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31화 -- >
크로스보우대의 여성용 막사는 의외로 크다.
현재 여성 부대원은 임신 중이라 밧슨 시내에서 살고 있는 미카가미 자매까지 더해도 겨우 10명 정도밖에 없는 듯했지만, 장차 들어오게 될 여성들을 위해서(그리고 뭔가 계획을 세울 때 여유 있게 계산해 두는 세레스타군의 특징도 있다), 여성용 막사에는 50명 몫의 개인실이 마련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지금 비어 있는 방은 거의 창고로 쓰여지고 있다. 응접실로 쓰기 위해 평소에도 정돈되어 있는 방은 5~6개라고 한다.
그 중 한 방에 침대나 매트 등등 여러가지를 옮기면서 모이게 된 내 암컷 노예들에게, 나와 에마는 방금 전까지 했던 짓을 자백하게 되었다.
……그렇달까, 환영으로 숨어서까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거죠, 라고 질문받았을 뿐이지만, 에로 그림책과의 첫만남은 이미 끝났으니까 이제는 딱히 들켜도 상관없다.
「그 둘의 에로 그림책이라……」
「그렇게나 대단한 건가요?」
골치아프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안제로스와 조금 흥미롭다는 듯이 그림책을 펼치는 오로라.
그리고 그 옆에서 그림책을 들여다 보는 테테스와 나리스.
「이런 건 세레스타에서만 가능할 것 같네요―. 인쇄술의 낭비랄까 뭐랄까나」
「남부 대평원에 있을 때 이것과 비슷한 걸 본 적 있어. 하지만 일단은 예술품 취급이었던가―?」
「예술-? 뭐랄까- 남자의 핑계처럼 느껴지는데―」
「예술은 에로와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란다 테테스 쨩.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서나, 남자란 여자의 알몸을 볼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짐승이니까. 예술이라고 우기면 당당하게 즐길 수 있어서 그렇겠지」
「그런 건 어쨌든, 예술이라고 포장하면서 몰래몰래 만드는것보다는 이렇게 순수한 외설물을 생산할 수 있는 세레스타 문화 쪽이, 뭐랄까 솔직해서 좋다고 생각해」
「응―……뭐 솔직한 건 좋긴 하지. 하지만 그 결과로 저 란츠 군이나 고트 군 같은 남자들이 대량으로 생겨나는 걸 생각하면」
「……응. 그건 확실히……곤란하네」
「아니 저런 놈들은 세레스타에서도 꽤나 드문 경우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내가 모를 뿐이지 어쩌면 꽤 많을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세레스타는 다른 나라보다 성에 개방적인 덕분에, 남자의 독신율이 높다는 이야기도 있다.
오래도록 함께 살아갈 특정 상대를 정하지 않고, 독신인 채로 젊은 여자와 하룻밤의 사랑만을 계속 즐기는 것도 하나의 생활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나이 먹고 자신의 가정을 이루지 못하면 얼간이」같은 가치관이 남아 있는 곳이 많아서, 세레스타에서처럼 장가가지 않고 상대를 계속 바꾸면 멸시당하기에, 나이를 먹을수록 독신자 수가 줄어들긴 하지만.
……뭐, 서민에게도 일부다처제가 허가되는 세레스타이기에 더욱,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일부 남자들이 독신을 유지하면서 장가가지 않아도, 어차피 일부 부자들이 여자들을 잔뜩 데려가니까 최종적인 밸런스는 얼추 맞아떨어질지도.
「허나……음. 예술이라고 우기고 싶은 기분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군」
알메이다가 그림책 중 하나를 파라라락 빠르게 넘기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아피룸에서는, 이렇게나 아름답게 채색된 그림을 일개 서민들이 손에 넣는 건 불가능했으니까」
「글자나 선그림은 인쇄로 빠르게 대량생산할 수 있지만, 채색만큼은 수작업으로 해야한다고 해. 그러니까 이런 완전 총천연색 그림책은 수량도 적고 비싸지」
「그래도 일개 병사가 시골에서 이런 걸 모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뭐 그것도 그럴려나」
「내일 살아 있을지 죽어 있을지 모르는 병사니까. 이런 것에 빠져드는 것도 이해는 되는군」
「……아니, 여기는 후방 부대라서 그렇게까지 위험한 건 아닌데……」
물론 죽을 위험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 죽음을 의식할 정도로 위험한 꼴을 자주 보는 직장도 아니다. 전신이라고 불리던 디아네 씨도 있고, 애시당초 우리 부대가 그렇게까지 실전을 자주 겪는 부대도 아니고.
