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8화 -- >
「세레스타 저택」의 뜰에는, 거의 나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공방이 있다.
대장장이 도구도 화로도 재료도 거의 완비. 마음만 먹으면, 검이든 갑옷이든 뭐든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엘프령이나 단 할아버지가 가져왔던 것 같은 귀중한 재료는 없지만, 뭐, 어느 쪽이든 지금의 나로서는 다룰 수 없다.
나 혼자 쓰는 것 치고는 훌륭하긴 해도, 내 대장장이로서의 능력상, 기껏해야 무기의 수리와 장신구를 만드는 것 정도가 한계. 조금 아깝다.
……라고 말하면, 테테스 등은 「주인님이 지금까지 쌓아오신 공적을 생각하면, 이 정도 포상은 오히려 부족한 거에요」라고 말하겠지만.
아니 그래도. 이런 훌륭한 시설을 제대로 쓸 수 없는 나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래.
이제 겨우 올라탄 말의 방향을 좌우로 돌리거나 멈추는 것 정도를 할 수 있게 됐는데, 마을에서 가장 빠른 말을 받아 버린 것 같아서 말이지.
……응. 혼자 말을 탄다면, 나는 그 정도가 한계야. 전력으로 달리게 하는 건 도저히 무리.
뭐 그건 그렇다치고.
「주인님, 여기는……창고, 가 아니었나요?」
「세레스타 저택」의 부지 안으로 들어오자, 호칭이 「당신」에서 「주인님」으로 바뀌었다. 밖과 안에서의 태도를 확실히 구분해 줘서 기쁘다.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여기는 공방이야. 이전에 버스터 경이 눈치 빠르게 준비해 줬지」
「버스터……」
「아, 맞다……에마는 이 근처의 인물 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구나」
「방금 전 네이아•그란스를 데려 간 남성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만……」
「그가 사실상 이 나라의 최고 군사 사령관. 그리고, 여기는 거의 군사……랄까 마물 사냥으로 국가가 지탱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여왕과 대등한 권력자라고 생각해도 좋을 거야」
「과연……」
역시 에마는, 칼윈 제압 작전 당시 이전에 라이너 일파의 드래곤과 싸우면서 입은 부상 때문에 크리스탈•팰리스에서 나올 수 없었던 탓에, 버스터 경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다. 방금 전이 첫 만남이었으려나.
일일히 누가 어떤 성향의 인물인가, 같은 걸 묻지 않는 것은, 흥미가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나를 배려해서 사양하는 걸까.
「그의 배려 덕분에 이 저택에 우리 부대가 머물 수 있게 되었고, 드래곤을 타고 오르내려도 딱히 소동이 벌어지지 않게 되었거든」
「그 나름대로 존중해야 할 상대라는 것 같군요」
「여왕과 대등한 권력자라는 뜻인데……」
「사람의 도시를 지배하는 자 따위, 용의 라이더와 비교하면 딱히 대단한 상대처럼 보이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주인님은, 라이너를 쓰러뜨리는 김에 칼윈 계곡의 여왕도 몰아내셨잖습니까」
「기본적으로 난 사정이 없으면 그런 권력자에게 대들지 않는다고! 그런 권력자들은 대부분 나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으니까!」
「허나……엘프의 씨족장도 몇 명, 주인님께 예속되어 있잖습니까. 그녀들도 여왕이나 왕녀와 맞먹는다고 생각합니다만」
「그건 그녀 본인들의 취미니까 일단 넘어가 줘. 내가 대단하다는 걸 깨닫게 해 준 결과 같은 건 조금도 아니니까. 딱히 높은 사람을 복종시키는 게 내 신조 같은 것도 아니고」
에마는 아직 내 취미를 꽤나 오해한 상태인 것 같다.
뭐, 기본적으로는 「라이너보다 온건한 편이면서, 드래곤 라이더로서는 올바른 행동을 하는 놈」정도의 정보로 협력했다가, 그 뒤의 아수라장을 다른 드래곤들에게 전해 듣고, 그 아수라장이 해결된 이후에는 에로를 즐기고 있을 뿐이니까……세세한 판단 기준을 알 이유가 아직 전혀 없는 상태려나.
