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잘 반하는 하프엘프씨 3부 25화 -- >
「남쪽……나라?」
「그래. 너, 바다 본 적 없지?」
「……그게 뭔데?」
베아트리스에게도 남방 여행을 권하러 간다.
엘프들이나 에마들도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혀 주기를 바라지만, 그중에서도 견문을 가장 넓혀야 하는 것은 물론, 장차 칼윈을 이끌어가게 될 젊은 베아트리스일 것이다.
「사막도 본 적 없겠구나」
「사막은 또 뭔데……그렇달까, 내가 모르는 말만 늘어놓고 설명 안 하는 건 그만두라고」
「바다는……눈에 들어오는 모든 곳이 물로 가득찬 거야. 겨우 강 같은 그런 레벨이 아니라, 물 아래에도 주위에도 흙은 조금도 안 보일 정도로 물밖에 없어. 그리고 그 물맛은 짜고」
「……뭔 말인지 모르겠어」
「그야 그렇겠지」
나도 그림을 통해서 바다라는 게 존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림을 보면서 상상하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전혀 달랐으니까.
「사막은 그 바다의 모래판이라고 생각하면 돼. 어디까지나 끝없이 모래만으로 가득 찬 곳이야」
「……시시할 것 같네」
「그야 재미……는 없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단언하니까 세레스타에 가본 사람으로서 조금 가슴이 아프다. 일단, 세레스타의 인기 관광지이기도 하니까.
「그, 그 밖에도 수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라든지, 북방 숲과 비교해도 조금도 밀리지 않을 만큼 울창한 숲도 있으니까……너도 함께 갔으면 좋겠어」
「내가 왜?」
「……아니 그게, 그런 곳을 돌아다니면서 견문을 넓혀두면 나중에 칼윈으로 돌아갔을 때 큰 도움이 되겠지?」
「……어려운 건 브라이언이나 듀크 신관장에게 맡겨두면 되는 거 아냐? 아마 브라이언이 내게 기대하는 건, 그러니까, 범죄 단속이나 치안 유지 같은 것뿐일 거라고 생각하는데……」
너, 자기가 육체 노동파라는 자각은 있었구나.
보통 주변을 살펴보면, 지위가 높아지면 권력에 취해서 자기 능력의 한계를 착각해 버리고, 바보인 주제에 남들 위에 서고 싶어하는 놈들도 참 많은데.
아니 뭐 딱히 나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디아네씨나 벡카 특무백인장이 그런 얘기를 자주 하는 것을 들었으니까.
그건 그렇다 쳐도. 지금까지 뭔가를 배울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던 나라의 인간이, 아직 10대 중반밖에 안 되었는데도 자신의 잠재력을 포기해 버리는 것 같아서 아까울 뿐이다.
「너처럼 젊은 사람이 미래를 위해서 공부하고 견문을 넓히는 건, 그런 좁은 의미가 아니야. 언젠가, 네 안에 잠들어 있던 어떤 재능이 꽃을 피울지도 모르지. 지금 견문을 넓혀 두면, 그 재능을 더 빨리 발견할 수 있을 테고. 그리고 10년 뒤나 20년 뒤에, 나라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누가 나이나 질병 등의 사정으로 빠지고, 누가 무엇을 짊어지게 될지는 아무도 몰라. 나도 학식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칼윈에는 견문과 경험이 풍부하고, 어떤 식으로 나라를 만들어갈 것인지 비전을 갖고 있는 인재가, 가능한 한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당신, 자기는 일개 대장장이일 뿐이라고 우겨댄 주제에, 이런 때에는 아는 게 많은 것처럼 말하네」
「으……」
뭐, 확실히 내가 떠들기에는 수준이 조금 높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달까 사실, 나는 정치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해 버렸구나.
내 처지를 깨닫고 풀이 죽어 버렸을 때, 네이아가 옆에서 나를 거들어줬다.
「별로 공부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런 시시한 이유를 내세우면 안된답니다, 베아트리스」
「……뭐, 뭐가, 나는 딱히……」
「말이 통하지 않는 게 싫은 것일 뿐이잖아요?」
「……그래, 난 당신처럼 곧바로 바깥 세상의 말을 익힐 수 있을 정도로 머리가 좋지 않단 말이야!」
하긴, 그게 가장 큰 난관이다.
한마디 할 때마다 누군가가 옆에서 일일히 통역해 줘야하면 정말 불편하겠지.
「애시당초 말을 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할 수 없는 거에요」
「여기 말을 아예 모르는데 어떻게 말하라는 거야」
「모른다 해도 자기가 스스로 나서서, 어떻게든 당장이라도 알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방법을 찾아봐야죠. 무예와 같답니다. 모른다고 해서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만 하면 아무것도 익힐 수 없어요. 그러니까 소닉 슛도……」
「그, 그건 이제 쓸 수 있다니까!」
오, 벌써 충격파를 쓸 수 있게 되다니. 보이드는 아직 안정적으로 쓸 수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역시 전 용사라고 해야되려나.
