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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7화 (57/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7화 -- >

네 건틀렛은 나체화가 완성되서 모델이 되어주는 게 끝나자, 더 이상 귀환을 늦출 이유도 없어졌는지, 그 날 저녁에는 저택을 나와서 각각의 원래 숙소로 돌아가게 되었다.

「테테스나 샤론이야 돌아갈 집이 있다고 해도, 알메이다와 나리스는 가재도구 같은 건 어떻게 하고 있어?」

「거의 다 갖고 다닌답니다? 애시당초 가재도구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도 없고요! 「여행이야말로 곧 내 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험가 생활을 해 왔거든요!」

나리스가 우쭐거린다.

「뭐 정확히는 기사단이나 환전상에 맡겨둔 것도 있긴 합니다만. 전부 갖고 다니고는 싶어도 혹시 잃어버리거나 도둑 맞는 게 걱정되서 움직임이 둔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돈이라―. 어찌되든 별 관심 없다」

세레스타에서는 보석 하나의 값어치가 금화 수천 닢과 같다고 인정해 주는, 「기준 보석」이라는 시스템이 환전상 사이에 확립되어 있으니 금화 자루 같은 걸 갖고 다닐 필요가 없었지만, 외국, 그것도 렌 판가스처럼 별로 크지 않은 나라에서 그런 제도는 아직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그리고, 그 경우 돈을 어떻게 하느냐면, 작지만 비싼 보석 장신구를 사서 들고 다니든지, 아니면 금화 자루를 주렁주렁 달고 다닐 수밖에 없다.

천 닢이라거나 만 닢이라거나 등등 말은 쉽다. 하지만 금화 하나 하나의 무게는 별 것 아니더라도, 수가 그렇게 많아지면 무게가 엄청나고, 치안이 나쁜 땅에서는 그야말로 「노려 주세요」라고 떠들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싼 물건일수록, 믿을 수 있는 곳에 맡기는 것 이외의 선택사항은 없는 것이다.

「만약 렌 네스트에서 나오게 되면, 그런 것들을 청산하는 것도 일이겠네요……」

테테스가 입을 비쭉 내밀면서 신음한다.

돈을 보석 장신구, 또는 예술품 등의 재보로 바꾸는 것은, 위험성도 높다. 살 때와 팔 때의 가치가 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있으니까.

질 나쁜 상인에게 걸려서 저급한 물건을 비싸게,  귀중한 물건을 싸게 파는 경우도 있고, 설령 상인이 성실하다 해도 그 가치관이나 감식안에 차이가 있으므로 평가가 전혀 달라지기도 한다. 기준 보석은 그런 차이를 가능한 한 줄여주는 시스템이지만, 환전상끼리 확고한 신뢰 관계가 쌓여 있지 않다면 의미가 없다.

어느 특정한 땅에 정착한다면 부동산 같은 걸로 재산을 알기 쉽게 확보할 수도 있겠지만, 폴카로 옮겨 살게 된다면……역시 살던 곳에 남아 있는 재산을 손실 없이 청산하는 건 어렵겠지.

「모처럼 운반력 좋은 라이라 씨가 있으니까, 가진 재산을 모두 환전상에 갖고 가서 트롯의 금화로 바꿔 버리면 되지 않을까나?」

샤론이 그렇게 말했지만.

「……샤론 기사장 정도면, 백만장자 클래스니까 그것도 무리 아닐까요?」

「그건 그럴……지도 모르겠네」

「역시 그 정도 양의 재산이라면 아무리 라이라 씨라도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잠깐 상상해보니 역시 힘들 것 같네요」

옮길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옮길 수 없을 것 같기도 하고, 뭐 한 번에 다 옮길 수 없다면 나눠서 여러 번 옮기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어느 쪽이든 블랙 암 생활 몇 년 만에 그 정도의 재산이 모인 건가……라고 생각하자 정신이 조금 아찔해진다.

「다시 느끼는 건데……건틀렛 나이트로 일하면, 부자가 되는구나」

「생활이 부자유스러울 만큼 급료를 적게 주면, 그 누구도 마물과 싸우다 죽을 위험이 언제나 존재하는 이 나라를 위해 싸워 주지 않을 테니까요―」

테테스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한다. 뭐, 그것도 그렇지만.

덧붙여서 알메이다의 재산……은, 나리스보다 뒤늦게 건틀렛에 들어온 신참이므로 비슷한 수준인 것 같다.

뭐 원래 폴크로슈에 있었을 때도 재산 같은 걸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고, 그 시절부터 재산에 그다지 연연하지 않는 생활이 몸에 붙었을지도.

그리고, 우리들의 사정으로 여기저기 많이 끌고 다녀 버린 전 마약 환자 여성들.

그녀들에게는 여기에 정착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여기에 정착하는 건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다. 렌 네스트 자체가 살기에 위험한 지역이니까.

