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52화 -- >
「우와아……이거 굉장하네 ……!」
「그렇죠, 그렇죠? 드래곤을 처음 타서 이런 풍경을 보면 누구나 압도될 거에요」
「어째서 테테스가 자랑스러워하는 건데」
지금 위치는, 파랑뱀산맥 상공. 능선의 저지대를 날아서 넘어가고 있다.
고도 약 2000m 정도일까. 라이라는 굳이 높은 고도를 고집하지 않고 적당한 고도에서 날고 있으므로, 그 덕분에 박력넘치는 경치를 만끽할 수 있었다.
보통이라면 멀리서 그저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봉우리들이 눈아래로 순식간에 흘러 지나가면서, 그것들이 무대 장치가 아닌 진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산맥을 날아서 넘어가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따라온 보람이 느껴지네……이런 풍경은 아무리 유명한 등산가라 해도 볼 수 없을 테니까」
「이런 산을 걸어서 올라가는 놈이 있다는 것 자체가 조금 믿기 어려운데……」
취미로 산을 타는 놈들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다시 보면 볼 수록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산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보기만 해도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가파른 경사면이 수백 m에 걸쳐서 발디딜 곳도 없이 이어져 있고, 그걸 다 극복해서 올라온다 해도 발을 디딘 사람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듯한 깎아지른 벼랑이 솟아 있거나 등등.
넘어가는 길을 상상하는 것 자체가 쓸데없다고만 생각되는 산들이다. 오랫동안, 이 산맥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에서 완전히 다른 국가가 유지되었던 것을 납득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런데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정말이네!」
글로리아 씨가 있는 창문과는 반대쪽에서, 밖을 내려다보던 루나가 가리키는 손끝을 따라가니, 확실히 이 산을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정말 대단한데.
「호. 드워프 녀석들이군. 광맥이라도 찾고 있는 건가」
꼬마 라이라가 어깨에서 알려 준다.
「저런 곳을 대체 어떻게 올라간 걸까」
「글쎄, 모르지. 허나 해발 2000m 정도의 산 따위는, 동방 산지의 산들과 비교하면 낮고 완만한 편이다」
「……항상 생각하지만, 동방 산지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뭐, 사막에서 살아가는 것과 비교하면 편할지도 모른다만?」
동방 산지는 평균 4000m 이상의 높은 산들로 이루어져 있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면 중간에 걸린 구름 때문에 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산들로.
사람은 산맥이든 사막이든 어디에나 자리잡고 살아간다. 뭐 드래곤을 타면 그 어떤 곳도 손쉽게 찾아갈 수 있지만, 그런 드래곤의 도움 없이 험난한 지형을 아무렇지도 않게 헤쳐가는 보통 사람들을 보면, 그저 감탄만 나올 뿐이다.
「……앗」
루나가 목소리를 높인다. 아래에서 산을 오르던 드워프들도 드래곤 네 마리가 하늘을 날아가는 광경을 보고 크게 놀라 버렸고, 그 중 하나가 놀란 나머지 발을 헛디뎌서 그대로 미끄러지기 시작한 것이다.
「어, 어이 라이라!」
「지금 나는 주인님이 탄 마차를 들고 있으므로 터무니 없는 행동은 할 수 없다. 마이아에게 맡기도록」
근처를 날아가던 마이아가 날카롭게 포효한 다음, 텅 빈 마차를 자기 옆에서 날던 에마의 등 위에 밀어붙인다. 에마는 이미 마차 하나를 든 상태였으므로 거세게 항의했지만, 마이아는 에마의 항의를 들은 체 만 체 급강하해서 빠른 속도로 떨어져 가는 드워프를 붙잡은 다음, 자세를 화려하게 바꾸고 날개를 거세게 홰쳐서 추락자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구출자를 돌려주러 간다.
「멋지군……그런데 큰 상처를 입었으면 어쩌지?」
「드워프는 강인하다. 겨우 저만큼 구른 정도로는, 그다지 치명적인 부상은 입지 않는다」
「만약 치료가 필요하면 힐다 씨에게 부탁해야겠네……」
잠시 동안 공중에 머물러서 상황을 지켜 보는 라이라와 다른 두 마리.