「저는 이 그림책이 마음에 드네요. 그림체가 부드럽군요」
「어머나, 샤론 쨩도 보는 눈이 있네에☆ 그거, 꽤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랍니다아」
「뭐랄까, 좀 더 육감적인 쪽이 남성들에게 잘 먹힐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요」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답니다아. 뭐랄까, 섹스하고 싶은 여자와 키스하고 싶은 여자 같은 차이로, 여자가 지나치게 노골적이면 되려 할 마음이 사라져 버리는 남자도 있다고 해요」
샤론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는 힐다 씨도 이 방면에 대해서 꽤나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뭐 탈크는 에로 문화의 도가니 같은 곳이고 카를로스씨 집안은 대상사(大商社)니까, 당연히 에로 그림책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겠지.
「……마음에 상당히 와 닿는 이야기로군요」
샤론이 미묘하게 괴로운 표정을 지은 건, 그림책을 보면서 그 거유 때문에 여러가지로 고생했던 과거가 떠올랐기 때문이려나.
「…………」
「…………」
그리고 네이아와 베아트리스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열독중.
베아트리스는 아직 세레스타어를 모르니만큼 못 읽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림책이니까 그림만 봐도 스토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듯한 베아트리스와, 마치 학술서라도 읽는 것처럼 냉정한 눈빛으로 계속 읽어가는 네이아의 차이가 재미있다.
아마 베아트리스는 이런 오락으로서의 섹스라는 문화 자체가 충격이겠지. 기본적으로 아이 만들기는 좀 더 의무적인 뭔가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으니까. 네이아야 뭐……뭐든지 열심이었으니만큼 그냥 뭔가 더 배울 점이 있는지 찾아보는 것이려나.
한편, 루나와 페넬은 에로 그림책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보인다. 루나는 조금 훑어보다가 질려 버렸는지, 방의 구석에서 털고르기……아니, 머리카락을 손질 중이고, 페넬은 벌써부터 취침 준비를 하고 있다. 아니 취침이랄까, 오늘 밤의 섹스.
아이리나와 라이라, 마이아도 딱히 흥미가 없는지, 어느새 셋이서 술을 마시고 있다.
그녀들에게는 별다른 의미가 없는 책일 뿐이겠지.
뭐 나도 누군가가 여성향 에로 그림책을 가져왔다고 해도, 열중해서 볼 수 있는 자신은 없다.
「그래서―……주인님은 이 중에서 어느 게 가장 마음에 드시나요?」
「으-음……솔직히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고나 할까……일단 엘프 스위트 나이트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 그림체도 마음에 들고」
수수께끼의 외딴 마을 창관 시추에이션. 그 마을로 흘러들어간 남자들이 엘프 창녀들에게 환대받는다는, 눈이 즐거운 하룻밤의 이야기.
대부분의 권은 각 권마다 다른 주인공, 다른 히로인들의 스토리로 이루어져 있으며, 외딴 마을의 위치도 사막 한가운데나 바다의 외떨어진 섬, 헤매는 숲의 저 너머나 깊은 산의 바위굴 등, 각각 다른 장소로 설정되어 있다.
환상적인 광경 속에서 알몸을 드러낸 엘프 여자들과 만나고 실컷 섹스하면서 쾌락을 즐기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그 마을의 밖에 나와 있고 다시는 들어갈 수 없다……라는 것이 상투적인 전개다.
