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7화 -- >
우선 우리들이 향하는 곳은 밧슨.
테테스들을 데리고 가야 할 렌 네스트와 밧슨 중 어느 쪽이 폴카에 더 가까운지는 미묘하지만, 일단 보이드를 내려줘야만 한다.
그렇달까 일단 밧슨에 도착하면, 드래곤들을 나누는 게 좋으려나.
딱히 모든 일행이 렌 네스트로 갈 필요도 없으니만큼, 고양이 콜로니, 탈크나 시타르로 가는 일행을 나누는 거지.
특히 전 마약 환자 여성들이나 바우즈들은, 굳이 렌 네스트 쪽으로 가야 할 이유도 없을 테니까.
「어떻게 할까……탈크에서 렌 네스트 방면으로 가는 그룹과 시타르나 라팔로 향하는 그룹을 나눠야 하려나」
「뭘 그렇게 고민해?」
안제로스가 옆에서 얼굴을 들여다본다. 머리카락은 이전보다 많이 짧아져 버렸지만, 그 덕분에 머리카락을 귀엽게 정리할 수 있게 되서, 지금은 살짝 어긋난 사이드 포니테일이다.
「아니, 항로를 생각해보니까, 전 인원이 렌 네스트로 함께 이동하면 전 마약 환자 여성들이나 바우즈들은 최종 목적지인 라팔까지 많이 돌아가게 되잖아? 이번에는 적당히 남방의……볼일이 있는 곳을 돌아다녀야겠다고만 생각했지, 인원 구성이나 항로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아서 말이야」
「아……뭐, 그런 이동 계획은 항상 디아네 씨에게 맡겨뒀으니까」
「항상 쉽게 결단을 내리는 것처럼 보여서 몰랐지만, 디아네 씨는 언제나 앞일을 생각해두고 있었구나」
「그거야, 앤디가 생각을 하지 않았을 뿐인 것 같은데……?」
「에, 그래?」
「백인장 클래스가 되면 당연히 집단을 움직여야 하니까, 원활한 부대 행동을 위해서는 식사도 연락 수단도 항상 준비해둬야 해. 겨우 2~3일 정도의 예정만으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지. 최악의 경우 어디까지, 몇 명이 움직여서, 그 다음에는 누구에게 의지하느냐……정도는, 부대의 지휘관이라면 언제나 생각해둬야만 하니까」
「그래……그랬구나」
「앤디는 급하게 백인장이 되지 않아서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네. 앤디의 장점은 앞뒤를 재지 않고 자기가 생각한 대로 행동하는 것이니까」
「그거 칭찬이야……?」
「눈앞에 최선이 있어도 그 선택을 주저하는 사람은, 대부분 자신의 능력으로는 모두 판단할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쌓인 경우가 많으니까. 앤디는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손을 댈 수 있는 지금 이대로가 좋아」
「……으-응」
어째 너는 바보다 라는 걸 돌려말하는 것 같다.
「그대는 바보인 채로가 좋다네」
……그리고 아이리나는 돌려말하기는커녕 직접 바보라고 말해버렸다.
「그런 세세한 일들을 할 수 있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지. 다른 사람이 잘 할 수 있는 일은 부담없이 맡겨 버리게나. 일을 맡기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니 말일세」
「그, 그럼……아이리나라면 이 이후에, 어떻게 할 거야?」
「딱히 문제는 없을 것 같네만. 앞으로 찾아갈 도시나 마을 중에서, 용을 거부할 수 있는 곳은 없을 테니 말이야. 모두를 거느리고, 느긋하게 관광 여행을 하면 된다네. 어차피 용의 날개가 없으면 수십일이나 걸릴 여정이니만큼, 관광하면서 들러간다 해도 불평할 자는 아마 없을 걸세」
「그럴까」
「마약 환자였던 여자들도, 어떻게든 반드시 라팔로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도 없을 터. 마음에 드는 땅을 찾아냈다면, 그곳에서 살 집이나 직업의 소개 등, 옆에서 도와주는 것도 좋을 걸세. 어디까지나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면 말이지」
「그거야 뭐……그렇겠네」
아이리나는 꽤나 유연하다고 해야 할지 느긋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 내가 생각이 짧은 것뿐일까?
나 스스로도 난 엉뚱한 생각을 꽤나 많이 하는 편이라고 생각했었지만, 그런 내 발상력도 정작 이런 때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스스로는 상식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필요할 때에는 그런 생각이 안 떠오르다니 정말 분하군」
「상식이나 비상식의 분야가 아니라네. 다만 그대는 이상이 지나치게 높을 뿐이야. 타협도 훌륭한 사고 기술 중 하나지」
「타협인가……과연」
근본부터 송두리째 바꾸는 게 아니라, 큰 부분부터 조금씩 타협해가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확실히 내게는 그런 사고 방식이 조금 부족하다. 그런 발상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군.
「그럼 결국 모두 렌 판가스로 가는 건가요? 아무리 버스터 대기사장이라고 해도 드래곤이 4마리나 찾아오면 역시 껄끄러워할 것 같습니다만」
나리스가 벽에 팔꿈치를 기대면서 투덜거린다. 하지만, 테테스가 그 말을 곧바로 부정했다.
