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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8화 (28/100)

<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8화 -- >

밧슨의 주둔지는 부대 막사를 증축했기에, 우리들같은 대규모 인원이 갑자기 나타나서 하루나 이틀 정도 머물러도 별다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일반 여성들에게, 군인인 젊은 남자들의 호기심이 가득한 시선은 역시 견뎌내기 힘들겠지.

그래서, 바우즈와 전 마약 환자 여성들은 밧슨 시내의 여관에서 머무르게 되었다.

……그리고, 세레스타에 와 본 적 없는 라팔 사람들이 많았기에, 만약을 대비해서 안내역으로 벡카 특무백인장도 내보낸다.

「……이거 뭔-가, 방해물을 자연스럽게 내쫓는 듯한 느낌인데」

「기분탓일 거에요」

「뭐, 나도 일부러 방해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너만 없으면 마음껏 달라붙을 수 있는데, 라는 듯한 뉘앙스로 압박하는 건 제발 봐줬으면 좋겠어」

「정말 죄송합니다」

내 암컷 노예들은 꽤나 탐욕스럽다.

설령 상대가 벡카 특무백인장이라고 해도, 방해라고 생각하면 용서 없이 내쫓으려 들겠지.

「뭐, 힘내라고. ……그녀들의 기분이 좋으면 견학시켜 줄지도 모르잖아?」

「그건 꿈 깨시길」

「뭐야. 렌 판가스의 요새에서는 신경쓰지 않고 즐겼잖아」

「거기는 거기, 여기는 여기니까요」

「쳇」

그렇달까, 이 아저씨 설마 엿볼 생각인가. 밧슨 시내와 이 주둔지는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는데.

……아니, 이 사람의 다리라면 그 정도 거리는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뭐, 괜찮겠지. 어쨌든 이쪽은 맡겨둬. 가끔씩은 세레스타의 밤을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식사나 술, 아니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가게 등등, 세레스타에는 세레스타만의 즐길거리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언제나 변함없이 암컷 노예들에게 둘러싸이는 밤이 찾아오는 나는, 여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맛보지 못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런 걸 즐기고 싶으면 확실하게 말하면 되지만.

그래도 그런 사치를 부릴 생각은 조금도 없다. 여성에게 사랑해달라고 요구받는 것도 행복이니까.

그리고.

「이 방인가. ……그러고보니 그녀석들 같은 방을 썼었지」

자위 브라더즈 제임스•란츠&보츠•고트의 방.

1층의 방은 오거와 드워프에게 우선적으로 할당한다고 정해져 있지만, 평범한 인간인 란츠도 1층의 방을 쓰고 있다.

……응, 뭐 자위에 대한 열정이랄까 탐욕이 지나치게 강한 그녀석들과, 다른 부대원들이 함께 생활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따로 모아 둔 것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남자 둘이 사는 방에서 항상 에로 그림책과 상대방의 정액 냄새에 둘러싸인 생활이라…….

「……우웩」

응, 역시 기분 나쁘다. 그녀석들만 모아 놓은 것도 이해가 된다. 동정남 군인이 그러는 게 뭐가 나쁘냐고 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미 방의 주인이 몇개월 동안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방 안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력이 떨어질 것만 같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합을 넣고 다른 방보다 큰 문의 손잡이를 돌려서(오거에게 맞춰진 크기다), 그들의 근거지로 들어간다.

……방 안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

「누군가 정리해 준 건가……?」

아니, 고트는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꼼꼼했으니까 평소에 정리해둔 거려나.

나는 여기에 살고 있었을 적부터 이미 독실을 쓰고 있었고, 나 이외에는 누군가 들어올 일이 없는 방이다보니 어수선했지만.

그리고 200권이나 된다던 에로 그림책은……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어라?」

양이 그렇게나 많으면 눈에 잘 띌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거에게 맞춘 사이즈라서 조금 넓은 이 방에서는 뭔가 책 같은 것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실은 다른 녀석들이 이미 털어가 버렸다든가?」

그녀석들이 차출된 상황에서 부대가 재편성되었으니까, 그런 일이 있었다 해도 이상하지는 않……아니, 그래도. 과연 주인이 없다고 해서 그 소유물을 훔치는 건 무례를 넘어서 범죄 수준인데.

역시 숨겨져 있다……고 보는 게 맞겠지?

하지만 자신이 직접 숨긴 것이라면 몰라도, 다른 사람의 방에서 숨겨진 물건을 찾아야 할 경우……힌트 없이 찾는 건 어렵다.

조금 당황한 채로, 일단 침대 아래를 들여다 본다.

