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45화 -- >
오후가 되자, 바우즈와 벡카 특무백인장이 부대 막사에 불쑥 나타났다.
「스마이슨, 지금 여기서 계급이 가장 높은 놈이 누구지?」
「특무백인장? ……에-그러니까, 아마 아이작일……것 같습니다만」
부대 막사 밖에 휴식용으로 설치된 벤치(오거도 앉을 수 있도록 돌로 된 튼튼한 받침대 위에 목재로 만들었다)에 앉아서 쉬고 있던 나는, 아이작이 어디 있나 고개를 돌려 찾는다.
오후 이맘때쯤에는 훈련이나 비품 손질을 하고 있을 테니까, 아마 연병장이나 창고에 있겠지.
……그때 등뒤에서 누군가 내 어깨를 툭 두드린다.
「어이 스마이슨. 나 잊은 거 아냐?」
「……아, 아―……그러고 보니 너도 있었구나」
내 어깨를 두드린 손의 주인은, 크로스보우대에 있는 백인장 중 하나인 윌리엄스였다.
「있었어! 쭉 있었다고! 어째서 모두들 내게는 그렇게 반응하는 건데! 일단은 지금 이 부대의 지휘관 중 하나라고! 어째서 모두 무슨 일만 있으면 아이작만 찾는 거야!」
「그야 당연히……뭐랄까, 네게는 무슨 일을 맡겨도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안 드니까 그렇겠지……」
「편견이 너무 심한 거 아냐!?」
갑자기 텐션이 최고조인 윌리엄스에게, 벡카 특무백인장이 팔짱을 끼고는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이라고 말하면서 한숨을 쉰다.
「이 근처로 이주하고 싶다는 여자가 여럿 나와서 말이야. 그거에 대한 준비, 부탁해도 될까?」
「이주? 이주라뇨……어디서 누가 오는데요?」
「……이거 사정을 전혀 모르는데 믿어도 괜찮은 거야?」
기막혀 하는 특무백인장. 여기로 왔을 때 일단, 이번에 찾아온 의도를 아이작에게 말해두었지만. 아이작이 윌리엄스에게는 전해주지 않은 것 같다.
「라팔과 남해안 출신 5명이, 여기로 이주하고 싶다고 해서 말이지. 모두 젊은 여성이야」
「외국인이 상대면 여러가지로 수속이 귀찮을 것 같은데요……」
「모두, 인신매매와 마약으로 한 번 큰 피해를 입었던 여자들이거든. 일단은 살 집과 직업 알선……호적 등록이야 뭐, 일단 뒤로 미뤄도 괜찮겠지. 디아네 대장이 알아서 손을 써 줄 테니까」
「에, 에엣―……신원이 확실하지도 않은 외국인들을 우리들의 권한으로 그렇게 막 받아들여도 괜찮은 겁니까?」
「……역시 넌 안되겠다. 소 녀석을 데려오도록」
「아, 아니아니아니 딱히 안 된다고는 말 안했습니다만! 저도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라고요!?」
원래 세레스타에서는 호적의 관리가 그다지 철저하지 않았다. 아니 철저하게 할 수 없다고 하는 게 정확하려나.
정부가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사막 대미궁 등의 지역에도 사람이 많이 살고 있고, 다양한 종족들이 어울려 사는 만큼 생활 양식도 다양해서, 호적을 완전히 관리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확실하게 파악하는 편이 세금을 더 많이 걷을 수 있으므로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은 계속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는 포기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사람이 세레스타 호적을 취득하는 것 자체는 별로 드문 일도 아니고, 그다지 복잡한 이야기도 아니다. 각지에 잘 알려진 디아네씨가 부탁하면 더욱 간단히 받아들여지겠지.
윌리엄스가 꺼리는 건, 일을 맡게 될 경우 뭔가 트러블이 일어났을 때 그 뒷처리를 자기가 해야만 하기 때문일 터.
군이 뒤를 봐주면 대부분의 일은 원만하게 돌아가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이 일어나는 것 자체가 싫은 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 태도로 드러내면.
「아이작이라면 「그런 일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라면서 기꺼이 맡았을 텐데……」
「그녀석 말은 믿음직스럽게 할 지 몰라도, 서류업무는 전부 미카가미에게 떠넘겨 버렸다고. 위세가 좋다고 해서 아이작을 너무 믿으면 안 된단 말이야」
「미카가미가 없었을 적에는 스스로 확실히 하고 있었잖아……모처럼 미키가미가 도와준다니까 맡긴 거 아닐까?」
「아-니, 단순히 게으름피우고 싶었을 뿐이야! 난 알아! 그녀석도 평판만큼 좋은 리더의 그릇은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런 걸 네가 주장해서 어쩌자는 건데 윌리엄스. 아이작을 깎아내린다고 해서 네 평판이 오르는 것도 아니잖아.