「겨우 그 정도로는 제대로 쓸 수 있다고 할 수 없습니다. 심호흡을 한 다음 힘껏 휘둘러야 겨우 쓸 수 있잖아요」
「그런 걸 해 본 적이 없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해봐야겠다고 마음만 먹었다면 언제든지 할 수 있지 않았나요? 그런 향상심이 없으면, 앞으로 변해갈 칼윈에서도 언젠가 뒤쳐질 겁니다」
「우우……」
「그렇게 됐으니까요, 스마이슨 씨. 데리고 갑시다」
「네이아도 갈 거니?」
「네. 딱히 폴카에 남아야만 하는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베아트리스를 여기에 남겨서 내버려두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아서요」
네이아가 즐겁게 웃는다. ……언제 어디서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한 허무한 분위기는 조금도 없다.
여행을 순수하게 기대하는 걸까?
「좋아, 그럼 네이아와 베아트리스는 가는 거 확정」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일어섰다.
그리고 고양이 수인들.
「루나, 물어 봤어?」
「메이플 3자매는 아직 아이를 갖지 못했으니까 돌아가지 않겠다고 했다. 마로네와 큐트도」
「딱히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것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한 번 향수병이 생겨 버리면 괴롭다. 여기에는 아주머니 세대의 사람이 거의 안 오니까」
「아―……확실히 그러네」
젊은 사람들만 모여 있으면, 마음이 편한 면도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고충도 있다.
병사의 경우 한 번 병영 생활을 시작하면 귀향 자체가 어려우므로, 얼마 뒤에 까닭없이 집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나는 어릴 적에 부모 슬하를 떠나서 그런지 딱히 그렇지는 않았지만.
특히 식사 같은 경우, 가사일에 익숙한 주부가 없으니만큼 고생할 수밖에 없겠지.
여기의 밥도 맛있는 편이겠지만, 마물의 고기로 만든 호쾌한 세레스타풍 요리는 거의 맛보기 어려울 테고……그런 사치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해도, 보통 먹는 요리의 맛내기도, 고향의 그 맛을 독학으로 재현하는 건 상당히 어렵다.
그런 것들 말고도, 단순히 의지하거나 응석부리거나 할 수 있는 상대가 없다……는 것도, 상당히 괴로울 터.
「고양이 수인들이 최대한 부담없이 살 수 있도록, 여기에다 고양이 수인을 위한……그 뭐냐, 전용 숙소랄까 공동 지역이랄까, 그런 걸 만들면 어떨까」
「여기에다?」
「왜냐면 고양이 콜로니의 모두가 콜로니 밖으로 나가 살지 않는 이유는, 콜로니 밖으로 나가서 생활하기가 어렵다는 게 가장 크잖아? 내가 있는 곳에 아이를 만들러 오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기에다 콜로니 밖으로 나가서 살 수 있는 기반을 조금씩 만드는 것처럼, 콜로니의 문화를 그대로 옮겨오는 건 어떨까 해서 말이야……」
「뭔가 말이 너무 어렵다……」
「아니, 그러니까……요점은 고양이 콜로니를 최대한 비슷하게 재현하면, 고양이 수인들도 살기 좋지 않을까 라는 거지」
「언젠가는 그렇게 되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폴카는 지금, 너무 많은 일들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대로 좀 더 상태를 지켜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아―……응, 그것도 그럴려나」
폴카는 지금, 북방 숲 엘프들과의 교류와, 거기에 끼어들어서 이익을 내고자 하는 각 상인들의 노력과, 칼윈의 이민 지원과……그리고 라팔로부터의 마약 환자 수송이나 크로스보우대의 방문 등등, 진행 중인 안건이 지나치게 많다.
아직까지 알력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지만, 만약 이해관계가 부딪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그 중재에는 엄청난 노고가 들어가겠지.
이제, 내 즉흥적인 착상에 폴카를 끌어들이는 건 삼가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달까, 겨우 한가해 졌으니까, 이상한 일에만 손대지 말고, 좀 더 상대해 줬으면 좋겠다」
루나가 조금 토라진 듯한 어조로 말하면서, 내 무릎을 타고 올라온다.
덧붙여서 지금 루나와 내가 있는 곳은 이전에 왔던 숨겨진 온천이다. 딱히 숨어서 뭔가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루나가 함께 들어가고 싶다고 졸라댔다.
「앤디가 아직은 군인을 그만둘 수 없다고 해서 나도 군인이 되었다. 지금 당장 처리해야하는 명령 같은 것도 없으니까, 이제는 느긋하게 나 같은 암컷 노예들 상대에 집중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콜로니를 생각해 주는 것도 좋지만, 그런 큰일이 될 것 같은 일은 이제 그만 생각했으면 한다」
루나가 온천에 젖은 은빛 머리카락을 손으로 누르면서, 내게 입술을 겹쳐 온다.
아, 그랬다. 생각해보면 그녀도 꽤나 한결같이 힘내왔다.
무슨 일이든 쉽게 싫증내는 경우가 많다는 고양이 수인치고는 비교적, 별로 재미있는 것도 아닌 군인의, 게다가 특별 요원에 가까운 일을 묵묵히 해 왔으니까.
「츄우……」
「……응. 알았어. 루나, 당분간 그런 무거운 걸 생각하는 건 그만 둘게」
「응. 그게 좋다. 그리고 그만큼 섹스에 더 노력해 주면, 모두 기뻐할 거라고 생각한다」
「루나도?」
「응. 빨리 엄마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오케이」
나는 루나를 꼬옥 껴안고, 다시 키스한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다. 나는 내 자지가 환영받는 상황을, 더 기뻐해야만 해.