그렇게 생각하면, 마이아보다 상식적이고도 충실해서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아직 대화가 조금 부족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이 다른 이들보다 낮은 위치에 있다는 게 그렇게까지 싫은 건 아냐. 사람의 세계에는 적재적소라는 말이 있고, 다른 이들보다 위에 선다는 것은, 다른 이들보다 책임질 게 더 많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대장간의 먼지를 털어내고, 도구와 금속 재료를 고른다.
아직 화로에 불을 넣지는 않는다. 모두의 저녁식사 건이 아직 제대로 정리되지 않았으니까. 그 전에 여기를 쓸 수 있을지 어떨지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뭐 높은 사람들은 높은 사람들 나름대로, 그 지위에 있을 만한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으니까. 나는 그런 게 없고, 딱히 갖고 싶은 것도 아니거든. 세상이 정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든 나서게 될 지도 모르지만, 나는……다른 사람에게 지배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쓸데없이 고생하는 건, 피하고 싶어」
「그렇……습니까」
「다른 사람을 지배한다는 건,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자유를 갖는 대가로, 다른 사람을 관리해야만 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나는 그런 귀찮은 지배를 하는 이들을 오히려 존경하고 싶은데. 내 입장에서 보면, 수고에 대한 보상이 전혀 맞지 않으니까」
세금을 걷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한을 사고,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문제를 처리하고 등등.
영주나 정치가들이 해야 할 일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다소 재산을 모았다 해도, 그 돈을 마음대로 쓰면서 놀고 먹을 수도 없다. 조금씩 일하고, 조금씩 벌어먹는 안락한 은거 생활 같은 건 생각도 하기 어렵다.
그거 인생에서 즐거움의 비율이 너무 낮은 거 아닌가.
남작이 하는 걸 보면 의외로 꽤나 간단한 일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남작이 폴카 같은 작은 마을에서 처리하는 일을 내가 대신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으면, 역시 나로서는 무리일 것 같다.
마을 하나도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데, 국가 하나를 운영하게 될 경우, 얼마나 많은 일을 신경써야 할지는……상상이 전혀 안 된다.
아무리 많은 돈을 받는다 해도, 대장장이로 사는 것보다 행복한 인생을 살 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물론 대장장이도 나름대로의 노력은 필요하고, 대장장이로 산다고 해서 반드시 행복을 손에 넣을 수 있느냐면, 딱히 그런 것도 아니지만.
「그런 일을 기꺼이 하는 녀석도 있는 걸 보면, 틀림없이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는 방법도 있겠지. 나는 그렇게 대단하면서도 힘든 일을 하는 놈들을 억누르고 그 위에 서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없고, 딱히 방해하고 싶은 것도 아냐. 드래곤의 세계에서는 그 누구보다 훌륭하다 해도, 그건 사람의 사회를 뒤흔들면서까지 자랑할 만한 건 아니니까」
「……역시 현명하시군요」
「그래? 딱히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그저 두 손 들었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이 세상에는, 그 정도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자도 많으니까요. 라이너도 그랬고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예를 들면 유파 양도 드래곤 라이더지만, 그걸 과시하면서까지 자기 의견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은 본 적이 없으니까.
「이 세상에는 상당히 많은 드래곤 라이더들이 숨어살고 있다고 들었던 적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한 거 아닐까?」
「세상의 라이더들 중 상당수는, 용과의 개인적인 관계로 결론짓고, 주위를 시끄럽게 하지 않는 것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쓸데없이 눈에 띄면 악룡을 부린다고 불릴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그 악룡을 부리는 것과 비슷해 보일지도 모르잖아?」
「주인님이 그렇게 보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럴까나」
「보고도 못 본 척하면 넘어갈 수 있었던 상황은, 이미 많이 있었습니다. 설령 그것이 누군가를 구하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해도 말이죠. ……그런 상황을 마주치게 될 경우, 대부분의 라이더는 못 본 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 그런 걸 보고도 드래곤쪽에서 뭐라고 하지 않는 거야?」
「네. 라이더의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억지로 나서서 힘으로 해결할 수는 없으니까요. 용은 라이더가 얽히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든 순순히 물러날 수밖에 없습니다」
「…………」
듣고 보니, 무모하게 욕심을 부려서 강적에게 도전했을 때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그만두자」라고 물러서는 게 보통 라이더인가.