「바우즈는 무슨 볼일로 왔어?」
「다음 이동은 언제가 될지 알고 싶어서 왔다. 일정이 늦춰지면 배를 보관할 곳도 조금 생각해둬야만 하니까」
「아」
바우즈는 배로 사람을 라팔에서 폴카로 옮겨왔다. 근처에 놓아두면 마차보다 훨씬 눈에 띄겠지. 일단은 환영으로 숨겨뒀겠지만, 마법 한 번 정도로는 그리 오래 유지할 수는 없다.
「딱히 오래 머무를 생각은 없어……랄까, 그쪽 여자들의 거취 문제만 해결되면 내일에라도 당장 출발해도 괜찮아」
「마을에서 그대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만……」
「뭐 잘 아는 마을이니까. 여기서 오래 생활하기도 했고 아는 사람도 많은 데다가, 남쪽으로 가야 할 경우에는 가끔씩 들르기도 했으니, 지금 어떻게든 여기서 쉬어야할 일은 그렇게 많지 않아」
「그런가……여기는 기후가 좋다. 여자들도 이렇게나 살기 좋은 곳이 있었구나라면서 기뻐하고 있었지만, 그대에게는 별로 매력적인 마을이 아닌 것 같군」
「나도 여기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해」
바우즈가 말한 대로, 기후는 살기 정말 좋다. 폴카처럼 눈에 파묻힌 겨울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고, 사막의 혹독한 무더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을은 세레스타답게 활기가 넘치고, 치안도 별로 나쁘지 않다.
게다가 마물이 마을을 덮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그러기 전에 크로스보우대가 대부분 사냥해 버리니까.
정착하기에 매우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렇다면 정착 희망자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았는데」
「아직 첫 번째 마을이니까. 그 밖에도 다양한 장소를 돌아볼 예정이지? 갈 수 있는 장소들을 본 다음에 결정한다는 아가씨들도 많다」
「과연」
확실히 급하게 정착할 곳을 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원래대로라면 걸어가거나 배를 타고 가려면 거금과 많은 시간이 걸리는 여행이었지만, 드래곤의 날개가 있는 지금은 어디든 순식간에 갈 수 있기도 하고.
「그럼, 가능한 한 다양한 장소를 가볼까……그것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말이지」
사막의 고양이 콜로니에도 가고 싶지만, 지금 당장은 들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일단 외지 출신 여성이 이주하기에 적합한 장소는 아니니까. 돌아오는 길에 들러도 괜찮겠지.
그렇게 되었으니, 렌 네스트로 가는 걸 상정하면 사막 동쪽, 초원 지대 근처를 지나가는 여정이 되겠구나…….
렌 네스트에 들렀다가, 다시 산맥을 넘어 헬리콘 근처에서 잠시 쉰 다음, 그 해안가에 있는 시타르에도 잠시 들렀다가 라팔 제도로.
각지에 이틀씩 머무른다고 치면, 폴카에는 2~3주 정도 뒤에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칼윈으로 가서 레이라와 코르티를 만나면 되겠지.
머릿속에서 루트를 떠올린다. ……그러고 보니, 파랑뱀산맥을 여기서 직접 넘지 않고, 어느 정도 남하한 다음 동쪽으로 틀어서 렌 네스트로 가는 루트라면, 가는 도중에 하모니움에도 들를 수 있다.
하모니움은 공예 도시로 잘 알려져 있으며, 북방 군단의 본거지이기도 한 도시다. 아직 가본 적은 없지만.
하모니움에는 여성들의 이주를 지원할 수 있는 연고는 없지만, 들를 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기쁠 것 같다. 그 걸작 에로 그림책 「음마의 무도」의 발행소가 있는 곳이니까. 큰 도시이니만큼, 찾으면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윌리엄스가 일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면 내일 저녁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하모니움이에요」
「하모니움? 거기 이주하기에는 조금 별로이지 않나」
조금 이상하다는듯한 표정을 짓는 벡카 특무백인장.
「뭐, 그것도 그렇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사러 가고 싶은 게 있어서요」
「확실히 여기나 오픽 레이드보다는 물건이 풍부할지도 모르지만. 탈크에서 사도 괜찮은 거 아냐?」
「아마 탈크에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
벡카 특무백인장이 의아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탈크가 하모니움보다 도시 규모도 훨씬 크고 역사도 길기 때문에, 무기나 도구, 아니면 술 등, 유사품이라도 딱히 상관없는 것이라면 탈크에 가도 손에 넣을 수 있겠지.