「…………」

있었다. 두 명의 침대 아래에 각각 한 권씩.

혹시 베개 아래에 숨기지는 않았을까……라고 생각하면서 살펴보니 역시 베개의 감촉이 조금 이상해서, 살짝 만져본 결과 베개 안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역시 한 권씩.

……혹시 그런 「쉽게 발견될 것 같은 장소」에 전부 나눠서 숨겨둔 건가?

방금 발견한 네 권을 가볍게 훑어 보니, 그 내용은 자위 브라더즈가 「엄선」한 11권이 아닌, 어느쪽이냐면 중요도가 낮은 것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그녀석들 나름의 위험도 관리인가.

어떤 원인으로 자기 방을 수색당하게 되면, 이렇게 찾기 쉬운 장소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들을 일부러 '숨겨' 둔다. 발견되기 쉬운 장소에 숨겨진 이것들이 눈속임용 미끼가 되어 주면, 정말로 중요한 물건은 들키지 않고서 넘어갈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 같다.

「……뭐 그런 위기 의식을 갖는 건 좋지만……내게 부탁할 거라면 어디에 뭐가 있다는 힌트 정도는 알려달라고……」

자위 브라더즈가 넘겨 준 리스트에는 책이름 이외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무엇은 여기에 있고, 또 다른 무엇은 여기에 있다, 이렇게 알려줬으면 찾기도 훨씬 편해졌을 텐데. 어쨌든 200권이나 된다니까 말이야.

「바닥판에 4각형 흠집이라……그 말은, 여긴가?」

나이프를 틈새에 쑤셔넣고 지렛대 삼아서, 바닥판을 들어올려 보면, 역시 그 아래에도 에로 그림책이 있었다.

하지만 살짝 훑어봐도, 그 중에서 엄선된 11권은 없었다.

1시간 정도 여기저기를 뒤져서 80권 정도를 찾아냈지만, 어느 것이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 뿐이다. 그렇달까 그 책들 중 대부분은 나도 봤던 적이 있다.

「이렇게 접힌 곳, 기억나는구만……이거 혹시 내가 몇년 전에 샀던 거 아냐?」

부대 안에서 취미가 같은 녀석들끼리 각각 다른 걸 산 다음 돌려보곤 했으니까.

란츠나 고트에게 에로 그림책을 직접 넘겨줬던 기억은 없지만, 아마 돌고 돌아서 그녀석들의 콜렉션에 더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좋지 않은데.

눈에 들어오는 장소를 모조리 뒤져봤지만, 엄선된 11권은 하나도 찾지 못했다.

이래서는 밤새도록 찾아도 못 찾아낼 것 같다.

역시 억지로라도 끌고 와서 본인들이 찾도록 하는 게 나았으려나…….

당황한 채로 부스럭거리면서 수색을 계속하고 있자, 누군가가 반쯤 열려 있는 문을 똑똑 두드린다.

얼굴을 들어보자, 전 부하들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간만입니다, 스마이슨 십인장」

「오랜만이니까 술이라도 한 잔 어떠냐고 권하러 왔습니다만, 지금 뭐 하는 건가요?」

「쟝 잭……락맨」

둘 이외에도 낯익은 얼굴이 몇몇 보인다.

그리고 본 적이 없는 녀석도 있다. 뭐 「소문으로만 들었던」 내가 어떤 놈인지 궁금해서 따라왔겠지.

……그래.

암컷 노예들에게 에로 그림책을 찾게 하는 건 조금 그렇지만, 이녀석들이라면 괜찮을 거야.

「……사실 이 방에는 지금 보이는 것 말고도 100권이 넘는 에로 그림책이 숨겨져 있다는 것 같아」

「에, 거기에 쌓아 둔 것 말고도 말입니까?」

「과연 자위 브라더즈……답구만」

「아. 그리고, 이것들 중 대부분을 부대 녀석들에게 넘겨 주라는 말도 들었어」

「정말로요?」

「응, 그녀석들 이젠 폴카에 정착할 생각인지, 아무래도 남에게 주기 아까운 11권만 챙겨서 갖다달라던데」

내 말을 듣자, 전 부하들 사이에서 온갖 말이 화산처럼 터져나온다.

「치사해! 나도 거기서 살고 싶은데!」

「나도나도!」

「그렇달까 세레스타 사람이 거기서 살아도 괜찮은 거야? 거기 트롯이잖아」

「뭔가 특무대의 특권 같은 걸로 밀어붙인 거 아냐? 좋겠다―」

나는 양손을 들어서 왁자지껄 떠드는 그들을 진정시킨 다음, 란츠들에게 받은 리스트를 보여줬다.