마물의 위협도 항상 존재할 뿐더러, 출신도 알 수 없는 난폭한 용병들에게 위협당할 위험도 항상 존재한다.

여기에 사는 것은,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이 도시에서 살 결의와 각오가 있는 사람들뿐이다.

「과연 여기서 인생을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별난 사람은……없는 것 같군」

「실력 좋은 전사라면야 재출발하기에 좋은 장소일지도 모르나, 그런 사람이 라비네스에게 붙잡혀서 마약에 중독……될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으니까」

벡카 특무백인장과 바우즈가 그녀들의 동향을 그렇게 평가한다.

훌륭하게 지어진 「세레스타 저택」 안을 탐험해 보거나 2층의 방 창문 너머로 밖을 바라보고 있지만, 그녀들이 그 이상 렌 네스트의 거리로 나서는 건 위험하다.

「일단 명목은 관광 여행이니까, 바우즈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시내의 포장마차라도 즐기고 오면 좋을 텐데. 유파 씨도 함께 말이지」

「나는 여기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 뭔가를 먹으러 가고 싶어도 어디가 좋은지 모른다」

「벡카 특무백인장은 잘 알지 않나요?」

「나도 잘 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돌아다니지는 않아서 말야……그런 건 여기에 살고 있었던 사람들이 잘 알지 않을까나?」

「아―」

그러고 보니, 테테스나 나리스들이라면 당연히 잘 알 것 같다.

하지만 간발의 차이라는 느낌으로, 그녀들은 이미 기사단 본부로 떠나 버렸다.

「그러고 보니……스마이슨, 식사는 어떻게 할 건가? 인원이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아직 그대의 여자까지 합치면 스무 명 정도 남아 있다. 보존식으로 간단히 넘기는 건 조금 그럴 것 같다만」

「그, 그러네」

바우즈의 질문을 받고 나는 그제서야 팔짱을 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역시 디아네 씨가 없으니 나름 머리를 써서 이벤트를 준비해도 이런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군.

어디선가 야영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를 대비해서, 현재 인원들이 3일 정도는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보존식은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식당이든 포장마차든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도시 안에서 보존식을 먹는 것도 조금 그렇다.

「누군가 잘 아는 녀석을 데……리고 가는 건 이제 무리니까, 적당해도 상관없으니까 근처 가게에 들어가서는 단체 손님이 먹을 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면서 돌아다닌다……라는 건 어떨까」

「너무 대충아냐?」

내 제안에 벡카 특무백인장이 한심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뭐, 딱히 좋은 대책이 없다는 건 솔직히 인정하지만.

하지만, 잘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밥을 먹어야 할 경우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됐으니 특무 백인장도 협력해 주세요. 그 뭐시냐, 첩보원의 감 처럼, 좋은 술집을 찾아내는 후각 같은 게 있잖아요?」

「너야말로 첩보원을 그런 이종족인가 뭔가 같은 걸로 착각하지 말라고」

이런 곳에서까지 바우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다. 아니, 부탁해도 문제는 없지만, 그는 손님에 가까우니까.

그들을 여행에 끌어들인 우리들이 돌아다니는 게 이치에 맞겠지.

「어쩔 수 없군. 그럼, 다녀오지」

「그럼, 조만간 여기서 다시 만나도록 하죠」

이미 시간대는 해질녘. 남은 시간은 별로 많지 않다.

나와 벡카 특무 백인장은 각각 정한 방향으로 갈라져서 적당한 곳을 알아보러 달려갔다.

가게 몇 곳을 확인했지만, 열 명 이상, 게다가 대부분 여자이며,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라고 하자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귀찮을 것 같은 손님들이구만. 그런 손님들이 탁자를 두세개나 점거해야 한다면, 좀 더 빨리 왔어야지. 지금은 본 대로, 이미 자리가 거의 다 찼거든」

「……그러네요」

「우리 가게는 손님이 오래 있든 말든 쫓아내지는 않아서 말이야. 자리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군」

남자들이었다면야 적당히 카운터 자리에 각각 끼어들게 해도 괜찮겠지만, 술집에서 여자들에게 그런 짓은 하게 할 수 없다.

뭔가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가능한 한 모여 앉게 할 수밖에 없고, 취객이 섣불리 손을 대지 않도록 점원에게도 신경을 써 달라고 해야 한다.

그런 조건을 「귀찮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모니움의 이종족에 대한 배타성과는 또 다르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른 곳을 알아볼게요」

「그렇게 해 주겠나? 이거 미안하군」

나는 다른 가게로 찾아간다. 정말로 엉망진창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이 「치안 나쁜 도시」는 좀처럼 내버려두지 않았다.

「어이, 거기 너. 잠깐 나 좀 보자」

「응?」

갑자기 누군가가 불러서 발이 멈춰 버린 내게, 어디선가 튀어나온 똘마니가 내 멱살을 붙잡았다.

