안 돌아왔어?」
「응. 슬슬 돌아올 때는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 이거 난처하군. 비단의 쇠사슬이 조금 필요한데 말이지」
「아, 그건 저도 갖고 있습니다」
에마가 품속에서 꺼낸 실뭉치를 손에 들자, 마이아가 수십 cm 잘라 준다. 보통 가위로는 자를 수 없으므로, 마법으로 강화한 고드름을 소환해서 잘라낸다.
그리고 그걸 목걸이 구멍에 끼우고, 고리 매듭……을 짓는 건 나중에, 라는 생각으로 이음쇠를 연결하지 않고 그대로 묶는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에마에게 내민다.
「자, 에마. 이건 어제 나를 구해 준 보답인, 장신구야」
「에……제게요?」
「받아 줬으면 좋겠어. 마음에 들 경우 목에 걸고 다니면 더 좋고……」
「이, 이건……모, 목걸이, 인가요?」
에마가 뺨을 붉히면서, 양손으로 살그머니 감싸듯이 목걸이를 받는다.
「……확실히 넓은 의미에서는 목걸이로 볼 수도 있지만, 목걸이는 아니야」
「목걸이가 아닌가요……」
……보기에도 풀죽은 듯한 표정을 짓는 에마.
「아니 그렇게까지 실망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달까 목걸이를 처음 걸어주는 자리에는 가능한 한 모든 암컷 노예들이 참석해야 한다, 라는 셀렌이 만든 규칙이 있어서 말이지」
「아, 아뇨, 저기, 확실히 제가 무례했습니다. 모처럼 주인님이 선물을 내려주셨는데 제가 무슨 결례를」
「나 원 참, 그러니까 그렇게까지 진지하게 죄송스러워할 필요는 없다니까 그러네. 정말 순수하게 보답하고 싶을 뿐이니까」
……그렇군―. 드래곤에게 「목걸이」란, 다른 암컷 노예들의 목걸이보다 좀 더 근본적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애완동물에게나 걸어주는 듯한 목걸이 같은 걸로만 성립하는 게 아니라, 이런 장신구로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걸까.
잘 생각해보니 드래곤의 문화권도 상당히 넓고도 다양하다. 알몸이 기본인 미스티•팰리스와 동방풍 문화의 크리스탈•팰리스의 차이뿐만이 아니라, 그들보다 더 많은 차이점이 있는 팰리스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 「목에 거는 장신구」라는 것을 「가축의 목걸이」라고 한다면, 그것과 비슷한 장신구는 모두 그 범주에 들어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에마가 그렇게 실망한 이유도 알 것 같다……뿐만 아니라,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들어 버린다.
「미안, 다시 만들어 줄게」
「앗, 아, 안 돼요……가져가지 말아 주세요!」
내가 장신구를 다시 가져가려고 하자, 에마가 몹시 슬픈 듯한 표정을 짓는다.
……으-응. 뭐, 그 마음도 알 것 같다……하지만, 조금 전부터 나, 에마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심술쟁이처럼 보이는 거 아냐?
「그, 그럼, 이렇게 할까?」
「네」
「……이건 에마가 나와 「암컷 노예 플레이」를 하기 위한 목걸이야」
「……에, 저기……전, 이미」
「그러니까. 「힘의 계약」상 에마는 내 드래곤일지도 모르지만, 에로 노예라는 의미에서는 아직 정식적으로 들어온 게 아니거든. 그 의식은 폴카의 모두가 참석한 자리에서 해야 하니까. 그러니까 그 전까지는 「플레이」일 뿐이야. 이건 그걸 위한 장난감이지」
「……장난감?」
「그래도, 이 장난감을 걸고 있을 때에는 암컷 노예와 마찬가지야」
「……에 저기, 어째서 그런 걸 일일히 구분할 필요가……있나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노예가 되겠다는 맹세를 해야만 하거든. 그런 규칙이 있어. 그러니까 지금 「목걸이」를 주게 될 경우, 그 규칙을 어기게 되니까 안된다는 거지」
그런 걸로 해 두지 않으면 나중에 셀렌에게 설명할 때 곤란해진다. 돌아다니면서 말을 맞춰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여러모로 어렵고.
「……정말 복잡하네요」
「조금 귀찮을지도 모르지만, 부탁할게. 그만큼, 그걸 걸고 있는 동안에는 귀여워해 줄 테니까」
……그건 그렇다 쳐도, 어째서 「지금 에로 노예로 받아 주세요, 아니 안 된다」같은 입씨름을 하게 된 걸까.
평소대로라면 강제로, 내가 나쁜 놈처럼 보일지라도, 「너를 암컷 노예로 삼고 싶다」라는 말을 당당하게 했을 텐데.
하지만 지금까지 나를 사랑해주면서 도와줬던 셀렌들의 체면을 생각하면, 그럴 수는 없다.
그래도, 에마 같은 미소녀에게 「에로 노예로 받아 주세요」라는 호소를 받으니, 역시 조금 (일그러지긴 했지만) 기쁘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표정만 곤란해 보일 뿐이지 입가는 이상할 정도로 올라가서, 지금의 내 표정은 매우 기분 나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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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 올립니다.
하루에 한 편씩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