「일단은, 바우즈 씨도 포함해서 모두 만난 적은 있습니다만―. ……어라, 에마 씨는 아니던가요?」
「별로 대단한 문제는 아닐 거다. 실버 드래곤 대다수가 앤디를 따른다는 건 알고 있을 테고, 겉모습만 보고 저 드래곤이 누구인지 분별하는 건 어렵지. 다른 드래곤과 함께 있는 걸 보면 「앤디의 드래곤 동료」라고 생각할 터」
「저도 알메이다가 말한 대로라고 생각해요」
「뭐, 백보 양보해서 그건 아무래도 좋다고 해도요. 역시 4마리나 찾아 오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렌 판가스를 끝장내 버릴 수 있잖아요. 접근해오는 것만으로도 나라의 운명이 걸린 중대사가 되지는 않을까요?」
「에―. 하지만 2마리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4마리는 안된다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2배나 많잖아!?」
「어느 쪽으든 주인님이 통솔하고 있다면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나, 오라버님도」
「저, 전쟁이 벌어지지는 않을까 무서워서 그래. 일단 드래곤도 해치운 적이 있으니 말이지, 대기사장들. 뭔가 능숙하게 교섭해 온 디아네 백인장 덕분에 밸런스가 항상 유지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고」
「대기사장들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일단 하늘을 날 수 없으니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승부 자체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브레스로 갑자기 덮치기만 해도 렌 네스트는 그대로 괴멸해 버린다……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과민하게 반응할 거라고는 역시 생각되지 않는군」
「이제 와서 새삼스럽기는 해도 전력이 사기적으로 강하잖아!?」
나리스가 꺄악꺄악 떠든다. 뭐 그건 나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지만, 디아네 씨가 확실하게 조정해 주는 동안에는 괜찮을 거라고 믿고 싶다.
「스마이슨 십인장이 마음만 먹으면 세레스타도 트롯도 정복할 수 있었을 텐데……이런 전력으로 수도까지 어슬렁어슬렁 관광하러 가다니 역시 이상해……」
「적당히 포기하는 게 어때? 나리스 쨩이 무서워하던 드래곤이 수도까지 직접 태워다 주고 있잖아」
「나도 딱히 드래곤을 타고 싶었던 건 아니라고―……저기, 무서우니까 좀 더 달라붙어도 괜찮지……?」
「정말 성가시네. 쌓인 일만 정리하고 1개월 안에 다시 폴카로 돌아가면 되는 것뿐이잖니?」
「그야 테테스 쨩은 그대로 퇴역해 버려도 괜찮겠지만, 나는 앞으로도 성실하게 일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고. 폴카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봉급을 받는 것도 물론 환영이지만 렌 네스트로 돌아가면 마물을 상대하는 살벌한 나날들을 보내야 한단 말이야」
「급료 도둑질을 그렇게 당당하게 선언해도 괜찮은 거니, 나리스 쨩?」
급료 도둑질은 괜찮아도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건 싫다니, 나리스의 기준은 변함 없이 잘 모르겠다.
뭐 어느 쪽이든 채권자는 샤론이니까, 얼마든지 기다려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곧바로 돌아올 테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인님♪」
샤론이 속삭여 온다.
부디 일을 정리하면서 터무니없는 짓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뒤가 무서우니까.
밧슨의 부대 막사 앞 운동장에 4마리가 모두 착륙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보이드를 보내줬다.
「밧슨 시내까지 타고 가는 게 좋지 않으려나?」
「괜찮습니다. 시내까지 타고 가면 큰 소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뛰어가겠습니다」
「그것도 그렇군. ……뭐, 힘내라고」
「넷」
보이드가 그대로 밧슨 시내를 향해 두두두두두- 달려 간다. 아니 어느 쪽이냐면 우르르르르 같은 느낌이지만.
오거치고는 체격이 그다지 큰 편이 아니라고는 해도, 역시 발소리는 무겁다.
그리고 보이드를 보내준 다음, 부대 막사에서 나온 아이작과 인사.
「여어 스마이슨. 디아네 백인장은?」
「이번에는 안 왔어. 이번에는 우리들만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게 돼서 말이야. 하룻밤만 머무르게 해 줬으면 좋겠는데」
「뭐, 방이야 남아돌지만. 청소는 직접 해야 될 거야」
「아, 그리고 자위 브라더즈의 방, 아직 손 안 댔지?」
「왜? 그녀석들 방 잠그고 가서 아마 그대로일 텐데?」
「사유물 정리를 부탁받았거든. 엄선한 에로 그림책만 자기들에게 갖다 주고 남은 건 모두에게 나눠 주라던데. 2백권이나 있다든가」
「그런 부탁을 들어 주는 스마이슨도 뭐랄까……사교성이 좋은 걸 넘어서, 너무 무른 거 아냐……?」
「괘, 괜찮잖아」
나도 자위 브라더즈가 엄선한 11권이 엄청 신경 쓰이니까.
……그런 내 등 뒤에서는, 베아트리스와 페넬, 전 마약 환자 여성들이 밧슨의 푸르른 숲과 초원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둘러보고 있다.
폴카와는 자연 구성이 크게 다르니만큼, 엘프인 페넬에게는 느낌이 신선할 테고, 베아트리스도 이런 풍부한 녹지가 폴카 말고도 또 있다는 게 놀랍겠지.
전 마약 환자 여성들은……밧슨의 기후와 땅이 마음에 든다면, 아이작들에게 그녀들이 여기에 정착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해야 할 지도 모른다.
「이거 또 처음 보는 여자들이 많구만. 그녀들도 전부……이거야?」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새끼 손가락을 세우는 아이작에게 쓴웃음을 지으면서 대답한다.
어쨌든, 그리운 밧슨에서 잠시 쉬어가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