마이아는 드워프들의 앞까지 날아간 다음 인간체로 변신해서, 공주님 안기로 안고 있던 드워프를 넘겨 준다. 그들과 뭔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만, 여기서는 들리지 않는다.
「어때, 라이라?」
「역시 대단한 상처는 없다. 타박상 정도로군」
「그거 다행이군」
계속 내려다보고 있자, 어째선지 드워프들이 모두 넢죽 엎드린다. 마이아가 곤혹스러워하는 게 느껴진다.
「……그런데, 저 아저씨들 왜 저러는 거야?」
「아무래도 우리들이 자기들을 납치해서 잡아먹으려는 것 같다고 착각한 듯하다. 뭐, 드래곤 4마리가 모두 마차를 들고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겠군」
「아니아니아니, 일부러 이런 험한 곳에서 먹을 거리를 찾아다닐 이유가 없잖아」
「애시당초 사람은 별로 선호하는 먹거리가 아니다. 말이나 샌드 웜이 훨씬 맛있다」
뭐 그렇겠지. 언제였던가 인간은 별로 맛없다고 말하기도 했었고.
하지만, 지금 저 드워프들의 모습을 보면 그건 모르는 것 같다.
「내가 내려가서 설명할게」
어쩔 수 없이, 라이라에게 마차를 내려놓게 한 다음 나도 내려서 그들에게 설명하러 간다.
「아, 잠깐만 잠깐만요. 지금, 마차와 밖의 기압이 상당히 다르니까, 그대로 나가면 숨이 막힐 거야」
내리기 전에, 힐다 씨와 아이리나가 고산병을 방지하는 마법을 걸어 준다.
「하는 김에 힐다 씨도 함께 가는 게 어때요?」
「그러네. 그게 좋을지도」
「그럼, 함께 가죠. 어이, 괜찮아―?」
힐다 씨와 둘이서 드워프들에게 손을 흔들면서 다가간 다음, 우리들이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한다.
일단, 타박상이나 생채기 등의 부상을 입은 드워프를 치료해주고, 하는 김에 몸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드워프들도 진찰한 다음, 약을 처방해주는 힐다 씨.
「하아~……정말 굉장하군. 드래곤 4마리와 함께 여행하는 건가?」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 렌 판가스에서는 나름 유명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광부들이야 렌 네스트와는 인연이 먼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렌 네스트 쪽에서 유명하다고 해도 우리는 잘 모른다」
「작년 마물대침공에서, 방금 그쪽을 구해준 마이아가 엄청나게 활약했다구」
나는 엄지를 세우면서 마이아의 활약을 보증해줬다. 내 시선을 받은 마이아도 엄지를 척 세운다.
「호오, 마물이 쳐들어왔을 때 드래곤이 도와줬다고? 산에 잠깐 틀어박힌 동안 세상이 많이 바뀐 것 같구만」
「저기 두목, 옛날에는 드래곤이 도와줬던 적도 있다고 하지 않았어?」
「들어본 적 없는데」
「우리 아버지가 렌 판가스 국군에 있었을 적에, 딱 한 번 본 적 있다고 했어」
드워프들이 자기들끼리 와글와글 떠들기 시작한다. 힐다 씨가 부상을 치료해 주기도 했고, 또 「붙잡혀 있다」라고 생각한 마차 안에서 내가 나와서는 사정을 설명한 덕분인지, 분위기가 많이 부드러워진 것 같다.
덧붙여서 내가 드래곤 라이더라는 건 일단 밝히지 않았다. 바우즈도 포함해서 모두 동료다, 라는 말로 어떻게든 넘어갈 수 있었다.