섹스 상대인 엘프 여자들도, 달밤의 사막을 서성이는 얇은 천 한 장만 걸친 엘프 아가씨의 신비로운 모습이나, 햇빛이 내려쬐는 숲의 샘에서 엉덩이를 고혹적으로 흔들면서 남자를 유혹하는 엘프 아가씨들의 교태, 폐쇄적인 바위투성이 계곡의 바닥에서 알몸을 드러내는 엘프의 어딘가 슬픈 분위기의 유혹 등등, 배경과 함께 어우러져 몰입하게 만드는 그림들이 훌륭하다.
그리고 9권에서는, 수 권 전에 한 번 외딴 마을을 방문했던 남자가 다시 같은 마을을 찾아가는 것에 성공했다……라는, 기본 설정과는 살짝 달라진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남자는 늙어 버렸지만 외딴 마을의 음란 엘프들은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 듯한 젊음을 유지한 채로, 마치 어제 헤어졌다가 오늘 다시 만난 것처럼 남자를 환대하면서 그의 정액을 쥐어짠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그 남자와 엘프의 딸들이 한데 뒤섞인 난교 장면. 역시라고 해야할까, 시간은 그 외딴 마을에서도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던 것임이 판명되는 것과 동시에, 이 터무니 없이 음란한 세계에서는 근친상간이라는 금기조차도 녹아서 사라져 버린다……라는 스토리가, 자지가 절로 들썩이는 듯한 그윽한 터치로 그려진다.
그전까지 나온 여덟 권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이질적이지만, 시리즈의 기본을 충실히 답습하면서도 전혀 다른 정감이 느껴진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가 한층 더 높아졌다.
「이건 나도 갖고 있었지만, 이번에 다시 보면서 그 훌륭함을 인식했지……응」
「과연……그럼 이 자리에서 한번 해볼까요?」
「?」
테테스가 그 자리에 있었던 여자들을 한바퀴 둘러보고는, 아이리나와 에마, 마이아, 그리고 베아트리스를 가리킨다.
「오늘 밤에만, 그녀들이 주인님의 딸이 되는 거에요」
「!?」
그리고 생긋 미소지으면서 이해가 안되는 말을 한다.
「지금 뭐라고 했나?」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
「에? 엣?」
지목된 여자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곤혹스러워 한다.
「오늘 밤은 주인님을 「아빠」라고 불러 주세요. 그리고 그 어머니 역할은……으-응, 겉모습을 생각하면……베아트리스는 라이라 씨를 「엄마」. 아이리나 씨는 샤론 기사장을. 그리고 에마씨는 페넬 씨를, 마이아 씨는 알 쨩을 「엄마」라고 부르는 거에요」
「어째서 이몸이 영광의 공주를 어머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가!」
「어머니와 함께 아버지에게 범해지는 플레이랍니다♪」
「……음」
아이리나는 테테스의 명쾌한 설명을 듣자 어째선지 그대로 납득해 버린다.
아니, 그래도 괜찮은 거야?
「내가 어머니인가……아니, 머지않아 곧 아이를 가질 거라고는 생각했었지만, 드래곤의 어머니라니……」
「하지만 나나 나리스 쨩더러 어머니라고 하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내쪽이 어울려 보인다는 건가……그렇군……」
알메이다도 복잡한 표정.
페넬도 곤란한 표정을 지은 채로 옷을 벗기 시작한다.
「저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나요……?」
「뭐, 페넬 너도 그런 말을 들은 것치고는 꽤 침착해 보이는데」
「그렇게 보여도 마음은 복잡하답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팬티 하나만 남기고 주저 없이 다 벗은 다음, 내게 팬티를 벗겨달라고 엉덩이를 자연스럽게 들이미는 모습을 보면 할 마음은 가득한 듯하다.
……그건 그렇다 쳐도.
「저기 말야 테테스. 일단 말해 두지만, 난 이 에로 그림책을 좋아할 뿐이지, 딱히 내 딸를 범해서 임신시키고 싶다든가 그런 취향은 전혀 없는데?」
「네네, 알고 있답니다♪」
테테스가 웃는 얼굴로 대답한다. 알고 있다면야 다행이지만.
「글쎄 그건 어떠려나. 실제로 딸이 적당한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만」
「진지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지만 라이라는 내 말을 별로 믿지 않는 것 같다.
왜 내가 내 딸을 범하는 걸 기대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