「주인님은 적을 상대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발휘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자기보다 못한 자들의 아래에 있는 것도 싫어하지 않으십니다. 그야말로, 이성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다른 사람 아래에 있을 때 더 편하다는 걸 잘 알고 있을 뿐이야」
칭찬받는 것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기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몸을 돌려 버린다.
수 개월 동안 방치했기 때문인지 어디에나 엄청난 양의 먼지가 쌓여 있다. 그것들을 털어내는 건 부끄러움을 감추기에 딱 좋다.
하지만, 그렇구나. 세상이 숨어 있는 드래곤 라이더들은 그런 식으로 살고 있었구나.
불필요할 정도로 내게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라이라들을 보면, 그런 자세는 드래곤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애시당초 드래곤 라이더라 해도 드래곤과 생각이 다를 수도 있으니까.
그저 파트너와 조용히 함께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면,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피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
맹점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먼지를 털어낸 다음 진짜 목적인, 여기서 네 장신구를 만들어 줄게……라고 말하면서 몸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에마가 옷을 다 벗고 있어서 깜짝 놀란다.
「에, 에마?」
「……에?」
입고 있던 옷을 곱개 개서 작업대에 정리하던 에마는, 깜짝 놀란 내 얼굴을 보고는 거꾸로 놀란다. 덧붙여서 팬티만 남은 상태.
잠시 뒤에, 얼굴을 화악 붉히는 에마를 보고, 나는 지금까지 내가 했던 말을 빠른 속도로 되새겨 본다.
에-그러니까. 「보답한다」라고 말하면서 여기로 데리고 와서는.
딱히 뭔가 작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가벼운 청소를 했다.
에마는 동료가 된 지 얼마 안 되서, 내가 장신구 같은 걸 만들 수 있다는 걸 모른다.
……혹시 내가 「보답한다」라고 말한 걸……무슨 에로한 걸 해준다는 걸로 착각한 거야?
「아, 에, 그게 그러니까……그, 그런 게……아니었던, 건가요?」
그리고 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아니, 그게 아니라……음-그게, 왜 스스로 벗었냐는 거지」
나는 「에로한 걸 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명목으로 암컷 노예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에마도 그럴 작정으로, 다른 사람이 보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 곳으로 들어오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건 마땅히 칭찬받을지언정, 혼날만한 일 같은 건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적극성을 부끄러워하는 듯한 전개로 나아가서는 안된다. 모처럼 마음먹고 대담해진 에마가 불쌍하니까.
「에, 저기……오, 옷을 벗기시는 게……주인님의 취미, 였나요?」
「뭐 대부분 팬티만 직접 벗겨주고, 할 때마다 전부 벗겨주는 건 아니지만, 에마처럼……아직 순진한 아이는 내 손으로 천천히 벗기고 싶어」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우긴다.
에마는 자기가 분위기를 못 읽고 에로에 들어가려고 한 건 아니라고 알았는지(물론 오해지만) 확실히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 바람에 응할 수 없었던 것이 신경쓰였는지, 당황하면서 옷을 입으려고 한다.
그걸 막는 것도 꺼려져서, 나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봤다.
20초 뒤, 에마는 옷을 다시 입었다. 그리고 조금 긴장한 얼굴로 직립 부동.
옆에서 보면 조금 웃겨보일 것 같지만, 이미 말을 꺼낸 이상 이제 와서 말을 되돌릴 수도 없어서, 방금 막 다시 입은 옷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한다.
「읏…………」
「……에마. 이제 와서 묻는 것도 조금 그렇지만……도와 준 보답으로, 내게 야한 걸 당해도 괜찮은 거지?」
「……무, 물론입니다……제가 그걸 기뻐하지 않을 리가 없으니까요」
에마가 다시 기분을 고쳐먹은 탓에, 어쩐지 내가 매우 불합리한 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응. 적어도 강제로 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겠지.
「그럼, 벗어봐」
「……ㄴ, 네……」
공방의 한가운데에서, 에마가 방금 막 다시 입은 옷을 벗으면서 알몸이 되어 간다.
……그러고 보면 에마는 아직 처녀였지. 이거 어떻게 해야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