「어쨌든 이젠 잘 알겠지? 앞으로는 드래곤을 봐도 그렇게까지 무서워할 필요는 없어. 말이 꽤나 잘 통하는 친구들이니까」
「드래곤 팰리스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죽기 싫으면 당장 꺼지라고 협박당한 이야기를, 동료 광부들에게서 자주 들어서 말이다」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아무리 드래곤이라도 누군가 자기집 벽을 광맥이라면서 파고 들어오면 화가 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구만」
우리들은 카하핫 웃는 드워프들과 헤어져서 다시 마차로 돌아온다. 딱히 뭔가를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느새 30분이 지나가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도 빨리 친해지는구나, 너」
글로리아 씨가 살짝 감동한 것처럼 말한다.
「술집에서 이름도 모르는 놈과 건배하는 걸 좋아할 뿐입니다. 세레스타인답게」
「음- 글쎄, 내가 있던 곳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마음을 거의 열지 않았는데 말이야, 하모니움이 너무 폐쇄적인 거려나」
「그런 곳도 있겠죠. 뭐, 밧슨이나 탈크쪽이 지나치게 개방적인 걸지도 모르지만요」
「나름 오래 살면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틀어박히는 건 안 좋네」
글로리아 씨가 쓴웃음을 짓는다. 벌써부터 마을을 나온 효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 같다.
「……어, 어서 이 마차를, 어떻게 좀……」
「아」
전혀 신경쓰지 못했지만, 지금 에마는 등에 강제로 실린 마차를 빳빳하게 세운 꼬리로 떠받치면서, 손으로는 다른 마차를 든 상태인 매우 힘들어 보이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정말 미안.
그리고 어느 정도 더 날아가자, 렌 네스트에 도착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진짜 박력이 넘치네……이게 그 유명한 요새 도시로구나」
「저택 하나를 빌렸었어. ……아직 써도 괜찮겠지, 테테스?」
「만약 쫓겨나면 성으로 당당하게 따지러 가면 될 거에요. 디아네 씨가 아직 칼윈에서 활동 중인데, 그런 디아네 특무대의 숙소를 제멋대로 빼앗으면 심각한 결례니까요」
테테스의 말에 따라, 우리들은 「세레스타 저택」에 착륙했다.
딱히 검문을 받지는 않았지만, 역시 드래곤이 눈에 띄었는지, 잠시 뒤에 우리들이 들어온 저택으로 갑옷을 걸친 기사들이 황급히 찾아왔다.
「디아네 특무대인가」
「어머나, 벨가」
「……무사해서 다행이군, 샤론」
그 기사들은 벨가가 인솔하는 건틀렛 나이트들이었다.
「오늘은 관광차 온 것일 뿐이라네. 아무리 우리들이 껄끄럽다고 해도, 그 기다란 쇳덩이는 거둬줬으면 하네만」
「……죄송합니다, 아이리나 님」
과연 아카스 출신 엘프들 중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고 예의가 바른 벨가답게, 곧바로 장창과 핼버드를 든 기사들에게 무기를 거두게 한다. 뭐, 어디엔가 넣어둘 수도 없는 노릇이니만큼, 기사 한 명에게 모든 기사들의 무기를 맡기게 되어 버렸지만.
이런 무기는 반 정도 위압용이므로, 상대가 이런 무기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일 경우에는 아무런 쓸모도 없어져 버린다.
이전의 샤론이나 페리오스라면, 아이리나가 한 말을 듣고도 되려 대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관광차라는 말씀은, 그 이외에 다른 용무가 있으십니까?」
「건틀렛 아가씨들에게 임무를 청산시키러 왔다네. 마물령 탐색 사업도 일단락되었으니까. 여왕에게 보고도 하지 않고 계속 빌려두는 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말일세」
「……흠. 확실히 그렇군요」
아이리나가 우리가 온 목적을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했지만, 사실은 디아네씨 나 내가 말하는 게 맞겠……아니, 디아네 특무대 자체가 마이아, 나아가서는 그 전력을 지원하는 엘프령의 계획에 따라 만들어진 부대니까, 아이리나가 말하는 게 맞으려나?
나도, 실제 파워 밸런스는 그렇다쳐도, 공적으로는 단순한 부대원 A에 불과하니까.
아 정말 성가시네.