하지만, 에로 그림책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아무리 지금 남자들만 있다고 해도, 성실한 바우즈 앞에서 「에로 그림책을 사기 위해서입니다!」라고는 말하기 힘들다.
「뭐, 어쨌든. 완전히 제 개인 사정입니다만, 그 정도는 용서해 주셨으면 해요. 관광도 하는 겸해서」
「으, 응?……그야 이번 여행은 네가 중심이기도 하니까, 딱히 불만은 없지만」
「흠……관광이라」
특무백인장과 바우즈도 다소 의심스러워하기는 했지만 납득해 줘서, 다음 목적지는 하모니움으로 정해졌다.
다음날.
「그렇게 됐으니까, 슬슬 다음 목적지로 이동할 준비 부탁해―」
「「네-에」」
바우즈쪽 멤버는 그렇다쳐도, 내 암컷 노예들은 대부분 여행에 익숙해져서, 내가 부탁하자 30분만에 짐을 모두 정리해서 마차에 실었다.
그녀들도 애시당초 밧슨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었겠지. 테테스들은 렌 네스트가 목적지이, 그밖에는 라팔이 목적지라고 알고 있으므로, 짐을 별로 많이 풀어두지는 않았다.
「이걸로 세레스타와도 당분간 작별이려나아―」
「어라 테테스 쨩, 세레스타에 미련이 생겼나요?」
「그야 폴카쪽이 당연히 좋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렌 판가스에서 나올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생각하면, 여기의 이국적인 분위기가 조금 그리울 것 같아요」
「아―……명가의 아가씨로 있는 것도 참 힘들겠네에」
「나도 블랙 암으로서 조금 귀찮아지는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기사장은 오히려 그런 귀찮은 일에 전념해서 머리를 식히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스마이슨 십인장에게 너무 물들어서 말입니다」
「심술궂은 말을 하네」
변함 없이 수다스러운 건틀렛 나이트의 뒤를 이어 아이리나와 페넬, 그리고 네이아와 베아트리스, 루나, 힐다 씨, 그리고 안제로스와 오로라가 마차에 올라탄다.
「그럼, 또 와줘 스마이슨」
「오우. 여자들 잘 부탁해 아이작」
아이작이 배웅하러 와서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한 다음, 마차에 올라탄다.
뭔가 아쉽다고 느끼는 채로 밖을 바라보면서 의자에 앉았는데……문득 주위가 부스럭부스럭 시끄러워서 주위를 둘러보자, 마차 안의 암컷 노예들(일부 암컷 노예가 아닌 여자들도)이, 마치 온천의 탈의실처럼 당연하다는듯이 옷을 벗기 시작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말을 잃었다.
「……지금 뭐 하는 거니」
「에, 그야 물론 하모니움에 도착할 때까지 봉사해 드리려고 하는데요?」
「테테스 너 때문이였구나!」
아무래도 마차에 가장 먼저 올라탄 테테스의 제안을, 다른 모두가 별다른 반대없이 받아들인 것 같았다.
「어라, 괜찮잖아요오-. 어차피 달리 할 일이 없기도 하고, 이제 베아트리스 쨩이나 네이아 쨩도 같이 하고 싶다면야 신경 쓸 필요 자체가 없으니까아☆」
「그럼, 베아트리스. 도와줄게요」
「우우……가, 갑자기 이런 곳에서 옷을 다 벗으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따르네 당신들……」
「물론 나도 부끄럽답니다」
비좁은 마차 안에서는 손을 마음껏 뻗기가 어려웠기에, 네이아가 베아트리스의 옷을 벗겨주고 있다.
그 밖에도 아이리나를 페넬이, 샤론을 알메이다가, 나리스를 테테스가 도와서 옷을 벗겨주고 있어서, 어느 의미에서는 눈이 호강하는 풍경이 되어 있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나는 안 움직일 거니까?」
「네」
「맡겨 주세요」
「입으로도 허리로도 봉사해 드릴게요♪」
모두 할 생각 만만이었다.
「아니 나는 아무래도 어떻게든 섹스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만? 이 상황으로 혼자 노력해서 버티려고 해도 의미 없으니까 일단 예의상 함께 할 뿐이라고요?」
「나리스 쨩 혼자서 시끄럽네―. 가끔씩은 솔직해지는 게 어때요 이 츤데레」
「시끄러워! 이쪽에는 이쪽 나름의 프라이드가 있단 말이야! 끝까지 말하게 해줘!」
……웅변하는 도중에 미안하지만, 지금 이미 섞여든 상황 자체를 보면 그 프라이드는 전혀 의미 없을 것 같은데 나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