「어쨌든 그런 이유로 이 11권 이외에는 전부 넘겨 줄 테니까 함께 찾아 줬으면 해. 나 혼자서는 다 못 찾을 것 같아서 말이야」

「헤에-이거 란츠가 쓴 겁니까? 선택이 조금 미묘하네요. 저라면 여기에다 음마의 무도(淫魔の舞踏)를 넣었을 텐데」

「에, 그건 또 뭐야? 처음 듣는데」

「최근 하모니움에 새 화방(畵房)이 생겼는데, 거기에 소속된 솜씨 좋은 신인 화가가 그린 에로 그림책입니다. 그밖에도 무명 화가가 그리긴 했지만 내용이 상당히 알찬 에로 그림책들도 간행되고 있지요」

「아, 신인이라는 말을 듣고 생각났는데 바르보 아트 워크스가 분열했다는 소식 들으셨어요? 인기 화가들이 대거 나와서 지금은 아틀리에 문 로드로 옮겨갔다더군요」

「난, 개인 화가들 말고는 잘 모르지만……대규모 화방은 작품도 자주 나오고 값도 싸지만 서로 이상한 화풍을 겨루는 듯한 느낌이라서 싫어」

「맞아 맞아. 반면에 개인 작품은 유통량이 적지……값도 비싸고」

에로 그림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니 분위기가 달아오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부하들은 모두 에로 그림책을 대단히 좋아한다. 이전에 에로 그림책의 좋은 점에 대해 포교해 두기를 잘한 것 같군.

「어쨌든 그것들 좀 찾아 줘. 그리고 음마의 무도라는 게 있으면 나도 좀 보여 주고」

「옛서-」

「그녀석들이 숨길 만한 곳이라……혹시 천장 윗쪽의 공간도 찾아봤나요?」

「천장 윗쪽에 공간이라니? 아래층의 천장은 위층의 바닥 아냐?」

「이 방만 천장이 조금 낮은 것 같아서요. 아마 공간이 있을 겁니다……어이 누가 좀 도와줘」

부하들과 협력해서 천장의 판을 떼어낸다.

확실히 다른 방과 비슷해 보였지만, 마치 이중바닥처럼 천장의 판 위에 또다른 천장이 있었다.

이 방이 있는 막사는 날림공사로 지어져서, 대부분 위층과 아래층이 바닥판 한 장으로만 구분되지만.

그리고.

「오오, 찾았다 찾았어요! 수십 권이나 있네요!」

「진짜!?」

그야말로 골드 러쉬였다.

모두 협력해서 에로 그림책을 바닥으로 옮긴다.

하지만 그 안에도 자위 브라더즈가 엄선한 11권은 없었다.

「이 정도면 대충 몇 권이나 되지?」

「에-그러니까……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어이 각각 10권 씩 나눠서 정리해봐. 장르 같은 건 일단 제쳐두고」

「……지금까지 찾은 건 약 170권 정도 되는 것 같네요」

「아직 30권 정도를 못 찾은 건가……더 이상 숨길 만한 곳이 없으려나?」

「잠깐만요. 이거 침대 자체가 조금 이상한데요……고트 녀석 손재주가 있는 편이니까, 어쩌면 침대 기둥을 손봐서 거기에다 숨겨두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고 보니 책상이나 옷장도 수상쩍구만」

「문이 다른 방보다 더 두꺼운 것 같지 않나요?」

「일단 이상한 느낌이 드는 곳은 철저히 조사해보자」

「넷!」

결국, 총원 13명이 철저히 수색한 끝에, 바닥 밑에서 마지막까지 숨겨져 있던 에로 그림책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처음 수색할 때 발견해서 바닥 밑의 비밀 공간이라고 생각했던 장소 바로 옆에 교묘하게 숨겨진 또다른 공간이 있었는데, 거기에다 이중바닥을 만들고는 그 아래에다 숨겨놓은 것이었다.

「……소중히 하는 건 좋지만, 이렇게까지 엄중하게 숨겨 두면 꺼냈다가 다시 숨길 때 손이 많이 가서 자기들도 써먹기 힘들지 않을까?」

「그녀석들은 자위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수고가 들어도 기꺼이 할 놈들이니까」

「정말 민폐스러운 놈들이구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에로 그림책들을 나눠 갖는 전 부하들의 모습을 보니, 여러가지 의미로 안심이 된다.

너희들 비록 부대는 달라졌지만 이전과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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