「샤론도 되돌려 주시는 겁니까?」
「일단 지금은, 말일세. 한 번은 돌려줘야 도리에 맞을 테니까」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이군요」
「아무래도 폴카가 매우 마음에 든 것 같더군. 본인의 의향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잖나」
「……폴카를, 말입니까?」
「그렇다네. 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나? 이몸은 전혀 상관없네만, 그런 체면이 중요한 건 그대일 테니까」
「…………」
벨가로서는 빈정거리고 싶었겠지만, 만약 아이리나가 솔직하게 「샤론은 앤디•스마이슨에게 푹 빠져 있다」라고 말했다면, 아카스 출신의 엘프 3기사로서 서로를 받쳐 온 이상, 체면이 크게 상해 버리는 건 벨가 쪽이다.
「마음에 안 드는군」
「어머나. 벨가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데」
「샤론」
「당신이 이렇게, 끼어드는 걸 좋아하는 남자라는 건 처음 알았네요」
「……무슨 의미지」
「다른 사람의 사랑에 지나치게 끼어드는 건, 좋은 어른이 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나와 너는 입장이 다르다. 같은 영광의 씨족 출신이라 해도, 일단은 페리오스도 너도 왕위 계승권이 부여되는 입장이 아닌가. 그걸……」
「그걸 애지중지할 생각이었다면, 애시당초 아카스에서 나오지도 않았겠죠. 그런 혈통 이야기 따위, 지금의 내게는 이미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안 그래요?」
「그건 틀린 생각이다. 기사로서의 능력을 만국(萬國)에게 인정받은 지금은, 아카스로 돌아가도 모두 기꺼이 환영해 줄 것이다. 아직은 어렵더라도, 왕을 알현할 수만 있다면, 계승권 순위를 대폭 높일 수 있……」
「말라죽은 나무 같은 왕위 따위에는 흥미가 조금도 없답니다. 옛날과 바뀐 게 조금도 없을 테니까요. 그런, 그 무기력하고도 폐쇄적인 숲의 왕 같은 건, 하고 싶은 사람이 나서서 하면 됩니다. 나와는 아무런 관계없어요」
「……샤론」
벨가가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때 아이리나가 이야기를 정리하듯이 손뼉을 짝짝 친다.
「무슨 일인지 흥미가 생기기는 하네만, 가족의 이야기를 지금 여기서 할 이유는 없지 않나? 이몸들도 도착한 직후이니만큼, 지금은 이몸들이 왔다는 걸 여왕에게 보고해줬으면 하네만」
「……네」
벨가가 군례를 깔끔하게 올리고, 순순히 물러난다. 그가 데려온 기사들도, 미녀들이 가득한 우리를 흥미로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일단 벨가와 함께 돌아간다.
그리고 그걸 옆에서 지켜보던 글로리아 씨는 후하- 한숨.
「아니아니, 실제로도 대단한 사람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그런 대화를 나누는 걸 두 눈으로 직접 보니, 어째 내가 있으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드네」
「그거야……뭐」
나야 어느 정도 익숙해지기는 했지만, 왕족들의 대화였으니까. 방금 그거.
「저 공주님도……너의 이거, 랄까 뭐랄까……그거지?」
「그거냐고 물어도……뭐라고 해야할지, 우연, 같은 걸로……」
자기도 모르게 내가 장난으로 만든 비키니 아머를 사들여서 입은……것으로 시작된 흐름은,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필연이라고 할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없다. 나로서는 훌륭한 가슴을 가진 미녀가 입을 갑옷을 만들 수 있어서 운 좋네, 라고 생각했었는데, 문득 정신을 차려 보면 암컷 노예가 되어 버린 느낌이니까.
반 정도는 오로라 덕분인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여자 때문에 나라가 기울어 버렸다는 얘기는 가끔씩 들었지만, 남자가 이렇게까지 자지 하나로 좌지우지하는 것도 정말 무서운 이야기네」
「아직 낮인데 자지 같은 말은 좀 참아줘요」
그리고 자지로 좌지우지한다는 말도 이상한 의미만 떠오르니까 그만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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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동안에는 집에 내려가느라 번역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문넷 여러분 모두 정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