「돈 내놔」

「…………」

「그래, 순순히 내놓는 쪽이 좋을 거다. 숨겨봤자 좋은 꼴 못 볼 테니」

「……너 같은 놈도 참 오래간만이군―」

나도 모르게 느긋한 어조로 중얼거려 버린다. 아니, 사실 무서워해야 정상이겠지만, 이런 저속한 폭력성과 마주하는 경우는 최근 적었으니까.

똘마니는 의아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자기를 얕봤다고 생각했는지, 한마디 말도 꺼내지 않고 주먹을 치켜들어서 나를 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 주먹이 내게 닿는 일은 없었다.

「멈추세요」

스릉 소리와 함께, 그의 눈앞에 칼끝이 나타났다.

똘마니의 움직임도 우뚝 멈춘다. 과연 이런 도시에서 살아가는 만큼, 자신의 몸의 위험에도 민감할 걸까.

그 자리에 있던 것은 바로 에마였다.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 길이를 보면 안제로스가 잘 다루는 숏 소드인 것 같은데.

「내 가느다란 팔로도, 당신의 코를 베어 버리는 것 정도는 간단합니다」

「읏……너, 넌 또 뭐야」

「얌전히 물러나는 게 신상에 좋을 겁니다. 난 지금 무척 화났거든요」

과연 마이아나 라이라만큼 세상과 떨어져 있던 건 아닌지, 보통 인간처럼 행동한다. 여기서 자기가 드래곤이라는 걸 드러내면 일이 까다로워진다는 걸 아는 것 같다.

「정말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에마」

「혼자 허둥거리면서 나갔으니 따라가도록……이라고 라이라 님이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생각했으면 자기가 직접 오든가……」

「아마 저를 신경써 주신 것 같아요」

똘마니는 아직 내 멱살을 잡고 있다.

나는 그 손을 툭툭 두드리면서 「어서 놔라」라고 신호를 보냈지만, 똘마니는 오히려 열받았는지 나를 끌어들여서 방패로 삼으려 들었고……에마는 한숨을 쉬면서 검을 아래로 휘둘렀다.

검이 똘마니의 발등에 꽂히면서, 지면에 박힌다.

「으악……!?」

내 멱살을 잡은 손의 힘이 빠지면서, 떨어진다.

나는 옷깃을 고치면서 똘마니와 거리를 벌린다.

「그만두는 게 좋을 걸. 이 아이는, 정말 강하다고」

「아악……너, 너 이 자식……」

「팔을 잘라 버려도 상관없습니다만, 지금부터 식사를 해야 하거든요. 몸이 피로 더러워지는 것도 기분 나쁘니까」

에마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미 흥미가 사라진 것처럼 등을 돌렸다.

똘마니는 부들부들 떨면서 발에 박힌 검을 뽑아낸 다음,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그 검을 에마에게 내던졌다.

하지만 에마는 그 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척 받았다. 죽일 생각으로 던졌겠지만, 에마는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내고는, 감사를 표했다.

「이거 고맙군요. 조금 더러워지긴 했지만」

「크윽……제, 제길……」

발을 다친 똘마니는 쫓아 올 수 없다.

「제발 조심해 주세요. 모두들 당신은 위기에 빠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고 그러더군요」

「……으, 응」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아니, 이미 같은 말을 몇 번이고 들으셨을 테니, 제가 다시 말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정말 미안해」

내가 순순히 사과하자, 에마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멈췄다.

자신이 라이더인 나보다 낮은 존재인데, 이렇게 꾸짖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 걸까.

그리고, 잠시 뒤에.

「……다만, 조금 정도는……저에 대한 걸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너를 잊은 건 아냐」

「어딜 가실 때, 옆에서 따르게 해 주신다면……방금처럼 위험해지시기 전에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에마가 어딘가 외로운 듯한 어조로 말을 잇는다.

「아직 저는, 당신께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걸까요……」

「…………」

그게 아니라, 여자를 데리고 돌아다닐 만한 일이 아니라서……라고, 지금 와서 말해도 의미 없구만.

「미안해」

「……제게 미안해하실 필요는」

「여기가 위험한 도시라는 걸 알면서도, 혼자서 돌아다니면 안 되는 거였어. 확실히」

에마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은 다음 그 어깨를 꼬옥 껴안아주자, 에마가 얼굴을 붉힌다.

「정말 고마워」

「……아뇨, 당연히 해야할 일……이었을 뿐입니다」

「다음에 꼭 보답할게」

「!?」

에마가 내 얼굴을 올려다본다.

나는 「세레스타 저택」에 공방이 존재한다는 것을 떠올렸다.

거기라면……뭔가, 만들어줄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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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조아라에서 몇몇 소설을 읽고 있는데

재미있게 읽은 소설이 연중되서 너무 슬픕니다...........

다시 연재가 시작될 기미도 안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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